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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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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3일 07시 15분 등록

젊어서 떠나라

 

생각해 보니 하루 12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냈다. 아침 8시부터 업무가 시작되어 저녁에 8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온다. 근로기준법 상 주 44시간 노동은 처음부터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사무직 종사자를 일컫는 '화이트칼라'는 찌질한 자신들의 실제적인 업무 속성을 미끈한 옷매무새로 포장하는 위선적인 말이다. '양복입은 사람들'은 작업복 입은 사람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유아적이고 봉건적인 사유의 선(線)은 제 자신의 근거 없는 자존감만 높여 스스로 노동자임을 망각하게 했다. 그리고는 오후 5시가 되면 연장을 놓고 퇴근하는 현장의 노동자들을 부러워하는 어처구니 없는 세태를 낳았다. 대부분의 '화이트칼라'가 대단한 지적 활동과 열정적인 추진력으로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져서는 곤란하다. 시쳇말로 '매일 들어먹는 욕'도 연봉에 포함되어 있다며 자족하는 소시민적 월급쟁이들이 그들의 진정한 이면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그렇다. 후진적인 지방의 공장사이드 사무직이라 보고 배운 게 적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낸 '화이트칼라'의 신화적 모습에 경도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자.

 

온갖 유무형의 고객개념을 여기저기 갖다대며 섬기기를 강요한다. 말되 되지 않는 이 같은 논리는 불특정 다수에게 제 가족에게도 하지 않을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되뇌이게 한다. 일의 본질이 이와 다르지 않다고 봤을 때 보기 좋은 떡, '화이트칼라'는 서비스 정신과 친절을 강요 당하는 강도 높은 감정 노동자다. 사람과 업무와 그리고 역사의 물결위에서의 노동자 의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무식한 상사들의 폭언 속에 매일, 제 영혼을 감가상각 당하는 자기소모적 노동자다. 장황설이 거북할 수도 있겠다.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불만만 쌓여간다는 둥, 그 대가로 가족이 건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둥'의 말들도 맞겠다. 그러나 혹시 때아닌 색깔론으로 바라보지는 마라. 그대와 내가 서로 불행해진다.

일에 대한 즐거움이 제 자신의 캐리어로 연결되어 전문가적 지위를 줄 수도 있다. 맞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사람은 다음 단계로 더 큰 여정을 떠나기 위해 쉬어야 한다.

 

쉬지 않으면 놀 수 없다. 사람이 놀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늙어가기 시작한다. 마음이든 몸이든 한번 늙으면 젊어지기 힘들다. 그리고 젊음이 없이는 떠날 수 없다. 떠나기 싫거나 다음 단계로 삶을 추동하기 싫다면 그냥 늙으면 된다. 그러나 우리 그렇지 않다면 떠나는 연습을 하자. 이에 관련하여 미국의 역사학자 윌 듀런트의 말은 의미 심장한 메세지를 던진다.

'한 번 죽은 양식은 그것을 표현한 문명 자체가 복구되지 않는 한 적절하게 재생될 수 없다.'

이 글을 쓸 때 윌 듀런트의 의도는 화려한 르네상스 시대의 부활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예술과 문화를 자기 시대의 조건과 삶에 맞게 변환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이유와 의도가 어찌되었든 나는 이 말을 '늙어지면 못논다'는 우리내 노래가사와 같은 의미로 해석했다. 문명을 미분해서 개별 인간으로까지 수렴시키고 '양식'이라는 것을 개인의 삶속에 그 순간에만 지닐 수 있는 감정과 활동들로 치환시키면 '삶에 그리고 순간에 충실해라,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후회하지 말고'라는 말과 같지 않겠는가.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일을 하며 살고 있지는 않는가. 또, 필요 이상으로 심각한 것은 아닌가. 이제 더 이상 삶이 우리의 감정을 그리고 영혼을 감가상각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 차근차근 조금씩 감모되는 정률법 상각으로도 벅찬 인생이다. 필요 없이 스스로를 고속상각법으로 혹사 시키는 일은 적어도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번 번아웃된 우리 몸과 마음을 '적절하게 재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젊음을 또 쏟아 부어야 한다. 쏟아 부은 젊음을 돈으로 다시 사려는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라면 돈 버는 데, 눈치 보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자. 놀지 않는 젊음은 이미 늙은 것이나 다름없다.

 

올 여름 자신에게 화끈한 휴가 하나를 선사하자. 다들 휴가라 여기저기 갈 때 끼어가는 휴가 말고 제 하나가 온전한 문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그런 휴가를 선사하자. 이탈리아의 눈부신 르네상스를 일군 사람들에 대해 듀런트가 말한 이야기를 새기고 간다면 나의 문명, 나의 르네상스에 실마리 하나 가지고 가는 것이겠다.

 

'그들은 삶의 비극을 용서하고 감각과 정신과 영혼의 환희를 포옹하는 사람들, 미움의 찬가 한가운데서도 그리고 대포의 굉음을 넘어 자기들의 가슴에 언제나 울리는 르네상스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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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4 05:54:09 *.194.37.13

이번 주 가족여행 잘 다녀와~^^,

얼마뒤에 너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깐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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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4 08:22:39 *.51.145.193

ㅋㅋㅋ감사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여행 파티에 참석 못해 아쉽지만 여행가서 행님과 더 즐겁게 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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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5 08:42:24 *.68.172.4

화이트 칼라는 그럴싸한 포장재에 불과하다는 인식, 완전 공감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심각한 것 아닌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동요가 되었습니다. 그 경지에 도달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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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6 16:03:16 *.154.223.199

굉장히 선동적인 글인데요. 재용! 어디 신문이나 사보의 칼럼 같습니다.

대포의 굉음같은 르네상스의 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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