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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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것뿐
사랑받고 있는데, 불쌍한 사람이 있을까?
- 오스카 와일드 -
요즘 걷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속 깊은 말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할 때, 마음편지에 쓸 글이 마땅치 않을 때, 무조건 걷기 시작한 탓 입니다. 특히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나를 압도할 때면, 걸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곤 합니다. 시간을 내서 걷을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하여 점심식사 후나, 저녁시간에 잠시라도 걸어보려고 합니다.
병원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제공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질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환자’라는 이름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가 아닐 때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됩니다.
환자들을 만나면서 배우게 된 것들, 걷다 보면 정리되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존재, 오직 그것뿐 이라는 것. 웬만한 환자는 사랑만 있으면 대부분 낫는다는 것을...
고인이 되신 장영희 교수는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사랑에 대한 논어의 정의를 소개합니다. ‘愛之欲基生 (애지욕기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사랑이 누군가의 삶을 새롭게 일으킨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거리낌 없이 사랑을 받으려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밑도 끝도 없는 불친절한 표현이지만 저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인생과 화해해라’
한여름 밤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걸을 때마다 떠올렸던 시 한편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저는 '마음에 드는 나와 걷고 싶다.' 로 바꾸어 생각합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걷고 싶다
- 오광수 -
내 눈빛만 보고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내 걸음걸이만 보고도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
그리고 말도 되지 않는
나의 투정이라도 미소로 받아주는
그런 사람과 걷고 싶다
걸음을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사람 사는 아름다운 이야기며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볼 때마다
하얀 이 드러내며 웃는 모습까지
포근한 삶의 모습을 느끼는 속에서
가끔씩 닿는 어깨로 인해
약간의 긴장까지 더해주는
그런 사람과 걷고 싶다
이제는 세월의 깊이만큼
눈가에는 잔주름이 가득하고
흰 머리칼은 바람 때문에 자꾸 드러나며
앞가슴의 속살까지 햇볕에 그을렸어도
흘러간 먼 먼 시절에
풍뎅이 죽음에도 같이 울면서
하얀 얼굴의 소녀로 남아있는
그런 사람과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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