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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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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6일 02시 11분 등록

 

내가 자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본질적 이유는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불화 때문이었습니다. 요컨대 도시의 방식과 나의 기질 사이에 너무 자주 불화가 발생한 탓이었습니다. 도시의 방식은 합리적이고 편리하고 신속하고 능력지향적인 것이라 여겨졌지만, 내게 도시의 방식이란 메마른 방식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깊이 생각하다가 사실 내가 농촌으로 돌아오게 된 더 오래되고 원형적인 이유는 어쩌면 내가 기억하는 첫 분노감에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시와 불화하기 이전부터 나는 농촌의 어떤 불완전한 모습이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해 보니 20대 중반에 쓴 석사학위 논문 역시 농촌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산업과 자본을 위해 농촌이 감내해야 했던 희생의 문제를 농산물 수입개방 정책을 분석함으로써 논증하려 시도한 주제였습니다. 조직이나 정책과 관련하여 당시 유행했던 다양한 주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농업∙농촌 문제를 주제로 삼았을까? 그리고 일반적으로 한참 도시를 누리며 살아도 될 젊은 나이에 마침내 농촌으로 삶의 기반을 옮겼을까? 그렇게 귀농을 해서 간결하게 사는 것을 소망했으면서도 또 왜 나는 도시와 농촌이 교류할 수 있는 어떤 기반을 굳이 마을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선택을 했을까?

 

이러저러한 회고를 하다가 나는 소년 시절에 겪은 나의 첫 분노를 떠올렸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3만원 가량했던 등록금을 제 때 내지 못해 학교로부터 자주 꾸중을 듣던 친구. 어느 날 그 등록금을 빌리러 몇몇 이웃집을 들렀으나 끝내 빌리지 못하였고, 처지를 비관해 농약을 먹고 자살하여 세상을 떠난 그 친구의 아버지. 나는 그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단돈 3만원을 빌리지 못해 목숨을 놓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현실이 그 착한 친구의 문제일까 아니면 성실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가난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던 농부였던 친구 아버지의 문제일까? 내 가슴에는 그때 농촌의 현실에 대한 막연한 분노가 생겼던 것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감수성 풍부한 사춘기 소년의 가슴에 들어찬 첫 사회적 분노였던 것 같습니다.

 

제법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 되돌아왔지만, 내가 농촌과 자연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이러저러한 모색을 하도록 이끈 무의식적이지만 아주 강력한 힘은 바로 그 첫 분노에 대한 기억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나의 삶은 십중팔구 이 불완전한 농촌의 구조 속에서 내 형편에서 할 수 있는 소박한 행동들을 하면서 늙어갈 것입니다. 때로 버거워하고 때로 만족하면서……

 

그대에게도 살면서 겪은 첫 분노에 대한 기억이 있는지요? 어느 날 그 기억을 가만히 만나 보시길 권합니다. 어쩌면 그 기억이 자신이 지향하는 삶에 강력한 나침반이자 에너지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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