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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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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7일 01시 32분 등록

인간은 외부 세계와 내면 세계 둘 다 필요로 하는 존재이고, 삶은 두 세계 사이에 끊임없이 ‘다리’를 놓고 건너는 과정입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복잡한 이유, 사는 게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를 함께 가꾸고 두 세계 간에 균형을 잡는 건 늘 중요하면서도 평생이 걸리는 일입니다.

 

여기서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관계’와 ‘관심사’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없이는 살 수 없고, 그것 없이는 성숙할 수 없는 동물이 인간입니다. 삶은 누구를 만나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인간은 관계만으로 삶의 충족감을 만끽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두 가지 서로 다른 충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정신의학자 앤터니 스토는 <고독의 위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이들을 사귀고 사랑을 나누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이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충동이 그 한 가지고, 또 한 가지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이며 독자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충동이다.”

 

자주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관심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스토는 “모든 인간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관심사도 필요로 한다”고 말합니다. 칼 구스타프 융은 인간의 본질적인 목적으로 자기실현을 제시하면서, 이것을 “살아 있는 존재의 선천적인 특징이 궁극적으로 실현된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관심사는 그 특징을 계발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이 수학에 빠진 계기는 11살 때 개인교사였던 친형과 함께 유클리드 기하학을 만난 것입니다. 훗날 그는 “이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이라 할 만 했고, 첫사랑만큼이나 눈부셨다. 나는 세상에 그처럼 멋진 것이 존재한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스토가 말하는 ‘관심사’는 일과 취미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일이든 취미이든 관심사와 사람은 서로를 투영합니다. 가령 같은 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뮤얼 버틀러는 “문학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건축이든, 사람의 일은 언제나 그 일을 한 사람을 꼭 닮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나란 존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의 역할 중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보다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무언가 유용한 일을 함으로써 자신을 만들어간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도 타당합니다.

 

일과 존재는 서로를 비춥니다. 이슬람의 수피교 전통에서 장인은 자기 일을 통해 스스로 수양을 쌓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즉, 자신이 다루는 재료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면서 작업하는 동안, 자신의 정신도 연마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의 대가는 그 일을 ‘보는 것을 자기의 마음 보듯이’ 할 수 있습니다. 그 일을 잘 할수록 스스로를 잘 알게 되고, 자신을 잘 알수록 그 일도 잘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잘하는 일이 없을수록 자존감의 기반이 허약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질수록 자신과 일을 보는 관점도 빈약해진다.

 

이렇게 외부 현실(재료)과 내면 세계(정신)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 결과는 외부적 성과로, 예를 들어 작가에게는 책으로, 요리사에게는 요리로, 사진가에게는 사진으로 드러납니다. 작품을 넘어 삶의 존재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예술은 곧 자신의 표현이고, 예술가에게 작품은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수단입니다. 관심사가 없으면 삶을 예술로 만들 수 있는 계기도 기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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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터니 스토 저, 이순영 역, 고독의 위로, 책읽는수요일,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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