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id: 깔리여신
  • 조회 수 4065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2년 8월 15일 14시 52분 등록
 

율리시스1, 2 두 번 읽기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성숙 옮김/ 동서문화사


저자에 대해서

<20세기 문학이야기>를 중심으로 (윌 듀랜트, 에이리얼 듀랜트 지음/ 이경수옮김)

   제임스 조이스는 그의 작품 속에서 좀처럼 그 수도를 떠나는 일이 없었지만 아일랜드를 떠났다. 그는 1882년 더블린의 교외에서 상냥하면서도 신앙심 깊은 어머니와 쾌활하면서도 불안정한 부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1904년 10월 조이스는 친구들한테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액수를 빌려서 더블린을 떠나 런던으로 향했다. 남모르게 그는 애인인 노라 바나클을 데리고 갔다. 그가 죽는 날까지 분노에 찬 인내와 명백한 정절로 그와 함께 살아갈 여인이다. (가톨릭의 온갖 성사에 화가 나서 그 뒤 27년이 되도록 그녀와 식을 올리지 않았다). 싸늘한  런던에서 그들은 희망에 차서 파리로 옮겨갔다. 노라를 공원 벤치에 남겨둔 채 조이스는 친구들을 찾아내어 그와 그의 배우자가 취리히의 약속된 직장에 갈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빌렸다. 거기에서 실망한 그들은 트리스테로 내려가서 나중에는 오스트리아 영토로 들어갔다.

   트리스테에서 보낸 그 고통스러운 세월(1904~14년0동안 학교와 가정에서 강의하는 틈틈이 조이스는 아일랜드의 인물들과 장면들의 스케치인 <더블린 사람들>과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에즈라 파운드의 주선으로 영국잡지 <에고이스트>에 처음 실렸다. 뉴욕에 있는 B.W. 휩시에 의해 단행본으로 만들어졌다.

  제 1차 세계대전이 트리스테에까지 이르자 제임스, 노라, 조지, 루시아 일가는 취리히로 이사했다. (1915년 6월)몇 명의 학생에게 개인교습을 하고 있기는 했으나 그들은 잠시동안 거의 빈곤한 상태였다. 그러나 곧이어 역사에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의 일련의 계속되는 은혜가운데서 한 가지 도움이 왓다. 7월에 예이츠는 조이스의 저작 중의 견본들을 에드먼스 고스에게 보냈다.

   1920년 7월에 조이스와 그의 가족은 파리에 1주일동안 머무르기 위해 갔다가 거기서 20년을 눌러 지내게 되었다. 파운드가 그들을 환영했으며 그들을 위해 아파트 한 채를 구해주었다. 조이스는 그 당시에 38세로서 껑충하고 비쩍 마르고 안경을 썼으며, 턱에는 한 무더기의 턱수염을 기르고 발에는 테니스화를 걸친 도발적이면서도 수줍어하는 사람이었다.

   <율리시스>의 원고는 방랑과 영고성쇠를 겪는 오디세우스와 겨루고 있었다. 1918년 2월 파운드는 앞부분 삽화 1장을 뉴욕에 있는 마가레트 앤더슨과 제인 히프에게 보냈다. 그들은 그것을 그들의 ,리틀 리뷰>지 3월호에 실었다. 1920년 악덕 예방협회가 외설물 간행죄로 <리틀 리뷰>지를 고소했고 워싱턴 스퀘어 서점에 대해서는 그 잡지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소한을 내렸다.

  그는 블룸의 하루를 7백35페이지로 늘임으로써 그리고 주요한 등장 인물들의 사건들이나 대화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면의 대화”혹은 말해지지 않은 속생각이나 감정들까지 기록함으로써 <오디세이아>의 저자를 능가했다. 이것은 최초의 수법은 아니지만, 의식의 흐름 수법에서 유일하고도 가장 두드러진 출현이다. 조이스는 에두아르 뒤자르뎅의 <월계수 꺾이다>에서 이 수법을 빌려왔다고 주장했다.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잉태하고 쓰고 발표하는데,  7년의 시간이 걸렸다. 13개월 뒤에 조이스는 <피네건의 경야>를 쓰기 시작했는데 <율리시스>보다 짧은 작품인데도 16년이나 걸렸다. 안질이 그를 지연시켰다. 그는 여섯 차례나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여러 달 동안은 거의 장님으로 지냈다. 그의 시력은 회복되긴 했지만 결코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했다.

  1923년 그의 사랑하는 딸 루시아가 미치기 시작햇다. 칼융은 맥락이 안 닿는 말들과 관념들을 결합시키는 작가의 광증이 더욱 격렬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그녀의 상태를 진단함으로서 작가의 광증이 더욱 격렬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 그녀의 상태를 진단함으로서 그녀의 부친을 노발대발하게 만들었다. 결국 조이스는 루시아를 요양원에 입원시켰다. 그가 술에 빠져드는 일이 너무 잦아지자 그의 아내는 두 번식이나 그에게서 떠났지만, 그녀는 이 무력한 광인을 사랑했으므로 그때마다 다시 돌아왔다.

  “나의 남편이 천재인가의 여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분과 비슷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라고 그의 아내는 말햇다. 허약하고 류머티즘에 걸려있고 좌골 신경에 고통을 겪으면서 교회와 국가를 상대로 싸우고 사전들을 훼손시키고 자기 딸이 미쳐가는 것을 보았기에 조이스가 거의 매일같이 집중적으로 작업하고 나서 거의 매일 밤잠을 이루기 위해 술을 마셨으리라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가 인생의 유일한 위안으로 글쓰기에 몰입했다거나 자기중심적이 되어 부끄러움 없이 재능에 의존했다는 것도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후대에 미칠 그의 재능이 그의 당대에 미칠 초고를 훨씬 능가할 것이라고 느길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그는 세상에 대해서 거만스러운 표정을 취했다. 보통 때는 우울하면서도 조용하던 그는 더할 나위없이 사소한 일에 불끈 성을 내는가 하면 느닷없이 신랄한 5행시나 억누르기 어려운 동음이의어를 내뱉기가 일쑤였다.

   그는 비교적 새로운 문학 예술을 제시했지만 새로운 철학이나 어떤 정치적 신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비코의 순환적인 역사관을 따라서 미래가 끊임없이 과거를 반복한다는 우울한 결론에 이르렀다.

  제 1차 세계대전과 마찬가지로 조이스를 도망자로 만들어버린 제 2차 세게대전에 의해 더욱 암울해졌다. 히틀러의 군대가 파리로 진주하자(1939년 12월0당황한 그의 가족은 셍게랑르퓌로 피난했으며 프랑스가 항복했을 때 취리히로 피난했다. 이러한 역사의 반복으로 기진맥진해지고 당혹한 조이스는 생에 대한 모든 관심을 상실했으며 죽음에 대한 하들의 저항도 내보이지 않았다.

1941년 1월 10일 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십이지장 궤양이었다. 수술도 그를 구출하지 못해서 1월 13일 그는 별세했다. 충실한 노라는 그보다 10년이나 더 살면서 “나의 불쌍한 짐”을 이상화시켰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와 결혼했었다”는 자랑스러운 확신으로 위로를 삼았다.


****의식의 흐름기법을 사용한 <율리시스>에 대한 연구들

  이 작품은 구역질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이스가 이 작품에 대한 제목을 찾아내느라고 골머리를 앓은 게 틀림없을 정도의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된 하나의 미로이다. 그는 드블린에서 하루를(1904년 6월 16일) 보내는 레오폴드블룸의 행적에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라틴어로는 율리시스)의 방랑과의 헐거운 유사성을 살피는 척함으로써 이 제목을 찾아냈다.

  조이스는 그의 서사시와 호메로스의 서사시 사이에서 그 밖의 유사성을 찾아내는 데 치기어린 쾌감을 누렸던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들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조이스는 정상적인 정신이 표현되지 않은 관념들, 감정들, 그리고 추억들을 논리나 문법이나 도덕적 억제와는 상관없이 묘사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현실을 사고의 혼돈으로 복구시켰으며, 사실주의 적 소설을 파괴시켰다기보다는 오히려 소설의 카메라를 시각적으로 혹은 청각적 세계뿐만 아니라 내면으로 돌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결과는 인물의 묘사에서 새로운 깊이와 넓이의 힘을 가져왓다.

조이스는 레오폴드 블룸의 신체나 용모나 의상이나 언사나 두드러진 특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그의 내밀한 동기들이나 잠정들이나 생각들을 엿듣게 함으로써 그의 개성을 드러냈다. 그 결과로 나타난 묘사는 영웅적은 못 되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하다.

 ,율리시스>에 나오는 인불들은 복잡한 뒤범벅이다. 즉 겉보기에는 허구적이지만 핵심인물들은 많은 사람들이 조이스 당대에 더블린에 살았던 사람들과 일치되었다. 어던 인물들은 분명이 익명이긴 하지만 너무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서 코스그래이브나 고가티와 같은 인물들은 그들의 새로운 명성에 분개했다. 이 작품이 나왔을 때 더블린 사람들은 “당신도 그 속에 등장했어?” 혹은 “당신은 안 나왔어”라고 서로 묻는 게 예사였다.

조이스는 더블린 술집에서 허풍떠는 농담들이나 파리의 레스토랑들에서의 국외추방자드의 냉소적인 농담에서 사랑의 심리학에 대한 부당한 강조를 따왔는지도 모른다.

조이스는 내가 좋아하는 두 명이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어디서 중단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는 그의 무자비하나 기억 속에 자리잡았던 역사, 문학, 외설, 그리고 신성한 의식의 거의 모든 단편을 <율리시즈>에 다 쏟아넣엇다. 여기서 그 밑에 갈려 있는 눈부신 것들은 하찮은 일들과 하찮은 사람들 사이의 씨알머리 없는 농담과 라틴어의 상투구들과 학자티를 내는 단편들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날카로움을 상실한 가시 돋친 말들과 죽은 더블린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미묘한 암시들이 우글거리는 둔덕들이다. 조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의미한 바를 놓고 교수들이 몇 세기 동안 입씨름을 벌이게 하기 위해서 나는 너무도 많은 신비한 요소들과 수수께끼들을 삽입시켰는데, 그것이아말로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율리시스>를 도와주었던 H.G. 웰즈는 이번에는 이렇게 질문을 했다.

 “이 재담들과 공상들과 섬광들을 적절히 감상하기 위해서 몇 천 시간의 개어있는 시간을 요구하는 조이스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조이스는 이러한 모든 불평들이 자기가 분명히 겨냥하는 것, 즉 하나의 꿈속에 나오는 관념들, 감정들, 행위들, 그리고 음절들의 일관성이 없는 게기들을 기록하려는 의도를 간과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인간 존재의 커다란 부분은 멀쩡하게 깨어있는 상태의 언어니ㅏ 명쾌하고 건조한 문법이나 진행하는 플롯의 구사로서 알기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나가 버리는 법이다.” 라고 주장했다.

<율리시스>가 깨어있는 하루 동안의 의식적인 정신의 기행들을 묘사했다면, <피네건의 경야>는 통제할 수 없는 공상들로 이루어진 하룻밤동안의 무의식적인 정신의 혼돈을 재현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조이스는 현대 도시의 생활풍경에 신화의 구조를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율리시스> 전체를 구상할 때 <오디세이아>에서 더욱 거슬러 올라가 신화의 원형이라 할 만한 것을 찬찬히 탐구하여 이를 자신의 구조로 만든 조이스의 지력과 상상력과 직감력 덕분이다. 그는 소박한 서사시의 원시적인 형태를 추정하여 그 치졸한 것을 고스란히 빌려와 더블린의 일상 이야기의 골격으로 삼았다.

아마도 조이스는 <황금가지>에 모여있는 풍부한 재료를 참조하면서 저 항해와 여행이야기 ,오디세이아>에 대해 계속 생각하여, 인류 서사시의 가장 기본적인 핵심은 무엇인가를 추구해 간 끝에 기어이 그것을 마음속에 그리는데 성공한 것이리라. 이 소설가는 무시무시한 통찰력으로 추정해 낸 서사시의 가장 소박한 형태에다가 제 고향의 현대 풍속을 입히고는 그것을 선(善)과 미(美)를 다한 언어로써 이야기한 것이다. (율리시스2/동서문화사 1233P)

***주인공 ‘블룸’에 대한 분석 및 의식의 흐름에 대해

블룸은 호감 가는 주인공이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성격이 칠칠치 못하고 저속하며 여자를 밝히고 제멋대로라는 그의 악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좋은 대인관계나 동물에게 친절한 태도나 평화주의 등과 같은 그의 미덕이, 말하자면 이 남자가 그 나름대로 지적이라는 조건 아래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며, 또한 그의 어중간하나마 확실히 존재하는 지성으로 말미암아 그의 온갖 고뇌 및 영혼의 문제가 독자들에게 보증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을 그렇게 훌륭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지성‘으로 파악하는 방식은 실로 씁쓸하면서도 주목할 가치가 있을 만큼 새롭다.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로운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바탕은 ‘의식의 흐름’이다. 처음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인물의 행동이나 대화 바로 뒤에 그의 독백이 이어진다. 이 독백은 스티븐 디댈로스의 경우에는 꽤 정신적이지만, 블룸의 경우에는 육감적이고 세속적이다. 이러한 문장법에 따라 어느 소설과 같은 외형 묘사가 아니라 내면묘사를 과감하게 많이 한 점이 이 작품의 특색이다. 이울러 이것이 이 소설을 읽기 힘들고 복잡하게 만드는 밑뿌리이다. (율리시스2/동서문화사 1236P)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문장들


에피소드 1 텔레마코스

*텔레마코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아들. 어머니와 함게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어머니 구혼자들의 횡포에 견디다 못해 아테네 여신의 인도를 받아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아 떠난다.


줄거리: <오디세이아> 제 1장에 해당하는 이 에피소드에는. 멀리건이 스티븐을 두고 ‘아버지를 찾는 노아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으러 나갈 운명을 지닌 텔레마코스의 출발이 암시된 장면이다. 그가 친아버지로부터 떨어져 유대인(블룸)을 아버지 자리에 둔 것은 조이스 자신의 상항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이스는 예이츠 등의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톨릭을 저버리고 스위스나 파리에 살면서 국제걱 작가로 활동했기 때문이다.(10P)


***고뇌가, 사랑의 고뇌라고는 말할 수 없는 고뇌가 그를 괴롭혔다. 죽은 뒤 말없이 꿈속에서 어머니는 그의 곁으로 왔다. 헐렁한 갈색 수의를 두른 그녀의 메마른 몸은 밀랍과 자단(紫檀)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에게로 덮쳐 오는, 말없이 나무라듯이 내쉬는 숨결에선 젖은 재 같은 희미한 냄새가 났다.(16P)

***그는 거울로 공중에 반원을 그리며 바다 위에서 번쩍 번쩍 춤추는 햇빛을 반사시켜 신호를 보냈다. 깨끗하게 면도한 입술이 비쭉거리며 웃자 하dis 치열 끝이 보였다. 그의 웃음은 튼튼하고 균형잡힌 온몸으로 퍼졌다. (18P)

***아침의 고요 속에서 숲의 그림자가 그가 발보고 있는 계단 꼭대기에서 바다 쪽으로 소리 없이 옮아갔다. 해변 근처에서 먼 바다에 걸쳐 거울 같았던 수면이 가벼운 바람의 발걸음으로 하얀 잔물결로 덮였다. 어두운 바다의 하얀가슴, 두 개씩 얽히는 강세 음질, 하프의 현을 타는 바람의 손이 두 개의 얽히는 화음을 하나로 섞는다. 하얀 파도머리에 깃든 말들이 어두운 조수에 희미하게 빛난다.

구름이 점차 태양을 가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덮어서 만에 그늘을 드리워, 녹색이 한층 진해졌다. 쓰디 쓴 담즙을 담은 그 그릇을 생각나게 하는 만을 향하여 지금 그는 등을 돌렸다. 퍼거스의 노래, 집에서 나는 혼자 그 노래를 불렀지. 길고 어두운 화음을 억누르듯이. 어머니의 방문은 열려 있었다.(24P)

***** 어머니의 비장의 물건들. 낡은 깃털부채, 사향(麝香)가루가 뿌려진 술장식 달린 댄스카드 묶음, 자물쇠를 채운 서랍에 넣어 둔 값싼 호박(琥珀)먹걸이, 어머니가 소녀였을 때 집 안의 햇볕 잘 드는 창에 매달았던 새장, 어머니는 로이스 노인이 <쾌걸 터코>에서 연기하며 노래하는 것을 듣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었다고 한다. (24P)

☆☆☆나는 죽음 후 무엇을 남기고 갈 수 있을까?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물건으로 나를 추억할 수 있을까?

***추억의 물건들과 함께 그녀는 자연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여러 가지 기억이 생각에 잠긴 그의 머리를 괴롭혔다. 어머니가 성체(聖體)를 배수할 때 부엌의 수도로부터 가져온 물 한 잔. 어두운 가을날 저녁, 어머니를 위해 속을 도려내고 갈색 설탕을 채워 난로 위에서 구운 사과. 아이들 셔츠에서 잡은 이를 눌러 찌푸려 피로 물들였던 어머니의 모양새 좋은 손톱.

꿈속에서 말없이 어머니는 그의 곁으로 왔다. 헐렁한 수의에 싸인 그녀의 황폐한 육체가 밀랍과 자단(紫檀)의 냄새를 풍겼다. 소리나지 않는 신비한 말로 그를 덮쳤던 그녀의 숨결, 젖은 재의 희미한 냄새.

나의 영혼을 뒤흔들고 굴복시키고 죽음 속에서 바라보는 어머니의 흐릿한 눈. 나 한 사람을 향하여 그녀의 괴로운 듯한 얼굴을 비추어 내는 죽음의 침대의 촛불.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위의 유령과 같은 빛. 모두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동안 어머니의 쉰 숨결이 크게 색색거렸다. 어머니는 어떻게 든 나를 무릎 꿇게 하려고 나를 바라보았다. ‘백합과 같은 참회자의 무리 그대를 둘러싸기를. 기쁨으로 노래하는 처녀들의 합창 그대를 맞이하기를. (24~25P)

☆☆☆아름다운 문장이다. 유려한 문체. 사물의 나열에 매혹당했다.

***아직 자기 영혼의 외침에 겁을 먹고 있던 스티븐은 따듯하게 흐르는 태양 빛 속에서 자기 바로 뒤에서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다. (25P)

***그는 노파가 하얀 우유를 됫박에 따라 주전자에 옮기는 것을 지켜보앗다. 할멈 탓이 아냐. 나이를 먹어 쪼그라든 젖꼭지, 노파는 다시 한 됫박과 약간의 덤을 따랐다. 정체 모를 늙은 여자가 지금 신비스럽게 아침 세계로부터 들어온 것이다. 아마 누군가가 보낸 전달자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우유를 따르면서 품질이 좋은 것이라고 자랑했다. 새벽에 녹색 들판에 나가 얌전한 암소 옆에 웅크리고서 주름투성이의 손가락으로 재빠르게 우유를 짠다. 독버섯에 걸터앉은 마녀인가. 소들은 낯익은 그녀 주위에 아서 운다. 이슬에 촉촉하게 젖은 비단 가은 소들이. 암소 속의 비단, 가난한 노파. 이것이 옛날에 그녀에게 주어진 이름이다. 헤매고 다니는 주름투성이의 노파. (30P)

***바람에 물결치는 바다와 같은 엷은 회색의 헤인즈의 눈. 아니 더 엷고 견고하고 신중한 헤인즈의 눈. 바다를 지배하는 자답게 그는 만(灣)너머 남쪽을 바라보았다. 빛나는 수평선에 희미하게 꼬리를 끄는 우편선 연기와 머글린 군도 옆을 파도를 헤쳐 지나가는 범선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36P)

***열두 번째 늑골이 없어. 나는 ‘초인’이야. 이빨 없는 킨치와 나는 초인이야.

각주)<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니체의 말이다. 멀리건은 열두 번째 늑골이 없으니 자기는 최초의 인간 아담이며 따라서 초인이라고 농을 던지고 있다.

☆☆☆문장 구석구석 박혀있는 단어와 문구들이 제임스의 박식함을 잘 드러내 준다. 그런데 구석구석 박혀있는 단어와 문장을 찾아내어 그 출처와 그 배경을 밝힌 번역자의 해박함과 노력에도 경의를 표한다.


에피소드2 네스토르

*네스토르: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군 명장

줄거리: 이 에피소드에 나오는 늙은 충고자 디지 씨는 <오디세이아>제 3장에 나오는 파일로스의 왕 네스토르에 해당한다. 네스토르는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 쪽에 가담한 가장 나이 많은 왕이다. 전쟁터에서는 별로  활약하지 않았지만 자기가 젊었을 때 세운 공적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참모격의 지혜자로서 오디세우스와 함께 중요한 인물이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찾으러 나섰을 때 맨 처음 이타카섬을 방문하여 네스토르에게 아버지의 소식을 묻는다. 네스토르는 오디세우스의 소식은 모르겟다고 말하고, 스파르타로 가서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에게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46P)


**** 기억의 신의 딸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 기억이 만들어 낸 대로가 아니라 해도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 다음에는 참을성을 잃은 한마디. 블레이크 특유의 방종의 날개짓. 나는 듣는다. 모든 공간의 파멸을, 유리가 쪼개지는 소리를, 무너지는 석조물을,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창백한 유일한 불꽃의 시간을,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남는가? (48P)

***방종이란 용서 받되 업신여김을 당하여, 마음씨 좋은 주인의 칭찬을 얻기 위해 아부하는 어릿광대에 지나지 않는다. (50P)

***아리스토텔레스의 문구가 지금 빠르게 암송되고 있는 시구 사이에 떠올랐다. 그리고 매일 밤, 파리의 죄악에서 내 몸을 지키기 위해 그가 읽은 성(聖) 조느비에브 도서관의 학구적인 침묵 속으로 그 문구는 떠돌면서 되돌아갔다.

내 주위에 있던 교양 있는, 또 교양을 쌓아가고 있는 두뇌, 백열등 아래에 핀에 찔려 꼼짝 못한 채 희미하게 더듬이를 움직이는 벌레처럼. 그리고 나의 마음의 어둠 속에는, 지옥의 나태(懶怠)가 의심 많게, 햇볕을 두려워하여, 용의 주름진 비늘을 떨고 있었다.

사고(思考)란 사고의 사고, 소리 없는 광명, 영혼이란 말하자면 존재하는 것의 모든 것이다. 영혼은 형상(形相)중의 형상. 갑작스러운, 광대한, 백열하는 정적. 그것이 형상 중의 형상이다.(52P)

****어머니의 사랑은 주격 소유격과 목적격 소유격이다. 묽은 피와 신맛이 나는 젖으로 그녀는 이 아이를 길렀고, 또 이 아이의 배내옷을 남의 눈으로부터 숨겼다.

그것은 이제 손을 뻗어 만져 보려고 해도 너무 멀어서 닿을 수가 없다. 나의 것은 멀고, 그의 것은 우리의 눈처럼 비밀이다. 두 마음의 어두운 궁전에 똑같이 침묵하는 돌과 같이 놓여 있는 비밀, 스스로의 학대에 지칠 대로 지친 비밀. 그 폭군은 스스로 폐위당하기를 바라고 있다. (56P)

☆☆☆나도 폐위당하고 싶다. 삶으로부터의 폐위는 죽음이겟지. 그러면 일상생활로부터 축출 내지는 폐위당하고 싶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성에 갇힌 공주처럼 책만 읽고 싶다.

***자네는 돈이 어떤 것인지 몰라. 돈은 힘이야. 자네도 나처럼 오래 살면 알게 돼. 젊었을 때 알았다면 좋았을 걸. (58P)

***그들의 움직임 둔한 둥근 눈이 그들의 몸짓과 다른 본심을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눈은 주위에 모이는 원한도 알고 있었다. 또 그들의 노력이 헛된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인내를 모아 쌓아도 헛된 일이다. 시간은 반드시 이들의 모든 것을 걷어찰 것이다. 길가에 쌍은 보물의 산더미, 약탈되어 남의 손에 들어간다. 그들의 눈은 방랑의 세월을 알고 또 참을성 있게 그들 인종의 수치를 알고 있었다. (64P)


***창조주의 길은 우리의 길과는 달라. 모든 역사는 하나의 큰 목표, 신의 현시(顯示)를 향해서 움직이고 있어. 디지씨가 말했다.(64P)


***나는 자네보다 행복하군. 우리 인류는 많은 과오, 많은 죄를 저질러 왔어. 한 명의 여자, 즉 이브가 이 세상에  죄를 가져온 이래. 평판만도 못한 한 명의 여자, 메넬라오스로부터 달아난 아내 헬레네 때문에 그리스인은 10년동안이나 트로이에서 사웠지. 한 명의 부실한 여자가 우리 땅에 낯선 사람을 끌어들였어. (65P)

****배우기 위해서는 겸손해야 해. 인생은 위대한 스승이야. (66P)


에피소드3 프로테우스

*프로테우스: 변신과 예언의 능력이 있는 바다의 신


줄거리: 이 에피소드는 텔레마코스가 메넬라오스와 헬레네를 만나 아버지의 소식을 묻는 <오디세이아> 제 4장에 해당한다. 메넬라오스와 헬레네는 트로이 전쟁 뒤 이집트에 표착했는데 예언을 듣기 위해 바다의 늙은 신 프로테우스를 사로잡는다. 프로테우스는 사자, 뱀, 표범, 늑대, 물, 나무 따위로 변신하여 달아나려고 하나, 결국 실패해 귀국 길을 가르쳐 준다. 이 에피소드의 추상적인 사고의 난해성은 파도 사이에서 모든 것으로 모습을 바꾼다는 프로테우스의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갖는 피할 수 없는 형식. 그 이상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나의 눈을 통해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여기에서 인정하는 모든 사물들의 특징, 물고기알, 해초, 다가오는 밀물, 낡은 장화와 같은. 파란 은색, 빨간 녹. 그것들은 색의 기호다. 투명도의 한정된 범위. 그러나 그(아리스토텔레스)는 덧붙인다. 형체를 이룬 것에 대하여. 그렇다면 그는 그것들이 색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이전에 물체로서의 그것들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형체가 있는 투명한 것의 한계. 왜 모양이 있는가? 투명, 불투명. 만약에 자네가 다섯 손가락을 통과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대문이 아니라고 해도 분명히 문이다. 눈을 감고 봐.

스티븐은 눈을 감고 장화가 해초나 조개들을 밟아 바스락거리고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 너는 어쨌든 그 속을 걷고 있다. 틀림없어. 한 번에 한 발자국씩. 공간의 극히 작은 구획(區劃)을 통한, 시간의 극히 짧은 사이를 . 다섯 걸음, 여섯 걸음. 차례대로 이어서. 맞아. 그리고 그것이 들리는 것들의 피할 수 없는 형식이다. (71p)

☆☆☆의식의 흐름의 기법에 의해서 쓰여 진 문장이다. 의식의 흐름의 기법에 의해 쓴 글을 발표한다는 것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원에서 영원으로 나아가는 불사(不死)의 배. 죄악의 자궁.

나 역시 곧 바로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죄의 암흑 속에 잉태되었다. (74p)

***두 사람은 꽉 껴안았다가 그리고 떨어졌다. 두 사람을 결합시킨 신의 의지에 따라서. 신은 오래전부터 나를 존재하게 하려했고 지금까지 아니 어쩌면 영원히 내 존재를 거두려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영원의 법칙’이 신과 함께 있으니까. 그러면 이것이 바로 성부(聖父)와 성자(聖子)의 동질성을 이루는 신성한 본질인가? (74p)

***녹색의 타원형 이파리 위에 네가 인정한 신의 현시(顯示)를, 그 심각한 체험을 쓴 책을, 만약에 네가 죽으면 알렉산드리아시를 포함해서 세계의 모든 큰 도서관에 보내지도록 되어 있는 너의 책을 떠올려. 어느 무함마드 학자인가 누군가가 수 천 년 뒤에 그것을 읽는다고 생각해 봐. 수억 년 뒤에. 피코 델마미란돌라(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철학자, 신학자)처럼. 그래, 그러고 보니 고래처럼 보이기도 하는군. 먼 옛날 사람의 그러한 기묘한 페이지를 읽을 때에는 자기가 이전에 그런 일을 한 자기와 함께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78p)

☆☆☆네가 죽으면 알렉산드리아시를 포함해서 세계의 모든 큰 도서관에 보내지도록 되어 있는 너의 책을 떠올려. - 지금 도립, 시립 등 여러 도서관에 있는 나의 책들이 언제까지 보관되고 있을까? 책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까?

***육지에는 어둡고 교활한 그물이 쳐져 있다. 그 저편에 분필로 낙서가 갈겨진 뒷문, 그리고 해안 높은 곳에는 셔츠 두 장이 십자가에 묶인 듯 널려있는 빨랫줄.(78p)

 

***** 바다, 모래, 호박돌 위에 황금의 빛이 비친다. 태양은 저쪽이다. 홀쭉한 나무들과 레몬 빛 집들.

  아침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파리. 그 레몬 빛 거리 위에 밝게 비치는 햇빛. 맛있는 빵과자. 청개구리 빛깔의 향쑥. 파리의 향기가 주위의 공기에 스며든다. 바람둥이가 자기 아내 애인의 아내 침대에서 일어나고 머릿수건을 쓴 마나님은 초산 접시를 손에 들고 움직이기 시작한다.(81p)


***총안(銃眼)에서 들어오는 빛줄기가 지금도 조용히 움직인다. 내 다리가 가라앉고 있는 것만큼이나 서서히, 해시계 바닥 위로, 석양 쪽으로, 기어가면서. 푸르스름한 땅거미, 내리는 밤, 깊은 청색 밤의 어둠. 어두운 거실에서 차려놓은 접시 그대로 내버려 둔 난잡한 식탁 곁에서 그 두 사람은 기다리고 있다. 뒤로 밀어 낸 그들의 의자, 오벨리스크처럼 거꾸로 선  나의 가방. 누가 그것을 치우지? 밀리건이 열쇠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밤이 되어도 저곳으로 돌아가지 않으리라.(84p)


****이 무거운 모래톱은 조수와 바람이 쌓아올린 하나의 언어이다. 그리고 저쪽에는 죽은 건축자가 상아올린 돌둑이, 족제비쥐들의 사육장이 되어 있는 암벽이 있다. 거기에 황금을 감춰라. 해보는 거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잖아. 모래와 돌. 과거의 추억으로 무거운 마음. 거운 라우트경의 장난감이다. 뺨을 얻어맞지 않도록 조심해. 나는 무서운 거인이야. (85p)


***조수가 달의 인력에 끌려 서쪽으로 흐른다. 여자의 몸 안으로 떠오르는 무수한 섬들, 밀려드는 조수, 그것은 피, 내 것은 아니다. 그것은 ‘포도주 빛깔의 바다’ 포도주처럼 어두운 바다다. 달의 지배를 받는 이 여자를 보라. 잠 속에서 물의 신호가 시간을 고하여 그녀를 깨운다. 그러나 나서 결혼의 침상, 출산의 침상, 창백한 유령의 빛 떠도는 죽음의 침상. 죽음이여, 모든 육체가 너에게 올 것이다. 죽음은 온다, 창백한 흡혈귀, 폭풍을 통해 보이는 그의 눈, 그의 박쥐들의 항해는 바다를 피로 물들이고 그의 입술은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다가간다. (90p)


***자 , 이것을 잊기 전에 기록해 두자. 나의 수첩에.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내미는 입술. 아니 입을 두 개 적어야겠어. 그것을 잘 붙여. ‘그녀의 입에 키스하려는 그의 입술’이리고 적어 둬.

그의 입술은 공기의 육체 없는 입술을 핥고 삼켰다. 그녀의 자궁에 가 닿는 입술. 자궁, 모든 것을 담는 무덤. 신의 입은 말없는 숨을 토해내면서 창조했다..... 이내 폭포와 같은 행성의 부르짖음이, 둥근 꼴을 이루고 불길을 뿜으면서 사라져 간다. (90p)


****몸을 굽히자 바위 위로 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바위 끝까지. 그림자는 왜 가장 먼 별까지 끝없이 이어지지 않을까? 별들은 이 빛의 매우 어두운 곳에 잇다. 빛 속에서 빛나는 어둠,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삼각주(三角洲)가 여러 세계가. 나는 여기에서 신의 점쟁이처럼 물푸레나무 지팡이를 가지고 앉아있다. 남에게서 빌린 신을 신고, 낮에는 창백한 바닷가에 아무도 보는 사람 없이, 보랏빛 밤이 되면 불길한 별의 지배 아래 돌아다닌다. 나는 내게서 나온 그림자, 피할 수 없는 인간의 형태를 띤 이 짧은 그림자를 던지고 또 그것을 불러들인다. 끝없이 어디까지나 그것은 나인가?

나의 형상의 형상인 그것은 ? 누가 나를 보고 있는가? 누가 어디에서 지금 내가 쓴 이 말들을 읽을 것인가? 하얀 종이 위의 기호를. 너의 가장 미묘한 목소리를 어디서, 누가. (91p)


***자네는 나의 말이 어둡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둠은 우리의 영혼 속에 잇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영혼은 우리가 저지른 죄로 인해 수치를 느끼고 상처 입어 한층 더 우리에게 달라붙는다. 여자가 애인에게 달라붙는 것처럼. 강하게, 더 한층 강하게. (91p)


****그녀는 나를 믿고 있다. 그녀의 상냥한 손, 속눈썹이 긴 눈. 그런데 나는 도대체 그녀를 베일 너머 어디로 데려가려는가? 피할 수 없는 눈에 보이는 것들의 피할 수 없는 형태 속으로. (91p)


***좋은 날씨야. 5월에 핀 곷만큼이나 반갑구먼. 그는 모자 챙 아래로 공작의 날깨 끝처럼 가늘게 떨리는 속눈섭 사이로 남쪽으로 가는 태양을 바라보앗다. 나는 이 불타는 정경에 사로잡혀 있다. 판 신의 시각, 목양신의 정오이다.(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신(牧神).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를 염두에 둔 표현.) 수액을 잔득 머금은 뱀처럼 구불구불한 나무들, 농익어 짓무른 열매, 황갈색 수면 위로 떠가는 고요한 잎사귀들.....고통은 멀리 있다. (92p)

☆☆☆목신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


이 님프들, 나는 그네들을 길이길이 살리고 싶구나.

                                          이리도 선연하니

그네들의 아련한 살빛, 무성한 잠으로 졸고 있는 

대기 속에 하늘거린다.

                                  내가 꿈을 사랑하였던가?


두텁게 쌓인 태고의 밤, 내 의혹은 무수한 실가지로

완성되어, 생시의 숲 그대로 남았으니,

아아! 나 홀로 의기양양 생각으로만

장미 밭의 유린을 즐겼더란 증거로구나......




더듬어 생각해보자......

                          혹여, 그대가 떠벌리는 여자들은


그대의 전설적인 육욕의 소망을 그림  그리는가!

목신이여, 환각은 더 정숙한 여자의 눈물 젖은 샘처럼,

푸르고 차가운 눈에서 솟아나온다.

그러나, 온통 숨결 가쁜 다른 여자는 그대 털 속의

뜨거운 대낮 바람처럼 대조적으로 말할 것인가?

아니다! 요지부동의 지친 목신으로

더위에 목이 졸려, 서늘한 아침은 발버둥치면서도

화음으로 축여지는  숲에 내 피리가 퍼붓는

물이 아니면 어느 물로도 속삭이지 않고, 메마른 빗속에

소리를 흩날리기 전에 유일한 바람은, 

주름 한 자락 움직이지 않는 지평선에서,

하늘로 되돌아가는 저 영감의

가시적이고 진정되고 인위적인 숨결이로다.


태양들에게 질세라 내 허영이 분탕질하는,

오 조용한 늪의 시칠리아 기슭,

명멸하다 불티들의 꽃아래 말없는 연안이여, 이야기하라.

"재능으로 길들이는 속빈 갈대를 내 여기서

꺾었을 때, 샘에 포도넝쿨을 바치는

먼 초원의 청록색 황금 위로,

휴식하는 짐들들의 하얀 빛이 물결을 이룬다고,

피리 소리 태어나는 느린 전주에

저 날아가는 백조의 떼들, 아니다. 수정의 떼들 도망친다고,

또는 물에 잠긴다고......"


                                    나른하게, 황갈색 시간에 만상이 타오르고


라음을 찾는 자가 소망하는 너무 많은 혼례가

무슨 재주로 한꺼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그때 나는 첫 열기에 깨어 일어나,

태고적 빛의 물결 아래, 우뚝 홀로 서며,

백합꽃들이여! 이 순진함으로 그대들 가운데 하나가 되련가.

아직 나직하게 믿을 수 없는 여자들을 믿게 하는 입맞춤,

그네들의 입술이 누설한 그 부드러운 공허와는 달리,

증거의 허물이 없는 내 순결한 가슴은

어느 고귀한 이빨에 말미암은 신비로운 상처를 증언한다.


그러나, 아서라! 이런 비의는 은밀한 이야기 상대로

속 너른 쌍둥이 갈대를 골랐으니 푸른 하늘 아래서 부는

갈대 피리는 뺨의 혼란을 저 자신에게 돌려,

한 자락 긴 독주 속에 꿈을 꾼다. 우리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바로 그것과 우리의 순박한 노래 사이

감쪽같은 혼동으로, 기쁘게 하는 꿈을,

내 감은 눈길로 따라가던 그 순결한 등이나

허리의 흔해빠진 몽상으로부터

한 줄리 낭랑하고 헛되고 단조로운 선을

사랑의 변주되는 것만큼 높이 사라지게 하는 꿈을.


 그러하니, 도피의 악기여, 오 얄궂은 피리

시링크스여, 부디 호수에 다시 꽃피어나, 날 기다려라!

나는, 내 소문을 뽐내며, 오랫동안 여신들을

말하련다. 우상 숭배의 그림을 그려, 

그네들의 그림자에서 다시  허리띠를 벗기련다.

이렇게, 포도 알알에서 그 빛을 빨고 나서,

내 거짓 시늉으로 회한을 흩뜨려 쫓아버리려고,

웃으며, 나는 빈 열매를 여름 하늘에 들어올리고,

그 빛 밝은 껍질에 숨결 불어넣으며, 도취를

갈망하여, 저녁이 올 떄까지 비쳐보노라.


오 님프들이여, 가지가지 추억으로 부풀어오르자.

"내 눈이, 골풀들을 뚫고 나가, 불후의 목덜미를 하나하나

쏘았더니, 제각기 숲의 하늘에 광란의 비명을 울리며,

그 타오르는 상처를 물결 속에 잠그는구나.

머리칼의 눈부신 목욕이 빛과 잔물결 소에

사라지는구나, 오 보석들이여!

나는 내닫는다. 내 발치에, 잠자는 여자들이(둘이라난

그 고통에서 맛본 나른함으로 기진하여)

그 아슬아슬한 팔만 두르고 서로 끌어안고 있을 때, 

나는 그네들을 덮쳐, 떼놓지도 않을 채, 후려안고,

변덕스런 그늘도 머물기를 마다하여 태양에

향기 모두 날려버리는 저 장미 덤불로 날아드니.

거기 우리의 장난은 불타버리는 대낮과 같을시고."

내 너를 찬미하노라, 오 처녀들의 분노여.

내 불의 입술을 피하여 미끼러지는 나신 그 성스런 짐의

오 사나운 환락이여, 한 줄기 번개가 전율하는가!

육체의 은밀한 공포를 내 입술은 마시니,

무정한 여자의 발끝부터, 수줍은 여자의 가슴까지,


순결이 단 한번에 단념하여, 미친 눈물에,

아니 덜 처량한 입김에 젖어드는구나.

"내 죄는, 믿지 못할 공포를 깨뜨리는 것이 즐거워,

신들이 그리 잘 얽어놓은 포옹의

저 헝클어진 숲을 갈랐다는 것,

그건 내가 단 한 여자의 행복한 굴곡 아래

타오르는 웃음을 감추려 하자마자 (단순한

손가락 하나로는, 얼굴도 붉히지 않는

순진한 동생을 붙들어 그 깃털 같은 순백이

붗붙는 제 언니의 흥분에 물들게 하고,)

어럼풋한 죽음으로 헐거워지는 내 팔에서,

여전히 나를 취하게 하던 울음도 아랑곳없이,

이 포로는 영영 보람도 없이 풀려 나갔기 때문."

어쩔 것인가! 다른 여자들이 내 이마의 뿔에

그네들의 머리타래를 묶어 나를 행복으로 이끌리라.

너는 알리라, 내 정념이여, 진홍빛으로 벌써 무르익은

석류는 알알이 터져 꿀벌들로 윙윙거리고,

그리고 우리의 피는, 저를 붙들려는 것에 반해,

욕망의 영원한 벌떼를 향해 흐른다.

이 숲이 황금빛으로 잿빛으로 물드는 시간에

불 꺼지는 나뭇잎들 속에서는 축제가 열광한다.

에트나 화산이여! 그대 안에 비너스가 찾아오

그데의 용암 위에 순박한 발꿈치를 옮겨놓을 때.

슬픈 잠이 벼락 치거나 블꽃이 시위어간다.

여왕을 내 끌어안노라!

                  

                              오 피할 수 없는 징벌.......     



                                                   아니다, 그러나, 말이 

                                  

비어 있는 마음과 무거워지는 이 육체는

대낮의 오만한 침묵에 뒤늦게 굴복한다.

단지 그것뿐, 독성의 말을 잊고 모래밭에 목말라 누워

잠들어야 할 것이며, 포도주의 효험을 지닌

태양을 향해 나는 얼마나 입 벌리고 싶은가!


한 쌍이여, 잘 있어라. 그림자 된 너의 그림자를  내 보러 가리라.



스테판 말라르메 <<시집>>중에서 황현산 옮김. 문학과 지성사


                                  

****바위 틈에서 나는 격렬한 물의 숨결. 바위의 잔에 물이 넘친다. 철벅, 철벅, 철벅하고 술통 안에서 술이 출렁이듯이 그러고 나서 물은 피곤해져 지껄이기를 그만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잔물결을 이루며 넓게 흐르고 웅덩이처럼 펼쳐진 꽃 같은 거품을 부글거린다.

솟구쳐 오르는 조수 아래로 시달림으로 고통받는 잡초들이 힘없이 머리를 들어올리고 느적느적 팔을 흔들고 그리고 또 은빛 잎줄기들이 물의 속삭임에 흔들리며 수줍은 듯 머리를 들어올리는 것을 그는 보았다. 밤으로, 낮으로, 들어올려지고, 물에 잠기고, 떨어진다. 신이여, 이들은 피곤합니다. 물의 속삭임을 들으며 탄식합니다. 성 암브로시우스(밀라노 주교)는 그것을 들었다. 구원의 대가 무르익는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해초와 파도의 탄식을. ‘밤이나 낮이나 그는 계속 슬퍼했다. 상처를 견디면서.’ 목적없이 모여들고 정처없이 풀려나고 흘러내리디가는 다시 돌아간다. 달무리. 음탕한 남자들의 시선에 권태를 느껴, 자신의 궁전에서서, 벌거벗은 채, 빛나는 여인. 그녀는 물의 그물을 당긴다.(93p)


***신은 사람이 되고, 사람은 물고기가 되고, 물고기는 흑기러기가 되어 깃털의 산을 이룬다. 내가 들이 마시는 죽은 자의 숨결, 죽은 자의 먼지를 밟고 모든 시체의 오줌 냄새 나는 살 찌꺼기를 게걸스럽게 먹는다. (94p)


제 2부

에피소드4 칼립소

*칼립소: 오디세우스를 사랑한 바다의 요정


줄거리: 이 에피소드는 부하를 모두 잃은 오디세우스가 오귀기에 섬에 표착하여 요정 칼립소의 사랑을 받으며 7년동안 머문다는 내용의 <오디세이아> 제 5장에 해당한다. 블룸의 아내 마리온은 본디 고국에 있는 페넬로페가 되어야겠지만 여기서는 오디세우스를 섬에 머물게 하는 칼립소 여신이다.


***미스터 레오폴드 블룸은 짐승이나 새의 내장을 즐겨 먹는다. 들큰한 거위 내장 수프, 호두맛이 나는 모래주머니, 속을 태워서 구운 심장, 빵가루를 입혀 튀긴 엷게 썬 간, 대구 알 소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양 콩팥 석쇠구이로 엷은 오줌냄새가 그의 미각을 미묘하게 자극해 준다. (102p)


****고양이는 대답으로 울었다....... 블룸은 신기한 듯이, 상냥하게, 그 유연한 검은 모습을 바라보앗다. 깨긋한 느낌. 매끈한 피부의 윤기, 고리 밑 부분에 보이는 흰 단추 모양의 엉덩이 구멍, 빛나는 초록빛 눈. 그는 양손으로 무릎을 짚고 고양이 쪽으로 몸을 숙였다.

-우유 먹고 싶니?

-냐웅!

고양이는 머리가 나쁘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고양이를 이해하는 것보다도 고양이가 우리 말을 더 잘 이해하는 법이다. 이 녀석은 자기가 이해하고 싶은 것은 모두 이해한다. 게다가 집념이 강하다. 나는 이 녀석에게 어떻게 보일까? 탑처럼 높을까? 아냐 이 녀석은 나에게 뛰어오를 수 있으니까.

고양이는 탐욕스러운, 부끄러운 듯한 눈을 깜박이면서 올려다보았다. 슬픈 듯이 그리고 길게 울고 흰 이를 드러내면서. 그는 고양이의 어두운 눈동자가 욕망 때문에 좁아지고 그 눈이 두 개의 녹색 구슬과 똑같아질 때가지 바라보았다. (102~103p)


****그 밝은 색 양복을 입고 갈 수도 없지. 소풍가는 느낌이 된다. 그가 행복한 온기속을 걸어가고 있을 때 그의 눈까풀은 몇 번이고 조용히 내려왔다. 볼랜드 가게의 빵 배달차는 그날그날의 빵을 쟁반에 담아 배달하지만 그녀는 전날 빵, 바삭바삭하는 껍질을 뜨겁게 구운 것을 좋아한다. 그것을 씹으면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동방 어딘가의 나라에서 아침 일찍, 날이 새자마자 출발해서 태양보다 앞서 여행하면 하루의 진행을 단축시킨다. 영원히 그것을 계속하면 이론적으로는 나이를 조금도 먹지 않는다. 해변 낯선 땅을 걸어 도시의 성문에 도착한다. 거기에 보초가 있다. 그 또한 나이든 졸병출신. 나이든 트위디와 똑같은  커다란 콧수염을 기른 사나이가 긴 창에 기대고 있다. 그곳의 차양을 친 도로를 걸어간다. 터번을 감은 얼굴이 지나간다. 어두운 동굴 같은 융단 가게들. 쾌걸 터코와 같은 사나이가 편히 앉아서 나선형으로 감은 물부리를 피우고 있다. 거리에는 상인들의 호객소리. 회향을 탄 물, 셔벗을 마신다. 온종일 헤매고 돌아다닌다. 도둑 한둘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것도 좋겠지. 걸어 다니다가 해가 진다. 기둥을 따라 이슬람 사원의 그림자, 감은 두루마리를 겨드랑이에 낀 사제들. 나무들이 몸을 떨고 잇다. 그것이 신호다. 신호, 저녁바람이다. 나는 지나간다. 저물어가는 금빛 하늘. 한 어머니가 집으로 불러들인다. 높은 벽, 그 저편에서 현악기의 소리가 울린다. 밤하늘의 달, 보라색. 몰리의 새로 맞춘 가터벨트의 색이다. 현의 울림. 들어 봐. 소녀가 그 현악기중 하나를 연주하고 있다. (106~107p)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 내려간 글이다. 너무 감각적이고 상상력에 매혹된다.


***지하 술 저장고 격자창으로부터 흑맥주 김빠진 냄새가 떠돌아왔다. 열린 입구에서 생강이나 차 가루, 비스킷의 찌꺼기 가루가 코를 찌르는 냄새를 풍기고 있다. (107p)


***그는 은빛 열기로 흐리게 보이는 소 떼를 바라보앗다. 은빛 가루가 붙은 올리브 나무. 아늑하고 긴 낮 동안 붉은 기가 섞인 진한 보라색으로 익어가면서. 올리브는 항아리 속에 담는다고 했던가?(112p)

☆☆☆이렇게 평범한 문장도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지금 너무 외롭기 때문이다.

***-윤회(輪廻)

-윤회라, 그는 중얼거리고 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영혼의 전생(轉生)이라는 뜻이지. (118p)


***영혼의 재생. 우리는 죽은 뒤에도 다른 육체 안에서 계속 살아가고, 이전에도 살아있었다는 거야. 이것을 영혼의 재생이라고 해. 우리는 모두 몇 천 년 이전의 지구나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었다는 거지. 다만 그 사실을 잊었을 뿐이라는 것인데, 자기 과거의 인생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어.

들큰한 크림이 그녀의 홍차 안에서 고리를 그리며 나선형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그 말을 생각나게 해 주어야지. 윤회. 구체적인 예를 드는 것이 좋아.

그는 페이지를 뒤로 넘겼다.

-윤회는 옛날 그리스인들이 썼던 말이야. 그들은 사람이, 예를 들어, 동물이나 나무로 변할 수가 있다고 믿었어. 이를 테면 님프 같은 것으로. 그는 말했다.(120p)


***가벼운 구토를 일으키는 후회의 마음이 점점 강해지면서 그의 등뼈를 따라 내려갔다. 일어날 건가? 일어날 거야. 막는다. 헛된 일이지. 움직일 수가 없다. 소녀의 달콤하고 가병운 입술. 그 입술에도 일어나겠지. 그는 척추를 흐르는 구토 기운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느겼다. 간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 키스를 받는 입술. 키스하면서 키스를 받는다. 폭신하게 달라붙은 여자의 입술. (123p)


에피소드 5 로터스 이터즈

* 로터스 이터즈: 로터스 열매를 먹고 황홀경에 빠져 세상일을 잊은 사람. 쾌락주의자.


줄거리: 이 소설의 기본적인 서술법은 ‘의식의 흐름’으로 조이스는 심리상의 이미지나 관념을 일어난 차례로 적어간다.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번거로운 방식이다. 그 구성은 본 것, 들은 것, 이야기한 것, 다음에 그에 따라 떠오른 추억이나 인상, 비판, 느낌 따위를 덧붙이는 식이다. 이 방법은 평범한 인간이 블룸의 마음속의 움직임을 그릴 때 충분한 작용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에피소드는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그리스 남부에서 아프라키의 튀니지 가까이에 표착해 로터스를 먹은 사람의 나라에 도착했을 때와 상응한다. 자기의 고향, 가정을 잊게 하는 여러 가지 사례가 이 에피소드의 핵심적인 주제이다. 이 에피소드 끝에, 탕에 들어가 있는 자기의 성기(性器)에서 연꽃을 떠올리는 대목이 그 상징이라고 한다. (130p)


***무척 덥다. 그의 오른손은 다시 한 번 천천히 애초의 자리로 돌아갔다. 엄선한 혼합차, 실론산(産) 최고품. 극동. 그 근처는 좋은 곳이겠지, 틀림없이. 지상낙원일까? 올라 탈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무겁게 보이는 잎, 선인장, 곷이 핀 목장, 뱀 덩굴 식물이라는 것이 있다. 정말로 그럴까? 감미로운 무위(無爲)의 생활. 햇볕이 닿는 곳에서 어슬렁거리는 실론섬 사람. 온종일 손도 까딱하지 않는다. 1년 6개월은 잠으로 보낸다. 너무 더워서 싸움도 하지 않는다. 풍토의 영향이다. 혼수병. 태만의 꽃. 공기가 가장 좋은 영양이 된다. 질소. 식물원의 온실. 신경초. 수련(垂蓮). 힘없이 늘어진 꽃잎. 공기 중에 수면병의 균이 있다. 안일하기 이를 데 없는 생활. (133p)


***사람들은 무게라고 말한다. 그 진짜 무게란 무엇인가? 1초마다, 1초마다 32피트인가. 낙하의 법칙, 1초마다. 1초마다. 모든 것은 땅 위로 떨어진다. 지구. 무게란 지구의 중력이다. (134p)


***중국의 100만 대중을 구하라. 어떤 방법으로 이교도인 중국 사람들을 설득할까? 종교보다도 아편 1온스 쪽이 더 나을 텐데. 하늘. 그들에게는 순전한 이단이지......그들의 신. 부처는 박물관에 누워있다. 뺨 아래에 손을 짚고 편안하게ㅔ. 선향이 피어오르고 그리스도 십자가와는 큰 차이이다. 가시면류관과 십자가. 좋은 발상이다. (146p)


***유월절 마조스와 같은 그런 종류의 방. 효모가 들어가지 않은 제사빵. 저 여자들을 봐. 덕택으로 그녀들은 행복한 기분이 되지 않았는가. 사탕과자. 천사들의 방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그 배후에는 훌륭한 생각이 숨어있다. 신의 왕국과 같은 것이 당신 안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처음으로 성체를 받는 사람들. 실은 한 무더기에 1페니의 속임수. 그것만으로 모두가 한 가족처럼, 같은 극장에 잇는 것처럼, 같은 기분이 된다. 그녀들은 느끼고 있다, 틀림없이. 별로 적적하지 않아요. 우리는 교단 안에 있어요. 그리하여 어느 정도 들뜬 기분으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우울한 기분이 사라진다.(147~1448p)

☆☆☆오늘날 종교가 없다면 심심해서 우울증에 걸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천국이나 천당은 나중 일이고 우선 무료함을 달래주는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신앙심을 고취하면서 고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신부, 목사, 스님 등등 많은 성직자들은 노력하고 있다. 그들이 사원 외에는 어떤 생각도 할 수 없게 말이다. 어떤 사회적 제도보다 더좋은 것이 종교적 장치이다.

***사물은, 만약에 당신이 그것을 진실로 믿는다면 존재하는 실체다.(148p)


***사제는 성배를 헹구고 있었다. 포도주. 포도주라는 것은 그들의 평소에 마시는 것, 즉 기네스의 흑맥주나 휘틀리제(製)의 더블린 흡주(酒)라든가. 캔트렐 앤드 코크런 상회의 진저 에일(향료가 든)같은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음료 따위를 마시는 것보다 훨씬 귀족적인 느낌이 든다. 신자들에게는 조금도 마시게 하지 않는다. 차려놓기 위한 포도주다. 단지 빵만 주지. 실속 없는 대접. 경건한 사기.(149p)

☆☆☆제임스 조이스도 포도주를 귀족적인 술이라고 생각한다. 소주보다 비싸고 막걸리보다 비싸고 맥주보다 비싸니 고급술인 것은 맞다. 고급적인 것은 귀족적이다. 맞는 말이다.

**** 생명의 흐름은 항상 흐르고 있다. 생명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밟아가는 곳이 생명의 모든 곳보다도 귀중한 것이다. 목욕을 즐겨야지. 우리가 밟아지는 곳이 생명의 모든 것보다도 귀중한 것이다. 목욕을 즐겨야지. 깨끗한 욕조. 상쾌한 에나멜. 잠잠한 미온탕의 흐름, 이것이 나의 몸이다. (156p)

***하얀 몸에 향기 나는 녹는 비누가 칠해지고 가볍게 씻긴 뒤 따듯한 탕의 자궁 속에서 마음껏 뻗은 창백한 알몸을 그는 떠올렸다. 그의 눈은 몸통을, 잔물결에 덮여 가볍게 위로 떠오른 노란 레몬빛 사지를, 육체의 싹인 배꼽을 보았다. 또 표류하는 울창한 숲의 서로 얽힌 곱슬 털, 무사한 자손의 뼈 없는 아버지 주위에 표류하는 털들, 시들어 떠도는 꽃을 보았다. (156p)


에피소드 6 하데스

*죽음과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


줄거리: 이 에피소드는 마녀 키르케의 자시에 따라 오디세우스가 예언을 듣기 위해 죽은 자들의 나라로 가는 <오디세이아> 제 11장에 해당한다. 오디세우스는 그곳 하데스에서 에언자 테레시아스를 만나, 태양신 헬리오스의 소를 잡아 먹지 않으면 고향이 갤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또 거기에서 아가멤논과 아킬레스, 돌아가신 어머니 등을 만난다. 죽음의 나라를 통과행야 미래가 열린다는 생각에는 고대인의 상징적인 사고방식이 담긴 듯하다. 즉 죽음을 의식함으로써 찾아오는 새로운 삶을, 죽은 자의 나라를 설정함으로써 이룩한 것이다. (158p)


***죽은 자가 눈을 뜰까 두려워서 슬리퍼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금살금 다닌다. 그러고 나서 시신을 손질하고 입관 준비를 하고. 몰리와 플레밍 여사가 관 내부를 정돈한다. (160p)


*** -자살하는 인간은 겁쟁이라고 하지 않나. 미스터 디댈러스가 말했다.

-우리 인간이 심판 할 일이 아냐.

아일랜드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것을 영아(嬰兒)살해와 마찬가지로 생각해서 조금도 동정하지 않는다. 그리스 교도로 매장하길 거부한다. 옛날에는 무덤에 넣은 뒤 자살자의 심장에 나무 말뚝을 박는 습관이 있었다. 그것이 아직 파기되지 않았다는 듯이. 그러나 이미 때늦어 뉘우치는 자살자도 있을 것이다. 강가에서 수초를 움켜쥔 채 죽은 사람이 발견된 적도 있으니.  (174p)

***이제 고통은 없다.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않는다. 아무도 소유하지 않는다. (175p)

*** -검찰 측에는 증거가 없었어. 미스터 파워가 말했다.

-정황 증거뿐이엇지. 그것이 법의 정신이야. 한 사람의 죄 없는 인간을 부당하게 처벌하는 것보다 99명의 범인을 놓치는 편이 낫다는 거지. 마틴 커닝엄이 말했다. (179p)

***그녀 마음 바닥에 있는 허영심. 모든 것이 그늘의 인간으로서 살게 된다. (183p)

☆☆☆허영심 때문에 그늘의 인간으로 살게 된다는 말인지 아니면 그녀는 허영심으로 가득 차있으며, 마음이 어두운 탓에 그늘의 인간으로 살게 된다는 말인지 명확한 뜻을 모르겠다.

***미스터 커넌은 장중하게 말했다.

-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이 말은 사람 마음의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말야.

-아마도 당신마음에는 스며들겠지. 하지만 세로 6피트, 가로 2피트의 관속에서 실국화에 발을 쑤셔 넣은 (죽은)사나이에게는 무슨 상관인가? 스며들 리가 없지. 애정의 자리, 상처를 입은 심장, 심장은 펌프다. 매일 부지런히 수천 갤런 혈액을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마개가 막히면 그것으로 끝. 이 근처에는 그런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폐, 심장, 간장, 낡아서 녹슨 펌프, 결국 그뿐이 아닌가. 부활이요 생명이다. 일단 죽은 자는 즉은 것이다. 자 마지막 심판이라는 생각. 모든 인간을 무덤 안으로부터 두들겨 깨운다. 나오라, 라자로여!  그는 다섯 번째에 나왔으므로. (189p)

☆☆☆공동묘지에는 심장의 마개가 막혀서 죽은 자들로 넘쳐난다. 매일 부지런히 일하는 심장을 위하여 축배의 잔이라도 들자!

****오세요, 하고 묘지에서 삽시다 하고. 그녀에게 매달린다. 처음에 여자는 스릴을 느낄지도 모른다. 죽음의 신과 연애하다니..... 여기에 내던져진 많은 죽은 자 위를 헤매는 밤의 그림자. 묘지가 하품할 때, 대니얼 오코널 동상이 어둠 세계의 거인으로 보일 때 무덤 그림자, 곧잘 그렇게 말한 것은 누구였지.

☆☆☆묘지의 하품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이 땅은 시신의 비료-뼈, 살, 손톱, 봉안당 따위로 비옥할 것이다. 으스스하군. 녹색이나 분홍색으로 변하면서 부패하고 있다. 습기 많은 땅에서는 빨리 썩는 법. 마른 노인은 더 오래 간다. (193p)

***흙 떨어지는 소리가 전보다도 사그러졌다. 망각의 시작. 눈에서 사라지면 마음에서도 사라진다.

☆☆☆육안에 의해 우리의 마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바르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묘지기 자신도 노인이다.  등을 굽히고 큰 가위로 자른다. 죽음의 문 가까이를. 죽은 자 곧 이 인생을 떠난 자. 그들은 마치 자신의 의지로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러나 떠밀린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죽은 것이다. 만약에 죽은 사람 각자가 자기의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지껄이기 시작하면 재미있을 것이다.......

☆☆☆등 떠밀려서 죽었으면 차라리 좋겠다. 자기의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말하라. 미화되고 각색되고 포장된 자기의 직업이 쏟아져 나오겠지.

****재는 재로. 그렇지 않으면 수장(水葬)으로 한다. 저 배화교의 침묵의 탑은 어디에 있엇지? 새가 쪼아먹게 한다. 흙과 불과 익사(溺死)가 가장 편하다고? 죽는 한 순간에 자기의 모든 생애가 눈에 떠오른다. 살아남는 일은 없다. 하지만 하늘에서 묻을 수는 없겠지. (203p)


에피소드 7 아이올로스

* 아이올로스: 바람의 신


줄거리: 이 에피소드의 중심 배경이 산문사여서, 여기의 글도 모두 신문기사풍이다. 크고 감각적인 제목에 문체는 짧고 간결하다.

이 에피소드는 오디세우스가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에 도착하여 거기에서 순풍을 받아 고향 이타카 근처까지 갔다가 부하의 철없는 행동으로 다시 처음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오디세이아> 제 10장에 해당한다. 여기서 신문이라는 저널리즘의 힘이 현대 사회의 바람이며, 키즈 가게 광고를 실으려는 블룸의 계획이 크로퍼드 편집장의 반대로 무산되는 것이 오디세우스가 고향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올 때 실망감을 나타낸다. (206p)


***죽음의 천사가 도살자를 죽이고, 그리고 그는 황소를 죽이고, 개는 고양이를 죽이고, 그 일을 잘 이해하기 전까지는 약간 터무니없게 들린다. 정의는 그것을 뜻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생물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결국 인생이다. 얼마나 빨리 일하는 사람인가. 자구 연습하다보면 아주 잘하게 된다. 손가락 끝으로 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218~219p)

☆☆☆인간, 인생을 이야기하다 식자공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율리시즈>는 읽기 힘들다. 제임스조이스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아닐까? 정신분열상태?

***착한 것이란 부패할 수 있다는 것. 만약에 절대로 착하거나 또는 착하지 않다면 그것은 부패할 수 없다는 것이 나에게 계시되었다. 어? 제기랄!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아닌가!


***궤변론자가 헬레네의 거만한 코를 꺾다.

스파르타인은 어금니를 간다.

이타카인들은 펜을 미인대표로 선출한다.

-나는 궤변 철학자 고르기아스의 제자인, 안티스테네스가 생각나. 그가 타인에 대해 더 신랄했는지 자신에 대해 더 신랄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는 군. 그는 귀족과 여자 노예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어. 책 한 권을 썼는데, 그 속에서 그는 미인의 전형으로 여겨진 그리스의 헬레네에게서 그 영예의 칭호를 거두어, 그것을 가엾은 페넬로페에게 주었지.

각주)처음에 율리시스는 헬레네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하여 페넬로페와 결혼했다. 페넬로페는 20년동안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257p)


에피소드 8 라이스트리곤들

* 라이스트리곤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거인들.


줄거리 : 이 에피소드는 오디세우스가 식인거인 라이스트리곤들의 섬에 도착한 <오디세이아> 제 10장에 상응한다. 식인거인들은 바위를 던져 배를 침몰시킨 뒤 오디세우스 부하들을 작살로 찍어 잡아먹는다. 오디세우스는 자기가 탄 배만은 항구 밖에 매어둔 덕에 위험을 피한다. 이것이 바로 버튼 식당의 묘사와 작을 이루는 장면이다.

☆☆☆제임스조이스의 위대한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국과 그 왕들의 이야기를 아주 평범한 서민의 이야기와 짝 지었다는 것이다. 성을 속으로 바꾸었다고나 할까. 귀족들을 대상으로 한 것에 대해 염증을 느낀 그 배경을 알고 싶다. 왕이 탄 배와 서민층이 이용하는 식당, 서로 줄긋기가 되는지 모르겠다.


*** 그의 미소는 걸어가는 동안에 사라지고 없었다. 짙은 구름이 조금씩 태양을 가려 트리니티 칼리지의 음울한 정면에 그늘을 드리웠다. 전차가 차례로 지나갔다. 가는 전차, 오는 전차. 딸랑딸랑 종을 울리면서. 사물은 똑같이 나아가고 있다. (284P)


****한 사람의 기한이 끝나면 다음 사람이 그 뒷자리에 앉는다. 그들은 황금으로 땅을 모조리 사버리고도 여전히 황금을 가지고 있다. 어딘가에서 속인다. 도시 속에 쌓였다가, 세월에 따라 닳아 없어진다. 모래 속 피라미드. 빵과 양파 위에 세워졌다. 노예들. 만리장성. 바빌론. 거대한 돌만이 남는다. 둥근 탑. 그 밖의 것은 쓰레기가 된다. 보기 흉하게 뻗어가는 교외 주택지, 날림 공사, 바람이 지은 커윈의 버섯집들. 하룻밤 피난처. (284P)


***도대체 시가 무엇인지도 몰라. 어느 정도는 정서에 젖어야 하니까.


‘꿈과 같은, 구름과 같은 갈매기는

고인 물 위에 흔들린다‘ (287P)


***먼 옛날부터의 여전한 동작이다. 가스, 그리고 고체, 그리고 지구, 그리고 냉각, 그리고 죽은 껍데기가 떠돌아다닌다. 마치 저 파인애플 맛이 나는 막대엿처럼 얼어붙은 바위가. 달. 초승달이 나와 있음에 틀림없어요하고 그녀는 말햇다. (288P)


***요란스러운 목소리. 태양으로 따뜻해진 비단. 덜그럭거리는 마구(馬具). 모두가 여자를 위한 거다. 가정도 주택도, 망과 같은 비단도, 은그릇, 자파에서 온 향기 진한 괴실도. 아젠다스 네타임 회사. 세계의 부(富)인가.

따뜻한 인체의 풍만함이 그의 머리를 점령했다. 그의 머리는 그것에 굴복했다. 포옹의 향기가 그의 온 몸을 공격했다. 막연하게 욕망하는 육체를 가지고 그는 말없이 열렬히 사랑을 강구했다. (290P)


***‘선택된 사람들 중에서 선택된 사람’. 상류 행세를 하고 싶어서 특별요리를 주문한다. 은자(隱者)는 콩만 먹고 고기의 자극을 억제한다. 나를 알고 싶으면 와서 함께 식사를 해. 왕실에서 즐겨먹는 철갑상어. (300P)


***불타는 듯한 포도주가 그의 입에서 머물다가 목으로 넘어갔다. 포도주 압축기에서 으깨지는 버건디 포도송이. 그것은 태양열이다. 비밀의 감촉에 닿아 나의 희미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300P)


***후각도 훨씬 예민할거야. 사방팔방 냄새가 모두 다발이 되어 한꺼번에 몰려든다. 거리마다 냄새가 다 다르다. 인간도 각자의. 게다가 봄, 여름, 여러 가지 냄새. 맛도 그럴까? 눈을 감은 채로 또는 코감기가 들었을 때 술을 맛 볼 수 없다고 한다. 냄새도 어둠 속에서 피우면 맛이 하나도 없다나.(309P)


에피소드 9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스킬라 : 큰 바위에 사는 머리가 여섯, 다리가 열둘 달린 여자 바다 괴물.

*카리브디스 :시칠리아 섬 먼 바다의 큰 소용돌이. 배를 삼킨다.

줄거리 : 이 에피소드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란 두 괴물 사이를 오디세우스가 배를 타고 빠져나오는 <오디세이아> 제 12장에 해당한다. 보일런을 피하여 도서관으로 들어오자 셰익스피어론이라는 문예학문의 무서운 소용돌이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를 블룸은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다.  (314P)


***고뇌의 바다를 향해서 무기를 든 망설이는 영혼은 실제의 인생에서 우리가 보는 것 같은 괴로운 위심 때문에 갈기갈기 찢긴다는 것입니다. (316P)


***쓰라린 사실에 맞닥뜨려 비탄에 잠기는 아름답지만 무력한 몽상가입니다. 저는 언제나 괴테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거시적 분석으로 보자면 진실이라고 말입니다. (316P)


***예술은 우리에게 사상, 즉 형태가 없는 정신적 본질을 깨우쳐 보여줘야 해. 예술 작품에 대한 최고의 문제는 그것이 어느 정도로 깊은 생명에서 발생했느냐에 있어. 구스타브 모로의 그림은 사상의 그림이야. 셜리의 가장 심오한 시나 햄릿의 말은 우리의 정신을 영원의 지혜, 플라톤 관념의 세계에 접촉하게 해주고 그 밖의 모든 것은 학생을 위한 학생의 사색에 지나지 않아. (318P)


***스콜라 학자들도 처음에는 학생이었죠. 아리스토텔레스도 한 때는 플라톤의 학생이었고요. (319P)


***저 모범생 아리스토텔레스는 자기 영혼이 죽은 뒤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왕자 햄릿의 사색을 플라톤의 사색과 마찬가지로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무의미하고 인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독백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스티븐이 말했다. (320P)


***현재와 여기에 집착하라. 거기를 통해서 모든 미래가 과거로 뛰어든다. (321P)


***프랑스는 말라르메에서 가장 정교한 퇴폐의 꽃을 피웠어. 그러나 바람직한 생활은 오직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만 깨우쳐 보여주는 거야. 예를 들어 호머의 파이아키아인들의 생활과 같은. (322P)


***유령이란 무엇입니까? 스티븐은 찌르는 듯한 투로 말했다. 죽음에 의해서, 부재(不在)에 의해서, 습관의 변화에 의해서, 무형으로까지 조락(凋落)한 것입니다. (324P)


***그는 일어나지도 않았던 일을 여기에서 깊이 생각한다. 만약에 카이사르가 예언자를 믿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살게 되었을까.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가능으로서의 가능의 가능성, 모르는 일. 여자들 사이에서 살 때 아킬레우스는 어떤 이름으로 불렸을까 따위.

***내 주위에는 관(棺)에 넣은 사상이 있다. 미라의 관에, 언어의 향유(香油)에 싸여서, 타후티(이집트의 신화에서 지혜의 신. 학술, 기예, 문자의 발명자)라는 도서관의 신, 새 모양의 신, 달의 관을 쓰고, 그리고 나는 이집트 대사제의 목소리를 들었다. 타일 북이 가득 찬 채색된 방에서. (334P)


***그 책들은 멈추어 있다. 한때는 사람들 머릿속에 살아 있었다. 멈추어 있다. 그러나 죽음의 갈망이 책 속에 숨어 있어서 내 귀에 애절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 소원을 풀어달라고 나를 다그친다. (334P)


***우리 또는 어머니인 다나(켈트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가 날마다 우리 육체를 짰다가 다시 풀듯이, 예술가는 자기 마음의 영상을 짜고 또 풉니다. 스티븐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육체가 연달아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져 가더라도 내 오른쪽 가슴에 있는 검은 점은 태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불안한 아버지라는 유령을 통해서 죽은 아들의 모습이 나타나지요.

상상력이 강력해진 순간에 정신이 타 버린 석탄처럼 되었을 때,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 아마도 미래에도 존재할지도 모르는 나의 모습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자매인 미래에, 나는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 대로의 나를 보게 될 겁니다. 미래에 있을 내 존재가 반영된 것으로서 말입니다. (336P)


***저 기묘한 것, 천재성을 가진 남자에게는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모든 체험의 기준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미지입니다. (338P)


***고르기아스의 제자 안티스테네스는 스티븐이 말했다. 그 안에서 영웅 20명이 잠잔 트로이 목마의 암말에 해당하는, 카리오스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아르고스 여인 헬레네로부터 아름다움의 상징인 종려를 거두어 불쌍한 페넬로페에게 주었습니다. 20년동안 셰익스피어는 런던에서 살았으며, 얼마 동안은 아일랜드 총독과 동일한 수입을 받았죠. 그의 생활은 윤택했습니다. 그의 예술은 월트 휘트먼이 말한 것처럼 봉건주의의 예술이기는 커녕 풍요의 예술입니다. 뜨거운 청어 파이, 녹색 원통꼴 잔에 든 에스파냐산 백포도주, 벌꿀이 든 소스, 장미꽃처럼 생긴 설탕과자, 마지팬, 구스베리를 쟁인 비둘기 요리, 링고 사탕, 윌터 롤리 경은 체포되었을 때 한 쌍의 호화로운 바지 걸이를 포함해서 몸에 50만 프랑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여자고리대금업자 엘리자 튜더는 시바여왕과 견줄 정도의 리넨속옷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년동안 세익스피어는 한쪽에서 부부애의 순결한 기쁨을, 다른 한쪽에서는 창부의 사랑과 그 사악한 쾌락 사이를 오갔습니다. (346~347P)


**** 가만 나는 아이를 뱄어. 내 머릿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어.  팔라스 아테나(그리스 신화. 지혜의 여신 팔라스 아테나는 아버지 주피터의 머리에서 태어났다고 한다.)가 있다. 연극! 연극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그것을 낳게 해 줘. (359P)


****진리는 중용에 있다. (366P)


***그는 자기 내면세계에서 가능한 것이 외계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만약 소크라테스가 자기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면 그는 문간 계단에 앉아 있는 그 현자(賢者, 자기자신)를 발견할 것입니다. 만약에 유다가 외출한다면 그의 발은 유다 자신의 집으로 향할 것입니다. 모든 인생은 며칠이고 끝없이 이어지는 많은 날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자기 내부를 통과할 때, 도둑이나 망령, 거인, 노인, 젊은이, 아낙네들, 과부들, 사랑하는 형제들을 만나지만 언제나 결국엔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367P)


***헤어져. 지금이 그 순간이다. 그럼 어디로? 오늘 소크라테스가 자기 집을 나가도, 오늘 밤 유다가 외출을 해도 왜? 내가 이윽고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할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so 의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그의 의지. 그 사이에 바다가.

한 남자가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머리를 숙이고 인사하면서. (374P)


에피소드 10 방황하는 바위들


줄거리 : 이 소설의 바탕을 이루는 묘사법인 ‘의식의 흐름’을 떠오르는 외면과 내면의 이미지를 일어나는 순서대로 적는 것이다. 따라서 일원적 묘사가 되어 중심인물의 의식만을 쫓게 되므로 자칫 단조로워지기 쉽다. 그러나 조이스는 이 에피소드에서 다원적인 동시성의 효과를 낸다. ‘의식의 흐름’에 더하여 다른 사건, 다른 의식의 흐름을 조합한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19개 장면이 오케스트라처럼 짜여있다.

이 에피소드는 오디세우스가 선택하지 않은 항로 방황하는 바위들의 바다에 상응한다. 오디세우스는 방황하는 바위들을 거쳐 갈지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통과할지 결정해야 했고, 결국 후자를 택한다. 블룸이 이 장면에 조금밖에 등장하지 않는 까닭은 오디세우스가 이 항로를 지나지 않았기 때문 일 것이다. (380P)


*** 콘미신부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그러나 지상 인류에게는 필요한 것이기도 한 음행(淫行)에 대해서 또 사람의 길과는 다른 하느님의 길에 대해서 생각했다. (388P)


***스티븐 디댈러스는 거미줄이 드리운 창을 통해 보석 세공사 손가락이 고풍스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유리창과 진열장에 낀 먼지. 섬세하게 움직이는 독수리 발톱 마냥 긴 손톱 밑에 새까맣게 낀 먼지. 청동과 은제 고리 위에, 붉은빛을 띤 주황빛 마름모꼴 메달 위에, 루비 위에, 적포도주 빛깔 돌 위에 잠들어있는 먼지. (412P)

☆☆☆ 은유적인 표현이 좋다.

****다들 나를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일까? 재빠르고, 아득하고, 대담한 눈빛. 내 마음의 그림자. (414P)


***마구(馬具)와 화려한 무늬를 햇빛에 빛내면서 의회거리를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말들 행렬은 그의 차갑고 쌀쌀맞은 시선을 받으며 명랑하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지나갔다. 앞장서서 안내하는 맨 앞쪽 말들에는 경호원이 타고 있었다. (421P)


에피소드 11 세이렌

*세이렌: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한 바다으 세 요정.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잡아먹기도 한다.

줄거리: 앞의 에피소드 10에서 장면 배열이 다원적이었던 데 비해 이 에피소드에선 음향이나 운율, 이미지 배열이 다원적이다. 시작 부분에 시와 같은 형식의 듯이 불분명한 짧은 문장들이 나열되는데 그것은 이 음악적인 에피소드 안에서 되풀이되는 악곡적 주제이다.

이 에피소드는 오디세우스가 세이렌 섬에 이르렀을 때인 <오디세이아> 제 12장과 상응한다. 사람을 홀려 목숨을 빼앗는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이겨내기 위해 오디세우스는 부하들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돛대에 묶인 채 그 노래를 들으면서 그곳을 통과한다. 블룸 또한 마사 클리퍼드에게 편지 쓰는데 열중하여 음악의 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433P)


***보일런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도 그를 보았다. 그는 두툼한 입술에 잔을 대고 그 진한 보라색 시럽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셨다. 그의 매료된 눈은 반질반질 빛나는 맥주 잔, 포도주 잔, 조개껍데기 따위가 놓인 금박 입힌 아치 선반 거울 속을 지나가는 그녀를 거울에 비친 좀더 밝은 빛 암갈색 머리와 조우하면서 미끄러지듯 거울 곁을 스쳐 카운터로 돌아가는 그녀 머리를 쫓았다. (453P)


***이제는 모두 가 허망하다지.

리치는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감미로운 요정의 중얼거림으로 시작하는 조용한 첫 가락. 한 마리 지빠귀새, 한 마리 개똥지빠귀새. 참새 울음소리 같은 감미로운 그의 숨결, 그가 자랑하는 보기 좋은 치아, 애처로운 고뇌를 휘파람으로 불었다. ‘허망하다’. 풍부한 소리. 두 화음이 하나로 합쳐진다. 내가 산사나무 골짜기에서 들었던 검은새 소리. 내가 흥얼거린 멜로디를 받아 그가 변주하여 노래한다. 아무리 새로운 외침이라도 결국 모두 사라지고 만다. 반향. 되돌아오는 소리는 얼마나 달콤한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제는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는 구슬프게 휘파람을 불었다. 붕괴, 항복, 상실을. (462P)


*** 내 마음에서 슬픔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실내 정적을 가로지르며 한 목소리가 노래했다. 빗소리도, 나뭇잎 속삭임도, 갈대소리도 아닌 또한 어떤 현악기 소리와도 다른 그 목소리는 그들이 그들 마음으로부터 그들 두 사람으로부터 그들이 듣기 시작했을 때에,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 멍하니 있는 리치와 폴디가 처음으로 아름다움에 감동받았을 때를,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때를, 그리고 뜻하지 않게 그녀의 최초의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말을 들었을 때를 떠올렷다. (464P)


***블룸. 따뜻하고 혼미한, 할짝거리는 은밀함의 물결이 음악으로 욕망으로 범람하며, 핥아대면서, 그 흐름을 어둡게 물들인다. 그녀를 간질이면서 그녀를 어루만지면서 그녀를 가볍게 두들기면서 그녀를 덮친다. (466P)


***그대 잃어버린 자여, 모든 노래 주제는 이거야. 블룸은 고무줄을 더욱더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잔인한 일인 것 같다. 남자와 여자를 서로 사랑하게 만들고, 유혹하고, 그러고는 서로 떼어놓는다. 죽음, 폭발. 머리를 한 대 때린다. 지옥에서 나와 또 다른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 그게 인간 삶이다. (470)


***지나치게 행복하면 금세 따분해진다. 그는 점점 더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럼 당신은 댁에서 행복하지 않아요? 툭! 고무줄이 끊어졌다. (470P)


***실제로 숫자다. 생각해 보면 모든 음악은 숫자다. 뮤즈의 수학이다. (471P)


****음악의 아름다움은 두 번은 들어야 비로소 안다. 자연과 여자는 한 번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신은 전원을 만드시고, 인간은 음악을 만들었다. 윤회. 철학. 횡설수설! (482P)


에피소드 12 키클롭스

*키클롭스 : 외눈박이 거인


줄거리 : 이 에피소드는 ,오디세이아> 제 9장 오디세우스가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 동굴에 갇힌 장면에 상응한다. 그 거인이 ‘시민’이며 키어넌 술집이 동굴이다. 오디세우스는 키클롭스 눈을 멀게 하고 배로 도망쳐 와서는 그 거인을 놀린다. 그러자 눈이 보이지 않는 거인은 산꼭대기 바위를 집어 배를 향해 던지지만 빗나간다. (494P)


***어둠 속에서 손이 펄럭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탄트라경전의 기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향했을 때 희미한 루비 빛깔 빛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에테르 형태의 분신을 이루더니,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머리 꼭대기와 얼굴에서 생명의 빛이 일어났다. 교감은 뇌하수체를 통해서 또 엉치뼈 부분과 복강신경총에서 나오는 오렌지색과 심홍색을 통해 이루어졌다. 천계(天界)에서의 그의 소재를 생전의 이름으로 질문 받자 그가 말하기를 지금은 프랄라야의 길목, 즉 돌아오는 여정 중에 있는데 아직은 위치가 낮은 영계(靈界)에서 경계를 넘어서면서 처음에 느꼈던 감정은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어두운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흐릿하게만 보였으나 경계를 넘어서고 나면 영혼의 궁극적인 진화 가능성이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답했다. (511P)


***그의 예비 신부가 얼굴을 붉히면서 초만원 관중석을 헤치고 돌진하여 이제 이 여자를 위해 영원의 세계로 떠나려는 남자의 탄탄한 가슴에 몸을 던졌을 때 감동은 절정, 초절정에 달햇다.....자신의 세례명으로 불리자 용기를 얻은 그녀는 그녀의 정열이 수의(囚衣) 품격을 훼손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의 몸 여기저기에 열정적으로 키스했다. 짠 눈물을 서로 섞으면서 그녀는 당신 추억을 소중히 하겠어요. 마치 클론터크 공원으로 헐링 게임하러 가는 사람처럼 콧노래를 부르면서 당당히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영웅적인 내 남자를 절대로 잊지 않겟다고 맹세했다. (522P)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 눈 안의 티는 봐도 자기 눈 안에 있는 들보는 못보지. (543P)


***규율이라는 것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아닐까? 내 말은 힘을 힘으로 누르려 하는 한,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일 거란 말이야.  (548P)


***** 하연 젖빛 돌고래가 그 수염을 흔들고 선미루에 선 키잡이는 배가 바람을 타도록 조정하여 좌현의 보조돛을 포함한 모든 돛이 바람에 잔득 부풀게 했다. 수많은 사랑스러운 님프들이 우현과 좌현으로 다가와 우아함이 넘치는 뱃전에 매달렸다. 솜씨 좋은 수레바퀴 장인이 바퀴 축에 똑같은 길이의 바퀴살들을 일정간격으로 끼우고, 이를 다시 외륜에 연결하듯이 님프들은 그들의 눈부신 형상을 나란히 잇대어 붙어서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를 얻기 위해 서둘러 연회 자리로 달려가는 사내들의 다리에 속도를 더해 주었다. 이들 즐거운 님프, 불사의 자매들은. 그리고 그녀들은 웃었다, 물거품의 고리 속에서 노닐며. 배는 파도를 가르며 경쾌하게 나아갔다. (564P)


에피소드 13 나우시카

*스케리아섬의 왕 알키노스의 달. 난파한 오디세우스를 구해준다.

줄거리 : 이 에피소드의 잔반은 이 소설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정통적인 묘사체로 쓰여 있다. 그것은 19세기 로맨틱한 연애소설 문체로 거티의 시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후반부는 블룸의 의식의 흐름 문체로 바뀐다. (573P)


에피소드 14 태양신의 황소들

줄거리 : 이 에피소드는 <오디세이아> 제 12장 오디세우스가 태양신 헬리오스의 섬인 트리나키아에 닿는 장면에 대응한다. 홀리스거리에 있는 혼 산부인과 병원은 헬리오스의 소를 뜻하는 듯하다. 혼(뿔)은 남성의 성기를, 트리나키아(삼각의 섬이란 뜻)는 그 모양으로 보아 여성의 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에피소드의 전반부는 여러 고전의 문체로 쓰였다. 이를 우리말로 정확히 번역하기란 어렵고 다만 고문 냄새를 풍김으로써 속어를 중심으로 쓰인 후반부와 대조시켜 보았다. (630~631)


***온갖 의미심장한 일들을 이해하면서도 저 외적인 화려함이 사실은 타락하가는 진창 같은 현실의 외양일 수 있음을 모른다거나 혹은 어떠한 자연의 혜택도 번식의 풍요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이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이 있다고는 상상할수 없기 때문이다. (633P)


***마법사들이 마훈드마법으로 바다모래와 공길ㄹ 사용해 거품을 부풀리듯 숨을 불어넣어 빚은 많은 그릇들이 있었도다. 그리고 탁자 위에는  그 누가 상을 차린다 해도 이보다 뛰어날 수 없을 만큼 더없이 풍성하고 훌륭한 진미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도다. (639P)


***그들이 칼데어산(産) 밀의 씨눈을 가지고 만든 혼합 가루 안에, 어떤 종류의 화를 잘 내는 악마를 몰아넣어 그 힘으로 이것을 거대한 산처럼 부풀린 일이었도다. (빵을 뜻한다. 칼데어는 고대 서남아시아의 한 지역) (639P)

☆☆☆ 빵 만드는 과정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 ‘시간의 폐허가 영원의 궁전을 세운다.’ 이는 무슨 뜻이겠소? 정욕의 바람은 가시나무를 휘몰아가나, 언젠가 그 가시나무 덤불에서 시간의 십자가 위에 핀 장미가 태어날 것이오.

말씀은 여자의 자궁에 깃들어 육신으로 화하나 생을 마치고 사라지는 육신은 조물주의 영(靈) 가운데서 다시 영원한 말씀으로 돌아간다오. 이것이 바로 ‘창조이후’라는 것이오. (645P)

각주)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두스는 이런 설교를 했다.

“이브는 상처를 받았으므로 가시덤불에 해당하고 마리아는 만인에 대한 사랑으로써 장미에 해당한다. 이브는 만인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가시덤불이고 마리아는 구원을 나타내는 장미이다”

그리고 단테의 <신곡> ‘천국편’ 제13곡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기나긴 겨울 동안 딱딱하게 굳어있던 가시나무가 때가 되자 장미꽃을 피우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니.”(645P)


***만물의 목적과 궁극이 어느 정도 그 발생과 기원에 일치하는 것처럼 탄생에서 성장으로 나아가는 저 똑같은 다양한 동일성이  동시에 퇴행적 변형에 의해 감소되고 풍화되어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이루나니, 이는 자연의 섭리에 부합하는 것이며, 태양 아래 존재하는 우리 또한 이러한 질서에서 예외일 수는 없는 법이로다. (650P)


***이 세상의 기쁨이라는 것은 얼마나 불순하고 불완전한가. 저주 받을 지어다. 하느님이 만약에 예견의 힘으로 나에게 늘 비옷을 지니고 다니도록 해 주셨다면 좋았을 것을! (665P)


****남편으로서의 그의 가슴속은 비밀의 저장고여서 그것을 밝은 곳으로 드러내자면 품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세월에 빛바랜 미녀의 음란한 도발은 몸을 망친 아내 대신에 그의 마음을 위로해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리의 새로운 주창자요 해악의 치유자인 이 사람은 고작 외국에서 온 나무 한 그루에 불과하다. (672P)


***인간 영혼의 나이는 몇 살일까. 인간의 영혼은 새로운 것이 가까이 오면 색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은 능력을 지닌 것으로 유쾌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에는 쾌활해지고 슬픔 사람과는 함께 슬퍼하는 것이므로 그 나이 또한 그 기분처럼 바뀌는 것이다. (676P)

☆☆☆영혼의 나이, 윤회하는 것은 영혼이므로 영혼의 나이는 너무나 많아서 없는 것이다. 기분이 변한다고 해서 영혼의 나이도 변하는 것일까?


***레오폴드가 그곳에 앉아 추억을 되씹으며 반추하고 있을 때 그는 이미 신문의 꼼꼼한 광고업자도 아니고 수액의 공채 소유자도 아니었다. 그는 젊은 레오폴드가 되었다. 추억의 질서 속에서 거울 속의 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이 나타난T다. 조숙하여 이미 어른 같은 모습으로 클랜브러실거리의 옛집에서 고등학교까지,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보리빵 한 덩어리가 든 가방을 탄약띠 모양으로 걸치고 추운 날 아침을 걸어가는 것이다. (676P)


***온갖 목소리들이 뒤엉켜 막연한 침묵 속에 뒤섞였다. 침묵, 그것은 무한한 공간이다. 그리고 영혼은 침묵한 채, 세대와 세대의 무한한 순환이 이루어지는 지상 위를 둥둥 떠돌아다닌다. 회색의 영혼이 깃든 기류는 넓은 회녹색의 목장까지 결코 내려오지 않고 그 어스름을 별의 영원한 이슬을 뿌리고 있다.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따라간다. 그녀들은 어스름의 환상이다. 그러나 예언자와 같은 우아한 모습, 날씬한 모양새 좋은 허리,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해 보이는 목, 온건하고 총명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들 슬픈 환영들은 사라져 갔다. 모든 게 사라졌다. (678P)


****또 예언하길, 우량아 출산법이 곧 일반적으로 채용될 것이며, 생활에서 우아한 모든 것, 즉 진정으로 좋은 음악, 기쁜 문학, 소박한 철학, 교육적인 회화, 비너스나 아폴로 같은 고대 조각의 석고 복제, 우량아의 예술적인 컬러 사진 따위에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임산부는 달이 찰 때까지 더없이 즐겁게 지내게 될 것이라 했다. (685P)


****출산도 사망도 다른 모든 진화 현상, 즉 조수 간만,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현상, 체온, 일반적인 질병 따위와 마찬가지로 요컨대 머나먼 별의 소멸에서부터 공원을 수놓는 무수한 꽃들 가운데 하나의 개화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거대한 일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수의 법칙에 따른다는 것이다. (686P)


***우리가 확신하듯이 자연이 행하는 모든 일에는 자연 그 자체의 훌륭하고도 강력한 이유가 있겠으나, 아마 그런 사망은 하나의 예측 법칙, 어떤 선행 법칙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686P)


***자신의 기억과는 무관한 어떤 풍경이 마치 장난스러운 아늑함이 담긴 말 한 마디에 과거가 되살아나듯이, 실제 그런 시절이 있었기라도 한 양 즉각적인 기쁨을 동반하며 이 관찰자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느 5월의 화창한 석양 무렵의 잘 깎인 잔디밭 위를 굴러가 이웃하는 공에 부딪쳐 내는 소리를 조용히 흘러감에 따라 가볍게 움직이는 회색 연못 근처에는 마찬가지로 향기로운 여성들이 무리지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689P)


*****그러나 번개가 치기 전에 밀집한 비구름이 지나친 습기 때문에 무거워져서, 팽창한 덩어리가 되어 뭉게뭉게 퍼져서, 하나의 거대한 잠 속에 잠 속에서 하늘과 땅을 잇고, 메마른 들판과 졸린 소와 시든 관목과 초록의 덤불에 내려와 이윽고 갑자기 섬광이 그 중심을 뚫고 천둥과 함께 소낙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바로 그와 같이 말 한 마디를 외치자 격렬한 변화가 일어났다.

버크술집! 하고 외치면서 우리의 스티븐 경이 뛰쳐나간다. (690P)


에피소드 15 키르케

*키르케 : 태양신 헬리오스의 달. 마법의 술을 먹여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둔갑시켰다.

줄거리 : 이 에피소드가 희곡체 내지는 시극이나 시나리오 형식으로 쓰인 점과 그 내용이 환상적이며 어마어마한 반항을 불러일으킬 일은 유명하다. 여기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고도 절묘하게 이어져 흐른다는 사실이다.

이 에피소드는 <오디세이아> 10장에서 오디세우스가 키르케 섬에 상륙한 장면에 해당한다.


***그는 깊은 동요를 느낀 듯 숨을 들이킨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공기를 질문을, 희망을, 그녀의 저녁 식사를 위한 돼지 족발을, 그녀에게 하려던 말을, 변명을, 욕망을 모두 삼켜 버린다. (726P)


***요란스럽게 차려입은 인형 같은 여자들이 싸구려 담배를 피우면서 불이 켜진 문이나 창문에 기대어 있다. 메스거우면서도 달콤한 담배 냄새가 타원형 소용돌이를 이루며 천천히 그가 있는 곳까지 흘러온다. (743P)


***영양들이 산 위에서 뛰놀며 풀을 뜯고 있다. 가까이에는 호수도 몇 개 모인다. 호수 주위에는 히말라야삼나무들의 시커먼 그림자가 늘어서 있다. 향기가 피어오른다. 강렬한 송진 냄새를 풍기는 무성한 수풀, 동쪽이 불탄다. 날아오르는 청동 독수리 떼가 사파이어색 하늘을 쪼개고 그 하늘 아래에 여인의 도시가 가로놓여 있다. 벌거벗은 채 희고 조용하고 시원하고 호사스럽게 담홍색 장미들에 둘러싸인 분수가 중얼거린다. 거대한 장미꽃들이 진홍색 포도송이에 관해 속닥속닥 이야기한다. 부정(不貞)과 육욕과 피의 술이 불가사의한 소리로 속삭이며 스며 나온다. (776P)


***눈에 눈물 한 방울이 솟는다. 모든 것이 미친 짓이에요. 애국심도, 죽은 자에 대한 애도도, 음악도, 민족의 미래도, 죽느냐 사느냐. 인생의 꿈은 끝났소. 편안하게 종말을 맞이하라. 다른 사람들은 살아남는게 좋겠지. (슬픈 듯이 먼 곳을 바라본다) 나는 파산했소. 바곳 알약 두 세알만 있엉도. 블라인드를 내리고 유서를 한 장. 그 다음에 누워서 쉬는 거요. (조용히 숨을 쉰다)지금까지. 충분히 살았소. 잘 지내요. 그럼 안녕. (806P)


***(초콜릿을 집어든다) 최음제인가? 쑥국화와 페니로열. 아 나 이거 샀지. 바닐라는 신경 안정제였던가? 그렇지 않으면 이거 술. 어지러운 빛은 기억조차도 혼란스럽게 만들지. 빨간색은 낭창(결핵성 피부병)에 효과적이야. 색깔은 여자의 성격을 좌우한다. 여자에게 성격이 있다면 말이지만. 이 옷의 검은색은 나를 슬프게 하는군. 먹고 즐거워하자. 내일을 위해. 음식 맛에도 영향을 주지, 연보라색은 하지만 꽤 오래됐어. 내가 새로운 기분이야. (845P)

***당신은 나를 잘라서 참나무와 금박으로 된 사진틀에 끼워 당신 부부의 침대 위에 걸어 두었지요. 어느 여름날 초저녁에 남몰래, 당신은 나의 몸 네군데에다 키스를 했습니다.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연필로 저의 눈과 가슴을 검게 칠했지요. (869P)


***블룸

나는 조숙했었죠. 청춘. 목양신(牧羊神)들. 나는 숲의 신에게 산 재물을 바쳤어요. 봄에 피는 곷, 짝짓기의 계절이었죠. 모세관의 인력은 자연 현상이에요. 아마색 머리의 로티 클라크가 밤 화장을 하는 것을, 완전히 닫지 않은 커튼 틈으로 돌아가신 아바의 오페라글라스로 엿본 적이 있어요. 그 음란한 여자는 야합(野合)의 특기였죠. (874P)

☆☆☆에피소드 15 ‘키르케’를 최고로 꼽기도 한다. 음란과 외설이 뒤섞인 이것이 왜 최고인지 잘 모르겠다.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솔직하게 기록했기 때문일까? 

  ‘블룸의 하루를 7백35페이지로 늘임으로써 그리고 주요한 등장 인물들의 사건들이나 대화뿐만 아니라 그들의 “내면의 대화”혹은 말해지지 않은 속생ㄱ가이나 감정들까지 기록함으로써 <오디세이아>의 저자를 능가했다.’ 고 윌 듀랜트는 적고 있다.


**** 조이와 스티븐이 더욱 유연하게 몸을 흔들면서 분방하게 춤을 춘다. 황혼의 시간들이 지상의 길 그림자 안으로부터 저마다 느릿느릿 나른한 눈을 하고, 뺨을 음탕하게 엷은 복숭아 색으로 물들이고 앞으로 나온다. 그들이 입은 검은 박쥐모양 소매가 달린 비단옷 자락이 미풍에 나부낀다. (909P)


***나의 중심점(重心點)이 움직였어요. 난 요령을 잊어버렸어요. 어디에 앉아서 충분히 이야기 좀 해 봅시다. 생존경쟁은 인생의 법칙입니다. (926P)




제 3부

에피소드 16 에우마이오스

*에우마이오스 : 오디세우스의 충직한 하인. 오디세우스가 20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주인의 돼지를 충실히 돌보았다.


줄거리 : <오디세이아> 13장에서 16장에 걸친 이야기가 이 에피소드에 해당한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늙은 거지의 모습으로 에우마이오스의 오두막을 찾아간다.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주인의 돼지를 충직하게 돌보던 에우마이오스는 오디세우스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극진히 대접한다. (956P)


***소리의 울림이라는 것은 속임수예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스티븐이 말했다. 이름과 같지요. 키케로는 포드모어, 나폴레옹은 미스터 굿바디. 예수는 미스터 도일, 셰익스피어도 머피만큼이나 평범한 이름이었어요. 이름 따위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973P)


***참으로 개탄스럽고 어리석다 할 만한 것은 우리가 그토록 찬양한느 이른바 오늘날의 사회라는 것이, 무엇보다 활력이 필요한 이 시기에 고작 1, 2 파운드의 돈이 아까워서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힐 기회를 마다하고 특히 결혼 이후엔 꼼짝없이 가정에 붙잡혀 사는 것을 상식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980P)


***그리 좋은 향기가 나지 않는 바다의 제방에 늘 앉아서 완젆 방심한 것처럼 바다를 바라보고 또 바다의 응시를 받으면서 어디선가 누군가가 노래한 것처럼 푸른 숲으로 새로운 목장으로 생각을 달리고 있는 모습이어서 도대체 왜 그럴까 하고 그는 의문을 품었던 것이다. (983P)


***가장 권위 있는 의견에 따르면 영혼은 단순한 실체이고 따라서 부패하는 일이 없습니다. 첫 번째 원인, 즉 신이 그것을 소멸시켜 버릴 가능성만 없다면 불멸의 것이겟지요. 하지만 제가 들은 바로는 영혼 멸망의 원인은 자발적 부패와 우발적 부패의 두 가지로 어느 것이나 신의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988P)


****나는 실속있는 음식물의 신봉자라네. 그 유일한 이유는 결코 배를 채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뭔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것을 먹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조건이기 대문이지. 자네는 좀더 실속있는 것을 먹게나. (990P)


***그의 눈이 아무리 졸음과 바닷바람에 부어있다 해도, 인생은 수없이 많은 두려운 사물과 우연으로 가득 차 있으므로 지금가지 그가 속 시원하게 나오는 대로 토해 낸 그 이야기도 엄밀하게 정확한 진실일 확률은 거의 없지만, 전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는 아닐 가능성도 있엇다. (990P)


***우리는 문제의 양면을 보아야 하네.  사물의 좋고 나쁨에 대해 절대적인 기준을 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 하지만 모든 점에서 개량의 여지가 있네. 하기야 어느 나라든 그에 상응하는 정부가 있고, 우리의 이 한심한 나라도 그렇지만, 모든 점에서 좀더 선의로 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서로 뛰어난 점을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서로에게 평등한 것도 좋지 않은가? 나는 어떤 형태이든 폭력이니 편협이니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네. 그런 것은 무언가를 낳을 힘도 무언가를 저지할 힘도 엇거든. 혁명도 정연하게 분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야만 하네. 바로 건너편의 뒷골목에 살면서 다른 사투리를 쓴다고 해서, 말하자면 이웃끼리 그런 일로 서로 미워하는 건 더없이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1001P)

***투쟁본능의 돌기(突起)인지 내분비선인지에 고여 있는 유해한 피를 일깨워놓고 그것을 개인의 존엄성과 애국심의 발로라고 믿는 것 같지만, 그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모든 것은 대부분 금전문제이며 모든 일의 배후에는 그것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질투에는 도무지 한계가 없으니까. (1002P)


***천국은 교구 사제들의 사기, 돈을 우려내기 위한 엉터리 구실이지. (1002P)


***커피라는 건 이름뿐인 음료를 앞에 두고 스티븐은 이 일반론의 개요를 듣는 동안 특별히 암 것도 보지는 않았다. 귀에는 물론 온갖 종류의 말이 들어와서는 오늘 아침 랑스엔드에서 본 게처럼 끊임없이 색깔을 바꾸고 있었다. 같은 모래땅에서도 색조는 장소에 따라 다 다르고 게들이 허둥지둥 기어드는 구멍 바로 아랫부분에 그들의 집이 있다고나 할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003P)


***다른 목표를 희생시킬 필요는 전혀 없으며 자기 자신을 확고하게 붙들고 있으면, 시간은 얼마든지 한 사람만의 문제일 뿐 가수로서의 경력에 방해ㅐ가 되거나 오점이 될 우려는 전혀없다. (1030P)


에피소드 17. 이타카

*그리스 서부 해안 앞바다 이오니아 제도의 한 섬. 오디세우스의 고향.

☆☆☆ 율리시즈 전체 중 가장 내 마음에 든다. 제임스 조이스의 박식함에 놀랐다. 그 박식함은 그의 연구와 공부에서 온 것 아닌가? 대단하다.


줄거리:  이 에피소드는 가톨릭 교리문답 형식으로 쓰였다. 교리문답이란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묻고 대답함으로서 논리적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문체는 딱딱하나 조이스 특유의 재기는 여전히 넘친다. (1034P)


***가는 길에 두 사람은 어떤 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는가?

음악, 문학, 아일랜드, 더블린, 파리, 우정, 여성, 매춘, 가스등 또는 아크등, 그리고 전등불빛이 주위 향일성(向日性)나무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 비에 젖은 쓰레기통, 로마 카톨릭교회, 성직자의 독신생활, 아일랜드국민, 예수회의 교육, 전문직, 의학공부, 지나간 오늘 하루, 안식일 전의 나쁜 영향, 스티븐의 졸도. (1035P)

☆☆☆길을 가면서 이렇게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 물을 사랑하고 물을 긷고 물을 운반하는 자 블룸은 화덕에 돌아오면서 물의 어떠한 속성을 찬미했는가?

물의 보편성, 물의 민주적인 평등성과 스스로 수평을 유지하고자 하는 본성에 대한 충실함. 메르카토르 투영도(네덜란드의 지리학자)에 나타난 바다의 그 드넓음. ...해안의 모든 지점을 차례차례 찾아오는 파도의 표면미립자의 끊임없는 동요. 그 단위 분자의 독립성. 바다의 다채로운 변화. 파도가 잔잔할 때의 그 흐르지 않고 머물러 있는 정지. 조금 및 한사리 때의 그 물의 운동의 팽창. 풍랑 뒤의 그 고요. 남극 및 북극 주변 빙모(冰帽)의 그 오랜 세월에 걸친 불변성. 암적황색 바다 밑바닥. 수백만 톤의 귀금속을 포함한 가용성 물질을 녹이고 그대로 유지하는 능력....... (1046P)


***어떠한 제한적인 배려가 그의 흥분을 누그러뜨렸는가?

모든 사건이 불러오는 결과의 의미는 방전현상(放電現像) 뒤에 들려오는 음향처럼 불확정한 것이며 해석하기 곤란하다는 것. (1051P)


***침묵의 울타리가 사라졌을 때 그들 부모는 저마다 어떠한 사람이라고 밝혀졌는가> (1059P)


***인물, 장소, 사물 따위에 관한 이러한 판단 결함들을 메울, 그녀 지식의 잘못된 균형을 바로잡은 것은 무엇이었는가?

구조적으로 증명되는 모든 저울의 모든 수직 지주가 나타내는 겉보기의 평행성. 실험적으로 증명되는 한 인물에 대해서 그녀가 나타내는 능숙한 판단력에 따른 평형작용. (1065P)


***스티븐은 어떠한 청각적인 인상을 받았는가?

그는 깊고 고풍스러운 사내다운, 귀에 익지 않은 선율에서 지난날 동안 차곡차곡 쌓인 것들을 들었다.(1069P)


***블룸은 어떠한 시각적 인상을 받았는가?

그는 날카롭고 젊고 사내다운 낯익은 모습에서 미래의 운명을 보았다. (1069P)


****스티븐의 주석을 간추려라. ☆☆☆ 숙명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이 더 낫겠다.

모든 사람 가운데 한 사람,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적은 한 사람이 숙명적인 희생자이다. 첫 번째는 부주의로, 두 번째는 일부러 그는 자신의 숙명에 도전한다. 숙명은 그가 고립되어 있을 때 찾아와서 마음이 내키지 않는 그를 건드려 희망과 청춘의 화신이 되어 저항없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것은 그를 낯선 집으로, 비밀스런 이교도의 은신처로 데려가서 무자비하게 희생시키지만, 그는 항의조차 하지 않는다. (1073P)


****왜 주인(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거스르지 않으려고 한)은 잠자코 있었는가?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서.


*****그의 이해부족을 위로해 준 것은 무엇이엇는가?

유능하지만 열쇠를 가지지 않은 시민으로서 그는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알고 있는 세계로 공허 속을 힘차게 전진해 왔었다는 것. (1080P)


****블룸은 상대방에게 여러 가지 별자리를 가르치면서 어떠한 명상을 전달했는가?

점점 확대되는 진화에 대한 명상. 달이 삭마월에는 가장 까가운 점에 와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지표에서 지구의 중심을 향해 5000피트 파내려간 원기둥형 수직축 바닥에 있는 관찰자라면 대낮에라도 식별할 수 있다는 무한한. 희게 흐리며 형광을 내는 비농축 은하에 대한 것.

죽어가는 별들, 그리고 1901년 의 신성처럼 태어나는 별들에 대한 것. 우리 태양계가 헤라클레스자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는 것. 이른바 항성의 시차이동. 곧 실제로 항성은 끊임없이 이동해서 무한히 먼 태고에서 무한이 먼 미래에 이르는 것으로 여기에 비하면 기껏해야 70년인 인간의 수명은 무한히 짧은 단막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1081P)


***반대로 점점 더 줄어드는 명상도 전달되었는가?

지구의 성층(成層)에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태고로부터의 지질시대에 대한 것. 지구의 빈 굴들이나 움직일 수 있는 돌 아래나, 벌집, 묘혈(墓穴)속에 숨어있는 헤아릴 수 없이 미세한 곤충학적 유기적 생물에 관한 것, 미생물, 세균, 박테리아, 바실루스, 정자에 대한 것, 하나으 바늘 끝에 분자적 친화 응집력으로 붙어있는 수만 수억 수조의 셀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에 대한 것.

인간의 혈액은 백혈구와 적혈구로 이루어진 별자리무리를 품은 작은 우주이며, 그 혈구 하나하나가 또 다른 구체의 별자리무리를 포함하는 공허한 우주공간이며, 그 구체 하나하나도 역시 작은 우주이므로 낱낱의 구성분자로 분할이 가능하며 분할된 구성분자는 다시 분할 가능한 낱낱의 구성분자로 분할되어 분자도 분모도 실제로 분할해 볼 필요도 없이 더욱 더 세분화되어, 이 과정을 어디까지나 길게 늘리면 마침내는 무한한 저편에서 무한히 무에 접근하리라는 것. (1081~1082P)


****어떤 별자리의 어떤 다양한 특색이 차례대로 고찰되는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행성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점과 가장 멀리 떨어진 점 사이에서 서로 은폐와 출현을 되풀이하는 타원궤도. 운석의 항성적(恒星的)기원. ...지나간 달은 새로운 달이라는 매달 일어나는 출혈 현상. 인체에 미치는 천체의 가정적 영향. (추측상)기원이 유사한(실재 또는 가정상의) 별. 일식 및 월식에서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의 여러 부수적인 현상, 공 바람의 침체, 그림자의 추이, 날개있는 것들의 침묵, 야행성 또는 땅거미 동물들의 출현, 지옥 같은 밝기의 지속, 바다 강 호수의 어둠, 인간들의 창백함. (1084)


****사실을 생각하고 착오의 가능성을 고려한 끝에 내린 그(블룸)의 논리적 결론은?

그것은 한그루 나무도, 하늘 동굴도, 하늘 동물도, 하늘 인간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유토피아이며, 이미 알고 있는 곳에서 아직 모르는 곳에 이르는 알려진 길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무한이며, 거기에 여러 천체를 그럴 듯하게 나란히 놓음으로써 유한으로 간주할 수 있으나, 천체의 수는 한 개라도 그 이상이라도 지장이 엇으며 크기는 같거나 같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것은 움직이는 착각적 형태의 한 무리로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 공기 중에서 다시 움직이게 된다. 그것은 하나의 과거이며, 미래의 관찰자들이 현존재로서 실재하기 전에 이미 하나의 현재로서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1084P)


***그 광경의 미적 가치에 대해서 그는 좀더 확신했는가?

의심할 바 없이. 왜냐하면 시인들이 자주 열광적으로 깊이 사랑하여 그리워하는 정신착란이나 실연의 나락에서 온정적인 여러 별자리나 지구를 둘러산 냉혹 무정한 위성에 호소한 전례가 있으므로.(1084P)


***달과 여성 사이에 어떤 특별한 친근성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는가?

끊어지지 않고 죽 이어지는 지구상의 모든 세대에 앞서 존재하고 그 나중까지 살아있는 그녀의 긴 수명. 밤동안 그녀의 우월함. 위성같은 그녀의 의존성. 그녀의 빛살 반사성. 솟았다가 가라앉고, 찼다가 기울어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면서도 시간을 지키는 그녀의 불변성. 그녀 용모의 강제작 불변성. 비긍정적 질문에 대한 그녀의 불확정적 응답. 조수 간만에 대한 그녀의 지배력. 매혹하고 번뇌케하고, 미화하고 미치게 해서 범죄를 일으키고 부추기는 그녀의 힘, 그녀 표정의 헤아릴 수 없는 평온함,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고립시키고 지배하고 집착하고 현혹하는 그녀의 무서움, 폭풍과 평온에 대한 그녀의 여러 전조. 그녀의 빛, 움직임, 존재가 주는 자극. 그녀의 분화구, 그녀의 메마른 바다, 그녀의 침묵이 주는 경고, 보일 때의 그녀의 빛남, 보이지 않을 때의 그녀의 매력. (1085P)


***눈에 보이는 그 빛나는 표지, 곧 램프를 통해 존재를 나타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 곧 마리온(몰리) 블룸의 수수께끼를 그는 어떻게 밝혔는가?

언어를 통한 직간접적 언급 및 단언으로. 억제된 애정과 찬탄으로. 묘사로. 더듬는 말로. 암시로.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침묵했는가?

그렇다. 그들의, 그의 것이 아닌 서로의 얼굴 살 속 두 겨울 안의 상대방을 바라보면서.(1086P)


****남으려는 구심적 인물은 어떻게 해서 밖으로 나오려는 원심적 인물에게 출구를 내주었는가?

녹슬어 껄끔거리는 남성형  열쇠의 축을 흔들리는 여성형 열쇠 구멍에 끼워 넣어 열쇠의 근본에 회전압력을 가하면서 선단의 돌기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리고 금속봉을 구멍으로부터 빼어, 낡아서 떨어지려는 문을 경련적으로 앞으로 당겨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부분을 드러내 보임으로써.(1087P)


***혼자서 블룸은 무엇을 들었는가?

하늘이 낳은 대지 위에서 멀어져 가는 발걸음의 이중 잔향(殘響)을, 그 공명하는 길에 울려 퍼지는 구금(口琴)의 이중 떨림을.


혼자서 블룸은 무엇을 느꼈는가?

별들 사이 공간의 차가움을, 어는 점 이하 수천 도 도는 화씨, 섭씨 및 열씨의 절대 0도를. 가까이 다가온 새벽의 맨 처음 징조를.(1088P)


***초기의 여러 현상을 그는 떠올렸는가?

생기 넘치는 대기, 멀리서 들려오는 아침에 수탉 오는 소리, 여러 지점 교회의 시계 종소리, 새들의 가락, 이른 아침 길 가는 이의 고독한 발걸음, 보이지 않는 광원의 볼 수 있는 빛의 확산, 지평선 위에서 나지막하게 깨달아 알 수 있는 부활한 태양의 최초 황금빛 활.(1089P)


****그 두 의자를 묘사하라.

하나는 속을 채운 땅딸막한 안락의자로, 튼튼한 팔걸이가 튀어나오고 등판은 뒤로 기울어져 있으나 어느 틈엔가 네모진 양탄자의 한 변이 헤어져서 말리고, 두툼하게 덧댄 바닥 중심 근처가 눈에 띄게 색이 변해 이제 천천히 주변 부위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윤기 흐르는 등나무로 짠 곡선투성이의 날씬한 나지막한 의자로, 전자의 바로 맞은 편에 놓여 있었으며, 뻬대는 머리에서부터 밑자리까지 밑자리로부터 다리에 이르기가지 암갈색 니스로 칠해져 있었고, 눈부실 정도로 흰바닥은 골풀을 동그랗게 짠 것이었다. (1090P)


***어떠한 주제의 지적 연구가 동시에 가능한가?

스냅 사진술, 비교종교학, 호색적이고 미신적인 여러 관습에 관한 민속학, 천체의 별자리에 대한 명상. (1100P)


***가벼운 오락으로는?

실외에서 원예및 밭일, 자갈을 깐 평탄한 인도에서의 자전거 타기, 알맞은 높이의 등산, 사람이 사는 곳에서 떨어진, 방해꾼 엇는 깨끗한 냇가에서 헤엄치기, 바닥이 평평한 안전한 나룻배나 작은 닻이 달린 돛배로 둑이나 급류가 없는 수역을 마음대로 저으며 다니기(여름철에). 일몰 때 도보산책 또는 말을 타고 돌아보며 황량한 풍경이나 그와는 대조적인 아늑한 농가의 이탄(泥炭)연기 등 관찰하기(겨울철에).  실내에서는 따뜻하고 편안하게 앉아 미해결로 남아있는 역사나 범죄의 여러 문제에 대한 토론, 외국의 호색문학 무삭제판 탐독, 쇠망치, 송곳, 못, 나사못, 압정, 족집게, 대패 및 드라이버를 넣은 도구 상자를 옆에 놓고 하는 가정 목공일. (1100P)


***그는 무엇을 두려워했는가?

대뇌의 주름 벽속에 위치해 있으며, 측정이 불가능한 절대의 지역인 이성의 빛이 착란을 일으켜 잠자는 중에 살인 또는 자살 행위를 저지르는 일.(1106P)


****그가 늘 마지막으로 깊이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뭔가, 다른 것과는 절대 비교되지 않는 광고. 지나가는 사람이 놀라서 결음을 멈출 정도의 참신한 포스터로,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없애고 가장 단순하고 가장 효과적인 말로 요약하여 힐끗만 보아도 한눈에 완전히 파악할 수 있어서 현대 생활의 속도에 알맞은 것.(1106P)


***시간은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으로부터 이 이주에 대한 기억을 똑같이, 그러나 서로 다른 방법으로 지웠는가?

이야기하는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고 마취제를 복용함에 따라, 듣는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고 이상 쾌락행위를 경험함에 따라. (1112P)


***어떠한 사정을 고려할 때 떠나는 것이 아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는가?

끝없는 동거생활을 개인적 결함에 대해 서로 배려하는 것을 방해한다. 멋대로 하는 쇼핑 습관이 차차 조장된다. 구속(拘束)의 영구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머물러야 한다.


***어떠한 사정을 고려할 때 떠나는 것이 합리적인가?

당사자들이 결합해서 낳고 또 불린 것이지만, 그 결과 태어난 자손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 당사자들이 만일 이별한 상태로 있으면 낳고 늘리기 위한 결합을 재개해야 하지만 이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재결합으로 결합 때와 마찬가지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 요구되었어도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1113P)


****어떠한 사정을 고려할 때 떠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일반적인 채색지도 또는 축척과 영선(營繕)을 쓴 특수한 육자측량도에 나타난 아일랜드 및 해외의 풍경이 매력적인 여러 지방들. (1113P)


****아일랜드에서는? 

모허호의 절벽, 바람이 불어 닥치는 코네마라의 황야, 옛 도시가 함몰석으로 변하고 있는 네호(湖), 거인의 둑길, 캠든 요새 및 칼라일 요새, 티퍼래리의 황금 골짜기, 애런 군도, 미스 주(州)에 있는 왕실령, 목장 지대, 칼데어주의 브리지드 느릅나무, 벨파스트시의 퀸스 아일랜드 조선소, 연어의 여울, 칼라니의 호수.(1113~1114P)


***무엇에 인도되어, 무슨 신호를 따라?

바다에서는 북쪽에서 밤에 떠오르는 북극성으로. 이것은 큰곰자리의 베타별에서 알파별로 지선을 연장하여 오메가별에서 바깥쪽으로 분할해 가는 거점이나, 알파별, 오메가별을 잇는 선과 큰곤자리의 알파별과 델타별을 맺는 선에 따라 형성되는 직각삼각형의 사변과의 교점(交點)에 위치한다. 육지에서는 남쪽에서 뜨는 달, 그것은 거리를 배회하는 육감적인 여인의 부주의 한 치마 뒤쪽에 살짝 벌어진 틈을 통해, 끊임없이 불오나전하게 변모하며 드러나는 쌍구체의 달이다. 그리고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1114P)

 

 

***어떤 귀여운 소년에게 돈이라도 주어서 그 짓을 시킨다면 몰라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거든 젊은이들은 나를 무척 좋아해 만약에 젊은 남자와 둘이서 마주하게 된다면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 주겠어 가터벨트가 있는 곳까지 보여주고 유혹하는 거야 뺨에는 솜털이 보숭보송하고 몇 시간이고 손장난만 할 그런 소년들이 어떻게 느끼는 지 나는 알아(1134P)


***사제하고는 그래요 네 하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유대 회당 마당에서 뜨개질을 할 대 내 옆에 앉아있던 어딘가의 주임사제인지  주교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그이에게도 제대로 이야기를 해 두었으니까....그를 부추켜서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했더니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은 누군지 말해봐요 누구의 일을 생각하고 있지 그 사람 이름은 뭐지요 독일의 황제인가 그렇다면 나를 황제라고 상상하면서 황제의 일을 생각해 봐요 라고 말했지 하지만 그가 나를 창녀 취급한다는 것을 알았어 누가 창녀 노릇을 한 대 (1135P)


*** 저런 나이가 되면 그이(블룸)도 그것은 그만두는 게 좋아 여자를 파멸시킬 뿐 만족 따윈 없으니까 그 사람이 끝날 때까지 마음에 드는 척하고 그러고 나서 어쨌든 나도 끝내는 거야 그러면 입술까지 새파래지지 어쨌든 그것은 모두 끝난 셈이야(보일런과의 정사)(1135P)


*** 나는 가끔 누구라도 좋으니 곁에 있는 남자가 나를 붙잡아 팔에 껴안고 키스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길고 열렬한 키스만큼 황홀한 게 또 있을까 그것은 영혼의 바닥가지 마비시킬 정도지 (1135P)


*** 사제복을입은 사람들이 나를 안아주엇으면 교황처럼 향냄새가 나지 그리고 결혼하다고 해도 사제라고 하면 위험한 일이 없어 저쪽에서도 스스로 조심할 테고 게다가 교황폐하께 무언가를 바치면 그것으로 죄는 없어질테고(1136P)


****나는 기분이 좋고 피곤했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어선 이내 푹 잠들고 말았지. 그 천둥이 마치 이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울려 퍼져서 나의 잠을 깨울때까지 하느님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 우리를 벌 주기 위해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 그때 나는 성호를 긋고 <성모송>을 외웠어. 그 천둥은 마치 저 무서운 지브롤터의 천둥 같았지 하지만 세상사람들은 하느님 같은 건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거야. 저렇게 다아한다면 결코 견딜 수 는 없을거야. 기껏해야 참회의 기도나 외우겠지.(1136P)

☆☆☆ 에피쿠로스는 인간들을 벌주거나 상주기 위해 고뇌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아니 신은 없다고 했다. 신의 공포에서 벗어나라고 했다.

 

 

에피소드 18 페넬로페

*페넬로페: 정절을 지킨 오디세우스의 아내.


줄거리: 이 작품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장식하는 것은 마리온의 비몽사몽간의 긴 몽상이다. 마리온은 자면서도 남편이며 하녀며 보일런이며 지브롤터에서의 생활이며 소녀때 사건이며, 첫사랑에 대한 일이며, 따위를 뒤죽박죽 몽상한다.

그녀의 생각 속에서, 남성을 가리키는 ‘그;란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뒤섞여 있다. 그녀는 블룸 안에 자신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가해서 내심 그를 존경한다.

이 에피소드는 구두점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오히려 이 자체가 하나의 큰 마침표이다. 비로소 전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퍼즐 조각처럼, 이제껏 스티븐과 블룸을 통해 그려졌던 모든 것이 이 마리온의 심리를 통해 종합, 대치되기 때문이다. 지난 에피소드들을 꿰어주는 이 끈이 흥미롭다. (1130P)



***내가 5월의 축제를 위해 그날 저녁에 화이트 프라이어스거리의 성당에서 촛불을 켜 올린 일이 분명히 행운을 가져온 것 아니겠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이는 놀려대겠지만 그것은 그이가 교회의 미사나 기도에는 한 번도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리고 하는 말의 너의 영혼 같은 건 없어 안에는 회색의 물질이 있을 뿐이야 하지만 영혼을 갖는 게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지(1136~1137P)

☆☆☆인간은 작은 것을 하고서도 뭔가를 바라고 있다. 신에게 촛불을 켰다고 해서 신이 축복해 줄까? 그런데 영혼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선한 마음을 가지는 것, 나보다 너를 더 생각하는 마음, 그런 것일까?


***최초의 사회주의자는 하느님이라고 그이는 말햇지. 그이는 나를 완전히 말로 구워삶았기 때문에 나는 그이를 화나게 할 수도 없었어 그이는 잡학(雜學)의 대가야(1138P)


***그 이는 매일 아침 편지를 쓰고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도 보냇어. 나는 그 이의 연애 방식을 좋아햇지. 그 무렵 그이는 여자를 손에 넣는 방법을 알고 있었어 내가 8일생이라서 그이가 커다란  양귀비꽃 여덟송이를 보내 왔을 때 그때부터 나는 편지를 썼지(1144P)


****그가 입고 있는 신사복은 좋은 천이었어. 그리고 파란색 자수가 놓인 센스 있는 넥타이와 양말 그리고 양복의 모양 그리고 무거운 시계를 보아도 그이 형편이 괜찮다는 걸 알 수가 있어 그이가 최종판 신문을 들고 마권을 찢고 욕지거리를 하면서 들어왔을 때 얼마동안 너무 화를 내서 어쩔 도리가 엇었어. 그것은 인기없는 그 말이 이겨서 그가 20파운드를 손해봤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반은 레너헌이 부추기는 바람에 나를 위해 걸었다고 하면서 그 녀석 지옥에나 덜어지라고 뇌까리고 있었어. 저 기생충 같은 러네헌은 글렌크리 감화원의 만찬회가 끝난 다음 머나먼 길을 마차로 타고 흔들리며 되돌아갈 때 깃털이 불산을 넘어서 나한테 꽤 추잡스런 짓을 했었지 게다가 시장님은 시장님대로 은근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 디저트로 호두를 이빨로 깨물 때 나는 외도(外道)의 거장을 처음으로 알아차렸지. 치킨요리를 손가락으로 집어 모조리 뜯어먹고 싶었어 맛있게 잘 구워져서 참 부드러웠는데 하지만 접시 위에 있는 것을 모조리 다 먹어치울 순 없는 노릇이잖아. 저 포크나 생선나이프도 순은(純銀)제여서 갖고 싶었어. 그것을 갖고 노는 체하다가 외짝 토시 속에 두 개 정도 감추는 것은 일도 아니었는데 단지 음식 한 입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그 사람들의 돈을 믿고 차 한 잔을 대접 받아 중대한 은혜를 입은 것처럼 고마워해야만 하는 세상이 지금대로 계속되는 거라면 이왕 위아래 구별은 있는 것이니까(1149P)

☆☆☆의식의 흐름이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 남자의 신사복이야기로 시작하여 경마이야기, 만찬회에서의 시장님의 은근한 눈초리, 그리고 만찬회의 음식과 은식기로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다. 의식의 세계란 우주만큼이나 광대하다. 의식은 과거 미래 현재가 없으며 시공간을 무한대로 오고갈 수 있으니 마음 혹은 의식만큼 대단한 것은 없다.


*** 이 세상에서 음식이나 집세만을 생각하고 스타일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 나로선 상상조차 되지 않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어 나는 가지고 있으면 시원스럽게 써 버릴 거야 단언해 나 같으면 주전자에 홍차를 한 줌 가득 넣어 끓이겠어 그런데 그 이는 쩨쩨하게 일일이 저울에 다는 성질이니까 내가 싸구려 구두 한 컬레를 사면 당신 그 새 신이 마음에 들었소 얼마나 주었지 하는 거야(1150P)


***그 여자가 매로 때리기 위해 갈고리로 남편을 매다는 대목이 기억나네 그런 일이 여자에게 재미있을 리 없지 모두 꾸민 거야 그리고 춤이 끝난 뒤 여자의 슬리퍼로 샴페인을 마시다니 인치코어에서 본 성모 팔에 안긴 구유속의 아기 예수도 아니고 정말 어떤 여자라도 그렇게 큰 아이를 낳을 수는 없어 처음에 나는 그 성모는 틀림없이 아이를 옆구리에서 낳았을 거라고 생각했어. 도대체 어떻게 저리 큰 배로 하고 화장실에 갔을까 싶어서 (1152)

☆☆☆의식이 성변태 여자에게서 정결한 성모마리아에게로 옮겨 갔다.

붓다는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탄생했는데, 이것을 알고 썼을까?


***똑같은 것이 두 개 있다니 재미있어 쌍둥이가 생겨도 좋도록 저런 식으로 두 개가 불룩 솟아 있으니 그리고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니 유방은 박물관에 있는 조각처럼 그것이 제자리에 달려 있는 것만으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 일까 미술관에 있는 조각처럼 개중에는 한쪽 손으로 거길 감춘 것도 있지 그게 그렇게도 예쁠까 물론 남자의 조각과 비교하면 아름답지 (1153P)


***그녀는 내게 여섯 번인가 일곱 번 키스를 했지 나는 울지 않았어 아냐 운 것 같아 아니면 울 뻔했나 봐 안녕이라고 말할 때 내 입술은 떨리고 있었어 그녀는 항해를 위해 특별히 맞춘 멋진 파란색 숄을 두르고 있었어 그건 정말 아름다웠어 그분들이 가 버리고 나서는 죽을 만큼 따분했지 나는 미치광이처럼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었어 하지만 어디든 안락하겠어 (1159P

☆☆☆안락한 곳을 찾아 마음의 안식을 찾아 평생을 헤매고 다니지만 그런 곳은 없다.

내 마음을 잘 다스려 안락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여자는 나이를 먹으면 이내 버림을 받아 재 쓰레기장 바닥에 던져지고 마니 당할 길이 없어.(1162P)

☆☆☆처음으로 나온 마침표다. 반갑다. 이곳엔 왜 구두점을 찍었을까. 작가가 심심하니까^^


**** 그이는 나에게 키스한 첫 남자였어. 무어인의 흉벽 아래서 내 연인이 소년이었을 부렵 키스한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몰랐어 그이가 혀를 내 입 속에 밀어넣기 전에는 그의 입은 부드럽고 젊었어(1163P)


***고드름 같은 것이 늘어져 있고 사다리가 있는 성 미카엘 동굴 내 신발은 진흙투성이가 되고 원숭이가 죽을 때는 바다 밑을 지나 아프리카로 간다는데 분명 저기로 내려가는 걸 거야 저 멀리 먼 바다의 배는 나뭇조각 같아 몰타섬으로 다니는 배가 지나가는 거였지 그래 바다와 하늘 누구든지 자기가 생각한 대로 할 수 있었어. 언제까지나 거기에 누워 있는 것도 그이는 유방을 옷 위에서 애무하고 있었어, 남자란 그런 일을 하는 걸 좋아해(1164P)

☆☆☆ '원숭이가 죽을 때는 바다 밑을 지나 아프리카로 간다는데' 정말 일까?



**** 하느님 그이에게는 지혜를 그리고 저에게 더 많은 돈을 주옵소서 블루머는 꼭 그이(블룸)의 이름을 딴 것 간아 어떤 식으로 보일까 하고 나는 그것을 활자체로 명함에 써 보기도 하고 정육점 주문서에 써 보기도 했어 블룸이나니 그 이름이 내 것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야 내가 그이와 결혼한 뒤로 조시는 블룸 마나님 기분이 블루밍(blooming: 짜증나다)해보이네요 하고 말하곤 했지(1166P)

☆☆☆ 어떤 것에 대해 직감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개는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연이 되려고 그렇게 일이 진행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 이름이 내 것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이 구절 가슴에 와 닿는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에 대해 너무 명확하게 규정짓고 알려고 해서는 안된다.


****나는 그이에게 기념품을 보내고 싶었지 그이는 행운을 뜻하는 투박한 클라다 반지를 나에게 주었어 나는 그것을 남아프리카로 가는 가드너에게 줘 버렸지 거기에서 그는 보어인과 싸우다가 장티푸스에 걸려 죽어 버렸어 아군도 모두 패배하고 말았지 그 반지가 악운을 가졌왔는지도 몰라 마치 오팔이나 진주 같았어 엄청 무거웠지 틀림없이 16캐럿의 순금이야 그이의 깨끗하게 수염 깎은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아 (1167P)

☆☆☆그 반지가 무어인에게 악운을 가져왔겠지만, 만약 선물을 받은 그녀가 계속 끼고 있었다면 행운이 오지 않았을까? 반지나 혹은 보석에 행운과 악운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연과 필연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일어날 뿐이다. 


***남자가 그런 식으로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이 아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임에 틀림없다고 하지만 요즈음 그런 남자는 드물어 나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면 믿기 어려운 일이야 대개의 남자는 원래 한 가닥의 애정도 없는 법이야 요즘 세상에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 상대방이 느끼는 대로 느끼다니 그런 사람은 대개 머리가 좀 이상하지(1174P)

☆☆☆숭고한 사랑, 진정한 사랑은 이미 지구에서 증발한지 오래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너무 냉소적이긴 해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것이 플라스틱 같다. 말랑말랑하지 않고 딱딱하다. 그리고 진한 정이 없다.


***고양이가 우리보다도 제대로 잘 살아가고 있어 우리에게 혈기가 많기 때문일까 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바다처럼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걸 아무튼 그 사람(보일런)은 그렇게 큰데도 나를 임신시킬 수가 없었나봐 깨끗한 침대보를 더럽히고 싶지 않은데 내가 입고 있는 깨끗한 속옷에도 그것이 묻어버렸어 할 수 없지 그런데도 남자들이란 침대 위의 알룩을 찾으려 하니 내 팜 상대가 처녀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는 사내들은 모두 그런 것에나 신경을 쓴단 말이야 난자는 참 바보들이야 과부라도 아니면 40번도 더 이혼한 여자라도 붉은 잉크만 조금 바르면 돼 아니면 흑딸기 주스나 아니면 그건 자주색이야 오 하느님 나를 이런 일로부터 구해주소서 사람을 바보로 여기고 있어 <죄의 감미로움>이라니 (1177P)

☆☆☆남자들의 어리석음과 허상에 대해 비꼬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자기 위안을 자주 합니까 하고 묻는 거야 저 늙은이들은 어디서 그런 말을 찾아내는 것일까 자기위안이라니 그렇게 말하면서 저 근시로 비스듬히 치켜 보면서 자기위안을 하는 거야 (1179P)

☆☆☆ 자위행위보다는 자기위안이 더 고상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행위는 모두 다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에게 위안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생각했을 때 그 행위가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고 이익을 가져오고  기쁨을 주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자기를 해치는 것까지도 자기위안을 위해서이다.


***오 나는 이 침대가 좋아 하느님 우리는 여기서 16년을 보내고도 여전히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집을 옮겨 다녔을까(1181P)

☆☆☆오딧세이아와 페넬로페의 침댈르 생각하게 한다.

]

***우선 내일 그의 셔츠를 조사해보면 알거야 그이가 아직도 지갑에다 콘돔을 가지고 다니는지 살펴봐야지 그이는 내가 눈치채지 못한 줄 알아 거짓말쟁이 남자들 주머니가 20개나 있어도 그들의 거짓말을 다 넣기에는 모자라 그러니 여자가 그들에게 진실을 맣해 줄 필요가 어디 있담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데(1182P)

☆☆☆부부 사이에도 서로 속고 속이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렸다. 진실을 말해도 통하지 않는 사람 사이가 가장 무서운 관계다. 


***무엇 때문에 이런 욕망이 인간에게 주어졌는지 궁금해 난 참을 수가 없어 나는 아직도 젊어 이상한 일이지 그이처럼 냉정한 사내와 함께 살면서 내가 아직 주름투성이 할멈이 되지 않은 것이 이상해 나를 안아주는 것도 가끔 마음 내킬 때뿐이지(1189P)


*** 나는 꽃이 좋아 온 집안을 장미꽃으로 꾸미고 그 속에 푹 파묻히고 싶어 정말이지 자연만큼 훌륭한 것은 없다니까 인기척 없는 산  밀어닥치는 큰 파도 작은 파도 귀리와 밀 그리고 온갖 것들을 심은 밭이 있는 아름다운 시골 또 그 근처를 돌아다니는 귀여운 가축 때 강 호수에서 모양도 향기도 다른 갖가지 꽃을 본다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은 일이야 도랑에서조차 앵초와 오랑캐꽃이 피는 것이 자연이라는 거지 이 세상에 하느님 따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학식이 높아도 상대하지 않겠어 자기들이 무언가를 좀 창조해 보라지 (1196P)


***무신론자라나 뭐라나 그들은 우선 자기 몸이나 잘 씻어두는 게 좋을 거야 죽을때가 되면 신부님들에게 가서 울부짖을 테니까 왜 왜 왜냐하면 양심의 가책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는게 무서운 거야 (1196P)


****이 세상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동안 천지만물을 창조한 우주의 맨 처음 분은 도대체 누구였지 그래 그 사람들이 일 리가 없지 나도 몰라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야 내일 아침 뜨는 해를 막아보라지 태양은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고 그는 말했어 그날 우리는 호스곶의 석남꽃 숲 속에 누워 있었지 회색 양복에 밀짚모자를 쓰고 그날 나는 그가 내게 구혼하도록 했어 그래 처음에 시드 케이크를 입으로 그에게 먹였지 그 긴 키스가 끝난 뒤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았지 (1196P)

☆☆☆ ‘태양은 당신을 위해 빛나고 있다’는 말을 출처도 모르고 잘도 사용했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군, 책읽는 즐거움을 아는 순간이다.


**** 벌써 16년 전 이야기야 아 그 긴 키스가 끝난 뒤 나는 숨이 먹힐 것 같았지 내가 산에 피는 꽃과 같다고 그이는 말했어 그래 우리는 꽃이야 여자의 몸은 어디나 할 것 없이 꽃이지 그것이 그이가 이제껏 살면서 입 밖으로 낸 단 하나의 진실이었어 그리고 오늘도 태양은 당신을 위해서 비춘다고 했어 (1196P)


***그래 내가 어떻게 그이를 좋아하게 되었느냐 하면 그이는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또 느끼고 있다는 걸 나는 알 수 있었어 게다가 나는 언제나 그이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야(1196P)


*****그리고 바다 때때로 불덩이가 빨갛게 불타는 것처럼 보이는 바다 그리고 저 찬란한 일몰 그리고 알라마다 식물원의 무화과나무 그래 그리고 온갖 괴상한 작은 골목 그리고 담홍색 녹색 노란색의 집들 그리고 장미원 재스민과 제라늄과 선인장 그리고 내가 야산의 꽃이었던 무렵의 지브롤터 그때 안달루시아 소녀들이 하는 것처럼 내가 머리에 꽃을 꽂았을 때 그러지 말고 빨간 것을 꽂을까 그래 그이는 무어인의 성벽 아래에서 나에게 강렬하게 키스했었어 그리고 나는 그이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1197P)


내가 저자라면

율리시스를 읽으면서 의문을 품은 것들

1) 더블린 사람들을 실제 모델로 썼을까? 창작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책에 등장한 실제 인물들의 항의를 미리 예견했을 터인데도 그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2)왜 그렇게 외설적인 이야기와 묘사를 많이 했을까?

우리의 무의식은 8~90%가 성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는데 그래서 일까?


3)자기만의 독특한 단어와 조어를 만든 것은 율리시스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까? 어휘에 대해 항상 빈곤을 느낀 것일까?

 

4)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면서 각 에피소드와 연결되게 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까?


5) 더블린을 지키지 않고 떠나왔으면서 왜 고향 더블린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IP *.85.249.182

프로필 이미지
id: 깔리여신
2012.08.15 15:00:23 *.85.249.182

에피소드 17 이티카 부분은 교리문답식으로 되어 있는데

조이스의 박식함에 깜짝 놀라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너무 탐내고 있어요.

나의 뇌수 속에 집어넣고 싶을 만큼요.

 

아직 좀더 써야 해요.

마음이 급해서 올렸어요.

어제까지 올려야 하는데 시간을 놓쳤어요^^

 

이제 겨우 완성. 넘 어려운 소설이라 읽었다는 것에 대해 큰 위안을 받고 있어요-^^

프로필 이미지
2012.08.16 04:08:31 *.39.134.221

저도 내용을 아직 읽지는 못했어요. 오랜만에 한국에서 제시간에 일어나 둘러보다가 반가워서 댓글부터 답니다.

저희 없는 동안 열심히 공부하셨군요. 뇌수에 넣고 싶은 만큼 좋은 곳을 발견한것도 축하드립니다.

저희도 잘 다녀왔습니다. 여러의미로 말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id: 깔리여신
2012.08.16 12:33:35 *.85.249.182

길수씨의 담백한 그 표정이 보고싶었어요.

긴 여정 무리 없이 잘 다녀왔다니 다행입니다.

여행 이야기 꼭 들려주셔야 해요. 넘 궁금해요.

와인을 얼마나 마셨는지, 밤의 와인농장은 어떠했는지,

시칠리아 사람들의 심성이랄까 그런 것도 알고 싶고요.....

밤에 모여서 어떤 토론을 했는지도 궁금하고요.^^

팔팔동기들이 없는 동안 공부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어짜피 읽어야 과제라서 읽었는데,

읽게 된 것이 무척 다행입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2 [29]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 거암 2008.11.10 4062
711 8.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_발췌 [7] 맑은 김인건 2010.04.23 4064
» 율리시스 1, 2- 두번읽기 [3] id: 깔리여신 2012.08.15 4065
709 우리 속에 있는 지혜의 여신들 - 진 시노다 볼린 콩두 2013.01.21 4069
708 [9월 3주차] 러셀자서전 (상) file [1] 라비나비 2013.09.16 4069
707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file [1] [1] 예원 2009.11.30 4070
706 문명 이야기, 르네상스 5-2 -Will Durant- file [2] 장재용 2012.07.23 4072
705 -->[re][역사속의 영웅들] 윌 듀란드 4 이선이 2005.04.05 4073
704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김장호- [1] [3] 파에톤 2013.01.21 4075
703 [43]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 최코치 2009.03.01 4079
702 비에트가 들려주는 식의 계산 이야기 _ 나소연 지음 [1] 세린 2013.04.02 4079
701 미암일기.. 김미영 2005.04.10 4083
700 '변신 이야기' (Publius Ovidius Naso 저, 이윤기 옮김) file 장재용 2012.04.17 4087
699 피터 드러커 연보 추가, 결혼에 관한 드러커의 글 인용 file 예원 2009.10.16 4088
698 [52] 칼의 노래- 김훈 [5] 校瀞 한정화 2008.07.02 4090
697 [56]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박흥용 교정 한정화 2008.08.13 4095
696 勤[002]『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김현근 file [1] 현운 이희석 2008.01.17 4096
695 '깨달음의 연금술' 추천합니다. 안재영 2005.04.18 4102
694 (14) 쉽게 읽는 백범일지 - 도진순 엮어옮김 [2] 박승오 2007.06.18 4106
693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한글자도 되어있다 [1] 도명수 2006.08.28 4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