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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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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6일 13시 22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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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메타세콰이어길을 걸어보셨나요?

그 길에서면 무엇이 보이시던가요?

 

저는 얼마전 명절 연휴에 외가쪽 친척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봉고차와 자가용 2대에 나누어타고 우르르 몰려가서 매점에서 옥수수와 음료수를 사서는 먹으면서 걸었습니다. 광주와 순창을 잇는 길목에 있는 그 길은 어려서는 차를 타고 통과했었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는 새 길이 놓이면서 차는 새길로 다니고 길은 그냥 걷기 좋은 길이 된 것 같습니다.

 

그 길을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었는데, 그 이야기는 거의 잊었지만 그 중에 하나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외삼촌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주변을 보시고, 매점을 보시더니,"저 집아들네미는 더하기 빼기만 하면 되겠네."라고 하셨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메타세콰이어 그 길은 주변이 온통 논입니다. 무슨 건물을 지을려고 부지를 사두고 농사를 짓지 않은 밭이 2개 보였지만, 주변에 매점은 달랑 하나 입니다. 매점에선 TV소리가 나고 웃음소리가 났습니다. 소리로 보아 서너명이 있는 듯 했습니다. TV에서 소개한 길이니 유명해져서 주변에 시설이나 상가라도 있을 것 같지만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외삼촌과 외사촌 여동생은 자기가 논 주인이면 자기도 매점을 내겠다느니, 자기 같으면 거기 논은 절대 팔지 않겠다 그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외삼촌 말씀대로 제가 매점 집의 아들이라면 어려운 공부를 했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공부는 때로는 그 자체가 재미있어서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시험공부를 안하면, 숙제를 하지 않으면 야단을 쳤기 때문에 야단 맞지 않을 만큼만 하기도 했습니다. 뭔가를 피해가기 위해 하는 공부는 재미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경쟁의 레이스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삶을 알았더라면 그 길로 들어섰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매점 아들로 사는 것은 제게는 재미없는 일일 것 같습니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고, 그것들을 직접 보고 싶거든요. 우리들은 연휴가 지나면 또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야 합니다. 일은 때때로 고됩니다.  잘먹고 잘 살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남들만큼을 살기 위해서라는 말을 얼른 떠올려 보지만, 그것은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 또한 집에서, 학교, 직장, TV에서 들었던 말을 옮겨본 것은 아닐까요.

 

외삼촌께서는 고향 동네에서 나고 자라셔서 지금껏 농사짓고 사시면서 그곳에서 자식들을 낳고 길렀습니다. 외사촌 넷은 모두 아버지가 다니신 국민학교를 나왔습니다. 외삼촌께서는 자신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 담임교사의 요청으로 학부형으로 학교를 드나드시며 육성회에서 활동하시던 것을 자식들이 장가가고 시집간 지금도 계속 하고 계십니다. 자신은 딸기 농사를 더 잘 짓기 위해 딸기작목반 사람들과 함께 특강을 들으시기도 하십니다. 어느 날은 자신이 기른 딸기가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 납품을 할 것인지, 시장에서 한바구리에 얼마하면서 팔것인지, 딸기 한박스를 5천원에 팔 것인지, 1만원에 팔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자신이라고 하는 강연을 들었다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신이 그걸 결정하고 농사를 어떻게 지을지 계획해서 하라는 말씀을. 그리고 농사짓느라 바쁜 중에도 일주일에 한번은 순창 읍내에 가서 기타 레슨을 받으십니다. 외삼촌께서는 외숙모님과 사촌들은 팅팅거리는 기타소리가 듣기 싫다고 제발 명절에는 기타 안꺼내면 안되냐고 하는 말을 들으시지만 외삼촌께 기타는 즐거움입니다.

 

외삼촌의 '저 집 아들네미는....'이 자꾸 곱씹어 지는 것은 그것이 제게 다른 길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길을 알았다면 그래도 이걸 했을까?"라고 물어봅니다. 다른 상황에서는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면, 지금의 상황에서는 왜 그것을 하지 않는지, 지금의 상황을 만드는 조건을 바꿀 수 있는지를.  조건들을 하나씩 지워가면서 그것을 하고 싶은가, 왜 하고 싶은가를 물어봅니다. 그러다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길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길의 끝에 모퉁이에 꿈의 옷자락이 살짝 보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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