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12년 8월 24일 09시 46분 등록

"그가 웃는 것은 다른 사람이 울기 때문이다.  오직 박해 받는 자만이 인류다"

 

어느 날 책방의 서가를 뒤지고 있다가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라는 제목에 눈이 머물렀습니다.   시칠리아는 여름에 다녀온 여행지였지요.   우연한 일치에 고무되어 책을 빼어들었지요.   이런 만남은 우연이지만 필연적 운명 같은 것이 느껴지거든요.   아무튼 나는 책을 이리저리 훑어보기 시작했지요.    책 뒷표지에 쓰여 있는 이 한 줄을 발견하는 순간 싸한 무언가가 머리를 가로질러 지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복사기의 불빛이 잠시 시야에 들어와 반짝이듯, 그 언어의 빛이 내 머리를 스치고 건너간 후  머리 속이 하얀 백지가 되는 듯했습니다.  그것은 '쿵'하는 소리 같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이 이상한 이야기를 한 사람은 현대 이탈리아의 작가인 엘리오 비토리니 Elio Vittorini 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이 이상한 이야기에 걸려든 나입니다.

 

 

이 책은 49장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이렇습니다.

 

(인용) 이것이 나의 시칠리아에서의 대화였다. 사흘 동안의 낮과 밤에 이루어졌고, 처음 시작한 것처럼 끝나버린 대화였다....나는 작별인사를 하려고 어머니에게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어느 남자의 발을 씻겨주고 있었다. 남자는 문에 어깨를 기댄 채로 앉아 있었고, 무척이나 늙었다.   어머니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세수 대야 안에서 늙은 발을 씻겨주고 있었다.

 "어머니, 나는 떠나요. 지금 떠나는 버스가 있어요"

 

어머니는 남자의 발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럼 우리와 함께 식사를 하지 않겠니?"

남자는 내 말에도 어머니의 말에도 몸을 돌리지 않았다. 그의 머리는 새하얗고, 무척이나 늙었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깊이 생각에 잠겨있거나 아니면 잠을 자는 것 같았다.    "자고 있어요? "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니야, 울고 있어, 멍청아"

 

그리고 덧붙였다. "언제나 그랬단다. 내가 해산할 때도 울고 있었지. 그리고 지금도 울고 있어...... 울고 있어.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 (인용 끝)

 

 

'오직 박해받은 자만이 인류다' 그런 것 같습니다. 새하얀 머리와 늙은 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상을 살며 박해 받은 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는 울고 있습니다. 삶으로부터 고통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그의 늙은 발을 씻겨줍니다. 역설적이게도 평생을 울던 그의 존재가 그 사랑을 만들었습니다.

 

러셀의 말이 다시 귓전에 들립니다.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 철학적 문법으로 쓰인 이 도도해 보이는 말의 본질은 바로 사랑이네요. “울고 있어.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 이 말은 러셀의 말을 문인의 문법으로 전환해 놓은 것입니다.   그럼  일반인은 어떻게 표현 할까요 ?     “너를 사랑해, 울지마”    이렇게 살면 되지요.

 

* 안내

변화경영연구소에서 ‘하루 2시간 자기혁신’ 프로젝트 <단군의 후예> 8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100일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새벽기상 습관화와 새벽활동 수련을 통해 1만 시간의 법칙을 실천하고 천직을 찾는 프로그램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주소를 클릭하세요.

* 단군의 후예 안내 : http://www.bhgoo.com/2011/362352

 

IP *.128.229.12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36 [수요편지] 장미꽃의 의미 [1] 불씨 2023.12.05 579
4335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종종 2022.06.07 596
4334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불씨 2023.11.15 600
4333 뭐든지는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 [2] 어니언 2023.11.23 602
4332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어니언 2023.11.30 613
4331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어니언 2023.12.28 619
4330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626
4329 충실한 일상이 좋은 생각을 부른다 어니언 2023.11.02 643
4328 [수요편지] 미시적 우연과 거시적 필연 [1] 불씨 2023.11.07 645
4327 [수요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1] 불씨 2023.12.27 647
4326 용기의 근원인 당신에게 [1] 어니언 2023.12.14 650
4325 [늦은 월요 편지][내 삶의 단어장] 2호선, 그 가득하고도 텅빈 에움길~ 2023.09.19 651
4324 [월요편지-책과 함께] 존엄성 에움길~ 2023.09.25 651
4323 [내 삶의 단어장] 엄마! 뜨거운 여름날의 수제비 에움길~ 2023.11.13 652
4322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에움길~ 2023.06.12 653
4321 역할 실험 [1] 어니언 2022.08.04 658
4320 [수요편지] 허상과의 투쟁 [1] 불씨 2022.12.14 662
4319 케미가 맞는다는 것 [1] 어니언 2022.09.15 669
4318 두 번째라는 것 어니언 2023.08.03 670
4317 [월요편지-책과 함께] 인간에 대한 환멸 [1] 에움길~ 2023.10.30 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