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2012년 8월 27일 10시 03분 등록

변신이야기 (세번읽기)

오비디우스 지음 / 이윤기옮김 (민음사)

 

 

I. 저자에 대하여 / 오비디우스  (예전 내용으로 대체합니다.)

 

오비디우스.png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 나소(Pubulius Ovidius Naso, ~ 기원 후 17) 는 기원전 43 3 20일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술모라는 작은 고장에서 태어났습니다. 기원 후 17, 60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하직 했다. 사람들이 오비디우스 고대 로마문학을 황금기로 이끈 시인 중 한 명으로 꼽는다.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 나소 이름 중에 '푸블리우스'는 시인이라는 뜻이고 '나소'는 코가 커서 붙은 별명이다.

후에 유명한 시인 후배들, 초서니 세익스피어에서 부터 괴테까지 오비디우스 작품을 통해 많은것을 배웠다.

[출처] 오비디우스는 ...|작성자 모르가나

 [출처] 오비디우스는 ...|작성자 모르가나

 

1) 출생 과 교육

오비디우스는 기원전 43년에 중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고대 로마의 시인이다.

오비디우스는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관리가 되기 위해 로마에서 수사학과 법률을 배우게 된다. 법조계로 진출하기를 희망했던 아버지를 만족시키기기 위해 공부를 했으나, 본인은 시작이나 화려한 사교를 즐겼고, 법정변론을 하려해도말이 저절로 시가 되었다고 한다. 이 말처럼 오비디우스는 재주있고, 유쾌하고, 유복한 사람이었고, 당시의 로마는 젊은 문학지망생들을 고무하여 현실적 문제들에 구애받지 않고 그의 문학적 재능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최적의 도시였다. 문화의 중심지 아테네로 유학을 하고 로마로 돌아 온후, 관직에 오르기까지 했으나 결국 시인이 되고자 마음을 굳힌다. 그리고 문단으로 진출한 오비디우스는 오래지 않아 빛나는 기지와 엄청난 기억력, 반듯한 사교술로 문단과 사교계의 총아가 된다.

 

2) 그의 작품 세계

초기의 작품을 대표하는 《사랑도 가지가지 Amores(3)는 엘레게이아(애도가)의 시형으로 이루어지고, 코린나라고 하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연애의 노래가 실려 있는데, 이것은 실재한 시인 자신의 특정한 애인이라고는 여겨지지 않고, 작품에는 기교적인 경향이 짙다. 옛 전설 속의 유명한 여성들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여류의 편지 Heroides》는, 신화적인 요소와 세속적인 풍습이 뒤얽혀 미묘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것은 시인이 출입하던 당시 로마 상류사회의 취미와 일치된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경향은 《사랑의 기교 Ars Amatoria(3, BC 1)에도 나타나 있다.이 책은 사랑에 대한 점잖은 교과서적 가르침을 우롱하면서 구체적인 연애 기술과 활달한

사랑법을 가르치기 위한 방법으로 기술 되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변신이야기 Metamorphoses(AD 8)이다. 이것은 서사시의 형식으로 쓰여진 15권의 작품으로, 케사르에 관한 이야기와 예로부터의 신화 ·전설 속의 변신이야기를 다루어, 하나의 신화 집대성이 되고 있다. 풍부한 상상력에 의하여 회화적인 묘사로 넘쳐 흐르고 있으나, 신화를 다루면서도 거기에 나오는 인물은 당시 상류사회의 남녀를 느끼게 한다.

 

말년의 작품으로는 귀양 후, 유배된 시인의 불행과 도시에 대한 귀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표현한 <흑해로부터의 편지>,<비가 Tristia>를 썼고, 흑해 연안의 벽지 토미스에서 호소와 애원이 담긴 서신을 고국에 10년간 띄웠지만 결국 오비디우스는 귀양지에서 17,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오비디우스의 말년은 전반의 화려함에 비해 무척이나 비참했다. 죽음의 모습은 대작을 남기고 떠난 여타 사람들과 비슷한 종말을 맞이 했다. 다산 정약용 선생,

레미제라블을 쓴 빅톨 위고 같은 분은 한결같이 유배지로 귀양살이하면서 쓴 대작들이다.

 

3) 명작(변신 이야기)을 쓰게된 배경

당시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의 딸 율리아와 이 딸의 딸 율리아 두 여인과 사랑을 하게 된다. 이로써 아우구스투스의 눈 밖에 나고 결국 오비디우스는 토미스(,루마니아 콘스탄티아)에서 귀양살이를 하게 된다. 이때 정신을 번쩍 차리고 연애시와는 결하고, 쓴 책이 바로 당시 떠돌던 소 아시아의 설화, 트로이아 전사, 로마의 건국신화까지 한 줄에 꿰어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 신성을 부여한 <메타모르포시스(변신이야기1,2)>이다. 이는 서사시의 형식으로 쓰여졌고, 그리스 로마신화도 <메타모르포시스>를 인용할 정도로 신화를 집대성한 책이다. 풍부한 상상력에 의해 회화적 묘사로 넘쳐 흐르고 있으나, 신화를 다루면서도 당시 상류사회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4) 개인적 평가

변신이야기를 읽으면서 만난 오비디우스는 철학과 역사, 과학 그리고 문학을 넘나들며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양한 이야기로 맛깔나게 전달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번역된 책에서는 산문체이지만, 원본이 시로 되어 있다는 것은 더더욱 그가 뛰어난 문인임을 확인시켜 주는 부분이다. 이처럼 많고, 다양한 이야기를 짧은 글로 엮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책 전반에서 드러나는 신과 인간의 관계는 마치 그를 귀양살이 보낸 왕과 그것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던 오비디우스 자신을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런 슬픔과 도시에 대한 간절함이 2000년이 넘게 매우 다양한 사람들에 회자될 수 있는 이런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내면에 투시된 깊은 통찰이 오늘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살아 있는 것 같다.

 [출처]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Metamorphoses)>|작성자 타점

 

 [출처]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디터스도르프의 <변신 이야기> 1|작성자 회숙

 

II.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 변신이야기

 

변신 이야기 1

 

-말년의 작품으로는 귀양 후, 유배된 시인의 불행과 도시에 대한 귀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표현한 <흑해로부터의 편지>,<비가 Tristia>를 썼고, 흑해 연안의 벽지 토미스에서 호소와 애원이 담긴 서신을 고국에 10년간 띄웠지만 결국 오비디우스는 귀양지에서 17,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오비디우스의 말년은 전반의 화려함에 비해 무척이나 비참했다. 죽음의 모습은 대작을 남기고 떠난 여타 사람들과 비슷한 종말을 맞이 했다.다산 정약용 선생,

레미제라블을 쓴 빅톨 위고 같은 분은 한결같이 유배지로 귀양살이하면서 쓴 대작들이다.

 

1. 모든 것은 카오스에서 시작 되었다.

 

1) 서사(序詞)

마음의 원()에 쫓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變身)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곳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15)

: 하늘에 기도를 드리며 대 서사시의 막을 올리는 저자의 마음속에 장엄함이 느껴진다.

과연 이런 대 서사시를 기원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내겠다는 작가의 웅대함을 보는

고 있노라면 몸 속까지 전율이 느껴진다.

2) 천지창조

바다도 없고 만물을 덮는 하늘도 없었을 즈음 자연은, 온 우주를 둘러보아도 그저 막막하게 펴진 듯한 펑퍼짐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막막하게 퍼진 것을 카오스1) 라고 하는데, 이 카오스는 형상도 질서도 없는 하나의 덩어리에 지나지 못했다. (15~16)

: 창세기 1 2절로부터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위에

운행하시니라하늘을 여는 천지 창조의 모습이 성경 구절과 매우 흡사 하나,하나님의 주도

적인 창조의 힘과 카오스라는 하나의 덩어리가 종의 기원에서 말하는 진화에 의해 분화되는

과정을 염두에 두고 기록한 것 처럼 생각 된다.

조물주가 어떤 신이었든, 조우지각 이 신은 혼돈을 이루고 있던 물질의 덩어리를 정리하고 구분하고 각각 그 있을 곳에다 배치한 뒤 우선 대지를, 어느 쪽에서 보아도 그 모양이 똑같도록 거대한 공꼴로 만들었다. (17)

: 창세기는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6일 동안에 천지를 창조하신다

고 묘사 되어 있다.

천상적인 것이 조금은 남아 있는 흙덩어리를 강물에다 이겨,만물을 다스리는 조물주와 그 모양이 비슷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19)

:인간을 말하고 있다.

3)네 시대와 거인족

이 시대에는 관리도 없었고 법률도 없었다. 사람들은 저희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믿었고 서로에게 정의로웠다. 이 시대 사람들은 형벌도 알지 못했고 무서운 눈총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았다. (20)

마지막으로 온 시대는 철의 시대다. 이 천박한 금속의 시대가 오자 인간들 사이에서 악행이 꼬리를 물고 자행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순결, 정직, 성실성 같은 덕목을 기피하고 오로지 기만과 부실(不實)과 배반과 폭력과 탐욕만을 좇았다. 뱃사람들은 바람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면서도 제 배의 돛을 바람에 맡겼다. 높은 산에서 옷 노릇을 하던 나무는 배 지을 제목으로 찍혀 내려와 타관인 바다의 파도 사이로 쫓겨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햇빛과 공기와 함께 모든 인간의 공유물이었던 땅거죽도, 서로 제 땅이라고 우기는 이른바 땅 임자들이 그은 경계선으로 얼룩졌다. (23)

: 청동기 시대를 거쳐 철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동.서양에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철기시대가 도래하면서 신분계층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철의 발달로 부를 축적한 상인층이 권력과 결탁하여 힘을 갖게되었다. 또한 철기의 사용은 심경법을 활용하여 많은 소출을 올릴 수 있는 농경사회를 이루게 되었고 남자의 힘이 크게 필요해졌다. 남자 위주의 혈연을 중시하는 문화가 생기게 되었고 신분과 재산을 상속하게 되었다.

금속이 나돌자 사사로운 싸움은 곧 전쟁으로 번졌다. 전쟁이 터지자 사람들은 피 묻은 손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렇게 되자, 이 친구는 저 친구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고, 장인은 사위의 손을 안심할 수 없는 사태가 생겨났다. 형제간의 우애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아비는 지어미가 죽기를 목마르게 기다렸고, 지어미는 지아비가 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사악한 계모는 독초를 찍어 독약을 만들었고 자식은 아비의 점괘를 곁눈질하며 아비 죽을 날을 목 늘이고 기다렸다. (23)

: 인류의 도덕이 땅에 떨어져 새로운 질서 체계를 만들 필요성을 호소하는 마지막 사회상을 보여주는 장면인 듯하다

4) 이리로 둔갑한 뤼카온

하늘에는, 맑은 날이면 인간의 눈에도 보이는 길이 있다. <우유의 길>29)이라는 이름의. 환하기로 소문난 길이 그것이다. 신들은 이 길을 통하여 이 위대한 벼락 신30)의 신궁으로 온다. <우유의 길> 양쪽으로 주신(主神)31) 신궁이 줄지어 있는데, 이 주신들 신궁의 열린 문으로 늘 손들이 들락거린다. (25)

이 자가 이리로 둔갑하고 말았다고는 하나 이 자에게 원래의 모습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오. 털빛이, 이 자의 머리카락 색깔같이 잿빛인 것이 그러하고, 얼굴에 흉포한 기색이 남아 있는 것이 그러하고, 눈빛이 사납고 이 짐승 자체가 잔혹한 성정의 화신인 것이 그러하오.  (29)

: 사람이 이리로 둔갑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구전에서는 여우가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든, 사람이 동물로 변하든 그 대상이 되는 동물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영리한 동물을 사람으로 둔갑 시키는데 비해 로마 사람들은 이리를 사람으로  둔갑시키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

5) 인류를 멸망시티는 대홍수

강신들이 모이자 그가 호령했다.

길게 말할 것이 없다. 있는 힘을 다 짜내어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힘이다. 수문(水門)이라는 수문은 모두 활짝 열고 담이라는 담은 다 무너뜨리고 물이 제 마음대로 흘러가게 하라! (31)

: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와 맥을 같이 하는 신화 이다. 이 신화속에 소개된 내용은 재미가 있다. 당시에도 강신들을 불러 모을 만큼 많은 댐을 쌓아 물을 저장해 놓은 곳이 많았나 보다.

지구안에 있는 인류에게는 엄청난 사건인데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된는지가 약간 모호하다. 성경의 기록은 모든 인간의 죄가 땅에 관영하여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 하나님의 심판이 이루워졌다.

6) 새 인류의 조상 데우칼리온과 퓌라

유피테르는 물바다가 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피테르는 그 많던 사내들 중에서 오직 하나, 그 많던 여자들 가운데서 오직 하나만 살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 둘에게 지은 죄가 없다는 사실을, 이 둘이야말로 직심(直心)스럽게 신들 섬겨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34)

세상은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데우칼리온은 적막에 잠긴 이 황폐한 땅, 공허한 땅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사랑하는 아내 퓌라에게 말했다. (35)

7) 왕뱀 퓌톤

인간 이외의 다른 동물들은, 대홍수 뒤 땅에 남아 있던 습기가 햇볕에 뜨거워질 즈음에 저절로 생겨났다. (39)

: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는 저절로 생겼다 해도 그것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저절로 얻을 수 있을까?

8) 월계수가 된 다프네

이 건방진 꼬마야, 무사들이나 쓰는 무기가 너와 무슨 인연이 있느냐? 그런 무기는 나 같은 무사의 어깨에나 걸어야 어울린다. 나는 절대로 빗나가지 않게 겨냥할 수 있어서, 짐승이든 인간이든, 말하자면 뭐든 쏘아맞힐 수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얼마 전에도 나는, 온 벌판 가득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독이 잔뜩 오른 왕뱀 퓌톤을 어려 개의 화살로 쏘아죽였다. 너는, 사랑의 불을 잘 지른다니까, 햇불 같은 것으로 사랑의 불이나 지르고 다니는 게 좋겠다. 나 같은 어른이나 얻은 칭송은 너에게 당치 않으니, 분수를 알아서 처신하도록 하여라 (42~34)

쿠피도 이 말을 마치자 하늘로 날아올라 파르나소스 산 꼭대기의 울창한 숲에 내렸다. 그는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에서 각기 쓰임새가 다른 화살 두 개를 뽑았다. 하나는 사랑을 목마르게 구하 게 만드는 화살 또 하나는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게 하는 화살이었다. 사랑을 목마르게 구하게 하는 화살은 금화살이었다. 이 금화살 끝에는 반짝거리는, 예리한 촉이 물려 있었다. 그러나 사랑을 지긋지긋하게 여기에 만드는 화살에는 납으로 된 뭉툭한 촉이 몰려 있었다. 쿠피도 신은, 아폴로는 이 금화살로 쏘고, 페네이오스의 딸이 요정 다프네는 납화살로 쏘았다. (43)

9) 암소가 된 이오, 백안의 거인 아르고스, 갈대가 된 요정 쉬링크스

유피테르는 숲속 그늘진 곳을 가르키며 말을 이었다.

산짐승 우글거리는 곳으로 혼자 들어간다고 두려워하지는 말아라. 혼자 깊고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도 그대는 안전할 것이다. 신이 그대를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를 지키실 신이 예사 신인 줄 아느냐? 천궁의 홀장()을 들고 벼락을 던지는 신이니라. 그러니 달아날 생각은 아예 마라 (50)

세상에, 세상에……. 네가 바로, 이 아비가 온 세상을 찾아 헤매던 내 딸이라는 말이냐? 너를 잃었을 때의 슬픔보다 이렇게 너를 찾고 보니 그 찾은 슬픔이 더하구나. 너는 말을 못하니 내 말에 대답할 수 없을 테지, 그러니 대답 대신에 그저 나직하게 울기만 하여라. 하기야 네가 울 수밖에 더 있겠느냐? 나는 일이 이렇게 될 줄 까맣게 모르고 네 집을 장만하고 네 혼수를 준비했구나. 사위를 보고 외손주를 보고 싶은 욕심에서 너 시집 보낼 생각이나 했구나. 그러나 이제 황소 가운데서 네 신랑감을 찾을 수밖에 없게 생겼으니 이 아니 기가 막히는 일이냐. 넨가 낳아봐야 송아지일 수밖에 없으니 이 아니 기가 막히는 일이냐? 내가 죽어버리면 이 기구한 팔자를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좋을 터이나, 내가 신이라는 것이 한스럽구나. 신이라서 죽음의 문이 내 앞에서 닫혔으나, 영원해 슬퍼해야 하는 이 팔자를 어쩔꼬...... (53~54)

: 딸을 찾는 아버지의 심정은 딸을 만난 이후 기쁨 보다는 더 큰 아픔을 갖고 살게 된다.

보고 싶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내가 죽으면 그만이지 라고 할 수 있지만, 신은 죽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슬퍼 한다는 구절에서 좋은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도 늘 좋을 수 만은 없다는 의미를

되 새겨 봤다.

나를 내려다보고 계시고, 내 말을 듣고 계시는, 찬연히 빛나는 태양에 걸고 맹세하거니, 너는 네가 우러러보고 있는 태양, 온 세상을 밝히는 태양의 아들이다. 만일에 내 말이 거짓이면 그분이  내 눈을 앗아가실 것인즉, 내가 세상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러니 네 아버지를 찾아가거라. 네가 네 아버지 처소로 가는 일은 어렵지도 않고, 그 길이 그리 먼 것도 아니다. 우리 땅의 지경(地境), 그분이 솟아오르시는 곳, 그곳이 네 아버지이신 그분이 계시는 곳이다. (60)

 

2 신들의 전성시대

 

1) 태양 수레를 모는 파에톤

너는, 하늘에도 신들의 숲, 신들의 도성, 신들의 사당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게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복병과 무서운 괴수들이 사이로 길을 찾아 빠져나가야 한다. (65)

아비의 말을 잘 듣고 마음에 새기도록 하여라, 되도록이면 채찍은 말고 고삐는 힘껏 틀어잡도록 해야 한다. 천마는 저희들이 요량해서 잘 달린 게다만 아들의 조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천계의 다섯 권역(圈域)을 곧장 가로질러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자세히 보면 세 권역의 경계선 안으로 조금 휘어진 샛길이 있다. (67~68)

여신은 머리를 조금 낮추고 위엄 있는 음성 노기 띤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이것이 운명의 여신이 정한 길이고, 내가 이 같은 파멸을 받아들어야 할 만큼 죄를 지었다면, 전능하신 유피테르 신이여, 왜 벼락으로 나를 치지 않고 이토록 욕을 보이십니까? 불로써 나를 치시려거든, 전능하신 유피테르 신이여, 당신의 불로 치세요. 같은 파멸의 불이라도 당신이 내리는 불이 차라리 견디기 쉽겠습니다. , 몸이 타는 듯하여 이 말씀 드리기도 힘이 듭니다. (75)

헤스페리아41)의 요정들은 그을린 그의 시신을 수습하여 묻고 비석을 세웠는데, 비석의 명문(銘文)은 이러하다.

아버지의 수레를 몰던 파에톤, 여기에 잠들다. 힘이야 모자랐으나 그 뜻만은 가상하지 아니한가. (78)

2) 헬리아데스의 변신

어머니, 저를 다치지 마세요. 제발 꺽지 마세요. 나무로 둔갑했어도 제 몸의 일부랍니다. , 어머니 안녕히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무 껍질이 딸들의 입을 막았다. 이 나무 껍질에서 눈물이 흘러나와태양빛에 굳으면서 호박 구슬이 되어 가지에서 강물로 떨어졌다. 강물은 이 호박 구슬을물 밑에 간직했다. 뒷날 로마 부인네들의 장신구가 된 호박 구슬이 바로 이것이다. (80)

3) 백조가 된 퀴크노스

나도, 운명의 여신이 내게 맡긴 일을 이만하면 어지간히 한 셈이다. 이 일 때문에 나는 천지창조 이래로 한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밑도 끝도 없는 이 일, 이제 신물이 난다. 내 노력이 나를 명예롭게 한 바도 없다. 몰고 싶은 신이 있으면 태양 수레를 몰아보라지. 지원자가 없고 신들이 하나같이 발을 뽑으려 하면 유피테르 자식에게 맡기면 되고…… 내 천마를 다스려보면, 그 동안만이라도 아비로부터 자식을 빼앗았던 저 저주스러운 벼락을 놓아야 할 테지. 저 거칠디거친 천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면, 그 천만 잘못 다스린다고 벼락으로 때릴 일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 (81)

4) 칼리스토를 범한 유피테르

여기에서 일을 벌이면 내 아내가 무슨 수로 알아내랴만, 알아낸들 어떠냐. 저 정도면 취하고 나서 아내의 잔소리쯤은 들을 만하지 않은가

유피테르는 곧 딸 디아나로 둔갑하여 처녀에게 접근하고는 물었다.

너는 어디에서 사냥을 했더냐? 어느 능선에서 사냥을 했더냐?

처녀가 잔디에서 일어나 몸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대답했다.

어서 오소서, 귀하신 여신이시여. 저희들 보기에는 유피테보다 귀하신 여신이시여…… 여신께서 저희들에게는 유피테르보다 귀하신 것이 사실인데 유피테르 신께서 들으시면 어때요? (84)

5) 별이 된 모자

6) 까마귀 깃털이 검어진 내력

가서 일러보았자 네게 득될 것이 없을 게다. 내 말을 귀담아들어. 옛날의 내 털 빛, 너도 알지?그런데 지금은 이 꼴이 되었다. 내가 이 꼴이 된 연유가 궁금하지 않느냐? 내 일러주마. 주인에 대한 나의 불충이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옛날 팔라스 여신60)께 에릭토니오스라고 하는 어미 없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91)

7 말이 된 오퀴로에

아기야, 세상 사람의 건강을 돌볼 팔자를 타고난 아기야, 씩씩하게 자라거라, 필멸의 인각 중에 너에게 목숨을 빚질 인간이 어찌 한둘이겠느냐? 기왕에 죽는 사람이 너에게 목숨을 빚지는 일 또한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신들의 노여움을 살 것이고, 네 조부67)의 벼락이 너를 쳐서 네가 얻은 은혜를 앗아갈 터인데 이 일을 장차 어쩌랴. 너는 불사신에서 떨어져 시신이 되었다는 이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 신위(神位)에 오를 것이다. 이로써 너는 네 운명을 두 번 새롭게 하는구나. 아버지여, 영원히 사는 권능을 받고 태어나 지금은 불사신이신 어버지여. 하지만 아버지 역시 오래지 않아 돌아가실 것입니다. (96~97)

운명의 여신들은 저에게, 이제 천기 누설은 그만두라고 하십니다. , 운명의 여신들이 제 말을 엿듣고 있었군요. 제가 얻은 이 예언하는 능력은 은혜로 얻은 권능이 아니라 저에게 내린 하늘의 분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알지 못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에게 보입니다, 인간의 모습이 제게서 떠나는 것이 보입니다. 앞으로는 풀이 제 양식일 것이요, 평원이 제가 뛰노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말로 둔갑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받은 말의 몸인 제 몸이…… 아버지, 제가 왜 말이 되어야 합니까? 반인반마의 딸인 제가 왜말이 되어야 합니까? (98)

8) 수다쟁이 돌이 된 바투스 노인

걱정 마시오 그대 뜻대로 될 것이나. 저 돌이 고자질하는 일이 있으면 있었지, 내가 고자질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요비스73)의 아들은 짐짓 그 자리를 떠났다가 다른 사람으로 둔갑하고는 원래 자리로 되돌아와서 전혀 다른 목소리로 노인에게 물었다.

여보세요, 할아버지, 이곳을 지나가는 내 가축을 못 보셨습니까? 보셨다면, 공연히 입을 다물었다가 도둑의 패거리로 몰리지 말고 내게 일러주세요. 일러주시면 황소 한 마리에다 암소 한 마리를 짝으로 붙여서 할아버지께 드리겠습니다.

상급(賞給)이 곱절이 되었으니 노인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밖에. 그래서 노인은 이 변장한 메르쿠리우스에게 말했다.

저기 저 언덕 밑으로 가면 찾을 수 있을 게요』

메르쿠리우스가 아폴로의 가축을 움쳐 숨겨둔 곳이 바로 언덕 밑이었다. 메르쿠리우스는 기가 막혔던지 웃으면서 노인을 꾸짖었다.

이런 사기꾼, 면전에서는 그러마고 해놓고 돌아서서는 딴소리를 해? 영감은 내 앞에서 나를 배신했어』

메르쿠리우스는 이 노인을 단단한 돌로 만들어버렸다. 오늘날 시금석이라고 불리는 돌이 바로 이 돌이다. 그래서 이 돌에는, 옛날에 거짓말하던 흔적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고 한다. (101)

9) 메르쿠리우스의 헤르세

나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아버지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자다. 그러면 내 아버지가 누구냐? 유피테르 신이 바로 내 아버지시다. 얼렁뚱땅 둘러대지 않겠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헤르세 때문이다. 그러니 너는 네 언니의 동생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장차 내 아들의 이모가 되도록 하여라. 호의로써, 사랑에 빠진 나를 도와주기를 바란다. (103~104)

10) 질투의 화신이 된 아글라우로스

11) 소로 둔갑한 유피테르와 에우로파

 

3. 박쿠스의 탄생 외

 

1) 카드모스의 망명과 테바이 전설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118)

2) 디아나와 악타이온

여보게들, 창칼과 사냥 그물은 우리가 잡은 짐승의 피에 젖고 말았네. 이만하면 오늘 몫으로는 넉넉하지 않은가? 내일 아우로가7)가 노란 마차를 타고 새 날을 베풀거든 또 와서 시작하세. 보게, 해가 하늘 중간에서 걸음을 멈추고 열기로 대지를 구워대고 있지 않은가! 오늘 사냥은 이 정도 하고 그물을 걷세

여신은 청년의 얼굴에 이 복수의 물방울을 뿌리면서 재난을 예고하는 주문과 다를 바가 없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 이제 할 수 있게거든 어디 디아나의 알몸을 보았다고 해보아라!

여신의  말투가 특별하게 표독스러웠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물방울이 튄 곳에서 장수하는 동물로 소문난 사슴 뿔이 돋았다. 이어서 그이 목이 늘어났고, 귀의 가장자리가 뾰족해졌으며, 손은 앞발로 변했고 팔은 앞다리로 변했다. 곧 몸에서는 털이 돋아났다. 이어서 여신은 이 청년의 가슴에다 공포의 씨앗을 뿌렸다. 악타이온은 달아났다. 달아나면서도 그는 자기가 그처럼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데 놀랐다.  물 위에 비치는 자기 얼굴과 뿔을 보고 그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괴성을 질렀다.  지를 수 있는 소리는 그것이 조작이었다. 이미 사슴의 뺨으로 변해버린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전한 것은 마음뿐이었다. (120~121)

: 억울하다 그래서 사슴눈이 그리 억울하고 슬퍼 보였나?

사냥 친구들은 악타이온 제안을 옳게 여기고 사냥을 끝내었다. (119)

3) 유피테르와 세멜레

『입으로 아무리 악담해 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번에는 내 손으로 이 계집을 결단내어야겠다.내가 누구더냐? 전능한 유노 여신이라고 불릴 권리가 있는 여신, 보석 박힌 왕홀에 값하는 여신이 아니더냐? 내 손으로 이년을 결단내어야겠다. 내가 이 천궁의 왕비이며, 유피테르의 누이이자 아내인 것만큼이나 확실하게…… 저 계집이 은밀하게 유피테르와 사랑을 나는 데 만족하고 있고, 우리 부부 사이를 잠깐 갈라놓은 데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앞세워 계집을 용서하자고 주장할 자가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안 된다. 저 계집은 자식을 배고 있다. 내가 칠 명분은 이로써 충분하다. 저 계집의 뱃속에 있는 자식이 계집의 유죄를 증명하고 있지 않느냐? 저 계집은 유피테르만이 끼칠 수 있는 자식의 어미가 되려 한다. 내가 언제 그런 적이 있던가?12) 더구나 저 계집은 제 미모를 대단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니 계집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 되어 있는지 보여줄 수밖에……, 이년이 좋아하는 유피테르의 손을 빌려 스튁스의 강물13)에 처박지 못하면, 사투르누스의 딸이 아니다. (124~125)

4) 양성의 쾌락을 경험한 테이레시아스

『너희들에게, 때린 사람의 성()을 바꾸어버리는 기특한 권능이 있는 모양이니 내 다시 한번 때려줄 수밖에……

테이레시아스는 뱀을 때리고 원래의 성, 그러니까 남자로 되돌아왔다. (128)

5)미소년 나르키소스와 에코

『숲이여! 사랑을 나보다 더 아프게 사랑하는 자를 본 적이 있는가? 그대들은 보아서 알 것이다. 수많은 연인들이 밀회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여기고 이 숲을 드나들었다. 숲이여, 그래는 이것을 보았으니 알 것이다. 아득하게 긴 세월을 산 숲이여, 그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만큼 괴로워하는 자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자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고 내가 보는 내 사랑에, 나는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마침내 닿지 못하는구나. (135)

내가 손을 내밀면 그대도 손을 내밀고, 내가 웃으면 그대도 웃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대도 고갯짓으로 화답한다. 그대 입술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그대는 분명히 내 말에 응답하는데도, 그 응답은 내 귀에 닿지 못한다.

, 그랬었구나. 내가 지금껏 보아오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이었구나. 이제야 알았구나. 내 그림자여서 나와 똑같이 움직였던 것이구나. 이 일을 어쩔고,(135~136)

6) 신들을 믿지 않은 펜테오스

그대 역시 장님이나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을……그러면 저 박쿠스의 거룩한 축제 현장을 보지 않아도 좋게 될 터인데 말이오. 그러나 그날은, 그대가 그대 눈으로 이 현장을 보게 되는 날은 오고야 말 것이오. (139)

배암의 족속들이여, 마르스의 후예들이여,31) 어쩌다가 이렇게 미치광이들이 되었느냐? 대체, 놋쇠 바라와 꼬부라진 피리와 속임수와 마술이 어쨌다는 것이냐? 어째서 전장의 창칼 숲도, 진군의 날팔소리도 두렵게 여기지 않고, 칼을 뽑아들고 열을 지어 진군하던 자들이 발광하는 계집, 울리는 방울북, 술취한 미치광이, 구역질나는 광신자들 앞에서 맥을 쓰지 못한다는 말이냐? 놀랍구나 놀라워…… 배를 몰고 바다를 건너와 이 땅에다, 쫓겨난 신들의 은신처 튀로스를 건설하고도 이번에는 변변히 싸워보지도 않고 사로잡힌 바가 된 이 늙은 것들아! 화관(花冠)이 아니라 투구 쓰고, 박쿠스의 주신장(酒神)이 아니라 창칼을 들어야 마땅할 혈기방장한 젊은 것들아! 너희들이 어쩌면 다투어 나를 이렇게도 놀라게 할 수가 있느냐? (141)

7) 돌고래가 된 뱃사람들. 광란의 박쿠스 축제.

장애물이 없을 때는 조용히 부드럽게 산 아래로 잘 흘러가던 시냇물이, 나무나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포말을 날리고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엿다.

『너는 곧 죽을 목숨이다. 내 너를 죽여 너희 동아리를 경계하는 본보기로 삼기로 했다. 그러니 말하여라, 네 이름이 무엇이고, 네 부모의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에서 태어났고 왜 이렇게 엉뚱한 제사를 차리게 되었는지 소상히 말하여라』 (143)

<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모두 내 말을 들어야 한다. 나는 거룩하신 분을 억지로 실어 이 배를 저주 박게 할 수는 없다.>

저는 뱃전에 놓인 건널다리를 치워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동아리 가운데서 가장 담이 큰 뤼카바스가 화를 벌컥 내었습니다. 뤼카바스는 고향 뤼디아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추방당한 자입니다. 제가 저항하자 이 자는 주먹으로 제 목을 내리쳤습니다. 떨어지면서 용케 밧줄을 잡았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저는 바다에 빠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저는 이 밧줄을 잡고 다시 뱃전으로 올라갔습니다. 질이 덜 좋은 선원들이 뤼카바스에게 박수를 보내었습니다. (145)

 <여보시오, 뱃사람들, 약속이 틀리지 않습니까? 내가 말한 곳으로 가지 않고 있으니 무슨 경우가 이렇습니까? 내가 대체 무슨 못된 짓을 했다고 이렇듯이 대접하시는 것입니까? 어른들이 혼자 길 떠난 나이 어린 사람을 이렇게 곯리다니 이런 경우가 대체 어디에 있답니까?> (147)

 

4. 페르세오스와 메두사 외

 

1)미뉘아스의 딸들

2)퓌라모스와 티베스

속으로 속으로 타들어가는 섶 속의 불씨 같은 게 사랑이잖아?  (157)

이윽고 태양이 바다에 잠기고 거기에서 밤이 솟아오르자 티스베 아가씨는 아무도 모르게 어둠에 묻어 집을 나올 수 있었어, 티스베 아가씨는 너울로 얼굴을 가리고 왕릉으로 나가, 퓌라모스와 약속했던 그 뽕나무 밑에 앉아서 기다렸지. 무섭지 않았을 리 있어? 하지만 사랑은 처녀를 아주 대담한 여자로 만드는 법이야. 그런데 이를 어째! 사자가 한 마리 나타났어. 짐승을 잡아먹고는 피가 뚝뚝 듣는 턱을 쳐들고는, 물을 마시려고 뽕나무 옆의 샘가로 왔던거야. (158)

<너울이여, 티스베의 피를 마셨으니 이제 내 피도 마셔라. 그럴 때가 되었다.> (159)

<퓌라모스, 어느 심술궂은 손길이 내게서 당신을 빼앗아갔군요. 퓌라모스, 말 좀 해보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티베스, 당신이 사랑하는 티스베가 이렇듯이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내 말을 들었으면 이제 고개를 좀 들어보세요.> (160)

로미오와줄리엣

3)베누스와 마르스의 밀통(密通)

신들 중 한 분은, 치욕을 당해도 좋으니, 자기도 발가벗은 채로 베누스와 한번 그렇게 갇혀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니까…… 신들은 이 둘의 꼴을 보고는 배를 잡고 웃었는데, 이게 천궁에서는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로 신들의 입에 올랐더란다 (164)

4) 레우코토에와 클뤼티에

5)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

6) 발광한 아티마스와 이노. 티시포네

7)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

8) 영웅 페르세오스와 아틀라스

오늘날까지도 이 배암은 인간과는 사이가 좋은 배암으로 불린다. 이들은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 전생(前生)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189)

진실의 힘이라는 것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 아니던가. (191)

결국 말로 해서도 안 되겠고 힘으로 해서는 더욱 어림없겠다.(하기야 누가 감히 아틀라스와 힘을 겨루겠는가)고 생각한 영웅 페우세오스는, 『나를 이렇게밖에 알아주지 않으니 선물이나 하나하나 드리고 가겠소

이렇게 외치면서 고래를 돌리고, 왼손으로 저 무서운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어 들었다. 아틀라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수간부터 저 자신의 체구만큼이나 큰 바위 산으로 변해갔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나무가 되었고, 어깨는 능선이 되었으며 머리는 산꼭대기가 되었고 뼈는 바위가 되었다. 이외 때를 같이 해서 산이 된 그의 몸은 사방으로 뻗어나기 시작하여(산 신들의 뜻이었다) 수많은 별이 박힌 하늘이 그 어깨 위에 얹힐 때까지 자라났다.

9) 안드로메다와 바다의 괴물

10) 메두사

 

5. 무우사의 탄생 외

 

1) 피네오스의 반란

2) 프로에토스

3) 폴뤼덱테스

4) 무사이를 괴롭혔던 퓌레네오스

5.jpg

음악과 예술을 주관하는 아홉 무사이가 한자리에서 뛰놀고 있다. 아홉 무사이의 이름은 나팔과 물시계를 들고 다니는 영웅시와 역사 담당인 클레이오. 지구의를 들고 다니는 천문시 담당 우라니아. 가면을 들고 다니는 비극시 담당 멜포메네. 웃는 가면이나 목양신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자주 그려지는 희극시 담당 탈리아, 합창 담당 텔릅시코레. 연애시와 서정시 담당 에라토. 유행가를 담당 에우테르페, 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다니는 무언극 담당 폴륌니아, 오르페오스의 어머니이자 서사시와 웅변을 담당하는 칼리오페, 이들의 어머니가 <기억> 여신 므네모쉬네라는 사실은, 고대의 문학 예술이 주로 인간의 기억을 통하여 구전되어 왔음을 암시한다.(218)

5) 무사이 아홉 자매와 피에리테스의 노래 겨루기

6) 플로토의 사랑. 케레스와 프로세르피나

 <프로세르파나가 그대에게 귀한 딸이라면 내게도 귀한 딸이오. 따라서 나 역시 그대 못지않게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이오. 그러나 그대는 사상(事象)에 이름을 붙이되 온당한 이름을 붙여야 하오. 우리 딸을 데려간 자의 행위는 약탈행위가 아니라 조금 도를 넘은 사랑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그대가 동의한다면 이 사위 되는 자도 우리를 그리 불명예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229)

4.jpg

 저승을 흐르는 아케론 가의 뱃사공 카론(혹은 케이론). 고집이 세기로 유명하다.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그의 배를 탄 사람은 네 사람. 즉 테레우스와 페이리로스, 그리고 헤리클레스와 오르페오스다. 아이네이아스와 오뒤세우스도 저승을 다녀온 것으로 되어 있으나, 카론의 배를 탔다는 말은 없다. (230)

 

6. 신들의 복수

1) 미네르바 여신과 아라크네의 솜씨 겨루기

 『내가 남을 칭송하는 것이 어찌 내가 칭송을 받는 것만 하랴. 칭송을 받는 것도 좋지만 신들의 권능을 업신여기는 것들도 그냥 두어서는 안 될 일이지…… (239)

이 아라크네는 신들과 족보가 닿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문(名門)의 딸도 아니었다. 아라크네를 유명하게 한 것은 오직 베 짜는 재간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딸은, 휘파이파 마을의 오두막에서 태어나 여전히 그 오두막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베 짜는 재간으로 온 뤼디아를 흔들어놓을 만한 이름을 얻고 있었다. 이 처녀의 놀라운 손재주를 구경하러 가느라고 트몰로스 산 요정들은 포도밭을 떠났고 팍톨로스 강 요정들은 물을 떠났다.

 가령 일머리에 거친실을 실꾸리에다 감는 것이라든지, 손가락을 빗삼아 실을 빗어 구름 같은 털실의 거스러미를 털어내고 끊임없는 잔손질로 긴 실타래를 뽑아내는 것이라든지, 엄지손가락으로 날씬한 복을 다루는 것이라든지, 준비가 다 된 베틀에 앉아 무늬를 짜넣는 모습은 자체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구경거리였다. (240)

 『이것 보아요, 처녀. 나이 먹은 할마시의 말이라고 해서 다 귓가로 흘려버리면 안됩니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본 것 들은 것이 그만큼 많은 법이니 더러 쓸 말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 말을 귀담아 들으세요. 인간만을 상대로 겨룬다면 그대가 가장 솜씨 좋은 분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요, 여신의 신성(神性)은 그렇게 욕보이는 게 아니랍니다. 그러니, 속알머리 없는 제가 실언(失言)했습니다, 하고 여신께 용서를 비세요. 빌면 여신께서도, 너그러운 분이시라니깐 처녀를 용서하실 것입니다』 (241)

 『그렇게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시는 것 보면 할머니가 너무 오래 사신 게지요/ 아니면 연세를 너무 잡수셔서 망령나셨거나. 며느리나 딸이 있으시거든 거기에나 가셔서 그런 말씀 들려주세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깐요. 그런 소리 듣는다고 내 마음이 달라질 줄 아세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 팔라스 여신더러 몸소 오시라고 하시지 그래요? 팔라스 여신이 왜 내 도전을 피하기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241)

 오직 이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 운명과 맞서려 할 뿐이었다. (242)

 3.jpg

여신은 이로써는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이 그림의 네 모서리에다 네 개의 겨루기 장면을 더 짜넣었다. 다 자신의 겨루기 상대인 오만 방자한 아라크네에게, 신들을 가볍게 여기면 어떤 벌을 받는지 가르쳐주기 위함이었다. (244)

겨루기 상대의 솜씨가 인간의 도를 넘은 데 격분한 이 금발의 여신은, 신들의 비행(非行)을 낱낱이 폭로한 이 베폭을 찢어 버리고는, 들고 있던 퀴토로스 산() 회양나무 북으로 아라크네의 이마를 서너 번 때렸다. 아라크네는 그제서야 여신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얻은 줄을 알고는 들보에 목을 매었다. 여신은, 제 손으로 들보에 목을 맨 이 아라크네를 가엾게 보고 그 끈을 늦추어 주면서 이렇게 일렀다.

『이 사악한 것아. 네가 누구 마음대로 네 목숨을 끊으려 하느냐? 목숨을 보존하라. 보존하되 늘 이렇게 매달려 있어야 한다. 이것은 벌은 벌이나 겁벌(怯罰)이어서 끝이 없을 것인즉, 네 일족, 네 후손들까지 이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248)

 아라크네는 꽁무니로 실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이때 거미가된 아라크네36) 는 지금도 옛날과 다름없이 실을 내어 공중에다 걸고는 거기에 매달려 산다. (249)

2) 니오베의 아들딸들

 니오베의 딸들은, 싸늘하게 식은 니오베의 아들 7형제의 관앞에 서 있었다. 니오베의 딸들은 모두 머리를 풀어헤친 채 상복을 입고 있었다. 이때 화살 한 대가 날아와 니오베의 딸 중 하나의 가슴을 꿰뚫었다. 니오베의 딸은 가슴에서 이 화살을 뽑아내고는 앞으로 쓰러져 죽은 제 오라비의 뺨에다 제 뺨을 댄 채로 숨을 거두었다. 또 한 딸은, 상심하는 어머니를 위로하다가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받은, 곱절이나 큰 상처에 저 자신이 상심해야 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이 처녀는 입을 꼭 다물었다. 그러나 이미 때늦은 다음이었다. 생명이 이미 그 입을 통하여 모두 빠져나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256 ~ 257)

 『이 아이는 14남매의 막내이니 이것 하나만이라도 남겨주세요. 죽은 아이들이야 죽었으니 그뿐, 이 어린 것 하나만 부탁합니다』

 그러나 니오베의 호소도 보람없이 이 아이 역시 땅바닥에 꼬꾸라졌다. 니오베는, 이제 아무도 돌보아주는 이 없는 혈혈단신이 되어 죽은 자식들 사이로 무너져 내렸다. 참을 길 없는 슬픔은 이 니오베의 머리카락을 흩날리지 못했다. (257)

 오늘날까지도 여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58)

3) 개구리가 된 뤼키아 농부들

‘왜 이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물이라고 하는 것은 만물로 요긴하게 쓰라고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요? 자연이 공기와 햇빛과 함께 넘실거리는 물을 창조 한 것은 한 동아리만 이롭게 하자고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4) 산 채로 껍질을 벗긴 마르쉬아스

5) 펠로프스의 왼쪽 어깨

6)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하기야 필로멜라의 아버지였더라도 테레오스의 의도가 불순하기는 마찬가지였을 터였다. 마침내 아버지 판디온은 두 딸, 그러니깐 동생을 보고 싶다는 큰딸 프로크네와 언니를 보고 싶다는 작은딸 필롬멜라의 간절한 소망앞에서 굴복했다. 필로멜라는 기뻐 날뛰면서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이 가엾은 필로멜라느 아버지가 승락함으로써 자신과 언니 프로크네는 승리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이로써 둘 다 파멸하게 되는 줄도 모르고…… (268 ~ 269)

 『여보게, 자네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보니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네. 그래서 자네 간절한 소망에 따라 이 딸마저 자네를 딸려 보내네. 테레오스, 이제 나는 두 딸을 자네에게 맡기고 말았네. , 자네의 명예에 기대고, 하늘에 계신 신들을 증인삼고, 우리를 이렇게 하나되게 한 장인과 사위라는 관계를 믿고 부탁하네만, 이 아비를 대신해서 이 아이를 잘 돌보아주고, 되도록이면 하루라도 빨리 내게로 보내어 주게. 나는 이 아이를 내 만년(晩年)의 낙으로 여기고 사네. 때가 오면 이 아이마저 떠나보내야 하겠지만…… 그리고 너 필로멜라, 네가 이 아비를 사랑하거든 되도록이면 하루속히 돌아오너라. 네 언니가 친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은 이미 넉넉하게 아프다. 그러니 네가 이 아비의 마을을 헤아려 속히 돌아오도록 하여라』 (269~270)

 프로크네는, 금실로 가장자리를 한 옷을 어깨에서부터 단숨에 찢어버리고는 검은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주검 없는 무덤을 만들게 하고는 있지도 않은 필로멜라의 혼백에 제물을 바쳤다. 프로크네는 이렇게 하고 동생의 기구한 팔자를 애곡했다. 그러나 프로크네가 정말 애곡했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태양신이 태양 수레를 하늘의 12() 사이로 두루 몰고 지나가자 1년이 갔다. 독자들은, 필로멜라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필로멜라는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었는데다 단단한 돌로 쌓아올린 담은 여자가 깨뜨리기에는 너무 튼튼했다. 게다가 필로멜라는 혀를 잘려 벙어리가 되었는지라 자가가 당한 일을 누구에게 발설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슬픔과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하고 역경과 곤경은 사람을 창조적이게 하는 법이다. (273)

 필로멜라는, 자신이 그 저주받은 자의 집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낯빛을 잃고 부들부들 떨었다. 프로크네는 동생의 머리에서 박쿠스 신도의 관을, 몸에서는 박쿠스 신도의상을 벗겼다. 프로크네는 동생을 껴안았으나 필로멜라는 얼굴을 들고 언니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지 못했다. 자기 때문에 언니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74)

 걷잡을 수 없는 분노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프로크네는 흐느끼는 필로멜라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칼을 갈아야 할 때다. 아니, 칼보다 나은 무기가 있다면 그것을 버려야 할 때다. 필로멜라, 내게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왕궁을 불바다로 만들고 테레오스를 그 불길 속에 던져넣으면 네 분이 가라앉겠느냐, 이 자의 혀를 자르고 눈알을 뽑고, 너에게 범죄한 사지를 잘라 육신으로부터 죄많은 영혼을 풀어내면 네 분이 풀리겠느냐. 시시한 복수는 안 된다.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 방도를 모르겠구나』 (275~276)

 『그대가 찾는 아이는 여기에 있고. 바로 그대 뱃속에 있소』 텔레오스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튀스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는 다시 이튀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이튀스 대신, 조금전에 죽은 이 아이의 피로 피투성이가 된 필로멜라가 피 묻은 머리카락을 산발한 채 이튀스의 머리를 들고 나타났다. 필로멜라가 테레오스에게 내미는 이튀스의 머리에서는 피가 뚝뚝 들었다. (278)

테레오스는 이제는 자신의 무덤이 되어버린 제 윤신을 저주하면서 울부짓어ㅆ다.

7) 북풍신(北風神) 보레아스

 『사랑이 실패로 돌아간 게 당연하지. 완력과 폭력, 분노와 위협 같은 내 비장의 무기를 포기하고 내 성격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애원과 호소에 기대를 걸었으니…… 그래, 내게 어울리는 것은 폭력이다. 나는 폭력을 써서 검은 구름을 휘젓고, 폭력을 써서 바다를 둘러엎고, 해묵은 떡갈나무를 뿌리째 뽑고, 눈을 얼리고, 대지를 눈보라로 때려야 한다. (279)

 

7 영웅 시대

 

1) 이아손과 메데이아

낯선 청년 이아손을 도와 주려면 아버지를 배신해야 할 터이라 이아손을 향하는 자신의 마음과 싸웠다. 그러나 메데이아의 이성도 감정과 마찬가지로, 이 뜨거운 사랑의 불길 앞에서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메데이아는 이런 생각을 하며 혼자 고민했다. (283)

: 사랑을 시작하면 이성적으로 판단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치명적인 독액에 절여진 이 씨앗은 땅에 뿌려지자마자 말랑말랑해졌다가 곧 새로운 모양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아기가,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사람의 형상을 얻기까지 자라다가 모양이 완전해지면 세상에 나오듯이, 이 대지에서도 대지의 풍요로운 자궁 안에서 제 모습을 완전히 갖춘 인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일제히 무기를 대지에서 돋아났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이 무서운  무기를 들고 테살리아의 영웅 이아손을 공격하는 것을 보는 순간 아르고 원정대원들은 낯빛을 잃고 이아손을 근심했다. 이아손이 안전하도록 미리 손을 써놓은 메데이아조차도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새파랗게 질렸다. 들판 가에 않아, 수많은 무사들이 이아손 한 사람을 공격하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부터 메데이아는 한기를 느꼈는지 오돌오돌 떨었다. (290)

2) 아이손의 회춘

헤카테 여신께서도 그런 것은 허락하사지 않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권리가 있어서 내게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지요? 하지만 사랑하는 아이손님이시여, 나는 그대가 바라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드리렵니다. (292)

메데이아느 칼을 뽑아 노인의 목을 따고는 늙은 피를 깡그리 뽑아내고 칼로 딴 자리와 입으로 약을 부어넣었다. 이 약을 마셨다. 약인 들어간 지 오래지 않아 그의 하얗던 수염이 그 흰 빛을 잃더니 곧 검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의 노구(老軀)에서 보기에 거북하던 모습이 사라지면서, 살빛이 되어 살아났다. 주름살에 덮여 있던 그의 살갗은 다시 근육으로 부풀어올랐고, 그의 사지는 늘어나면서 힘줄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노인은 달라진 자기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40년 전의 자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이 기적이 일어나는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던 박쿠스 신은 자기를 기르느라고 늙어버리 유모들을 생각하고는 이 콜키스의 공주인 메데이아로부터 이 약을 얻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297)

: 신과 인간 그 어떤 누구라도 젊음을 원하지 않겠는가?

3) 펠리아스

4) 메데이아의 도망

5) 아테나이의 영웅 테세우스

6) 아이아코스와 개미 족()

『나는 내 아들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 하오. 내가 온 것은 그대의 손을 빌리기 위해서랍니다. 나는 그대 왕국의 군사를 내 군사에 붙어 이 정의로운 싸움을 하렵니다. 바라건대 지금은 무덤에 있는 내 아들을 위하여 군사를 빌려주셨으면 하오』 (310)

『헛걸음하셨습니다.  내 나라는 그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내 나라와 저 케크롭스 땅60)과는 혈맹이나 다름 없습니다. 우리의 동명관계는 굳기가 바위와 같습니다.

그러자 미노스 왕은 돌아가면서 이런 말을 했다.

『그 동맹관계 때문에 경을 칠 때가 있을 것이요』 (310)

7)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나는 한 사람에게만 사랑을 바칩니다. 그분이 어디에 계시든, 나는 그분께 드릴 사랑밖에는 가직하고 있지 않습니다. (323)

 

8 인간 시대

 

1) 니소스와, 조국을 배신한 쉬퀼라

우리가 이 전쟁에서 지게 되어 있다면, 우리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사랑을 위하여 내가 성문을 열어주어서 안 된다는 법도 없지 않은가(334)

:결정의 합리화

『우리 시대에 너같이 더러운 것이 있었구나. 신들이시여, 대지는 저것을 내치게 하시고, 어떤 땅, 어떤 바다도 저것에게는 깃들일 자리를 주지 않게 하소서. 너 잘 들어라. 나는, 유피테르의 요람이었던 크레타 섬에 너같이 더러운 것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336)

어디로 가느냐? 내가, 내 조국보다 내 아버지보다 사랑하던 그대가 나를 두고 어디로 가느냐? 그대에게 승리를 안겨준 나를 두고, 그대를 정복자로 만들어준 나를 두고 어디로 가느냐? 무정한 이여, 나로 인하여 승리를 얻고, 조국을 배신한 죄업을 나에게만 떠넘기고 대체 어디로 떠난다는 말이냐? 내가 바친 것들이 그렇게도 마음에 들지 않던가? 내 사랑도 그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라는 말인가? 내가 온 마음을, 온 소망을 다 바쳤는데도 그대에게는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말인가? 그대가 나를 버리면 나는 어찌라는 말인가? 내 조국은 이제 망하고 말았다. 설사 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신자인 내 앞에서는 구 문이 닫혀 있다. 나더러, 내 손으로 그대 앞에다 무릎 꿇린 내 아버지에게 가라는 말이냐? 나를 증오할 권리가 백성들은 내가 보인 본보기를 경계하여 나를 두려워 한다. 온 세상의 문이 내 앞에 닫혀 있는 지금, 내가 피하여 몸 붙일 곳은 크레타뿐이다. 그대가 나를 크레타로 용납하지 않는다면, 그대가 나를 버릴 만큼 배은망덕한 인간이라면, 그대가 저 무정한 쉬르티스의 아들, 아르메니아 암호랑이의 자식, 남풍을 받아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저 카룹디스의 지식일망정 에우로페의 아들일 리가 없다. (337)

2) 미궁(迷宮)과 아리아드네 관()

(3) 하늘을 나는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4) 자고새가 된 페르딕스

5) 칼뤼돈의 멧돼지 사냥

바랑에 지친 다이달로스는 아이트나의 땅에 정착했다.

: 시칠리아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섬

6) 알타이아의 복수와 멜레아크로스의 죽음

7) 산비둘기가 된 멜레아그로스이 누이들

그 높은 칼뤼돈이 땅이 슬픔에 젖어 고개를 꺽었다. 슬퍼하는데 노소가 따로 없었고 애통해하는 데 지위의 고하가 따로 없었다. 에버노스 강38) 가에 살던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361)

8) 나는 내 강의 둑 위에 있던 마을 외양간에서 가축이 내 강의 흐름으로 휩쓸려 들어오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내가 보았는데, 황소가 힘에 세다 한들 물 속에서는 하릴없었고, 말이 빠르다 함들 물 속에서 소용이 없습니다. 산에서 눈 녹은 물이 내 흐름으로 흘러들 때면 수 많은 젊은이들이 내 강에서 목숨을 잃는 답니다. 그러니까 내 강의 물이 줄고, 흐르는 속도가 줄어 얌전하게 둑 안으로만 흐리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363)

 

 

변신 이야기 2

 

9 헤라클레스 외

 

1) 아켈로오스와 헤라클레스

2) 데이아네이라와 마인 네소스

3) 헤라클레스의 최후

4) 알크메네의 해산과 갈란티스

5) 드뤼오페와 로티스

6) 되절엄진 이올라오스. 테바이 전쟁

7) 뷔블리스와 카우노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8) 남자가 된 여자, 이피스

 

10 오르페우스의 노래 외

 

1)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2) 퀴파리소스의 비극

3) 미소년 가뉘메데스

4) 꽃이 된 휘아킨토스

5) 봄을 파는 프로포이티데스. 케라스타이

6) 퓌그말리온의 사랑

7) 몰약이 된 뮈라

8) 아도니스의 탄생

9) 아탈란테와 히포메네스. 아도니스의 변신

 

11 미다스의 귀는 당나귀 귀 외

 

1) 오르페우스의 죽음

여자들의 공격은 더욱 거칠어졌다. 여자들의 자제가 무너지기까지는 긴 시간 걸리지 않았다. 여자들이 자제를 잃고 나서부터는 오직 광기가 그것을 지배했다. 여자들이 광란했다고는 하나 이들의 무기는 오르페우스가 부르는 노래의 마력에 홀려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자들이 미친 듯이 지르는 고함소리, 프뤼기아 피리 소리, 찰찰 이 소리, 여자들이 저희 가슴을 치며 발악하는 소리가 수금이 지어내는 가락을 차단했다. 이때부터 여자들이 던지는 돌은 이 가인의 피로 물들었다. 여자들 귀에는 오르페우스의 음악이 들리지 않았다. (110)

슬픔에 잠긴 새떼, 들짐승 무리,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노래에 울고 웃던 나무와 바위, 모두가 오르페우스를 위해 울었다. 나무는 모두 그 잎을 벗고, 알몸이 되어 오르페우스의 죽음을 슬퍼했디.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강물은, 스스로 흘린 눈물 때문에 물이 불어 둑을 넘었고, 물의 요정, 숲의 요정들은 머리를 풀고 검은 상복을 입어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한다. 오르페우스의 사지는 갈가리 찢긴 채 사방으로 흩어졌다. (111)

오르페우스를 뒤쫓던 이들의 발에서는 뿌리가 돋아나 땅바닥에 깊이깊이 박혔다. 보이지 않은 덫에 다리가 걸려 파닥거리는 새처럼 이들도 발가락에서 돋아난 뿌리를 땅 바닥에다 박은 채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쳤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이들의 손가락에도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슬픔에 잠긴 이들은 몸부림치며 허벅지를 때렸다. 그러나 허벅지는 이미 나무 껍질에 덮여 있었다. 이들의 젖가슴도, 이들의 어깨도 이미 참나무 껍질에 싸여 있었다. 팔도 나뭇가지가 되어 있었다. 이들은 꿈이었으면 했겠지만,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112)

2) 미다스 왕의 봉변

박쿠스 신이 소원을 하나 대라고 하자 미다스 왕은 이렇게 말했다.

『제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황금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박쿠스 신은, 그보다 나은 소원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프뤼기아 왕 미다스는, 저에게 횡액이 내린 것도 모르는 채 좋아라 하고 제 나라로 돌아갔다. 제 나라로 돌아간 미디스는 박쿠스 신의 말이 사살인지 확인해 볼 마음이 생겨 손에 잡히는 참나무 가지는 그의 손이 닿자마자 황금 가지로 변했다. 그래도 미심쩍었던 미다스 왕은 이번에는 땅바닥의 돌멩이를 하나 주워올려 보았다. 돌멩이도 그의 손 안에서 금덩어리로 변했다. 흙을 한 움큼 쥐어봐도 흙은 금이 되었다. (114)

그는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들어버리는 순간을 꿈꾸면서 턱도 없이 좋아했다.

미다스 왕이 이 황홀한 꿈에 잠겨 있는데 시종이 음식상을 마련했다. 상에다 고기를 차리고 빵을 차린 것이었다. 그러나 왕이 먹으려고 빵을 집자 빵은 딱딱하게 굳어져 금이 되었다. 배가 고파 고기를 먹으려고 한입을 베어물면 금으로 변한 고기에는 그의 이빨 자국만 났다. 그는 이러한 선물을 준 박쿠스신의 포도주에다 물을 타서 마시려고 했다. 그러나 이 포도주는 그의 입술 사이로 들어가다 말고 굳어져 금덩어리가 되고는했다. 엄청난 부자가 되는 판인데도 미다스는 슬며시 겁이 났다. 그는 이루어진 지 얼마 안 되는 이 소원이 싫어 어떻게든 이를 모면해 볼 궁리를 했다. 음식이 아무리 많아도 먹을 수가 없었다. 목이 타는데도 아무것도 마실 수가 없었다. 그는 황금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황금 소리만 만들어도 지긋지긋해진 그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115)

『황금에 눈이 어두웠던 너의 그 어리석은 욕망을 씻으려거든 사르디스에서 가까운 강으로 가거라. 그 강으로 가서 뤼디아 물길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 그 물이 발원한 곳에 이르거든 네 머리와 몸을 담그고 네 죄를 정하게 씻어라』

3)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귀만 빼면 미다스의 다른 곳은 멀쩡했다. 단지 귀 모양만 바꾼 것이었다. 미다스위 귀는 당나귀 귀와 비슷했다.

귀가 이 모양이 되자 미다스 왕은 이를 감추려고 전전긍긍하다가 보라색 모자를 썼다. 그러나 그는 머리를 손질하는 이발사에게까지 그 귀를 감출 수는 없었다. 이발사는 미다스의 귀가 그 꼴이 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지만 감히 왕의 비밀을 발설할 수가 없어서 속을 끊였다. 결국 견디다 못한 그는 들판으로 나가 땅에다 구덩이를 파고는 거기에다, 임금님 귀가 그 꼴이더라는 말을 하고는 흙으로 다시 구덩이를 메었다 그제야 그는 집으로 돌아와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갈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래 말쯤, 키 높이로 자란 이 갈대는 엉뚱한 짓을 했다. 즉 남풍에 흔들릴 때마다, 제가 자란 땅에 묻혔던, 임금님 귀에 대한 주인의 비밀을 누설한 것이다.

4) 라오메돈과 트로이아 축성(築城)

5) 프로테오스의 예언. 펠레오스와 테티스

『아이아코스의 아들아, 그 여신이 동굴에서 세상 모르고 잘 때 밧줄을 가지고 가서 재빨리 묶어 버리면 네 신부로 삼을 수 있을 게다. 여신이 오만 가지로 모습을 바꿀 것이나 네가 속으면 안 된다. 끝까지 그 밧줄을 풀어주지 않으면 마침내 여신은 본 모습을 보일 게다』

프로테오스는 이 말을 남기고, 파도소리와 함께 다시 물 속으로 사라졌다. (122)

6) 케이크스에게 몸붙인 펠레오스. 다이달리온의 변신

『산 것이 있는 하늘이면 어디에든지 나타나 새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매를 아시지요? ~ 그런데 그에게는 키오네라고 하는 딸이 있었습니다. 이 딸은 자색이 고와서 열네댓 살 때 이미 청혼 자들을 무수히 모여들게 했습니다. (124~125)

형을 불쌍하게 여긴 포에부스 아폴로 신이 한 마리 새로 화하게 했습니다. 형의 몸에 서는 날개도 돋아나고, 부리도 돋아났습니다. 보세요, 그렇게 성정이 난폭하던 형은 저렇게 새가 되었어도 남에게 온정을 베풀기는커녕 자기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까지도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126~1270

7) 돌이 된 이리

해변은 온통 피바다가 되어 있고, 지금 늪은 가축이 지르는 소리로 낭자합니다. 지체하시면 희생만 늘어갈 뿐입니다.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몇 마리나마 남은 것이 있을 때, 무장하고 그렇습니다. 무장하고 합세해서 저 짐승을 무찔러야 합니다.! (128)

8) 케위크스의 난파

 『저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렇듯이 무서운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그토록 저를 사랑하시던 마음은 어디로 갔습니까? 이제 와서 이 알퀴오네를 남겨두고 떠나시겠다니……. 정말 그렇게 먼 길을 떠나시기로 작정하셨나요? ~ 그러나 아이올로스 신께서도, 일단 바다로 나온 바람은 다스릴 수가 없답니다. 아이올로스 신의 동굴을 나온 바람을 다스릴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131)

『하루를 떨어져 있어도 우리에게 너무 긴 시간일 것이네만, 내 아버지에 맹세코 운명의 여신들이 허락하는 한, 달이 두 번 찼다가 지기 전에 돌아오겠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돌아온다는 말에 알퀴오네는 마음을 돌렸다.  아쉬운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케위크스는 부하들에게 배를 항구로 끌어내어 뱃길 떠날 채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지아비가 타고 떠날 배를 본 순간 알퀴오네는, 지아비의 슬픈 운명을 예감이나 한 듯이 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132)

뱃사람의 용기는 이미 간 곳이 없었다. 사기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파도는 이들의 방어망을 허

물고 배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뱃사람들 중에는 우는 사람도 있었고, 망연자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시신을 찾아 장례나 치러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리고 신들에게 기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버지와 형제들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집과 아이들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집에 남겨두고 온 것을 생각한다는 것만은 다 같았다. (135)

『만물을 쉬게 하시는 잠의 신이시여, 신들 가운데서도 가장 평화로운 신이시여. 산 것들의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고, 산 것들의 모양을 고스란히 흉내 낼 수 있는 꿈을 보내소서. 케위크스의 모습으로, 제 헤라클레스로 인하여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도시 트라키아의 알퀴오네에게 보내소서. 보내시어 지아비 케위크수가 난파당한 소식을 알퀴오네에게 전하시라는 유노 여신의 분부이입니다. (138~139)

가엾은 아내여, 이 케위크스를 알아보시겠는가? 죽어서 내 형상이 혹 바뀌지 않았는가? ~ 파도는 내 입술이 부르는 그대의 이름을 씻어갔다. (140~141)

『기다리셔요! 어딜 그렇게 급히 가셔요? 저랑 함께 가요』

지아비의 모습에 놀라고 자신이 지른 소리에 놀라 왕비 알퀴오네는 잠을 깨어, 조금 전 꿈속에서 보았던 이가 주위에 있을 것 같아 사방을 둘러 보았다. (141)

『저를 버리고 떠나지 마시라고 한 것은, 맞바람이 치는 곳으로 가시지 못하게 한 것은 이 때문이었답니다, 그대가 이렇게 될 줄 알고 두려워서 한사코 말렸던 거랍니다. 그대가 어쩌면 그런 일을 당하실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저를 데려가달라고 했던 거랍니다. 데려가주셨으면 함께 죽을 수 있는 것을. 저는 그것에 없었지만, 저는 그래와 바다에서 죽지 못했지만, 제 마음은 이미 바다 속에 들어가 있답니다. (142)

『그대는 여기서 닻줄을 감아올리셨지요, 여기에서 저의 입술에 입맞추셨지요』

알퀴오네는 지아비가 떠나던 날의 일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해변을 걷다가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알퀴오네는 가벼운 신음과 함께 흠칫 놀라면서 뒤로 물러섰다. 물가에 있는 사람의 형상과 비슷한 것을 보았던 것이었다. 사람의 형상 같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거리가 멀어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143)

『아,그래가 누군지 모르겠으나 그대의 인생이 불쌍하군요. 그대에게 아내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르나, 있다면 그대의 아내가 불쌍하군요』

사랑의 주검은 물결에 밀려 자꾸만 해변 쪽으로 나왔다. 주검이 가까이 밀려옴에 따라 알퀴오네의 가슴을 뛰기 시작했다. 얼굴을 알아볼 거리까지 접근한 알퀴오네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바로 남편의 주검이었기 때문이었다. 알퀴오네는 비명을 질렀다. (143)

『그대요,이렇게 되어 돌아오시려고 저를 떠나셨나요?

바닷가에는 방파제가 있었다. 먼 바다의 파도를 막아 그 힘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사람들이 쌓아 올린 아주 높은 방파제였다. 알퀴오네는 이 방파제로 올라가 바다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알퀴오네에게 거기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있었던 것도 기적이었다. (144)

둘의 사랑도 그때까지 유효했다~ 아기들의 외조부가 되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가 외손자들을 위해 바람을 재웠기 때문이었다. (144~145)

<미안하오, 뒤를 쫓는 내가 잘못이오. 그러나 이런 일이 생길 줄을 누가 알았으리오. 그대가 나로 인하여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으리오. ~ 그래서 아이사코스는 새로 얻은 날개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두번째로 바다로 내리꽂혔네. (146~147)

아이사코스는 보다시피 목과 다리가 긴 새가 되었네. 이 새는 물을 좋아하네. 물에 뛰어들기를 좋아해서 이름조차 잠수조라네 (147)

 

12 트로이 전쟁 외

 

1) 이피게네이아

『펠라스기 백성들이여, 기뻐하십시오. 트로이아는 패망하고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오래 싸워야 합니다. (150)

그 전쟁에서 승리를 얻으려면 9년을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선견자의 말이 끝나자 몸으로 나뭇가지를 감고 있던 뱀은 그 형상 그래도 굳어져 돌이 되었다. (150)

여신은 이 이피게네이아를 구름으로 감싸고, 제관들이 웅성거리는 틈을 타서 이 처녀를 빼돌리고는 그 자라에다 암사슴 한 마리를 세워 놓았다. 디아나 여신의 분노가 가라앉자 바다의 파도로 가라앉았다. 펠라스기 인들은 수천 대에 이르는 원정 함대를 몰고 신고만난 끝에 프뤼기아 해안에 닿을 수 있었다. (151)

2) 퀴크노스의 전신

이 집에는, <경거망동>, 생각이 깊지 못한 <실수연발>, 터무니없는 <기쁨>, 소심한 <공포>, 당돌한 <선동>,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속임수>이 식객으로 붙어 산다. 파마 여신 자신은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루 알아내어 온 세상에서 그 소문을 퍼뜨린다, (152)

『이 애송이야, 나는 네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만, 내 창에 죽거든 테살리아의 영웅 아킬레오스 손에 죽은 것을 자랑으로 알아라』 (153)

아킬레오스는 퀴크노스의 몸을 바위에다 밀어붙였다가 땅바닥에 쓰러트렸다. 아킬레오스는 쓰러진 퀴크노스의 배를 타고 앉아 못을 조리기 시작했다. 퀴크노스의 목을 조르다 말고 기겁을 하고 물러섰다. 퀴크노스는 어디로 가고 빈 갑옷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신 넵투스가 이 아들을, 깃털이 눈같이 흰 퀴크노스12)로 전신시킨 것이었다. (156)

『그대들은 퀴크노스 하나만 봤지만 이 세상에 칼로 쳐도 상처가 나지 않는 사람, 창으로 피를 흘리지 않는 사람, 창으로 찔러도 피를 흘리지 않는 사람은 퀴크노스뿐만이 아니라네.~ 그럼, 무엇이냐. 원래는 이 사람이 여자였다는 것이지』 (158)

『우리 시대를 빛내신 참으로 지혜로우신 분이신데다 연세도 많이 잡수셨고 ~ 이 사람에게 만일에 진 적이 있다면 대체 누구에게 졌습니까? (158)

『흐르는 세월이 내 기억을 좀먹는 바람에 옛날에 내가 보고 들은 것이 내 머리에서 많이 사라져버렸네. ~할 수 있을 테지…… 이 일처럼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없을 것이네. (158)

4)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 족의 싸움

<내가 무기를 잡으면 네놈들을 모두가 후회할 게다.>

엑사디오스는 이러면서, 신들의 이름으로 치는 서약의 증표로 소나무에다 걸어놓은 사슴뿔을 벗기더니 이걸로 그뤼네오스의 눈을 찔렀다. 용케도 두 갈래의 진 사슴뿔은 그뤼네오스의 눈을 각각 하나씩 찔렀지. 엑사디오스가 이 사슴 뿔을 뽑아내니까, 눈알 하나는 뿔 끝에 묻어 나왔고, 하나는 뚝 떨어지다가 수염에 매달려 대롱거리더군. 로에토스는, 제단 위에서 타고 있던 장작을 하나 주워 옆에 있던 카락소스의 관자놀이를 찔렀네. (163)

의기양양해진 로이토스는 에바그로스, 코뤼토스 그리고 뒤아스에게 달려들었네. 코뤼토스 뺨에 노랑털이 나기 시작하는 애송이였는데 로이토스의 장작개비에 견딜 수가 있나. 쓰러졌지 에바그로스가, <아이를 때려죽이는 게 어른이 할 짓이냐?> 이러면서 로이토스에게 달려들었네만, 로이토스는 이 장작개비를 에바그로스의 입에다 찔러놓고 말았네 (163)

<도망치지 말게. 자네는 절대로 여기에서 죽지 않아 나중에 헤라 클레스가 쏘는 화살의 과녁이 되어야 하니까.>

그러나 에우리노모스와 뤼키다스, 아레오스와 임브레오스에게는 도망칠 겨를이 없었네. 드뤼아스가 이들을 때려죽였거든. 크레나오스는 싸움판에서 도망치고 있었는데도 미간에 창을 맞았지. ? 그냥 도망쳤으면 좋았을 것을 도망치다가 뒤를 돌아다보았기 때문이지.(164)

<술이 그렇게 좋거든 스튁스 강물을 섞어 마시게.> 포르바스는 이러면서 창을 던졌네. 아피다스는 반듯이 누운 채 손만 내밀고 있다가 목이 창에 꽂히는 바람에 피는 와상의 깔개를 적시면서 술잔에 고였네. (165)

5) 넬레오스이 아들 12형제

6) 아킬레오스의 죽음

 

13. 유민의 시대

 

1) 아킬레오스의 유품

 나를 보십시오. 내 용기를 의심해 본 사람이 있습니까? 그러나 있다고 해도 좋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이 신성한 유품의 소유권을 주장할 자격이 있습니다. 왜냐? 나와 아켈레오스는 같은 양반 집안의 자손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나는 텔라몬의 아들입니다. 텔라몬이 누굽니까? 영웅 헤라클레스의 휘하에서 트로이아 성벽을 깨뜨렸던 장수, 피가사이에서 지은 배4) 로 콜키스 해변에 상륙하신 분입니다 (183)

이 노장군은 이때 이미 지쳐 있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말이 부상하는 바람에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위급한 상황에서 네스토르 장군은 오뒤세우스에게 구원을 청했지만 오뒤세우스는 노장군을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187)

 이런 이야기를 해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행동으로, 누가 유품의 임자가 되어야 하는지 보여주기로 합시다.이 영웅의 유품을 적진에다 던져두고 우리 둘을 보내어 이를 찾아오게 해주십시오. 이로써 찾아오는 사람을 임자로 정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190)

 『펠라스기 인들이여, 만일 신들께서 내 기도와 그대들의 기도를 들어주셨더라면, 19) 우리가 아킬레오스의 유품을 둘러싸고 벌이는 이런 분쟁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킬레오스여, 그대가 살아 있더라면 그대는 아직도 이 무기로 싸우고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대와 함께 싸우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모이신 장수 여러분, 가혹한 운명이 우리와 아킬레오스를 이렇게 갈라놓은 이상……(191)

가문이라든지, 조상이라든지, 우리들은 듣도 보도 못한, 가문의 내력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만, 나는 내 가문이나 조상이나 내력이 어떻게 아이아스의 가문이나 조상이나 내력과 다른지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192)

 <신의 아들이여, 트로이아를 궤멸시키려면 그대가 필요하오. 어찌하여 저 도시를 쳐부수러 나가기를 망설이는 것이오?>

그러고는, 이 영웅을 원정군에 들게 하여 그대들이 아는 바와 같은 영웅적인 공훈을 쌓게 했습니다. (194)

군왕(君王)으로서의 의무감보다는 아버지로서의 사랑이 더 진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때 사리를 따져,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부녀간의 사랑을 희생시켜야 한다고 그를 설득시킨 사람은 바로 납니다. 아트레오스의 아들29) 도 이렇게 말하는 나를 용서할 것입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그에게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공정한 심판을 해야 하는 연합군의 사령관인 그가 자신의 이해가 걸린 문제의 심판관이 되어야 했을 것이니까요. 그러나 그는 민중의 대의를 위하여, 아우30) 의 불명예를 씻기 위하여, 자신이 맡은 총사령관이라는 직위에 충실하기 위하여, 이로써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그는 딸을 희생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196)

<전우들이여,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오? 다 떨어진 트로이아를 두고 물러서다니, 정신이 있는 것이오, 없는 것이오? 10년 세월을 전장에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니, 그대들이 가져가는 것이 무엇이오? 불명예밖에는 아무것도 없소.> (198)

 아이아스가 저 난폭한 입심으로 나를 비난하고 있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도 못 됩니다. 아이아스는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로도 능히 여러분을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니까요. 여러분께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팔라메데스를 무고(誣告)한 나는 마땅히 수치스럽게 여겨야 하고, 팔라메데스를 돌로 쳐죽인 여러분은 명예롭게 여겨야 합니까? 나우플리오스의 아들 팔라메데스는 자신의 모죄를 석명(釋明)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 역시 그에게 불리한 증언만을 들은 것이 아니고 여러분 눈으로 그에게 불리한 증거물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가 적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내 기소(起訴)의 정당성을 입증했습니다. (203)

그러나 무기로 싸우는 자에게만 공이 있고, 머리로 싸우는 자에게는 공이 없는 것은 아니오. 따라서 상은, 무기로 싸워 공을 세운 사람에게만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오, 그대가 만일에 이것을 안다면 그대에게도 아킬레오스의 유품인 무기를 요구할 권리가 있소. 그대뿐만이 아니고, 저 아이아스에 비하면 그래도 겸손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아이아스45) 견줄 데 없이 용감한 에우뤼퓔로스, 안드라이몬의 아들, 토아스, 이도메네오스, 이도메네오스와는 동향 사람인 메리오네스, 아트레오스의 둘째아들 메넬라오스에게도 이 무기를 요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206)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끝났습니다. 나는 내 손으로 운명의 족쇄를 풀었고, 트로이아의 봉쇄를 가능하게 하여 저 험하디험한 트로이아 성을 여러분의 손에 붙였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것이 된 희망의 날에 기대어, 미구에 폐허가 될 트로이아 성에 걸고, 우리가 적의 손으로부터 빼앗은 신들의 이름에 걸고, 우리가 지혜로운 조언을 따라 해야 하되 아직 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그 일에다 걸고 여러분께 말합니다. (207)

『누가 뭐라고 하든, 이 칼만은 내 것이다. 아니다, 오뒤세우스는 이 칼까지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 필요한 것은 이것뿐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이것뿐이다. 트로이아 군의 피를 부르던 이 칼이, 이제 아이아스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정복할 수 없는 이 칼의 주인, 아이아스의 피를 부를 것이다』 (208)

2) 트로이아 왕비 헤쿠바의 최후

 『잘 있거라, 트로이아여!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구나. 우리는 이렇듯이 끌려가니……

 여자들은 조국의 흙에 입맞추며 눈물을 뿌렸다. 그러고는 불타는 성채를 돌아다보며 배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배에 오른 것은 트로이아의 왕비 헤쿠바였다. (211)

 『나를 두고 너희 그리스 함대는 떠나는구나. 내 공적에 대한 그대들의 찬사는 나와 함께 묻어버리고 떠나는구나. 이럴 수는없다. 내 무덤은 내 몫의 공적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 그러니 폴뤽세나를 제물로 바쳐 아킬레오스의 혼을 위로하고 떠나거라!

『빨리 나를 찔러 내 고귀한 피를 보아라. 몸을 사리지는 않겠다. 내 목을 쩔러도 좋고 내 가슴을 찔러도 좋다……

 폴뤽세나는 옷을 찢어 가슴을 드러내고는 말을 이었다.

……이 폴뤽세나는 마침, 남의 노예로서는 죽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그러나 너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신의 분노는 없다고 하는 사실이다. 노예를 죽이는 것보다야 자유인을 죽이면 더 낫지 않겠는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노예 폴뤽세나가 아니고 프리아모스 왕의 딸인 자유인 폴뤽세나다. 마지막 소원을 더 듣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하겠다. 만일에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 어머니에게 알려야 할 경우 내 주검은, 다치지 말고 그대로 다 내 어머니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212~213)

이제는 용기도 생명도 떠나버린 딸의 시신을 안은 어머니 해쿠바는, 지아비를 위해, 조국을 위해 흘리던 눈물을 자기 자신을 위해 훌렸다. 헤쿠바는 딸의 가슴에 난 상체에 소금기가 밴 눈물을 쏟으며 죽은 딸의 입을 입맞춤으로 봉하고 가슴을 쳤다. 얼마나 쳤던지 헤쿠바의 가슴은 이미 멍들어 있었다. (214)

 < 저 여자가 그 유명한 헥토르의 어머니이자 프리아모스 왕의 왕비였던 여자다.>

그토록 많은 자식을 잃은 내가, 어찌하여 이 어미의 슬픔을 가까이서 위로해 줄 너마저 잃어야 하느냐? 어찌하여 너마저 적장의 죽음에 제물로 바쳐야 하느냐…… 그래, 나는 너를 적장의 죽음에 제물로 바친 꼴이구나. , 참으로 사나운 내 팔자여, 나는 도대체 왜 살아 있는 것이냐? 나는 왜 살아서 어정거리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늘고 병든 내가 무슨 좋을 꼴을 보겠다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무정한 신들이시여, 왜 이 늙은이의 죽음을 유예하시는지요? 저에게 더 보아야 할 주검이 있나이까?

그분은 네게 죽는 걸 보기 전에, 당신의 왕국과 당신의 목숨을 동시에 잃었으니…… 아가야, 너는 일국의 공주이니, 장례식도 성대하게 치러주게 하고 네 아버지 무덤 옆에 묻히게 해주어야 마땅하나,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 너의 죽음에 어미가 바칠 수 있는 제물은 눈물과 이국의 모래뿐이구나. (215~216)

『헤쿠바여, 지체하지 말고 아들에게 줄 황금을 내게 건네주시오. 신들께 맹세코, 그대가 지금 나에게 건네주시는 황금, 그대가 기왕에 주어 보내신 황금은 모두 아드님의 것이 될 것이니』

 헤쿠바는 거짓 맹세까지 하는 이 폴뤼메스토르 왕을 바라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217)

3) 멤논의 주검에서 날아오른 새들

 불의 가벼운 기()는 이 생명을 얻은 형상에 날개를 부여했다. 얼핏 보기에는 새 같았다. 과연 새였다. 이 새가 날갯짓하며 날기 시작하자, 같은 물질에서 같은 과정을 거친 수많은 다른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라 어지러이 날기 시작했다. 저희들 근본이, 용감한 트로이아 전쟁용사 멤논을 태운 재라는 사실을 아는지, 이들은 이 영웅에게 제물이라도 드리는 듯이 화장터 상공에서 싸우다 떨어져 멤논의 시신이 탄 재에 저희 몸을 파묻었다. 멤논의 시신을 태운 재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사람들은 새를 <멤노니테스>62) 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들이, 개가 되어 온 세상을 떠도는 헤쿠바의 신세를 슬퍼하고 있을 때도 아우로라는 자기 몫의 슬픔에 잠겨 있었다. 이 아우로라는 지금도 온 세상에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눈물64) 을 뿌리고 있다. (219~220)

4) 아니오스의 식객이 된 아이네이아스

 『위대한 영웅이시여, 잘못 보신 것이 아닙니다. 그때 영웅께서는, 다섯 남매의 아비인 저를 보셨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팔자 시간 문제라더니, 지금은 무자식 신세가 되었습니다. 아들이 있기는 있지요만, 지금은 이 아비 곁을 떠나 아비를 대신해서 안드로스라는 제 이름이 붙은 도시 안드로스를 다스리고 있으니 없는 것과 별로 다르지 못합니다. (222)

 트로이아 유민들도 주인인 아니오스 왕에게 이에 못지않은 물건을 답례품으로 주었다. 트로이아 인들이 아니오스 왕에게 준 것은 사제가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향합(香盒), 제물을 담을 수 있는 접시와 금과 진주로 치장한 왕관이었다. (225)

5) 스퀼라

『스퀼라, 그래도 네 손을 잡으려던 구혼자들은 짐승같이 무지막지한 자가 아니니 얼마나 좋으냐? 네가 싫으면 싫다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바다의 신인 네레오스와 바다의 요정인 도리스의 딸인 나는 자매간이 그렇게 많은데도 구혼자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저에게 우시는 사연을 들려주십시오. 저를 믿으시고, 그렇게 슬퍼하시는 사연을 숨기지말아주십시오』

 그러자 네레오스의 딸 갈라테이아는 크라타에이스83) 의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228)

6) 갈라테이아와 아키스의 슬픈 사랑

 <, 갈라테이아여, 넓은 풀밭에서 아름답기로 쳐도 으뜸이고 곱기로 쳐도 으뜸인, 백설같이 흰 매발톱꽃 꽃잎보다 희고, 오리나무보다 더 키가 크고 더 의연하며, 수정보다 더 투명하고 어린아이들보다 더 천진한 갈라테이아여, 만나면 겨울이 햇살보다, 여름의 응달보다 더 반갑고, 보면 키 큰 백양나무를 보는 것보다 더 마음이 시원해지는 갈라테이아, 잘 익은 능금보다 붉고, 잘 익은 포도보다 달콤하고, 백조의 깃털이나 갓 만들어낸 건락(乾酪)보다 보드라운 갈라테이아여, 어디로 도망치려 하는가, 손질 잘한 뜰보다 아름다운 그대여. (231)

 내 아버지가, 그대가 사는 바다의 지배자라는 것도 잊지 마시라86) 내가 그대를 이 지배자의 며느리로 만들어주리라. 그러니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내 애달픈 구애를 물리치지 마시라. 그대 앞이 아니면 내가 누구 앞에 무릎을 꿇으랴. 유피테르와 천궁과 벼락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에게 두려운 것이 있다면, 아름다운 네레이드여, 그대뿐. 그대가 보내는 비웃음은 유피테르의 벼락보다 내게는 무서운 것이다. (233)

 <여기에 있었구나, 여기에서 이승에서 나누는 마지막 포옹을 나누고 있었구나. 내가 이 포옹을 마지막 포옹이게 하리라.>

 퀴클롭스 족속의 음성, 그것도 화가 난 퀴클롭스 족속의 음성이니 얼마나 컸겠어? 아이트나 산도 움츠렸을 정도였어. 나는 정신없이 가까이 있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고…… 내 사랑하는 아키스는 도망치면서 소리쳤어. (234)

, 놀라워라! 머리에 뿔이 돋은 젊은이 하나가 그 뿔에다 꽃다발을 걸고 그 물줄기 속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겠어? 88) 젊은이의 몸은 허리까지만 물에 잠겨 있었어. 가만히 보니깐, 덩치가 커지고 얼굴이 파랗게 변한 것을 제외하면 영락없는 아키스……맞아, 아키스였어. 아키스는 강으로 전신했던 것이지. 지금도 이땅에 있는 강은 <아키스 강>이라고 불리고 있어』 (236)

7) 글라우코스

 <신들이 부리는 조화일까, 아니면 풀밭에서 자라는 풀에 신기한 효능이 있어서 물고기를 되살리는 것일까?> 하고.

 나는, 어쩌면 풀에 신비한 효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풀잎을 한 뜯어 씹어보았다. 풀에서 나온 즙이 혀끝에 닿자마자 이상한 일이 일었다.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물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견딜 수가 없어서,

 <땅이여, 안녕, 내가 영원히 다시 밟지 못할 땅이여, 안녕.>

 이렇게 부르짖고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238)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는 내가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전과는 전혀 다른 글라우코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푸른 색깔로 변한 내 수염, 숱이 많은 이 머리카락, 엄청나게 넓어진 어깨, 검푸른 이 팔, 지느러미와 흡사하게 변한 내 다리를 보았다. (239)

 

14. 로물루스와 레무스 외

 

1) 스퀼라와 마녀 키르케

 내가 이 처녀를 유혹했던 감언이설, 내가 이 처녀에게 했던 약속은 일일이 말하기 부끄럽습니다만, 어쨌든 나는 이 처녀를 감언이설로 유혹했고, 처녀에게 아름다운 장래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참담하게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만일에 여신의 주문이 아직도 영험하다면 그 거룩한 입술로 몇 마디 일러주십시오. (241)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을 앓기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그대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던질 생각이 있거든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세요. 아직은 늦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과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세요. (242)

여신 키르케는 화를 내였다. 그러나 키르케는 글라우코스를 해칠 수가 없었다. 해칠 마음도 없었다. 글라우코스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키르케는, 그래서 글라우코스에게 분풀이하는 대신 자기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는 인간 스킬라에게 분풀이할 결심을 했다. 사랑을 거절당한 키르케는 이를 악물고 밖으로 나가 무서운 독초를 모아들인 다음 이를 가루로 만들고 헤카테 여신으로부터 배운 주문을 외며 이 독초 가루를 섞었다.

오래지 않아 스퀼라가 나타났다. 스퀼라는 허리가 찰 때까지 물 속으로 들어가다가 말고 비명을 질렀다. 자기 허벅다리가 개 대가리로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킬라는, 처음에는 그게 자기 몸의 일부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지 몸을 움츠리고는 이 개 대가리를 떠버리려고 했다. (243)

 이 쉬킬라가 지금은 바위로 변하여 파도 위에 우뚝 서있다. 이 스퀼라가 바위로 변하지 않았더라면, 트리이아 인들7)도 여기에서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바위로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스퀼라는 여전히 뱃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244)

2) 원숭이가 된 케르코페스

『당신이 여신이신지, 아니면 신들의 총애를 받는 인간이신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기로, 당신은 여신입니다. 고백하거니와, 제가 이렇듯이 살아 있는 것은 당신의 덕분입니다. 저로 하여금 사자(死者)의 나라로 갈 수 있게 하셨고, 그 나라를 두루 돌아볼 수 있게 하셨으며, 이렇게 되돌아올 수 있게 해주신 분은 당신이시기 때문입니다. (249)

 이제 인생의 황금기는 나를 떠나고, 황혼이 비틀거리며 내게로 다가옵니다만 나는 이런 채로 오래오래 더 살아야 합니다. 보시다시피 나는 7세기를 살았습니다 (250)

4) 아이네이아스, 아카이메니데스를 구하다.

『아카이메니데스, 자네가 살아 있다니, 대체 어떻게 살아났나? 어떤 신께서 자네를 살려주셨는가? 트로이아 유민의 배에 적국인 그리스 사람이 타고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자네는 그 배를 타고 어디로 갈 작정인가? (251)

『내가 만일에 내 고국 이타카를 이 배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내가 만일에 내 아버지를 아이네이아스 장군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인간의 피로 물든 저 폴뤼페모스의 입으로 들어가도 좋다. 나는 내 목숨을 바쳐도 아이네이아스 장군께 입은 은혜를 갚을 수가 없다. 죽은 목숨이 이렇게 살아나 이 대기를 숨쉬고, 저 하늘, 저 태양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내가 어떻게 장군의 은혜를 잊을 수 있겠으며, 내가 어떻게 장군을 내 아버지로 섬기지 않을 수 있을까보냐! (252)

 사신이 내 얼굴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네만,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죽는 것 자체가 아니었네. 나는 그 괴물이 나를 잡아 통째로 삼키는 광경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네. (253)

5) 풍신(風神) 아이올로스의 선물. 오뒤세우스와 키르케

우리는 동료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항해를 계속, 이윽고, 저기를 보게, 저기 멀리 보이는 섬 있지, 저 섬에 도착했네. 저 섬은, 멀리서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섬이네만 사실은 그렇지 못해. (256)

처음에는 우리 몸에서 뻣뻣한 털이 뻐져나갔고, 다음에는 발굽이 변하여 손발이 되었으며, 팔은 팔답게 다리는 다리답게 변했네.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오뒤세우스 장군을 얼싸안고 이구동성으로 고맏다는 말씀을 드렸네. 장군도 눈물을 흘렸지.

6) 피쿠스와 카넨스

『우리는 한 해 동안이나 이 섬에 머물렀네. 그 동안 눈으로 본 것도 많고 귀로 들은 것도 많아. 본 것, 들은 것 다 자네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이야기 하나만은 하고 넘어가야겠네. (259)

이 요정처녀는 혼기가 되자 수많은 구혼자들은 다 마다하고 라우렌툼43) 사람 피쿠스의 신부가 되었답니다. 이 요정은 예쁘기도 했지만, 노래를 어찌나 잘 부르는지 이름마저 <카넨스>44) 였다지요. 카넨스는 노래를 어찌나 잘 불렀는지, 이 색시의 노래를 들으면 나무와 바위도 감동했고, 사나운 짐승들은 성질이 눅이고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으며, 강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흐름을 멈추었고, 새들은 날개를 접고 노래를 들었더랍니다. (261)

<그대가 바람을 타고 도망쳐보아라. 내게서 도망칠 수 있다. 내가 누구더냐. 내 약초가 어떤 약초인 줄 아시는가. 그대는 내 마법을 피할 수는 없을 게다.> (262)

<나를 사로잡은 그대의 그 아름다운 눈, 여신은 나를 사로잡아 이렇듯 부끄러움을 모르게 한 그대의 아름다운 청춘에 기대어 드리는 말씀이니, 들으소서. 원컨대 내게 친절을 베푸시어 나를 사랑해 주시고, 만물을 내려다보시는 태양신의 사위가 되소서. 마음 문을 여시되, 티탄의 딸인 이 키르케를 욕보이지 마소서.>

<곧 이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사랑의 상처를 입은 여자의 원한이 얼마나 깊고 무서운가를 알게 될 테니. 이제 그대는 카넨스에게로 돌아갈 수 없을 게다.> (263)

7) 새가 된 디오메데스의 부하들

효성이 지극해서 만인의 본이 되는 내 양자(養子), 한때는 그리스 인들이 지른 트로이아의 겁화에서 나를 구해내더니, 오늘은 나를 버도에 따라 화장하여 이렇듯이 장사지내 주었구나. (266)

『군대를 파견하기 싫어서 핑계를 댄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하다 보면 슬픈 기억이 또 한번 나를 괴롭히겠지만, 내가 여기까지 흘러와 이렇게 몸붙이고 살게 된 이야기를 할 터이니, 청컨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268)

나는 바다에서는 폭풍 때문에 모진 고생을 했고, 땅에서는 밑도 끝도 없는 전투로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전쟁터에서 죽은 부하들, 바다에서 죽은 부하들 부러워했을까요. 내 부하들은 바다에서 혼이 나고 전투에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는지라, 나에게 어디라도 좋으니 눌러앉자고 하더이다. 그러나 성미가 불 같은 아크몬은 의기소침해 있는 부하들을 꾸짖었습니다

<전우들이여, 그렇게 험한 고초를 겪고도 겁을 먹는가?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고초는 이제 없다. (269)

8) 아이네이아스의 배. 아르데아

9) 신이 된 아이네이아스

10) 포모나와 베루툼누스. 아낙사레테의 전신

11) 로물루스와 헤르실리아

 

15. 카에사르의 승천 외

 

1) 뮈스켈로스. 크로톤

2) 퓌타고라스의 가르침

밤하늘의 달도 같은 모양으로 뜨고 지는 것은 아닙니다. 달이 차는 중이면 오늘보다는 내일이 크고, 기울고 있는 중이라면 내일보다는 오늘이 큰 법입니다. ~ 그러다 튼튼한 다리로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재빠른 다리로 세상을 달립니다. 이윽고 청년을 보내고 중년을 보내면, 우리는 노년에이르는 비탈길, 인생의 황혼으로 내리막길에 서게 됩니다. (302)

탐욕스러운 미식가인 세월은 모든 것을 부수고 갉아 마침내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302~303)

영속하는 우주는, 형상의 질료가 되는 네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의 두 가지, 즉 흙과 물은 무거워서 가라앉습니다. 반면에 나머지 두 가지, 즉 공기와 공기보다 가벼운 불에는 무게가 없어서, 가두는 것이 없으면 위로 솟아오릅니다. (303)

네 원소는 같은 순서를 역으로 밟아 원상으로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농도가 짙어진 불은 응고하여 공기가 되고, 공기는 물이 되며 물은 압력을 받으면 흙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처음의 모양대로 영원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무궁무진한 자연의 조화는 끊임없이 이 물건으로 저 물건을 지어냅니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이 우주에 소멸되는 것은 없습니다. 변할 뿐입니다. 새로운 형상을 취할 뿐입니다. <태어남>이라는 말은, 하나의 물상이 원래의 형상을 버리고 새 형상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축음>이라는 말은, 그 형상대로 있기를 그만둔다는 말입니다. (303)

시대도 황금의 시대에서 철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땅 역시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한때 단단한 땅이었던 곳이 바다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다였던 곳에서 땅이 솟아오르는 것도 보았습니다. 조개 껍데기가, 바다에서 먼 곳에서 발견되는 수도 있고, 옛날의 닻이 산꼭대기에서 발견되는 수도 있습니다. 흐르는 물 때문에 벌판이었던 곳이 골짜기가 되는 수도 있고, 홍수에 씻겨 산이 벌판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늪지가 모래와 자갈뿐인 황무지가 되기도 하고, 사막이 호수가 되기도 합니다. 자연은, 어느 곳에서는 계절이 봄이게 하는 게 하는가 하면, 또 어느 곳에서 봄이 오는 것을 막아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강은, 자신의 흐름을 가로막은 땅 밑의 장벽에 갇혀 있다가 갑자기 땅 거죽을 뚫고 분출하는 수도 있고, 어는 날 갑자기 땅 속으로 잦아들어 빈 하상(河床)만 남기기도 합니다. (304)

물이, 새로운 형상을 지어내거나, 지어내는 데 큰 몫을 한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뿔 달린 강의 신 암몬의 물은, 대낮에는 차가운데 해가 지면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까닭이 궁금하시겠지요. 아타마네스 인들이, 달이 사위어 없어지기만 하면 이 강물에다 나무를 띄우고 불을 붙인답니다. 나는, 이 강물이 그래서 뜨거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키코네스 땅에는, 마시는 사랑의 장기(臟器)를 석화(石化)시키는 광물이 있답니다. 장기만 석화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이 돌이 온몸으로 퍼지는 바람에 온몸이 돌이 된다는 것이지요. 크라티스와 쉬바리스 강물에도 이 강물과 비슷한 마력이 있습니다. (306)

더욱 놀라운 것은, 사람의 겉모습뿐만이 아니고 성격까지 바꾸어버리는 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살마키스의 강19) 이야기, 아이티오피아에 있다는 호수 이야기는 그대들도 들은 바가 있을 것입니다. 아이티오피아에 있다는 이 호수의 물을 마시면, 미치거나 죽음에 이르는 깊은 잠에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306)

세월이 지나면 이 발화 물질이 떨어질 때가 오지 않겠습니까? 발화 물질이 떨어지면 불을 뿜을 수는 없겠지요. 대지가 끊임없이 어린 물질을 공급할 수는 없을 테니 까요. 원래 불이라는 것은 탐욕스러워서, 끊임없이 태울 것을 요구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태울 것이 없는데 무엇을 태우겠습니까? 결국은 이 화산도 굶다보면 황량한 굴 하나만 남길 것입니다. (308)

공기와 바람을 먹고 살면서, 누가 건드리면 몸 색깔을 바꿔버리는 동물도 있다고 합니다. 박쿠스 신이 힌두스를 정복하자 힌두스 땅이 이 포도주의 신께 살쾡이를 바친 것은 다 아시는 일이지요?

그런데 사람들 말을 들으니 이 살쾡이 오줌은 몸 밖으로 나오자마자 돌이 된다고 하더군요. 산호도 이와 비슷합니다. 산화는, 바다 속에 있을 때는 식물 이지만 공기 속으로 나오면 굳어져 돌이 되니까요. (311)

나라라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나라가 가운데엔 세월이 흐를수록 강대해져 가는 나라도 있고, 쇠퇴의 길을 걷는 나라도 있습니다. 트로이아는 그 많은 인명을 잃으면서도 그 전쟁의 돌개바람을 10년간이나 버틸 수 있을 만큼 국력도 있고 인구도 많은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트로이아가 있던 자리에는 폐허뿐입니다. 한때는 만방에 그 이름을 떨쳤던 스파르타, 한때는 번영의 상징이었던 도시 국가 뮈케나아, 그 장하던 암피온의 성채 와 케크롭스의 도시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스파르타는 논밭이 되었고, 뮈케나이는, 쑥밭이 되었습니다. 테바이에 오이디푸스의 그 이름 말고 무엇이 남았습니까? 판디온의 도시 아테나이에 그 이름 말고 남은 것이 무엇입니까? 오늘날 우리는, 트로이아 유민들이 일으킨 로마가 융성하여 아펜니노스 산에서 발원한 튀브리스 강 언덕에다 대규모 공사를 시작, 세계 지배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습니다. (311~312)

하늘과,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은 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땅과, 땅 위에 있는 만물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피조물의 하나인 우리 인가도 변합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날개 달린 영혼도 여기에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개 달린 우리의 영혼은 들짐승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고, 가축의 가슴을 찾아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짐승들을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짐승의 몸에 어쩌면 우리 부모형제나, 우리 친척, 우리와 같은 인간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인간이라는 이 예사롭지 않은 지위를 불명예스럽게 하거나 튀에스테스식() 식사로 우리의 배를 채우는 일은 절대 하지 맙시다. (314)

소에게는 쟁기나 끌게 하십시오. 그러다 나이를 먹어 죽게 되면 그 죽음을 슬퍼해 주십시오. 양으로부터는, 우리를 북풍에서 지켜줄 양털이나 얻어냅시다. 염소로부터는 젖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짐승을 속이는 함정이나 올가미나 그물 같은 것은 이제부터라도 쓰지 마십시오. 깃털을 꽂아 만든 가짜 새로 새들을 속이지 말고, 소리로 유인하여 사슴을 죽이지, 말며, 꼬부라진 낚시 바늘을 미끼로 감춰 물고기를 속이지 마십시오. 해로운 짐승은 죽이되 죽이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 거친 음식으로 만족하십시오

그는 이렇게 가르쳤으나 사람들은 그의 귀한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314)

3) 에게리아의 전신. 히폴뤼토스의 소생(蘇生)

<히폴뤼토스>라는 이름 들어 보았을 것이오. 저주받을 계모와 우직한 아버지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왕자의 이름이오. 그대는 내 말을 들으면 놀랄 것이요. 그대에게 증명해 보일 방도가 없기는 하오만 내가 바로 히폴뤼토스올시다. 한 옛날 파시파에의 딸은 나를 꾀어 내 아버지의 침대를 더럽히려고 했소. 하지만 내가 어디 그럴 사람이던가요? 파시파에의 딸은, 내가 유혹을 거절하자, 오히려 내가 자기를 유혹하려 했다는 소문을 퍼뜨립디다. 거절당한 게 창피해서 그랬을 테지요. (316)

, 요정이요, 그대가 당한 슬픔의 고통을 내가 당한 이 고통에 견주려오? 나는 어둠에 싸인 왕국을 보았소. 만신창이가 된 내 몸은 플레게톤 까지 건넜소. 만일에 아폴로 신의 아들이 손을 써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정말 죽었을 것이오. 파이안의 도우심과 탁효가 있는 약초 덕분에 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소만, 이것은 디스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었소. 디스의 뜻을 거슬렀으니 만치, 만일에 그의 눈에 뛴다면 더 큰 화를 당하게 될 것이 아니겠소? 그게 걱정스러웠던지 디아나 여신께서는 나를 안개로 감싸주셨소. 여신께서는 나를 안전하게 숨겨주시고, 디스에게 발각되어 벌을 받게 되는 것을 면하게 해주시려 할 것이 아니겠소. 꽤 오랫동안 여신께서는 나를 크레타로 보내실까, 델로스로 보내실까 고민하시다가 결국은 나를 이곳에다 숨기셨어요. 이것에 숨기시면서 여신께서는 내게, 말에 대한 연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내 이름을 버리라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소. (318)

4) 타케스. 로물루스의 창. 키포스

『여기에, 그대들이 쫓아내지 않으면 장차 왕이 될 자가 있다. 내가 이름을 거론하지 않겠지만, 그런 사람이 분명히 있다. 이 사람의 이마에 뿔이 돋아 있다. 점술사는, 만일에 이 사람이 로마에 입성하면 그대들을 노예로 만드는 법을 제정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사람은 성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도 있다. 나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만, 나는 이 사람의 입성을 반대해 왔고 막아왔다. (321)

영광의 보답이 이로써 만족스럽지 않다고 여겼던지 백성들은 이를 오래오래 기리기 위해 청동으로 된 성문 기둥에다 이 영웅의 불가사의한 뿔을 상징하는 뿔 문양을 새겨넣었다. (322)

5) 역질(疫疾)로부터 로마를 구한 아스클레피오스

옛날 무서운 역질이 라티움 땅을 휩쓴 적이 있다. 라티움 사람들은 이 역질로 피를 말리다가 맥없이 쓰러져갔다. 장례 행렬을 보는 것도 지겨워졌을 때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은 인간의 노력으로 이 역질을 물리칠 수 없고, 의사의 힘으로는 역질에 걸린 환자를 치료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늘의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23)

『로마 인들아, 가까이서 구할 수 있는 것을, 너희들은 멀리 있는 나에게까지 와서 구하는구나. 너희 기도를 들어 너희를 환란에서 구할 자는 나 아폴로가 아니라 아폴로의 아들이다. 내가 너희를 축복할 터이니 내 아들의 이름을 부르거라』 (323)

6) 카에사르의 승천

신들이 보인 이러한 징조는 징조에서 끝났을 뿐, 음모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운명의 여신들은 일각의 유예도 없이 섭리를 집행했다. 음모가들은 칼을 빼들고 신성한 곳71)로 들어갔다. 음모가들이 이곳을 고른 까닭은 이 건물이 마침 원로원으로 쓰여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누스는 두 손으로 가슴을 치며, 이트레오스의 아들 메넬라오스의 칼날로부터 파리스를 구할 때처럼, 디오메데스의 칼날로부터 아이네이아스를 구할 때처럼, 구름으로 이 아이네이아스의 자손을 가려 목숨만은 구해 주려 했다. 그러나 신들의 아버지는 이런 베누스를 몹시 꾸짖었다. (333)

그러니 슬퍼하지 말아라. 그렇게 되기에 앞서 이 율리우스77)로부터 그 영혼을 수습하여 별로 전신시킬 것이니……. 그러면이 율리우스는 하늘의 보좌에서 나의 도시 로마의 카피톨리움과 원로원이 있는 광장을 지킬 수 있을 것이 아니겠느냐 (324)

신이 된 율리우스는 아들을 내려다보다가, 아들이 하는 일이 자기를 앞서고 아들의 영광이 자기 영관 이상으로 빛나는 것을 보고 흡족해했다. 아우구스투스는 백성들이, 자기의 이름을 아버지 율리우스 카에사르의 이름 앞에 세우는 것을 금했다.

7) 결사(結詞))

내 육체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귀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건, 백성들은 내 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不仕)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초판에 부치는 역사 후기]

오비디우스의 유쾌한 경망(輕妄)

오비디우스는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관리가 되기 위해 로마로 나와 수학과 법률을 배우게 됩니다만, 오비디우스는 이 역동적인 도시에서 따분하게 관리 노릇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 못 되었던 모양입니다. (337)

아버지의 희망을 저버리지 못해 오비디우스는 짧은 기간 관리 노릇을 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로마는 지나치게 관능적인 도시, 호화로운 도시, 평화로운 도시였습니다. (337)

이 때부터 오비디우스는, 풍족한 유산, 빛나는 기지, 엄청난 기억력, 반듯한 사교술을 가로세로로 구사하면서 알약 문단과 사교계의 총아가 됩니다. (338)

그는 검투사들이 죽고 죽이는 광경을 찌릿하게 즐기던 로마의 연인들에게 검투장 출입을 금지시킴으로써, 죽이는 검투사와 죽은 검투사의 알몸을 마음껏, 감상해 오던 로마 여성들을 매우 심심하게 만들었는가 하면, 50세 이하의 모든 여성에게는 결혼과 출산의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남성들 사이를 부유하던 불나비 여성들을 몹시 갑갑하게 만들어 버리고 맙니다. (338)

<기독교와 오비디우스이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 말은 오비디우스가 그려낸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체계가 작가와 신인과 화가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들의 붓끝에 세례를 베풀고 끊임없이 그 시대로 돌아가게 했다는 뜻일 것입니다. (340)

인류2천 년 문화의 두 대궁 중 한 대궁은 기독교적 인식체계를 바탕으로 한 문화인데, 그 인식 체계에 물들지 않은 고대의 인식체계, 그리스도 이전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읽는 것은 신선한 읽기의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하늘이 열리던 때의 아득한 때와 우리가 사는 때 사이에 가로놓인 긴긴 세월이 소거(消去)되는 희한한 경험도 가능하게 합니다. (342)

 

 

III. 내가 저자라면

 

이 책에서 다루는 신화 들을 변화에 관한 책이다. 시간의 흐름속에 신화들은 크게는 천지창조로부터 작게는 꽃의 탄생설화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메타모르포세스(metamorphoses) 즉 변화를 다룬다.

풍부한 상상력에 의하여 회화적인 묘사로 넘쳐 흐르고 있으나, 신화를 다루면서도 거기에 나오는 인물은 당시 상류사회의 남녀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의 주요한 키 워드는 '변화' '신화'. 아마도 그였다면 '변화'를 다루었을 것이다. 신화는 당시 그가 다룰 수 있었던 변화에 대한 이야기의 최고의 재료였을 것이고, 지금 그가 이 시대를 살았다면 변화라는 화두를 가지고 역사, 철학, 심리학, 과학 등을 총 망라하여 다루었을 것이다. 즉 변화라는 키워드는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위대함을 지속해 왔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 분주한 하루를 보내지만, 삶을 통찰하는 힘은 부족했다. 그래도 자신의 몫을 살아내기 위해서 꾸준히 삶의 동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직장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미래를 행복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천복을 희구 하는 것 도, 가족과 친구를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 것등등이 모두가 맥락적 이해를 같이 하고 있다.

 

신화를 통해 보는 변화란 어떤 것일까?.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면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크게는 인간의 역사, 작게는 한 개인의 삶 자체가 변화무쌍 그 자체다. 그런 의미에서 신화가 다루는 모든 주제는 인간 궁상들의 희로애락을 그려낸 삶이다. 삶은 우여곡절이라는 심연을 통과하면서  그려낸 문양들이고,신화가 말하는 것도 결국 궁상들의 삶을 '변화'라는 프레임 속에서 은유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화는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까? 바로 '은유'. 신화는 '은유'로써 역사와 삶 나아가 우리가 속해 있는 대자연과 우주를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신화는 터무니 없고, 허무맹랑한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 같다. 그러나 그 허무맹랑한 껍질만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그 속에는 무한한 에너지를 담은 우주가 있다. 죄 와 선악으로 구별짓는 기독교 세계관이 아직 물들지 않은 이른바 '원초적'인 힘으로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합리적인 자아는 그 넘치는 힘을 창의성이 가득한 보고로 생각하는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에 보여진 바로 그 선과 악 그리고

죄라는 굴레을 벗어버리고 인간 본래의 원초적인 욕망이 인류의 보편화된 꿈인 신화를 통하여

마음껏 세상으로 뛰쳐나와 자유로운 영혼으로 남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신들이 지배하는 상재(上帝)의 권능을 가진 그들의 시대를 기점으로 인간의 자아를 찾아,사유하고 생각하는 힘을 통해 영웅의 시대를 열어 한결 높아진 인간의 지위와 역할을 전제로 새로운 시대인 로마의 건국으로 이루어진다. 변화라는 모티프를 가지고 로마 건국과 저자를 고국으로 소환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절대군주에게 '당신은 위대한 신의 후예'라는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기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부실한 모습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느껴야 하는 것은 로마를 건국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힘이 얼마나 커져왔는지를 '인간힘의 변화'라고 하는 틀에서 신화 그 자체를 읽는 일이다.

 

무엇보다 가치있는 것은 야성미가 살아있던 서양문화의 원류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담겨있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소중한 가치다. 기독교의 문화가 들어가지 전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고의 근원을 이해 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의 시대 정신은우리라는 개념주의에서라는 개인주의로의 분화가 솟구치고 있다. 죄와 악으로 구분하여 인간의 욕망을 규정 짓고져하는 틀을 벗어나 야성적이고 거친 삶을 맛껏 누려보는 자기 가치의 시대에 신화는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원시를 보여 준다. 신화는 죽은 옛것이 아니라 살아서 진행되는 인간사에 대한 변화를 자유로운 방식으로 맘껏 즐기게 해준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이고,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날것들을 신들에게 뒤집어씌운 이야기라는 느낌을 갖고, 신화를 대한다면 그 자체로써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IP *.41.190.19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