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콩두
  • 조회 수 3121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2년 8월 27일 11시 51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내가 저자라면 - 같습니다.

2.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첨부합니다.

3. 변신이야기 두번 읽기 50개의 문장,이야기 정리

 

제목 : 질투, 인비디아

 

1. 질투의 모습

 

미네르바 여신은 벌떡 일어나 인비디아를 찾아갔다. 인비디아는 어둡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집에 살고 있었다. 그 집은 햇살이 비치기는커녕 바람도 한 점 불지 않는 깊은 계곡에 있었다. 이 집 안은, 손가락이 곱을 만큼 추웠지만 불기가 없는 데다, 햇빛이 비치지 않는 곳에 있어서 늘 어둠에 잠겨 있었다. 전쟁의 여신은 이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전쟁의 여신은 이 질투의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여신은 창 끝으로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인비디아는 마침 마성을 돋구어주는 배암 살을 먹고 있었다. 미네르바 여신은 눈길을 돌렸다. 인비디아는 반쯤 남은 배암을 놓고 바닥에서 일어나 발을 질질 끌면서 문간까지 나왔다. 인비디아는 여신의 아름다운 모습과 번쩍이는 무구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고, 여신의 한숨소리를 듣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인비디아의 안색을 창백했고 몸은 형편없이 말라 있었다. 게다가 인비디아는 지독한 사팔뜨기였다. 이빨은 변색된 데다 군데군데 썩어 있었고,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이 인비디아의 입술에 미소가 감돌게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고통받는 광경뿐이었다. 인비디아는 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밤이고 낮이고 근심 걱정에 쫒기고, 남의 좋은 꼴을 보면 속이 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여위어 가는 것이 인디비아 였다. 남을 고통스럽게 하면 하는 대로, 자신이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저 자신만 녹아나는 게 바로 이 인비디아였다. - 105

 

2. 질투가 작동하는 방식

 

인비디아는 멀어져 가는 여신을 눈꼬리로 좇으면서 여신의 뜻이시니 이루어질테지요 하고 중얼거렸다. 안으로 들어온 인비디아는 가시장미 덩굴이 감긴 지팡이를 들고 검은 구름으로 몸을 감싸고는 그곳을 떠났다. 인비디아는 가는 곳마다 꽃이 만발한 벌판을 짓밟고, 풀을 말리고, 나뭇가지를 꺾고, 숨결로 사람들과 도시와 집을 더럽혔다. – 106

106 케크롭스의 딸 아글라우로스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인비디아는 여신이 명한 대로 손을 썼다. 먼저 심술이 뚝뚝 듣는 손을 처녀의 가슴에 대어 그 안을 가시 덩굴로 채우고 시커먼 독기를 뿜어 뼛속에까지 독기가 스며들게 한 뒤, 심장에도 따로 독기를 흘려넣었다. 인비디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글라우로스가 오로지 메르쿠리우스와 헤르세만을 질투하도록 말쑥하게 차려 입은 메르쿠리우스와 시집 잘 가는 헤르세의 형상을 빚어 따로 보여주었다. 빚어서 보여주되 실제보다 훨씬 화려하게 빚어서 보여주었다.

질투가 가동되는 방식이 흥미롭다.

시기심과 질투는 풍요의 가치관이 아니라 결핍의 가치관 어쩌고 저쩌고

 

106 헤르세의 화려한 결혼과 늘어진 팔자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아글라우로스 가슴의 불길은 건초더미에 인 불길과 비슷했다. 불꽃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속으로 타들어가 결국은 건초더미를 깡그리 태우고 마는 불길과 비슷했다. 아글라우로스는 팔자 늘어진 헤르세를 보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엄한 아버지에게 헤르세와 메르쿠리우스의 밀회를 고자질해야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107 질투가 옮긴 괴질은 빠른 속도로 이미 병든 곳과 성한 곳을 파괴했다. 이어서 생명의 숨결이 지나다니는 길을 거슬려 치명적인 냉기가 올라왔다.

108 곧 목이 석화했고 이어서 입술이 굳어졌다.

 

 

제목 : 아버지로부터 추방당한 카드모스 왕뱀을 무찌르고 테바이의 시조가 되다.

 

3. 카드모스의 추방 경위

 

이 공주(소가 된 유피테르를 타고 바다를 건너간 에우로파)의 아버지 아게노르 왕은 딸의 행방을 몰라 노심초사 하다가 아들 카드모스를 불러, 행방불명이 된 누이를 찾아오되 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는 무서운 명을 내렸다. 아게노르는 딸에게는 자애로운 아버지였지만 아들에게는 냉혹한 아버지였다. – 112

 

4. 카드모스의 추방이 축복인 이유 – 왕뱀을 이기고 새로운 사람을 만듬. 테바이 시조.

 

이 때 이 영웅의 수호신인 팔라스 여신이 공중에 나타나 소리없이 땅 위로 내려섰다. 여신은 그에게 땅을 갈아엎고 인간의 씨앗인 왕뱀의 이빨을 뽑아 뿌리면 새 백성이 돋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모스는 여신이 시키는 대로, 보습으로 이랑을 만들고 거기에다, 여신이 인간의 씨앗이라고 했던 왕뱀의 이빨을 뿌렸다. 그러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흙덩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서 이랑 사이에서 창날이 쑥 돋아났고, 다음에는 깃털술이 달린 투구가 솟아올라왔다. 오래지 않아 어깨외 가슴, 그리고 무기를 든 손이 올라왔다....그러나 흙에서 솟아난 무사가 소리쳤다. “무기를 잡지 마시오. 집안 싸움에 끼어들지 마시오” - 117

생명이 이런 식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 상상이 재미있다.

 

무사들 전부가, 이놈이 저놈을 치고, 저놈이 이놈을 치며 미친 듯이 싸웠다. 저희끼리 시작한 싸움에서 대부분의 병사들이 조금 전에 얻은 목숨을 잃었다. 남은 무사는 다섯뿐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동아리 무사들의 피로 따뜻하게 데워진 어머니 대지의 가슴에 누워 뒹굴었다. 살아남은 자 중의 하나인 에키온이 팔라스 여신이 시키는 대로 무기를 놓고 나머지 무사들에게 더 이상 싸우지 말자고 하고는, 그들로부터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다. 포에니키아에서 온 이방인은 이들과 더불어 포에부스 신탁이 일러준 대로 새로운 도시를 건설했다. 이렇게 선 도시가 바로 테바이다. - 117

 

117 카드모스는 결과적으로 보면 아버지로부터 추당함으로써 축복을 받은 셈이다. 그는 마르스와 베누스 사이에서 난 딸과 혼인했다. 카드모스의 아내는 아들딸을 여럿 낳아 집안을 융성케 했다. …그러나 사람은 죽어서 땅에 묻힐 날이 되어봐야 그 한살이가 행복한 한살이였는지 박복한 한살이였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제목 : 유노여신이 세멜레 일가에게 보복하기 위해 찾아가던 저승궁의 신비로운 모습

 

5. 안개속 저승궁

 

179 유독한 주목 숲에 묻힌 내리막길이 있다. 바로 저승으로 통하는 길이다. 자욱한 안개 속으로 스튁스 강이 느릿느릿 흐르고 강 옆으로 난 이 길로 갓 죽은 망령들 갓 묘지에 묻힌 인간의 그림자들이 내려간다. 이 적막한 곳은 어둡기가 그지없고 음습하기가 짝이 없다. 망령들은 갓 죽은 망령들은 이 길이 어디로 통하는 지 알지 못한다. …어디로 가야 저 어둡고 음습한 디스의 저승 궁에 닿는 지를 알지 못한다. 저승 궁으로 통하는 길은 수천 갈래에 이른다. 이 저승궁 사방팔방에 있는 문이라는 문은 모조리 열려 있다. 바다가 세상의 강이라는 강은 모조리 받아들이듯이 이 저승 궁도 망령이라는 망령은 모조리 받아들인다. 아무리 많은 망령이 들어가도 이 저승 궁이 붐비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새 망령이 들어온다고 해서 저승 궁이 달라지는 법도 없다. 저승 궁에서는 살도 없고 뼈도 없는 허깨비 같은 망령들이 어슬렁거린다. 저자거리로 나오는 망령도 있고 저승궁을 도는 망령도 있다. 저 세상에서 익힌 솜씨로 장사하는 망령도 있다. 저 세상에서 지은 죄값을 셈하는 망령도 있다.

 

 

제목 : 메두사의 머리

 

이어서 페르세오스는 메두사가 흘린 피에서 날개 달린 천마 페가소스와 이 페가소스의 아우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마저 했다. – 200

 

6. 메두사의 머리가 뱀으로 덮인 이유

 

다른 자매들의 머리는 여느 머리와 같은데 어째서 메두사의 머리만 뱀으로 덮여 있느냐고 물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처녀였더랍니다...머리카락은 특히 아름다웠던 모양이지요?.사람들은 바다의 지배자가 이 메두사를 미네르바 여신의 신전으로 데려가 사랑을 했다는 이야기를 합디다. 이 유피테르의 따님으로서는 방패로 얼굴을 가려야 할 만큼 무안당하셨던 거지요. 그래서 그 죄값을 물어 이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버리신 것이지요. 요즘도 여신께서는 당신께서 만드신 이 뱀을 흉값에다 달고 다니면서 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신답니다. - 201

편파적인 미네르바 같으니라고 유피테르의 오른팔 미네르바는 항상 남성 편이긴 했지. 성관계를 혼자 하냐구. 포세이돈과 메두사가 같이 했을텐데 메두사만 갖고 난리야! 그리고 메두사가 이런 형편없는, 개념없는 처녀라기 보담은 위대한 여신의 ‘파괴의 여신’ 측면을 대표한다는 말을 들었지. 위대한 어머니는 생명을 낳고 또한 먹는다. 석화시킨다는 건 그런 의미도 되는 것 같다. 우리 모두는 흙이 되고 돌이 되잖아. 죽음에 이르러.

 

 

제목 : 무사이가 머물고 싶지 않은 집, 사람, 예술에 대한 가여운 짝사랑

 

7. 퓌레네오스

 

216 퓌레네오스는 트라키아 군대를 몰아다울리스 땅과 포키스 땅을 불법으로 빼앗고 감히 왕을 청하면서 이 땅을 다르시던 사나운 장수였습니다. 저희들이 지나는 걸 보고는 저희들을 섬기는 척 수작을 걸더이다.

“므네모쉬네 여신의 따님들이시여, 바라건데 잠시 걸음을 멈추소서. 이 바람 이 비를 제 지붕 밑에서 피해 가시는 것을 망설이지 마소서. 신들께서도 더러는누추한 곳에도 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왕궁 대문을 걸어잠그고 폭력으로 못된 수작을 부리려고 하지를 않겠습니까? 저희들은 그자의 손길을 피하여 날개를 열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그랬더니 이 자 역시 성벽 위로 오르더니 ‘어디를 가든 그대들을 따라가리라’ 이러면서 성벽 꼭데기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머리를 앞세우고 떨어져 죽었습니다.

예술의 신이 머물고 싶지 않은 집, 사람인데 그녀들과의 동행을 폭력으로 원했던 추종자, 왠지 짠하다. 

 

8. 아홉 무사이의 역할분담

 

음악과 예술을 주관하는 아홉 무사이가 한 자리에서 뛰놀고 있다. 아홉 무사이의 이름은 나팔과 물시계를 들고 다니는 영웅시와 역사 담당인 클레이오, 지구의를 들고 다니는 천문시 담당 우라니아, 가면을 들고 다니는 비극시 담당 멜포메네, 웃는 가면이나 목양신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자주 그려지는 희극시 담당 탈리아, 합창 담당 텔릅시코레, 연애시와 서정시 담당 에라토, 유행가 담당 에우테르페, 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다니는 무언극 담당 폴륌니아, 오르페오스의 어머니이자 서사시와 웅변을 담당하는 칼리오페, 이들의 어머니가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라는 사실은 고대의 문학과 예술이 주로 인간의 기억을 통하여 구전되어 왔음을 암시한다. – 218

 

제목 : 에트나산에 얽힌 신화 (튀폰, 플루토, 페르세피나, 케레스)

 

거기서 들었고, 직저 거기 다녀와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9. 에트나 화산 아래 튀폰

 

220 거대한 트리나크리스(시칠리아섬)가 튀폰의 사지를 짓누르니 이 자가 누구인가, 감히 천궁을 넘보다가 이 거대한 섬에 깔린 자가 아니던가. 이 자는 이따금씩 이 섬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거나 몸을 일으키거나 했다. 그러나 이 자가 무슨 수로 이 신들의 감옥을 벗어나겠는가. 이 자의 오른손은 아우소니아의 펠로로스 곶에 묶여 있었고 왼손은 파퀴노스 곶에 묶여 있었으며 양다리는 륄리마에온 곶에 있었는데 머리는 아이트나 산에 깔려 있는 채로 이 자는 입으로 재와 불꽃을 사방으로 꿈어내었구나. 이 괴망한 튀폰이 이 무겁디무거운 산을 밀어내고 도시의 산 위를 구르려 하는구나. 그럴 적마다 대지가 몹시 요동했고 그래서 저 적막한 어둠의 나라를 다스리던 저승왕 플루토는 날마다 좌불안석이었다. 행여 그러다 대지가 갈라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날빛이 그 왕국으로 비쳐들어가 망령들을 공포릐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이므로.

 

저승왕 플리토라면 이런 참화를 미연에 방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암흑 세계의 무단자 플루토는 검은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트리나크라스 땅을 둘러보러 지상으로 나왔더란다. 그러나 모두 아다시피 땅의 바탕이 어디 그렇게 쉬 내려앉는 것이라더냐. 플루토는 땅을 둘러보고 나서 오늘내일 내려앉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음을 놓았더란다.

에트나 화산으로 가는 길에 버스에서 들은 이야기네. 신기해라. 이 다음에는 한계령을 위한 연가가 나왔지. 

 

10. 에로스의 화살을 맞은 플루토의 프로세르피나 납치

 

네가 손을 쓰지 않으면 이 케레스의 딸 역시 처녀로 살아가게 될 게다. 너와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도 좋으냐? 너에게 조금이라도 너와 나의 영토와 직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거든 이 케레스의 딸과 그 백부를 사랑으로 엮어버려라 - 222

프로세피나는 틈만 나면 이 풀밭으로 나와 오랑캐꽃이나 백합을 꺽었지. 이날도 프로세프피나는 동무들과 함께 나와 동무들을 이기려고 열심히 바구니와 앞치마에 꽃을 따담았구나. - 223

 

223 플루토가 쫒아오는 것을 본 프로세피나는 비명을 지르며 어머니와 동무들을 불렀어. 동무들 부르기보다는 어머니를 더 많이 불렀을테지. 프로세피나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허리띠는 풀어지고 치마 가장자리는 찢겨나가고…치마가 찢겨나가자 거기에다 따담은 꽃은 우수수 떨어졌어. 어리고 순진한 프로세르피나에게는 꽃 떨어지는 것 또한 눈물거리

 

플루토 신께서는 그분의 따님을 납치하실 일이 아니라 그분께 따님을 주시라고 청하여야 했습니다. 견주기가 황송스럽기는 하나 저 역시 강의 신 아나피스의 사랑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분의 신부가 된 것은 그분이 당신의 신부가 되어 주시기를 저에게 청하셨고, 제가 그분의 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플루토 신께서 납치하신 그 처녀처럼 협박을 못 이겨 혼인했던 것은 결단코 아닙니다. - 224

 

11. 딸을 찾아 미친년처럼 헤매는 케레스여신

 

케레스 여신은 아이트나 산에서 불을 붙여온 횃대를 들고 낮비, 밤 이슬을 맞으며 딸을 찾아다녔다. 낮이 별빛을 끄면 해뜨는 동쪽에서부터 해지는 서쪽까지 두루 누비며 가엾어라. - 225

 

여신은 딸의 행방을 귀띔해 주지 않은 온 땅을 원망했구나. 곡물을 기르게 해준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들이라고 했구나. 곡물을 안아 기를 자격이 없는 것들이라고 했구나. 여신을 땅을 원망하다가 이번에는 실종된 딸의 유품을 보여준 트리나크리아(시칠리아섬)을 원망했구나. 그래서 여신은 손을 들어 그 땅을 가는 쟁기라는 쟁기는 모두 그 날이 부러지게 하고, 그 땅을 가는 쟁기를 끄는 황소라는 황소는 모조리 다리가 부러져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만들었지. 여신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이번에는 땅에 명하여 농부들의 믿음을 저버리게 하고 씨앗에 명하여 싹을 틔우지 못하게 했어. 비옥하기로 소문나 있던 그 고장 땅은 여신의 명을 받들어 황무지로 둔갑, 농부들의 희망을 저버려도 철저하게 저버렸고, 씨앗은 여신의 명을 받을어 싹을 틔우지 않거나 싹을 틔우더라도 곧 말라버렸다지. 용케 한동안 자라던 싹이 있었어도, 오래지 않아 햇볕에 말라 버리거나, 폭우에 씻겨가 버리거나 새 먹이가 되고는 했다지. 그래도 자라는 싹은 독보리, 엉거시, 잡초가 거들어 쓰러뜨렸다지. 그러니 옥토가 황무지가 될 수 밖에 - 227

 

227 강의 신 알페이오스의 사랑을 입은 샘의 요정 아레투사가 제 샘에서 고개를 들고 물이 뚝뚝 듣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케레스 여신께 이렇게 일렀다지……저는 제가 고여있는 이 땅을 용서하시라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 고장 요정이 아니고 엘리스의 요정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피사입니다. 여신이시여, 이 땅이 저에게는 타관압니다만 저는 어느 누구보다 이 땅을 사랑합니다. 지금은 이 아레투사의 고향, 이 아레투사의 고국이나 마찬가지니까요…그러니까 제가 이 두 눈으로 프로세르피나님을 똑똑히 뵌 것은 대지 저 깊은 곳에 있는 스튁스의 심연을 흐를 때였습니다. 따님께서는 슬픈 얼굴을 하고 계시었습니다. 표정에 공포의 그림자가 함께 어려 있었고요 하지만 그분은 저승 세계의 귀하신 왕비, 지하 세계 지배자의 배우자가 되어 계시더이다.

시라쿠사에서 내가 직접 본 아레투사의 샘에서 이걸 생각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지금이라도 읽으니 다행이다. 

 

229 내 딸을 돌려주시게만 하신다면, 내 딸을 도둑질해 간 자의 허물은 잊겠습니다. 도둑맞았으니 이제는 내 딸이 아니라고 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대신의 딸도 아닙니까? 만일에 그 아이가 대신의 딸임에 분명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약탈자를 지아비로 섬기라고는 않으시겠지요?

 

우리 딸을 데려간 행위는 약탈행위가 아니라 조금 도를 넘은 사랑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그대가 동의한다면 이 사위 되는 자도 우리를 그리 불명예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비록 그에게 자랑할 것이 없다고는 하나 아무나 이 유피테르의 형제일 수 있는 것은 아니오. -229

 

(57) 플루토는 유피테르보다 먼저 태어났으나 나중 자란, 말하자면 형이자 아우인 동시에 이즈음에는 이미 사위가 되어 있다.

 

230 프로세르피나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야 하오. 나를 야속하게 생각하지 마시오. 이것은 파르카에가 정한 법이니까

(파르카에 : 운명을 주관하는 세 여신. 그 / 모이라이)

 

231 어쩔꼬, 프로세르피나가 이 저승에서 손질이 잘 된 뜰을 지나다가 무심코 석류를 하나 따서 그 알 일곱 개를 먹었으니…

(50) 석류알을 먹었다는 말은 사랑을 나누었음을 상징하는 듯하다.

유피테르는 슬픔에 잠겨있는 케레스와 정든 아내를 내어놓지 않으려는 플루토를 화해시키려고 애썼어. 어떻게? 일년을 반으로 나누고는, 일년의 반은 어머니의 나라인 땅, 나머지 반은 지아비의 나라인 저승에서 지내게 한 것, 그러니까 프로세프피나는 이 두 나라에서 번갈아가며 살 수 있게 된 것이지 - 232

 

 

제목 : 남편의 오입질 상대 여자와 아이를 찾아가 복수하는 정처 유노여신

(이 부분은 오입질을 위해 변신을 마다 않는 유피테르와 연관되어야 함)

 

12. 암소가 되어 세상을 방황하는 이오, 이집트의 이시스여신이 되다.

 

유노는 이 암소를 몰고 가 아레스토르의 아들 아르고스에게 맡기면서 단단히 지키라고 명했다. 이 아르고스는 머리에 눈이 백 개나 달린 괴물이었다. 아르고스는 머리에 눈이 백 개나 달린 괴물이었다. 아르고스는 잠을 잘 때도 눈은 두 개만 감는다. 즉 나머지 아흔여덟 개의 눈은 뜬 채로 자는 것이다. 이 백 개의 눈은 아르고스의 머리 사방에 붙어 있다. - 52

 

54 아르고스는 이오를 거기에서 먼 풀밭에다 끌어다 놓고 산꼭대기 앉아 지켰다. 몸은 비록 산꼭대기에 앉았어도 그는 거기에서 백 개의 눈으로 사방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신들의 지배자 유피테르는 이오가 받는 고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유피테르는 플레이아스의 몸에서 얻은 아들 메르쿠리우스를 불러, 가서 아르고스를 죽이고 이오를 구하라고 명했다.

 

57 유노는 곧 휴리아에 중 하나를 불러 자기 서방의 정부이자 자기의 연적인 그리스 요정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그 가슴에다 광기를 채워 세상을 방황하게 하라고 명했다. 이오의 발광과 방황이 긑난 것은 네일로스 강가에서였다. 이로는 네일로스 강가에 이르자 무릎을 꿇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한편으로는 유피테르를 원망하고 한편으로는 유피테르에게 이제는 그만 환란을 거두어 달라고 빌었다. 이 기도를 들은 유피테르는 아내 유노의 목을 끌어안고 이제는 그만 이오에게 내린 벌을 거두자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 일은 걱정 마오, 더 이상 이오가 그대에게 마음고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오.” 유피테르는 스틱스 강의 이름을 걸고 맹세했다. 유노여신의 분노가 가라앉자 이오는 옛 모습을 되찾았다. 옛날의 이오로 되돌아간 것이었다. 먼저 몸에서 털이 빠지고 뿔이 없어지고 눈이 작아지고, 그 크던 입이 줄어든 것이었다. 어깨와 손이 제 모습으로 돌아오고 발굽이 사라지면서 발굽 있던 자리가 다섯 개의 손가락 발가락으로 나뉘었다…이오는 이로써 다시 두 발로 걷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이제 이오는 어엿한 여신이 되고, 흰 옷 입은 신관들을 거느린다. 후일 이오는 에파포스라는 아들을 낳는데 사람들은 에파포스가 유피테르의 씨를 받아 이오가 지어낸 아들이라고 믿는다. 이 아이큅토스 땅의 신전에는 이오 신전과 에파포스 신전이 나란히 있다.

(이오와 이집트 풍요의 여신 이시스는 동일한 여신으로 믿어진다.)

 

13. 디아나여신으로 변장한 유피테르의 아이를 낳은 후 곰이 된 요정 칼리스토

 

84 잠시 디아나 여신의 모습을 빈 유피테르는 이 말을 듣고 웃었다. 그는 유피테르로서 받는 사랑보다 디아나로 둔갑한 유피테르로서 받는 사랑이 큰데 만족하면서 이 처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소유하기 위해 웃긴 분장, 둔갑도 마다하지 않는 걸 보면 유피테르의 열심을 볼 수있다. 이거 너무 그에게 후한가?

 

84 처녀는 여자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저항했다. 유노가 아무리 질투심이 강한 여신이라고 하더라도 이 장면을 직접 보았으면 처녀를 잔혹하게 벌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처녀의 몸으로 여느 남정네 이기기도 어려운 터에, 무슨 수로 신들의 지배자인 유피테르를 이길 수 있으랴. 처녀는 꺾였고, 유피테르는 뜻을 이루고는 천계로 올라가버렸다. 요정은 자기가 당하는 꼴을 목격한 그 숲이 싫어서 견딜 수 없어 그 곳을 떠났다.

단 실제 성폭력에서 죽을 만큼 강하게 저항해야 폭력이 죄로 인정되고 화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 마디로 개소리다. 좀 웃자. 신화 속, 또는 꿈에서 나타나는 강간의 상징은 무엇일까? 나도 강간 꿈을 꿀 때가 있다. 성관계를 일종의 ‘만남’ 이라고 한다면 강간은 외부의 강력한 어떤 것이 내 안의 어떤 것과 만나서 강력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내가 전혀 인지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때 이런 식의 충격으로 표현되는 듯 하다.

 

 

디아나 여신 자신이 만일에 처녀가 아니었더라면, 이 아르카디아의 요정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첫눈에 눈치챘으리라.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다른 요정들은 모두 눈치를 챘었다고 한다. - 85

 

요정과 아들을 내려다보는 유노의 눈, 유노의 가슴에는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 유노는 이를 갈았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들이구나. 자식을 배는 것부터가 나를 능욕하는 처사인데 그 자식을 낳기까지 해서 나를 또 한번 능력하고 내 지아비가 저지른 난봉의 증거로 삼아? 네가 무슨 수로 이 징벌을 피하겠느냐? 이 호난 계집아, 너와 내 남편을 시시덕거리게 만든 너의 그 아름다움을 빼앗아 버릴 터이니 그리 알아라”

이 말끝에 유노는 연적인 이 요정의 머리채를 잡아 땅바닥에 내굴렸다. 요정은 땅바닥에 쓰러지자 유노에게 빌 요량으로 두 팔을 벌렸다. 그러자 그 팔에서는 꺼칠꺼칠한 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손은 안으로 구부러지면서 끝에 구부러진 발톱이 돋기 시작했다. 발에도 그런 발톱이 돋아났다. 유피테르가 찬탄해 마지않던 그 얼굴은 갑자기 쭉 찢어진 입으로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 87

 

상대여자에 대해 질투하고 모욕감 느끼고 복수하는 유노, 제우스에 대한 의존.

자기 남편을 홀린 것이 이 여자의 아름다움에 책임전가하면서 자기 남편에 대해서는 암말도 못한 채 여자를 족치고 있다. 나 참 기가 막혀서. 이 여자는 남편이 바람 피우는 상대와 그가 낳은 아이들을 괴롭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혼인서약을 물같이 보는 남편과 결혼한 결혼의 여신이라니 이 얼마나 불행한 조합인지. 그러나 유노는 유피테르 같은 권력자를 선호하니, 모든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남자와 사는 여자의 불행한 운명인가? 이 여자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이런 여자들이 10000명이라면 반대의 경우, 잘났기 때문에 여러 남자를 거느릴 수 있는 여자는 1명 있으려나?

 

 

요정은 유노에게 빌면서 용서를 애걸했지만 그 소리는 이미 유노의 연민을 살 수 없었다. - 87

요정에게 무슨 죄가 있나? 강간당해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

 

곰은 숲 속에 외로이 있을 수가 없어서 한때 자기가 살던 집, 뛰놀던 벌판을 찾아가 헤매었다. 사냥개에 쫓겨 바위산을 헤맨 것도 부지기수였고 사냥꾼에게 쫒겨 달아난 것도 부지기수였다. 이따금씩은 자기가 곰이 되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하찮은 산짐승과 맞닥뜨리고도 후다닥 몸을 숨기기도 했다. 자기가 곰이면서도 곰을 만나자 기겁을 하고 도망친 적도 있었다. 이리의 딸이면서도 이리 때문에 기겁을 한 일도 있었다. – 87

 

칼리스토 모자가 별이 되어 하늘에서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으니 질투심 강하기로 유명한 유노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유노는 바다로 뛰어들어 백발의 여신 테튀스와 연로한 해신 노케아노스를 찾아갔다. 이 노신 부부는 올륌포스 신들의 존경을 받는 티탄들이다. - 88

 

정처 유노는 열받겠다. 그래도 저렇게 찾아가서 하소연할 어른이 있어 다행이네.

그런데 칼리스토와 아들의 입장에서 보면 왕이든, 부호이든 아이 아버지가 (양육비를 보내든, 친자로 인정을 하든) 아이를 책임지고, 그 아이의 양육자인 생모를 지원하는 건 당연해 보이는 데 말이지. 어찌 보면 유피테르는 이런 식으로 수많은 결혼동맹을 맺어나갔고 우수한 자녀를 생산했다. 결국 이것이 왕으로서의 영토, 세력 확장에 다름 아니다. 수많은 자기 왕국의 왕이 되려는 이들은 이런 식으로 할 가능성이 많다. 상처는 유노만 입을 뿐 유피테르는 상처입지 않으며, 그의 오입질 역시 고쳐지지 않는다. 나는 개인으로서 유피테르 남성을 보는 것과 경향으로서 유피테르를 보는 관점을 혼동하고 있다.

 

89 두 분께서 신들의 왕비인 제가 어째서 천궁의 보좌를 떠나 여기에 왔느냐고 물으시니 말씀드리지요. 제 지아비의 사랑을 입은, 저 아닌 다른 계집이 별이 되어 하늘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밤이 세상을 가리거든 보세요. 창궁 저 높은 곳에 새로 자리를 잡고, 저를 비웃으며 반짝이는 두 개의 별자리가 보일 것입니다. 극권 가장자리와 천체 축이 맞물리는 곳, 극권에서 가장 가까운, 좁으장한 원 주위를 보시면 그 별자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제 손으로 벌을 내렸는데 저것들이 저기에서 저런 명예를 누리는 판에 누가 이 유노에게 죄짓기를 망설일 것이며 누가 이 유노와 맞서기를 두려워하겠습니까? 저는 대체 무엇입니까? 제 권능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제가 저 계집으로부터 인간의 형상을 빼앗았더니 저 계집은 여신이 되어 있지를 않습니까? 제가 벌을 주었는데도 이렇게 되어도 좋습니까? 제 권능이 이 지경이 되어도 좋습니까? 유피테르는 전에 아르고스 계집 이오를 그렇게 하더니 이번에 또 제가 짐승으로 만든 계집에게서 짐승의 탈을 벗겼습니다.

 

유노에게 중요한 것은 정처, 왕비로서의 자존심을 다친 분노인 듯.

헤라원형이 가진 출세할 가능성이 있는 남자 친구 또는 남편 없는 여자들, 정처 아닌 여자들에 대한 멸시와 우월감이라니.

 

14. 유노의 계략에 의해 벼락에 타 죽은, 박쿠스신의 어머니 세멜레

 

125 유노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악담을 하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입으로 아무리 악담해 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번에는 내 손으로 이 계집을 결단내어야겠다. 내가 누구더냐? 전능한 유노여신이라고 불릴 권리가 있는 여신, 보석 박힌 왕홀에 값하는 여신이 아니더냐? 내 손으로 이 년을 결단내어야겠다. 내가 이 천궁의 왕비이며, 유피테르의 누이이자 아내인 것만큼이나 확실하게…저 계집이 은밀하게 유피테르와 사랑을 나누는데 만족하고 있고, 우리 부부 사이를 잠깐 갈라놓은 데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앞세워 계집을 용서하자고 주장할 자가 있을 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안된다. 저 계집은 자식을 배고 있다. 내가 칠 명분은 이로써 충분하다. 저 계집의 뱃 속에 있는 자식이 계집의 유죄를 증명하고 있지 않으냐? 뿐이냐? 저 계집은 유피테르의 자식, 유피테르만이 끼칠 수 있는 자식의 어미가 되려 한다. 내가 언제 그런 적이 있던가? 더구나 저 계집은 제 미모를 대단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니 계집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 되어 있는 지 보여줄 수 밖에. 내 이년이 좋아하는 유피테르의 손을 빌려 스튁스의 강물에 처박히지 못하면, 사투르누스의 딸이 아니다.

 

얼굴이 주름투성이 노파로 둔갑한 유노는 등을 잔뜩 구부리고 자팡이로 발밑을 더듬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유노는 에피다우로스 출신인 세멜레의 유모 베로에로 둔갑한 것이다. - 125

 

125 아씨 댁을 드나드시는 그분이 유피테르 신이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하고 많은 사내들이 순진한 처녀 방을 기웃거릴 때는 신들 행세를 한답디다. 그분이 자기 입으로 유피테르 신이라고 하더라도 아씨께서는 마음을 놓지 마세요. 아씨를 정말 사랑한다면 증거를 보이셔야지요.

 

여쭈어보고 정말 유피테르 대신이라고 하시거든 유노 여신 앞에 나타나실 때처럼 위대하시고 영광스러우신 신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하세요. 위풍당당하게 벼락까지 차고 오셔서 안아달라고 해 보세요. - 126

자네가 원한다면 스튁스 여신에게 맹세하지. 이 스튁스 강에다 대고 하는 맹세는 신들도 뒤집을 수 없네. 자 맹세했으니 이제 말하게 - 126

 

유피테르는 슬픔에 잠긴 채 천궁으로 올라갔다. 그는 고갯짓으로 구름을 모으고 이것을 소나기 구름과 번개와 바람과 천둥과 일발필중의 벼락에다 묶었다. 그에게는 여러 가지의 벼락이 있었다. 백수거인 튀포네오스를 쓰러뜨릴 때 쓰던 것과 같은, 불길이 엄청나게 강한 벼락도 있었고, 퀴클롭스가 벼린, 불길도 그리 세지 않고, 강도도 좀 떨어지는 벼락도 있었다. 유피테르는 위의를 차리되 비교적 가볍게 차리고, 벼락도 가벼운 것으로 들고서 아게노르의 손녀가 사는 집으로 들어갔다.- 126

세멜레가 벼락에 맞아 죽는 것은 한 문화와 다른 문화가 만날 때의 저항을 말한다고 볼 수 있을까? 어떤 경우든 본처에 해당하는 기존의 기득권 문화가 있을 거고, 새로운 것이 있겠지. 그것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새로운 것이 잉태되고 태어날 때 이런 희생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신화를 읽어도 좋을랑가?

 

인간의 육체는 이 천궁의 신이 내뿜는 광휘를 견딜 수 없었다. 세멜레는 이 유피테르의 광휘 앞에서 새까맣게 타죽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유피테르는 이 세멜레의 뱃속에 들어있던 아직 달이 덜 찬 아기를 꺼내어 자기 허벅다리에 넣고 실로 기운 뒤, 남은 달을 마저 채워 꺼냈다고 한다. - 127

아이 아버지가 달이 덜찬 아이를 꺼낸다는 이것 때문에 헤깔렸다. 유피테르의 세멜레는 벼락을 보고 타죽은 디오니수스의 어머니고, 아폴로의 여자는 코로니스다.

 

15. 소로 변신한 유피테르를 타고 가는 에우로파

 

109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마음과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은 원래 조화도 양립도 불가능한 법이다. 신들의 아버지이자 신들의 지배자인 이 유피테르가 어떤 유피테르던가? 끝이 세 갈래로 찢어진 벼락을 던지면 태우지 못할 것이 없는 유피테르, 고갯짓으로 능히 만물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유피테르가 아니던가. 그런 유피테르가 대신의 위엄을 팽개치고 소의 모습을 빌려 둔답하고는 다른 소에 섞여 풀밭에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놀라운 정성이네. 그런데 이건 유피테르에 한한 것이겠지. 그가 범죄자라면 그 지능적인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점에 대해 욕을 했을테지. 이건 편파적이지.

 

16. 벼락에 타죽은 박쿠스의 어머니 세멜레, 광기에 사로잡힌 그 자매들

 

179 사투르누스의 딸 유노는 천궁을 나와 이 저승 궁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지아비 유티테르의 시앗 세멜레와 그 일족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그만큼 깊었던 것이다. 유노여신이 저승궁에 들자 이 여신의 엄청난 무게로 저승 궁 문턱이 다 삐걱거렸다. 이 궁을 지키는 버년 케르베로스가 대가리를 들고 짖었다. 이 개가 짖자 한꺼번에 세 마리의 개가 짖는 소리가 났다.

여기서도 남편에 대한 증오, 분노는 없다. 바람을 핀 당사자, 혼인서약을 깬 당사자는 응징하지 않고, 마치 자기 두 사람 사이에 이 여자들이 끼어들어 사단이 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유노여신은 밤의 딸들인, 무시무시한 세 자매 여신을 찾아갔다. 이 세자매 여신은 지옥의 강철문 앞에 앉아 올올이 배암인 머리카락을 빗고 있었다. - 180

 

유노 여신은 이 푸리아에를 이용해서 아타마스를 쳐서 카드모아 왕가를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 참이었다. - 181

푸리아에는 복수의 여신들이다. 정처의 시앗에 대한 복수도 정당한가? 

 

인정사정을 모르는 티시포네는 피가 뚝뚝 듣는 횃불을 들고 횃불에서 떨어진 피에 진홍빛으로 물든 옷을 입고는 배암을 띠삼아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제 집을 나섰다. 티시포네 옆으로 하나같이 무표정한 슬픔, 공포, 불안, 그리고 광기가 따라붙었다. - 183

 

티시포네는 배암이 여러 마리 감긴 팔을 내밀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티시포네가 고개를 가로젓자 머리카락의 가닥가닥을 이루는 배암들이 놀라 일시에 쉭쉭거렸다. 티시포네의 어깨로 내려오는 배암도 있었고 젖가슴으로 파고드는 배암도 있었다. 배암들은 하나같이 피가 뚝뚝 듣는 혀를 낼름거렸다. 티시포네는 머리에서 배암 두 마리를 집어 아타마스 부부를 겨냥하고 던졌다. 한 마리는 이노의 젖가슴, 한 마리는 아타마스의 가슴 근처로 날아가 유독한 숨결을 내뿜었다. 왕과 왕비의 몸에 배암에 물린 상처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배암의 독니에 물린 것은 그들의 육체가 아니라 정신이었다. 티시포네에게는 저승 궁 문지기인 케르베로스의 침, 레르나 연못에 사는, 마녀 에키드나의 딸인 휘드라의 독에다, 환각, 망각, 눈물, 범죄, 광기, 살의 이런 것을 잘 섞어 만든 고약이 있었다. 티시포네는 이 같은 재료를 피에 버무려 청동 솥에다 넣어 초록빛 독미나리 대궁이로 저으면서 닳여 이 독약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 독에 중독괸 아타마스 왕과 이노 왕비는 부들부들 떨었다. 광기를 불러일으키는 독약이 이들의 가슴속에 깃들인 정신을 휘저어놓은것이었다. - 184

 이 장면이 정말 재미있다. 나도 저 초록빛 독미나리 대궁이로 청동 솥의 독약을 젓는 마녀의 조수 한 번 해보고 싶으네

에 대한 오해가 있는 듯 하다. 오비디우스가 이 책을 쓴 때는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때일까? 아니면 아직은 아닌가? 아마도 저 세 자매 여신들은 복수의 여신으로 강등되기 전에는 매우 강력한 힘이 있는 여신이었을 거다 

 

광기에 사로잡힌 채 아타마스는 자기 아내 뒤를 쫓아다녔다. 아내를 암사자로 본 것이었다. - 184

 

아기는 석벽에 부딪히면서 머리가 깨어져 죽었다. 이 꼴을 보고 있던 아기 엄마 이노도 발광했다. 아들 잃은 슬픔과 티시포네의 독약이 이노를 발광하게 한 것이었다. 이노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남편에게서 도망쳤다. 이노는 또 한 아기 멜리케르타를 안은 채 박쿠스의 이름을 부르며 도망쳤다. 이노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유노가 코웃음쳤다. ‘오냐 네가 기른 아기가 잘도 너를 도와주겠다.’ - 184

 

더럽고 아니꼬운데도 이렇게 까지 해가면서도 유노는 이혼을 하려고 하지를 않을까? 참 이해할 수 없네. 그녀의 남편이 왕이었기 때문이겠지. 그녀가 그토록 노래하는 권능, 정처의 자리 때문일 테지. 이것이 사랑인가? 

 

연적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유노여신의 부당한 처사를 원망했다. 유노는 이들의 비난에 짜증을 내면서 이렇게 별렀다. “오냐, 내가 얼마나 가혹한 지 어디 한번 소문을 내고 다녀 보아라”

 

 

제목 : 사랑에 빠지면 여자와 남자 중 누가 더 득을 볼까?

 

17. 양성의 쾌락을 경험한 테이레시아스의 판결

 

어느날 대신 유피테르는 넥타르를 깝신거리도록 마시고 유노와 노닥거리며 농담을 했더란다. “사랑으로 득을 보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일 게요. 여자 쪽에서 보는 재미가 나을 테니까” – 128

여자 쪽이라고 판결함.

 

18. 테이레시아스가 양성을 경험하게 된 내력

 

128 이 대신 부부는 남자라커니 여자라커니 토닥거리다가 결국 남자와 여자, 즉 양성으로 사랑을 경험했다는 현자 테이세시아스에게 물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테이레시아스라는 사람이 양성을 경험한 내력을 이렇다. 어느 날 산길을 가던 테이레시아스는 굵은 뱀 두 마리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는 별 생각없이 지팡이로 때려주었다. 남자였던 테이레시아스는 이때부터 여자가 되어 7년간을 여자로 살았다. 8년째 되는 해의 어느 날 똑 같은 뱀이 또 뒤엉켜 있는 것을 본 그는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너희들에게, 때린 사람의 성을 바꾸어버리는 기특한 권능이 있는 모양이니 내 다시 한 번 때려줄 수 밖에……’

테이레시아스는 뱀을 때리고는 원래의 성, 그러니까 남자로 되돌아왔다.

테이레시아스는, 두 신의 다분히 장난기가 있는 논쟁을 평론할 입장에 몰리자 남신을 편들어 유피테르 쪽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노는 별것도 아닌 이 일에 불같이 화를 내며 이 테이레시아스를 장님으로 만들어버렸다. 참으로 염치가 없어진 것은 유피테르였다. 그러나 신들의 세계에서 한 신이 매긴 죄값을 다른 신이 벗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유피테르는 보는 능력을 빼앗긴 테이레시아스에게 대신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눈을 주었다.

 

 

제목 ; 자기밖에 모르는 나르키소스를 향한 에코의 사랑

 

19. 나르키소스의 내력

 

129 테이레시아스의 점괘가 얼마나 정확한가를 맨 먼저 통감한 이는 깊은 강의 요정 리리오페다. 리리오페는 강의 신 케피소의 사랑을 입고 그 자식을 지어낸 바 있는 요정이다. 이 리리오페는 케피소스 강이 그 굽이치는 흐름으로 감아안는 바람에 처녀를 잃엉ㅆ는데, 그로부터 달이 차자 사내아이를 낳은 것이다. 리리오페는 강보에 싸여 있는데도 보는 사람의 얼을 빼놓을 만큼 잘생긴 아기, 그래서 망연자실 그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바라보게 하는 이 아기를 나르키소스라고 이름했다.

 

129 천수를 누릴게요. 이 아기가 저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말이오.

 

나르키소스로부터 박대받은 이들 중 하나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이렇게 기도했다. “저희가 그를 사랑하듯이 그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소서. 하시되 이 사랑을 이룰 수 없게 하소서. 이로써 사랑의 아픔을 알게 하소서‘ 람노스(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신전이 있는 곳)의 여신이 이 기도를 듣고 이루어지게 해주려고 마음먹었다. - 133

 

물에 비친 아름다운 영상이 기이한 그리움을 자아낸 것이다. 그는 물에 비친 그림자를 실체로 그릇 알고 그 그림자에 반해버린 것이었다. - 134

 

20. 에코의 사랑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사랑하는 나르시즘에 빠진 남자(여자)를 사랑하는 이런 식의 사랑 역시 자기존중감, 자기애가 떨어지는 사람의 사랑 방식이 아닐까? 

 

에코는 말이 수다쟁이였지 사실은 자기가 들은 말의 마지막 구절을 반복하는 수다밖에는 떨 수 없었다.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유노 여신이었다. 유노 여신은 남편인 유피테르 신이 어느 요정과 산자락에서 뒹굴고 있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하게로 내려와 이 에코에게 남편의 행방을 물었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했으면 좋았을 것을 에코는 되는 소리, 안되는 소리로 수다를 늘어놓았고 이 틈에 유피테르와 요정은 깜쪽같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에코가 유노여신을 잡아둔 셈이었다. 여신은 에코의 수다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속은 것을 알고 이 에코를 별렸다. ‘나를 속인 그 혓바닥 그냥 둘 줄 아느냐? 앞으로 너는 한 마디씩 밖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것도 남의 말을 되받아….내가 그렇게 만든다.’ - 130

나는 유노여신이 매우 마음 아프다. 잘난 남편, 난봉꾼 남편

 

132 에코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이 한마디 밖에는 더 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에코는 숲 속에서 뛰어나와 나르키소스의 목을 껴안았다. 그러나 나르키소스는 늘 그래왔듯이 이 요정에게서 도망치며 소리를 질렀다.

“이 손 치워. 차라리 죽지, 너 같은 것의 품에 안겨?”

“안겨”

에코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말하고는 나르키소스로부터 당한 이 모욕을 참지 못하고 숲 속으로 들어가 나뭇잎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때부터 에코는 날 빛이 비칠 동안은 동굴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에코의 가슴에 내린 나르키소스에 대한 사랑의 뿌리는 깊었다. 실연의 고통으로 몸부림칠 때마다 이 사랑의 뿌리는 나날이 깊어갔다. 격정이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에코는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갔다. 나날이 수척해지며서 온몸에 주름살이 생겨나기까지 했다. 이렇게 여위어가다가 여위어가다가 에코의 아름답던 몸은 그만 한줌의 재로 변하여 바람에 날아가고 말았다. 남은 것은 뼈뿐이었으나 고 이 뼈도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리자 마지막으로는 소리만 남았다. - 132

불쌍하다 에코

 

요정 에코는 샘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르키소스로부터 받은 박대를 생각하면 고소하게 여겨야 할 판인데도 에코는 슬퍼했다. 나르키소스가 한숨을 쉬면서 ‘아’하고 부르짖자 에코도 하늘을 우러러 보며 ‘아’하고 부르짖었다. – 138

138 관이 준비되고, 화장단이 마련되고, 불을 붙일 횃불까지 만들어졌지만 나르키소스의 시신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요정들은 그의 시신 대신 흰 꽃잎이 노란 암술을 싸고 있는 꽃 한 송이를 찾아내었다. (수선화)

나르시즘, 지나친 자기애에 대해 읽어볼 것 

 

 

제목 : 자존감이 떨어지는 이의 사랑 : 해바라기, 제비꽃

 

자존감이 떨어지는 이들이 누군가를 쳐다보고, 그의 사랑을 방해한다….>이건 단지 내 생각임, 내가 사랑을 하는 방식이거든.

 

21. 레우코토에와 클뤼티에

 

어떻게? 삼라만상을, 온 우주를 내려다보아야 할 솔의 눈길이 레우코토에라는 처녀를 한번 본 뒤로는 그만 이 처녀에게 못박히고 만 거지. 레우코토에에게 반한 이 태양신은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동쪽 하늘에 그 모습을 나타내는가 하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할 시각인데도 하늘에서 머뭇거리는 등 도무지 신들이나 인간이 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짓들을 하기 시작했어. 이 레우코토에를 보려고 태양신이 하늘에서 어물거렸으니, 그 짧던 겨울 해가 길어져 인간들을 당황하게 했을 수 밖에...상사병으로 상심하는 바람에 태양빛이 아주 희미해졌을 때도 있었어. - 165

처녀 에루코토에는 이 뜻밖에 나타난 태양신의 모습에 몹시 놀랐지만 그 본모습이 너무 멋져 딴소리 없이 태양신의 품에 안겼지. - 167

 

클뤼티에는 레우코토에가 태양신에게 순결을 잃었다는 소문을 퍼뜨렸지. 이 소문은 오래지 않아 레우코토에의 아버지 오르카모스이 귀에까지 들어갔어….오르카모스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수밖에. 그는 딸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지. 레우코토에는 아버지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태양을 향해 팔을 벌리고 이렇게 외쳤대. ‘그분이 강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 말을 믿지 않고 구덩이를 파게 하고는 딸을 이 구덩이 안에 넣은 다음 그 위에다 모래 언덕을 하나 만들어 버렸어 - 168

 딸의 강간에 의한 경험이 아버지의 재산권에 손해를 입혀서 보복하고 있군. 강간이 아니라 보통의 성경험이었다고 해도 기가 찰 일이군. 생사여탈권까지! 놀라운 일이다. 딸에 대한 것은 아내에 대한 것으로 (어머니에 대한 것으로까지?) 확대되었을까?

 

168 그러면 클뤼티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질투했고, 질투했기 때문에 그런 소문을 내어 레우코토에를 죽게 했다. 그러니 용서받아 마땅하다. 이렇게들 생각하니? 하지만 아니야. 태양의 지배자는 두 번 다시 이 클뤼티에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어. 사랑은 그것으로 끝났던 것이지. 그날부터 클뤼티에의 몸은 마르기 시작했어. 상사병 때문일테지. 동무 요정들과는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고, 밤이고 낮이고 혼자 맨땅에 앉아 하늘만 올려다보았대. 너울도 안쓰고 머리카락은 산발한 채 말이야. 아흐레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어. 아니야 마시기는 했지. 이슬과 눈물을 마셨을 테니까.

클뤼티에는 죽었으면 죽었지 땅바닥에서는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대. 앉은 채로 하늘을 지나는 태양신을 눈으로 쫒았다는 거야. 그러다 사지는 대지에 뿌리로 박혔고, 살갗에서는 파리한 잎이 돋아났대. 꽃이 되어버린 거야. 발그레한 살빛이 조금 남아 있는 얼굴에서는 제비꽃 비슷한 꽃이 피어올랐어.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는데도 이 꽃송이만은 태양이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돌려. 클뤼티에의 모습은 바뀌었어도 사랑만은 변하지 않았던 거야. – 169

(그리스 사람들은 이 꽃을 태양을 향하는 꽃, 헬리오트로프라고 부른다. 해바라기)

 

해바라기, 제비꽃 좋아하는데 이것들이 모두 태양을 짝사랑하되 사랑을 얻지 못한 여자가 죽어 된 꽃인가배

 

 

제목 :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괴물로부터 구한 후 정혼자와의 전투장면-22

 

이 장면을 타이핑해둘 것, 이 잔인한 장면을 상세히 읽는 것은 내 안의 잔인함, 공격성을 발산하는 효과인 듯. 이건 얌전한 신부님이 레슬링 선수인 거, 이종격투기 취미하고 비슷한 거? 

 

 

제목 : 미네르바 여신과 베짜기를 겨루는 아라크네의 직조 장면-23

 

242 여신과 아라크네는 방 이족저쪽에 놓인 베틀로 올라가 날실을 걸었다. 둘 다 부테허리를 허리에 감고 잉아에 날실을 꿴 다음 재바른 손놀림으로 씨실을 북에다 물려 날실 사이로 밀어넣었다. 씨실에 날실을 지날 때마다 바디가 이 씨실을 쫀쫀하게 짰다. 옷을 걷어올려 젖가슴을 질끈 동여매고 여신과 처녀는 있는 힘과 기를 다해 베를 짰다. 이 둘의 손은 쉴새없이 베틀 위를 오고 갔다. 어찌나 열심이었던지 이들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까지 까맣게 잊고 일했다. 이들이 베에다 짜넣은 실에는 튀로스 염료로 물글인 보라색 실은 물론이고 색조가 조금씩 다른 여러가지 색실이 섞여 있었다. 한 가지 색실이 다른 색실과 겹치는 부분에서는 어디서부터 이 색실에서 저 색실로 바뀌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소나기가 하늘에다 그려놓은 긴 활꼴 무지개와 흡사했다. 무지개가 지닌 여러 가지 색깔의 띠는 맞물리는 곳에서는 하나로 보이지만 여기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전혀 다른 색깔로 보이는 법이다.

 

 

제목 : 자식을 잃고 돌이 된 니오베. 자식을 거두어 가는 잔인하고 이유없는 신-24

 

256 니오베는 이제 선망의 과녁이기는커녕 연민의 대상이었다. 심지어는 저 자신의 저그로부터도 가엾게 여겨져야 마땅한 존재였다. 니오베는 싸늘하게 식은 자식들의 주검을 내려다보며서 하나하나의 마지막 작별의 입맞춤을 나누었다. 이윽고 이들에게서 고개를 돌린 니오베는 피묻느 손을 들고 하늘을 향하여 외쳤다.

 

무정한 라토나 여신이시여, 후련하시겠습니다. 이제 내 불행을 즐기시려거든 마음껏 즐기세요. 당신의 그 탐욕스러운 가슴, 이제 뿌듯하시겠지요? 내 아들 일곱과 함께 나 역시 죽은 것이니까요. 이제 적으로 여기던 나를 이겼으니 날뛰면서 춤이라도 추시지요. 하지만 내가 왜 당신을 승리자라고 불러야 하지요? 내 꼴 비록 이렇듯이 비참하게 되었지만 살아 있는 내 자식들 수가 기뻐 날뛰는 당신의 자식들 수보다 많은데 왜 내가 당신을 승리자라고 해야 하지요? 당신의 손에 그렇게 많이 잃었어도 아직 내 자식 수는 당신의 자식 수보다 많답니다. -256

신에게 화를 낼 때가 있다. 저런 투가 아닐지

 

256 불행이 오히려 니오베를 대담하게 만든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막내딸 하나뿐이었다. 니오베는 옷자락으로 이 딸을 감추면서 부르짓었다. “이 아이는 14 남매의 막내이니 이것 하나만이라도 남겨주세요. 죽은 아이들이야 죽었으니 그뿐, 이 어린 것 하나만 부탁합니다” - 257

 

257 니오베의 눈은 슬픔에 잠긴 채로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니오베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고,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었다. 몸속에서도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니오베의 혀는 입천장에 달라붙어 침묵하는 돌이 되었고, 핏줄에서는 맥박이 사라졌다. 몸속의 장기도 남김없이 돌이되었다. 그런데도 니오베는 여전히 울고 잇었다. 문득 일진 광풍이 불어와 돌이 된 니오베를 감아올려 고향 땅으로 데려갔다. 돌이 된 니오베가 내린 곳은 산꼭데기였다. 돌이 된 니오베는 오늘날까지도 여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돌이 된 니오베는 자식의 죽음을 경험한 부모의 마음이겠지. 니오베의 자식들을 한꺼번에 죽인 것을 아폴로와 아르테미스 남매의 잔인함에서 보아야할까? 그냥 신의 이름, 운명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여러가지 잔인한 일, 불가항력적인 일의 하나로 보아야할까?

 

 

제목 : 빌어처먹을, 지랄맞은, 육실할, 치를 떨, 죽일놈의 강한 힘 사랑? or 폭력

나는 적합한 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사랑은 정말 욕 나오는, 욕을 하면서도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서다. 에궁.

 

25. 아버지와 동침하여 아들(아도니스)을 낳고 몰약이 된 뮈라

신들이시여, 인간이 어찌 제 어머니의 연적이 되고 제 아버지의 연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인간이 어찌 제 아들의 누이로 불리고, 제 형제의 어미로 불릴 수가 있겠습니까? -85

 

아버지가 뺨에다 입을 맞추는 순간 뮈라는 울음을 그쳤다. 이윽고 아버지가 모여든 구혼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떤 신랑감을 바라느냐고 묻자 뮈라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버님 같은’ 키뉘라스 왕은 딸의 말뜻을 제대로 알아먹지 못하고, 역시 너는 효녀로구나 이런 말로 딸을 칭찬했다. 뮈라는 효녀라는 말을 듣고는 또 괴로워했다. 죄의식을 느꼈던 것이다. -86

 이 딸의 어머니는 어디 있나? 그리고 이 신화는 딸이 아버지에게 욕정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그 반대의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늙은 유모는 백발이 된 자신의 머리카락과 말라버린 자기 젖가슴을 보여주며 강보에 싸여 있을 대부터 공주를 길러온 은공을 보아서라도 자기에게 그 까닭을 말해달라고 졸랐다. - 88

 

이윽고 혼인한 여자들은 모두 케레스 신전으로 가는 케레스 여신의 제삿날이 다가왔다. ...퀴뉘라스 왕의 침소에 왕과 잠자리를 함께 할 여자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공주의 원을 풀어준다는 길 잃은 충정에 눈이 먼 유모는 키뉘라스 왕이 술에 취할 때를 기다렸다가는 살며시 다가가 말했다. - 90

 

아비의 씨를 받은 뮈라는 그 죄많은 태 안에다 죄많은 짐인 불륜의 자식을 실은 채 그 방을 나왔다...처녀가 자기의 딸이라는 것을 안 키뉘라스 왕은 분을 이기지 못하여 칼을 뽑아들었다. - 92

 

‘바라오니 저를 다른 것으로 바꾸시어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몸이게 하소서‘ 하늘에는 회개하는 인간의 기도를 듣는 신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 93

 

그러나 사실 이 나무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이 눈물이었다. 그래서 이 나무에서 듣는 수액에는 이 처녀의 이름이 붙어 오늘날까지도 뮈르라고 불린다. (즉 몰약) - 94

 

26. 쌍둥이 오빠에게 사랑 고백을 거절당한 후 천지를 떠돌다 샘이 된 뷔블리스

 

누이인 뷔블리스가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안 카우노스는 그냥 그대로 있으면 부끄러운일을 당하리라고 생각하고는 고향을 떠나 타향 땅에다 새 나라를 세웠다. - 53

 

실성한 뷔블리스는 제옷을 찢고 제 가슴을 치며 애통해했다. 제 정신이 아니었던 뷔불리스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자신이 금잔의 욕망에 쫒겼던 사실을 고백하거나 이미 그것을 아는 사람 앞에서는 그것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정말한 뷔블리스는 제 나라, 제 집을 떠나 달아난 오라비를 찾으러 세상을 두로 돌아다녔다. - 53

 

뷔블리스는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그 몸이 하나도 남김없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바람에 그만 샘으로 변하고 말았다. -54

 

27. 아버지의 목숨 보라색 머리칼을 잘라 미노스왕에게 바친 후 버림받은 스퀼라

 

‘제가 드리는 사랑의 맹세와 이 보랏빛 머리카락을 받으시고 이 머리카락이 사실은 한 오라기의 머리카락이 아니라 제가 바치는 제 아버지의 머리인줄 알아주소서.‘ 스퀼라는 이러면서 그 죄많은 손으로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바쳤다. 그러나 미노스 왕은 몸을 사렸다. 스퀼라가 저지른 이 전대미문의 죄악에 기겁을 한 미노스 왕은 이런 말로 스퀼라를 꾸짖었다. “우리 시대에 너같이 더러운 것이 있었구나. 신들이시여, 대지는 저것을 내치게 하시고, 어떤 땅, 어떤 바다도 저것에게는 깃들일 자리를 주지 않도록 하소서. 너 잘 들어라. 나는 유피테르의 요람이었던 크레타 섬에 너같이 더러운 것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336

 

‘미노스여 내가 그대를 위해 해준 일 같은 것은 이제 기억해 주지 않아도 좋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증오해도 나는 그대를 따라갈 것이다. 나는 그대가 탄 배의 뱃전에 붙어서라도 넓고넓은 바다를 건너고 말테다‘ 스퀼라는 이 말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함대 쪽을 향하여 헤엄쳐 가기 시작했다. 스퀼라는 증오에 찬 열정의 힘을 빌려 단숨에 크레타의 뱃전까지 헤엄쳐 가 불청객으로 거기 달라붙었다. 스퀼라의 아버지 니소스 (이때 니소스는 이미 깃털이 고동색인 한 마리 물수리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었다)가 이른 내려다보고는 그뽀족한 부리로 뱃전에 매달린 딸의 살을 찍었다. - 339

 

28. 처제를 강간한 후 아내와 처제에게 아들 요리를 대접받은 후 죽임을 당한 남자

 

29. 남동생 두 명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아들을 죽인 어머니

(칼뤼돈의 멧돼지 사냥에서 외삼촌을 죽인 멜레아그로스)

 

아들에 대한 사랑과 아우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의 맹세가 이 양자의 어머니이자 누나인 알타이아의 가슴을 두 쪽으로 나누는 것 같았다. - 358

 

이쪽으로 부는 바람과 저쪽으로 흐르는 조류 사이에서 이쪽으로도 못 가고 저쪽으로도 못하는 배처럼 알타이아의 마음도 분노와 연민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 358

 

나같이 팔자가 기박한 것이 또 있을까? 아우들아 너희들은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이 승리하는 순간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이 누이를 기다리고 있는지 아느냐? 그러나 승리해야 한다. 너희에게 승리를 안긴 연후에 나 또한 너희 있는 곳으로 갈 것이

 

다. 너희와 너희 영혼을 위로하려고 내 손으로 죽인 내 아들의 뒤를 따라갈 것이다. - 361

 바보같은 죄갚음이다. 모두가 패하는, 죄가 유전되는 방식. 좀 더 현명한 방식이 필요하다.

 

30. 아폴로로부터 도망간 다프네 / 아레투사의 샘

 

31.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거절 받은 후 스퀼라를 괴물로 만든 마녀 키르케

 

그런 여자를 두고 가슴에 앓기보다는 그대를 원하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여성, 그대가 사랑하는 만큼 그대를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대는 남의 짝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분이니까요. ...그러니 이 사랑을 던질 생각이 있거든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세요. 아직은 늦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혹과 우유부단한 태도를 버리세요....게다가 내가 가진 약초의 효험도 만만찮고 내가 풍기는 매력 도한 만만찮답니다. 그러니 나를 차지할 생각을 해보세요. 그대를 능욕한 계집일랑 잊어버리고, 그대를 따르고자 하는 나를 따르세요. -242

케르케는 거절 당했다.

 

키르케는 글라우코스에게 분풀이 하는 대시 자기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는 인간 스퀼라에게 분풀이할 결심을 했다. 사라을 거절당한 키르케는 이를 악물고 밖올 나가 무서운 독초를 모아들인 다음 이를 가루로 만들고 헤카테 여신으로부터 배운 주문을 외며 이 독초 가루를 섞었다. 이윽고 독약 만들기를 끝낸 키르케는 검은 옷을 입고 궁전을 나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흐르는 이곳의 급류를 마른 땅 밟듯 지났다...키르케는 머지 않아 스퀼라가 오겠거니 여기고 스퀼라가 자주 멱을 감는 웅덩이에다 가지고 온 독초 가루를 풀면서 아무도 들은 적이 없는 주문을 아홉 번씩 세 차례 읋었다. - 243

나는 마녀의 이 장면이 매번 흥미진진하다.

 

허벅지에서 사타구니에서 돋아나 하반신을 이루는 수많은 개 무리의 등에 타고 있는 셈이었다. 글라우코스는 스퀼라의 이 무서운 변신과 기구한 스퀼라의 팔자를 슬퍼하며 약초를 쓰되 지나치게 잔인하게 쓴 키르케의 구애를 피해 멀리 도망쳤다. - 244

 

 

제목 : 메데이아

 

32. 왕, 영웅이 되려는 남자 이아손이 금양모피를 얻도록 도운 마녀 메데이아

 

이 나라의 공주 메데이아는 이 이아손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메데이아는 낯선 청년 이아손을 도와 주려면 아버지를 배신해야할 터이라 이아손을 향하는 자신의 마음과 싸웠다. - 283

 

아이에테스 왕은 이아손에게 불을 뿜는 황소에 쟁기를 메워 전쟁신 마르스의 밭을 간 다음 거기에다 왕뱀의 이빨을 뿌리고 그 땅에서 돋아나는 무사들과 싸워 이기면 금양 모피를 가져가도 좋다고 말한다. - 283

 

못 갈게 뭐 있어? 내 아버지는 잔인한 분이고, 내 모국은 아직 미개한 나라, 내 동생은 아직 어리다. - 285

메데이아는 헤카테 여신의 여사제다. -285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마법이 걸린 약초를 주면서 그 쓰는 법을 일러주었다. 이아손은 이 약초를 받아들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 숙소로 돌아가 달게 잤다. - 288

 

황소가 뿜는 불길도 그에게는 화상을 입히지 못했다. 메에이아로부터 받은 약초가 제 몫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289

이제 남은 일은 마법을 써서 잠들지 않는 용을 재우는 것이었다. (이 용이 금양모피가 걸려있는 떡갈나무를 지키고 있다) - 290

 

메데이아는 지아비의 지극한 효성에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 아이에테스를 배신하고 떠나온 자신의 경우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291 (이아손의 아버지 이아손을 회춘시키는 결심)

 

293~297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황홀하게 읽은 부분이다. 반복해서 읽는다. <마녀 메데이아 전> 전문을 베껴보고 싶다. 왜 이 부분이 끌리지? 일단 비룡을 타고 여러 대륙으로 날아가서 각종 약초를 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솥에 넣어 끓이면서 휘젓는 마녀(마법사)의 장면이 포함되기 때문인 듯. 게다가 헤카테여신의 여사제였다고 한다. 나는 헤카테 여신을 좋아한다. 갈림길의 여신, 데메테르가 딸을 잃어버릴 때 사실을 확인해보라고 조언해 준 이. 저녁 어스름이 깔릴 때 검은 개들인지 뭐시깽인지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고 했지. 한편 이렇게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도 왜 메데이아는 스스로 영웅이 되려하지 않고 영웅 이아손을 사모하는 자의 위치에 머물려고 했을까? 그리고 그녀의 잔인함의 근원은 어디일까? 그녀의 성장 배경과 역사는 무얼까 궁금하다. 만약 그녀가 잔인하지 않고 고결한 어떤 품성을 가졌다면 신화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내가 만약 스타워즈의 요다같은 사람이라면 이런 이에게 어떻게 할까? 인연없는 중생은 어쩔 수 없다고 했던 것처럼 스스로 발심하지 않는 다음에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할 수는 없었겠다.

 

 

33.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잔인한 메데이아

 

칼을 들어 아버지(펠리아스)의 몸속을 흐르는 노추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비워내세요. 칼질 한 번이면 몸 속의 피가 남김없이 흘러나올테니까요.-300

 

효성이 직극한 딸일수록 먼저 아버지를 찌르려 했다. 그러나 차마 아버지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 301

 

펠리아스를 죽인 죄로 벌을 받았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메데이아는 잔인한 여자다. 이아손과 함께 금양모피를 가지고 조국을 탈출할 때에도 메데이아는 아버지 군대의 추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 미리 잡아온 어린 동생 압쉬르토스를 죽이고 그 시신을 토막내어 바다에 버렸다. 이아손 일행은 메데이아의 아버지가 아들의 시신을 모아 장례를 치를 동안 무사히 그 나라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메데이아는 이아손의 두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이 이아손이 다른 나라 공주에게 마음두는 것을 알고는 마법을 써서 자기가 낳은 이아손의 두 아들을 죽임으로써 이아손의 배신을 복수하고는 도망치기에 이른다. - 302

 

녀의 사랑을 막는 것은 그녀자신이었다. 마음은 물처럼 편안한 곳으로 흘러가겠지. 내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더라도 마음이 저러하고, 다른 이들에 대한 사랑은 전혀 갖지 못했는데 오직 나에게만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여자가 내가 남자라면 무섭고 불편할 것 같다.

 

이아손이 새로 맞아들인 아내가, 메데이아가 쓴 콜키스의 독물에 타죽은 다음의 일이었다. 메데이아는 자기를 버린 이아손에 대한 복수의 손길을 멈추지 않고, 궁전을 불싸지르고 자기가 낳은 자식을 둘이나 죽인 뒤에 이아손의 분노를 피하여 도망친 것이었다. - 304

 

 

제목 : 너무 행복해도 배우자의 정절을 시험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가? – 34

 

프로크리스는 언제나 내 입술에, 내 가슴에 있었어요. 나는 여신에게 혼인에 대한 나의 의무, 내가 겪었던 신혼생활, 새로 꾸민 가정, 나를 잃은 아내에게 내가 했던 약속을 누누이 마랗면서 돌려보내 달라고 애원했지요. 마침내 여신은 화를 내시면서 이러시더군요. “이 은혜를 모르는 자야. 우는 소리 이제 그만 작작 해라. 프로크리스가 그렇게 좋으면 가려므나, 하지만 내가 너희들 앞일을 꿰어보니, 너는 아무래도 크로그리스와 혼안한 것을 후회하겠다” - 321

 

이런 더러운 여자여, 여기에서 그대를 유혹하던 자가 바로 그대의 서방이다. 이제 그대는 가면을 벗었구나. 이제야 나는 그대가 부정한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 323

 

나에게 실망한 크로크리스는 남성을 혐오하며 온 산을 방황하다가 결국 사냥의 여신 디아나를 섬기게 되었지요. - 323

 

나는 그 시절을 잊지 못해요. 신혼 첫 해를. 나는 내 아내와 행복했고, 내 아내도 서방인 나와 행복했을 것이오. 나는 아내를 사랑했고 아내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아내를 아꼈고, 아내는 나를 아꼈소. 내 아내는 설사 유피테르 대신이 결혼하자고 조른다고 하더라도 나를 향한 사랑을 나누어 주지 않았을 것이오. 내게도 다른 여자 같은 것은 아무 흥미도 없었어요. 설사 베누스 여신이 오셨다고 해도 나는 그 사랑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오. 요컨대 우리 가슴속에서는 사랑이 똑같은 뜨거움으로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 327

 

우리가 나눈 혼인의 서약에 걸고, 하늘에서 우리를 내려다보시는 신들의 이름을 걸고, 나를 죽이기도 하고 살릭기도 하는 사랑에다 걸고 약속해주세요. 이렇게 죽어가면서 드리는 부탁이니 약속해 주세요. 내가 그대에게 모자라는 아내였더라도 나 죽은 뒤에라도 아우라를 아내로 삼지는 말아주세요. - 329

 

 

제목 : 미궁과 아리아드네의 관 - 35

 

미노스 왕이 떠나 있을 동안 왕비가 낳았던 이상하게 생긴 아이는 장성해있었다. 말하자면 크레타 왕가의 수치거리인 이 아이가 그 흉측한 혼종물릐 몰골로 만인에게 왕비의 구역질나는 정사의 현장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 340

 

테세우스는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이 미궁으로 들어갈 때 명주실을 풀면서 들어갔다가 이 괴물을 죽이고는 그 명주실을 잡고, 아무도 살아나온 사람이 없는 이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괴물을 죽이고 미궁을 무사히 빠져나온 테세우스는 미노스와 와의 딸과 함께 그곳을 떠나 디아섬으로 갔다. 그러나 공주 아리아드네는 이 섬에서 아테나테이로 가지 못했다. 테세우스가 공주를 이 섬에 남겨놓고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 343

 

 

제목 : 머물고 싶은 집, 팔레몬과 바우키스 노부부의 오두막 -36

 

늪에서 나는 갈대를 엮어 지붕을 얹은 참으로 초라한 집이었다네. 집 주인은 필레몬이라는 영감과 그의 할멈 바우키스..마음씨 착한 이 노부부는 바로 그 초라한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둘 다 백발이 될 때까지 그 집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네. 이 노부부는 가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라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네. 이 집에는 주인과 종이 따로 없었지. 식구가 둘 뿐이었으니 명을 내리는 사람 따로 있고, 그 명을 받들어 좇는 사람이 따로 있을 턱이 없을 것이 아니겠나 - 367

 

이러면서도 영감과 할멈은 계속 수다를 떨어대었네. 왜? 왜는 왜야? 기다리는 길손들이 지루해할까봐 그랬던 것이지. - 368

족족 술병에는 새 술이 차는데 놀랐지. 이런 기적이 일어나는 걸 보았으니 얼마나 놀랐겠으며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그래서 두 사람은 손을 벌리고 신들께 빌었지. 신들이신 줄 모르고 허름한 음식을 대접한 무례를 용서해 달라고, 음식을 공들여 준비하지 못한 비례를 용서해 달라고. - 369

 

저희들은 대신의 신전을 지키는 신관이 되고자 합니다. 저희들은 한평생을 사이좋게 살아왔은즉 바라옵건대 죽을 때도 같은 날 같은 시에 죽고자 하나이다. 제가 할미의 장사 치르는 꼴을 보지 않고 할미가 저를 묻는 일이 없었으면 하나이다. - 370

이윽고 머리 위로 나무가 뻗어 올라가기 시작하자 이들은 마지막 인사를 서로 나누었네. 말을 할 수 있을 때 마지막 인사를 해두어야 했던 것이네 - 371

 

 

제목 :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병에 걸린 에뤽쉬톤 - 37

 

이것이 여신의 사랑을 입은 나무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여신이 정말 깃들여 있는 나무인지 이 나무를 쓰러뜨려 보면 안다. ...그러자 이 케레스 여신의 신목은 부르르 떨면서 비명을 지르더라지요. 동시에 잎과 열매가 새하얗게 질렸고, 가지도 실색을 하더랍니다. 이 극악무도한 자는 기어이 나무 둥치를 찍고야 말았지요. 그러자 나무는 도끼에 찍혀 껍질이 찢긴 곳으로 피를 흘리더랍니다. 제물로 제단 앞에서 희생된 황소처럼 말이지요. - 373

 

살 나무와 숲을 잃어버린 요정들은 검은 상복으로 갈아입고 케레스 여신에게 달려가 에뤼식통에게 벌을 내려 주기를 간청했지요. - 374

 

이 딸은 아비와 달리 참한 처녀였던 모양입니다.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에뤼식톤은 마침내 이 딸마저 팔았습니다. - 377

 

처녀의 아비 에뤼식톤은 딸이 둔갑에 능하다는 걸 알고는 번번이 딴 주인에게 딸을 팔았더랍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처녀는 말로 둔갑하여, 때로는 새, 황소, 사슴으로 둔갑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에뤼식톤은 이렇게 되돌아온 딸을 되팔아 허기를 메우어나갔더랍니다.. 그러던 어느날 음식을 다 먹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에뤼식톤은 처음에는 제 팔다리, 그것도 모자라 결국에는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378

 

 

제목 : 항해 중 난파당해 죽은 케위크스와 아내의 사랑 - 38

 

이윽고 파도는 배 안으로 들어닥치고 있었다 수십 차례의 공격으로 뚫어진 성벽 앞에서 병사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병사가, 불타오르는 명예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침내 수많은 병사들을 젖히고 성벽을 돌파하는 것처럼, 파도도 십중팔구는 뱃전의 돌파에 실패하다가 마침내 부서진 뱃전에다 치명타를 가하고 선복으로 뚫고 들어왔다. 밖에서 돌파 공격을 계속하는 파도가 있는가 하면 이미 안에 들와 있는 파도도 있었다. - 135

 

케위크스의 입가를 맴돈 것은 오직 알퀴오네라는 이름뿐이었다. 케위크스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알퀴오네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케위크스는 알퀴오네를 보고 싶어하면서도 알퀴오네가 그 배가 타고 있지 않은 것을 큰 다행으로 여겼다. -135

 

그는 알퀴오네를 생각하며서 파도가 자기의 시신을 알퀴오네 앞으로 밀고 가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알퀴오네의 손에 묻힐 수 있게 되기를 빌었다. - 136

 

지아비가 돌아오마고 약속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지아비가 입을 옷과 자신이 입을 옷을 지었다. - 136

알퀴오네는 유노신전에 갈 때마다 지아비를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기를 기도하는 한편 다른 여자에게 가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빌었다.- 136

 

아무래도 죽은 케위크스의 모습으로 알퀴오네에게 현몽하여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을 깨우쳐 주어야겠다더라고 – 137

 

얼굴을 알아볼 거리까지 접근한 알퀴오네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바로 남편의 주검이었기 때문이다. 알퀴오네는 비명을 질렀다. “아 그대였군요“ 알퀴오네는 재빨리 자기의 겉옷을 벗어 지아비에게 덮어주었다. -143

 

신들이 이 둘을 가엾게 보고, 케위크스까지 새로 변신시킨 것이다. 둘의 사랑도 그때까지 유효했다. 날개를 얻었는데도 혼인의 서약은 그대로 남아있었다.-144

 

 

제목 : 잠의 신과 꿈의 신의 묘사 - 39

 

이 흑단 침대가 바로 잠의 신 솜누스의 잠자리였다. 솜누스는 여기에 누워있었다. 솜누스의 옆에는 수많은 꿈의 신들이 누워 있었다. 꿈의 신들은 벌판에서 거둔 옥수수, 숲의 나뭇잎 혹은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수효가 많았다. 138

 

모르페우스는 인간으로 둔갑하는 데 능하고 인간의 흉내도 잘 내기로 이름있는 꿈의 신이었다. 특정인의 걸음걸이, 표정, 목소리를 모르페우스 만큼 완벽하게 흉내낼 수 잇는 꿈의 신은 없었다. -139

 

둘째 아들은 짐승이나 새나 뱀으로 둔갑하거나 이들의 흉내를 내는데 능했고 셋째아들인 판타소스는 땅, 바위, 물, 나무 같은 무정물로 둔갑하거나 흉내를 내는데 능했다. - 140

 

 

제목 :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으로 죽은 처자, 폴뤽세나 - 40

 

아킬레오스의 전우였던 아가멤논은 유령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폴뤽세나를 제물로 바칠 준비를 했다. 가엾은 앙비 헤쿠바의 희망이었던 폴뤽세나는 아가멤논의 명령 일하에 어머니 품에서 끌려나왔다. 그 지경에 이르렀어도 폭뤽세나는 용감했다. 폴뤽세나는 당당하게 자신이 희생제물로 바쳐질 화장단 앞으로 걸어갔다. 화장단 앞에선 폴뤽세나는 자신 이 희생제물이 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세를 허물어뜨리지 않았다. -212

 

폴릭세나는 옷을 찢어 가슴을 드러내고는 말을 이었다. “이 폴뤽세나는 마침, 남의 노예로서는 죽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그러나 너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신의 분노를 없다고 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게 마지막 소원이 하나 있다. 내 어머니에게만은 내가 죽어다는 것을 당분간 알리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내 어머니가 정말 두려워해야하는 것은 나의 죽음이 아니라 당신의 죽음이겠지만. 내 죽음으로 크게 상심하실 것이기 때문이다....부탁할 것이 또 한가지 있다. 내 말에 일리가 있는 듯하거든 나는 처녀의 몸이니 내 주검에는 남정네의 손이 닿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 바라건대 자유인 처녀의 몸으로 스튁스의 땅으로 내려가게 해주기 바란다. 나를 죽여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말하겠다. 노예를 죽이는 것보다 자유인을 죽이면 더 낫지 않겠는가? 이 말을 하는 것은 노예 폴뤽세나가 아니라 프리아모스 왕의 딸인 자유인 플뤽세나다. 마지막 소원을 더 듣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하겠다. 만일에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 어머니에게 알려야 할 경우 내 주검은 다치지 말고 그대로 다 내 어머니에게 돌려주기 바란다. 내 어머니는 물론 돈이 있으면 돈으로도 사실 것이지만, 돈이 없으니까 아마 눈물로 내 주검을 사실 것이다. - 213

아름답다

 

아가야, 이 어미의 희망이던 아가야, 너까지 이렇듯이 죽었으니 이제 내게는 아무것도 남은 거이 없구나. 네 몸에 난 상처는 너의 상처이자 나의 상처이기도 하다. 다시는 자식이 피흘리는 꼴을 보지 않으려 했더니 결국은 너마저 피를 흘리고 죽었구나. 너는 여자로 태어났는지라 너만은 칼날 아래 이슬 되는 신세만은 면할 줄 알았더니 너마저 이런 신세가 되었구나 - 214

궁전까지 함께 온 트로이아 여자들을 부르면서 헤쿠바를 왕에게 매달려 손가락을 왕의 두 눈에다 찔러넣고는 눈알 두 개를 한꺼번에 뽑아버렸다. 헤쿠바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분노가 헤쿠바에게 기이한 힘을 샘솟게 했기 때문이다. 헤쿠바는 더러운 왕의 피가 묻은 손가락으로 다시 한 번 눈알이 빠진 자리를 찔렀다. - 217

 

 

제목 : 갈라테이아를 사랑하는 폴리페모스의 모습 - 41

 

폴뤼페모스, 나그네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폴뤼페모스, 심지어는 올륌포스 신들에게도 대든 폴뤼페모스가 아니더냐? 그런데 이 폴뤼페모스라는 괴물도 사랑을 알고 나니 참으로 희한해지더구나. 사랑을 알고 난 뒤부터 폴뤼페모스는 가슴에 불이 붙었는지 휼측한 제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고 남들 눈에 들려고 애를 쓰기 시작한 게 이즈음부터였어. 나뭇가지를 꺽어들고 머리를 빗는가 하면 낫으로 수염을 깍고는 맑은 물에 제 모습을 비추어보고는 울지를 않나, 웃지를 않나, 이러기 시작하고부터는 이 피에 굶주려 있던 것 같던 폴뤼페모스는 아무것도 죽이지 않았어. 지나가는 배들도무사히 그 섬을 지나갈 수 있었고 - 230

아 사랑스럽다. 

 

이 산꼭데기에는 배의 돛대감으로도 넉넉한 소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 하지만 폴뤼페모스에게는 이게 지팡잇감 밖에는 안되었을 거야. - 230

 

그대가 내게서 달아나는 것은 나를 모르기 때문. 그대가 나를 알면 달아난 것을 후회하리라. 그대가 나를 알면 낭비한 시간을 아까워하고 그대가 나를 알면 내 품에 안기기를 말ㅇ설이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굴이 있으니까...내게는 포도송이 늘어진 포도나무가 있고...내게는 모든 것이 넉넉하다. 내 집에 오면 그대는 그대 손에서 응달에서 익은 딸기도 딸수가 있다....갈라테이아여 여기 있는 양은 모두 네 것이다....그대가 데리고 놀 짐승 또한 얼마든지 있다....나는 내가 어떤 꼴을 하고 있는 지 그것도 알고 있다. 얼마 전에 맑은 물이 고여 있길래 거기에다 내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233

이 말도 사랑스럽다. 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도 

 

 

: 눈 앞에서 내가 죽어서 복수하는 무서운 집착 - 42

 

이피스는 처녀의 유모를 만나 처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는 이떻게든 처녀의 마음을 좀 누그러지게 해달라고 청을 넣는 한편 처녀의 시중을 드는 시종들에게도 자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지요. - 281

 

하지만 내 사랑에는 그대로 어쩔 수 없는 힘이 있어요. 그대도 언젠가는 내 사랑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으면 안될 것이오. 그대로 언젠가는 내가 그대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요. -282

 

나는 그대가 볼 수 있도록 여기 이 자리에서 죽겠소 - 282

무서운 집착

 

자기 손으로 자주 꽃다발을 걸었던 처녀의집 문을 바라보았어요. 그러다 떨리는 손으로 문의 상인방에다 올가미를 걸고는 다시 외쳤어요. “여기에 그대가 좋아할 만한 꽃다발이 여기 있고. 무정한 사람이여!” - 283

 

이미 복수의 여신들은 이 처녀 방에 와 있었어요. - 283

 

오랫동안 처녀의 가슴 속에 있던 돌 같은 응어리가 온몸으로 퍼졌던 것이지요....자 요정 아가씨 이 이야기를 마음속에 따담고 남의 사랑은 본 척도 않는 그 오만한 마음을 버리세요. - 284

 

 

제목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시인의 자긍심, 오비디우스의 결사 - 43

 

7. 결사

이제 내 일은 끝났다. 유피테르 대신의 분노도 불길도 칼도 탐욕스러운 세월도 소멸시킬 수 없는 나의 일은 끝났다. 내 육체 밖에는 앗아가지 못할 운명의 날은 언제든 나를 찾아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내 이승의 삶을 앗아갈 것이다. 그러나 육체보다 더한 내 영혼은 죽지 않고 별 위로 날아오를 것이며, 내 이름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로마가 정복하는 땅이면 그 땅이 어느 땅이든 백성들은 내시를 읽을 것이다. 시인의 예감이 그르지 않다면 단언하거니와, 명성을 통하여 불사를 얻은 나는 영원히 살 것이다. - 336

와 맞는 말이다.

 

 

제목 : 동성애에 대한 암시 – 이피스 - 44

 

텔레투사, 나와 신세가 비슷한 텔레투사여, 너무 근심하지 말고 네 지아비가 그런 명을 내렸다고 너무 야속하게 생각하지도 말아라. 루키나 여신이 점지사거든 사내아이든 계집아이든 괘념치 말고 잘 기르도록 하여라. 나는 기도하는 너희에게 유익한 여신이다. 그러니 섬겨도 돌아보아주지 않는다고 야속하게 여기지도 말고 불평고 하지 말아라 - 57

 

심한 산고끝에 텔레투사의 무거운 짐은 새 생명으로 태어났다. 딸이었다. 그러나 텔레투사는 태어난 아기가 딸아이라는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는 대신 아들이라고 속여, 길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내었다. - 57

 

이피스는 그러니까 소녀의 몸으로 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58

 

실인즉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자였던 이피스는 그 순간에남자로 변한 것이었다. - 61

 

 

제목 :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특성, 반남반녀 - 45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

 

소년은 한사코 이 요정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했어. 그러나 요정의 집요한 공격을 피할 수는 없어서 이 둘은 결국 한 덩어리가 되고 말았어. 새들의 왕 독수리 부리에 물려 공중으로 올라간 뱀을 생각해 봐. 새들의 왕 독수리 부리에 물린 뱀은 온몸으로 독수리의 머리와 발톱을 감고, 꼬리로는 독수리의 날갯짓을 방해하려고 하겠지? 소년은 독수리, 요정은 뱀 같았어. 아니 요정은 나무 둥치를 감고 올라가는 담쟁이 덩굴, 깊은 바다에서 열 개의 다리로 먹이를 사방에서 죄는 문어 같았어. 아틀라스의 외손은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하면서 요정이 그렇게 집요하게 요구하는 사랑의 쾌락을 거절했어. 하지만 요정은 온몸으로 부딪쳐 오면서 달라붙으면서 이렇게 외쳤대 ‘이런 아둔패기, 몸무림 칠 테면 쳐봐. 내게서 빠져나갈 수는 없을 걸. 오 신들이시여. 이대로 있게 하소서. 이 소년이 영원히 저에게서, 제가 이 소년에게서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 175

 

176 신들은 요정의 기도를 듣고 이를 이루어지게 해주려고 했던 모양이야. ...한 덩어리가 된 소년과 요정의 몸이 꼭 이런 가지 같았어. 이들의 몸은 곧 붙은 자국도 보이지 않는 진짜 하나가 되었어. 남성이라고 할 수도 없고 여성이라고 할 수도 없는 하나의 육체, 남성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여성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러니까 양성을 두루 갖춘 하나의 육체가 되었던 거야.

신화가 있듯 이런 사람도 실제로 있을 거다.

 

176 아버지시여, 어머니시여. 두 분의 명자를 받은 이 아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이 호수에 뛰어든 자는 반남반녀로 나오게 하시고 이 호수의 물에 닿는 자는 그 힘과 살을 잃게 하소서.

실제로 양성을 갖춘 이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걸까? 아마도 그리 태어나는 것일 거다. 이 호수는 어머니의 자궁일거다. 

 

 

제목 : 켄타우로스족과의 전투장면 - 46

 

4. 라피타이와 켄타우로스족(익시온이 유피테르가 만든 가짜 유노를 취해 낳은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의 싸움

 

술에 취한 자의 눈에 신부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겠나 그래서 그만 이성을 잃고 만 것이네. 이 에우뤼토스가 신부의 머리채를 끌고 나가려고 하는 바람에 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지. 술상이 뒤집어 지고 술잔이 날았으니까...켄타우로스들은 제각기 걸리는 대로 하나씩 손님으로 온 부인네들을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겠나? - 161

 

테세우스는 이 술잔을 집어들고 번쩍 쳐들었다가 에우뤼토스의 얼굴을 향해 던지더군. 그는 이 술잔을 맞고 쓰러져 부러진 이빨과 술과 피를 토했네. 그가 죽자 켄타우로스들은 한목소리로 외치더군. “무기를 들라, 형제가 죽었다” 술이 이들의 용기에다 불을 지른 것이었네. 싸움이 시작되었지. - 161

 

포르바스는 이러면서 창을 던졌네. 아피다스는 밪듯이 누운 채 손만 내밀고 있다가 목이 창에 꽂히는 바람에 죽는 줄도 모르고 죽었네. 아피다스의 목에서 쏟아진 피는 와상의 깔개를 적시면서 술잔에 고였네 - 165

 

이것을 보고 있던 나머지 켄타우로스들도 우르르 몰려다니며 나무를 뽑아 카이네오스에게 던졌지. 얼마나 뽑아 던졌던지 오트뤼스 산과 펠리온 산이 벌거숭이가 되었을 지경이었네. 당황한 카이네오스는 나무 무더기에 깔린 뒤에도 그 튼튼한 어깨로 한동안 버티었네. 하지만 나무는 한정없이 쌓이고 또 쌓여 급기야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네. 아무리 장사인들 그 지경에 이르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카이네오스는 머리 위로 쌓이는 나무를 헤치면서 이따금씩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숨을 쉬려고 몸을 뒤척였네. 그럴 때마다 나무 더미가 우르르 무너지는데, 그 광경은 흡사 지진 때의 이다 산 같았네. - 173

 

 

제목 : 후기에서 느끼는 신화 전문 역자 이윤기선생의 애정-47, 48

 

초판에 부치는 역자 후기 [오비디우스의 유쾌한 경망]

 

오비디우스 자신은 귀양당한 원인에 대해 ‘어떤 시구와 어떤 과실 때문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바로 이 시구는 큰 율리아를 찬양하는 시구이고, 과실은 율리아의 애인 노릇을 한 일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신을 번쩍 들었을법한 오비디우스가 유배지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쓴 작품이 바로 이 <메타모르포시스>입니다. - 2권 339

 

이 책의 원제인 <메타모르포시스>는 사물이 비롯되는 정황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창조설이 있듯이 많은 문화권의 신화나 설화는 나름의 창조설과 전신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원숭이의 엉덩이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빨갛게 되었다느니, 게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게걸음을 걷게 되었다느니 수수 대궁이는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피가 묻게 되었는데...식입니다. 물론 순진한 신화해석학에 속하는 이 <메타모르포시스>라는 개념은 과학적으로는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한 개념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개념이 <시적 메타모르포시스>라는 표현으로 바뀌면 그 성격은 사뭇 달라져서 오비디우스의 시대에는 물로 오늘날까지도 조금도 다름없이 유효한 개념이 됩니다. 따라서 오비디우스의 메타모르포시스는 그 시대 사람들의 시적 상상력이 투사된 시적 메타모르포시스 쯤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합니다. 사실 메타모르포시스 라는 개념은 세계의 모든 민족이 나름의 신화와 전설의 체계에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모순을 해소하는 하나의 많은 만병통치약 노릇을 해 온 듯 합니다. - 2권 341

 

개정판 후기

 

이 <변신 이야기>는 연대순으로 비교적 후대에 씌어진 것이기는 하나 역자의 손에서 이루어질 고대 신화 면역 총서의 한 시발점을 이룬다. 이 작업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오뒤세이아> 그리고 베르길리우스 <아에네이스> 아폴로도로스 <황금나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그리스 로마신화>로 이어질 것이다. 실로 평생 소원하여 마지않던 대장정이다. 험할 것으로 예감하나 이 대장정이 끝날 때까지 붓을 놓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이로써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고전 교실이 하나 우뚝 세울 수 있다면 이 또한 우리 문화, 우리 문학의 한 초석이 될 터이다. 세계의 고전문학의 고삐를 잡고 우리 문학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는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이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2권 344

 

제목 ; 소설의 시작을 신에게 기도함 - 49

 

서사

마음의 원에 쫒기어 여기 만물의 변신 이야기를 펼치려 하오니, 바라건대 신들이시여, 만물을 이렇듯이 변신하게 한 이들이 곧 신들이시니 내 뜻을 어여쁘게 보시어 우주가 개벽할 적부터 내가 사는 이날 이때까지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빌려주소서.

 

제목 ; 새 인류의 조상 데우칼리온과 퓌라 - 50

 

데우칼리온은 그 많은 세상 사람가운데서도 가장 바르고 의롭게 살아온 사람이었고 퓌라는 그 많은 세상 여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믿음이 깊은 여자였다. - 34

 

유피테르는 그 많던 사내들 중에서 오직 하나, 그 많던 여자들 가운데서 오직 하나만 살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 둘에게는 지은 죄가 없다는 사실을, 이 둘이야말로 직심스럽게 신들을 섬겨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34

IP *.114.49.161

프로필 이미지
2012.08.27 16:32:51 *.118.21.179

콩두가 새로운 방식으로 정리한 50문장이 왠지 확 끌린다..

 

프로필 이미지
2018.04.15 21:37:56 *.130.115.78

오~ 이거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역시 이미 나있는 길이었네요.

넘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92 #23. 기억 꿈 사상_카를 융_Review_두번째 [1] 한젤리타 2012.10.07 3118
1391 서양의 지혜 철학이란 무엇인가-러셀 [1] id: 깔리여신 2012.10.29 3119
1390 4-2. 아름다운 혁명 공익 비즈니스 콩두 2015.06.26 3120
1389 북리뷰 26 - 블루오션 전략 - 김위찬, 르네 마보안 공저 [2] 범해 좌경숙 2009.10.19 3121
1388 처음처럼-신영복의 아름다운 세상이야기 [6] 도명수 2007.05.11 3122
1387 [36] 내가 직업이다 - 구본형 [2] 최코치 2009.01.11 3122
1386 [45]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하루키 [1] 2009.03.01 3122
1385 [Sasha] 38th Review 일상 예술화 전략 file [1] 사샤 2012.01.17 3122
» 변신이야기 두번읽기 file [2] 콩두 2012.08.27 3121
1383 No43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file 미스테리 2014.02.25 3122
1382 28. WINNING 위대한 승리-잭 웰치 file 미나 2011.11.06 3123
1381 [11월 5주] 영적인 비즈니스_아니타 로딕 file 라비나비 2013.11.26 3123
1380 [35]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장파 써니 2007.12.03 3126
1379 [독서30]로버트프로스트의 자연시 그 일탈의 미학 [2] [1] 素田 최영훈 2007.10.29 3127
1378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 書元 2010.03.01 3127
1377 5. 사기열전 1 _ 시마천 file 미선 2011.05.01 3127
1376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 file 이은미 2008.11.10 3129
1375 [38]그림과 눈물_제임스 앨킨스 구라현정 2009.02.24 3129
1374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루미 2012.04.10 3129
1373 어느 등산가의 회상 -에밀 자벨- [1] 파에톤 2013.01.07 3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