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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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22. 시작과 끝
학창시절에 읽어 혀끝에 맴도는 시가 있다. 1847년에 발표된 롱펠로우의 <에반젤린>이다. 오늘같이 큰바람이 불어와 나무를 뿌리 채 뽑아버리고, 온종일 윙윙 거리며 창문을 마구 흔들어대는 날, 무서워서 문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혼자서 여기는 태고의 숲..... 먼 옛날, 바람이 휘몰아치던 아카디아 숲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본다.
롱펠로의 장시 <에반젤린>은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는 태고의 숲
바람에 살랑거리는 솔송나무들은 푸른 이끼에 휩싸여 황혼이 깔리면 흡사 우중충한 가운데 슬픈 예언을 하던 옛날의 성자, 또는 흰 수염의 악사들 모양 우뚝우뚝 서있다.
그리고 암굴로 새어 들려오는 바다의 무거운 울부짖음은 이 원시림의 괴로운 곡조에 응답하고 있다.
여기는 태고의 숲.
허나 사냥꾼 발소리에 놀란 어린 사슴처럼 쫓겨났을 그 주민들은 어디로 갔는가?
아카디아의 농부들- 숲 속을 가르며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 지상의 생활에서도 하늘의 계시를 담았던 그 아카디아의 농부들의 초가 마을은 어디로 갔는가?
아름다웠던 농장들은 이제 황무지로 화하고 그것을 가꾸던 농부들은 영영 떠나갔다.
그대, 참고 견딤으로써 사랑의 거룩함과 그 희망의 달성을 믿는 사람들이여!
그대, 여자의 아름다움과 정절과 그 강함을 믿는 사람들이여!
귀를 기울이라, 저 숲 속의 소나무가지들이 아직도 웅얼대는 저 오랜 괴로운 전설에.
듣거라. 행복했던 아카디아 , 그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고 이렇게 끝난다.
태고의 숲은 아직 그대로 서 있건만, 그들 두 사람은 그 그늘을 멀리 떠난 곳에 나란히 앉은, 이름 없는 묘지에 누워있다. 가톨릭교회의 우중충한 벽 아래.
도시의 심장부에 아무도 알아보는 이 없이, 그들은 누워 있다.
날마다 그들 옆을 사람의 물결이 스치며 밀려간다.
그들의 심장은 영원히 쉬고 있으나 수많은 심장은 힘차게 뛰고 있으며, 그들의 두뇌는 쉬고 있으나 수많은 사람은 괴로워하고 있다.
그들의 손이 일하고 있지 않을망정, 숱한 손들은 일하고 있으며, 그들의 발은 여행을 마쳤을지라도 , 피로에 시달리는 무수한 발이 있다.
태고의 숲은 아직도 그대로 서 있지만, 그 그늘 아래에는 풍속과 언어가 다른 종족이 살고 있다. 다만, 뼈나마 고향땅에 묻히고자 되돌아왔던 사람들의 얼마 안 되는 아카디아 농부의 후손들이 안개 짙은 대서양 기슭의 거친 땅을 거닐 뿐.
어부들의 토막에서는 베틀과 물레 젓는 소리가 여전히 바쁘고, 처녀들은 아직도 노르만 모자와 홈스펀 가운을 입었으며, 저녁이면 화로 가에 앉아 에반젤린의 사랑의 얘기를 되풀이 할 즈음에,
육중한 음향으로 웅얼거리는 바닷소리가 암굴을 새들어 오고 바람에 나부끼는 숲소리는 그 서러운 응답을 하고 있다.
나는 이제 비가오나 눈이 오나...작은 바람이 불거나 큰 바람이 휘몰아치거나, 태풍 뒤에 또 태풍이 몰려와도 이 사랑과 죽음의 시작과 끝 사이에 이야기를 채워넣어야 한다.
여기는 태고의 숲......그리고 그 끝에도 태고의 숲이 있을 뿐이다.
누구는 이 숲이 아름답다 하고 , 누구는 숲속의 삶이 고통스럽다 하고,
누구는 벌렁거리는 심장의 힘으로 저 멀리 다른 숲으로 옮겨가기 위해 신발끈을 묶고 있다 합니다.
솔송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 바람에 묻어와 영혼에 깃드는 노랫소리...
오고 가고, 또 오고 갑니다.. 오고 가는 인연중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자세하게 상세하게 조목조목 알아들을수 있게 빠짐없이 연민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감과 소통의 의미로 ... 적으라... 합니다..
홍홍... 밝은 눈 맑은 마음도 지어낸 것이라 하는데요..
샘의 놀이터에서 쏟아지는 ..까르르 낄낄 ㅋㅋㅋ 웃음소리 ~
바람에 날려 멀리 멀리 푸른 하늘 피어나는 흰 구름 까지 닿으시기를 요... 홍홍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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