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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9일 21시 4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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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그에게 속아 넘어간 것일까?’ 사와다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우메야마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명을 일으키리라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러나 우메야마는 다만 진짜가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가 생각하는 진짜란 매스컴에 등장하는 유명인이다. 그러니 우메야마는 주간지 기자인 사와다를 통해 ‘혁명’을 팔아치워 ‘유명인’이 되고 싶은 사기꾼일 뿐이었다.


1970년 초반, 사와다는 우메야마를 통해 세상을 향한 전쟁을 치루었다. 그리고 그 대리전은 어이없는 살인 사건으로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너희들이 추구하는 게 과연 뭐야? 그리고 진짜 너는 누구야?” 사와다는 우메야마에게 물어보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뒤, 사와다는 우연히 기자 시절의 위장 취재에서 만났던 옛 친구(또 다른 가짜 친구)를 선술집에서 만나게 된다.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고, 사와다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뚝, 뚝, 눈물을 흘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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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린다 린다 린다’의 영화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작품 중에 ‘마이 백 페이지’란 영화가 있습니다. 솔직히 많은 이들에게는 지루한 영화일 듯 하기에 특별히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영화의 정서에는 일본의 현재에 대한 일종의 ‘애뜻한’ 반성이 담겨 있는 듯 해서 아주 러프한 줄거리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일본의 1960년대 말 전공투 시대는 우리나라의 1980년대처럼 치열한 학생 운동의 시대였나 봅니다. 그러나 그 혁명은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이 영화는 그 전공투 시대 이후 몇 년 동안의 이야기를 사와다와 우메야마란 두 주인공을 통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불발로 끝난 혁명을 아쉬워하는 주간지 기자 사와다와 그를 통해 진짜(유명인)가 되고 싶어하는 우메야마란 가짜 혁명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실패한 혁명의 이야기가 어쩐지 지금 일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확실한 반성없이 경제 대국이 된 일본은 가파른 경제 성장을 거듭하다 80년대의 버블기를 지나 이후로 줄곧 정체 혹은 내리막길입니다. 그러다 작년 3월 11일 이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모든 상황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분명 모두가 화나고, 분하고, 억울한 상황인데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저럭 먹고 살게 해줄 때는 참고 살았는데, 이제 누구에게 분노를 터뜨리고 싶어도 선뜻 행동하기가 어려운 듯 합니다. (이 분노가 부디 또 다른 누군가의 잘못된 인도로 그릇된 방향으로 터져 나오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이 영화의 끝에서 주인공 사와다는 울면서 지난 시절을 후회합니다만, 아직 제대로 울어보지 못한 일본은 미처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이 상황은 비단 이웃나라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 듯 해서 더욱 씁쓸하네요. 영화와 동명 타이틀인 밥 딜런의 노래 ‘My back pages’의 후렴구처럼 “지금의 내가 그 때보다 더 젊어(I'm younger than that now)”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때 우리는 조금이나마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간은 어딘가로 흘러가기만 하지만 때로는 되돌아 오는 것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 영화 '마이 백 페이지'의 러프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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