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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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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30일 20시 1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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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멀리 긴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처음 그 여행이 하고 싶었을 때는 그리 멀리 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소설 <토지>를 읽을 때, 서희의 일행이 평사리를 떠나 완도에서 배를 타고 중국에 도착해서 만주의 어딘가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살다가 해방될 때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보고서는 그들이 지나왔던 그길을 가고 싶었었습니다. 그때는 그들의 길을 따라가면 넓은 곳을 지날 때 막막함을 느낄 수있겠다 싶었습니다. 가도가도 끝이없다는 하루를 달렸는데도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넓은 들판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얼마전에 러시아 문학을 소개하는 강연에서 러시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의식의 크기가 우리나라 사람과는 다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신이 속한 나라 땅이 넓어서 자기 자신, 자기네 마을, 자신의 나라를 생각하다가 자신에 대한 의식이 넓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과 동일한 특성을 갖는 것이 넓게 분포해서 자신을 의식할 때 자꾸 넓히게 된다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우리라는 것의 한계가 넓어진다는 말로 알아 들었는데, 그것이 뭔지는 실제로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오래동안 멀리 여행하는 이야기로는 서유기를 꼽을 수 있는데요. 저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 영화배우 성룡과 이연걸이 대결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던 영화의 영어 제목이 오리엔탈 오딧세이라고 이름 붙은 것 보면 서유기는 많은 변형이 만들어지고 있고 여러가지 해석이 계속되고 있는 살아있는 고전입니다. 서유기의 많은 부분 제가 흥미를 갖는 부분 중에 하나는 결말 부분입니다. 삼장법사일행이 그들이 사는 안전한 곳을 벗어나서 요괴들이 사람을 괴롭히고 잡아먹는 곳을 통하과여  천축국에 불법을 구하러 갑니다. 제가 본 이야기에서는 그들이 천축국에 도착해서 얻게 된 궤에는 불법이 한줄도 씌여지지 않은 불경이란 것이었고, 그것에 대해 보살님이 해주신 이야기는 그들이 지나온 그 세계가 이제는 더이상 요괴 때문에 괴로운 세계가 아니라 그곳이 극락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유기에서 말하는 그 여행이 뭔지도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자신과 타인이 같이 살 수 없는 땅이 아닌 더이상 적이라고 타인을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땅에 선 기분을.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넓어지는 여행, 자신과 타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책을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하고 싶어했던 것들이 지금도 마음 속에 살아 있습니다.  책을 보다가 푹빠져서는 주인공과 동일시해서 하고 싶어했던 것들 속에, 어쩌면 그것들 속에 꿈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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