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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31일 23시 45분 등록

 

북 리뷰 81: 마음의 진보

 

 

: 마음의 진보. 카렌 암스트롱. 이희재 역. 교양인. 2004.

원제: The Spiral Staircase. Karen Armstrong. 2004.

 

 

*** 저자에 대하여:   카렌 암스트롱 

저자 소개

  

9456113.jpg Karen Armstrong 세계적인 종교학자이자 종교비평가인 카렌 암스트롱은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열일곱 살 되던 해 수녀로서 로마가톨릭에 귀의하지만 수녀원의 엄격한 규율 등에 실망한 후 7년 후 환속한다. 이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지만 학자의 길을 걷지 못하고, 또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지만 지병인 간질로 인해 사직하게 되는 등 시련의 시간을 거친다. 이때의 경험을 담아 펴낸 첫 번째 자서전인 《좁은 문 사이로》가 반향을 얻어 BBC의 종교 다큐멘터리를 맡으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종교비평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는 방송을 위해 들렀던 팔레스타인에서 이슬람을 접하게 되고, 이후 그동안 갖고 있던 종교적 관념들이 깨지면서 다시 태어나는 ‘돌파(breakthrough)’를 경험한다. 세계종교들은 갖가지 신조와 경전을 갖고 있지만 그 속에는 공통적으로 ‘공감’이 흐르고 있음에 주목하게 된 그녀는 다양한 저술, 강연, 방송 등을 통해 세계종교의 조화와 평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현재 미국 국회와 국무부 등의 정책 자문을 하고 있고, 유엔이 발의한 ‘문명의 화합’ 대사직을 맡기도 했다. 2008년에는 그간 종교적 자유를 위해 활동한 업적을 인정받아 프랭클린 루즈벨트 자유메달과 TED상을 받았으며, 현재 TED의 국제프로젝트인 ‘공감의 헌장’을 이끌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신의 역사》, 《신화의 역사》, 《마호메트 평전》,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이슬람》, 《마음의 진보》, 《위대한 전환》, 《신을 위한 전투》, 《성서》 등이 있으며 이 저서들은 전 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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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

 

9. 사람들은 흔히 음악을 듣고 뿅 갔다!” 라고 말했다. 부모가 설교하는 자기희생을 거부하고 치열하게 살면서 야성을 내뿜고 섹스를 하고 마음껏 써버렸다. “할 수 있으면 언제라도 바로 해버린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11. 가톨릭 신자는 스스로 게토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았다. 우리는 가톨릭 신자끼리만 어울렸고 학교도 따로 다녔고 개신교 예배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나의 머리는 가톨릭의 이미지로 , 성자들의 삶과 본보기로 , 장엄한 미사의 모습으로 꽉 찼다. 나도 뿅가고 싶었다. 나를 다른 차원, 다른 자리로 띄워주는 황홀경을 체험하고 싶었다.

 

14. 내가 성직을 그만 둔 것은 1969년이었지마는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수많은 성직자가 마치 떼 지어 이동하는 철새처럼 한꺼번에 수도원과 수녀원을 떠났다.

 

15. 아홉 달의 청원기간이 끝나면 수녀 복을 받았다. 그리고 2년 동안 수련자로 지냈다. 이때부터는 참 힘들었다.

 

17. 그런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나는 1965년 앞으로 5년 동안 청빈과 정결과 순종하면서 살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허락받았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19. 나는 수녀원에서 지내면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도 듣고 개인 지도도 받았다. 1968년봄에 치른 예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대학본부에서 주는 상을 받았고 칼리지 장학금도 받았다.

 

대학에서는 모든 것에 의문을 던지고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생각하라고 배웠는데 수녀원으로 들어가서는 그런 비판적 사유 능력을 잠재우고 양순한 젊은 수녀로 변신한다는 것이 정말이지 나한테는 불가능했다.

 

21.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환속하고 나서 내가 겪은 세상살이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미처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내가 경험한 것을 거시적으로 조망할 수 잇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23. 영혼이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엘리엇의 <재의 수요일>은 내 인생 여정의 핵심을 찌른다. 재의 수요일은 사순절의 첫날이다. 가톨릭 신도는 머리에 뿌려지는 재를 통해서 사람은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우리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깨달을 때 비로소 인생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시작된다. 사순절은 모두 여섯 주 동안 이루어지는데 그동안 신자들은 회개하고 반성한다. 그리고 이것이 부활절의 재생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감히 꿈도 꿀 수 없었던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다.

 

 

 

34. 청빈과 순종의 서약에서 풀어주는 서류를 바티칸에서 받았을 때 나는 학부 과정을 중간쯤 마친 상태였다. 그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교 기숙사로 들어갔다. 그 다음날에는 옥스퍼드 학생이라면 누구나 매주 써내야 하는 에세이를 쓰고 있었다. 나는 영문학을 공부했다.

 

40. 수녀원에서 우리는 어려움을 서로에게 절대로 털어놓지 않는 법을 배웠다.

 

41. 그래서 나는 과거사를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미련없이 과거를 정리한 줄로 알고 있었다.

 

48.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은 여학생을 받아주지 않았다. 모자라는 능력으로 남자들 공부를 따라가려 기를 쓰다보면 그 작은 뇌가 남아있지 않으리라는 논리였다.

 

63. 특히 눈을 가두는 데는 젬병이었다. 수녀원에서는 시선을 땅에다 박는 습관을 이렇게 색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나는 궁금한 것은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68. 좀 더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그분들의 애정에 제대로 반응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친밀감의 표현 앞에서는 덮어놓고 몸을 사렸다. 나를 만지는 것도 껴안는 것도 견딜 수가 없었다.

 

69. 우리는 한 울타리 안에서 뺨과 턱처럼 붙어살았지만 차라리 독방에 살았다고 보는 것이 좋을만큼 외로웠다.

 

70. 어른들은 통과의례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너희는 참혹한 죽음을 경험할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아이들은 동굴이나 무덤 안에 혼자 누워 있어야 한다. 산 채로 묻히기도 하고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겪기도 하고 (할례나 문신등) 무시무시한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제구실을 하면서 자기 종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힘을 자기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통과의례의 목적은 의존적이었던 아이를 사냥꾼과 싸움꾼으로서 목숨을 걸고 나설 수 잇있 필요하다면 자기 종족을 위해서 죽을 각오까지 되어 있는 믿음직하고 자신만만한 어른으로 바꾸어놓는 것이다.

 

71. 훈련은 다른 사람이 사랑해 주거나 알아주지 않아도 꿋꿋하게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데 목표를 두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무시당하고 공개적으로 질책당하고 누가보아도 말도 안되는 지시를 받았다.

통과의례는 평생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나는 정말로 나를 죽이기에는 너무 여렸다.

 

75. 옥스퍼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하는데로 우리는 매주 지도교수를 만나서 그 앞에서 에세이를 큰소리로 읽어야했다.

 

이 학자 저 학자와 비교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서 내 나름의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내 글안에 내가 별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생각, 매주 내가 정리하는 것은 내 의견이 아니라 남들의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앗다.

 

96. 기도가 공허해지면 공허해 질수록 나는 시시한 것과 사람한테서 위로를 받으려고 했다. 돌고 도는 악순환이었다.

 

97. 더는 못하겠어, 도저히 못하겠어. 거듭된 실패로 말미암아 나는 기진맥진 했을 뿐만 아니라 조금은 어지럽기까지 했다.

 

98. 더는 아등바등 하지말자. 주제넘은 영혼의 야심일랑 버리고 그냥 보통사람으로 살아가자. 너는 이제 세상 사람이다. 세상과 사귀자. 한 번에 하나씩.

 

111. 칼리지에서 온 간호사는 활발하면서도 사무적이었다. 기절은 십중팔구 스트레스가 원인이지. 쌓이고 쌓인 갈등이 결국은 폭발했다고 봐야지.

 

112. 내 글이 지적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속은 텅 비어있다는 사실을 꿰뚫어보았던 것이고....

 

113. 옥스퍼드 학생은 모두 일주일에 한 번씩 경험하는 에세이 비상이었다.

 

115. 그는 나선의 계단을 올라간다. 그것은 머리와 가슴이 영혼의 깨달음을 향하여상승하는 신비적 이미지다.

 

118. 그는 불안발작이라는 전문용어까지 동원하면서 이런 증세는 흔히 볼 수 있고 쉽게 요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는 내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122. 이번에도 나를 살려준 것은 공부다. 공부를 할 때에는 그나마 정상이라는 느낌이 돌아왔다.

 

144. 프로이드가 한 말로 아는데, 치통을 앓고 있는 사람은 생산적인 분석을 할 수가 없다. 주기적으로 찾아드는 이 발작을 뒷전에 두고 전문의와 전신과 상담을 하다보니 집이 활활 타고 있는데 한가하게 중세사를 주제로 난해한 토론이나 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싶었다.

 

149. 암스트롱양, 정말로 뛰어난 답안지를 제출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른바 최우등졸업을 기어이 하고 만 것이다.

 

159. 유모가 쉬는 동안 제이콥을 돌보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간질이 있었으므로 나는 아이가 잠든 다음에도 엄마가 밤 10시 반쯤에 올 때까지 옆에서 꼬박 지켜야 했다.

 

171.옥스포드에서 여러분은 잠시 머무르다 가는 철새와도 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은 다시 옥스퍼드에서 3년을 지낼 수 있었고 어쩌면 학계에 그대로 남을 수도 있었다.

 

187. 돈은 중립적 성격을 지녔지만 상징하는 바가 컸다. 나는 내 손으로 벌어서 먹고 살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209. 연국에서 1960년대에 종교는 죽었고 교회에 나오는 신도의 숫자는 뚝 떨어졌다. 잉글랜드는 세계에서 네델란드 다음으로 세속 사회가 되었다.

 

211. 자기들은 영국에서 예수 그리스도보다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바른 소리를 했다가 미국의 기독교 신자들을 격분시킨 비틀즈도 인도에서 몇 달 동안 스승을 모시고 명상 공부를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나더러 제이콥을 미사에 데리고 가달라고 제니퍼가 부탁한 것은 결국 시대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이콥에게 필요한 것은 교리가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안겨주는 영성과 의식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았다.

 

215. 나는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나는 신과 갈라섰고 , 정말로 신이 있었다면 신도 오래전에 나와 갈라섰다.

 

222. 봐요, 건망증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시간을 다 허비했잖아. 이번에도 뭔가 굉장한 일인 것처럼 부풀리는 바람에 . 그래서 정작 중요한 얘기는 하지도 못했고. 지연작전입니다. 회피하는 거예요.

 

223. 그러니까 앞으로는... 수다박사는 상담을 마무리하면서 모질게 말했다. 이제 사소한 문제 가지고 고민하지 말자는 얘깁니다.

 

224. 그래서 몇 주일이 지난 1971년 가을 나는 뭔가 보여 주었다. 한꺼번에 삼킨 수면제를 게워내면서 병원에서 눈을 떴다.

 

226. 몹쓸 병에 걸려서 살겠다고 바둥거리는 환자를 보살피는 사람이 목숨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사람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

 

내가 튀는 행동을 한 것은 결국 도와달라는 호소였다.

 

232. 백약이 무효라면 그저 업이려니 생각하고 마음의 고질병과 싸우지 말고 히피들처럼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기는 것이 상책인지도 몰랐다.

 

233. 서러워하기 보다는 차라리

남은 것에서 기운을 얻으련다.

 

243. 수다박사가 옥스퍼드를 떠난 후에도 정신과 의사를 몇 명 더 보았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245. 불안 발작은 평생 끼고 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정신병동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의사 말마따나 나한테는 재능이 있었다. 나는 똑똑했다.

 

246. 그래서 대학원에 들어간 지 거의 3년이 지났을 때부터 정신과 상담도 받지 않았다. 이제는 아무리 선의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한테 내 인생을 맡길 것이 아니라내 손으로 내 인생을 끌어안고 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내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249. 안과 밖이 조금도 겉돌지 않고 하나로 맞물렸다.

영혼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깨우침을 얻는 경험을 시인은 나선 계단이라는 상징으로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시인은 거듭해서 되돌아가지 못하리하면서도 실은 돌아가고 그러면서 자꾸만 새로운 통찰을 하면서도 천천히 올라간다. 시인은 희망을 버렸다고 말했지만 나는 묘하게도 기운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250. 이제는 이 사람의 재주를 탐내거나 저 사람의 그릇을 부러워하지 않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몸에 밴 권세에 더는 굴복하지 않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251. 나는 되돌아가리라 바라지 못하리니

그래서 즐겁다. 즐거워할 무언가를

만들어나가야 하니깐

 

새로운 기쁨은 노력을 요구한다.

그것은 동토를 뚫고 솟아오른 생명의 조짐, 싹이었다.

 

253. 그 시는 내게 갑진 선물이었다. 수녀원에 있었으면 나는 아마 그 순간 은총을 입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엘리엇은 신앙을 잃지도 않았고 여전히 기도를 드렸다.

 

내가 특히 충격을 받은 것은 나는 있는 대로 세상을 보는 것이 좋다.”는 구절이었다.

 

255. 모두들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혼자 뒤에 남은 듯 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시야로 , 엘리트에 속한다고 우쭐거리기나 하고..”

 

논문 쓰는 거 말고, 그거야 남들이 바라는 것을 연습 삼아 써보는 거고. 내 글을 써야지. 카렌은 천상 작가야, 작가로 나서야 해.”

 

275. 여기다 지원해봐! 3년짜리 계약직이었다. 그동안 논문을 마칠 수 있고 덤으로 강의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탐나는 자리였다. 19세기와 20세기 시를 강의해 달라면서 자기들은 같은 시기의 드라마에 집중하고 싶으니 나더러 20세기 소설도 맡아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292. 내가 무슨 은행을 턴 거소 아니고 감옥살이를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해서 지나치게 무게를 잡아서 흥을 깨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종교라면 이가 갈렸지만 그래도 수녀들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못 다 이룬 이상에 대한 애잔함과 아쉬움도 아직은 남아 있었다. 나를 성직으로 이끌었던 고매한 이상과 희망과 대책없는 낙천주의에 물들어 있었던 소녀 시절의 나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사람들이 모인 파티에서 안주거리로 삼기에 적당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재미난 몇 가지 일화로 때우면서 얼버무리는 것이 속편했다.

 

295.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답게 하나의 생각을 조리 정연한 체계로 다듬은 것이다.

 

298. 봉투를 뜯자마자 나는 글렀다는 것을 알았다. 옥스퍼드 대학의 쌀쌀맞은 공식 편지는 나의 학자 생활이 끝났다는 것을 통보했다. 내 논문에 적대적이었던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이다.

 

299. 카렌이 떨어지면 붙을 사람 있겠어? 잘 될거야.

 

306. 1975년 런던은 우울했다. 영국은 불경기였고 북아일랜드 해방군은 영국 본토에서 테러를 감행했다. 선정적인 신문들은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면서 법질서의 회복을 부르짖었다. 실업률은 2차 대전 이후로 최악의 수준이었다.

 

307. 우울한 것도 사실이었고 앞날이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신세한탄만 하고 앉아잇을 수는 없었다. 가장 안좋은 일이 일어났으니 더는 크게 잃을 것도 없었다.

 

308. 문학을 이용해서 나를 포장하려고 아등바등 하지 않고 그냥 작품 그 자체에 빠져들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할 말이 많아지고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나한테 두드려 맞아서 목석이 된 마음이 되살아났다.

 

단어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고 작가의 혜안도 느껴졌다. 그야말로 엑스타시(밖에 서다 란 뜻) 문자 그대로 나를 넘어서는 그런 느낌을 맛보았다.

 

314. 간질은 정서적으로 심한 외상을 입었을 때의 효과가 흔히 나타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몸에 탈이 난 것이기 때문에 몸을 고쳐야 합니다. 말씀하신 공포라든가 그 역겨운 맛과 냄새 말인데요. 이걸 우리는 아우라라고 부르는데, 측두엽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국소 간질의 전형적인 증세지요. 측두엽은 기억과 맛, 냄새를 맡는 부위거든요.

 

315. 하나부터 열까지 측두엽 간질의 전형적 증상이군요.

 

316. 3년 동안 제대로 된 정신과 의사한테 진료를 받으면서 이런 증상을 설명했는데도 뇌파 검사를 하자고 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이건가요?

 

측두엽 간질이 무슨 대단한 증상이라고. 그건 국소 간질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고 증상도 훤히 밝여져 있어요. 그리고 환자분 것은 거의 교과서 적인사례라구요.

 

재미있네요. 한때 수녀이셨다면서요. 측두엽 간질 환자분 중에 신앙인이 많거든요.

 

317. 울프 박사 말로는 해마다 영국에서만 25000명의 간질 환자가 새로 생긴다는 것이다. 도스토예브스키, 반 고흐,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드워드 리어, 율리우스 케사르, 알렉산드로스대왕이 모두 간질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 알고 보니 테니슨도 간질을 앓았다,

 

326. 전에 쓴 책에서 나는 내가 처음에 했던 연애이야기를 조금 써보았다. 그런데 막상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독자들은 아마 더 괴롭지 않았을까 싶다. 어차피 단 한 번도 잘된 적이 없다. 논문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처럼 연애는 나하고는 인연이 없었다. 해보려고 해도 번번이 문이 쾅 닫혀서 다른 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330. 저 별들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 신은 없고 하늘은 텅 비어있다. 엘리엇의 말마따나 시간은 늘 시간이고 자리는 늘 자리일 뿐이다.”

 

333. 몇 주일이 지나서 1976년부터 새 직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런던에 있는 여학교 중에서 알아주는 사립학교였다.

 

344. 교직은 굉장히 고달픈 직업이다. 혼자서 매일 무대 위에서 일곱 시간씩 떠들어야한다고 생각을 해보라. 수면 부족과 피로는 나한테는 쥐약이었다. 어김없이 발작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350. 1970년대 중반에 영국을 강타한 불황은 이제 펑크 문화의 절대적 허무주의로 폭발했다. 젊은이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되도록 추하게, 시체처럼 창백하게 꾸미고 다녔다. 낡은 것은 해체되었지만 그것을 대신할 것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197954일 마가렛 대처가 총리가 되었다.

 

351. 대처리즘의 영향에 물들어 영국인은 전에 없이 돈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확신은 사람을 냉정하게, 잔인하게, 비인간적으로 만들었다. 확신은 새로운 가능성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357. 그런 책을 쓰자면 나의 치부까지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건 마치 얼굴도 모르는 사람 수 백 명 앞에서 옷을 홀라당 벗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어떤 일화를 간추려야 한단 말인가? 작위적이란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왜곡하지 않고 논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내 경험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 것일까?

 

360. 그러니까 학교를 그만두라는 말씀? 나는 시간을 벌려고 바보같이 물었다.

 

364. 여섯 주 전에 <좁은 문으로>가 나왔다. 그 책을 쓰면서 정말 너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꼬박 세 번 다시 써야했다. 첫 번째 원고는 너무 악에 받쳐 쓴 글이었다. 나는 거기다가 지난 십년동안 쌓인 울분과 회한을 몽땅 쏟아 부었다.

 

365. 샐 리가 글을 쓰라고 자기 아버지가 만든 책상 앞에 나를 강제로 앉힌지 일 년 만에 원고는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출판사에 팔렸다.

 

366. 나는 화려한 과거를 자랑하는 유명인으로 하루아침에 떠 버렸다. <좁은 문으로>를 쓰는 동안 나는 나에 대해서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상처도 많이 아물었다.

 

368. <좁은 문으로>를 쓰면서 나를 성직으로 이끌었던 성스러움에 대한 갈망을 나는 다시 떠 올렸고 그래서 다시 그것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69, 교장한테 사직 권고를 받은 직후에 의사는 병원에 나를 두 주일동안 입원시켜 이약 저 약을 섞어서 먹인 끝에 드디어 증세를 다스릴 수 있는 최적의 비율을 알아냈다. 하지만 학교당국을 설득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370. 기자들에게는 인생을 밝고 당당하게 사는 것처럼 말해야 했지만 나는 깊은 나락으로 빨려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날 저녁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371. 프로듀서는 나보고 어떤 주제든지 좋으니까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했다. 설득력 있고 도발적이기만 하면 무슨 내용이든 좋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프로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을뿐더러 찜통 같은 스튜디오에서 오전 내내 갇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죽기보다 싫었다. 그냥 이불을 뒤집어쓰고 세상과 인연을 끊고 싶었다.

 

372. 그들은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채널 포 방송을 위한 시리즈 프로를 제작할 생각이었다. 매주 흥미로눈 생각이나 강한 주장을 가진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30분 동안 열변을 토하는 프로였다. 출연자가 시청자한테 자기 생각을 슬슬 풀어놓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논리로 밀고 나가야 했다.

 

375. 똑똑한 연설이기는 했다. 진실도 있었고 통찰도 있었지만 깊이는 없었다.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 좋았다.

 

376.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요령을 터득했고 같은 내용이라도 생동감 있고 흥미롭게 포장하는 비결을 알아냈다.

 

378. 학교 운동장을 나와서 지난 6년 동안 나한테는 그야말로 쥐약이었던 버스를 기다리자니 이제부터 새로운 여행이 시작 되는구나 조금씩 실감이 났다.

 

379. 나는 번번이 미끄러졌고 쫓겨나면서 이 생활에서 저 생활로 옮겨 다녀야 했다. 문들은 내 앞에서 어김없이 쾅쾅 닫혔다.

그렇지만 내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평범한 삶이었을까? 엘리엇이 말한 몸에 밴 권세를 내가 정말로 원했던 것일까?

 

387. 혹시 사도 바울로에 관한 6부작 다큐멘터리에서 대본 집필과 진행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제작기간은 한 일 년으로 잡고 있는데 예산은 넉넉한 편이 못되었다. 예루살렘으로 가서 이스라엘 제작사와 같이 일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 19831월 텔아비브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석주동안 중동 이탈리아 그리이스를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해야 했다. 그 시간동안 6부작을 완성한다는 것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389. 유일하게 확신한 사람은 존이었다. “굉장한 프로가 될 겁니다.” 어쩜 그렇게 똑 소리가 날까? “어떻게 살았길래 지금처럼 되셨나요?”

 

391. 기독교 역사를 대충만 보아도 십자군하며 종교재판소 하며 박해하며 피비린내 나는 종교재판소 하며 박해하며 종교전쟁하며....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신앙이 득보다는 해를 더 많이 끼쳤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397.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존은 더는 신을 못 믿겠다는 이유로 얼마 전에 영국교회를 떠난 버밍엄 대학의 마이클 굴더라는 똑똑하고 호감이 가는 학자를 연결해 주었다.

 

412. 나의 생활공간만 변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지형도 어느새 변하고 있었다. 원골르 쓰면서 나는 점점 유대교의 관점으로 빠져 들어갔다. 유대교는 그야말로 머리로 믿는 종교라기보다는 실천을 통해 사는 종교였다. 유대인은 율법 하나를 준수할 때마다 신에게 다가서면서 일상생활을 거룩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418. 이슬람교를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이스라엘에 체류하는 동안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모르게 같은 예루살렘에서도 이슬람 신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자꾸만 발길이 옮겨지는 것을 깨달았다.

 

427. 마이클 굴더의 꼼꼼한 지적은 내가 바울로에게 품었던 근거없는 적대감을 바로 잡아 주었고 바울로가 걸었던 길을 뒤따르면서 하루하루를 바울로와 함께 살다보니 이 인간의 천재성과 비장한 삶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울로가 네로 황제에게 처형당했다는 전설이 잇는 로마 바로 외곽의 트레 폰타나라는 곳에 당도했을 때 나는 하마터면 울 뻔했다. 우리가 촬영을 한 곳은 자고 어두운 예배당이었는데 그곳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닿는 곳으로 이탈리아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었다.

 

428. 바울로는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에 예수가 영예롭게 돌아오고 새로운 신앙이 지구 끝까지 퍼져나갈 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운데 쓸쓸히 죽었다. 바울로의 야무진 꿈은 하나도 실현되지 않았다.

 

435. 내가 우연히 그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문화가 깊숙이 주입시킨 그릇된 편견이요 무지였다.

 

436. 그들은 자기들이 정신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죽이고 망가뜨리고 태우고 모독하고 부수었다. 그 과정에서 자기들의 도덕성을 무너뜨렸다.

 

453. 위대한 신화를 보면 남이 갔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번번이 길을 잃는다. 영웅은 낡은 세상과 낡은 길을 버리고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지도도 없고 뚜렷한 발자취도 없는 미지의 어둠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남들과 싸울 것이 아니라 자기의 괴물과 싸우고 자기의 미궁을 탐색하고 자기의 시련을 감내해야만 자기 삶에서 빠져있던 것을 결국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거듭 나야만 자기가 두고 온 세상에도 무언가 쓸모 있는 것을 안겨줄 수 있다.

 

456. 다시 모퉁이를 돌아서는 줄은 까맣게 몰랐고 회심을 겪으리라는 생각도 못했다.

종교는 나를 바꾸는 일을 하는 것이라 했다. 종교는 도덕의 미학이요 윤리의 연금술이다. 사람은 어떤 식으로 행동하면 달라지기 마련이다. 신화라든가 종교가 참다운 까닭은 그것이 어떤 형이상학적 , 과학적 혹은 역사적인 실재에 부합해서가 아니라 생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457. 영웅 신화의 역할은 행동으로 나서도록 사람을 자극하는데 잇다. 그래서 내 안에 잠들어 잇는 영웅을 일깨우는데 있다. 마호멧, 붓다, 예수의 원형은 모두 충만한 인간성의 상징이다.

 

460. 1989년 나의 가슴은 아픔에 유난히 민감해졌다. 자기의 아픔을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의 그 심정을 나는 너무나 잘 알았다. 실천하지 않는 공감은 한낱 감상주의에 그치고 말지 나를 바꾸어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471. 마호메트를 마친 다음에는 다시 <신의 역사>로 돌아갔다. 하루 온종일 아무 말도 안하고 지내다 보니까 사람이 바뀌었다.

 

479. 나만의 틀을 고집하면서 시에 덤벼들면 시는 조개처럼 입을 앙다문다. 시의 고유하고 독자적인 개성을 , 훼손되어서는 안되는 성스러움을 지키기 위해서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나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내 경력을 쌓는데 공부를 써먹으려는 생각을 버리니까 그제서야 문학이 나한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나는 신학 공부를 하면서 그런 체험을 하기 시작했다.

 

481. 때가 무르익으면 저절로 생각이 말하도록 기다릴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482. 나는 독학으로 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였지만 아마추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아마추어는 어차피 자기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 아닌가? 나는 고독한 나날을 말없이 나의 주제에만 몰두하면서 보냈다.

 

488. 공감은 물론 동정이나 연민과는 다르다. 공감은 같이 느끼는 것이다. 사도 바울로는 그것을 세상을 더 높은데서 넓게 바라볼 수 있도록 나를 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느낌과 정서를 중시하는 호지슨의 시각이 마음에 들었다.

 

495. 공감이라는 주제가 나의 연구에서 줄곧 표면으로 떠오른 까닭은 제대로 된 종교에서는 하나같이 그런 덕목을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공감이야말로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의 버릇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498. 고독은 스승이다. 고독은 외롭다. 교분과 애정이 없는 삶에는 구멍이 뻥뻥 뚫린다.

 

502. 여러해 동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주제로 강연도 많이 했지만 사기를 치는 것 같아 찜찜할 때도 많았다.

 

508. 9.11 테러는 나의 삶을 또 한번 바꾸어 놓았다. 갑자기 나의 주제가 무서운 관련성을 얻었다.나는 상원의원, 하원의원, 국무부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고 유엔에서도 강연을 했다.

 

511. 엘리엇이 쓴 <재의 수요일>에 나오는 계단을 나는 좁은 나선형 계단으로 상상한다. 나는 그런 계단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더 넓고 더 근사한 계단에 올라타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초라한 나의 계단통으로 돌아갔을 때 그 전에는 미처 몰랐던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나는 혼자서 계단을 올라야 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내 몸도 덩달아 돌고 내가 발 디딘 곳은 좁지만 그래도 빛을 향해서 올라가기를 나는 바란다.

 

 

 

*** 내가 저자라면

 

 

참 오랜만에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 책을 읽었다. 한때 수녀였었고 옥스퍼드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직업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좁은 문으로> 라는 자서전으로 세상에 그녀의 존재를 알린 작가다. 글을 쓰는 것은 그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 책은 환속 후 12년 동안 일어났던 일을 쓴 두 번째 자서전 <세상 나들이>를 다시 쓴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이 나온 2004년까지의 일이 거의 다 담겨있다. 일견 평이한 듯 써 내려간 그녀의 글엔 그녀가 살았고 우리도 함께 살고 있는 이 시대가 모두 다 들어가 있다. 특히 신앙과 종교라는 주제로 시대를 풀어간 책의 내용은 나의 궁금증을 잘 풀어주었고 공감할 수 있게 꾸밈없이 정직하게 보고 들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사실, 나는 카렌 암스트롱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언젠가 한번 들어본 이름이었다. 이다희가 번역한 <신화의 역사>라는 책이 인상에 남아있었는데 바로 그 책을 쓴 사람이었다. 그녀는 계속 독학으로 종교를 연구해서 이슬람과 동양의 종교까지 공감의 영역을 넓혀갔다. 그 책이 인상적이어서 어딘가에 북리뷰도 해두었다.

 

내친 걸음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평소에 내가 궁금하게 여기고 또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던 주제들을 이 작가가 책으로 다 써 놓았으니, 그녀의 안내로 나는 좀 더 분명한 가치관을 세을 수 있을 것 같다게다가 지금 내가 처해있는 자리에서 바로 한걸음 앞의 일을 가르쳐주고 있으니 책읽기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자.

 

머리말- 나선 계단에 서서

 

어둠의 시간

환속한 수녀/ 혁명 속의 옥스퍼드/ 비틀스가 누구야?/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정원/ 불감증, 느끼지 못하는 마음/ 신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다

 

계단의 악마

산산이 부서진 거울/ 텅 빈 두려움/ 거식증, 소멸의 욕망/ 최우등 졸업

 

상처 입은 짐승

새로운 안식처/ 자폐증과의 만남/ 나 좀 도와주세요/ 나도 학자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신과 갈라섰다

 

공포의 절규

자살 기도/ 내 영혼은 앞으로 나아간다/ 남루한 현실도 아름답다/ 버릴 수 있는 용기/ 마지막 결별

 

절망 속의 엑스터시

대학 강담에서/ 잃어버린 박사학위/ 간질이라는 선물/ 더는 잃을게 없다

 

나를 향한 용기

평범하게 살기 싫다/ 글쓰기가 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좁은 문으로/ 낯선 세계의 유혹

 

발견과 공감

우상 파괴 임무/ 최초의 기독교인/ 성지의 망아 체험/ 타자의 발견/ 그들의 고통이 나를 깨웠다

 

빛을 향해 한 걸음

신의 역사를 찾아서/ 외롭고 위험한 도전/ 나를 버리고 나를 만나다/ 침묵은 나의 스승/ 이해하려면 나를 던져라/ 다시 좁은 계단을 오르며 

 

 

수많은 사건들이 이 책속에 기록되어 있는데, 보통의 자서전처럼 의도적으로 가감한 흔적이 보이지 않고 작가 자신의 경험을 눈앞에서 직접 보듯 그려내고 있는 점이 독특했다. 책을 덮고 나서 목차를 주욱 살펴보니 적어도 한 주일이내에는 내가 읽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럼 이 책의 콘셉은 무엇일까?

신 앞에 솔직히? 아님, 인간 카렌 암스트롱의 영성? 신에게로 나아가는 길?

여하튼 독자의 입장에서 요약되는 컨셉이 그렇다.

 

가까운 시간 안에 이 책을 추천해준 사람을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다시 돌아와 이 글을 좀 더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처럼 두꺼운 책이지만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겠던 책을 만나서 며칠 동안 행복했다. 테드 동영상을 찾아 작가 탐색을 더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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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1 18:22:47 *.120.78.130

ㅎㅎ 선생님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샘글이 반가워 클릭했더니  올해 읽은 책인데도 왜 제목이 낯선 건지..?

 

주말에 강의가 늦게 끝나서 ...

공항서  집까지 가는 길이 너무 막히더라구요

중간에 길을 돌려  회사서  책 읽는 중입니다.

 

차 좀 빠지면 가려구요...

들어와서 밥 먹으며 책 보다가  ...아 선생님한테 밥 사달랄껄~ 하다가

샘 글 발견하고 남기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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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2 10:50:16 *.70.64.222

 샐리, 난 토요일 인사동 나가서 같은 사람들과  3차까지 .... 거나하게.....ㅎㅎ

그 순간 전화했으면 60년 전통의 유진냉면가서 또 한그릇 뚝딱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참  8기들....글 달리고 있을 시간일테니.... 몰입해서  월요일 새벽, 동틀때.... 마침표찍는 기쁨을 한껏 누리고....

다음주엔 화요일 저녁, 목요일 저녁 빼고 점심 저녁 다 오케이.

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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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2 11:45:23 *.36.208.253

네..선생님 오는 주말 아들이 출국 그 날 오프 수업 있는주네요.

아들 보내고 ~ 전화드릴께요 ..ㅋㅋ 아주가까운 곳 계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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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02:19:44 *.64.231.52

수녀원을 나와 아마추어리즘을 가지고 종교를 탐구한 독특한 이력 때문에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좌샘이 여기 인용한 문구들만으로는 그녀의 영적 여정이나 철학을 이해하긴 힘듭니다. 

직접 책을 빌려봐야겠어요. 아무래도...

아무튼, 아직도 이런 리뷰를 올리는 그 정열과 끈기에 감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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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06:05:38 *.70.64.222

로이스, 종교에 관해서는 <축의 시대>라는 책을 한번 읽어봐요.
마음의 진보는 자서전이어서 왜 이 책을 쓰게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 많아요. 물론  마지막장에 종교에 관한 축약이 있긴해요.사도 바울로를 새롭게 해석한 티비 방송 자료는 흥미진진하죠.

<축의 시대>도 두꺼운 책인데....단잠이란분의 독후감 달아놓아요. 


얼마전에 일본에서 옴 진리교의 수배자가 근 20년 만에 검거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기억으로는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사건의 배후가 옴 진리교라는 종교집단이었다. 당시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사건은 일본사회를 충격으로 몰고갔는데 그 이유는 뚜렷한 동기도 없이 무차별 다수를 향한 테러였다는 점이었다. 대체 그들이 왜 그랬는지는 밝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종교의 광기가 발하는 곳에서 나타나는 무서움을 느끼게 되는 사건이었다. 

 

 종교란 무엇인가.

 그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만나게되는 학자들이 몇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조셉 캠벨이다. 신화학자인 캠벨의 저서들을 통해 인류와 함께해 온 신화라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또 한명의 학자를 꼽자면 카렌 암스트롱이다.

 

 카렌 암스트롱.

 처음으로 카렌 암스트롱을 만난건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라는 책을 통해서다. 법정스님의 책이었던가를 통해서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나는데 부처라는 교조에 대해 신격을 상당부분 걷어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붓다에 접근함으로써 전혀 색다른 부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로 카렌 암스트롱의 저서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되었는데 그의 저서들은 흥미롭다. 인간이 종교에 심취하고 종교에 대해 갖게되는 의존성에 대해 일정부분의 의문점을 해소해준다.

 

 물론 그의 저서들에 대해 특정 종교집단에서는 신성모독이라거나 종교적인 논리에 입각해서 반대논리를 펴겠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하나의 종교만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카렌의 견해도 분명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종교와 인간. 그 안에서 어쩌면 정작 근본적이지만 놓치고 있는 것. 그것을 찾을 수 있는 통로가 있다.

  

2012.6.17

단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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