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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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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일 22시 57분 등록

* 아쉬움을 남기고 온 에트나 

 

"아빠. 화산에서 조심해."

 

에트나라는 화산에 간다고 하니 큰 아이가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지금도 활동 중인 화산이라고 하니 솔직히 저도 조금은 겁이 났습니다.

그래도 수많은 관광객이 다니는 곳이니 설령 비상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어떤 조치가 있겠지 하고 나름 낙관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케이블카와 지프를 번갈아 타고 올랐습니다.

케이블카는 매일 운행하는 게 아닌데 운이 좋다는 가이드분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더러는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창을 통해 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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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TV, 백과사전 등에서만 접해 왔던, 평생 내 삶과 마주칠 일 없을 것 같았던.. 활 화 산.

그런 곳에 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신비감이 들었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검게 변한 용암과 푸른 하늘이 가벼운 대비를 이룹니다.

바람은 시원했고 바닥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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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신나게 사진을 찍고 있던 중, 사고가 터졌습니다.

바로 위 사진을 찍고나니 카메라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배터리가 다 떨어졌던 겁니다.

 

사실 여행 내내 여분의 배터리를 늘 챙겨 다녔습니다.

여행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산에 오르니 조금이라도 몸을 가볍게 해야겠다 싶어 하필 에트나에서 배터리가 든 가방을 차에 두고 내렸습니다.

하필 배터리 잔량표시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릴 때 보니 배터리 잔량은 충분하다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일이 꼬이려니 그랬나 봅니다.

한 순간의 방심이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줄이야....

 

산 주위를 한 바퀴 돌 때의 풍광은 특히 더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체념해야 했습니다.

어떤 노력을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순간.

그 순간을 그저 순순히 받아 들여야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습니다.

"아..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사람 앞일은 모른다지만 아마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못찍은 사진을 위해 다시 가는 일은 더더욱..

 

산에서 내려와 버스에 오르자마자 배터리를 교환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화산재에 파묻힌 건물이 보입니다.

사진을 담을 때는 건물만 보였고 그것을 담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보니 건물 뒤쪽으로 화산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녹색빛이 눈에 들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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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사진에서 희망과 무상함이 함께 보였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에트나는 제게

아쉬움을 가득 남기고 온 곳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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