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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3일 11시 20분 등록

주류? 비주류?

 

“당신은 주류입니까? 비주류입니까?”

 

 나는 언니가 한명 있다. 언니와 나는 학년으로 따지면 3년 차이다. 언니가 대학에 갔을 때 나는 고1이었다. 어머니는 1999년, 구구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한 언니에게 핸드폰을 사주셨다.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중학교 때 사용했던 삐삐도 정지시킨 상태였다. 아무튼 언니는 핸드폰을 갖게 되었는데, 앞 번호는 019였고, 통신사는 엘사였다. 부모님이 사용했던 통신사는 에스사였는데, 언니는 굳이 엘사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통신사에서 비주류를 사용해줘야 한다면서 말이다. 나는 그때 언니가 이해 되지 않았다. 가족끼리 같은 통신사 쓰면 되지, 언니 한 명이 엘사 제품 쓴다고 해서 뭐 세상이 달라지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주류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이 다 좋아보였다. 

 

 언니는 현재 캐나다에서 유학중이다. 스튜어드십을 전공하고 있다. 스튜어드십(*보충설명 밑에 있음)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스튜어드십은 경영스타일 중 하나이다. 스튜어드십 모델에서는 직원들이 경영자의 파트너로 인정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협력을 넘어선 협동이다. 언니의 관심은 주로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에 있는데 언니의 관심과 전공이 잘 맞는 것 같다. 여전히 언니는 주류보다는 비주류 편에 서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 하고,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그런 곳에서 발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기열전』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런 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언니의 삶을 존중하긴 했지만,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었다.

 

『사기열전』을 읽어야 했던 지난 주에 내게 좋은 일이 일어났다. 바로 『사기열전』을 주제로 북콘서트가 열렸고, 이벤트에 참여했더니 당첨이 된 일이다. 이번 과제에서 우리가 읽어야 하는 책의 출판사는 민음사로 정해졌었는데, 마침 민음사에서 열었던 북콘서트였다. 이벤트에 당첨되려면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이란?’의 질문에 짧은 댓글을 달았어야 했다. 평소 포장도 뜯지 못했던 「기획회의」잡지를 그날 따라 자연스럽게 뜯게 됐고, 북콘서트 이벤트 광고를 봤다. 광고를 본 날이 이벤트 신청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마지막 댓글 참여자로 당첨이 됐다. 그때 내가 썼던 성공이란 다음과 같다.

 

인생에서 성공이란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면 탐구을 통해 삶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 그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변화와 성장만큼 매력적인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다음주에 사기열전을 읽고 북리뷰 및 컬럼을 쓸 계획이 있는데, 마침 오늘 온 <기획회의>에 사기열전 강의가 있다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제겐 더욱 특별한 일주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저의 다음 주 수요일 저녁시간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십시오! 아마 사기열전 북콘서트의 2시간은 제 삶에 변화를 주는 시간이 될것입니다. 2매 신청합니. 감사합니다. :)

[출처][모집 마감] 김원중 교수님과 함께 하는『사기 열전』 북콘서트에 초대합니다! (대한민국 출판의 힘, 민음사)|작성자민음지기

 

 연구원 동기인 샐리언니와 칼리여신 그리고 선배인 희석오빠와 『사기열전』북콘서트에서 만났다. 2매 신청했지만 더 많이 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함께 갔다. 강연 장소는  넓은 강당 같은 곳이었는데, 다른 북콘서트와 달리 청중의 나이의 폭이 아주 컸다. 하얀 머리 할아버지부터 초등학교 5학년 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사기열전』을 번역한 김원중 교수님을 만나러 왔다. 뒷 자리가 없었던 관계로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잘한 일이었다. 교수님 바로 앞에서 강의를 들을 수도 있었고, 소통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원중 교수는 성공한 사람들이 평범한 우리들과 다른 점을 이렇게 네글자로 설명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산(山)고(高)망(望)원(遠), 산이 높으면 멀리 바라 볼 수 있다.’ 바로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사건, 사람, 사물을 볼 때 다른 시각을 가지고 본단다. 시각의 차이가 결과에 큰 차이를 준다는 말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상식 밖의 일을 생각하지 못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은 남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등나무의 모양처럼 비틀린 사고를 하는 사람들, 즉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단어들이 화면에 보여줬다. 주류/비주류, 학연/지연/혈연, 아부/직언, 처세/소신 등이었다. 그리고 청중을 향해 질문하셨다. “주류세요? 비주류세요?” 그리고 나를 바라보시면서 다시 질문하셨다. “주류세요? 비주류세요?” 나는 작은 목소리로 “비주류인 것 같아요.” 그랬더니 “술 못하세요?” 하신다. 나는 웃으며 “그럼 주류인것도 같고......”하며 말을 흐렸다. 『사기열전』에 등장한 성공한 사람들은 비주류였단다.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모두 비주류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었단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사람, 아부하지 않고 직언했던 사람들이 결국에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람들이란다. 그날 그곳에 앉아 그 질문을 받았던 청중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 순간 내 마음과 생각이 스쳐가는 사람들을 꼽았다. 메이저냐 마이너냐 하면서 마이너 편에 서겠다고 했던 언니,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뛰어든 친구, 묵묵히 자신을 길을 가겠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선교사역에 힘쓰고 있는 후배 등이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나마 그들의 미래에 응원을 보냈다. ‘그래, 그런 사람들이 성공할거야. 그게 맞다.’

 

 우리들은 주류의 삶을 선망한다. 나도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주류로 보여지는 사람들의 과거, 성공하기까지의 노력은 간과한 채 그저 결과만 본다. 『사기열전』에도 소진과 장의 편을 보면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정을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결과가 좋으면 그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보는게 맞다. 결과만 봐서는 그들의 성공비결을 알아낼 수도 없고, 내가 그렇게 되기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 어두움이 없었던 사람은 없다. 어두움운 늘 위대하고 비옥한 토양이다. 내게 주어지는 어두움은 먼저 성공했던 사람들의 어두움보다 더 어두울 수도 있고, 오히려 덜 어두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두움은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터널인 것이다. 그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비주류의 세계, 즉 아무도 가지 않는 길, 혹은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관점의 편에 서서 묵묵히 자기 길을 소신있게 걸어가고, 직언을 들을 줄도 알고, 할 줄도 안다면 그것이 바로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의 길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이 어떤 길이냐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아무도 대신 해줄 수 없는 그것, 출발선에서의 방향은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나는 성공이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는 ‘부’가 누구에게는 ‘명예’가 누구에게는 ‘의리’가 또 누구에게는 ‘사랑’이 성공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을 향해 어두운 터널을 조용히 기어가고, 걸어가고, 뛰어간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그 길에서 관중이 포숙을 만났듯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고, 오직 자신의 능력으로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큰 복이 또 어디 있으랴.

 

 나는 이제 언니가 비주류 편에 서는 것이 이해가 된다. 소수가 가는 길이지만, 언니가 생각하는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살아가려고 공부하는 언니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부럽다. 언니가 바라는 세상이 점점 확장되고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잘 살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이 아닌가 싶다. 나도 그 삶에 동참해보고 싶어졌다.

 

 

*스튜어드십 보충 :

협동이야 말로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방편이다. 협동을 위해서는 직원들이 마땅히 존엄과 존경을 받아야 하며, 사회적 운영상의 기술적 그리고 재정적 시스템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직원들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강화시키고, 목표를 성취하도록 지원해 주는 것들이다. 여기서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란 일의 당연한 결과이며,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었던 만족으로부터 부화한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 모델은 극도로 경쟁적이며 많은 것을 요구하는 급변하는 세상에서는 비현실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모든 사람의 성공을 위한 초석이 될거란다.

IP *.196.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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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3 11:25:13 *.118.21.179

세린아 우린 에트나에서 이미 비주류를 경험했다네? ㅎㅎ

다들 짚차 타고 내려가는데 우린 걸어 내려온 일...

 

그러다가 사부님이 없는 길을 만들며 내려가는 것을 경험했지? ㅋㅋ

그 때 난 알았지 사부님은 DNA에 없는 길 만드시는 인자가 있나보다 ㅎㅎ

 

다시한번 좋은 경험해 준 세린에게 고맙고 ...토욜 보자 !~

오늘부터 삼국유사 시작?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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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3 11:30:43 *.196.23.76

네. 맞아요!! 그러네요. ㅋㅋㅋㅋ

 

애트나에서 걸어내려오면서

'변경연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간다. 만들어서 간다. 그 길을 가다 넘어질 때도 있고, 멈출 때도 있지만

끝까지 간다. 뒤돌아 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 길로 오고 싶어, 따라오고 있다.'

이런 비스므레한 글을 휴지에 적었던 기억이 나요.

 

비주류의 삶. 결국 주류가 되는 길. 그런것 같아요.

 

이번주는 학교에서 무조건 학교일 (시험문제 출제)

집에서는 무조건 삼국유사와 오프수업 준비 ㅎㅎ

퐈이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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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08:11:13 *.50.161.54

언니가 일찍부터 깨어있었구나, 그런 멋진 언니를 두어서

세린이 넘 부럽구나~^^,

 

오늘 새벽까지 이어진 생산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올때,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잠을 잤어.

그리고, 일어나 우리 팔팔이 글을 읽으니깐

비주류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같다. 

 

'어두움은 늘 위대하고 비옥한 토양이다', 항상 잊지 말고,

마음 속에 간직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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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2012.09.04 11:05:19 *.85.249.182

세린 덕분에 김우너중교수 강의 잘 들었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엇단다. 고마워!!!!!!

세린이의 글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주류 ?비주류?

주류보다는 비주류가 훨씬 많기 때문에 굳이

우리는 서로에게 묻지 않는다.

명품을 선호하는 것도 주류에 끼기 위한 한 방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갓기 때문에 그들을 영웅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어.

세린 언니의 전공을 오늘 처음으로 알앗지만 무척 흥미잇는 과로 다가왔어.

멋진 언니 두었네.

사회적 기업-몇 년 전에 박우너순시를 인터뷰하면서 처음으로 들었는데

엄청난 시민단체로 이해했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업으로 이해했고........

다양한 성공을 적은 글도 좋았어.

세린이의 넓은 사고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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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15:30:57 *.217.210.84

주류...비주류?

난 주류인데...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술이 땡기는걸 보면...ㅎㅎ

 

정도와 외도...몽골초원을 푸르공이라는 삼륜차비슷한걸 타고 달리면서 생각했었다. 길이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가면 길이 되는 거다..이렇게 생각하고 사는 삶이 그리 쉬운것은 아니더라.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정도인가 외도인가

그것만 생각한다. 나는...어차피 주류가 될지 비주류가 될지는 모르고

표면적으로 주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경우가 많지 않고 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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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5 17:10:57 *.114.49.161

나도 술은 잘 마심 -_- 

 

사기열전 읽으면서 세린신이 북콘서트 다녀와서 올려준 지도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고마워요.

교회마치고 남산 도서관 가서 10시 찍고 나오며 손이 아프도록 타이핑하는

열라 열심히 하는 세린신에게 그런 동시성이 와 닿은 거겠죠.

앞으로도 수많은 멋진 꺼리들이 세린신에게 올 거라고 예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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