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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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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5일 10시 4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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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31일, 롯본기 잇쵸메의 레지던스에서 체크인을 했다. 7층이었던가.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날카로운 소음이 귀를 갈랐다. 복도의 난간 너머 고가도로 위로 화물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두터운 철제 문을 밀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비로서 안온한 정적이 그를 감쌌다. 커다란 캐리어를 눕혀놓고 털썩 소파에 앉았다. 맥이 풀려 정면의 전원이 꺼진 TV 브라운관을 멍하니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어딘가 경직된 듯 보이는 한 사내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맞은 편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봄꽃을 잔뜩 품은 벚나무 한그루가 변덕스러운 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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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1일, 새벽 2시 경의 롯본기. 그는 츠타야(Tsutaya)의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더 주문한 뒤 자리에 잡았다. 잡지 몇 권과 책을 가져다 놓고 이리저리 뒤적인다. 늦은 시각이라 눈이 피곤한 탓에 글을 읽기보다는 그림을 훑으며 책장을 넘기고 있다. 새벽 3시 50분, 아침 7시의 오픈을 준비하기 위해 문을 닫는 서점을 빠져나와 새벽의 거리를 걷는다. 아직 전철이 다니기 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는 취객들 곁을 스쳐 지난다. 그러고 보니 도쿄에 온지 2년 반, 아침이 일찍 시작되기 때문인지 아직 해가 뜨는 걸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얼핏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 교차로에 잠시 멈추어 섰다 롯본기 힐즈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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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약 2년 반 동안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마지막 날, 무엇이 아쉬웠던지 롯본기 츠타야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무슨 책을 뒤적였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데, 서점을 나선 뒤 제 몸을 감쌌던 습기 머금은 공기 같은 것은 아직도 제 몸에 착 달라 붙어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다음의 이미지 에세이부터는 그 도쿄 생활의 시작과 끝 사이,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시작과 끝, 그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윌리엄 살로안의 ‘파파 유어 크레이지’에 등장하는 아빠와 아들의 멋진 대화처럼 말입니다.  


“시작은 언제?”

“내가 아침에 눈을 뜰 때”

“끝은 뭐지?”

“내가 두 번 다시 아침에 눈을 뜰 수 없게 되었을 때”

“아주 좋다. 시작과 끝의 가운데는 뭐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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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5, 2012 *.169.188.35

시작과 끝의 가운데는

 

"과"

 

썰렁~~~~~~

 

=

 

귀국을 하셨다니 반갑습니다.

새로운 출발 울타리 밖을 향한 탈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울타리밖을 향한 탈출이 또 다른 울타리로 돌아옴으로 시작되니 그것도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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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6, 2012 *.109.219.149

네. 돌아왔습니다. 


회사도 정리하고, 집도 정리해야되고, 핸드폰도 말썽이고,

이것 저것 정리해야 할 것들 투성이네요. ^^;;


아, 위의 번역은 운정문화사에서 출판되었던 권남희씨의 번역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인용문은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란 책에 나오죠.

그 책에는 '가운데'가 '사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좀 더 자연스럽네요.


"시작과 끝 사이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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