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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0일 23시 34분 등록

똥쟁이의 기억 - 서문

 

나는 똥쟁이 아빠다.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아빠다. 똥쟁이는 폐수처리장에서 근무하면서 붙은 애칭이다. 첫 직장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 경험했던 수 많은 사건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똥을 푸기도 하고, 똥차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똥을 깨끗한 물로 만들기 위해 미생물을 키웠으며, 정화된 물이 세상에 흘러나가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20대의 절반을 똥과 함께 나는 생활했다.

 

똥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미생물 덩어리라는 사실이다. 그러한 미생물을 분해하기 위해서 나는 또 다른 미생물을 키웠다. 그들은 서로 먹고 먹히면서 덩어리가 되고, 물 속에 가라앉게 된다. 아래로 내려온 덩어리를 빼내면 윗물은 깨끗해지는데, 이것이 똥이 물이 되는 원리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똥을 푸듯이 책에서 지식들을 퍼내면 머리 속에 들어온다. 그리고,내가 가지고 있던 경험과 만나게 되면 지혜라는 덩어리가 얻어진다. 이러한 지혜는 글로 표현되어 책이 만들어지고 다시 세상에 흘러가는 이치와 닮았다.

사람을 만날 때도 똑같다. 똥을 푸듯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공감대라는 심적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져, 깨끗한 기운(氣運)들이 서로에게 흘러가게 된다. 

 

하지만, 누구든지 실제로 똥을 보면 싫어한다.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똥보다 남의 똥을 더 싫어한다. 반면에 누가 똥을 밟았다고 하면 좋아한다. 누가 똥을 바지에 쌌다고 하면 신이 난다. 누가 똥을 모르고 먹었다고 하면 자지러진다. 이렇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똥과 사고가 나면 웃음바다가 된다. 이러한 똥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은 다름아닌 아이들이다. 그들은 쉼 없이 똥 이야기로 떠들어 댄다. 나이가 어린 아이일수록 똥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이다. 아마도 자신의 몸에서 나온 분신과도 같은 존재여서일까?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느 시점부터 똥 이야기를 싫어한다. 왜 그럴까? 순수했던 마음에 세상의 때가 끼기 시작해서일까? 아니면,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물들기 시작해서일까? 서서히 머리 속에 똥이 들어차기 시작한 것이다.

나 또한, 머리 속에 똥이 가득 들어찬 젊은 시절에 폐수처리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똥을 푸면서 머리 속의 똥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 꿈틀대는 미생물을 보면서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현미경으로 지켜보면서 인류가 만들어낸 신화 속 세계를 발견하기도 했다. 인류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미생물 속에 이미 신화의 DNA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1g 속에 1조에 달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한다.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현미경을 통해서든 냄새를 통해서든 그들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다. 이렇게 그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우주에 살고 있다. 혹시 그들의 우주가 신들이 사는 세상이 아닐까?

 

이렇게 나는 재미있는 똥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의 글을 읽는 동안 만이라도 사람들의 머리 속에 들어 찬 똥을 걷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혹시라도 나의 글을 읽고, 똥 꿈처럼 엄청난 행운이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책 제목을 ‘똥쟁이의 기억’이라고 하면 어떨까?

 

 

나를 자유로부터 묶어두는 3가지.

 

자유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보자,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무엇인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고 사는 것.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글을 쓰고 있으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내 삶을 더 밝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책으로 만들어진다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며, 다른 사람의 삶 또한 풍요롭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시간이다. 그럼, 자유로부터 묶어둔다는 의미는 시간을 빼앗거나 허락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문득 떠올려 지는 것이 가족, 직장 그리고 나 자신이다. 하지만, 3가지는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소중한 존재들이다. 어쩌면 지금 내가 누리는 자유를 가지게 해준 요소들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자유를 가져다 준 것이 다시 자유로부터 묶어 두는 3가지로 전락해버린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미래가 나의 모습이 불안전해서일까? 현재 이 3가지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자.

 

가족부터 살펴보자, 글 쓰는 시간을 방해한다. 아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내가 가족과 있는 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 가족이 없으면 오히려 내 생활이 흐트러지고 만다. 그리고 글을 쓰는데, 필요한 정신적인 안정감은 가족에게서 비롯된다. 현재, 나의 꿈을 가족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물론 책을 읽을 때나, 글을 쓰고 있을 때 아이들이 와서 아빠, 놀아줘라고 하면 방해가 되긴 하지만,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다. 이번 주제로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을 자유로부터 묶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아내는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아들, 아들, 남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크게 웃었다. 이처럼 가족은 기쁨과 즐거움을 글 속에 묻어나게 해준다.

 

두 번째, 직장은 나에게 경제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맡은 업무도 만족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내 삶의 시간, 대부분을 잡아 먹고 있다. 갈수록 그 시간이 늘어나고 있어서 고민이다. 돈이 나오는 밥줄이라 당연한 이치이지만,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보다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다행히 변경연 과제를 하면서 그 시간이 조금씩 나에게 돌아오고 있다. 문득 그 사실이 가슴 찔리게 다가 올 때도 있지만,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글쓰기가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갈수록 글 쓰는 시간이 직장 생활에 활력을 가져다 주고 있다. 그리고 출장을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이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곤 한다. 그러고 보면 직장이 나를 묶고 있다기 보다, 돈이 나를 묶고 있다.

 

세 번째 나 자신이다. 오히려, 나 자신이 나의 시간을 가장 방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들, 틀에 박힌 생각(고정관념), 건강이 나의 자유를 발목 잡는 것이 아닐까?

먼저, 아침마다 모닝페이지 3페이지 실천이 부진하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아쉬운 부분이다. 다음으로 생각이 유연하지 못하다. 예전의 경험 위주로 업무를 처리하려 하고, 글쓰기도 생각이 연결되지 못하고 막힘이 많아 빈약하다. 마지막으로 운동부족으로 건강이 따라가지 못할 때다. 아프면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그 시간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결론이다. 나의 자유를 묶고 있는 것은 가족과 직장이 아니라, , 나쁜 습관, 고정관념이었다. 현재 변경연 수련을 통해서 나쁜 습관과 고정관념은 줄여가고 있고 돈에 대한 개념도 변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해결해야 되는 과제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 한 가지에 열정을 쏟아 붓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라고 즐기고 있다.

 

IP *.194.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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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1 13:23:11 *.37.122.77

벌써 첫 책의 서문을 쓰다니.

폐수 처리의 원리를 저렇게 쉽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책 쓰는 것과 비유할 수 있다는 것도.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궁금하네.

 

자유를 묶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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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2 05:44:29 *.194.37.13

고마워, 온통 똥칠된 글에서 나의 마음을 발견해줘서~^^

책 내용이 어느 정도 나오면 보내줄께, 함께 공감하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양갱이 있어 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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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2012.09.12 22:10:24 *.85.249.182

책의 서문도 썼고,

목차는 이미 머리속에 있고,

나올 책 벌써 기대된다.

대박나는 책이 될 것 같다.

원래 똥꿈이 좋다고 하잖아, 똥이야기는

얼마나 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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