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Image

일상의

  • 인센토
  • 조회 수 263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2년 9월 12일 14시 02분 등록

6-1-1.jpg


6-1-3.jpg

6-1-2.jpg


그녀의 손을 놓쳤다. 아니, 그녀가 내가 잡은 손을 빼고 저만치 앞서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하다. 곧 불꽃놀이가 진행될 아사쿠사의 거리는 혼잡했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불꽃놀이를 보기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지정된 관람 장소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차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다. 그녀는 군중들 틈으로 이미 사라졌고, 내 온 몸은 습도 높은 한 여름의 열기로 땀범벅이 되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저 멀리서 두웅, 하는 폭음과 함께 낮은 저녁 하늘 위로 작은 불꽃 하나가 피어 올랐다. 드디어 불꽃놀이가 시작되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뒷사람들에게 어딘가로 끝없이 떠밀려가느라, 밤하늘을 끊임없이 수놓는 불꽃은 나무와 사람들에 가려 보이다 보이지 않다 했다. 혼잡한 군중의 어깨 너머로 그녀를 찾느라, 또 가끔 사람들의 함성에 이따금씩 하늘을 올려다보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시 내 손을 잡았다. 섭섭함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혼란스러운 여름 밤, 다행히 아직 불꽃 놀이는 끝나지 않았다.  


-----------------------------------


일본의 짧은 정형시 하이쿠는 그 짧은 길이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계절감을 드러내는 '계절어'입니다. 물론 근대 이후의 하이쿠는 계절을 빼고 노래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하이쿠들은 대체로 계절을 상징하거나 드러내는 단어를 담고 있습니다. 


저녁의 벗꽃 / 오늘도 또 옛날이 / 되어버렸네 - 고바야시 잇샤

너무 울어서 / 텅 비어 버렸는가 / 이 매미 허물은 - 바쇼

모기장 그물 / 얼굴에 젖는구나 / 이 가을 아침 - 지요조

귤을 깐다 / 손톱 끝이 노란색 / 겨울나기여 - 마사오카 시키


이런 하이쿠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은 유난히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고, 일상적으로 계절을 드러내는 소품이나 음식, 또 이를 기념하거나 즐길 수 있는 축제들이 많은 듯 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일본의 여름 축제는 불꽃놀이인데, 이곳 저곳에서 크고 작은 불꽃 축제가 개최됩니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싫어하는 저는 그다지 보진 못했습니다만....


다시 지난 불꽃놀이의 사진을 찾아보다 이런 사진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불꽃은 순간의 미학이죠. 한순간에 번쩍 피어올랐다가 사라지고 마니까요. 그 무엇으로도 그 순간의 느낌과 한여름의 습도와 사람들의 탄성 같은 것들을 담아낼 수 없네요. 이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 가을이 오나 봅니다. 하이쿠의 형식과 표현을 빌려보면, ‘불꽃도 지고, 이 여름도 어느덧, 옛날이네요.'



IP *.119.115.113
프로필 이미지
September 12, 2012 *.72.153.115

불꽃놀이가 순간이고, 과거이지 않게 한국에서 가을에 하는 불꽃축제에 같이 가면 어떨까?

한강변에서 가을밤에 하는데, 거기에 가는 사람들은 맥주 캔 하나 혹은 간식거리와 모포와 돗자리를 준비하드라고. 모포 둘러쓰고 보는 것도 괜찮겠지.

여름에 하도 더워서 빨리가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아쉽구만.

프로필 이미지
September 19, 2012 *.230.94.124

누나!

'그 분'과 함께 가세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겔러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