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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 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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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3일 02시 44분 등록

여자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잡고 있던 아이의 손도 놓았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며 얼굴쪽으로 두 손을 들었다. 여자는 두 손의 손가락을 펴서 아이의 머리카락에 손을 집어넣고서는 아이 이마쪽에서 뒷목쪽으로 두번이나 쓸어 내렸다. 아이는 여자가 빗질을 하는 동안에도 여자를 쳐다보며 계속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여자와 아이는 엄마와 딸처럼 보였다. 여자는 한두 번 더 아이 머리카락의 끝부분을 매만지고는 다시 아이 손을 잡고 횡단보도 신호를 보았다. 아이는 한 손은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고는 매달리가다 금새 몸을 뒤틀어 멀어졌다가는 다시 돌아왔다. 아이는 여자를 맴을 돌며 노는 것처럼 처럼 여자에게서 조금 멀어졌다가 바짝 다가서서 매달리다시피 했다. 장난을 하던 아이는 고개를 들어 여자를 보며 말했다.

"엄마, 엄마."

아이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돌려 다시 아이와 눈을 맞추었다. 아이는 또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신호가 바뀌자 둘은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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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먹고 과일을 사러 시장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여자가 손으로 아이 머리를 빗질을 해주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겁니다. 아이가 엄마를 중심으로 맴을 돌며 재잘거리는 것을. 아이가 부를 때 엄마가 고개로 눈으로 대답하는 것을. 아이가 손을 잡고 걸으면서도 엄마의 팔을 다른 팔로 감싸고, 얼굴을 엄마에게 부비며 걷고 있는 것을. 여자가 머리를 빗겨줄 때에도 아이의 머리는 그리 헝클어져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몇 번씩이나 매만질 만큼 헝클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머리를 빗겨주는 것은 머리가 헝클어져있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쓰다듬고 만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그 아이 엄마는 아니니 왜 그리했는지는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겠지만 말입니다. 몇 해 전에 봄소풍에서 새로 들어온 처음 만난 후배들을 보며, 선배 한 분이  '핥아주고 싶다'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선배가 그 말에 담아서 전하고자 했던 것이 아이 엄마가 아이 머리를 만지며 하는 것과 같은 게 아닌가 합니다.

 

모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저런 딸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엄마와 손잡고 걸어본 게 언제였던가 기억들을 되짚어 봅니다. 오래전에 젖니가 빠지고 이가 날 때쯤의 기억은 있는데 그때와 지금 사이에는 언제였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걷는 것을 오래전부터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매만지지 안아도 되는 머리를 매만지는, 한 손을 잡은 채 장난치며 맴을 도는, 그런 사랑을 주고 싶고, 그리고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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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4, 2012 *.114.49.161

정화님이 그리고 말하는 저 장면을 제가 보았어도 비슷하게 느꼈을 것 같아요.

그런 사랑 꼭 하게 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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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6, 2012 *.72.153.115

콩두님께서도 사랑을 많이 주고 또 많이 받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 많이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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