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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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을 왜 배웠는가?
9월 8일 오후 3시가 지나서였다.
“너는 수학이 뭐라고 생각하냐?”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이하 변경연)의 연구원은 한 달에 한 번 오프수업을 한다. 오프수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함께 먹으며 창조놀이를 하는 변경연의 수업이다. 9월 8일은 시칠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갖게 된 연구원 2학기 첫 수업이었다. 모두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의 자유를 방해하는 3가지를 발표했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한 장으로 묘사했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쓴 것은 첫 책의 프로필의 초안이었다. 나는 나를 ‘북극성을 따라가는 여자’라고 표현했다. 지금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첫 책이 중학생을 위한 멘토링에 관한 책일거라 염두하고 썼다. 나는 점심을 먹고 난 후 다섯 번째 발표자였다. 발표를 마치고 나서, 연구원 동기들의 코멘트가 끝났다. 사부의 코멘트가 시작됐다.
“너는 수학이 뭐라고 생각하냐?”
사부의 질문은 순간 나를 멍하게 했다. 한마디로 말하고 싶은데, 떠오르지 않는다. 길게 설명하자니 수학 선생 체면이 구겨지는 일이다. 왜냐하면 평소에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들통나기 때문이다.
나는 수학 선생이다. 청소년 때 수학을 아주 좋아했다. 그리고 잘했다. 선생을 하기 위해 과목을 정할때도 1초의 고민 없이 ‘수학’을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선택의 기준이 됐다. 그리고 대학에서 수학 공부를 했다. 대학 수학은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수학과 차원이 달랐다. 처음엔 성적이 나빴다. 배우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엔 복소함수론에서 A학점을 맞았다.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 4년째 수학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수학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르치는 내용에 집중했지, 큰 그림을 그려보거나 생각해본적이 없다. 사부의 질문이 끝나고 한 1분 정도 정적이 흘렀다. 동기들은 나의 대답을 기다린 것 같았고, 사부는 내가 대답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다.
나는 수학이 곧 진리라는 생각을 했다. 대답을 하려는데 동시에 사부도 다시 입을 여셨다.
“어렵지? 음, 어려운 질문이지.”
“네. 정말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지만, 나는 내게 물었어야 하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했어야 하고, 적어도 중학교 학생들에게 합당한 답을 내가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수학 선생으로서 ‘마땅함’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나는 그 질문을 시작으로 세가지의 영역을 내 것으로 받았다. 수학, 청소년, 그리고 인문학이 그 세가지 영역이다. 이 세가지 영역을 잘 융합하여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이제부터 나의 과제다. 그래서 나는 내게 처음으로 질문하기로 했다.
‘나는 수학을 왜 배웠는가?’
우선 학교에서 가르쳤다. 초등학교 때는 산수라는 과목으로 배웠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제일 처음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외우면서 어머니께 혼났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하는 딸이 답답하셨던 것 같다. 어머니께 혼나고 펑펑 울고 있는데, 아버지가 업어 주셨다. 그 등이 기억난다. 구구단하면 떠오르는 장면이다. 중학교에 올라가니 산수가 수학이 됐다. 그리고 처음 배운 수학적 개념이 집합이었다. 나는 집합이 가장 어려웠다.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집합은 중학교 1학년 중반 쯤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 느꼈다. 뇌에는 이해력이라는 근육이 있어, 뇌가 성장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본 것은 아니다. 나 스스로 느낀 것이다. 처음 집합을 배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시간이 지난 후, 갑자기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내 뇌 안에 어떤 부분이 커졌거나 자란 것이 분명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수학은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하여 배운 과목이 아니다. 주어졌기에 배울 수밖에 없었고, 나는 다른 과목보다 수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수학시간을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왜 배웠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니, 수동적이었기에 더 이상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당연히 배우라고 하니까 배웠다. 그럼 영역을 좁혀보자. 나는 왜 함수를 배웠는가? 나는 왜 도형을 배웠는가? 나는 왜 대수를 배웠고, 확률과 통계를 배웠으며, 수와 연산을 배웠는가? 답을 잘 못하겠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학교는 왜 수학을 가르쳤을까? 국민기본공통교육과정 안에 ‘수학’이라는 과목은 왜 들어가게 되었을까? 수학이 인간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교육을 받은 인간이라면 수학에 있어서 각 영역에 대해 그정도는 알아야하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교육받은 인간이라면 그정도의 수학 개념을 알고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수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힘들이 있기 때문에 가르쳤을 것 같다. 이해력, 논리력, 분석력, 문제해결력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에게 지능적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 필수과목으로 배치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학을 연구한 사람들은 인간의 삶에 수학이 많이 활용되어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옛날 사람들은 땅에서 수확을 내고 생계를 이어 나갔다. 그들에겐 땅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땅을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이 필요했다. 측량을 하고, 도형을 그리고, 땅을 분배했다. 그렇게 도형의 영역이 시작됐다. 탈레스는 피라미드 높이가 궁금했다. 연구하다가 막대기 하나를 이용하여 피라미드 높이를 구했다. 여기서 닮음이 시작된 것이다. 수학자들은, 특히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박사들은 이러한 것들을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리고 지금 학생들이 수학을 배웠고, 배우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현재 나의 대답에 만족하기 싫다. 아마 학생들도 만족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수학에 대해 철학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적다. 수학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저장고가 아주 작다. 그래서 나 스스로 대답해 놓고도 속시원하지 않다. 내 책의 첫 번째 독자가 나여야 한다는 사부의 말씀이 생각난다. 속 시원하게 대답하고 싶다. 나는 왜 수학을 배웠고, 가르치고 있으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지금 왜 수학을 배우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더 나아가 인간과 수학은 어떤 관계가 있으며, 인간에게 수학은 어떤 의미인지, 그것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바람이자 내게 주어진 첫 과제다.
수학+청소년+인문학 =?
수학×청소년×인문학 =!
단순한 합이 아닌 곱하기가 되어 더 큰 영역이 되길 바라본다. 나도 궁금해 죽겠다.
나는 중학교때깢 수학을 싫어했고, 성적도 부진했지.
5학년때 산수과외를 한 적도 있어(담임선생이 과외한다고 연락이 왔어 체면때문에 했음)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입학할 때가지 두달정도 우리동네 서울대 나온 언니에게
수학을 배웠어, 두달동안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거의 다 떼었는데, 그때 수학이 무지무지
재미있었어. 그전까지 교사들의 방법이 좋지 않았던 거지.
난 그때 두 달간의 수학과외로 수학에 흥미를 가졌고,
고등학교 3년 내내 반에서 수학이 1등이었어.(내 신화 중에 하나라서
여러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임)
물론 거의 2년동안 과외를 했지만
고3때 담임선생이 수학선생님이었는데,
나보고 수학과로 가라고 했는데, 그냥 인문계열로 갔어.(수학과로 갓으면 우리 팔팔이 못만났을지도)
나는 이거 하나로 수학은 가르치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수능시험지가 나오면 풀어보고 나혼자 점수 매겨보곤 했어.
세린, 난 수학에 관한한 에세이 한편 정도 쓸 이야기가 있단다^^
초등학교 때 산수가 부진해서 우리 동네
수학천재(남자애인데)에게 배우러갔어.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나하고 같은 학년인데 내가 자진해서 산수를 배우러 갔어.
중학교 때 수학과외 같이 한 적 있는데, 얘는 1나누기 1은 1이 아니라고 했어.
왜 꼭 1이 되어야 하느냐고 했어. 0.999999 이렇게 머리 아프게 말했어.
다음에 기회되면 정말 에세이 한 편 쓰야겠다.
세린이에게 수학과 수학자이야기 좀 듣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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