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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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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7일 11시 32분 등록

인간은 필멸의 존재이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

아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존재의 멸滅과 함께 끝이 나고,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후대의 사람들에 의해 재생산된다. 한 인간이 살다간 생生을 연구 하고, 그가 세상에 남겨놓은 것이 또 연구의 대상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언어로 세상에 내어놓는다. 스승의 업적을 제자의 눈으로 세상에 내어 놓기도 하고 한번도 만나지 못한 스승이지만 누군가를 스승으로 삼아 그의 흔적을 따라 가기도 한다. 역사는 이렇게 지속되는 듯하다. 이름을 남기는 자가 있는가 하면 흔적도 찾기 힘든 생도 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시대에 따라 평가도 달라진다. 성인의 이름으로 남기기도 하고 과학자나 철학자 전략가 재력가의 이름으로 남기기도 한다. 인간행동의 동인動因은 이익이라고 하지만 이익의 종류는 사람마다 다르다. 많은 사람이 돈 앞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장황해졌는가.

 

사람들은 성공스토리에 더 관심이 있을까. 실패스토리에 더 관심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성공스토리를 들으면서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고 질투가 날수도 있겠다. 그럼 실패담은 어떨까? 공부를 하게 되겠지. 자신의 실패담이 아니니 편하게 들을 것이고 또 간접경험을 하게 되니 수업료내지 않고 공부를 하게 되는 거겠지. 다른 한편으로는 자만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니 말이다.

 

지난주 과제는 둘 중 선택이었다. 사기열전 하 또는 사람에게서 구하라 중에서 자신이 읽고 싶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 처음에는 사기열전을 읽어볼까도 생각했다. 책도 구입해 놓은 상태이고 과제가 지나가고 나면 읽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책의 두께도 만만챦다. 그래서 후자를 선택했다. 사람에게서 구하라그렇지. 나의 스승은 사람을 중히 여기는 사람인 것은 맞는 듯 하다. 그러니 책 제목도 사람에게서 구하라고 했겠지…

 

그렇다. 나도 그렇다.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나는 단연 첫 번째로 사람을 꼽는다. 사람이 물건은 아니니 내가 소유할 수는 없다. 다만 마음에 소유할 뿐이다. 아무도 빼앗지 못하는 곳. 그곳이다. 나의 마음. 그 안에 사람을 소유한다. 그래서 사람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매년 12월이면 한국FP협회에서는 FP Conference를 연다. 한해 동안의 업계흐름도 점검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행사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공부의 장이기도 하고 인적 네트웍을 만드는 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일년을 돌아볼 수 있고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2007년 그곳에 나의 자리가 마련되었었다. 증권업계에 CFP가 많지 않은 관계로 내게 강의요청이 온 것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결정했다. 영업현장의 이야기를 하라고 해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승낙을 했던 것 같다. 가을이 접어들면서 강의 안내문이 공지되었다. 소강연정도로 생각하고 응했던 일이었는데…강의장 사이즈를 보니 아차 싶었다. 소강연정도가 아니었다. 적어도 500명 이상이 들을 수 있는 강의장이 배정되어 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그런대로 준비는 되어갔다. 프리젠테이션스킬 집중과외를 받고 강의 교안을 작성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긴장된 상태에서 강의가 진행되고 강의장 맨 앞자리에 친근한 동료들이 앉아서 눈을 맞춰주고 그럭저럭 강의를 마쳤다. 연구발표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으니 나름 괜챦았던 것 같다. 좋은 경험이 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늘 두려운 사람이었는데, 나의 안전지대가 조금 넓혀진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강의 내용이다. 강의 마무리에 나의 비젼을 이야기 했다. 지금도 생각이 난다.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투자(주식)로 부자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업계환경이 바뀐 것은 아니다. 늘 돈이 흘러다니는 곳에 몸담고 있지만 정작 돈에 관한 성공스토리가 잘 나오지 않는 곳이 이곳이다. 정보가 많으니 방법도 많을 것이다(?). 방법이 많으니 제대로 된 방법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아이러니이다. ‘홍수에 마실 물이 없다’,’많은 사람이 가는 길에는 이익이 없다는 말과 비슷한 맥락일수 있겠다.

 

내가 그런 비젼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람이 있었다.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 그리고 시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시간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 그러면 방법은 분명이 있다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시간에 좇기어 현명하지 못하다면 나는 그 시간을 확보하리라. 다른 사람들이 눈앞의 욕심에 눈이 멀어 있다면 나는 좀더 길게 보리라. 판단기준에 내가 먼저가 아니고 동료가 먼저이고 고객이 먼저이면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거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계좌는 비어 있으면서 고객의 돈을 벌어주겠다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리라. 누구도 만만하다고 하지 않는 증권업계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있었다.

 

삶이란…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인가 보다. 나와 내 동료가 가지고 있던 그 믿음이라고 하는 것에서 문제가 생겼다. 사람은 잘 나갈 때 오만해 진다. 자신의 확신 속에 빠져서 주위를 돌아 볼 줄 모르는 오류를 범한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논리 속에 허우적대다가 익사해 버리는 꼴이다.

 

대형 사기극의 중심에 서있었던 나를 바라보는 일.

나와 나의 동료는 왜 그 사기극의 중심에 서 있어야 했을까.

잘 하고 싶은 마음.

남들보다 잘난척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

적어도 나의 돈보다는 고객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자만심.

업계에 멋진 성공스토리로 남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의 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직 내가 버리지 않고 앞으로도 버리지 않을 한가지는 사람이다.

오늘까지는 실패다. 분명 실패한 투자이다.

 

요즘 공부 잘돼가?’ 중학교 동창의 말이다. 나의 연구원생활을 묻는 것이다. ‘어…잘 돼가는지는 모르겠고 재미는 있어. 힘은 당연히 들고. 잠을 잘 못 자면서 내가 왜 이 짓하고 있나 하는 생각 안 드는 거 보면 분명 잘 하고 있는 거겠지. 나의 인생후반이 잘 꾸려질라나 몰라…그랬더니너는 인생 전반도 대박이었거든이런다.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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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7 23:29:51 *.68.172.4

너의 인생이 대박이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니 부럽습니다.@,@ 제가 봐도 정말 멋진 인생을 살고 있군요. 행님!ㅎㅎ 의도적으로 사람에서 구하기도 해야겠지만 워낙 사람 좋아하는 행님이니 원초적으로 성공할 타입인가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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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07:42:36 *.217.210.84

친구의 말을 듣고\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요즘은 자꾸 걸리는 것들이 생긴다. 지나온 시간들에 아쉬움같은 것들이.

...내가 한번 뒤집어 지고 있는 것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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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8 05:53:42 *.194.37.13

무슨 일을 하든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행님과 함께 걸어온 변경연 전반기! 제 인생에 축복이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후반기도 행님이 있어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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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07:44:34 *.217.210.84

그렇지. 사람하고 노는것이 젤 행복하기도 하고 젤 힘들기도 한 일이지.

사부님 말씀이 생각난다. 노는것은 좋은것인데, 그냥 놀면 재미가 없다.

뭔가 의미있는 놀이를 하면서 놀아야 재밌는거다.

입학여행 뒷풀이때 하신 이야기지. 선배들 책 출판기념 케익커닝하면서 축하말씀으로....

아....저분은 제대로 놀줄을 아시는 분이구나. 깨달음이 있는 순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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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8 08:55:09 *.51.145.193

500명 앞에서 강의, 행님께서 한번 더 도약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돈 앞에 이타적이신 행님을 세상이 먼저 알아보고 열광할 날이 곧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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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07:45:52 *.217.210.84

세상이 알아주면 공자처럼 살고

세상이 몰라주면 노자처럼 산다....이말 참 좋은데

실천은 영 힘들다....ㅋㅋㅋㅋ

 

그렇지만 날 알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살만하다. 나는 이말을 믿는다.

믿게한다....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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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8 09:01:47 *.196.23.76

ㅎㅎ 재용오빠 나랑 서연행님꺼 같이 읽고 있었나보다. 댓글달라고 로긴하는 순간 오빠 댓글 달리네 :)

 

'삶이란,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가보다'에 깊이 공감하며,,

연구원 하면서 내가 생각한 것이기도 했어요.

원래 엄청 계획세우기 좋아하는 편! 이었는데,,

이제 묵묵히 할일을 하다보면 삶이 이뤄져 간다고 느껴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대신 좋은 습관 들이기에 마음을 쏟고 있어요. 이제 행동이 따라줘야 할 때 =.=;;

마음은 하고 싶은데.. 자꾸 실천이 안되니까 무기력을 느끼게 되는 요즘..

 

오늘 아침 콩두 언니 글 읽고. '더 이상 몸사리지 말자!' 함..

 

행님이랑 함께 연구원 동기로 생활 할 수 있어 참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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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07:46:20 *.217.210.84

나도 세린이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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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09:07:02 *.114.49.161

돈이 흐르는 중심에 있는 휴머니스트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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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9 10:54:49 *.93.117.147

나도 서연이 너가 참 좋다.

인생 전반도 대박 후반과 결말도 대박일 것을 믿는다

기여함이 추가되면 금상첨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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