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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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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0일 20시 45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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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요즘 머리 속에 완전 먹통이 되는 것을 자주 경험합니다. 머리 속 만이 아닙니다. 손이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저렇게 왼손 순서와 오른손 순서를 일러주시고 또한 얼마나 오랫동안 혹은 얼마나 충분히 손가락을 놀려야 하는지를 일러주십니다. 또한 얼마나 세게 혹은 얼마나 짧게 해야하는지도 알려주십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말을 들을 때 그것은 제게 너무나 복잡한 일입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일러주시는 것은 눈앞에 모두 써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순차적으로 알려주시지만 그 순차적이라는 것이 제게는 제가 실제로 해야할 때는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 귀엔 선생님의 말씀이 제대로 들리지 않고, 제 앞에 써진 것을 읽고 해석하는 데에도 한참이나 걸립니다.

 

무엇을 배우고 있느냐구요? 뭘까요, 한번 짐작해 보십시오. 멀쩡한 사람을 완전히 마비시켜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어느날 부터 음악이 엄청 좋았습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오래전부터 있긴 했지만 배우겠다고 결심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제 그림 속에 있는 자주 등장하는 선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왜 주제와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선을 자꾸 그리게 되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르게 된 것이 음악적인 것을, 흐름을 그림에 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께 처음에 레슨을 받을 때, 저는 멍해져서는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기계적으로 따라합니다. 무슨 말인지도 들리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따라하기 때문에 아직은 노래가 아닙니다. 물론 연습이 안되어 있는 것도 있구요. 선생님께서 연습하라고 하시면,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연습해서 하나씩 조합해 나갑니다. 3박자, 왼손이 쿵짝짝, 오른손만 도레미파솔라시도 도레미파솔라시도, 왼손을 도미솔로 놓고 오른손을 도레미파솔, 왼손을 그자리에서 쿵짝짝 그리고 입으로 음따라라라라 음따라라라라. 이렇게 완전히 분해해서는 하나씩 조합해봅니다. 그러기를 한참을 하고 나면 '아 이런 음이구나.' '아, 이런 리듬이구나.' '아, 이런 멜로디구나.' ' 아, 이런 화음이구나' 느끼게됩니다. 그때서야 노래 비슷한 것을 치게 되고,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말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끼워 맞춰가듯 박자만을 지키며, 혹은 음만을 지키며 노래를 찾아갑니다. 저는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방법으로 배우지 않는 학생일지도 모릅니다.

 

엄청 나게 좋아하는 음악이 꽉 막혀서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어려서 배울 때는 몸이 악기라고 배웠는데, 저는 몸이 굳어 버렸습니다. 굳어버린 몸을 풀어서 춤추게 하는 데 시간이 한참걸립니다. 

 

저는 '흐름'이나 선을 많이 보며 지내왔습니다. 시간속에서 끊이지 않고 부드럽게 변하는 것들을 관찰한 것을 한 순간의 언어로 기록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기호들을 다시 해석해서 지도 위에 표기한 뒤에 여러 기호들의 속성을 연결지어 가면서 그 기호를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은 공기의 속성을 덩어리 단위로 선으로 색으로 표현하는 일을 했습니다. 기상청의 일기도는 부드럽게 흘러가는 공기를 선과 색으로 그린 것입니다. 일기도 한장은 관찰이 일어난 시점인 한 순간의 공기를 표현한 것입니다. 일기도 속의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딱 그 순간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멈춘 그 선들을 보면서 공기가 어떻게 흐를지(바람이 어떻게 불지)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봐온 선들이어서, 오랫동안 흐름이란 것을 보며 지내서 그런지 감싸고 흐른다는 것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저는 음악도 그런 건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나게 즐겨 보려고 악기하나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게 엄청난 에너지를 내게 합니다. 완전 마비된 머리를, 몸을, 귀를, 손을 움직인다는 것이 무척 힘이 듭니다. 그동안에 갖고 있던 습관을 이기고 손가락 쓰는 법을 다시 익힙니다. 들지지 않는 소리를 들으려고 애를 씁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어디를 말씀하시는지는 알지만 그것이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지는 전혀 짐작을 할 수 없습니다. 악보를 이론적으로는 볼 수 있습니다. 박자, 음의 높낮이나, 음악 표기 기호는 알지만 그것이 전체적으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어떤 흐름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동영상을 찾아보고 들어봤습니다.그런데도 제가 할 때는 여전히 흐름은 따라가지 못합니다. 마비된 몸을 움직여서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 바람을 잡아야 하는 듯한 느낌. 딱 그런 것입니다.

 

피아노 선생님께서 일러주시는 방식으로 배우지 못하는 저를 보며 생각해봅니다. 그 방식으로 계속 배울 수 있을까하구요. 음악과 원수지게 생겼습니다. 머리와 손을 몸을 마비시켜버리는 데 이것을 뚫고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림을 배울 때도 애를 먹었었네요. 연필소묘를 배울 때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비례 맞추는 법을 늘 잊곤 했던 것을 말입니다. 제대로 비례를 맞출 수가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림은 그립니다. 여전히 비례를 맞추지 못한 그림이지만 그림 자체를, 그림 전체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연필 소묘뿐만이 아리 다른 것을 배우는 데도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대학생 때 장구를 배울 때도 저를 가르치던 선배는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소리를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따라 할 수 없었습니다. 자꾸 잊는 바람에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려주었습니다. 대여섯번 들으면 한두번 제대로 하다가 다시 이상하게 치곤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한번 제대로 치려면 선생님인 선배는 대여섯번을 쳐야 했지요. 그러다가 어느날 머리속에서 가슴속에서 소리가 계속 울리더니 그때부터 소리가 들리고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배는 그때 소리는 소리로 배워야 한다며 반복해서 들려주었고, 악보는 제가 혼자 칠 수 있을 때까지 손에 쥐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저는 그 속에 충분히 빠져 들었을 때 몸이 움직이는게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맞는건지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학원 선생님께서 일러주시는 방법으로 배워나가지 못하는 저를 보면서 질문해 봅니다. 기초라는 것을 다지는 방법으로, 검증된 방법을 익혀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어디까지, 누구에게나 가능할 것인가 하구요. 꿈을 찾고, 꿈을 이룰 때도 이런 방법이 적용될 것인가 하구요. 저를 돌아보며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의심은 남습니다. 제게 미루어서 선생님께 배우고, 책으로 배운 것들이 제 자신에게 달라붙어서 자연스레 적용되기까지 한참이 지난 후에나 가능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여러곳을 헤매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방법대로 계속 따라가야 하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림을 배우거나,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한달, 혹은 3개월, 혹은 6개월, 1년이면 어느 정도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꿈은 그보다 더 장기적인 것일 것 같아 궁금해집니다. 느낌을 따라가며 실체를 파악해 가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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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1, 2012 *.30.254.29

10년 전쯤 일까요? 기타 학원을 한번 다녀 본 적이 있어요

저는 독학으로 배웠기 때문에 정식교육(?)에 대한 목마름과

어떻게 가르칠 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거든요

 

종로에 있는 학원인데,  정확하게 3주 다니고 때려 쳤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음악을 음학으로, 가르치고, 무엇보다 진도가 너무 안나가서 지루함과 짜증이 났죠.

학원이기에 수익구조상 어쩔 수 없기는 하겠지만...

 

요즘 초등생들을 기타를 가르친지 한 1년 되어가는데, 아이들의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서

저의 방식에 자부심을 갖기로 했어요. 

기타, 피아노, 작곡을 어설프게 나마 독학을 하며 느낀 것은, 야매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그러나 정식은 너무 쓸데없는 겉치레도 많아요.

 

견딜 수 있으면 견뎌보시되,  아니다 싶으면 학원을 바꿔 보세요.

같은 교재와 같은 교수 방식이라도, 선생의 스타일에 따라 교육효과가 다르니까요

그게 사람 궁합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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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2, 2012 *.72.153.115

감사합니다.

평생을 즐길 것을 이렇게 힘들게 배운다는게 저도 이해가 안될 때가 많아요.

처음에 간 곳에서 2달, 그리고 이번 학원에서 3달. 전 정말 음악이 좋은데, 학원에서는 하나도 신나지 않아요.

신나는 노래를 칠 때도 7*7짜리 마방진 푸는 것 같아요. ..하하하.

벌써 한번 바꿨는데, 다시 알아봐야겠네요. 필요하다면 몇번이라도...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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