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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2년 9월 21일 09시 48분 등록

"음식을 먹고 그 음식으로 무엇을 하는 지 대답해 보시오

당신 안에서 그 음식이 무엇으로 변하는 지 대답해 보시오

그러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일러 드리리다"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속에서 조르바가 한 말입니다.

 

이 질문을 받고 첫 번째 생각난 것이 '식충이' 라는 단어였습니다. '너무 많이 먹고 제대로 된 일은 하지 못하는구나'하는 당혹감이 만들어 낸 표상입니다. 이어서 다시 따르는 생각은 '똥' 이라는 단어였습니다.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은 고작 그것이구나. 웃음이 나왔습니다. 한 마디로 '밥 값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가 먹은 밥이 네 안에서 무엇으로 변하고 있느냐 ?"

 

나는 다시 이 질문에 대답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은 사기꾼이고, 그것으로 노름을 하는 사람은 노름꾼이고, 그것으로 직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직장인입니다. 그것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화가이고, 그것으로 노래를 하는 사람은 가수이고, 그것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작가입니다. 나는 작가이니 그것으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자 '그럼 좋은 작가는 그것으로 어떤 글을 쓰는 작가인가?' 라는 물음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내 머리 속에서 다시 이런저런 단어들이 구름조각처럼 둥둥 떠다니다가 저희끼리 서로 붙었다 떨어지곤 합니다. 그러다가 '진실에 진실한 작가'라는 생각을 만들어 냅니다. 좋은 작가는 진실에 진실한 작가입니다.

 

 그럼, 진실은 무엇이고 진실에 진실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이쯤에서 나는 생각을 접었습니다.

너무 복잡해서 더 이상 머리를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갑자기 삶이란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이란 그저 사는 것이구나. 좋은 작가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쓰는 것이구나. 몸이 말하는 것이 진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진실에 진실한 글은 심장을 터지게 하고 손발을 진동하게하고 낯을 붉히게 하고 누었던 몸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구나. 그리하여 다시 살게 하는구나'

 

나는 푸른 하늘에 흰구름으로 글을 쓰는 작가였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달빛 사이 섬돌 위 댓잎을 흔들고 지나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달의 문법을 가진 작가였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가끔, 아주 가끔, 내 속이 어떤 영감으로 흠뻑 채워져, 내가 아닌 내 속의 다른 누군가가 순식간에 글을 써주는 작가였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가끔이라도 말입니다.

 

인간은 '다른 생명을 죽여 먹음으로써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슬픈 짐승'인데, 나를 위해 죽어 준 생명들에 대하여 제대로 된 존중과 보상을 하지 못하면,  생명에 대한 빚이 하루하루 쌓여갑니다.   오늘만이라도 제대로 된 밥값을 하기 위해 어떤 좋은 일 하나를 해 보면, 오늘은 빚을 만들지 않은 하루가 되겠네요. 

 

알려드립니다.  11 월 2일부터 4일 까지  2 박 3일동안  가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참가를 원하는 분들은 아래를 참고하여 신청해 주시기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dream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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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1 20:56:18 *.176.123.214

사부님! 제자 유덕수입니다. 사부님 글을 읽고 조르바의 질문을 화두 삼아 부족한 글을 써보았습니다. 사부님의 진실된 글 항상 마음 속으로나마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네가 먹은 밥이 네 안에서 무엇으로 변하고 있느냐?"
사부님께서 제게 묻습니다. 가장 먼저 '선생'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선생'이니 그것으로 열정대학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러자 '무엇을 가르치는가?"라는 물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진로에 관하여? 자기성찰?" 생각해보니 제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학생들이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러자 ‘나는 선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가르치다'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지식이나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거나 익히게 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의미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선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혹은 선생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깨닫게 하거나 익히게 한다면 ‘장을 열어주는 것’도 하나의 ‘가르치는 방...

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가르치는 선생입니다.
“그럼 좋은 선생은 어떻게 가르치는 선생인가?”라는 물음에 다다랐습니다. 예전에 사부님께서 말씀하신 ‘스승은 존재 자체로 가르침이다’라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그 문장을 만났던 그때, 저는 심장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문장이 가슴을 찔러 깊이 박히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그 문장은 제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 좌우명처럼 존재 자체로 가르침을 주는 선생이 되고 싶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멀리 있어도 어떠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그 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존경과 신뢰의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저에게 구본형사부님 같은 그런 스승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아직은 멀었습니다. 그러나 도달할 수 없는 곳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지금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진심을 다해 정진하려 합니다.
오늘 사부님의 글을 읽고 진지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밥값은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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