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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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오전 4시간의 열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밤 늦게까지 강의안 준비하느라 눈이 침침하고 머리도 멍해집니다. 항상 모니터아니면 책에 시선이 가니 시력이 걱정됩니다. 잠시 차 한잔을 우려내어 마시고 오랫만에 뒷산을 올랐습니다. 예전엔 운동효과를 높인다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올랐는데 오늘은 천천히 걸으며 새소리, 풀내음, 나무생김새 등을 느끼며 걸었습니다. "운동효과가 다 뭐냐! 그냥 숲에 있는 존재들과 마주하는 것이 더 좋겠구나." 조금 숲을 오르니 산 언덕 한 편에 무덤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앞이 훤하게 트인 그곳에서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싶어 묘지 윗 부분에 소나무 껍질을 깔고 앉았습니다. 4단계에 걸쳐 뫼똥들이 정렬해 있었습니다. 맨 윗쪽에 있는 뫼똥이 가장 오랜 조상인가 봅니다. 내림차순으로 줄지어 있는 뫼똥들을 보니, 조상들을 잘 모시는 집안인가보구나. 조상들을 잘 모시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함일테지. 내림으로 누워계신 분들을 후손들이 보는 것 만으로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게있는 훈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존재하기까지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고 그 분들의 삶의 영향력이 알게 모르게 내 속에 이미 들어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상을 잘 모시는 것이 미덕에 속하는 것이 됩니다. "참 저 집안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내 앞에 있는 뫼똥들의 의미가 내게도 해당된다는 것을!" "지금 눈앞에 있는 다른 집안 조상들의 내림차순은 곧 내 조상들의 내림차순과도 같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다른 집안 조상들의 무덤이 하나의 메타포, 하나의 상징으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그렇구나, 마음을 열고 세상을 대하면 모든 것이 나와 연결되는구나!"
세상의 모든 것이 나와 연결되고 나를 중심으로 의미를 가지고 조직하는 것이 삶인가? 모래 한 알에서 우주의 신비를 볼 수 있다 했는데, 시인에겐 모래 한 알이 우주의 신비에 대한 메타포였을까? 삶의 신비를 여는 열쇠는 바로 내 일상에 있나봅니다. 지저귀는 새가, 향긋한 꽃내음이, 폭풍에 쓰러진 나무가, 산자락에 있는 뫼똥이 오늘 내게 삶의 신비를 여는 메타포로 다가왔나 봅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삶의 신비를 여는 메타포가 되고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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