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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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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일 00시 30분 등록

판테온(Pantheon)에는 내가 로마를 방문한 나이에 세상을 떠난 라파엘로의 무덤이 있습니다. ‘회화의 완성자’ 라파엘로는 37살 생일날(1520년 4월 7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바자리(Georgio Vasari)의 말처럼 ‘하늘이 오랜 세월을 두고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는 은총을 한꺼번에 받은 단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신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습니다. 예술적 재능과 잘 생긴 외모와 온화한 성격까지 뭐하나 부족한 게 없는 라파엘로였지만 장수라는 선물은 받지 못했습니다. 라파엘로는 자신이 죽으면 판테온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겼고, 당시 교황은 그의 청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라파엘로는 ‘만신전(萬神殿)’ 판테온에 묻힌 유일한 예술가입니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 라파엘로 산찌오(Raffaello Sanzio)가 누워 있다. 그가 살아 있을 때에는 만물의 위대한 어머니가 정복당할까봐 두려워하였고 그가 세상을 떠나자 대자연은 그와 함께 죽는 것이 아닌가하고 떨었다.”

 

그는 왜 판테온에 묻히기를 원했던 것일까요? 건축가 정태남은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에서 말합니다. “판테온 안에 있으면 마치 속세로부터 격리된 듯한 느낌이 든다. 골목길과 광장에서 들리던 소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폭풍우 지난 후의 바다와 같은 잔잔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참으로 묘한 공간이다.” 책으로 읽을 때는 감이 오지 않았는데 이곳에 들어와 보니 느낄 수 있습니다. 판테온의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라파엘로가 이곳을 무덤으로 정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판테온에서 인상적인 것은 둥근 천장에 뚫린 구멍입니다. 지름 약 9미터의 구멍은 태양을 상징하는데, 이 구멍을 ‘오쿨루스(oculus)’, 우리말로 ‘눈’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판테온을 ‘로마의 눈’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또 하나, ‘비어 있는 내부 공간’도 인상적입니다. 단단한 벽과 달리 판테온의 내부는 대나무 속처럼 비어 있습니다. 판테온의 ‘눈’으로 들어온 햇살은 내부 곳곳을 비춥니다. 그래서인지 “‘비어 있는 공간’ 안에서는 눈앞의 공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등 뒤의 공간도 느껴진다”는 정태남의 말은 적어도 이곳에서는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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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의 ‘눈(oculus)’

 

판테온을 나온 직후였을 겁니다. 지난 3년간 배우고 깨달은 것들이 퍼즐이 맞춰지듯 정리되었습니다. ‘지난 3년’은 회사를 그만 둔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기간입니다.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햇살이 판테온의 넓은 내부 구석구석을 비추듯이 내 안의 ‘오쿨루스’가 열리면서 지난 3년을 통찰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한 순간에 펼쳐졌다가 7개의 키워드로 응축되었습니다.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뜻밖이었습니다.

 

시간에는 얽매이기라도 했지만 공간의 중요성은 모르고 살았습니다. 판테온은 내게 알려주었습니다. 공간은 시간의 짝임을, 시간에는 순서가 있고 공간에는 질서가 있음을. 그리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고 있기에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간에 관한 이해도 할 수 없음을 판테온은 내게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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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남 저,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마로니에북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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