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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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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일 02시 27분 등록

s_연날리기.JPG

<태어나서 6년 4개월, 해미읍성>


 


추석이 되었습니다.

명절이면 더 바쁜 직장 특성상 밤근무를 하고 오후 늦게 근처 해미읍성을 찾았습니다.

넓은 잔디밭과 그만큼 넓은 하늘. 가족끼리 연인끼리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국궁체험과 줄타기, 말타기 공연 등 각종 행사들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 저희 가족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연날리기였습니다.

어렸을 적, 학교에서 만든 방패연을 좁은 동네 골목을 뛰며 날리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땐 기껏해야 몇 미터 날다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이곳은 다를 것 같았지요. 사방으로 뛸 공간도 충분하고 바람도 솔솔 불었습니다.

민호와 힘을 합쳐 연을 띄웁니다.

처음엔 무작정 뛰면서 연을 올렸는데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민호는 그 넓은 잔디밭을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고랑이 있으면 뛰어넘고, 나무가 막으면 피해가며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감이 오더군요. 연이 떨어질것 같으면 연줄을 당기거나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걸어 갑니다.

바람을 타면 줄을 풀어줍니다. 조금씩 연이 올라갑니다.

한번 제대로 바람을 탔더니 연은 떨어질 줄 모릅니다.

민호는 살살 줄을 당겨가며 연줄을 끝까지 풀었습니다.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전문가다운 자세로 한참을 연을 날립니다.

 

주변에 내 또래의 남자가 높은 소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나무가지에 걸린 연을 풀기 위해서 였습니다.

아래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만하라고 얘기합니다.

남자는 "그만좀해, 다 풀었어! 누구야! 줄 당기지 마!" 라며 화난 듯 소리를 쳤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걱정스런 눈빛으로 남자를 보고 있었지요.

가지가 부러지면 크게 다칠 상황이었거든요.

한참을 꼬인 연줄을 풀더니 결국은 나뭇가지를 꺽어내고 연을 떨어뜨렸습니다.

나무를 잘 타긴 하더군요. 원숭이처럼 나무를 내려왔습니다.

남자는 바로 연을 날리겠다고 사방으로 뜁니다.

바람의 방향이나 연의 상태는 무시하고 그냥 뛰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는 포기하고 그런 아빠를 그냥 바라만 보았습니다.

어떻게든 멋지게 연을 날려 보이겠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도와주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바람을 타기 위해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람과 연의 상태를 바라보면서

줄을 당기고 풀어주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인생도 그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주변 환경과 나의 상태를 바라보면서 적당한 방법을 써야합니다.

무작정 애를 쓴다고 바람을 탈리가 없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세상과 자신을 원망해봐야 헛 일입니다.

 

 

다음날도 우린 연을 날리러 갔습니다. 줄 맛이 대단했거든요.

민호는 또 연줄을 다 풀고 "내가 제일 높아!" 하며 즐거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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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2, 2012 *.10.140.115

추석에 연날리기라...

 

정월보름 이후로 다시 북품이 불기시작하는 겨울까지 연을 날리지 않는 이유가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어쨌든 그 팽팽한 당김이 재미는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삶도 그렇게 늘어진 실을 통해서 전달되는 팽팽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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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5, 2012 *.37.122.77

민호도 재미있어 했지만, 저도 신나고 다시 해보고 싶은 놀이였답니다.

'늘어진 실을 통해 전달되는 팽팽함'이란 표현이 와닿습니다.

연날리기를 해본 사람은 이 의미를 알꺼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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