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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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학기는 중국 고전문학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현대문학 전공자인 제가 젊은 친구들에게 중국고전문학을 강의해야 할 때, 가장 난감한 점은 ‘2,000년 전의 혹은 1,000년 전의 중국의 고전을 오늘날의 한국 젊은이들이 어떻게 새롭게 느끼게 할 것인가?’하는 점입니다. ‘아득한 저 옛날의 고전을 어떻게 살아있는 오늘날의 이야기로 변신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지요. 그리하여 漢나라 때의 산문인 사마천의『사기』에 대하여 강의할 때는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는 박경리씨를 언급하기도 하고, 중국 詩에 대한 강의를 할 때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 세 편을 골라오고, 그 시를 좋아하는 이유를 적어 와서 발표를 하게 하였습니다.
저도 제가 좋아하는 시 세 편을 골라야 했습니다. 출퇴근 길에 오며가며 버스 속에서 시집을 읽다가 한 편의 시를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그냥 자연을 읊은 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을 때는 시의 깊은 내면까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변화>라는 주제를 생각하고 있어서 그랬을까요? 그 시는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 단풍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는 시를 외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버스 속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 한 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길 가의 가로수를 보며, 시를 외우고 또 외우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무가 황홀한 빛깔로 물이 드는 날, 우리도 가장 황홀한 빛깔로 물이 드는 날, 만약 우리가 가장 황홀한 빛깔로 물이 드는 그날을 상상하며 오늘 하루의 일상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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