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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일 11시 46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

 

융은 자신의 이론을분석심리학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이나 블로일러의심층심리학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융은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차원의집단무의식이 있다고 보고 인간의 마음은 여러 층으로 나뉜다. 우선 의식에 해당하는 자아가 있고, 그 아래에 개인 무의식(그림자)과 집단무의식(‘아니마아니무스’ ‘원형이 있는 곳)이 있고 마음의 맨 한가운데에 바로자기가있다고 보았다.

 

그는 자기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서 한마디로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라고 규정했다. 자기실현(Selfstverwirklichung)자아가 무의식 밑바닥 중심부분에 있는자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그 소리를 듣고 그 지시를 받아 나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원형 등 무수한 무의식 층이 겹겹이 가로막고 있어자기의 소리가자아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하여자기자아에게 꿈의 상징과 종교의 상징들을 통하여 그 소리를 전하려고 한다. 그와 같이자기자아에게 보내주는 신호들을 포착해나가는 과정이 융 자서전의 중심내용을 이루는 셈이다.

 

대표작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 <자아와 무의식의 관계> <황금꽃의 비밀> <정신의 에너지에 대하여> <심리학과 종교> <심리학과 연금술> <아이온> <욥에의 화답> <인간과 상징>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이 책은 융의 제자요 여비서인 아니엘라 야페가 융의 나이 82세가 된 1957년부터 5년 가까이 그와 줄기차게 대담을 한 결과 엮어진 자서전이다. 융이 한 문장 한 문장 손을 보았으므로 거의 융 자신의 집필로 이루어진 저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융 자신이 죽은 후에 출간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86세의 나이로 죽은 다음해인 1962년에 출간됨.

 

스위스 북동부 캐스빌에서 개신교 개혁파 목사의 장남으로 태어남. 융 가문은 본래 독일 마인츠에서 살았지만 할아버지(의사)때에 스위스 바젤로 이사하여 이후로 스위스 국적을 갖게 되었다. 융은 바젤 근교의 클라인 휘닝겐에서 성장했고 11세때에 바젤의 김자지움에 입학해서 중등교육을 받았다. 1985년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바젤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후 취리히대학교 부설 병원에서 환자의 심리분석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정신치료법을 확립.

 

융은 어린시절부터 예민한 기질의 소유자였고 심령 현상에 관심이 많았다. 거짓으로 신경증을 일츠켜서 학교를 빼먹기도 했으며 자신이 두가지 인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신앙에 대한 회의로 부친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특이한 꿈과 환상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내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어 훗날 그의 인생에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함.

 

1896년 부친사망으로 융은 대학에 다니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의무를 맡아야했다. 1900년 의사자격시험을 앞두고 정신의학자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예빙의 책을 읽다가 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 이때까지 정신의학은 아직 개척중인 분야였으며 정규과목으로 편입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음.

 

1903년 융은 엠마 라우센바흐와 결혼. 스위스에서도 손꼽히는 시계 제조업자의 딸인 엠마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아서 융의 연구에 독립성을 보장해주었다. 엠마는 훗날 프로이트와 서신을 교환하고 정신분석가로 활동할 만큼 지적이고 명석했기 때문에 유에게는 이상적인 배주자겸 동료 노릇을 해 주었다. 1905년 융은 취리히 의과대학의 교수가 되어 더욱 명성이 높아짐.

 

독자적인 정신의학 이론의 전개

 

프로이트와의 결별은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1913년 취리히 의과대학에서 사임. 학문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일시적인 고립에 빠져들었다. 융은 “방향상실 상태”인 동시에 “완전히 허공에 떠 있는 느낌”으로 무의식의 세계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에 몰두. 이 시기에 불가사의한 신비현상을 체험했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에는 대규모 재앙에 대한 환상을 보았으며 유령을 목격하거나 의미심장한 꿈을 꾸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때부터 융은 영지주의와 연금술의 연구에 몰두했으며 무의식의 본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기 안의 또 다른 인격의 목소리를 듣고 만다라를 치료의 도구로 응용하기도 했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작업을 수행했고, 그 부산물로 여러 권의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기록을 얻게 됨. 한 친구는 “융은 그 자신이 걸어 다니는 정신병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병원의 최고 의사이기도 했다.”라고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의사이면서 신비체험자였던 그는 과학의 방법만으로는 쉽게 규명할 수 없는 거대한 세계가 인간의 내면에 들어있다고 확신했다.

 

융의 이론에 담겨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중 물리학자 볼프강 파올리는 융과 함께동시성이론을 연구했고,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와 조지프 캠벨은 융의 이론을 종교와 신화 연구에 적용하여 대중화 시켰다. 정신과의 임상 치료에서부터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융의 이론은 오늘날까지 자주 논의되고 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누구보다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본 인물이어서 세월이 갈수록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말년

 

1939년 융은 프로이트의 사망소식을 듣고 “프로이트라는 이름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정신사에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름”이라고 추모사를 발표. 당시는 나치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기로 나치 동조자라는 비난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인 내용이다.

1961년 튀스나흐트의 자택에서 사망. 융의 묘비에는 “부르든 부르지 않든, 신은 존재할 것이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신을 빋느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그분을 믿는 게 아니라, 그분을 압니다.”라고 대답했다.

 

프로이트와의 만남과 결별

 

융과 프로이트는 존경과 우정에서 시작하여 사상적 갈등을 거치고 결국 결별과 반목으로 마무리된다. 융이 프로이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갈등과 결별의 이유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프로이트의 히스테리 연구에 근거를 둔 이론과 정신분열증 연구에 근거를 둔 융의 이론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프로이트와 만났을 당시에 이미 융은 중견학자였다. 국내외에서 수많은 환자와 손님이 찾아왔고 취리히 의대에서는 재학생이외의 일반인 수강생도 많아 강의실은 초만원이었다. 두 사람은 19년차이 이다. 나이차는 있었지만 두 사람은 학자대 학자의 입장에서 교우할 수 있었다. 1906-1913까지 서신을 교환했으며 1907년 빈으로 찾아가 프로이트를 처음으로 만났다. 두 사람은 첫만남에서 13시간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함.

프로이트 입장에서 융은 비유대인으로 유대인위주의 정신분석 운동에 대한 오해를 줄일수도 있었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지닌 장점도 있었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 운동에서 융을 2인자로 인정하려는 의향이 드러냈지만 두사람은 점차 입장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그중에서 가장 첨예한 갈등은 프로이트의 성 이론에 대한 융의 비판이었다. 프로이트의 어린시절의 성적외상(트라우마)에 유일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융으로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었다.

1909년 두사람은 미국을 동행하게 되는데 이 여행이 결별을 가속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융은 프로이트가 “진리보다는 개인의 권위”를 더욱 앞세운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프로이트의 이론이 일종의 도그마와 개인숭배로 변질되었다는 점에 거부감을 느꼈다. 프로이트 역시 융이 종교나 신비주의 같은 미심쩍은 “고대의 잔재”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불만을 느낌. 1910년 융은 국제 정신분석 협회의 초대 회장으로 선출됨.

1913년 두사람은 결별하게 된다. 그후로 프로이트는 융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피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 결별을 오랫동안 아쉬워했다는 증언이 있다. 융 역시 프로이트의 사상에서 받은 영향을 기꺼이 인정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없었더라면 나는 (심리학 분야의 여러 문제에 대한)해결의 열쇠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의견>

 

나는 심사숙고한 끝에 학문적 출세의 길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무의식과의 실험이 끝나기까지는 내가 공중 앞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었다. 뭔가 엄청난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내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믿기로 했다. 그것이 내 인생을 충만히 채울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나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카를 융 기억꿈 사상 353) 자신의 내면에 변화를 감지하고 학문적 출세의 길을 버리기로 마음먹는 융.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명예나 권력을 놓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융은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본 것이 틀림없다. 자기탐구는 이럴 때 쓸려고 하는 것이지 싶다. 나도 2012년 자기탐구 과제를 잘 해낼 수 있을까……..몇 해전 <아듀>엠마뉘엘 수녀자서전을 읽었는데, 81세에 책을 쓰기 시작하여 98세 이르기까지 수정, 보완하여 생에 최초이자 최후의 책을 준비. 사후출간을 원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실제로 사후에 책은 출판되었다. 그녀는 ‘100살입니다. 이제야 여러분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한세기를 살다간 사람으로 카이로의 넝마주이라고 불리던 그녀이다. 누구보다 낮은 곳에서 몸으로 사랑을 실천해 보인 우리시대의 신화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생을 정리하면서 그것도 사전에 출간되기를 꺼려 사후에 출간을 약속하고 넘겨주었다는 원고이다. 너도 나도 자신의 생을 광고하느라 정신이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간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광고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삶이 자유롭지 못할 것을 염려한 때문이라는 추측을 할 뿐 진실로 어떤 이유에서 사후출간을 원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융은 어린시절부터 경험한 강렬한 꿈과 환상 등 자신의 신비한 경험을 집중적으로 기록하고 연구하면서 신화와 역사 연금술 등에 심리학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서 집단무의식이론이 나왔는데 이 개념은 원형이론과 결합되어 종교심리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융의 업적은 오늘날 심리학뿐 아니라 종교와 문학등 인문 전분야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도 자서전을 쓰기를 꺼려했다. 이 기록도 타인의 손을 빌려 적었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이유로 자서전 출간을 거부했다. 그래서 였을까. 사후에 출간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은 뿌리를 통하여 살아가는 식물처럼 생각된다고 했다. 단지 여름동안만 지상에 드러나 보이는 부분으로 생을 지탱하고 뿌리는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 식물처럼. 그러다가 시들고 마는 하루살이 같은 덧없는 현상이 자신의 인생이라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다간 사람들도 스스로는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고 누군가에게 내세울만한 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기에는 역부족인가보다. 세인의 평가나 타인의 목소리에 결코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프로이드와 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었다. 물론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의 세계가 다르고 그들의 꿈 이야기 중 몇 가지는 흥미를 끌기는 했었다. 

 

참조 :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A.야페 편집/김영사/성기 옮김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Popup.nhn?contents_id=6234&is_print=Y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72850&mobile&categoryId=305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5833635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인간은 원숭이도 암소도 나무도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프롤로그

신화는 과학보다 정확하다.

 

11 내적 견지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이며, 영원의 관점에서는 인간이 어떤 존재로 보이는 가는 오직 신화를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다. 신화는 훨씬 개인적이며, 과학보다 더욱 정확하게 삶을 말해준다. 과학은 평균 개념들을 가지고 연구하는 것으로, 그 개념들은 각 개인의 생애가 지니고 있는 주관적인 다양성을 제대로 다루기에는 너무나 일반적이다. 그래서 이제 나이 83세에 나는 내 생애의 신화를 이야기하는 일을 감행하게 되었다. 나는 단지 직접적인 진술, 지나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이야기들이 사실 그대로인가 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나의옛이야기, ‘나의진실인가 하는 것이다.

 

12 나는 내가 여러 면에서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내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한다. 인간은 자신을 무엇과도 비교해 볼 수 없다. 인간은 원숭이도, 암소도, 나무도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실 이간은 모든 것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결코 알지 못한다. 한 생애의 이야기는 어던 지점, 즉 그 사람이 기억해내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데, 이미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인간은 어떻게 되어나갈지 모른다. 그러므로 생애의 이야기는 시작이 없으며, 그 목표지점도 단지 막연하게만 제시될 뿐이다.

 

13 언제나 나에게 인생은 뿌리를 통하여 살아가는 식물처럼 생각되었다. 식물의 고유한 삶은 뿌리 속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다. 지상에 드러나 보이는 부분은 단지 여름 동안만 버틴다. 그러다가 시들고 마는데 하루살이같이 덧없는 현상이다.

 

엄밀히 말해 나의 생애에서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영원한 불멸의 세계가 무상(無常)

한 세계로 침투했던 사건들뿐이다.

 

14 나의 인생의 복잡한 문제에 관해 내부로부터 해답과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그것들은 결국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아주 일찍부터 깨달았다. 외적인 상황들은 내적 체험을 대신할 수 없다.

 

일생을 사로잡은 꿈, 유년시절

 

그러나 낮이 되면 새로운 위험이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나 자신과 불화를 느끼고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26 어머니의 오랜 부재로 나는 무척 힘들었다. 그후로사랑이른 말을 들을 적마다 나는 항상 미심쩍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여성이라는 말도 오랫동안 생래적인 불신감으로 다가왔다. ‘아버지라는 말은 신뢰감을 주면서도 무력함을 뜻하기도 했다. 이것이 내가 인생을 출발하면서 함께 가져가야하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나중에는 인생 초기에 이러한 인상들이 수정되었다. 나는 친구를 믿었다가 그들로 인해 실망하기도 했지만, 여성들은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들에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27 햇살을 나뭇잎들 사이로 빛나고 누렇게 물든 잎들은 땅에 떨어져 있었다.

31-33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초의 꿈을 우연히 꾸었다. 그 꿈은 이럴 테면 일생 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그때 나는 서너 살이었다.

목사관은 라우펜성 근처에 홀로 외롭게 서 있었다. 교회 관리인의 농가 뒤쪽으로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꿈에서 나는 그 초원에 서 있었다. 한 순간 나는 거기서 테두리가 쳐져 있는 컴컴한 직사각형 구멍이 땅바닥에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 그 구멍으로 다가가서 그 아래를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돌계단이 저 밑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무서운 마음으로 머뭇거리면서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밑바닥에는 녹색커튼으로 가려진 둥근 아치형 문이 하나 있었다. 그 커튼은 방직된 직물이나 수놓은 비단을 만든 듯 크고 묵직하여 무척 호화로워 보였다. 그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나는 커튼을 옆으로 밀어젖혔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37 , 이들 점잖고 쓸모있고 건장한 사람들은 나에게 낙천적인 올챙이들처럼 여겨진다. 그 올챙이들은 아주 얕은 빗물 웅덩이에 가득 모여들어 햇볕을 받으며 즐겁게 꼬리치고 있으나 바로 다음날에 웅덩이가 말라버릴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42 나는 나만의 방식을 혼자서 놀았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무엇을 하면서 놀았는지 기억할 수는 없다. 다만 다른 사람이 방해하지 말았으면 하고 바랐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나는 놀이에 열중했고 노는 동안에 누가 지켜보거나 따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45 ‘황금빛 햇살이 초록 나뭇잎들 사이로 비치고 있는밝은 대낮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차츰 인식해가고 있었다.

 

49 거기 들보 위로 기어올라가 필통을 열고 그 인형과 그 돌을 바라보곤 했다.

 

새로운 종이두루마리 하나를 보탠다는 것은 항상 엄숙한 의식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고 기억된다.

 

50 의식의 차원에서 나는 기독교적 의미로 종교적이었다.

 

52 사람들은 우선 행동을 하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거기에 대해 숙고해보는 것이다.

 

이제 반항아가 가까이 오도다, 학창시절

 

나는 다른 길로 유혹한 것은 혼자 있고 싶은 열망,

고독이 주는 황홀감이었다.

자연은 내게 경이로 가득 찬 대상으로 보였고

나는 거기에 깊이 빠져들고 싶었다.

 

56 그때 나는 처음으로 우리가 가난하다는 사실, 아버지는 가난한 시골 목사요 나는 그보다 더 가난한 목사 아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구도 바닥은 구멍이 뚫려, 젖은 양말을 신은 채 여섯 시간이나 수업을 받으며 앉아 있어야 했다.

 

59 여든세 살의 나이에 지난날의 기억들을 적어나가고 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주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 기억들은 지하에서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뿌리에서 각각 뻗어나간 작은 가지들과 같으며, 무의식의 발달과정에 있는 정류장들과 같다.

 

67 나는 다른 길로 유혹한 것은 혼자 있고 싶은 열망, 고독이 주는 황홀감이었다. 자연은 내게 경이로 가득 찬 대상으로 보였고 나는 거기에 깊이 빠져들고 싶었다. 돌 하나, 식물 하나, 그 모든 것이 생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형용할 수 없는 듯이 여겨졌다. 그 무렵 나는 자연으로 빠져들면서, 말하자면 자연의 본질 속으로 숨어들면서 모든 인간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68 전에는 무슨 일을 할 때 내가 옆으로 밀려나 있었으나 지금은가 스스로 하고자 한다.

 

70 그때 몹시 난처하게도 나 자신이 실제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6 그런 고백은 부모에게 커다란 슬픔을 안겨줄 것이라는 생각이 그 유혹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되었다.

 

78 하느님의 의지가 무엇이며 하느님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전에는 복종할 수 없었다. 나는 이제 하느님이야말로 이런 절망적인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84 오늘날에도 나는 외롭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 대부분 도통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들을 내가 알고 있고 그것을 암시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85 내가 돌이라고 생각하자 갈들은 멈췄다. ‘돌은 불확실한 것도 없고 자기를 알려서 전하려는 욕구도 없다. 돌은 영원하며 수 천 년 동안 살아 있다.’ 나는 생각을 이어갔다이에 반해 나 자신은 단지 지나가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급히 타올랐다가 꺼지는 불꽃처럼 가능한 온갖 종류의 감정에 불살라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내 감정들의 집합이었으며, 내 안의 다른 존재는 시간을 초월한 돌이었다.

 

87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 이런! 너는 항상 생각하려고만 하는 구나. 사람은 생각해서는 안 되고 믿어야 해.”나는 생각해다. ‘아니다 사람은 체험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알아야 한다.’ 그러나 말로는 “나에게 그런 믿음을 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어깨를 으쓱 추켜올리고는 체념한 듯 몸을 돌렸다.

 

나는 모든 경쟁을 싫어했다. 누가 놀이까지도 경쟁적으로 하게 되면 나는 그 놀이를 그만두었다.

 

89 심지어 내가 고소를 당할 경우를 대비하여 알리바이 비망록을 자주 작성하기까지 했다. 내가 실제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참 편했다. 그때는 적어도 무슨 이유로 양심의 가책을 받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90 인간들은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걸치고 비열함과 어리석음, 허영심, 위선과 혐오스러운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91 나의 전생애에 걸친 제1의 인경과 제2의 인격 간의 대립은 일반적으로 의학에서 말하는 그런분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와 반대로 그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종교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제2의 인격, 내적 인간에 대해 말해왔다. 2의 인격은 내 생애에서 주역을 맡았으며, 내부에서 나에게로 다가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했다. 2의 인격은 전형적인 형상인데도 대개 의식이 가진 이해력으로는 사람이 제2의 인격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92 하느님은 인간들의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그렇게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죄를 짓지 말도록 금하고, 심지어 지옥불길의 영원한 저주로 벌을 주기까지 한다.

악마는 오랫동안 내 생각 속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내게 악마는 힘센 사람의 집을 지키는 못된 경비견처럼 여겨졌다.

 

97 나는 어머니 역시 두 개의 인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확신했다. 하나는 악의 없고 인간적이었으며, 거기에 반해 또 하나는 으스스했다. 그것은 가끔씩만 나타났으나 그럴 때마다 예기치 못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곤 했다. 그럴 때 어머니는 독백을 하듯 말했으나 내게는 유용한 말들이었고, 보통 내 가장 깊은 곳을 찔렀기 때문에 나는 할말을 잃곤 했다

 

103 나는 어머니를 한정된 범위에서만 신뢰하게 되었고, 그러자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관해 이제는 어머니에게 쉽게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111 종료란인간이 하느님과 자립적인 관계를 맺는 영적인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13 나에게는 자아라는 요소에 서로 모순되는 두 개의 측면 즉 제1의 인격과 제2의 인격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형태든 저런 형태든 자아는 뭔가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자아는 또한 온갖 자기기만과 오해, 기분 감정, 열정 그리고 죄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자아는 성공보다는 실패를 훨씬 많이 겪었다. 자아는 유치하고 허영심이 강하며, 이기적이고 고집이 세며, 애정결핍이며, 탐욕스럽고 공정하지 못하며, 민감하고 게으르며, 무책임하며 그의 나쁜 것들 투성이였다. 유감스럽게도 자아는 덕과 재능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다. 나는 덕과 재능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보게 되면 시샘하면서도 경탄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하느님의 본질을 이런 자아와 유사하게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123 독서는 재미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기분전환이 되도록 해주었다.

 

124 내가 미쳤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빛과 어둠은 비록 중압감을 주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이해될 수 있는 사실들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130 나는 항온동물이면 모두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와 아주 유사하고 우리의 무지를 나누어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내가 그 동물들을 좋아했던 것은 그것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혼을 가지고 있으며, 내가 믿기로는 우리가 그 동물들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동물들도 우리처럼 기쁨과 슬픔, 사람과 미움, 굶주림과 갈증 그리고 불안과 신뢰를 경험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언어, 예리한 의식, 과학 들을 제외한 존재의 온갖 본질적인 요소들을 공유하는 셈이었다. 나는 그 제외된 요소들을 인습대로 경탄해 마지않았지만, 인간들을 신의 세계로부터 멀어지고 벗어나게 하여 동물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타락으로 이끌 가능성이 그 요소들에 있음을 발견했다. 동물들은 사랑스럽고 충직하며 변덕스럽지 않고 믿을 만하였으나, 인간들은 나에게 이전보다 훨씬 더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131 인간과정상적인동물들은 자립한 신의 분신들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발적으로 돌아다니며 서식처를 정할 수 있었다. 그 반대로 식물계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장소에 묶여 있었다. 식물들은 무엇을 의도하는 일도 없고 이탈하지도 않으면서 신의 세계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표현했다. 나무들은 특히 신비로웠으며 나에게는 생명의 불가해한 의미를 직접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므로 숲은 사람들이 생명의 심오한 의미와 경이로운 작용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135 지성은 인간 마음의 기능으로, 마치 한 아이가 태양의 눈이 멀기를 기대하면서 태양을 향해 들고 있는 지극히 작은 거울 한 조각과도 같다.

 

136 행복과 불행은 용돈의 액수보다 더 깊은 원인에 의해 좌우되었다. 나는 이전보다 더 많은 더 좋은 친구를 얻었다. 내 발을 받쳐주는 훨씬 든든한 기반을 느끼며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까지 갖게 되었다.

 

138 그후 나는 학우들과 있을 때는 이런비밀스러운 사안들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어른들 중에서는 나를 허풍쟁이나 사기꿈으로 보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내 안에서 두 세계로 나누어진 분리를 지양하려는 나의 노력이 저지되고 마비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를 보통의 일상적인 존재로부터 무한한 신의 세계로 밀어 넣는 사건들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140 자연과학은 제1의 인격의 정신적 욕구에 아주 잘 부합하였고, 그에 반해서 인문학이나 역사과목은 제2의 인격을 위한 일종의 유익한 시청각수업인 셈이었다.

 

144 세속적인 사람들은 물론 그다지 고결하지는 못했으나 그 대신 훨씬 호감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지녔고 신자들보다 더 사교적이고 명랑하고 따뜻하면서 진실했다.

 

145 어머니에게 달려가서 “심심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고 푸념하던 시기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언제나 방학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굉장한 시간이었다.

 

147 그러나 이제 반항아가 가까이 오도다. 그 음료는 술이므로……………

 

나는 다양한 작은 술잔에 너무나 고무되어 예기치 않았던, 전혀 새로운 의식상태로 옮겨가는 것을 느꼈다. 그곳에는 더 이상 안과 밖이 따로 없고 나와 타인, 1의 인격과 제2의 인격, 조심스러움과 소심함도 없었다. 땅과 하늘, 세계와 그 안에서기고 날고’, 돌고, 올라가고, 떨어지는 모든 것이 하나가 되었다.

 

150 이때 받은 인상이 너무나 깊었으므로 그 뒤에 일어난 일들에 관한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153 이 만남은 외견상 전혀 무의미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어서, 이 만남은 며칠 동안 내 마음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길가의 기념비처럼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그 무렵 내 인생은 서로 연관되지 않는 개별적인 경험들로 이루어지는 그런 천진한 상태에 있었다.

 

아름다운 시간들, 대학시절

 

나는 궁핍한 시절을 굳이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시절에는 하챦은 물건까지도 아끼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는 언젠가 여송연 한 통을 선물로 받은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왕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167 1의 인격의 눈으로 바라본 나라는 인간은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보통수준의 재능을 갖춘 청년으로, 허황된 야심과 세련되지 못한 거친 기질, 모호한 태도 들을 지니고 있었다. 즉시 천진난만할 정도로 흥분하는가 하면, 또 금방 변덕스럽게 유치한 실망에 빠지기도 했다. 깊은 내적인 본질로는 세상에 등을 돌린 반계몽주의자였다.

2의 인격은 제1의 인격을 까다롭고 배은망덕한 도덕적과제, 종결되어야할 일종의 숙제로 여겼다. 이런 과제는 일련의 결정으로 인하여 부담이 가중되었다. 그 결점이란 때때로 부리는 게으름, 의기소침, 침울, 아무도 가치를 두지 않는 이념이나 사물들에 대한 어리석은 열광, 혼자 착각하는 우정, 좁은 마음. 편견 우둔함. 타인에 대한 이해부족, 세계관에 대한 모호성과 혼란 기독교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독교인이 아닌 것도 아닌 이중성 등이 있다.

 

171 그 당시 나의 세계관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나는 나의 길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외부로, 제한된 세계 속으로, 삼차원의 어둠속으로 이끌려가고 있음을 인식했다. 아담이 일찍이 이런방식으로 낙원을 떠난 것으로 여겨졌다. 낙원은 아담에게 유령이 되어버렸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돑밭을 경작해야만 하는 그곳에 빛이 있었다.

 

172 2의 인격은 사실 일종의유령이었다. 세계의 어둠에 맞설 만큼 힘이 커진 혼이었다.

 

175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만의 개인적인 삶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수세기에 걸친 집단정신의 고도로 수준 높은 대변자요 희생물이요 후원자인 셈이다. 우리는 평생동안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세계라고 하는 극장무대에서 주로 대사 없는 단역배우 역할만을 해 왔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실들이 있다. 그것이 의무적인 것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더 크다.

 

176 밖으로 나가지 말라. 진리는 내적 인간에 깃들어 있다.

 

213 정신의학은 아주 넓은 의미에서 병든 정신과정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의사의 정신 간의 대화이며, ‘병든인경과 치료자 인격간의 대결이다. 그런데 치료자 인격이라는 것도 병든 인격과 마찬가지로 원래 주관적인 것이다.

 

214 취리히와 세계의 관계는 정시적이 아니라 상업적인 것이었다.

 

217 나는 자서전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잘못을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 되었어야만 했느냐에 관해 환상을 엮어 나간다 든지 생애를 위한 변명을 쓰는 그런 잘못 말이다. 결국 인간이란 스스로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좋든 나쁘든 다른 사람들의 판결에 맡겨진 하나의 사건인 셈이다.

 

상처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문제는 신화의 상실을 견디지 못하고

외적인 것에 불과한 세계

즉 자연과학의 세계상으로 향한 길을 찾을 수도 없고

지혜와는 조금도 상관없는

언어의 지적인 즉흥연주로 만족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224 심리학에는 명백한 진리가 거의 없다.

 

235 살인범은 이미 자기 자신에게 유죄선고를 내린 셈이다.

 

241 사실 우리는 정신병에서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 것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자신의 존재의 바탕과 마주치게 된다

 

243 겉으로 보게 되면 정신병 환자에게서는 비극적인 붕괴만이 보인다. 하지만 감추어져 있는 환자 영혼의 다른 측면의 삶을 보는 일은 드물다. 우리는 자주 환자의 외관에 속는다.

 

249 결정적인 것은 내가 인간으로서 또 다른 한 인간과 대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석은 일종의 대화이며 여기서 당사자 두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분석가와 서로 마주보며 앉게 된다. 의사도 무언가 할 말이 있고 환자도 마찬가지다.

 

250 마음은 정말 신체보다도 더욱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렵다. 마음은 이를 테면 세계의 절반으로 우리가 그것을 의식할 때에만 존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은 단순히 개인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며, 정신과의사는 전체 세계에 관여해야 한다.

 

253 의사는 그 자신이 고통을 당할 경우에만 효과를 얻는 법이다. ‘상처 입은 자만이 치유할 수 있다.’그러나 의사가 체면(Persona)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으면 그는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하게 된다. 

 

여성들은 대개 뛰어난 직관과 정확한 비판력을 지니고 있으며, 남자의 비밀스러운 의향을 간파할 줄 알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자의 아니마(Anima)가 꾸미는 음모까지 꿰뚫어볼 줄도 안다. 여자들은 남자가 보지 못하는 측면을 본다. 그렇게 때문에 자기 남편이 초인招人이라고 확신하는 부인은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254 당신 자신이 치료의 도구입니다.

 

259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부인들이 질투심이 많아 남편의 교우관계를 깨뜨리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법이다. 그러한 부인들은 자신들이 남편에게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자신에게 전속으로 속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모든 질투의 핵심은 사랑의 결여에 있다.

 

270 우리 시대에 이와 같이 마음의 분열로 희생된 자들은 단지스스로 택한 신경증 환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표면적인 증상은 자아와 무의식 사이에 벌어져 있는 틈이 메워지는 순간 사라진다.

 

271 영혼은 개념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사실들 가운데 깃들어 있다. 말만 그러듯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과정이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경험한 바로는 습관적인 거짓말쟁이들 외에 가장 어렵고 배은망덕한 환자는 소위 지식인들이다. 그들이야말로 한쪽 손이 하는 일을 다른 손이 전혀 모른다. 그들은 일종의 구획심리학을 계발한다. 감정에 의해 조절되지 않는 지성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신경증을 앓고 있다.

 

272 나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성과가 있었던 대화들은 이름없는 사람들과의 대화였다.

 

프로이트와의 만남

그 세계는 가장 깊은 의미에서 나 자신의 세계였으며

프로이드의 세계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나의 전 존재는 진부한 생활에 의미를 부여해줄 수도 있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 무엇을 찾고 있었다.

 

276 연상장애는 자극어가 정신적 상처나 갈등을 건드릴 적마다 일어났다.

 

277 나는 제2의 인격의 소리를 들었다. “네가 그와 같이 프로이트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한다면, 그건 일종의 사기다. 사람은 인생을 거짓 위에 새울 수 없다.”

 

287 동양에서는니르드반드바(Nirdvandva:양쪽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 나는 이것을 명심하고 있다. 마음의 진동추는 바른 것과 그를 것 사이가 아니라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신성한 힘은 사람을 극단으로 잘못 인도하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작은 진리를 진리의 전부인 양 여기도록 하고 작은 잘못을 치명적인 잘못으로 여기도록 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어제의 진리가 오늘은 허위가 되며, 그저께 잘못된 결론으로 간주되던 것이 내일은 너무도 적은 심리학적인 사실들에서는 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 덧없을 정도로 작은 의식이 어떤 것을 인식해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는 아직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295 (프로이트)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의 권위를 위태롭게 할 수는 없어!” 그 순간 그는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때의 그 말이 나의 기억에서 영 잊혀지지 않았다. 그 말 속에 이미 우리 관계의 종말이 예시된 셈이었다. 프로이트는 개인적 권위를 진리보다 더 내세웠다.

 

295 그 꿈이 처음으로 나로 하여금집단무의식개념을 생각하도록 했으며, 나의 책<리비도의 변환과 상징>의 서곡을 이룬 셈이었다. 그 꿈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어느 낯선 2층집에 있었다. 그것은나의 집이었다. 나는 2층에 있었는데 그곳은 로코코양식의 훌륭한 고가구들이 갖추어진 일종의 거실이었다. 벽에는 값진 옛 그림이 많이 걸려 있었다. 나는 이 집이 정말 내 집일까 의아해하면서도나쁘지는 않군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아래층이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층계를 거쳐 1층으로 내려왔다. 그곳에서는 더 오래된 온갖 가구가 갖추어져 있었다. 나는 이 집의 1층 이 부분은 15-16세기의 물건들로 꾸며져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가구들은 중세풍이었고 마룻바닥에는 빨간 벽돌이 깔려 있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편이었다. 나는 “이제부터 정말 집 전체를 둘러보아야겠군”하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다녀 \보았다. 그러다가 육중한 문과 마주쳐 그 문을 열었다. 그 뒤에서 지하실로 통하는 돌계단을 발견했다. 나는 돌 계단을 내려가 아름다운 천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아주 고풍스러워 보였다. 나는 벽을 조사하다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석재 사이에서 벽돌층을 발견했다. 그 벽돌들은 모르타르에 묻혀 있었다. 나는 이것을 보자마자 벽이 로마시대 것임을 알았다. 이쯤 되자 나의 흥미는 더해갔다. 나는 마룻바닥을 더욱 면밀히 조사했다. 마룻바닥은 석판으로 되어 있었다. 그중 한 개의 석판에 고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그 고리를 잡아당기자 석판이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그 밑으로도 아래쪽으로 향하는 좁은 돌계단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또 그 돌계단을 내려가 바위를 뚫어 만든 나지막한 동굴로 들어섰다. 바닥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 먼지더미 속에 원시문화의 유물들처럼 뼈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깨진 도자기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매우 오래된 것이 분명한 반쯤 삭아버린 두개골 두 개를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300 나에게 꿈이란 자연의 일부로서 속이려는 의도를 품고 있지 않았다. 식물이 가능한 한 자라나려 하고 동물이 가능한 한 먹이를 찾으려고 하는 것과 똑같이 꿈도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한다. 이러한 생명의 형태들은 우리의 눈을 속이려고 하지 않으나, 우리 자신이 근시안이어서 스스로를 속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귀가 먹었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것이지 귀가 우리를 속이는 것은 아니다.

 

301 고대신화학과 원시인의 심리학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후자에 대해 철저한 연구를 하도록 이끌었다.

 

304 나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프로이트와 함께 일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고, 솔직히 말해 이기적인 태도로 그의 풍부한 경험을 나누어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310 프로이트와 결별하게 된 후 나의 모든 친구나 친지들은 나를 떠나갔다. 사람들은 나의 책을 쓰레기라고 내놓고 말했다. 나는 신비주의자로 간주되었고, 이것으로 사태는 끝장을 보게 되었다. 오직 리클린과 메더 둘만이 내 곁에 머물렀다.

 

 

내 안의 여인 아니마

무의식의 깊은 곳으로 가는 불확실한 길에

자신을 맡기는 일은 위험한 실험이나

수상한 모험으로까지 여겨진다.

“외람되게도 저 문을 열어졎혀라.

사람마다 통과하기를 주저하는 저 문을……”

 

 

316 오늘날 인간은 어떤 신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기독교 신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너 자신은 그 신화 속에서 살고 있는가?” “솔직히 말해, 아니오! 나는 그 신화 속에서 살고 있지 않소.” “그럼 우리는 이제 아무런 신화도 가지고 있지 않단 말인가?” “그렇고. 우리는 이제 아무런 신화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 무엇이 너의 신화인가? 너는 어떤 신화 속에서 살고 있는가?” 여기에 이르자 내 마음이 편치 않아졌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중단했다.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고 만 것이었다.

 

322 내 후반기 인생에서 장애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언제나 그림을 그리거나 돌을 다루었다.

 

335 필레몬과 또 다른 환상의 형상들을 통해 나는 인간의 마음속에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지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지닌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338 “영혼의 구루도 있습니다.”그가 이어서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 있는 사람을 구루로 삼지만, 늘 영혼을 구루로 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341 우리가 어떤 것을 이야기하려고 마음만 먹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적어 놓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나는 편지를 쓰면서 될 수 있는 한 정직하려고 노력했다. 엣 그리스 격언을 따른 것이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버려라. 그러면 받으리라.” 나는 차츰 내 생각과 그 소리의 내용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예를 들어 그녀가 내가 쓰는 글에 진부한 내용을 삽입하려고 하는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맞아요.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느꼈소. 그러나 나는 죽을 때까지 거기에 매여 있을 의무는 없어요. 무엇 때문에 그 따위 굴욕을 당한단 말이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 내용을 구별하는 일이다. 무의식 내용은 이를 테면 격리를 시켜야 한다. 그것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그 내용을 인격화하여 의식으로 하여금 그 인격들과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343 나는 내면의 이미지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나는 그 이미지들의 의미를 나의 꿈을 통해 직접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중재자가 필요하지 않다.

 

345 삶을 대체할 만한 완전한 언어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언어가 삶을 대체하려고 시도한다면 언어뿐아니라 삶도 망가지고 말 것이다. 무의식의 전제의 횡포에서 자유를 얻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지적인 작업을 완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윤리적 의무를 갖는 일이다.

 

349 무의식은 신화적인죽음의 나라’, 즉 조상의 나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상 속에서 영혼이 사라졌다면 그것은 영혼이 무의식 또는 죽음의 나라로 되돌아간 셈이 된다. 이것은 원시종족에서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소위영혼의 분실현상과 일치한다.

 

351 사람들은 이미지들이 그대로 떠오르도록 하면서 거기에 대해 무척 놀라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그치고 만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려고 고심하지 않는다. 거기서 윤리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일은 더구나 하지 않는다.

 

352 자신의 인식을 윤리적 의미로 바라보지 않는 자는 권력원리에 빠지게 된다.

 

353 나는 심사 숙고한 끝에 학문적 출세의 길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무의식과의 실험이 끝나기까지는 내가 공중 앞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었다. 뭔가 엄청난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내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믿기로 했다. 그것이 내 인생을 충만히 채울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나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354 내가 교수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나 자신을 비롯하여 아무도 아직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대상으로 작업하는 가운데 나는 뼈저린 외로움을 느꼈다.

 

356 만다라가 참으로 무슨 의미인지 나는 차츰 깨달아갔다. 그리고 그것은자가’, 즉 인격의 전체성이었다. 모든 것이 잘 돼가면 조화로우나 자기기만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이었다.

 

361 프로이트와 헤어졌을 때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로 떨어질 것을 알았다. 그 무렵 프로이트를 넘어서 내가 아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어둠속으로 발걸음을 떼어 놓았다.

 

연금술을 발견하다

연금술을 배워서 알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무의식이 하나의 과정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무의식 내용에 대한 자아의 관계에 의해

정신의 변환과 발달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67 나의 심리학적 발견의 핵심도 이와 같은 내면의 변환과정, 즉 개성화였다.

 

371 내가 연금술적 사고과정의 미궁에서 실을 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손에 실을 쥐어주는 아리아드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373 원초적 이미지와 원형의 본체가 내 연구의 핵심을 이루게 되었고, 역사 없이는 심리학, 특히 무의식의 심리학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78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변화과정에 대한 연구와 연금술의 상징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나는개성화과정이라는 내 심리학의 중심개념에 이르게 되었다.

 

388 상처입은 자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듯이 치료자는 자신을 치유한다.

 

394 인간은 신적인 소명 앞에서도 결행을 유보하는 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자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자유를 위협하는 자를 위협할 수 없다면 그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397 초월적인 것, 원형 그 자체의 본질에 관해서는 더 이상 학문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398 오늘날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일찍이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이토록 성공을 거둔 것이 무척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나에게 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내가 말해야만 했던 것이 말해졌다는 사실이다. 나는 가능한 것이면 무엇이든 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물론 더 많이 더 훌륭하게 해낼 수 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능력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다.

 

 

, 내 가슴에 두 영혼이 살고 있다

우리에게는 중세와 고대

원시시대가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와 반대로 우리는 발전의 분류로 휘말려 들어가

거친 폭력으로 미래를 향해 밀려가고 있으며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우리의 뿌리로부터

떨어져나가게 된다.

 

401 단어나 종이만으로는 그리 충분하지 않았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나는 가장 깊은 생각과 나자신의 인식 들을 이를 테면 돌에 표현하거난 돌로써 고백해야 했다. 내가 손수 볼링켄에 지은 탑이 그 일의 시작이었다.

 

405 나는 전기를 쓰지 않고 벽난로와 화덕에 손수 불을 지핀다. 저녁에는 엣날 등잔에 불을 붙인다. 수도도 없어 나는 펌프로 직접 물을 긷는다. 장작을 패고 음식을 요리한다. 이런 단순한 일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 그런데 단순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406 여기 돌이 있네, 보잘것 없는 것.

값도 아주 싸고…

바보들로부터 무시당할수록

현자들로부터는 더욱 사랑을 받는다네

 

407 시간은 어린이다. 어린이처럼 놀며 장기를 둔다. 어린이의 왕국. 이것은 우주의 캄캄한 곳을 두루 다니며 별처럼 깊은 곳에서 빛나는 텔레스포로스다. 그는 태양의 문에 이르는 길, 꿈의 나라에 이르는 길을 인도한다.

 

419 나는 환생을 믿지는 않았지만 인도 사람들이 카르마라고 부르는 개념은 본능적으로 신뢰하게 되었다.

 

420 우리의 마음은 신체와 마찬가지로 조상 대대로 이미 존재해온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개별적인 인간의 마음에서새로운 것이란 아득한 옛날의 구성요소들이 끝없이 변화하여 재결합된 것이다. 그러므로 신체나 마음은 현저하게 역사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새로운 것, 즉 방금 생겨난 것 속에서는 알맞은 자리를 찾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조상의 특징들은 그 속에 단지 부분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여행

내가 끝없는 시간의 연속과 그 가운데서도

거의 변함이 없는 존재의 모습들로 말미암아 깊은 감명에

여전히 젖어 있을 때 갑자기 내 회중시계가 생각났다.

그리고 유럽인의 가속화된 시간을 떠올랐다.

 

431 우리가 사하라로 들어갈수록 나는 시간이 점점 느려지는 느낌을 받았고, 심지어 시간이 거꾸로 가도록 위협당하고 있는 듯했다. 열기가 진동하며 점점 높아지는 바람에 나는 그만 몽롱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우리가 오아시스 초입의 야자나무와 집에 이르자 모든 것이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보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나는 숙소에서 집 앞의 여러 가지 낯선 소음을 잠을 깼다. 그곳에는 넓은 광장이 있었는데 지난밤에는 비가 있었으나 지금은 사람들과 낙타, 버새와 당나귀들로 붐볐다. 낙타는 끙끙거리며 연일 이어지는 불쾌감을 갖가지 음조로 알리고 있었다. 당나귀도 귀에 거슬리게 시끄러운 소리를 질러댔다.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흥분하여 소리지르고 몸짓을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들은 거칠고 별로 믿음직하지는 않았다.

 

434 나는 늘 동시에 두 개의 영역에서 사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하나는 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이해하고 싶으나 할 수 없었고, 또 하나는 무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꿈의 형태 이외로는 더 잘 표현할 길이 없었다.

 

439 ‘하지만 위험이 있는 곳에 또한 구원이 싹튼다는 휠덜린의 말이 그런 상황에서 자주 떠올랐다.

 

살아 있는 정신구조에서는 단순히 기계적인 방식으로 일어나는 일은 없다. 모든 것은 전체적으로 관리되며 전체와의 관계성 속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특정한 목적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의식은 전체에 대한 조망이 없으므로 대개 이러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사실확인으로 그쳐야 하며, ‘자기의 그림자와의 충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회답은 앞으로 진전되는 미래의 연구에 맡겨두어야 할 것이다.

 

443 나는 그에게 백인이 모두 넋이 나간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그들은 머리로 생각한 것을 말하오.” 나는 놀라서 물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당신은 어디서 생각하고?

“우리는 여기서 생각하고.”그는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나는 오래 생각에 잠겼다.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가 진정한 백인의 모습을 나에게 묘사해준 셈이었다.

 

448 나는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내가 얻은 유일한 대답은 “태양은 신이오. 누구나 그것을 알 수 있소”라는 것뿐이었다.

 

451 지식은 우리를 성숙하게 해주지 않고 오히려 우리가 이전에 살던 신화적인 세계에서 더욱 멀리 떨어지게 한다.

 

모든 생명은 산에서 온다는 것은 그에게는 그대로 직접 다가오는 확신이었다.

 

453 조물주의 손에서 나온 것은 모두 좋다. _루소

 

471 나는 표현수단이 빈곤했으므로 말을 간단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491 나에게 존재의 최고의미는 오직 그것이 존재한다는 데 있지, 그것이 원래 아무것도 아니라거나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라거나 하는 데 있지 않다.

 

진정한 해방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행했을 때,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을 헌신하여 철저히 참여했을 때 비로소 가능한 법이다.

 

505 그런 종류의 통과의례는 죽음과 부활이라는 원형적 사고를 통해 표현되는 생명의 위험과 결부되어 있었다. 그와 같이 세례 또한 본래는 적어도 익사의 위험을 암시하는 실제적인잠김이었다.

 

환상들

나는 병을 통하여 또 다른 것을 얻었다.

그것은 존재에 대한 긍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긍정이었다.

주관적인 반론 없이 말이다.

현존제의 조건을 내가 보는 그대로

내가 이해하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527 사람이 개성화의 길을 가는 중에, 즉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과오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원만해지지(융은 인생에서완전성보다는원만성을 추구하기를 권함)않을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우리가 과오나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다. 사람들은 아마도 안전한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길은 죽은 자의 길일 것이다.

 

사후의 삶에 관하여

나는 깊은 충격을 받고 잠에서 깨어나 생각했다.

, 그렇구나. 그 사람이 나를 명상하고 있었구나.

그가 하나의 꿈을 꾸었는데 그것이 나다.

그가 깨어난다면 내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531 엄밀히 말해 내 저작들은 이승과 저승의 조화에 대한 물음에 답을 주려는 늘 새로워지는 시도였다.

 

533 유감스럽게도 인간의 신화적 측면은 오늘날 심히 무시되고 있다. 인간은 이제 더 이상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리하여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가치가 있고 치유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것은 마치 사람들이 화롯가에 앉아 파이프담배를 피우며 유쾌하게 유령이야기를 나누는 것과도 같다.

 

534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인생이 현존을 넘어서 무한정한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536 무의식은 우리에게 뭔가를 알려주거나 영상으로 암시하면서 하나의 기회를 준다. 무의식은 어떤 논리로도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우리에게 때때로 전해줄 수 있다. 동시성현상과 예언적인 꿈, 예감들을 생각해보라!

 

539 신화는 과학의 맨 처음 형태다. 내가 사후의 일들에 관해 말할 때 나는 내적 감동으로 말하는 것이며, 거기에 관한 꿈과 신화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더 이상 진전할 수 없을 것이다.

 

만년의 사상

신화는 델피의 신탁이나 꿈처럼

이중의미를 지니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성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또한 욥이 이미 파악했듯이 본능이 우리를 긴급히

도와주고 신이 신에 맞서 우리를 지지해주리라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581 하지만 윤리적 결단이 요구한다면, 버릇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도덕적인 선이라고 알려진 것을 경우에 따라 피하고 악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행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선악의 대극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582 오늘날 제기된 악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철저한 자기인식, 즉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최선의 인식을 필요로 한다. 그는 자신이 얼마만큼 선을 행할 수 있으며 어떤 파렴치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지 냉철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전자를 사실로 여기거나 후자를 착각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두 가지 다 기능성으로서는 진실이다. 사람이 원래 그래야 하듯이, 자기기만과 자기착각에 빠지지 않고 살고자 한다면 전자나 후자를 완전히 모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체로 이러한 종류의 인식과는 거의 절망적일 정도로 아주 먼 거리에 있다. 많은 현대인이 더욱 깊이 자기인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정녕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자기인식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바탕에서 우리가 본능과 마주치게 되는 기층 또는 인간존재의 핵에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본능은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동적요인으로 우리 의식의 윤리적 결단이 궁극적으로는 거기에 좌우된다. 그것은 무의식과 그 내용으로 이에 대해서는 어떤 최종적인 판단도 없다. 우리는 그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의 존재를 인식은 하면서도 붙잡을 수는 없고 그것에 합리적인 한계를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직 의식을 확장해주는 학문을 통해서만 자연인식에 이르게 된다. 그와 같이 심화된 자기인식도 학문, 즉 심리학을 필요로 한다. 망원경이나 현미경을 광학지식 없이 이른바 손목이나 좋은 의지만으로 만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583 타고난 순진성으로 어느 정치가가 선언하기를 자기는 악의 상상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말 참다운 진실은 우리가 악의 상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악의 상상이 우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588 늘 그렇듯이 사람들은 그와 동시에 인간정신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590 우리의 정신은 세계구조로부터 조성된 것이다. 큰 것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마음의 가장 작고 가장 주관적인 것 속에서도 일어난다. 그러므로 신의 표상은 항상 강력한 맞상대에 대한 내적 경험이 투사된 것이다.

 

592 그의 자아는 내부적으로 으로 대체되며 신은 외부적으로 인간이 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예수의 말과 상응한다. “나를 보는 자는 아버지를 보는 것이다.”

 

594 인간은 성찰하는 정신 덕분에 동물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게 되며, 그는 인간 본성이 특히 의식의 발달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그의 정신을 통하여 증명한다. 의식의 발달을 통하여 그는 자연을 소유하고 그 안에서 세계의 현존을 인식하며 이를 테면 창조주를 입증한다. 이로써 세계는 현상이 된다. 의식적인 성찰 없이는 그렇게 될 수 없는 법이다.

 

597 어떤 학문도 신화를 대체하지 못하고 어떤 학문으로도 신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왜냐하면이 아니라 신화가 인간 안에 있는 신적인 삶을 계시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것을 고안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일종의 신의 말씀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며, 우리는 그것이 신과 다른 것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것인지 구별할 수 있는 방편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말씀은 우리에게 자연발생적으로 다가와서, 우리를 강요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내용이 모두 이간적이며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것은 우리의 자유의지와는 상관이 없다. 우리는 영감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영감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착상이 우리가 궁리해낸 경과가 아니라 그런 생각이 어떤 식으로든지 다른 곳에서우리에게로 스며들어왔다는 것을 안다.

 

600 남들과 뒤섞이지 않도록 개인을 보호하는 데는 지키고자 하거나 지켜야 하는 비밀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다.

 

602 개인 역시 외로운 오솔길에서 어떤 이유로도 누설해서는 안 되고 누설할 수도 없는 비밀을 필요로 한다. 이런 종류의 비밀은 그로 하여금 개인적인 계획 속에 고립되기를 강요한다. 참으로 많은 개인이 이러한 고립을 견뎌내지 못한다.

 

608 원형들은 물()자체를 결코 표현하지 않고 단지 형태만을 표현한다. 사람들은 그 형태 속에서 원형응 관조하고 이해한다.

 

611 ‘개인적인 다이모니온이라는 이름으로 지칭한다면, 우리는 최소한 심리학적인 정황을 적절하게 표현한 셈이다. 그리고 그 다이모니온이 우리를 사로잡은 곳을 원형이라는 개념으로 고쳐서 더 상세히 표현하고 시도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스스로 생명의 원천으로 다가갈 뿐이다.

 

615 우리의 인지능력으로 모든 존재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618 여기서 나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집중하게 된다. 그것은 성찰의 영역 이외에 그보다 더 넓게 뻗어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만큼은 넓은 또 하나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영역에서 는 합리적인 이해와 표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것은 에로스의 영역이다. 고대의 에로스는 의미심장하게도 일종의 신으로, 그 신성이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리하여 그것은 이해되거나 표현될 수 없는 것이다.

 

619 여기서 문제는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 가장 먼 것과 가장 가까운 것, 가장 높은 것과 가장 깊은 것인데, 하나는 다른 하나 없이는 결코 언급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언어도 이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지 그 전체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부분적인 측면에서 말하는 것은 항상 너무 과하거나 너무 부족하다. 왜냐하면 오직 전체만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그리고 모든 것을 견딘다”<고린도전서>이 구절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아무것도 덧붙일 것이 없다. 우리는 소위 가장 깊은 듯에서 우주창조의 근원인 사랑의 희생제물이거나 수단과 도구다. 내가 사랑이라는 말을 따옴표 속에 넣은 것은 그 말이 단지 열망, 선호, 총애, 소원 등과 같은 것을 의미하지 않고 개체보다 우월한 전체, 하나인 것, 나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위해서다. 부분으로서의 인간은 전체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는 전체에 압도당하고 있다. 그는 찬성하거나 분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는 그 속에 갇혀 있고 에워싸여 있다. 언제나 그는 거기에 좌우되며 그것에 기인하고 있다.

 

회고

나는 내 인생이 그렇게 지나간 것에 만족한다.

내 인생은 풍성했으며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어떻게 내가 그토록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나 자신이 달라졌더라면 아마도 많은 일이 다르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되어야 하는 대로 되었다.

 

 

623 사람들은 나를 현명하다거나 지자(知者)라고 한다면 나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어떤 사람이 강에서 한 번 모자로 물을 가득 퍼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 강에서 한번 모자로 물을 가득 퍼냈다고 하자. 그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그 강물이 아니다. 나는 강에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강에 있지만 그들은 대게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느끼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벚나무 줄기가 자라도록 돌봐야 할 사람이 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거기 서서 자연이 해낼 수 있는 것을 보고 경탄할 뿐이다.

어느 랍비에 관한 오래된 훌륭한 이야기가 있다. 그의 제자가 와서 이렇게 물었다. “옛날에는 하느님을 대면하여 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왜 그렇지 못합니까?” 랍비가 대답했다. “오늘날에는 그럴 정도로 허리를 깊이 굽힐 줄 아는 사람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강물을 길으려면 허리를 얼마만큼은 굽혀야 하는 법이다.

 

624 고독이란 주변에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전할 수 없거나 자기는 가치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황당무계한 것으로 간주될 때 생기는 법이다. 나의 고독은 어릴 적 꿈의 체험과 함께 시작되었고, 내가 무의식에 대한 연구를 할 시기에 최고조에 달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게 되면 그는 고독해진다. 하지만 고독은 반드시 공동체에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고독한 사람보다 공동체에 대해 더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모든 개체가 자신의 개성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과 동일시되지 않는 곳에서만 만개하게 된다.

 

626 나는 계속 나아가야 했다. 나는 나의 환자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에 대해 참을성이 없었다. 나는 언제나 내적인 법칙을 다라야 했다. 나에게 부과된 그 원칙은 내게 선택의 자유를 주지 않았다. 물론 내가 그 법칙을 항상 따른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어떻게 항상 일관성있게만 살아갈 수 있겠는가?

 

629나는 나 자신에 관해 놀라고 실망하고 기뻐한다. 나는 슬퍼하고 낙심하고 열광한다. 또한 나는 그 모든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모든 것의 합을 계산할 수는 없다. 나는 어떤 결정적인 가치나 무가치를 확증할 입장이 못 된다. 나는 내 자신과 내 이생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없다.

 

630 인생은 의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또한 인생은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가지고 잇지 않기도 하다. 나는 의미가 우세하여 전투에서 이겼으면 하고 마음 졸이며 희망하고 있다. 노자가 모든 사람이 명석한데 나만이 흐리멍덩하구나라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내가 이 늙은 나이에 느끼는 바다.

 

3.       내가 저자라면

 

뼈대와 목차

 

서문/자서전 문학의 백미

프롤로그/신화는 과학보다 정확하다

 

일생을 사로잡은 꿈, 유년시절

검은 곳을 입은 남자

불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이제 반항아가 가까이 오도다, 학창시절

신경증 발작을 일으키다

너는 누구냐?

자연과 사원

두 인격의 어머니

악의 기원

칸트와 쇼펜하우어를 읽다

자연과학 vs 신의 세계

여행과 환상, 매력적인 모음의 세계로!

 

아름다운 시간들, 대학시절

파우스트와 요한복음

아버지의 죽음과 궁핍한 시절

차라투스트라는 니체의 파우스트

정신의학에서 실을 찾다

 

상처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환자들

꿈의 분석

집단무의식의 원형에 대하여

 

프로이트와의 만남

이론적인 불화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

 

내 안의 여인 아니마

신화와 환상

필레몬과의 대화

죽은 자를 향한 일곱 가지 설법

 

연금술을 발견하다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성배전설과 동물 상징

 

, 내 가슴에 두 영혼이 살고 있다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곳

카르마

 

여행

북아프리카, 순진한 인류의 청소년기로!

푸에블로 인디언, 자기 자리에 있는 살마들

케냐와 우간다, 아프리카의 고독을 겪다

인도, 이방의 문화에서 유럽의 뿌리로

라벤나와 로마, 보이는 환상과 보이지 않는 실재

 

환상들

생의 한계점에 이르러

융합의 신비

 

사후의 삶에 관하여

꿈과 예감

신화,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

단일성과 무한성

 

만년의 사상

대극의 통합을 위하여

원형, 그 역동적인 에너지

그런데 사람이 없으면

 

회고

비밀로 가득 찬 세계

모든 사람이 명석한데 나만이 흐리멍덩하구나.

 

편집자의 말/A. 야폐

카를 구스타프 융 분석심리학 개념 및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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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이유로 자서전 출간을 거부했으나 사후에 출간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동의했다고 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수가 없어서 자서전을 출간하지 못하겠다는 이유가 그럴듯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내면탐구가 일생이었던 융다운 이유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성인이거나 위대한 학자는 스스로를 더 잘 알아서 그런지 자서전출간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있다. 일련의 글들이 연도순으로 대략 정리가 되어 있다. 주로 내적이미지를 중심으로 꿈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읽으면서도 많이 어려웠다. 두번읽기를 하면 조금 나을려나 싶다. 정신분석과 관련한 업적위주의 자서전이라 할수 있겠다. 어릴적 어머니의 부재로 여성을 신뢰하지 않아서 인지...사랑과 관련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의도적으로 학문적인 내용만을 다루기로 생각한 글인듯 하다. 한 개인을 이해하는데 가정사나 애정사등 다양한 측면의 내용들이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부분이다. 칼 구스타프 융이라는 한 개인을 이해하고 그의 학문을 이해한다는 측면에서는 더 친절한 개인사가 있어야 할 듯 하다.

 

감동적 장절

 

295 그 꿈이 처음으로 나로 하여금집단무의식개념을 생각하도록 했으며, 나의 책<리비도의 변환과 상징>의 서곡을 이룬 셈이었다. 그 꿈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어느 낯선 2층집에 있었다. 그것은나의 집이었다. 나는 2층에 있었는데 그곳은 로코코양식의 훌륭한 고가구들이 갖추어진 일종의 거실이었다. 벽에는 값진 옛 그림이 많이 걸려 있었다. 나는 이 집이 정말 내 집일까 의아해하면서도나쁘지는 않군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아래층이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층계를 거쳐 1층으로 내려왔다. 그곳에서는 더 오래된 온갖 가구가 갖추어져 있었다. 나는 이 집의 1층 이 부분은 15-16세기의 물건들로 꾸며져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가구들은 중세풍이었고 마룻바닥에는 빨간 벽돌이 깔려 있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편이었다. 나는 “이제부터 정말 집 전체를 둘러보아야겠군”하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다녀 \보았다. 그러다가 육중한 문과 마주쳐 그 문을 열었다. 그 뒤에서 지하실로 통하는 돌계단을 발견했다. 나는 돌 계단을 내려가 아름다운 천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아주 고풍스러워 보였다. 나는 벽을 조사하다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석재 사이에서 벽돌층을 발견했다. 그 벽돌들은 모르타르에 묻혀 있었다. 나는 이것을 보자마자 벽이 로마시대 것임을 알았다. 이쯤 되자 나의 흥미는 더해갔다. 나는 마룻바닥을 더욱 면밀히 조사했다. 마룻바닥은 석판으로 되어 있었다. 그중 한 개의 석판에 고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그 고리를 잡아당기자 석판이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그 밑으로도 아래쪽으로 향하는 좁은 돌계단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또 그 돌계단을 내려가 바위를 뚫어 만든 나지막한 동굴로 들어섰다. 바닥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 먼지더미 속에 원시문화의 유물들처럼 뼈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깨진 도자기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매우 오래된 것이 분명한 반쯤 삭아버린 두개골 두 개를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300 나에게 꿈이란 자연의 일부로서 속이려는 의도를 품고 있지 않았다. 식물이 가능한 한 자라나려 하고 동물이 가능한 한 먹이를 찾으려고 하는 것과 똑같이 꿈도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한다. 이러한 생명의 형태들은 우리의 눈을 속이려고 하지 않으나, 우리 자신이 근시안이어서 스스로를 속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귀가 먹었기 때문에 듣지 못하는 것이지 귀가 우리를 속이는 것은 아니다.

 

353 나는 심사 숙고한 끝에 학문적 출세의 길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무의식과의 실험이 끝나기까지는 내가 공중 앞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었다. 뭔가 엄청난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내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믿기로 했다. 그것이 내 인생을 충만히 채울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나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443 나는 그에게 백인이 모두 넋이 나간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그들은 머리로 생각한 것을 말하오.” 나는 놀라서 물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당신은 어디서 생각하고?

“우리는 여기서 생각하고.”그는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나는 오래 생각에 잠겼다.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가 진정한 백인의 모습을 나에게 묘사해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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