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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3일 17시 34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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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으로 옮긴 그는, 본격적으로 대학에서 문학과 예술에 관한 강의를 접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자신의 꿈을 담은 자서전적인 소설 <에발트라기 (Ewald Tragy), 1898)>를 집필하는 동시에, 뮌헨 대학에서 예술사 강의를 수강하고, 예술인 카페에서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작가로서의 안목을 키워나간다.

 

낮에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예술에 대한 강의를 통해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 밤에는 문인들을 비롯한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감성적인 예술의 향기를 발산하는 예술적으로 꽉찬 시간들을 보낸다. 이 당시, 그는 바써만(J. Wassermann, 1873~1934)으로부터 예술적인 자극을 받게 되고, 문학적으로는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 (I.S. Turgenjew, 1818~1883)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으며, 또한 문체나 스타일에 있어서는 덴마크 작가 야콥센(Jens Peter Jacobsen, 1847~1885)의 작품들에게서 자극 받았다. 당시 이러한 다양한 작가들의 영향은 그의 작품 <삶을 지나서 (Am Leben hin),1898)>에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 당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릴케 인생 전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14살 연상의 여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여인의 이름은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Lou Andreas-Salome, 1861~1937). 그녀는 위그노파 출신의 러시아의 장군 출신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녀는, 당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예술인들과 교류하면서 예술적 영감을 많은 이들에게 제공한,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자 정신적 후원자였다.

 

그녀는 철학자 니체 (F. Nietzsche)와 교제를 하기도 하였으며, 독일에 동양학을 전파한 선구적 학자였던 프레드릭 칼 안드레아스(Friedrich Carl Andreas) 교수와 결혼하였다. 그리고 한때는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와 함께 심리분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 지성인이였다. 그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평생을 두고 그가 시인으로 잘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하는 한편, 그의 문학 세계의 방향을 설정하기도 하고, 같이 고민하기도 한 멘토이자, 롤 몸델이며, 스승이기도 하였다.

 

릴케는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조언에 따라 뮌헨시절을 마감하고, 독일의 심장인 베를린으로 거처를 옮긴다. 1897년의 일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거리의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베를린에서도 철학, 역사, 예술사의 강의를 청강하면서 뮌헨에서 했던것과 같이 각종 문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당시 베를린을 중심으로 자연주의사상과 더불어 신낭만파로, 문학에서는 사실주의에서 상징주의로 변모되는 시기였는데,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그는 자연주의 문단 작가들과 더불어, 신낭만파 문학 주류와 적극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이 당시의 작품으로는 <피렌체의 일기(Das Florenzer Tagebuch)>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간의 사실주의적 성향을 띄고 있는 상태에서 상징적인 언어를 구사한다는 선언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는 이 작품을 그에게 베를린으로 옮겨 작품 활동을 할 것을 권했던 루 살로메에게 선정했다.

 

루 살로메와 릴케의 관계에 대해서 연인관계라고 보기 어렵다는 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단순하게는 릴케도 결혼을 한 전적이 있고, 루 살로메도 앞서 말했듯이, 안드레아스 박사와 각자 결혼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으며, 둘의 나이차이도 12살이나 나서, 실제적으로 연인사이이기는 힘들었다고 보는 경향이 짙다. 오히려, 둘은 연인 사이 그 이상의 관계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평생을 두고 함께 작품에 대해서 논의 하였으며, 릴케가 안드레아스-루 살로메 부부와 함께 여행을 통해 시적 영감을 얻는 등, 인생의 많은 부분이 전 생애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히려, ‘공인된 예술적, 문학적 연인관계’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1899년, 릴케는 안드레아스-루 살로메 부부와 함께 두 달에 걸쳐 러시아 여행을 한다. 그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 ‘닥터 지바고’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파스테르나크의 아버지인 화가 파스테르나크(L. Pasternak, 1862~1945), 레핀(Leppin)등과 만남을 성사시켜 문학적인 토론의 장을 넓힌다. 그들은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 축제에 맞추어 방문하여, 러시아 민중들의 종교심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한편, 문화적인 충격을 동시에 받게 된다. 첫 번째 러시아의 방문을 통해 얻게 된 경험을 토대로 그는 <시도집 (Das Stundenbuch)>, 그리고 <사랑하는 신의 이야기(Die Geshichten vom lieben Gott)>에 고스란히 남겼으며, 이 시집에 수록되지 않은 시는 후에 그의 대표작인 <형상시집 (Das Buch der Bilder)>에 수록된다.

 

러시아에서 귀국한 그는, 본격적으로 러시아어를 습득하는 한편, 러시아 문학과 문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그 다음해에 그는 루 살로메와 단 둘이서 러시아 남부까지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을 통해 러시아의 농부 시인과도 교류하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과 러시아의 문화에 깊이 감동하는 한편 깊은 내면의 본질을 창조해 낼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된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그는, 북부 독일 보릅스베데라는 곳에 위치한 예술인 마을에 정착한다. 그가 이곳에 머물게 된 데에는 남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예술만을 24시간 생각 할 만한 장소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해석이 분분하다. 일부 학자들은 그가 러시아 여행 중, 루 살로메와 관계가 악화되어 그가 루 살로메의 치마폭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감지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어쨌거나 그는 이 예술인 마을에서 그가 러시아에서 받은 영감을 마음껏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북부 독일의 신비로운 자연환경과 인정 많은 이웃들의 따스한 도움으로 그는 <나의 축제>를 출간하게 된다. 특히, 그는 이 예술인 마을에 함께 머물며 작품 활동을 벌인 화가들에게서 깊은 감동을 맺게 되는데, 이때 교류한 화가들은 하인리히 포겔러 (Heinrich Vogeler, 1872~1942), 한스 암 엔데 (Hans am Ende), 프릿츠 막켄센 (Fritz Mackensen), 오토 모더손 (Otto Modersohn), 프릿트 오버벡 (Fritz Oiverbeck) 등이다. 특히 그들이 그린 풍경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서정적 에세이집 <보릅스베데 (Worpswede, 1905)>도 이 시기 작품이다.

 

결국, 그는 예술인 마을에 머물던 여류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호프 (Clara Westhoff)와 결혼하게 된다. 1901년, 막 20세기가 문을 연 시점이다. 그가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으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사랑’이나 ‘희생’, 그리고 ‘봉사’의 의미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결혼이란 두 개의 고독을 존속시키며,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그의 결혼관은 클라라와의 관계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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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4 08:00:58 *.154.223.199

루 살로메 이름을 여러번 들었어요.

양모이면서 소울메이트인가 생각하며 읽었어요.

결혼을 한 클라라와는 어떤 관계였을까 궁금하네요.

다음 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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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4 08:56:36 *.216.38.18

아마 루 살로메에 대한 이야기는 '니체'를 공부하시면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문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미스테리한 여인이었죠. 마치...'신비의 세계 서프라이즈'에 나오면 딱 어울릴만한 그런 인물이죠?.. ㅋ

 

역시, 예리하시네요, 콩두님! 맞습니다! 저 또한 클라라와 루 살로메의 관계가 몹시 궁금합니다. 자료도 많지는 않지만 몇가지 검색했고요.. 다음편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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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4 16:33:11 *.1.160.49

제 느낌에도 릴케와 루는 연인관계라기 보다는 사제지간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근데..그의 편지에 엄청난 위안을 받긴 했는데..

이 사람 '행복'했을까요?

내 아들이 그와 같은 길을 택한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물론 엄마가 뭐라고 하던 제 갈길을 가겠지만

그래도 엄마입장에선 왠지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어

저도 모르게 뭐가 문제였던 걸까를 찾게 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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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4 18:02:23 *.216.38.18

그들이 행복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인것 같고요..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던 릴케의 경우,

어머니에 대한 반항심의 일종으로 다른 여성들에게서 모성을 찾은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문헌을 보면 그들의 관계는 분명히 그의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것 같고요... 

놀라운 것은 루 살로메가 쓴 책이 있다는 것! 이제 그 베일을 벗겨 봅니다. ㅋㅋㅋㅋ

그런데, 리딩 텍스트가 너무 많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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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4 21:59:15 *.226.203.112
그러게요. 회사일하시랴 아빠하시랴 정신없으실텐데...괜찮으시겠어요?

글구 제 리뷰는 북리뷰 게시판에 올릴께요. 그편이 더 어울리는 듯 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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