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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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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4일 09시 50분 등록

어려서 고향을 떠나서 살아서 한동안은 그곳이 낯설었는데, 지금은 고향이 참 편안합니다. 명절 때마다 들러서 먹고 놀고 이야기하는 것을 오래하다보니 별일 없으면 명절 때 다시 보게 됩니다. 어른들은 음식을 앞에 두고 손자 서후가 어린이집에 가는 날 바로 짱을 먹었다는 둥, 태풍에 비늘하우스가 부서졌다는 둥, 둘째가 애를 베어 이번엔 올 수 없었다는 둥, 장흥으로 시집간 정숙이네 시부모가 물고기를 많이 보내왔다는 둥의 이야기를 합니다.  혹은 민화투를 치며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습니다. 새벽 세시에 설풋 잠이 깨어 화투를 치며 나누는 이야기 소리를 들었습니다. 문득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굵직굵직한 사건과 TV에서 본 몇가지 농담을 섞어 가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바로 가족들이 친척들이 친해지는 시간이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매 명절 때마다 윷놀이판이나  민화투판을 벌여 안에서 놀고, 삼겹살이나 굴을 사다가 마당에다가 판을 벌려서 불옆에 앉아서 놀게 만듭니다. 저는 그저 그속에 끼어서 놀다가 옵니다.

  

명절 동안 고향집에서 밥먹고 어른들과 함께 산에가서 꾸지뽕 따고 동생내외와 조카들과는 강천산을 둘러 보고는 시간을 한가하게 흘려 보냅니다.

 

아버지께서는 젊어서 고향을 떠나서 살면서 그 그늘을 벗어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저 또한 취직을 하면서 혼자 자취하면서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봅니다. 일 년에 몇번씩 고향에가서 어른들을 뵙고, 친구들과 막역하게 산을 쏘다니며 밤을 줍고 토끼를 잡고는 별 것 아닐 것 같은 것들 하면서 마음에 허한 것들을 채워가며 살았나봅니다.

 

경제적으로는 벌써 독립했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직 제대로 독립해 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향집 감나무 그늘을 벗어나,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이런 게 내 삶이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살고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가고픈 마음이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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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5, 2012 *.197.129.192

그림이요, 어렸을 적 우리 시골집이랑 너무 똑같애요.

뒤안에 있던 감나무랑 무쇠 가마솥하며, 강아지도...(강아지 맞지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인데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라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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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06, 2012 *.61.23.211
햇살가루님, 전 행복한 날을 상상할 때 솥들고 물가에 나가서 음식 해먹는거 하구요, 집안에서 식구들이 음식먹는 거예요.
무쇠솥 걸고 가족을 먹을 국을 몽땅 한솥 끓일 때, 아이들의 불질(?)이 재미나지요. 불질이 날로 늘어서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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