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꿈벗

‘나를

2012년 10월 4일 12시 56분 등록

추석 당일 놀이동산을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아이들과 놀이동산을 한 번도 다녀오지 않은 미안함이 밀려와 자연에서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무작정 출발했습니다. 고향에 다녀오신 분들과 성묘가시는 분들로 인해 도로는 주차장으로 둔갑해, 40분이면 가는 거리를 3시간이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연례행사로 놀러가는 놀이동산이지만 제물만난 물고기처럼 뛰어다니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연휴라 놀이동산안에는 수많은 인파가 있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은 동양인인 저보다 더 짙은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동남아랜드라고 해도 불러도 될만큼 외국인 노동자들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아 놀이기구를 타려면 30분은 기본으로 줄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외국인 친구들은 질서 개념이 무디긴 무뎠습니다. 잠시의 틈이 생기면 중간으로 끼어들고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웃어댔습니다.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제 앞으로 조금의 공간이 생기니 20대 초반의 외국인 아가씨 둘이 끼어들었습니다. 아들녀석은 긴 행렬에 지친듯이 '왜 저 사람들은 줄을 안 서?'라고 묻기에 잠시 고민했습니다. 성질같아서는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다 큰 성인이 얼마나 빨리 타고 싶었으면 끼어들기를 했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타지에 와서 오랜만에 경험하는 꿀맛같은 휴가인데 제가 화를 낸다면 그들의 하루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직장에서 이미 많은 욕을 먹으며 지냈을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욕을 많이 먹었을테니 우리나라말로 욕을 하면 알아 들을거 같아 그들의 끼어들기를 막아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아들녀석에게는 어떻게 설명할지 막막해졌습니다. 그들을 동정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고, 욕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다려봤자 3분정도 더 기다리면 되는데, 기다려줄 수 있어?'라고 했더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는 아들이 참으로 이뻤습니다.

 

그들의 하루가 웃음이었기를 바랄뿐입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 웃으면서 보냈으면 그만입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핏대를 세울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 때문은 아니지만 그 장소와 시간에 저는 웃고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IP *.242.48.3

프로필 이미지
2012.10.07 23:18:15 *.41.83.203

우리나라도 여타 선진국처럼 이민족과 화합하여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시대 입니다. 그들도 놀이 공원에서 "줄 선다"는 것을 알텐데, 서글픈 현실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2.10.09 10:11:20 *.242.48.3

그들이 웃는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웃는 날이 쌓이고 쌓이면 그들이 달라질꺼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3 [화요편지]자신을 포장하는 것 [2] 햇빛처럼 2012.04.10 2392
212 [수요편지] 꿈 준비 인생 [2] 탑거인 2012.04.11 2252
211 [목요편지] 여행 [2] 깊고맑은눈 2012.04.12 2254
210 [금요편지] 나는 왜 쓰겠다고 했을까? [8] 쇠북 2012.04.13 2244
209 [월요편지] 모닝 페이지와 저의 새벽.... [1] 새벽산책 2012.04.15 2256
208 [화요편지]부전자전. [1] 햇빛처럼 2012.04.17 2239
207 [꿈벗 37기] 첫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요! [3] 라비나비 2012.04.17 2254
206 [수요 편지] 나에게 하는 약속 [1] 탑거인 2012.04.18 2374
205 그 시간, 그 곳, 그 사람들에게로 향하다. [6] Ganadi 2012.04.18 2615
204 [목요편지] 봄꽃과 땡땡이 [6] 깊고맑은눈 2012.04.19 5805
203 금요편지[오만과 편견] [2] 효인 2012.04.20 2309
202 떡 - 김영태 file LittleTree 2012.04.20 2915
201 [월요편지] 말하는대로..... [1] 새벽산책 2012.04.22 2474
200 [화요편지]망미역(望美驛) [1] 햇빛처럼 2012.04.24 2758
199 [수요편지] 숲을 기다리며 [2] 탑거인 2012.04.25 2265
198 아름다운 봄날 - 결혼을 앞둔 벗 승완에게 [1] LittleTree 2012.04.25 2530
197 [목요편지] 사랑한다 말해보세요 file 깊고맑은눈 2012.04.26 2544
196 [금요편지] 봄 빛 [1] 효인 2012.04.27 2500
195 [월요편지] 꿈벗 소풍을 다녀와서... file [1] 새벽산책 2012.04.30 2344
194 [화요편지]성장이란 file 햇빛처럼 2012.05.01 2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