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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8일 06시 51분 등록

기억꿈사상, 카를 구스타프 융, A 야페 편집, 조성기 옮김, 김영사

 

 

1.   저자에 대하여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저자 조사를 따로 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사람인지는 자신이 직접자신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읽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 이 사람 카를 구스타프 융은 아니다. 독특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좀 미안해진다. 그가 평생 감내했을 외로움에 한 숟갈 더하는 듯 해서. 그는 자서전 내기를 꺼렸다. 자신의 학문적 저작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죽은 후에 공개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리고 참으로 당황스럽게도 이것은 외적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내적사건의 기록이라고 초장부터 엄포를 놓고 있다. 자서전을 읽어봐도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을 소개할 때의 상식적인 외적 사건을 알 수가 없단다. 어제는 어떤 노총각의 신상명세를 들었다. 가을 타느라 센티멘탈해진 그에 대해 애정을 가진 소개자는 그가 착한사람 임을 강조했다. 답답했다. 그를 어떤 아가씨에게 소개를 하자면 최소한의 정보가 필요하다. 나이는 몇 살이고, 어디 살고, 직업과 학력, 간단 호구조사, 경제력까지 알면 좋다. 저자조사는 그래서 외적사건에 주력한다. 융이 동시성, 원형, 집단무의식에 대해 말한 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했다면 융은 그걸 더 깊이 파 내려간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MBTI를 공부하면서 그 성격유형론이 융의 이론에 기반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정신과의사였다.

 

태어난 곳과 연도, 부모, 공부는 어떻게 했고, 아내와 자식들, 제자들과의 관계, 저서는 무엇일까? 책의 왼날개를 읽으며 내가 궁금했던 것의 답을 적어 넣는다.

 

1)스위스 북동부 케스빌에서 1875년 태어났다. 1961 85세를 일기로 퀴스나흐트에서 죽었다.

2)아버지는 목사였고, 어머니는 목사집안에서 태어난 여자였다.

3)공부한 과정

바젤 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뒤 취리히대학교 부설 부르크휩츨리 정신병원에서 심리분석치료를 통해 자신의 정신치료법을 확립했다. 그 과정에서 당시 학계에서 외면당하고 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연구를 이해하고 확증했으며 1907년 이후에는 공동작업을 하기도 해 프로이트의 후계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성격과 견해 차이로 인해 5년만에 결별했다. 프로이트와 결별한 후 융은 어린시절부터 경험한 강렬한 꿈과 환상 등 자신의 신비한 경험을 집중적으로 기록하고 연구하면서 신화와 역사, 연금술 등에 심리학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서 집단무의식 이론이 나왔는데 이 개념은 원형이론과 결합되어 종교심리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융의 업적은 오늘날 심리학 뿐만 아니라 종교와 문학 등 인문 전 분야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년에 융은 역사를 꿰뚫어보는 시사논평으로도 명성을 얻었다.

4) 저서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

자아와 무의식의 관계

황금꽃의 비밀

정신의 에너지에 대하여

심리학과 종교

심리학과 연금술

아이온

욥에의 회답

인간과 상징

 

불충분하다. 매우 부족하다. 아내와 자식들, 제자들과의 관계는 나와있지 않구나. 궁금한 사진은 부모와 여동생까지 있는 융의 원가족 사진, 융에게 이승의 발판이 되어주고, 그의 아니마 영역을 담당해주었던 융의 아내와 다섯 자녀들 사진과 살림집, 융의 다른 아니마 영역을 담당했던 그의 애인들과 그가 함께 있는 사진, 그리고 평생 지기였던 친구와 찍은 사진이다. 볼링겐의 돌탑은 사진을 봤다. 다음을 기약한다. 나머지 외적사건들을 채워넣는 내적사건은 이 자서전을 읽으면서 알아가면 되는구나.

 

어쩐 일인지 귀에 익은 옮긴이 조성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나온다.

 

1592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서울법대를 졸업했다.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시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초한 논문 <삼위일체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로 학위를 받았고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응용한마음의 비밀강연회를 학교, 기업, 각종 단체 등에서 수십 차례 개최했다. 1971년 소설 [만화경]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으며, 1985 [라하트하헤렙]으로 제9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함으로써 창작활동을 재개했다. 1991년 중편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제 1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야훼의 밤], [왕과 개], [통도사 가는 길], [욕망의 오감도], [우리 시대의 사랑],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등 다수의 소설을 발표했다. [한경직 평전], [유일한 평전]을 저술했으며 번역서로 [삼국지 (10, 모종간)], [악마를 찾아내는 46가지 방법] [예수의 일기] 등이 있다. 현재 숭실대 문예착작학과 교수로 있다.

 

옮긴이의 약력도 만만치 않다. 법을 전공했는데 신학대학원을 나왔고, 종교색이 있어 보이는 제목의 소설을 다수 썼고 문예창작학과 교수란다. 그가 융의 자서전을 번역한 게 어울린다. 

 

 

2.   내가 저자라면

 

1)  뼈대와 목차

 

유년시절, 학창시절, 대학시절은 융이 직접 썼다. 뒤의 말년의 사상도 그렇다. 나머지는 편집자인 야페와의 대담을 통해서 그녀가 묻고 그가 대답한 걸 정리한 후 융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옮긴이 서문자서전 문학의 백미

프롤로그신화는 과학보다 정확하다.

 

일생을 사로잡은 꿈 (유년시절)

검은 옷을 입은 남자 / 불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이제 반항아가 가까이 오도다 (학창시절)

신경증 발작을 일으키다 / 너는 누구냐 / 자연과 사원 / 두 인격의 어머니 / 악의 기원 / 칸트와 쇼펜하우어를 읽다. / 자연과학 vs 신의 세계

아름다운 시간들 (대학시절)

파우스트와 요한복음 / 아버지의 죽음과 궁핍한 생활 / 차라투스트라는 니체의 파우스트 / 정신의학에서 길을 찾다

상처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환자들 / 꿈의 분석 / 집단무의식의 원형에 대하여

프로이트와의 만남

이론적인 불화 /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

내 안의 여인 아니마

신화와 환상 / 필레몬과의 대화 / 죽은 자를 향한 일곱 가지 설법

연금술을 발견하다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 성배전설과 동물 상징

, 내 가슴에 두 영혼이 살고 있다.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곳 / 카르마

여행

북아프리카, 순진한 인류의 청소년기로

푸엡믈로 인디언, 자기 자리에 있는 사람들

케냐와 우간다, 아프리카의 고독을 겪다

인도, 이방의 문화에서 유럽의 뿌리로

라벤나와 로마, 보이는 환상과 보이지 않는 실재

환상들

생의 한계점에 이르러 / 융합의 신비

사후의 삶에 관하여

꿈과 예감 / 신화,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 / 단일성과 무한성

만년의 사상

대극의 통합을 위하여 / 원형, 그 역동적인 에너지 / 그런데 사랑이 없으면

회고

비밀로 가득 찬 세계 / 모든 사람이 명석한데 나만이 흐리멍덩하구나

 

편집자의 말 - A 야페

카를 구스타프 융 분석심리학의 개념 및 용어

찾아보기

 

2)  장점과 보완점

(1) , 환상, 동시성의 예가 풍부하게 나와 있다. 인류의 인식의 범위를 넓히는 파이오니아의 발자취를 보면서 황홀하였다. 처음에는 그가 보는 환상과 꿈을 주황색과 그린색으로 표기를 해 볼까 싶었다. 그만큼 많은 것들이 나온다. 그래서 그는 외로왔다. 그가 외로움을 감당하면서 자신을 통해 알려지는 것에 yes 하면서 따라가고 그걸 드러내었기 때문에 인류 전체가 이득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원형, 집단무의식 개념을 처음 발견한 이의 모험담이 나와 있다.

(2)  신에 대한 충심을 알 수 있다. 나는 비기독교인이지만 그가 서너살 무렵에 꿈으로 꾸고 예순여섯살이 될 때까지 비밀로 간직했던 남근상 꿈, 그가 가진 신에 대한 의문을 포기하지 않고 잠잠히 참구해나간 것은 대단한 정진력이었다.  

(3)  문장이 아름답고 독특하다. 그의 문장의 독특함은 아마도 그가 직접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또한 오랫동안 그의 항아리 안에서 숙성된 것이어서 이리라. 문장이 아름답기 보담은 그의 생각방식이 아름다운 것 같다.

(4)  보완점이라기 보담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거니 한다. 너무 어렵다. 특히 그가 직접 썼다는 만년의 사상 편 (대극과 통합/ 원형, 그 역동적 에너지)이 어려웠다. 

(5)  외적사건 중 중요한 부분, 결혼 아이들에 대한 것이 빠졌다. 그들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일테지만 한 사람의 일생에서 아주 중요했을 이런 부분이 모두 빠져있어서 아쉬웠다.

(6) 분석심리학 용어 해설을 맨 뒤에 붙여 두었다. 저 부록은 출판사(김영사)의 독자 배려로 보인다. 융은 자유롭게 말했다. 이 책을 편집한 야폐는 그 자신이 융의 제자이며 비서이며 심리학자였다. 일반 독자에게는 분석심리학의 개념 이해를 전제한 말이 솔찮이 매설되어 있는 길을 걷는 거다. 친절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7) 나는 이왕이면 번역자 조성기씨 같은 고급 자원을 더 활용했으면 싶었다. 그는 융의 분석심리학 개념을 가지고 신학대학원의 석사학위 논문을 썼고, 종교적인 내용을 다룬 소설을 써서 이상문학상과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그가 평전을 쓴 이가 정확히 뭔 일을 했는 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기독교사에서 울림이 큰 목사님 이름인 건 안다. 그에게 분석심리학 용어 뒤에 융에 대해 읽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를 두어 쪽 덧붙이도록 했으면 어떨까? 전문 연구자의 것 말고 딱 일반독자의 수준에 맞는 옮긴이 버전의 것으로. 번역자에게 원고료를 더 주면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그의 대표 저서는 뭐 뭐고, 그의 만다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은 융의 책 뭐와 다른 연구자 책 뭐를 추천한다. 원형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누구 책을 읽고, 대극의 화합 어쩌고를 더 알고 싶으면 그것에 대해 다룬 책은 뭔데 내가 읽어본 것 중에는 이게 최고다. 이건 내용은 좋은데 좀 많이 어렵더라, 융의 사랑과 연애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뭐를 보라.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도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자서전인데 내적사건을 주로 다뤘는데도 한 사람 인생의 중요한 부분인 사랑과 결혼, 그리고 프로이트와 대학시절 죽마고우 말고는 관계와 사귐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가 주마간산식으로 훑은 저서에 대한 것, 그리고 그의 사상에 대한 것은 어렵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무식한 내가 그의 전집을 읽으려 들기는 그렇다. 이 자서전은 내적사건을 주로 다루기로 했으니까 제 임무는 완수를 했다. 하지만 다른 걸 궁금해하는 나 같은 완전 융 초심자 또는 첫거래고객에게는 융과 놀았던 경험이 더 많은 옮긴이의 한 마디가 얼마나 소중하겠나? 게다가 그는 밤새워 번역을 하는 일을 했다니 이 작업이 대단히 재미가 있었던 사람이다.

 

3) 감동적인 장절 50

(1) 그의 일생을 지배했던 유년시절의 꿈을 보면서 나의 유년시절을 회상해본다. 그는 이 꿈을 아내와도 나누지 못하고 예순다섯까지 비밀로 간직한 채 추구해갔다. 화두를 잡고 있는 수행자처럼 평생 참구했다. 그건 새로운 세계로 그를 이끄는 마스터키와 같았다. 그의 고독이 아름답고 고맙다. 인신공양 아름다운 불빛을 쪼이며 나의 유년에도 이런 꿈이 있었던가 생각해본다. 

31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최초의 꿈을 우연히 꾸었다. 그 꿈은 이를 테면 일생 동안 나를 사로잡았다. 그때 나는 서너 살이었다.

목사관은 라우펜성 근처에 홀로 외롭게 서 있었다. 교회 관리인의 농가 뒤쪽으로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꿈에서 나는 그 초원에 서 있었다. 한순간 나는 거기서 테두리가 쳐져 있는 컴컴한 직사각형 구멍이 땅바닥에 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 그 구멍으로 다가가서 그 아래를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돌계단이 저 밑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무서운 마음으로 머뭇거리면서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밑바닥에는 녹색 커튼으로 가려진 둥근 아치형 문이 하나 있었다. 그 커튼은 방직된 직물이나 수놓은 비단으로 만든 듯 크고 묵직하여 무척 호화로워 보였다. 그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나는 커튼을 옆으로 밀어젖혔다.

희미한 빛 가운데 길이 10미터 가량 되는 장방형 방이 눈에 들어왔다. 둥근 천장은 돌들로 꾸며져 있었고 바닥 역시 포석들로 덮여 있었다. 중앙에는 붉은 양탄자가 입구에서 낮은 단까지 걸려 있었다. 단 위에는 말할 수 없이 화려한 황금보좌가 놓여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붉은 방석이 보좌에 놓여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웅장한 보좌로 동화 속 임금의 보좌 그대로 였다.

그 위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그것은 천장에 거의 닿을 정도로 거대한 형상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나무기둥인 줄 알았다. 그 직경은 50~60센티미터 가량 되고 높이는 4~5미터쯤 되었다.

그 형상은 기묘하게 조립되어 있었다. 피부와 살아있는 살로 만들어졌으며, 꼭대기에는 얼굴도 머리칼도 없는 둥근 공 모양의 머리 비슷한 것이 붙어 있었다. 다만 정수리에 눈이 하나 있었는데 그 눈은 미동도 하지 않고 위쪽만 응시하고 있었다.

창문도 없고 빛도 들어오지 않는데 방은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그 형상의 머리 위에는 어떤 밝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 형상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도 어느 순간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보좌에서 내려와 나에게 기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두려움에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 견딜 수 없는 순간에 어머니의 목소리가 갑자기 바깥에서인 듯 위에서인듯 들려왔다. 어머니가 외쳤다. “자 그를 좀 보라구. 저것이 사람을 잡아 먹는 것이야.”

 

35 그것은 내가 구하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주어진 무시무시한 계시였다.

 

83 남근상에 꿈에 관해서는 내가 예순다섯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이야기했다. 다른 체험들은 아마 아내에게 말했을 것이나, 그것도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어린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이것들에 관한 엄격한 금기가 있었다. 나의 청년시절 전체는 그 비밀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비밀로 인하여 나는 거의 참을 수 없는 고독에 빠졌다. 오늘날 생각해보니 누군가에게 그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낸 것이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여겨진다. 이와 같이 세계에 대한 나의 관계는 이미 그 당시에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형성되었다. 오늘날에도 나는 외롭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 대부분 도통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들을 내가 알고 있고 그것을 암시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2)  1인격, 2인격의 묘사가 재미있다. 특히 아들이 어머니의 제2인격을 분리해서 듣고 관찰하는 게 즐겁다. 이 사람이 특별히 예민해서 그걸 알아챌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외적인 인격과 속사람의 인격이 다를 때가 있다. 융은 어릴 때부터 알고 있던 제2인격을 니체는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의 제 1인격과 제2인격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숙제를 준다.  

91 나의 전 생애에 걸친 제1인격과 제2인격 간의 대립은 일반적으로 의학에서 말하는 그런 분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와 반대로 그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종교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제2의 인격, 즉 내적 인간에 대해 말해왔다. 2의 인격은 내 인생에서 주역을 맡았으며 내부에서 나에게로 다가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했다. 2의 인격은 전형적인 형상인데도 대개 의식이 가진 이해력으로는 사람이 제2의 인격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91 나의 전 생애에 걸친 제1인격과 제2인격 간의 대립은 일반적으로 의학에서 말하는 그런 분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와 반대로 그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종교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제2의 인격, 즉 내적 인간에 대해 말해왔다. 2의 인격은 내 인생에서 주역을 맡았으며 내부에서 나에게로 다가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했다. 2의 인격은 전형적인 형상인데도 대개 의식이 가진 이해력으로는 사람이 제2의 인격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3) 대학전공을 결정하게 하는 두 가지의 꿈이 재미있다. 그는 자연과학 쪽을 선택한다. 나중에 정신과를 선택하게 되는 계기 또한 그의 표현에 의하면 ‘계시’라는 우연에 의해서다.

164 나는 두 개의 꿈을 꾸었다. 첫번째 꿈에서 나는 라인강변을 따라 펼쳐진 울창한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작은 언덕처럼 생긴 봉분으로 올라가 그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 뒤 놀랍게도 나는 선사시대 동물의 뼈와 맞닥뜨렸다. 이것이 나의 흥미를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그 순간 나는 자연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그리고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 두번째 꿈을 꾸었는데 이번에도 나는 숲 속에 있었다. 숲 속에 수로가 뻗어 있었고 가장 음침한 곳에 빽빽한 덤불 숲으로 둘러싸인 둥근 연못이 보였다. 그것은 둥글게 생긴 동물이었는데 다채로운 색깔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고 무수한 세포 혹은 촉수처럼 생긴 기관들로 형체가 이루어져 있었다. 직경이 약 1미터나 되는 거대한 방사선충이었다. 이 장엄한 생물이 맑고 깊은 물 속 은밀한 장소에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누워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말할 수 없이 놀랍게 여겨졌다. 그것이 나의 지식욕을 강하게 불러일으켰고,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깨어났다. 이 두 개의 꿈이 나로 하여금 자연과학 쪽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밀어붙이는 바람에 그 점에서는 나의 회의가 사라졌다.

 (4) 여행지의 기록이 아름답다. 특히 태양이 떠오른 직후의 아프리카의 모습, 도시에서 있었던 박람회에서 보고 여행을 작정했던 아프리카의 기록이 그러했다. 내 마음이 울리는 여행지에 대해 생각하는 숙제를 준다.

475 많은 종족들이 아디스타를 숭배하고 있다고 했다. 아디스타는 처음 떠오른 순간의 태양의 가리키는 말이다. 오직 그 순간에만 태양은 뭉구신이 된다. 붉고 푸른 서쪽 하늘에 처음 나타난 가느다란 황금빛 초승달도 신이다. 그런데 오직 그 순간에만 신이고 다른 때는 아니다.

엘곤의 의식에서는 일출 순간 신성시되는 태양에의 봉헌이 분명 중요한 것이다. 봉헌하는 것이 침이면 그것은 원시적 관념으로는 자기 자신의 마나, 즉 치유력과 매력과 생명의 힘을 포함하고 있는 물질이다. 봉헌하는 것이 입김이면 그것은 로호, 즉 아랍어로는 루흐, 히브리어로는 루아흐, 그리스어로는 프뉴마라고 하는 바람과 혼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행위는 나는 신에게 나의 살아있는 혼을 들립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된다. 그것은 행위로 표현하는 말없는 기도로 이렇게 말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주여, 당신의 손에 나의 영혼을 맡기나이다.”

보고 싶다. 나도 숭배하고 싶다. 아침마다. 3-7 마음의 마라톤 풀코스가 끝나면 아침마다 새로 돋는 태양을 예배하러 산책을 나가고 싶으다. 생각났다. 내가 잃어버리고 있던 것, 나는 연구원 면접여행에서 수우족 인디언 노랑종달새의 노래를 외웠다. 그 시처럼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노을을 보러가지도, 해뜨는 것을 보러가지도 않았다. 융 덕분에 그게 생각났다. 다행이다.

 

477 일출 직후에 나는 늘 야외용 접이의자를 우산아카시아나무 밑에 갖다놓고 그 위에 앉아 있곤 했다.

 

478 그 순간 나는 어느 사원에 들어와 있는 듯이 여겨졌다. 그것은 하루 중에서 가장 거룩한 시간이었다. 나는 이 장엄한 광경을 식을 줄 모르는 감격으로 아니 더 낫게 표현한다면 무궁한 황홀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해뜰 때 달리고 싶은 이유다.

 

453 내가 런던에서 웸블리 전람회를 찾았을 때 영국 통치하에 있는 민족들의 빼어난 전시물은 나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나는 가까운 장래에 적도아프리카를 여행하리라 마음먹었다.

박람회를 보았기 때문에 적도아프리카 여행을 꿈꿀 수 있다. 그러니 나도 이런 박람회에 가자. 아티스트 데이트의 내용! 책읽기는 놀 궁리를 풍부하게 한다.

(5) 어린시절의 놀이(탑쌓기, 돌놀이)를 하면서 자신을 잊고 많은 저작을 냈다. 그가 만들어가던 고성의 사진을 보았다. 나도 어린 시절에 하던 놀이를 재현해 보고 싶어졌다. 그러면 나에 대해서 많은 걸 알게 될 것 같다.

404 처음부터 탑은 나에게 성숙의 장소였다. 즉 그 안에서 내가 현재의 나, 과거의 나, 미래의 나로 다시 존재할 수 있는 자궁, 모성적 이미지의 장소였다. 탑은 내가 돌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것은 미리 예감했던 것의 실현, 즉 개성화의 표현으로 여겨졌다. 청동보다 오래갈 기억의 징표였다. 그것은 나의 존재에 대한 긍정처럼 느껴져 나에게 유익한 영향을 끼쳤다.

423 볼링겐에 있는 나의 탑에서는 사람이 마치 수백 년을 사는 것처럼 산다….16세기 사람이 그 집으로 이 사왔다면 그에게 새로운 것은 단지 석유등잔과 성냥일 것이다. 그 밖의 것은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거기에는 죽은 자들을 괴롭힐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전깃불도 없고 전화도 없다. 내 조상들의 혼도 그러한 영적 분위기를 통하여 환대를 받는다….마치 수세기에 걸친 조용한 대가족이 그 집에 모여 살고 있는 것 같다. 거기서 나는 2의 인격안에 살면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생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6) 융의 만다라에 대한 글을 읽으며 나의 만다라를 모아서 그 의미를 새겨보고 싶어졌다. 나도 꿈에서 둥근 원형 형상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런 일종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 – 칼럼 내용으로 다루기

356만다라가 참으로 무슨 의미인지 나는 차츰 깨달아갔다. ‘형성, 변환, 영원한 마음의 영원한 재창조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즉 인격의 전체성이었다. 모든 것이 잘돼가면 조화로우나 자기기만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의 만다라 그림들은 날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자기 상태와 연관되는 암호 같은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자기, 즉 나의 전체성이 활동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처음에는 만다라 이미지들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중요한 표지로 여겨졌고, 나는 그것을 값비싼 진지 다루듯 했다. 나는 그것이 어떤 핵심적인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꼈고, 그 기간에 자기에 관한 생생한 개념을 얻게 되었다.

(7)  환상, 꿈 등 무의식 세계를 다루는 융 자신이 가설한 이승의 발판에 공감갔다. 하루키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가 달리는 이유가 바로 홀로 있음이 주는 내상을 치료하고, 세계와의 연결을 복원하기 위해서라고 읽었다. 카메론도 작가들에게 신체적 활동이 필수적인 이유를 비슷하게 설명했다.  

 346 환상에 관한 작업을 하던 바로 그 무렵, 물론 나는이승에 발판이 필요했다. 그것은 가족이며 직업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그 낯선 내면세계에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대극으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었다. 가족과 직업은 내가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기반으로 남아 있었고, 그것은 내가 실제로 현실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임을 증명했다.

무의식 내용은 나를 정상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가족과 내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 사실들이란 내가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고 환자를 도와주어야 하며, 내게는 처와 다섯 아이가 있고 퀴스나흐트 제슈트라세 228번지에 살고 있다는 등이었다.

 

(9) 오래된 집에서 손수 장작을 패고 핸드펌프로 물을 긷던 모습. 요즘 같은 때에는 어쿠스틱 라이프가 아닌가? 장작불을 들여서 군불을 때는 집에 대한 것, 해지면 자고, 해뜨면 일어나서 일을 하는 땅집에 대한 로망이 내게도 있다. 이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싶어진다.

 

405 나는 전기를 쓰지않고 벽난로와 화덕에 손수 불을 지폈다. 저녁에는 옛날 등잔에 불을 붙인다. 수도도 없이 나는 펌프로 직접 물을 긷는다. 장작을 패고 음식을 요리한다. 이런 단순한 일은 사람을 단순하게 만든다. 그런데 단순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볼링겐에서는 고요함이 나를 에워싸고 사람은 경험하기 그지없는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산다. 수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생각들, 그에 따라 먼 미래를 내다보는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여기서는  창조의 고통이 완화되며 창조성과 유희성이 거의 하나로 어울린다.

 

(10) 푸에블로 인디언이 태양을 보면서 뭐라 했던 장면, 융의 경탄 섞인 해석 말고 그 장면 묘사 자체

 

450 “당신들의 종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 전세계에 이로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거요?”

물론이오! 우리가 그것을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뭐가 있겠소?” 그는 의미심장한 손짓으로 태양을 가리켰다….”우리는 세계의 지붕 위에 사는 민족으로 아버지 태양의 아들들이오. 그리고 우리의 신앙으로 날마다 우리 아버지가 하늘을 운행하도록 도와주고 있소. 우리는 이것을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위해서 하는 것이오. 우리가 우리의 신앙을 더 이상 활용하지 않으면 그때는 10년 안에 태양이 뜨지 않을 것이오. 그러면 항상 밤이 되고 말 것이오.” 그 순간 나는 인디언 남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젓한 자기확신감과 위엄이 어디서 나오는지 뚜렷이 알게 되었다. 그는 태양의 아들로서 그의 생명은 우주론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 그는 모든 생명의 아버지요 보존자인 태양이 날마다 떠오르고 지도록 돕고 있다. 우리가 이것을 우리 자신의 삶의 근거, 즉 우리의 이성이 짜내는 인생의  의미와 비교한다면 우리의 것이 얼마나 빈약한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1)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침묵을 지켰다. 그래서 더 외로와졌지만 밀봉, 봉인 안에서 썩지 않고 진주조개가 제 안에 품은 생채기를 씨앗, 핵으로 해서 진주를 만들어내듯, 된장간장김치장아찌가 항아리 안에서, 치즈와 와인이 지하저장고 선반 매그넘에서 숙성해 가듯 잉태해서 낳았다. 외로움을 견딘 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83 남근상에 꿈에 관해서는 내가 예순다섯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이야기했다. 다른 체험들은 아마 아내에게 말했을 것이나, 그것도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어린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이것들에 관한 엄격한 금기가 있었다. 나의 청년시절 전체는 그 비밀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비밀로 인하여 나는 거의 참을 수 없는 고독에 빠졌다. 오늘날 생각해보니 누군가에게 그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낸 것이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여겨진다. 이와 같이 세계에 대한 나의 관계는 이미 그 당시에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형성되었다. 오늘날에도 나는 외롭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 대부분 도통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들을 내가 알고 있고 그것을 암시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12) 자신의 인생을 외적사건이 아니라 내적사건으로 정의하는 이 사람, 유년, 학창시절, 대학시절 말고는 대부분이 꿈, 환상, 기억들로 인식하는 이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과의 끈을 갖기 위해서 직업, 가정, 개업병원을 가진 의사의 겉모습을 차렸다. 융의 선택이 퍽 실용적이다. 그래서 그가 말하던 은둔성자의 모습을 그가 구현했다. 은둔성자에 대해 생각해둔 건 대학에 들어가기 전의 일이었다. 이 은둔성자의 모습에 나는 끌렸다.

 

11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다.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은 외부로 나타나 사건이 되려 하고, 인격 역시 무의식의 조건에 따라 발달하며 스스로를 전체로서 체험하려고 한다.

 

13 언제나 나에게 인생은 뿌리를 통하여 살아가는 식물처럼 생각되었다. 식물의 고유한 삶은 뿌리 속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다. 지상에 드러나 보이는 부분은 단지 여름 동안만 버틴다. 그러다가 시들고 마는데 하루살이같이 덧없는 현상이다. 생명과 문화의 끝없는 생성과 소멸을 생각하면 전적으로 허무한 느낌을 받게된다. 하지만 나는 영원한 변화 속에서도 살아서 존속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감각을 결코 잃어버린 적이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사라져갈 꽃이다. 그러나 땅 속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엄밀히 말해 나의 생애에서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영원한 불멸의 세계가 무상한 세계로 침투했던 사건들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적 체험들을 주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나의 꿈과 환상들이 포함된다. 그것들은 동시에 나의 과학적인 작업에서 원재료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이글거리는 현무암 용암류와도 같아서 그것으로부터 가공될 돌이 결정되어 나오는 법이다.

 

14 사람들 역시 그 이름이 이미 오래 전부터 내 운명의 두루마리에 기입되어 있는 경우에만 나의 기억에 지워지지 않도록 깊이 새겨지게 되었다. 그러한 사람들과 아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동시에 일종의 기억상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14 젊었을 때나 그 이후에 밖으로부터 나에게로 다가와 의미를 가지게 된 것들도 내적 체험의 표지가 찍혀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인생의 복잡한 문제에 관해 내부로부터 해답과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그것들은 결국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아주 일찍부터 깨달았다.  

 

(13) 질문 가진 이의 보고, 아버지의 서재, 친척과의 주 1회 목요일 점심식사 자리. 이런 게 있으면 나도 좋을 것 같다. 나도 궁금한 것이 생겼었다. 17살 때인가? 어떻게 다른 이들은 자기를 미워하고 학대하지 않으면서 나아갈 방향과 살아가는 에너지를 낼까 정말로 궁금했었다. 내 생각에 종교를 가진 이들은 표정이 더 밝고, 빽을 가진 것처럼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종교 탐색을 시작했다. 그건 바로 아버지의 서가에 있던 빨강 성경책 세로줄로 씌어진 성경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책을 소중히 여기던 아버지는 서가를 시렁 위에 만들어 두었다. 본인이 직접 톱으로 자르고 못을 박아서 벽에다 두었고, 천장 바로 아래여서 책을 읽는 이와 세월, 공기 중 먼지 말고 다른 것들은 그 책을 만지거나 때를 묻힐 수 없었다. 신주단지보다 더 소중하게 취급되는 물건이었다. 스파게티집 소렌토에 가니까 그런 이탈리아 촌집에서도 그런 시렁을 만드는지 시렁 위에 꽃과 마늘묶음, 투명 병에 담긴 곡식들이 있었다. 지금 내가 읽게 되는 책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모두 인류의 스승들이다. 그런데 그저 책으로만 말고, 내가 직접 읽고 내 삶에 영향을 끼치도록 소화를 해서 적용을 해서 나와 관계를 맺는 책들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그토록 소중히 여기지 않고 있구나. 책을 잘 정리해두고 쓸고 닦으며 애지중지하고 책읽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이고 싶다. 그것을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이기를 바란다.

 

118 아버지의 서재에는 철학자의 책이 없었다. 그들은 따지면 생각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었다. 나는 1832년에 간행된 크루그의 <철학사전> 2판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는 즉시 신에 관한 항목을 읽기 시작했다. 불만스럽게도 그것은 신이라는 단어의 어원학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신은 이론의 여지 없이’ ‘선하다는 말에서 유래되었으며 지존자나 완성자라고 불린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기를 신의 존재는 증명할 수 없으며 신이라는 관념의 선재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버지의 서재, 소나무와 탑의 이야기, 또는 늦게 자라는 선인장의 이야기

 

140 김나지움에 다니는 동안 나는 매주 목요일 이 친척어른 집에서 점심을 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나는 점심뿐만 아니라 이따금 식탁에서 성숙화고 총명하고 지적인 대화를 들을 수 있는 다시없는 이점으로 인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것이 일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커다란 경험이었다. 내 주위에는 누군가가 학문적인 대상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은 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에게 그런 것을 요구해보기도 했으나, 아버지는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몇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나는 불쌍한 아버지가 내적인 의혹으로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피하여 맹목적인 믿음만을 주장했다. 그는 그 믿음을 쟁취해야만 했고 필사적인 노력으로 강요하려고 했다.

 

123 여기서 이야기하는 여러가지 내용은 한동안 오래 중단되기는 했으나 수년에 걸친 사색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 그것들은 오로지 나의 제2의 인격 안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그야말로 자못 비밀스러운 것이었다. 나는 이러한 것들을 조사하기 위해 아버지의 허락도 없이 그의 서재를 몰래 이용했다.

이 기간에 제 1의 인격은 게르스테커의 소설 전부와 영국 고전소설들의 독일어 번역판을 드러내놓고 읽었다. 나는 또한 우선 고전을 중심으로 독일문학을 읽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뻔한 사실들에 대해 불필요하게 장황한 설명을 함으로써 흥미를 잃게 한 책들을 빼놓고 읽었다. 나는 광범위하게 어떤 체계도 없이 희곡, , 역사, 그리고 나중에는 자연과학서도 읽었다. 독서는 재미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기분전환이 되도록 해 주었다.

 

(14) 자신의 저서에 대한 그의 태도가 드러난 문장. 그가 쓴 책에 대해서 마치 어느 날 시가 나를 찾아왔다.’ ‘어느 날 사랑이 나를 찾아왔다식으로 말한다. 그 저서가 자신을 드러내길 원해서 애초의 저자의 의도와 계획에 책이 순종하는 게 아니라 저자인 융을 움직여 나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저자가 되려고 하는데 나를 통해 생명을 얻고자 하는 책이 나를 통로로 쓰도록, 또는 나를 뭔가 쓸모가 있는 인류공동체 또는 생명공동체의 책 한 권을 잉태해 태어나게 하는 배가 되도록 추동하는 힘에게 순종하는 게 필요할 지 모르겠다. 허무맹랑한 상상이지만 결국 내가 나의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해야한다.

 

397 내가 여기서 나의 저술에 관해 개략적으로 살펴본 것은 물론 요약에 불과하다. 사실 더 많이 이야기하든가 아니면 더 적게 이야기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이 장은 내가 하는 다른 모든 이야기와 같이 즉석에서 말한 것이며 순식간에 생겨난 것이다.

나의 저술들은 내 생애의 정류장들이라 여겨질 만하다. 그것들은 나의 내적 발달의 표현이다. 무의식 내용을 탐구하는 일은 사람을 만들고 그에게 변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의 생애는 내 가 행한 것, 내 정신의 작업이다. 이것들은 하나하나 떼어놓을 수가 없다.

나의 모든 저술은 말하자면 내부로부터 부과된 과제인 셈이다. 그것은 숙명적인 강요로 이루어졌다 .내가 쓴 것은 내부로부터 나에게 엄습해 온 것들이다. 나는 나를 충동질하는 영혼으로 하여금 말을 하도록 허용했다. 그 글들은 내가 살아온 동시대 세계에 대한 보상을 나타내고 있다. 나는 누구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을 말해야만 한다. 그리하여 특히 연구 초기에는 완전히 외톨이가 된 느낌을 자주 받았다. 나는 사람들이 싫어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의식세계에 대한 보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5) 그가 휴가를 상상할 때 떠오르는 호숫가 장면이 재미있었다. 크로와상에 여러 가지 쨈을 발라 먹는 단순 소박한 일상이라니. 그런데 그걸 평생 동안 그 로망대로 살아본 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무엇을 휴식이라고 말하지?

 

150 나는 딱딱한 검은 모자를 쓰고 비싼 산책용 지팡이를 들고 사람을 압도하는 아주 우아한 루체른부두의 호텔 테라스나 비추나우의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정원에서 아침햇살에 빛나는 줄무늬 차양 아래 하얀 보가 덮인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누런 버터와 갖가지 잼을 바른 쿠루아상을 먹으면서 긴 여름날을 보내기 위한 휴가계획을 세운다. 커피를 마신 후에는 들뜨지 않고 차분한 걸음걸이로 기선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그 기선은 사람들을 고트하르트 쪽으로 데려가 꼬대기에 반짝이는 빙하가 덮여 있는 거대한 산들의 기슭으로 실어다 줄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수십 년 동안 내가 과로로 피곤해져 휴식처를 찾으려고 할 적마다 되살아나곤 했다. 사실 나는 이런 멋진 여행을 하리라 항상 되풀이해서 스스로 다짐했지만 한 번도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16) 그의 부모는 불화했다. 한편 어머니보다 상위에 서 있던 아이들이 어머니에 대해 가지는 우월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와 연관을 못 얻었다. 꼭 그런 영향은 아니지만 그의 여동생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이게 그의 결혼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이런 애착형성기, 양육 특징을 가진 이들의 배우자 선태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을까? 이걸 알게 된다고 해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걸 실제 사람을 가지고 살펴보는 게 전기 읽는 즐거움이지 않을까? 권선징악용 전기가 아니라 사람의 내면과 입체적인 여러 모습을 가진 면을 완비한 모습 말이다. 

 

102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일을 갑자기 알게 되는 일이 내 생애에서 자주 일어났다. 그 인식은 마치 나 자신의 착상인 것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그것은 어머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잘 몰랐으나, 그 목소리는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것 같았고, 그 상황에 들어맞는 내용을 정확하게 말했다. 어머니는 나를 실제 나이보다 훨씬 많은 것처럼 대했으며, 어른에게 하듯이 나에게 말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을 나에게는 모두 이야기했음에 틀림없었다. 어머니는 너무 일찍 나를 믿을 만한 친구로 만들어놓고 자신의 여러가지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배우자끼리 나누어야 할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불화하는 부부들이 종종 하는 일. 자식(딸이든 아들이든) 을 자신의 하소연 상대로 삼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 이러면 과부하가 걸리고, 그 아이에게 부모화가 일어난다. 아이는 아이 자리에 있는 게 합당한데 자식을 배우자나 친구의 자리로 올리고 있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동학대다.   

 

(17) 인생을 식물에 비유한 부분. 이것 말고도 그는 돌과 함께 식물에 대한 친화감을 자주 표현했다. 그 말들에 끌렸다.

 

13 언제나 나에게 인생은 뿌리를 통하여 살아가는 식물처럼 생각되었다. 식물의 고유한 삶은 뿌리 속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다. 지상에 드러나 보이는 부분은 단지 여름 동안만 버틴다. 그러다가 시들고 마는데 하루살이같이 덧없는 현상이다. 생명과 문화의 끝없는 생성과 소멸을 생각하면 전적으로 허무한 느낌을 받게된다. 하지만 나는 영원한 변화 속에서도 살아서 존속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감각을 결코 잃어버린 적이 없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사라져갈 꽃이다. 그러나 땅 속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엄밀히 말해 나의 생애에서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영원한 불멸의 세계가 무상한 세계로 침투했던 사건들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적 체험들을 주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나의 꿈과 환상들이 포함된다. 그것들은 동시에 나의 과학적인 작업에서 원재료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이글거리는 현무암 용암류와도 같아서 그것으로부터 가공될 돌이 결정되어 나오는 법이다.

(18) 타고나는 직관

101 나 또한 내 안에서 이러한 고태적인 성질의 어떤 요소를 인식한다. 그것은 사람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항상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닌 재능을 부여한다. 내가 어떤 것을 인지하고 싶지 않을 경우에는 물론 나 스스로를 속이고 보지 못하는 것처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 사물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인식은 본능에서 비롯되거나 타인과의 신비로운 교제에 기인한다.

그것은 비개인적인 관조행위를 통해 보는 배후의 눈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훗날 이상한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한번은 알지도 못하는 어느 남자의 인생사를 내가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아내 친구의 결혼식 때였다.

 

(19) 불완전한 자아를 가지고 신을 추정하는 오류

 

112 나는 나 자신의 자아와 유사하게 하느님을 상상하는 것에 대해 자못 심하게 반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직접적인 신성모독은 아닐지라도 지나친 오만이라고 여겨졌다. 자아라는 것은 나로서는 어쨎든 파악하기 어려운 사실로 보였다.

첫째로 나에게는 자아라는 요소에 서로 모순되는 두 개의 측면, 즉 제1의 인격과 제2의 인격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형태든 저런 형태든 자아는 뭔가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자아는 또한 온갖 자기기만과 오해, 기분, 감정, 열정, 그리고 죄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자아는 성공보다는 실패를 훨씬 많이 겪었다. 자아는 유치하고 허영심이 강하며, 이기적이고 고집이 세며, 애정결핍이며, 탐욕스럽고 공정하지 못하며, 민감하고 게으르며 무책임하며 그외 나쁜 것들 투성이다. 유감스럽게도 자아는 덕과 재능이 많이 결여되어 있었다. 나는 덕과 재능을 다른 사람에게서 보게 되면 시샘하면서도 경탄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하느님의 본질을 이런 자아와 유사하게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20) 식물 경탄

 

131 식물들은 무엇을 의도하는 일도 없었고, 이탈하지도 않으면서 신의 세계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표현했다. 나무들은 특히 신비로웠으며 나에게는 생명의 불가해한 의미를 직접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므로 숲은 사람들이 생명의 심오한 의미와 그 경이로운 작용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이와 같은 인상은 내가 고딕양식의 대성당들을 알게 됐을 때 더욱 심화되었다. 그런데 거기서는 우주의 무한함, 의미와 무의미의 혼돈, 주관 없는 의도성과 기계적인 법칙의 혼란들이 돌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21) 등불을 가지고 밤길을 가는 비유

 

169 이 무렵 나를 놀라게 하면서도 용기를 북돋워준 잊을 수 없는 꿈을 꾸었다. 어떤 낯선 거리에서 밤중에 나는 거센 폭풍을 맞받으며 힘들게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짙은 안개가 가득 끼어 있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꺼질 듯한 작은 등불을 들고 양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것은 내가 이 작은 등불을 살리느냐 살리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갑자기 내 뒤에서 뭔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뒤돌아보니 검은 형체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무서웠지만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나의 작은 등불을 밤과 바람을 뚫고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그 형체가 브로켄의 유령 (높은 산에서 비쳐오는 햇빛으로 관찰자의 그림자가 짙은 안개 속에서 비쳐보이는 현상)임을 즉각 알아차렸다. 그것이 소용돌이치는 안개에 내가 들고 들어가는 불빛으로 비친 나 자신의 그림자였다. 나는 또한 그 작은 등불이 나의 의식이라는 것ㄷ과 그것이 내가 지닌 유일한 빛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의 인식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위대하고 유일한 보물이었다. 그것은 어둠의 힘에 비하면 한없이 작고 약했으나 그래도 하나의 빛이었고, 나의 유일한 빛이었다. 

 

(22) 정신과의사가 제3자의 점검이 필요하듯 (특수)교사들도 이런 상담가가 있으면 좋겠다.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에 대한 돌봄이 전혀 없다. 또한 장애아 가족치료 이런 과목을 듣고 싶다. 또 한 분야는 전환기 (학교 급수를 이동할 때, 학령기에서 성인기로 진입할 때)에 도달해서 가족 전체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때 모시는 전문가.

 

253 모든 치료자는 제3자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다른 관점도 가지게 된다. 교황 자신도 고해신부를 두고 있다. 나는 분석가들에게 늘 이렇게 충고한다. “고해신부 역할을 해줄 아버지 같은 사람이나 어머니 같은 사람을 가지도록 하시오여성들은 그런 일에 대단한 재능이 있다. 여성들은 대개 뛰어난 직관과 정확한 비평력을 지니고 있으며 남자의 비밀스러운 의향을 간파할 줄 알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자의 아니마가 꾸미는 음모까지 꿰뚫어볼 수 있다. 여자들은 남자가 보지 못하는 측면을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남편이 초인이라고 확신하는 부인은 한 사람도 없는 것이다.

 

(23) 비전문가의 분석 꿈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그럼 꿈작업에 대한 나의 관심은 어떻게 발전시키지?

 

257 여기서 우리는 비전문가의 분석이라는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나는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정신치료를 배워서 시행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편이다. 그러나 잠재성 정신병의 경우에는 그들이 잘못 짚기가 쉽다. 그러므로 나는 비전문가가 분석가로 일하더라도 전문적인 의사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전문 분석가가 일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의문점이 생기면 즉시 전문의에게 문의해야 한다. 잠재성 정신분열증을 알아차리고 치료한다는 것은 의사들에게도 대개의 경우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비전문가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여러 해 동안 정신치료를 시행하고 스스로 분석을 받은 비전문가들은 그래도 뭔가를 알고 어느 정도 치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거듭 확인했다. 게다가 정신치료를 활용하는 의사들도 그 수가 결코 충분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직무는 아주 긴 기간의 철저한 수련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교양이 요구된다.

 

(24) 무엇이 너의 신화인가? 이것이 나의 5월 오프수업 숙제였다. 그때 내가 제출한 것이 정말 나의 신화인가?

 

316 너는 이제 신화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무의식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모든 문을 열게 되었다.’…’오늘날 인간은 어떤 신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너 자신은 신화 속에서 살고 있는가?’ ‘솔직히 말해 아니오. 나는 그 신화 속에서 살고 있지 않소.’’그럼 우리는 이제 아무런 신화도 가지고 잇지 않은 것이 분명하오’’그러면 무엇이 너의 신화인가? 너는 어떤 신화 속에서 살고 있는가?’

 

(25) 현실의 든든한 토대 학문과 가족, 직업, 나도 이런게 필요하다.

 

344 나는 그 많은 환상들이 든든한 토대를 필요로 한다는 것과 내가 우선 인간적인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현실이란 과학적인 이해를 의미했다. 무의식이 내게 가져다준 통찰을 통해 나는 구체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인생과제의 요점이 되었다.

 

347 나의 가족과 직업은 다행스럽게도 늘 현실감을 잃지 않게 했으며 내가 정상인으로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증해주었다.

 

348 우리는 그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정말이지 공기가 아주 탁했다. 그순간 나는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았다. 온 집안이 유령무리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들이 문 아래까지 서 있어서 숨이 막힐 지역이었다.

 

(26) 죽은 이들과의 교류로 불러주는 걸 받아 적는 일도 가능하구나.

 

349 내 안에서 생각들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생각을 사흘 저녁이 지나는 동안 써내려갔다. 내가 펜을 쥐자 마자 유령의 무리는 모두 사라졌다. 유령 사건은 끝이 났다. 방은 자시 조용해지고 대기는 맑아졌다.

 

(26) 나 밖으로 나가야 자신을 잘 알 수 있다. 이런 게 내게도 필요한다. 나는 내 세계에 갖혀 살아왔다. 이걸 어떻게 갖지? 연구원 과정도 이러하다. 책의 숲에서 길을 잃게 만든다. 변화나 성과가 가능한 1만시간의 첫 1천시간을 누군가가 강제해서 걷게 한다.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데 소리를 내려면 천 시간은 불어야한다고 했다. 그 천 시간을 지금 가고 있다.

 

441 비평의 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대상의 외부에 관점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 관점은 특히 그 성격상 어떤 다른 학문보다도 휠씬 주관적인 경향을 가진 심리학적 사항들에 아주 유용하다. 예컨대 우리나라를 밖에서 볼 기회를 한 번도 갖지 않는 다면 어떻게 우리나라의 특성을 인식할 수 있겠는가? 밖에서 본다는 것은 외국의 집단정신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데 이러한 동화과정에서 국가적 편견과 고유한 특성들로부터 연유한 온갖 부담되는 것들과 마주치게 된다. 

 

(27) 가슴으로 말하기, 잡념이 많고, 그것이 문제인 나 같은 사람에게 주는 힌트. 가슴과 삶으로, 몸으로 생각하기의 힌트를 준다.

443 나는 그에게 왜 백인이 모두 넋이 나간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그들은 머리로생각한 것을 말하오.” 나는 놀라서 물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니요? 당신은 어디로 생각하오?” “우리는 여기로 생각하오.” 그는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나는 오래 생각에 잠겼다.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가 진정한 백인의 모습을 나에게 묘사해준 셈이다.

(28) 아프리카 여자들의 여성성

 

467 여자는 샴바(단감자, 아프리가수수, 옥수수 등의 경작지)’와 소위 동일화되었다. 여자는 아이, 염소, 닭들을 데리고 있었는데 모두가 바로 그 둥근 오두막에 함께 살고 있었다. 그것이 여자에게 품위와 자기 확신감을 주었다. 여자는 강력한 동업자인 셈이었다. ‘여성의 평등권이라고 하는 것은 그러한 동반관계가 의미를 잃어버린 시대의 산물이다. 하지만 원시사회는 이기주의와 이타주의가 여자가 바라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충분히 잘 조절되고 있다.

옥수수여신은 풍요의 여신, 옥수수밭에서 성관계를 하는 꿈도 풍요의 의미인듯

 

469 여주인은 공공연히 아무 문제 없이 지금 여기 존재하는 자, 즉 남편의 진정한 임시 처소였다. 문제는 그가 여기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오히려 그녀가 자신의 전체성 속에 존재하면서 짐승떼와 함께 돌아다니는 남편의 자기장의 중심이 되고 있느냐 하는데 있는 것 같았다.

 

470 나는 백인여성의 남성화가 그녀들의 천연적인 전체성(샴바, 아이, 작은 가축, 자기 집, 그리고 부엌의 불)의 상실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 여성의 결립에 대한 보상이 아닌가, 그리고 백인 남성의 여성화는 여성의 남성화에서 야기된 후속결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자문해보았다. 가장 합리적이라는 국가들이 성의 차이를 가장 많이 소멸시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동성애가 맡은 역할은 대단하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모성콤플렉스의 결과이며 일부는 자연의 합목적적 현상(번식의 저지!)이다.

 

(29) 원님 잔치. 개별화의 완성된 형태 결혼의 상징

 

522 엄밀히 말하면 내가 그 축제 자체였다. 내가 결혼식이었다. 그리고 나의 지복은 그 축복된 결혼식이었다.

 

(30) 생의 한계에 이르러 환상을 볼 수도 있구나. 이것이 인류로구나. 나도 죽기 전에 이런 걸 경험할 수 있다.

 

513 1944년 초 나는 발이 부러지는 일을 당하고 이어서 심근경색을 일으켰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나는 헛소리를 하고 환상을 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내가 죽음의 위험에 직면하고 헤매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내게 산소와 장외를 흡입시켰을 즈음에 시작되었을 것이다. 환상의 이미지들이 너무 강렬하여 나 자신도 죽음이 가까워졌구나 하고 마음을 정리할 정도였다.

나를 돌본 간호사가 후에 당신은 밝은 빛에 감싸여 있는 듯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녀가 죽어가는 사람에게서 자주 보게 되는 현상인 셈이다.

 

(31) 내가 태어나는 이유를 내가 선택했을 거라고?

 

567 내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어떤 원인으로 내가 태어나게 되었는지 이해하려는 격렬한 충동이 있었을 것이다. 이 충동은 내 본질의 무척 확고한 요소다. 이와 같이 이해에 굶주린 본능은 무엇이 일어났으며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식하기 위해 또한 그것을 넘어서 인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적은 암시에서 신화적 표상을 찾아내기 위해, 이를테면 의식을 만든 셈이다. 

 

(32) 모든 악은 내 안에 있다. 모든 범죄자도. 

582 오늘날 제기된 악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철저한 자기인식, 즉 자신의 전체성에 대한 최선의 인식을 필요로 한다. 그는 자신이 얼마만큼 선을 행할 수 있으며 어떤 파렴치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지 냉철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전자를 사실로 여기거나 후자를 착각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두 가지 다 가능성으로서는 진실이다. 사람이 원래 그래야 하듯이 자기기만과 자기착각에 빠지지 않고 살고자 한다면 전자나 후자를 완전히 모면할 수는 없다. 

(33) 전쟁터 꿈의 기능=고향 꿈의 기능?

 

484 싸움터의 병사들은 전쟁에 관한 꿈보다는 고향 꿈을 훨씬 많이 꾸었다. 정신과 군의관들은 어떤 병사가 전쟁장면 꿈을 너무 많이 꾸면 그를 전선에서 떠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왜냐하면 그는 외부의 인상들에 대한 정신적 저항력을 더 이상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34)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교사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127 나는 이제 낙인이 찍혔고, 특이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수도 있었던 모든 길이 막혀버린 것을 느꼈다. 나는 깊은 실망과 모욕감으로 선생에 대한 복수를 맹세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내가 작문을 베끼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단 말인가? …나를 격분시킨 것은 그들이 나를 사기꾼으로 추정하여 나를 도덕적으로 망하게 했다는 점이었다.

다음 시간에 또는 계속 우수한 작문을 써냄으로써. 최고의 복수는 성공 또는 행복이다. 최고의 경쟁력도.

 

(35) 연구원과정에서 인문학 책읽기가 하는 기능?

 

132 나는 학교와 도시 생황에 정신을 빼앗겼고 증가된 나의 지식은 예감으로 가득한 영감의 세계를 차츰 침투해 들어가 억압했다. 나는 의식적인 문제제기를 체계적으로 추구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철학사에 관한 작은 입문서를 읽었고, 그로 인해 이미 사색되었던 모든 사상에 대한 일종의 개관을 얻게 되었다. 만족스럽게도 나는 나의 많은 영감이 그 사상들과 역사적인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36) 고립에 대한 융의 두려움

 

137 그들이 나를 이전의 고립과 침울한 상태로 몰아놓으려고 위협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비방을 들을 만한 잘못이 어찌하여 나에게 있었는지 알아내려고 무척 고심했다. 조심스럽게 물어서 조사해본 결과, 내가 사람들이 알 리가 없는 것들에 관해 자주 발언하거나 넌지시 의견을 말하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꺼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학교 과목에는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칸트나 쇼펜하우어, 또는 고생물학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젠체했다는 말이었다. 이와 같은 충격적인 확인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실제로 모든 화급한 문제들을 일상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어릴 적 비밀이 그러했듯이, 신의 세계에 속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그후 나는 학우들과 있을 때는 이런 비밀스러운 사안들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어른들 중에서는 나를 허풍쟁이나 사기꾼으로 보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내 안에서 수 세계로 나누어진 분리를 지양하려는 나의 노력이 저지되고 마비되었다는 것이었다.

변경연은 광장이 되어줄거라 기대했다. 연구원공간에 칼럼을 쓰고 난 뒤 많은 에너지가 인출된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 때문이다. 나는 벌거벗거나, 아래를 보이며 진찰을 받거나 괴물스런 내 새끼를 하나 출산한다. 오프 수업 역시 그러하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드러내는 기분이 된다. 그 뒤 봉합과 몸조리가 버겁다. 며칠 간 내 곱창과 장기들이 덜렁거리는 채로 걸어 다니거나, 덜 봉합된 자리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아니면 사지를 온전히 못갖춘 내 새끼지만 그걸 출산하느라 누웠던 피 묻은 이불을 내 손으로 걷어 말아 쥐고 개울에 빨려 나가야 했다. 스트립쇼 같은 나의 노출증이 문제인 듯도 하다. 이렇게 하지 말고 나도 점잖게 이쁘게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닫히고 잘린 관계망을 여기서 모두 기대하는 건 기대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이 기대가 게시판 딱장구를 하게 하고 댓글에 헐떡이게 한다. 지루하고 지긋지긋하다. 이런 내 모습. 연구원 과정에 지원할 것이 아니라 상담가나 정신과의사를 찾아가는 게 나았을 지 모른다. 나는 이 맞바람을 견디며 계속 써나갈 수 있을까? 버티며 계속 달리거나 걸어서 완주할 수 있을까?      

 

(37) 구제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의 조화

 

139 나로서 서운한 점은 자연과학에서는 의미의 요소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었고, 종교학에서는 경험의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자연과학은 제1의 인격의 정신적 욕구에 아주 잘 부합하였고, 그에 반해서 인문학이나 역사과목은 제2의 인격을 위한 일종의 유익한 시청각수업인 셈이었다.

Ktx를 운전하던 그녀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녀가 너무나 관념적이기 때문에 철학을 전공하고도 그 다음에는 철도대학에 가서 기술을 전공했고, 그런 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38) 독서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

 

182 독서를 통해 아버지가 행복해지지는 못했다. 아버지는 더 자주 더 심하게 침울해지고 건강염려증도 깊어졌다. 여러 해 동안 이미 아버지는 가능한 온갖 복부증상을 호소했지만 의사는 어떤 확실한 것을 짚어내지 못했다.

독서를 통해 나는 행복해지고 있나? 연구원 과정의 글쓰기와 책읽기를 통해서. 지난 오프 수업때 너는 연구원 수업에서는 언제 콩닥콩닥 두근두근 하니라는 질문을 받았다. 쥐덫과 콩닥콩닥두근두근은 초공간적이고 초시간적이어서 연구원과정에도 있다. 혼자서 하는 책읽기와 글쓰기 과정/ 홈페이지에 올리는 과정/ 한 달 한 번의 오프수업이 다른다. 또 카톡이나 번개로 이루어지는 비공식적인 만남들에 의한 사귐도 다르다. 한번 생각해봐야지 했었다.

 

(39) 평생친구

 

187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하나는 알버트 외리였다. 나는 그가 죽을 때까지(1950)그와 친하게 지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관계는 우리 자신들보다 20년 가량 오래된 것이었다. 그 관계는 이미 지난 세기의 60년대 말에 우리의 부친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보고싶다. 평생 친구 알버트 외리와 같이 있는 융의 모습

 

(40) 숨겨진 사연을 듣기

 

225 정신의학 사례 중 많은 경우 환자는 말하지 않은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그것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는 개인적인 사연을 조사한 다음 비로소 진정한 치료가 시작된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환자의 비밀이며 바로 거기서 좌절하고 만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치료의 열쇠를 지니고 있다. 의사는 단지 그 비밀스러운 사연을 어떻게 알아내는가를 터득해야만 한다. 의사는 증상만이 아니라 그 사람 전체를 꿰뚫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의식적인 재료의 탐색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때로는 연상검사가 길을 열어줄 때도 있다. 또한 꿈의 해석을 통해서나 환자와 오랫동안 끈기 있게 인간적으로 접촉함으로써 그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

 

(41) 교육분석을 강조하는 글을 읽으며 장애가 가족안에 들어옴으로써 가족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아야할 필요와 함께 이 일을 하는 인력들이 더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의 필요성이 증진된다. 

 

251 교육분석에서 의사가 개념체계를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의사는 피분석자로서 분석이 바로 자기 자신과 관계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교육분석은 실제적인 삶의 한 부분이지 무조건 암기하여(문자 그대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교육분석에서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나 치료사는 나중에 그에 대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물론 이른바 작은 정신치료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 본래의 분석에서는 환자와 의사 모두 그 전인격이 대상이 된다. 의사가 자기 자신을 바치지 않고는 치료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치료에서 중요한 고비를 맞았을 때 결정적인 것은 이사가 자기 자신을 드라마의 한 부분으로 보느냐 아니면 스스로를 자기 권위로 씌워버리느냐 하는 것이다. 인생의 심각한 위기에서는 다시 말해 죽느냐 사느냐가 문제인 중대한 순간에는 암시의 잔꾀 따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때 의사는 그 전존재가 도전을 받게 된다.

 

252 치료자는 자기 자신이 환자와의 대결에서 어떻게 반응하는 지 수시로 해명해야 한다. 우리는 의식으로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무의식이 이 상황을 어떻게 체험하고 있는가?”하고 항상 자문해봐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꿈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세심한 데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자기 자신을 환자와 마찬가지로 관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정에 따라서는 치료전체가 빗나갈 수도 있다.   

 

253 나는 의사로서 환자가 나에게 어떤 소식을 가져오는지 항상 자문해야 한다. 환자가 나에게 무엇을 예시하는가? 환자가 나에게 아무것도 예시하지 않는다면 나는 공격목표가 없는 셈이다. 의사는 그 자신이 고통을 당할 경우에만 효과를 얻는 법이다. ‘상처입은 자만이 치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체면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으면 그는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하게 된다. 나는 나의 환자들을 진지하게 다룬다. 아마 나도 그들과 똑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는 지 모른다. 환자가 의사의 약한 부분을 덮어주는 적절한 고약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들이 의사에게도 아니 바로 그 의사에게 발생할 수 있다. 

 

(42) 융이 직접 말하는 동시성 현상

260 다음날 그 환자가 자살했다는 전보를 받았다. 그는 총으로 자살을 했다. 나중에 나는 탄환이그의 뒷머리에 박혀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경험에서 중요한 점은 원형적인 상황과 관련하여 종종 관찰되는 전형적인 동시성 현상이다. 무의식에서 시간과 공간을 상대화함으로써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떤 일을 지각할 수 있었다. 집단무의식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으로, 고대에서 만물의 공감이라고 불렀던 것의 시초다. 이 사례에서는 나의 무의식이 내 환자의 상태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 이미 그날 저녁 내내 보통 때의 기분하고는 유난히 달리, 이상하게도 마음이 어수선하고 신경이 예민했던 것이다.

(43) 전 존재로서 전 존재로 존중하며 일하기 (교사 아이들)

 

269 환자와 의사와의 교감은 끊임없는 비교와 조정, 그리고 서로 마주 대하고 있는 두 정신적 실재의 변증법적 대결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인상들이 어떤 이유로든 양쪽 중 어느 한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 정신치료 과정도 효과없이 답보하게 되고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게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다.

이건 특수아동이나 가족들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말인 듯 하다. 그리고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 더 이상 특수학급에서는 진로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되어 다음 학교는 특수학교를 생각하는 이 종착역 같은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기존의 나를 변화시킬 계기인 듯 하다. 지금 상황은 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더는 견딜 수 없으므로.

 

(44) 자신을 집으로 비유하는 꿈

 

295 나는 어느 낯선 2층집에 있었다. 그것은 나의 집이었다. 나는 2층에 있었는데 그곳은 로코코양식의 훌륭한 고가구들이 갖추어진 일종의 거실이었다. 벽에는 값진 옛그림이 많이 걸려 있었다. 나는 이 집이 정말 내 집일까 의아해하면서도 나쁜지는 않군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나는 아래층이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는 지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층계를 거쳐 1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더 오래된 온갖 가구가 갖추어져 있었다. 나는 이 집의 1층 이 부분은 15~16세기의 물건들로 꾸며져 있음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가구들은 중세풍이었고 마룻바닥에는 빨간 벽돌이 깔려 있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편이었다.

나는 이제부터 정말 집 전체를 둘러보아야겠군.” 하며 이 방세서 저 방으로 다녀보았다. 그러다가 육중한 문과 마주쳐 그 문을 열었다. 그 뒤에서 지하실로 통하는 돌계단을 발견했다. 나는 돌계단을 내려가 아름다운 천장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아주 고풍스러워 보였다. 나는 벽을 조사하다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석재 사이에서 벽돌층을 발견했다. 그 벽돌들은 모르타르에 묻혀 있었다. 나는 이것을 보자마자 벽이 로마시대 것임을 알았다.

이쯤 되자 나의 흥미는 더해갔다. 나는 마룻바닥을 더욱 면밀히 조사했다. 마룻바닥은 석판으로 되어 있었다. 그중 한 개의 석판에 고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그 고리를 잡아 당기자 석판이 들어올려졌다. 그리고 그 밑으로도 아래쪽으로 향하는 좁은 돌계단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또 그 돌계단을 내려가 바위를 뚫어 만든 나지막한 동굴로 들어섰다. 바닥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 먼지더미 속에 원시문화의 유물들처럼 뼈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깨진 도자기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매우 오래된 것이 분명한 반쯤 삭아버린 두개골 두 개를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298 집은 일종의 마음의 이미지, 즉 그때까지의 무의식의 부가물을 수반하는 당신의 의식상태를 나타낸다는 것이 나에게는 분명했다. 의식은 거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거실은 고풍스러운 양식이었음에도 사림이 살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1층은 무의식의 제1표면을 나타내고 있었다. 내가 깊이 내려갈수록 풍경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어두워졌다. 동굴 속에서 나는 원시문화의 유물을 발견했다. 그것은 말하자면 나의 내부에 있는 원시인의 세계, 의식이 다다를 수도 없고 해명할 수도 없는 세계였다. 선사시대의 동굴을 인간이 자기 소유라고 주장하기 전에는 대개 동물들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처럼 인간의 원시적인 마음은 동물의 혼의 활동과 가까이 접하고 있다.

그꿈은 내가 방금 묘사한 의식상황에 이제 또 하나의 의식층을 보탰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중세품의 1, 로마시대의 지하실, 그리고 끝으로 선사시대의 동굴, 이러한 것들은 흘러간 시대와 지나가버린 의식의 단계를 의미했다.

 

(45) 융의 꿈작업

 

315 나는 아무런 선입견 없이 환자들이 스스로 이야기하기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의도는 우연에 맡겨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꿈과 환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단지 질문만을 던졌다. “그것과 관련하여 당신에게 무슨 생각이 떠오릅니까?””당신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까?””그것은 어디서부터 온 것입니까?””당신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의 질문이었다.

해석은 환자의 대답과 연상에서 자연히 도출되는 듯 했다. 나는 이론적인 관점을 모두 접어두고 환자가 꿈의 이미지를 스스로 이해하도록 도와줄 뿐이었다. 나는 꿈을 다룰 때 이와 같은 방식을 굼해석의 기본으로 삼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바로 그것이 꿈이 의도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꿈은 우리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사실이다.   

 

(46) 떠오르는 대로 어린 시절의 놀이를 놀아보기. 이게 아티스트 데이트다!!! 나도 어린 시절 즐긴 놀이를 해봐야겠구나. 

 

 

320 이토록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내버려둬보자 그리하여 나 자신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의 충동에 맡겨버렸다.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열 살이나 열한 살쯤 되었을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다. 그 무렵 나는 벽돌로 집짓는 놀이에 열중했다. …놀랍게도 이런 기억들이 일종의 감격과 함께 떠올랐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하, 여기에 삶이 있구나. 그 작은 아이는 여전히 여기에 있고, 내게 결여되어 있는 창조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성인이 된 남자와 열한 살 소년을 서로 이어준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내가 그 시절과 다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곳으로 돌아가 아이의 놀이를 하면서 아이의 삶을 한 번 더 살아보는 수 밖에 없다. 이 순간이 내 운명의 전환점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그 놀이를 해 보기로 결심했다. 아이의 놀이를 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잇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을 때 크나큰 체념과 굴욕감의 고통이 뒤따랐다.  

 

321 그러는 동안 내 어린시절 꿈에 나온 지하의 남근상이 생각났다. 이런 관련성은 나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날마다 점심을 먹은 후 날씨만 좋으면 나는 집을 지었다. 식사를 마친 직후부터 환자가 올 때까지 그렇게 했다. 저녁에 일이 일찍 끝났을 때도 다시 나의 작업장으로 갔다. 이런 과정에서 나의 생각은 맑아지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환상을 붙잡을 수 있었다.

 

322 하지만 내 신화에 이르는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는 확신은 느끼고 있었다. 건축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것은 한 줄기 환상을 풀어놓았다. 그 환상은 나중에 상세히 기록해두었다. 이런 종류의 일은 내 인생에서 늘 되풀이되었다. 내 후반기 인생에서 장애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언제나 그림을 그리거나 돌을 다루었다. 그런 일은 늘 다음에 이어지는 생각과 일을 위한 통과의례였다. 내가 그해에 쓴 <현재와 미래><현재의 신화><양심에 관하여> 같은 저작물은 아내가 죽은 후에 돌을 다루던 작업에서 나온 것이었다.

 

(47) 본 것을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의 중요성.

융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꿈이든 환상이든 이미지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그림을 그리든 조각을 하면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다. 나도 자꾸 꿈에 대해 그려야겠다.

 

325 나는 자주 흥분되어 내 감정을 요가로 제어해야만 했다. 그러나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경험하는 것이 나의 목표였기 때문에 요가는 내가 안정되어 무의식과 더불어 다시 작업을 시도할 수 있을 때까지만 했다. 나 자신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느낌을 갖자마자 나는 감정제어를 풀고 환상의 이미지와 내부의 소리가 새롭게 말하도록 했다.

 

326 감정을 이미지로 바꾸는 그만큼 다시 말해 감정 속에 숨어 있는 이미지들을 발견하는 그만큼 내적인 안정이 생겼다. 만일 내가 감정에 나 자신을 맡겼더라면 무의식의 내용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을지도 모른다.

 

326 나는 최선을 다해서 환상을 기록해나갔다. 그리고 환상이 생기게 된 정신적인 전제들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나는 무의식이 스스로 선택한 양식으로 모든 것을 받아쓰는 수밖에 없었다.

 

327 자기통제력을 잃어버리고 무의식의 제물이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정신과의사로서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이미지들을 내 것으로 삼으려는 시도들을 감행해야만 했다. 만약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 이미지들이 나를 자기들 것으로 삼았을 위험성이 있었다. 내가 이런 시도를 하게된 중요한 동기는 내가 감히 스스로 행할 수 없는 것을 나의 환자에게 기대할 수 없다는 확신이었다.

 

(48) 내 안의 또다른 나의 목소리를 듣기 필레몬, , 아니마 여성

 

336 필레몬과의 대화에서 나와 내 사고의 객체 사이에 있는 차이가 분명해졌다. 그는 이를 테면 객관적인 태도로 나를 대했다. 나는 내가 알지 못하고 내 생각이 아닌 것들을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내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것은 심지어 나에게 적대적일 수 있는 것들까지도 말할 수 있었다. 심리학적으로 필레몬은 탁월한 통찰을 나타냈다. 그는 나에게 신비로운 형상이었다. 어떤 때는 그가 신체를 지닌 실제 인간과 비슷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나는 그와 함께 정원을 오르내렸다. 그는 나에게 인도인이 구루라 부르는 존재와 같았다. 

 

338 필레몬은 불구의 발을 가졌지만 날개 달린 혼이고 반면에 카는 일종의 흑ㄱ이나 금속에 깃든 혼을 나타낸다. 필레몬은 정신적 측면, 즉 이해력이지만 카는 이와 반대로 그리스 연금술의 안트로파리온 같은 자연혼이다. 이 사실을 당시에는 나도 잘 몰랐다. 카는 모든 것을 실재화하는 바로 그것이지만 물총새의 혼, 즉 이해력을 덮어버리거나 아름다움, 죽 영원한 반도로 대치한다. 차츰 나는 이 두 가지 형상을 통합할 수 있었다. 연금술연구가 이때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 

 

339 이 내 때 안의 소리가 있었다. “이것은 예술이예요.” 나는 매우 놀랐다. 나의 환상이 예술과 관계가 있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340 나는 내 안의 여인이 언어중추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들 고려하여 그녀에게 내 말을 사용하도록 제안했다. 그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즉시 자신의 견해를 장광설로 늘어놓았다. 내 안에서 생겨난 여인이 나의 생각에 간섭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십중팔구 그것은 원시적 형태의 혼일거라고 생각했다. 그 혼이 왜 아니마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자문해보았다. 왜 사람들은 그것을 여성적인 것으로 상상하는가? 나중에 나는 내 안에 있는 여성상이 남성 무의식 속에 있는 전형적인 또는 원형적인 형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아니마라고 불렀다.

 

341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다르게 맺으려고 시도하여 내 환상의 기록을 그녀를 향한 나의 편지라고 간주했다. 이를테면 나의 의식과는 다른 관점을 취하는 나 자신의 어떤 부분에게 편지를 보내는 셈이었다….나는 매일 저녁 글쓰는 일에 매달렸다. 내가 아니마에게 편지를 쓰지 않으면 그녀는 나의 환상을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성실한 글쓰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미 적어놓은 것을 아니마가 왜곡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걸 가지고 책략을 쓰지도 못할 것읻. 이와 관련해서 보면 우리가 어떤 것을 이야기하려고 마음만 먹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적어놓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나는 편지를 쓰면서 될 수 있는 한 정직하려고 노력했다.

 

(49) 영혼을 돌보는 의사였던 융도 이 작업이 힘들었구나.

 

351 그 무렵 나는 영혼을 돌보는 일에 헌신하기로 했다. 나는 그것을 사랑하면서 미워했다.

 

(50) 고독속에서도 계속 걸어가라는 융의 맺음말

 

625 고독은 반드시 공동체에 대립하는 것만은 아니다. 고독한 사람보다 공동체에 대해 더 호감을느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모든 개체가 자신의 개성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과 동일시되지 않는 곳에서만 만개하게 된다.

627 나는 자주 내가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친애하는 전우인 당신은 이제 쓰러졌다. 그러나 나는 계속 나아가야만 한다. 정말이지 나는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창피스럽게도 어떤 힘이 우리 심장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를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그것은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픈 순간이다. 나 자신이 희생제물이므로 머물러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데몬이 사람이 빠져나가도록 해주면서 그와 함께 복된 모순을 가져다준다. 다시 말해 나는 나의 불성실과는 아주 명백하게 대극을 이루는, 예기치 못할 정도의 성실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도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동시에 훨씬 덜 필요로 한다고 말이다.

628 나는 내 인생이 그렇게 지나간 것에 만족한다. 내 인생은 풍성했으며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어떻게 내가 그토록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동안 일어난 것들이야 말로 그대 밖의 일들이었다. 나 자신이 달라졌더라면 많은 일이 다르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되어야 하는 대로 그렇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생긴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629 나는 인간에게 경이로운 것들을 경험했고 스스로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냈다. 그러나 나는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생이라는 현상과 인간이라는 현상은 너무도 큰 것이기 때문이다.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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