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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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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8일 09시 24분 등록

좋은 패를 쥐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패로 게임을 잘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 조시 빌링스 -

 

맑은 가을입니다. 도봉산 둘레길을 걸으며 씩씩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말다툼을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일입니다. 기억나는 건 그때 만난 산 할아버지 입니다.

 

산책길 중간에 있는 정자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먼저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계속 웃고 있습니다. 말다툼 하는 모습을 본 탓인지 먼저 말을 걸어 왔습니다.

 

“화가 많이 나셨네..싸우지 마세요”

“네?”

“재미있게 사세요”

 

‘아니, 왜 남 일에 참견이셔?’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른에게 그럴 순 없는지라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야죠. 근데 그게 마음대로 안될 때가 많네요”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할아버지는 묻지도 않은 얘기를 먼저 꺼냅니다.

 

“제가 두 번 크게 아팠어요.

병원 가기 전에는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동네의 모든 술집은 내 영역이었지, 아주 유명했다오.”

 

“어디가 아프셨어요”

 

“암 수술 두 번 했지요. 병원에 다녀오니, 세상이 바뀌더군요. 술, 담배 다 끊었어요. 술을 못하니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더군요. 이건 완전히 새로운 삶이에요. 수술이 끝나고 동네 술집에 갔더니, 이사 간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매일 산에 와서 이렇게 운동하고 산책하다가 저녁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요. 벌써 3년이 넘었네”

 

“가족들이 힘드셨겠네요”

 

“좋은 점도 있고, 힘든 점도 있어요. 수술하는 동안에는 아내가 힘들어 했지. 병치레 하는 건 어려웠지만, 술 담배 끊으니 좋아해요. 담배 냄새가 안 난다고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거든. 같이 놀아 줄 친구들이 없어서 조금 적적하지만 대신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었으니까 괜찮아요.”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와 함께 세계 3대 경영 구루로 일컬어지는‘오마에 겐이치’는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오직 3가지 뿐이라고 합니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 3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병원’은 인간을 바꾸는 4번째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병원에 입원한다는 것은 그간 살았던 삶의 질서들이 갑자기 변하고 중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환자’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면서, 단풍이 물든 산을 거닐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던 일상이 그리움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뜻밖의 병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원치않는‘불행의 방문’입니다.

 

불행의 유탄에 맞아 그대로 쓰러지는 사람도 있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좋은 꽃놀이 패를 들고 있다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좋지 않은 인생의 패를 가지고도 훌륭히 게임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병원은 생의 특별한 전환점이고, 이후의 삶을 변화시키는 각성의 장소입니다.

 

너털 웃음을 짓던 할아버지가 씽긋 웃으며, 한마디 던지고 갑니다.

 

“즐겁게 사세요. 돈 못 번다고 구박하지도 마시고..

얼마나 산다고 그래요. 그냥 재밌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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