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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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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9일 01시 34분 등록

‘이런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인식하고 근거 없는 시기심이나 적개심을 품을 때 그렇습니다. 이럴 때마다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기운에 스스로 놀랍니다. 마음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참담함을 느끼는 동시에 스스로 위축되곤 합니다.

 

돌아보면 내 마음에 이런 것이 있다는 걸 모를 때는 그것들을 외부로 투사하기 바빴습니다. 원인을 밖에서 찾으며 질투심과 적개심을 합리화했습니다. 그때는 내가 뭘 투사하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나름대로 자기성찰을 지속하면서 조금씩 투사를 자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사람을 괴롭게 합니다. 모를 때는 남탓이나 상황탓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고, 기껏해야 부정적인 기운을 조심조심 참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시기심이나 적개심 같은 감정을 자제한다는 건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쌓였다가 터지면 무너진 둑처럼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참지 않은 것만 못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게 최선인 듯한 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습니다. 번거롭고 어렵습니다. 고민이 이 지점에 이르렀을 때, 농사짓는 목판화가 이철수 선생의 책에서 본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다음은 <이철수의 웃는 마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우선 고민이 깊어지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요. 선가(禪家)에서는 의심을 크게 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같은 세속인은 그것조차 어렵지요. 그러나 이 회의 자체가 고민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애써도 해결되지 않는 인간관계도 ‘크게 의심을 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테고, 세상에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 고심도 계기일 테고…….”

 

‘깊어지는 고민’, 이것이 희망일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깊은 고민은 문제를 피하지 않고 방도를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고, 그 방법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에너지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믿는 대로 보인다는 말처럼 이철수 선생의 책을 다시 훑어보니 실마리가 보였습니다. 이철수 선생의 아이가 어릴 적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새나 닭을 몹시 무서워했다고 합니다. 원인을 모르니 답답하고, 사는 곳이 시골이니 닭과 새를 안 보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에 대한 공포심이 생길 때마다 마음을 살펴봐라. 그러면 실체가 없는 두려움에 불과한 걸 알거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아! 이런 게 마음공부구나. 이렇게 스스로를 보고 또 보고, 본질 아닌 것을 벗겨내면서 진면목을 찾아가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또 생각했습니다. ‘성찰적 반성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냥 관찰도 아니구나. 보기 싫을 것도 깊이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데, 그 눈을 단련하려면 내 안의 어둠과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나. 모순이구나. 그래서 어렵구나. 오래 훈련해야 몸에 붙을 수 있겠구나.’

 

이철수 선생은 ‘성찰적 반성’을 ‘남 하나를 내 안에 들여놓고 사는 일’에 비유합니다. 그러니까 “내 안에 나를 지켜보는 눈 하나를 두게 되면, 내 안에서 일어나는 분노 ‧ 좌절 ‧ 기쁨 같은 감정들이 어쩔 수 없이 그 지켜보는 눈의 눈치를 보게 되는 거지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죠.” 믿을 수 있는 조언을 얻었으니, 넘어진 자리 바로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해봐야겠습니다.

 

20121008.jpg

* 이철수 저, 박원식 엮음, 이철수의 웃는 마음, 이다미디어,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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