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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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 시인의 시입니다. 가을이 되면 떨어진 낙엽 속에서 도시의 공기 속으로 날아오르는 종소리 같은 노래입니다.
가을에는 바위와 나무가 여름 내 품고 있던 물을 내 놓아 흘려보냅니다. 겨울이 되면 얼어 터져서 살아날 수 없기에 미리 물을 흘려보내 스스로 건조해 집니다. 가을날 물이 유난히 맑은 이유는 이런 방류의 덕분입니다. 추수(秋水)는 슬프도록 맑고 고와서 눈물이 금새 돋아날 듯 촉촉한 미인의 눈을 묘사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 계류를 흐르는 가을 물을 들여다 보면, 추수라는 단어가 얼마나 스며드는 그리움인지 알게 됩니다.
가을엔 편지를 써 보세요. 컴퓨터 앞의 가짜 편지 말고 진짜 편지 말입니다. 촛불을 밝혀두고 편지지 위에 만년필로 쓴 다음,
편지 봉투에 넣고 받을 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써두세요. 받을 사람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세요. 다음날 아침 모든 창문에 동이 터 오면, 아침을 먹고, 우체국으로 달려가 그 첫 번 째 손님이 되어, 침으로 우표를 적신 후 '부디 그대의 손에 전달되어 불타는 가슴을 전해주기를 기원하던 그 젊은 날의 그대' 가 되어 편지를 보내세요. 아니면 그 밤의 편지를 아침 내내 가방에 넣어 두었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올 때 조금 걸어서 우체국으로 가세요. 어쩌면 가을 햇빛 속을 몇 정거장 걷게 될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편지를 부치는 날은 구식의 사람이 되어 메트릭스 속의 인간이 아닌 진짜 하늘을 손으로 만지면서 걸어 보세요.
가을의 시인 릴케는 수 없이 많은 편지를 남긴 시인이기도 합니다. '편지가 가장 아름다운 교제의 수단이라고 믿고 있었던' 릴케는 자신을 스스로 구식의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100년 쯤 전에 말입니다.
만일 당신이 하루 종일 그 편지를 가지고만 다니다가 부치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 왔다면,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부치지 못했다면,
그 날은 스스로 그 편지의 수취인이 되어 뜯어보세요. 다시 촛불을 밝혀두고 남몰래 읽어 보는 것이지요.
그러면 당신이 그리워한 삶이 더 잘 보일까요?
릴케의 시 하나를 덧붙입니다. 당신의 하루가 고독하여 하루 종일 자신에게 전념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고독은 비와 같다.
고독은 바다에서 저녁을 향해 오른다
고독은 아득히 먼 외딴 평원에서
늘 고독을 품고 있는 하늘로 향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동틀녘에 고독은 비가 되어 내린다
모든 골목들이 아침을 향할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몸뚱이들이
실망과 슬픔으로 서로를 놓아줄 때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침대에서 자야할 때,
고독은 강물이 되어 흐른다
* 알려드립니다.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이자 <1인 지식기업가로의 로드맵 (가칭, 10월 출간예정)>의 저자 수희향이 진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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