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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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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6일 08시 59분 등록

s_아까시나무1.jpg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아까시나뭇잎을 주웠습니다.

싸리나무처럼 잎이 마주나다가 끝에 하나가 남습니다.

추억의 잎사귀 떼기 게임이 생각나더군요.

잎사귀를 하나씩 떼며 '사랑한다 사랑하지않는다'를 번갈아 말하는거죠.

그러다가 마지막 잎사귀에 '사랑한다'가 걸리기를 애절하게 바라는 게임입니다.

 

전 당연히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우리 잎사귀 떼기 게임할까? '행복하다. 행복하지않다'로 하자"

민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합니다.

"아니, '행복하다. 행복하다'로 하자"

그러더니 혼자 잎사귀를 하나씩 떼어냅니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재미있다, 웃긴다,... 아빠 사랑해...ㅋㅋㅋ"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좋은 말만 합니다.

마지막 세 잎이 남자 또 새로운 말을 생각해 냅니다.

"아빠 좋아, 엄마 좋아, 마지막은 내가 제일 좋아!"

 

어른들에게 삶이란 행복과 불행의 연속입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안좋은 일이 생기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고통이 세포 하나하나에 함께 각인되어 있죠.

그래서인지 '행복하다' 다음에 또 '행복하다'가 나오는 것이 어색했습니다.

어떻게 계속 좋을 수 있나? 두려움마저 느껴졌습니다.

이 두려움은 행복을 거부하는 나의 무의식입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불안해 하며 행복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뭔가 곧 나쁜일이 있을꺼야,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하지만 아이들은 긍정과 부정을 함께 느끼지 않나 봅니다.

행복한 순간에 불안할 필요가 없으며, 계속해서 행복해도 된다고 말합니다.

슬픈 일이 생기면 그때 충분히 슬퍼하고 도닥거려 잘 보내면 됩니다.

 

저도 '행복하다, 행복하다'가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연습해야 겠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을 줍니다.

가슴 속 무거운 돌덩이가 치워진 느낌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s_아까시나무2.jpg



<태어나서 6년4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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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똑똑한 소년이군요.

그리고 홀수이니 먼저 말한 대로 되겠지만 굳이 나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멋진 친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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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8, 2012 *.37.122.77

아~ 나뭇잎이 제대로 붙어있으면

무조건 먼저 말한대로 되는거군요~ ^^

아이는 마음가는대로 사는 자유인이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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