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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 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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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8일 07시 04분 등록

테이블 위에 장미가 참 예뻐 보이더군요. 제게 예뻐보인다는 건 만지고 싶다, 그리고 싶다 뭐 그런 것들하고 연결될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먹고 싶다까지도 가기도 하지만, 하여튼 예뻐보인다는 건 욕구하고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가장 단순한 소유욕 말입니다. 손에 움켜 쥐거나 실제로 먹거나, 혹은 눈으로 라도 먹는 것 말입니다.

 

좀 만지작 거렸습니다. 그러다가는 그렸지요. 여전히 예뻐 보이니까요. 장미, 장미와는 대조되는 염색된 안개꽃, 그리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까지 예뻐보이더라구요. 그리다가 제가 소심한 사람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는 걸 두려워하는 거죠. 그냥 연습삼아 그리는 건데도 확 다가들지 못하더라구요. 카페의 불빛 때문에 종이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 그것부터 시작했죠. 그건 꽃을 그리는 것보다는 쉬운 거니까요. 그림자를 손으로 따라가면 되니까. 메인인 꽃이 예쁘긴 하지만 선뜻 거기에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그리는 건 5분이면 되는 데, 그 5분을 마음 속에 들어온 것을 잡는 데 다 쓰지 못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에 쏙 들어왔던 꽃을 그리는 것은 그림자에게 그릴 자리를 많이 내주고 난 다음이 되었습니다.

 

카페에 간 것은 100일 창작 5차 마지막 모임이 있어서 였습니다. 스케치는 회사 갔다가 늦게 오는 멤버를 기다리는 동안 그린 것입니다. 어느덧 또 한번의 100일을 보내고 이번 회차와 다음 번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뭔가를 하고 싶어서 모였는데, 우리의 모임이 그걸 잘 채우질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욕망하는 것 앞에서 주변을 맴을 돌다가 달려들었듯이, 우리 멤버들도 뭔가 좀 해보려고 하니까 100일이 지나버렸다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스케치할 때 그림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나니 메인 주제를 들여 놓을 자리가 좁아진 것처럼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케치를 들여다보며 색연필로 채색하고, 나중에 집에 와서는 다시 물감으로 채색하고, 거기에 또 뭔가가 부족한 듯하여 크레파스로 채색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빛이 여러 개여서 그림자가 여러 개였어.'

'난 같이한 멤버들의 그림자만을 보고 실제는 못 보았을지도 몰라.'

'그림자는 빛에 따라 달라지는 건데, 실제를 보지 못하고 그림자를 쫓았나?'

'여기까진 예쁜데, 더 해도 예쁠가?'

'그림자나 꽃그림이나 그건 꽃이 아니잖아.'

그림그리다보면 가끔 머리 속이 아주 시끄럽습니다.  그 시끄러운 것을 다 듣다가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니까 그러다가 어느 한쪽에 편을 들어주고는 하나씩 지워갑니다. 그러다가 그림을 다 그릴 때쯤이면 그런 것들이 싹 사라지기도 합니다. 많이 자주 그리면 그 시끄러운 소리들이 머리 속에서 종이로 옮겨가 단순해집니다. 또다시 새로 생겨나기도 하겠지만 또 종이에 퍼 담아둘 수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욕망하는 걸 한번 그려보세요. 그리기가 좀 어렵다면 써보면 어떨까요?  그것이 무엇의 그림자인지, 그것이 무엇과 뒤섞여 있는지,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을 들여다 보게 될 겁니다. 그리고는 종이 한 장을 새로 준비해서 또 그리면 됩니다. 또 혹시 압니까, 새로 종이를 내지 않아도 될지 자신 앞에 놓인 종이가 손바닥만한 게 아니라 아주 큰 종이일지도. 반대로 종이가 아주 많이 필요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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