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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8일 17시 58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

 

독서를 통한 자학자습으로 지식을 쌓아 작가가 되다

 

마크 트웨인의 본명은 새무얼 랭혼 클레멘스다. 필명 마크 트웨인은 배가 지나가기에 안전한 수심, 정확히 말하면 두 길(fathom) 물 속을 뜻한다. ‘한 길은 약 6피트(1.8m)에 해당하고 트웨인’(two)의 고어체, 그러니까 두 길을 뜻하는 셈. 미시시피강 수로안내인들은 조타수를 향해 마크 트웨인!’이라 외치곤 했는데, ‘배 밑으로 수심이 두 길이니까(3.7m) 지나가기 안전하다(안전수역)’는 뜻이다. ‘마크 트웨인이전에는 조쉬(Josh), 토머스 제퍼슨 스노드그래스(Thomas Jefferson Snodgrass) 등의 필명을 사용했다.

 

1847년 트웨인이 11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 그는 인쇄소 견습공이 됐다. 1851년부터 식자공으로 일하면서 잡지에 기고하기 시작했다. 18살 때부터 뉴욕, 필라델피아, 세인트루이스, 신시내티 등을 전전하며 인쇄공으로 일했다. 변변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공립도서관에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며 자학자습으로 지식을 쌓았다(그는 예일대 명예문학박사, 미주리주립대 명예법학박사, 옥스퍼드대 명예문학박사 등의 명예학위를 받았다).

 

22살 때 미시시피강을 따라 뉴올리언스로 가던 중 증기선 수로안내인 호레이스 E. 빅스비가 트웨인에게 수로안내인 일을 권했다. 250달러 수입이 보장되는, 당시로서는 고소득 직종이었다. 트웨인은 1861년까지 수로안내인으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미시시피강을 무대로 생활하고 뛰놀던 경험, 그리고 수로안내인 경험은 이후 트웨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67(32) 첫 단편집 [캘리베러스군()의 명물 뛰어오르는 개구리]를 내놓았고,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각각 1876년과 1884년에, [왕자와 거지]1881년에 내놓았다. 트웨인의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종종 미국의 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예컨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트웨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흑인을 비하하는 표현, 대표적으로 ‘Nigger’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하여 인종적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서가 되기도 한다. 물론 트웨인에게 흑인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고, 오히려 흑인들이 차별 받고 천대받는 현실을 여실하게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생생한 등장인물과 책을 덮지 못하게 하는 흥미진진한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 녹아 있는 유머와 풍자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 마크 트웨인,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면서도 사업가, 발명가, 만찬 연설가, 언론인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진정으로 모험같은 삶을 살았던 트웨인은 코네티컷 주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일흔 다섯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참고 자료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35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집안 살림을 돕느라 열두 살 때 학교 공부를 그만두어야 했던 트웨인.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어하는 모습은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당시 미국인들의 개척정신을 잘 드러낸다.

 

흑인 노예 짐을 다정히 대해 주고,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를 감동시킨다.

 

온갖 인간 군상들과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하며 조금씩 성숙해가는 허클베리핀의 모습은 재미와 더불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_ 데미안에는 7명의 의미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7명의 인물은 주인공인 싱클레어를 중심으로 자기를 향한 여정을 앞서 치루고 있는 지도자격 인물인 데미안, 피스토리우스, 에바부인과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싱클레어를 이끄는 인물인 크로머, 베크, 크나우어로 구성된다. 싱클레어가 이들 인물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고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데미안>이라는 소설의 주된 이야깃거리다. <데미안>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치자면 말할 것도 없이 지도자급 인물들이 단연 우세하다. 하지만 나머지 인물들이 없었더라도 <데미안>은 온전한 <데미안>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이상스러운 일은 내가 마음속에 엉켜있는 어떤 매듭을 풀지 않으면 안 될 때마다, 그가 나에게 기묘하고 어리석을 질문을 가지고 찾아와서는 자신의 변덕스런 생각이나 관심사로 종종 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나 계기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나는 그가 귀찮아져서 위압적으로 쫒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역시 내게 보내진 사람이고, 내가 그에게 준 것이 배가 되어 그로부터 내 마음속에 되돌아오며, 그 역시 나에게는 한 사람의 지도자이거나 하나의 길임을 나는 느꼈다. 그가 그 속에서 자신의 구원을 찾고 나에게 가져오는 놀라운 책이나 글은 당장에 깨달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작중 인물인 싱클레어가 크나우어와의 관계를 묘사한 부분이다. 만일 싱클레어가 영적 성장이라는 목표에 부합되는 인물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면 그는 오히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반인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20대인 싱클레어가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얄팍한 감정의 잣대로 인연을 추리려고 했던 나와는 달리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연에 충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던 헤세는 각 단계에 맞게 적절한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싱클레어의 영적 성장의 과정을 매우 세심하고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해내는 데 성공한다. 이쯤에서 피할 수 없는 결론. 작중 인물은 헤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의 顯現이었던 거구나. 내면의 캐릭터들이 적절한 관계로 서로 도우며 자아발견이라는 존재의 목표를 추구해가나는 이야기였던 거구나. <데미안> 북리뷰 중에서

 

짐과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흑인도 감정이 있는 한 인간임을 차츰 깨닫는다 _ 남편에게 내가 그와 다름없는 한 인간임을 납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무의식 레벨에선 여전히 감당이 안 되나 보다. 지켜보는 내가 다 안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어쩌리. 그 스스로 극복하지 않으면 나로선 어찌해 줄 도리가 없으니.

 

진정한 주제는 건전한 마음과 왜곡된 양심이 갈등하게 되고, 그 갈등에서 왜곡된 양심이 패하는 것’ _ 그의 왜곡된 무의식이 얼른 사태파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알리는 말

 

이 이야기에서 주제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은 고소당할 것이며, 교훈을 찾으려는 사람은 추방당할 것이고, 줄거리를 찾으려는 사람은 총살당하리라 _ 하하하, 마크 트웨인, 왠지 그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

 

1. 허크에게 예절 가르치기 미스 왓슨 아주머니 톰 소여가 기다리다

 

그게 보통 사람들의 방식이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못하게만 한다니까 17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고 싶은데 알아듣게 전할 수 없어서 무덤에서 편히 쉬지도 못하고 밤마다 구슬피 울며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유령이 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어 19 _ 그 유령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되는 슬픈 현실!

 

2. 허크와 톰, 짐을 따돌리다 톰 소여의 갱단 비밀 계획

 

3. 호된 꾸지람 은총의 승리 - ‘톰 소여의 거짓말 하나

 

다른 사람을 돕고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늘 다른 사람을 보살펴 주어야 하지만 자신은 생각해서는 안 된대. 그 다른 사람들에는 왓슨 아주머니도 들어 있겠지. 숲 속에 들어가 오랫동안 속으로 따져 보았지만 결국 내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거야. 그래서 더는 이 문제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어 33 _ 모르겠다. 내게 보이는 세상의 저 너머너머에서 보면 결국은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는 게 분명히 보이는지도. 그러나 난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나는 일단은 내 몫부터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내 배가 부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니까. 그 순서라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만족도가 높아질텐데 그 반대는 아무리 생각해도 변수가 너무나 많다. 물론 나 역시 배가 터질 만큼 먹고도 더 이상을 탐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혹 그리 된다 해도 하나만 정신차리게 할 수 있다면 상황을 금새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일이 훨씬 복잡해지지 않겠는가?

 

4. 허크와 판사 미신

 

5. 허크의 아빠 막무가내 아빠 개조

 

판사는 몹시 화를 냈어. 아빠를 바꾸어 놓는 길은 권총밖에 없을 거라고, 다른 길은 모른다고 했다나 53 _ 돌맹이는 제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그저 돌맹이일 뿐. 너는 이 아니다. 유한한 자원을 가진 인간이 돌맹이를 발아시켜보겠다 마음먹었다면 그는 그저 미친*’일 뿐이다.

 

6. 허크의 아빠가 대처 판사에게 대들다 허크, 떠나기로 마음먹다 경제학 채찍질

 

나는 더 이상 아주머니 댁에 가서 그렇게 답답하게 지내며 사람들이 말하는 세련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 57

 

생각나는 대로 모든 일과 모든 사람들에 대해 욕을 하고 그 다음에는 누구라도 빠뜨렸나 확인하려는 듯이 다시한번 온갖 욕을 다 퍼부었어 58 _ 이건 그냥 비명인거지. 아파죽겠다는 비명.

 

7. 숨어 기다리다 오두막에 갇히다 시체를 가라앉히다 한숨 돌리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거야. 딱 맞는 표현은 모르겠지만 71 _ 문호 마크 트웨인도 이런 기분을 아는구나. 다행이다. 다행이야...

 

8. 숲에서 자다 시체 찾기 섬을 탐험하다 짐을 발견하다 짐이 도망쳐 나오다 징조들 - ‘발럼

 

외로울 때 잠자는 시간만큼 좋은 건 없어. 잠을 자면 외로움을 잊어버리게 되니까 79 _ 동감!!

 

잠을 깊이 못 잤어. 생각하느라 잠을 잘 수 없었거든. 눈을 뜰 때만다 누군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래서인지 잠을 자도 기운이 나지 않았어. 이윽고 나는 혼자 중얼거렸지.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어. 이 섬에 누가 있는지 알아보아야겠어. 알아내든지 아니면 망하는 거지, . 그러자 기분이 훨씬 좋아졌어 81 _ 나랑 비슷한 두뇌구조를 가졌던 게 분명하다. 허크, 아니 마크 트웨인!!

 

사람들이 날 천한 노예 폐지론자라고 부르고 고발 안 했다고 경멸해도 상관없어. 난 말하지 않을거야 85 _ 그들도 이런 경멸이 두려운 걸까?

 

짐은 벌이 바보는 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 여러 번 시험해 보았지만 벌은 날 한번도 쏘지 않았거든 88 _ ㅋㅋ

 

나는 그 징조들이 모두 불행에 대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행운의 징조는 없냐고 물어보았지. 짐이 대답했어.

몇 가지 있긴 혀. 그런데 별 쓸모가 없어. 행운이 언제 올지 뭣땜에 알고 싶은데? 그게 날아가 버리길 원해? 팔이나 가슴에 털이 많으면 그건 부자가 될 거라는 징조여. 그런 징조는 그래도 좀 쓸모가 있어. 먼 미래에 너가 부자가 될 거라는 징조를 모른다면 오래도록 가난하게 살 때 기운이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르잖어.” 89 _ ~. 그래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확신의 근거다. 언제까지나 이런 희박한 존재감이 계속될지 모른다는 끔찍한 공포를 물리쳐 낼만큼 분명한 근거. 아니 분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의지가 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한 거다. 아주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이가 그 근거를 갖고 있을 리 없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으니 어쩌리. 본 대로 믿을 수 밖에.

 

난 지금도 부자여. 이 몸뚱아리는 내 건데 족히 800달러는 받을 수 있다잖어. 그 돈이 지금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겄어 91 _ 내 맘이 이 맘이다. 출근만 하면 금방 여유가 돌터인데, 그리 되면 내 주인은 더 이상 가 아니게 되어버리니. 풍족해진 지갑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 슬프냐? 나도 슬프다!

 

9. 동굴 강물에 떠내려온 집

 

날이 어두워져 밖은 온통 푸르고 검게 보였고 아름다웠어 93

 

10. 얻은 물건들 행크 벙커 영감 변장

 

죽은 뱀을 놓아두면 어김없이 그 짝이 와서 주위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던거야 100

 

왼쪽 어깨 너머로 초승달을 보는 것이 가장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늘 생각해 왔지만 말야 101

 

11. 허크와 아주머니 추격 발뺌 고센으로 가다

 

12. 느린 항해 물건들을 빌리다 난파선에 오르다 사기꾼들 배를 찾다

 

우리는 지금 잘 지내고 있는데 더 욕심부리면 안 돼. 성경에도 그렇게 나와 있잖어. 저 난파선에 야간 감시원이 있을지도 모르고 121

 

나는 호기심이 일었지. 그래서 혼자 중얼거렸어. 톰 소여라면 여기서 도망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꼭 알아내고 말거야 123

 

13. 난파선에서 탈출하다 야경꾼 난파선이 가라앉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그 사람들이 걱정되기 시작했어. 전에는 그럴 틈이 없었거든. 아무리 살인자들이라도 그런 곤경에 처하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 역시 살인자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텐데, 내가 그런 경우에 놓이면 기분이 어떨까 싶었어 129 _ 마크 트웨인, 역시 나랑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었던 거야. ..

 

거기에 뗏목을 감추고 보트를 물속에 가라앉힌 뒤 잠자리에 들어 정신없이 잠을 잤어 135

 

14. 멋진 시간 하렘 프랑스어

 

사람들은 솔로몬 왕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던데 난 그 말을 못 믿겄어. 왜냐하면 말이여, 현명한 사람이 그런 난장판 속에서 살고 싶겄어? 아니지. 분명 그렇지 않을거여. 현명한 사람이라면 차라리 보일러 공장을 짓겄지. 그러면 자기가 쉬고 싶을 땐 공장 문을 닫으면 되잖어 139 _ 동감!!

 

난 머리고 그놈을 받아 버리고 말 거여. 그러니께 백인이 아니라면 말이여. 검둥이가 날 그렇게 부르는 건 그냥 못 보제 142 _ , 그러니까 흑인 노예의 심정에 왜 이리 공감이 되는 건지. .

 

15. 허크가 뗏목을 놓치다 안개 속에서 허크가 뗏목을 찾다 쓰레기

 

 

나는 고물을 앞으로 한 채 커다란 강굽이를 엄청난 속도로 떠내려가고 있었어 148 _ 지금 내가 딱 이 심정.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도 허크는 아빠의 오두막을 굳이 탈출해 나왔을까? _ 대답은 절대 ‘YES’. 왜냐구? 모험을 두려워하는 허크는 이미 허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일처럼 분명히 정해진 시들한 미래를 견뎌내기로 마음먹는 미옥은 이미 미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것들은 쓰레기여. 친구 머리에다 진창을 잔뜩 발라 그 친구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쓰레기란 말이여 153

 

나는 내가 너무나 못된 짓을 했다는 걸 알았고, 그 일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짐의 발에 입맞춤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하지만 가서 검둥이에게 몸을 낮추기까지는 15분이 걸렸어. 그러나 마침내 나는 그 일을 해냈지. 그러고 나서 한 번도 그 일을 후회하지 않았어. 그 뒤로 나는 짐에게 더 이상 심술궂은 속임수를 쓰지 않았어. 짐이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거야 153 _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시간일까? 15분이 아니라 15년이 된다고 해도 이런 날이 온다는 확신만 있으면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아니지. 다시 한번 말한다. 이런 날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 굳이 너를 숨쉬게 하신 이유를 또 잊었단 말이냐? 그런 날이 오도록 만들어라. 아니 그날이 올 때까지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들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네 아들딸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

 

16. 기대 선의의 거짓말 물에 떠 있는 돈 카이로를 지나치다 헤엄쳐서 뭍에 오르다

 

짐이 거의 자유롭게 된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어. 누가 이 일로 비난받아야 할까? 바로 나야.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어. 그게 신경 쓰여서 편히 있을 수가 없었어. 한곳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고. 그때까지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절실히 느껴지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어. 그 생각이 떠나지 않고 점점 더 날 괴롭혔어. 나는 자신에게 내 탓이 아니라고 타일렀어. 왜냐하면 내가 짐을 주인에게서 달아나게 한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아무 소용없이 양심이 일어나 매번 이렇게 말했어.

하지만 너는 짐이 자유를 찾아 달아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뭍에 노를 저어 가서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있었잖아.”

그랬어. 빠져나갈 구명이 없었지. 그게 문제였어. 양심이 계속 말했어.

왓슨 아주머니가 너한테 어떻게 했기에 눈앞에서 검둥이가 달아나는데도 한마디도 하지 않은 거야? 그 가여운 아주머니가 너한테 어떻게 했기에 그렇게 못되게 굴어? 아주머니는 책으로 널 가르쳤고, 예의범절을 가르치려 애썼고, 어떻게든 너한테 잘해 주려고 애썼잖아. 그게 다였는데.”

나는 너무나 비열하고 비참한 기분이 들어서 차라리 죽고 싶었어 156 _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말같지도 않은 고민인데...당시의 허크로선 너무나 무거운 양심의 가책.

 

검둥이에게 1인치라도 자리를 내주면 다 가지려고 할 것이다.’라는 옛말이 딱 맞았어 157 _ 가진 자들의 변함없는 논리. .

 

잠깐, 내가 만약 옳은 일을 해서 짐을 넘겨주었다고 쳐. 그럼 지금보다 더 기분이 좋을까? 아니, 기분이 나쁠 거야. 지금 느끼는 기분이랑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옳은 일을 하려면 애를 써야하고 나쁜 일을 할 때는 힘이 덜 든다면, 그리고 그 결과가 똑같다면 애써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어? 162 _ 훌륭한 의사결정 메커니즘.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불운은 계속될테니까 165

 

주위에 반딧불이가 줄지어 있는 검은 구름처럼 보였어 166

 

17. 저녁 방문 아칸소 농장 실내 장식 스티븐 다울링 보츠 시적인 표현

 

18. 그랜저포드 대령 귀족 불화 성서 되찾은 뗏목 장작더미 돼지고기와 양배추

 

그는 남에게 예절을 지키라고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어. 그가 있는 곳에서는 모두가 늘 예의 바르게 굴었으니까 184

 

키가 크고 자부심이 대단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어. 화를 내지 않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이었지. 하지만 한번 째려보면 당장에 사람을 기죽게 만들었어 185

 

그다음 날 있었던 일은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아주 짧게 이야기할 생각이야 195 _ 작가 맘이니까. 그럼..

 

우리는 뗏목처럼 좋은 집은 없다고 말했어. 다른 곳은 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지만 뗏목을 그렇지 않았으니까. 뗏목 위에서는 모든 게 자유롭고 편안하고 느긋했지 201

 

19. 낮에는 뗏목을 묶어두다 천문학 이론 금주 부흥회 브리지워터 공작 왕가의 문제들

 

나무와 꽃에서 나는 향기는 무척 시원하고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어 203

 

모기가 없을 때는 밤낮으로 거의 발가벗고 있었어. 벅의 가족이 나를 위해 만들어 준 새 옷은 너무 좋아서 불편했고 게다가 나는 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 205

 

참 슬프군요!”

대머리가 물었어.

무엇이 슬프다는 거요?”

내가 어쩌다 이런 생활을 하게 돼서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나 싶어서 말이죠.” 210

 

버림받고 높은 신분을 잃은 나는 사람들에게 쫒기는 몸이 되고 냉혹한 세상에 경멸을 받으며 누더기를 입고 지치고 상심해서 마침내는 뗏목에서 악당들과 어울리는 신세가 되었군요! 212

 

짐은 그 사람을 아주 불쌍하게 여겼고 나도 그랬어. 우리는 그를 위로하려고 했지만 그는 아무 소용없다고 했지. 어떻게 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거야. 우리가 자기 신분을 알아주는 것만이 그 무엇보다 도움이 될 거라고 했어.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말해 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우리가 머리를 숙이고 자기를 각하또는 나으리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어. 하지만 그냥 브리지워터라고 불러도 상관없다고 했지. 그것은 이름이 아니라 칭호라고 말이야. 그리고 우리 가운데 하나는 식사 때 자기 시중을 들어야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해 주어야 한다고 했어 212 _ 막 이해가 되려구 한다. 아니, 그 마음이 완전 이해가 된다. 지금 내가 바로 이런 상태인거구나. 존재감의 기아상태. ...그래서 내가 그랬던 거구나...그랬던 거구나.

 

나는 오래지 않아 이 거짓말쟁이들이 왕이나 공작은커녕 천한 허풍쟁이에 사깃꾼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어. 하지만 이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었지.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어. 그래야 싸움도 일어나지 않고 문제도 생기지 않을 테니까. 그들이 자기들을 왕과 공작이라고 불러주길 원한다면 난 반대하지 않아. 같이 있는 사람들끼리 평화롭게 지낼 수만 있다면 말이야....이런 사람들과 잘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대로 내버려 두라는 거야 215 _ 하지만 여기에도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관용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나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만 유효할 뿐. 경계를 넘어선 관용은 비굴의 미화어일 뿐이다.

 

20. 허크의 설명 선전 활동을 구상하다 야외 부흥회 야외 부흥회의 해적 인쇄공이 된 공작

 

21. 칼싸움 연습 햄릿의 독백 마을을 돌아다니다 지루한 마을 보그스 영감 죽음

 

22. 셔번 대령 서커스 구경 링에서의 술주정 박진감 넘치는 비극

 

꼭 모래가 들어 있는 빵을 씹을 때 짓는 그런 웃음 247

 

군인은 타고난 용기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들의 집단이나 상관에게서 빌려 온 용기로 싸우지 249

 

다른 방법이 없을 때는 서커스 구경을 하는 데 돈 쓰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아. 하지만 굳이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잖아 249

 

23. “표 매진” - 왕들을 비교하다 짐이 향수병에 걸리다

 

내가 이렇게 슬퍼하는 건 저 멀리 강둑에서 철썩하고 무엇을 때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여. 그 소리를 들으니 내가 어린 엘리자베스한테 아주 못되게 군 일이 생각나잖어. 그 앤 네 살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끔찍하나 열병에 걸려서 몹시 고생을 했어. 그런데 어느 날 그 애가 내 옆에 서 있기에 내가 이렇게 말했제.

문 좀 닫어.’

그런데 문을 닫을 생각도 않고 거기에 서서 날 보고 실실 웃고 있는 거여. 그래서 내가 화가 나서 다시 큰 소리로 말했제.

내 말 안 들려? 문 좀 닫으란 말이여!’

그래도 똑같이 그렇게 서서 웃고만 있는 거여. 난 몹시 화가 나서 말했어.

내가 말을 듣게 해 주지!

그러고는 그 애의 뺨을 힘껏 후려갈겼더니 그 애가 쓰러지는 거여. 그런 다음 난 옆방으로 갔다가 10분쯤 있다 다시 돌아왔제. 그랬더니 그 애가 그대로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울고 있잖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정말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래서 그 애한테 달려들려고 하는데 바람이 세게 불어오더니 그 애 뒤에서 문이 쾅! 하고 닫혀 버린 거여. 안쪽으로 열리는 문이었거든. 그런데 그 애가 꼼짝도 안 하는 거여! 난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그때 심정을 뭐라 말할 수가 없어. 나는 온몸을 떨면서 그 애 뒤로 몰래 다가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왁! 하고 소리를 질렀어. 그런데 그 애가 여전히 꼼짝도 안 하지 뭐여! , 허크, 난 울음을 터뜨리고는 그 앨 껴안고 말했어.

, 불쌍한 것! 하느님, 이 불쌍한 짐을 용서하소서! 저는 살아있는 동안 절대로 저를 용서하지 못할 겁니다!’

, 그 애는 열병으로 완전히 귀머거리에 벙어리가 되고 말았어. 귀머거리에 벙어리 가. 그런데도 그 애를 야단쳤다니!” 264 _ 인간이란 존재의 슬픈 단면도. 가장 참기 힘든 순간, 내 존재를 부정당할 때. 투명인간 취급을 당할 때. 상대가 그럴 듯 하기라도 하면 그래도 좀 낫다. 하지만 나보다 못 해 보이는 상대에 무시당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그런 것들은 조금이라도 풀어주면 바로 기어오르게 되어있으니 기회가 있을 때 완전히 본때를 보여주는 게 상책이다. 다음부터는 내 이름만 나와도 무서워 벌벌 떨 만큼 확실히. 짐의 심정을 120% 이해한다. 그러나...

과연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4살짜리 엘리자베스가 아빠의 화를 일부러 돋우고 있었던 걸까? 아빠를 모욕하기 위해 일부러? 결국 짐도 알아채 버린 거다. 자신이 엘리자베스에게 한 행동은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화풀이였음을...자신으로부터 인간적인 관심과 사랑을 구하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존재인 딸아이와조차 그토록 목말라하던 인간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비루한 인격의 실체를...다시 말해 결국 자신을 가장 모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24. 왕의 옷을 입은 짐 승객을 태워 주다 정보를 얻다 가족의 슬픔

 

왕은 그 젊은이에게 계속 질문을 해서 아는 걸 다 쏟아 내도록 했어. 그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과 모든 일에 대해 낱낱이 캐물었지 271

 

정말이지 이 두 사람처럼 천하에 둘도 없는 사기꾼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인간이라는 게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어 274

 

25. 그 사람들 맞아? - ‘송가를 부르다 끔찍한 광장 장례식 잔치 나쁜 투자

 

음악은 좋은 거야. 그렇게 엉터리 같은 소리를 들은 뒤에서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상쾌하고 정직하고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지 278

 

왕이 말했다...난 여러 가지 일을 해 보았는데 신의 섭리를 따르는 게 최고야. 더 좋은 건 없어 279

 

26. 신앙심이 깊은 왕 목사가 된 왕 언청이가 허크에게 용서를 구하다 방에 숨기 허크가 돈을 가져가다

 

모든 게 별 볼일 없다는 뜻이야. 그게 다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여자들의 방식이지 288

 

저 애가 뭐라고 했건 그건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 내가 말하려는 건 저 애한테 친절하게 대해 주고, 저 애가 자기 나라를 떠나 있다거나 다른 사람들 사이에 있다고 느낄 어떤 말도 하지 말라는 거야 293 _ 맹목적 착한 척. 굳이 다른 이에게 상처입히고 싶지 않은 그녀의 마음은 너무나 알겠지만 이정도면 착하다기 보다는 분별이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27. 장례식 호기심이 채워지다 허크를 의심하다 박리다매

 

이런 사소한 일이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사랑을 받는 건 바로 이런 작은 일들 때문이야. 마을에서 그 장의사보다 인기 있는 사람은 없었어 304

 

28. 영국으로의 여행 - ‘야만인!’ - 메리 제인이 떠나기로 마음 먹다 허크가 메리 제인을 떠나다 이하선염 경쟁 상대

 

짧은 시간에 진실을 털어놓으려면 상당히 많은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생각했지. 나는 그런 경험이 별로 없어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아무튼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진실을 고백하는 편이 더 나을 때가 있는데 나는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나중에 이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지 313

 

그거야 아가씨가 낯짝이 두꺼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죠. 아가씨 얼굴에 다 쓰여 있을 거예요. 누구도 아가씨 얼굴만 보면 커다란 글씨처럼 훤히 읽을 수 있을 거라고요. 그놈들이 아침 인사로 아가씨한테 입 맞추러 온다면 태연하게 있을 수 있겠어요? 절대로.....317 _ 상당히 예리한 관찰력

 

메리 제인은 마음만 먹으면 유다를 위해서도 기꺼이 기도할 사람이야 320 _ 한 때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았어. 일을 아주 잘할 것 같았거든. 톰 소여라도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을 거야. 물론 톰이라면 더 멋을 부렸겠지만 나는 그런 것에는 소질이 없어. 그렇게 자라지 못했거든 325

 

29. 시험당하는 친척 왕이 잃어버린 걸 설명하다 필적 감정 시체 파내기 허크가 달아나다

 

그러면서 이 말 저 말 지껄여댔는데 마침내는 자기가 지껄이는 말이 믿어질 때까지 계속 주절거렸지 334

 

모든 일이 예상했던 것과는 아주 다르게 흘러갔어 338

 

30. 왕이 허크를 나무라다 왕가의 다툼 훨씬 너그러워지다

 

왕은 오두막으로 기어 들어가 자기를 달래 줄 술병을 꺼냈고 오래지 않아 공작도 자기 술병에 달려들었어. 그래서 반시간쯤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해졌고 술에 취하면 취할수록 더 가까워졌지.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팔을 베고 코를 골며 잠이 들었어 347

 

31. 불길한 계획 짐에게서 들은 소식 오랜 회상 양 이야기 값비싼 정보

 

공작은 초조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아주 심술궂게 굴었어. 사사건건 우리를 야단쳤는데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처럼 닦달을 해 대는 거야.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흠을 찾아냈거든.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었어 351

 

좋아, 그렇다면 난 지옥에 가겠어 357

 

32. 주일같이 고요한 날 잘못 알아보다 궁지에 빠지다 진퇴양난

 

33. 검둥이 도둑 남부의 인심 아주 오랜 기도 타르와 깃털

 

그의 설교는 공짜였어. 충분히 돈을 받을 가치가 있었는데도 말이지 377

 

가면서 톰은 내가 살해되었다고 생각한 이야기며, 아빠가 곧 사라져 버려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이야기며, 짐이 도망쳤을 때 큰 소동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다 들려주었어. 나도 톰에게 왕가의 걸작의 악당들에 대한 이야기며, 시간이 되는 대로 내가 했던 뗏목 여행 이야기를 다 들려주었지 384 _ 나의 지난 3년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다 풀어볼 수 있을까?

 

늘 이런 식이야. 옳은 일을 하든 그른 일을 하든 별 차이가 없어. 인간의 양심은 아무런 분별력도 없으면서 인간을 탓할 뿐이지. 인간의 양심은 개의 양심 보다도 못하지 않을까. 양심은 인간의 가슴속에서 무엇보다도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야 385

 

34. 잿물통 옆에 있는 오두막 굉장한 일 피뢰침을 기어 올라가다 마녀로 인한 고생

 

사람은 뭔가를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니까 387

 

어린 사내아이가 얼마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지! 내가 톰 같은 머리를 가질 수만 있다면 공작이 되는 것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고...나는 계획을 짜내는 시늉만 하고 있었어. 제대로 된 계획이 어디에서 나올지 아주 잘 알고 있었거든. 조금 있으니 톰이 말했어 387

 

그렇게 쉬운 계획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 388

 

그것이 어떤 계획인지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어. 그대로 실행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톰은 그 계획을 실행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일 게 틀림없어. 그리고 정말로 톰은 그렇게 했지 389

 

아무튼 한 가지는 틀림없었어. 톰 소여가 진지하다는 것과 검둥이 짐을 노예 상태에서 구하려고 애쓴다는 거.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지. 톰은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야. 자기뿐만 아니라 집안 식구들도 이 일로 체면을 잃을 수 있어. 톰은 똑똑하고 멍청이도 아니야. 아는 것도 많고 무식하지도 않고 심술궂지도 않고 친절해. 그런데 그런 아이가 자존심도 정의도 감정도 다 내팽개쳐 버리고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부끄럽게 만들려 하고 있어.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터무니없는 일이어서 당장 톰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진정한 친구라면 당장 그만두게 해서 자기 자신을 지키게 해야 한다고. 정말로 그런 말을 하려고 했는데 톰이 내 맒을 막고 말했어.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을 모를까 봐서?”

그래.”

내가 검둥이를 훔쳐 내는 걸 돕겠다고 했잖아.”

그래.”

그럼 됐어.”

그게 톰이 말한 전부였고 나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어. 더 이상 말해 봤자 소용없었거든. 톰은 하겠다고 하면 틀림없이 하고야 마는 아이니까. 하지만 나는 어째서 톰이 이런 일에 끼어들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고 더 이상 그 일로 괴로워하지 않기로 했지. 톰이 그렇게 하고자 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으니까 390

 

진짜 신비롭고 성가셔서 좋아. 하지만 그 보다 시간이 배는 더 걸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서두를 일이 아니야. 찬찬히 살펴보자 390

 

35. 제대로 도망치기 음모 구별하여 훔치기 깊은 구멍

 

, 이 일은 모두 너무나 쉽고 볼품이 없어. 그래서 어려운 계획을 세우기가 무척 힘들단 말이야...어쩔 수 없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해. 아무튼 한 가지는 틀림없어. 온갖 어려움과 위험 속에서 짐을 구해 내야만 더 명예로운 일이 된다는 거 말이야. 그 위험들과 어려움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그걸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야 해 397 _ 이런 말을 하는 톰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되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

 

하지만 내가 수박을 훔칠 때마다 그렇게 자질구레한 차이를 일일이 따져 보아야 한다면 죄수를 대표하는 게 무슨 이익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 가 없었어 403 _ 허크의 정신적 자립의 징후 ^^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게 옳은 방식이고 보통 방식이야. 다른 방식은 들어 본 적이 없어 405

 

36. 피뢰침 톰이 온 힘을 다하다 후손에게 물려주기 고단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도덕 같은 건 신경쓰지 않아. 내가 검둥이건 수박이건 주일 학교 책이건 훔치려고 할 때는 훔치기만 하면 되지 특별히 어떤 방식을 정하지는 않거든. 내가 원하는 건 내 검둥이거나 수박이거나 주일 학교 책일 뿐이지. 그리고 곡괭이가 가장 편리한 물건이라면 난 검둥이건 수박이건 주일학교 책이건 그 곡괭이로 파서 얻을 거야. 권위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안 쓸 거라고 409

 

옳은 게 옳은 거고 그른 건 그른 거니까. 무식해서 그 이상을 모른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릇된 짓을 해서는 안 돼. 너는 곡괭이로 파내고도 칼로 한 척하지 않아도 돼. 넌 그 이상으로 아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아. 난 더 잘 아니까 409 _ 허크와 톰의 신경전!!

 

37. 마지막 셔츠 어슬렁거리기 출항 명령 마녀 파이

 

우리는 그거 만드는 데 아홉 달이 걸린 것으로 하자고 했지 424 _ 내가 익혀야 할 그 무엇에 관한 이야기.

 

38. 문장 숙련된 감독 불쾌한 영광 눈물에 관하여

 

톰은 이런 식이었어. 뭔가 설명해 주고 싶지 않은 건 절대 해 주려고 하지 않아. 일주일을 졸라도 마찬가지일 거야 429

 

난 죄수라는 게 이렇게 귀찮고 힘든 건 줄 전에는 몰랐어요.”

제대로 하려면 원래 그런 거야.” 434

 

귀찮게 현삼화를 길러야 하고, 쥐에게 연주를 해 주어야 하고, 뱀과 거미 따위를 귀여워하며 길러야 하고, 무엇보다 펜을 만들고 문구를 새기고 일기를 써야 하다니 이제까지 했던 어떤 일들보다 죄수가 된 것이 가장 힘들고 근심스럽고 책임이 무겁다며 투덜거렸어. 그러자 톰은 참을성을 잃고 말았어. 그래서 이 세상의 어떤 죄수보다 명성을 떨치기에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고마워하기는커녕 그 기회를 헛되이 버리려 한다고 짐을 비난했지. 그러자 짐은 아주 미안해하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어. 나와 톰은 그제야 잠자리로 향했지 437

 

39. - 활기찬 잠자리 친구들 지푸라기 인형

 

쥐들은 샐리 이모가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하고 있었어 439

 

꼭 죽을 것 같았지만 죽지는 않았어 441

 

40. 낚시 야경단 활기찬 도주 짐이 의사를 부르도록 권하다

 

41. 의사 선생님 사일러스 이모부 호치키스 자매 괴로워하는 샐리 이모

 

42. 상처 입은 톰 소여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 톰이 자백하다 폴리 이모가 도착하다 편지를 건네주다

 

그러니 톰 소여는 이미 자유로운 검둥이를 다시 자유롭게 해 주려고 그렇게 고생을 했던 거야! 바로 그 순간에 좋은 집안에서 자란 톰이 왜 검둥이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일을 도우려고 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지 479

 

마지막 장. 굴레를 벗고 포로에게 돈을 주다 허크 핀 씀

 

이제는 쓸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어. 쓸 이야기가 없다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 책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더라면 결코 시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거야 483 _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음 좋겠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토할 것 같은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든 쏟아내는 수 밖엔 없을 테지. 입말체. 이거람 자신있는데..

 

 

옮긴이의 말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입말체를 완벽하게 구사 485

 

아무 데서나 자고, 아무 거나 먹고 입어도 행복해하는 자유분방한 사내아이 485

 

3. ‘내가 저자라면

자연스러운 구어체를 사용하신 점은 가독성을 높여 읽는 데 수월하게 해주었지만 내용 자체가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난 봄 한 출판사에서 받은 피드백의 일부다. ~! 그렇구나. 활자로 나갈 거람 처음부터 문어체를 썼어야 맞지. 이런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같으니라구. 그래. 니가 하는 게 다 그렇지. ...어쩌구 저쩌구... 안 그러기로 얼마나 다짐을 했었는데 꾀나 그럴 듯한 책을 펴내는 출판사 편집관계자의 한마디가 작가 지망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글이라고 생각하면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가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리는데 비해 편하게 말하듯 써내려가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술술술 풀어져 나온다며 얼마나 좋아했었는데...이런 입말체 글쓰기야말로 말하기 좋아하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문체라며 제법 우쭐대기까지 했구만 그게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나와 내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는 거지? 그랬다. 그로부터 두 계절을 원고 앞에 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며 흘려보냈던 건 결코 그냥 어쩌다보니가 아니었다.

 

자기치유적 글쓰기로 선생님의 내면을 가다듬으시고 상처를 치유하셨다면, 이제는 보다 대중을 염두에 둔 글쓰기에 집중해보시면 어떨까 하는 소견입니다.

 

대중을 염두해 둔 글쓰기라...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언제 다른 사람을 위해 펜을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어느누구도 내 안에서 일어나는 어수선하고 음산한 퍼포먼스를 이해해 줄 것 같지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할 수만 있다면 나 자신에게조차도. 흡족할 만큼의 사랑과 인정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만 있었더라면 영혼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이라도 팔아치울 각오가 되어 있었으니까.

 

밝고 명랑하고 성실하고 인정많고 재능있고 우아한데다 기품까지 넘치는 등등등그럴 듯해 보이는 형용사가 하나둘씩 쇼핑카트에 추가될수록 내가 치루어야 할 청구액 역시 어김없이 불어갔다. 내가 아닌 나를 사들이는 게 성장이라고 믿었기에 그 지경이 되도록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비용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하자 일상은 말 그대로 곡예가 되고 말았다.

 

저요. 저 완전 기분 나쁘거든요. 분명히 말하는데요. 저한테 한번만 더 아까처럼 하시면 그땐 진짜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제가 입이 없어서 가만있는 줄 아시는 거예요. 설마! 왜 저한테는 물어보지도 않고 맘대로 결정하구 그러시는 거예요. 아니, 사실은 저 당신이 싫어요. 욕심많은 이기주의자, 허세작렬 공갈빵같으니라구. 재수없어. 재수없어. 재수없어~!!!!!’

 

얼굴 뒤에 숨겨놓았던 진심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터져나와 그동안의 노력들을 다 망쳐놓을 것만 같았다. 아니 한편으로는 속이 다 시원해지게 한바탕 제대로 쏟아내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궂은 위장에다 화풀이를 해대고 있을 무렵 만난 구세주가 바로 스테노. 가로 15센치 세로 22센치의 이천원짜리 스프링노트였다. 그에게만은 아프면 아프다고, 싫으면 싫다고, 또 탐나면 탐난다고 말할 수 있었고, 5분전에 했던 다짐과는 완전히 상반된 결의를 다지며 파이팅을 외쳐대고도 다시 같은 이유로 그를 찾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판단하지 않았고, 요구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단 한번도 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도 적나라하게 나를 알고 있는 그가 여전히 나를 기다려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하고 또 든든했는지 모른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세상의 눈치를 살피느라 전전긍긍하던 내가 휩쓸려 달려가던 무리를 떠나 나만을 위한 길을 찾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순전히 그의 공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작가로 살고 싶어진 것도 그토록 사랑하는 그와의 관계를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다, 그래야 더 흠뻑 그를 즐길 수 있을 테니까하는 지극히 사적인 욕심 때문이었다. 그와 만남을 영원히 지속할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침실 창문에 구멍 몇 개 뚫는 것 정도야 참아줄 수 있겠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썩 달갑지는 않지만. 이런 내게 대중을 위한 글쓰기라니. 아예 침실문을 열어 제끼고 우리는요. 이렇게, 이렇게 즐겨요. 하며 공개방송이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지. 그들이 우리를 알고 싶어한다는 것조차 분명치 않으니 그들을 침실 앞으로 꼬셔오는 것까지도 해야한다는 거잖아? 그럼 스테노랑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테고, 만난다 해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결국 내게 필요한 위안과 격려를 섭취하기 위해선 또 다른 밀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데...그런 번거로운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스테노를 내게 보내주시고, 그와 충분히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세상에 충분히 감사하고 있지만 이런 대가를 치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과하지 않아? 난 그냥 이대로가 좋아. 그냥 열심히 아이들 돌보고, 주어지는 시간에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으며 지내다가 때 되면 회사로 들어가서 벌자. 정작 글쓰는 즐거움을 방해받는다면 작가라는 타이틀에 굳이 집착할 필요가 뭐 있어. 매일 쓰는 사람이 작가라면 난 분명히 작가인데, 안 그래? 그럼. 이상은 지금으로부터 6개월전 상황. 그 사이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여러분은 아마도 다시는 나의 글을 읽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에게 사고가 있었다. 우아하고 쿨한 엄마를 만들어준다는 수십 권의 육아지침서에서 배운 대로 움직인 결과였다. 엄마인 내 컨디션이 좋아야 아이들에게 더 잘해줄 수 있다는 핑계로 엄마가 일하는 동안 대리모처럼 아이를 보살펴준다는 교내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겼다. 마침 올해부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이런 시설이 생겼다니 이게 무슨 天佑神助인가 해가면서. 덕분에 10시에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오후 5시까지 7시간은 오롯이 혼자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름 엄청 양보하여 하루 3시간씩을 집안일에 투자했더니 집안 분위기도 눈에 띄게 안정되었고 그 덕에 후로 이어지는 나만의 시간을 더더욱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간으로 그동안의 원고를 정리하고 다듬어서 출판사에 보내는 작업들을 할 수 있었던 거다. 학기초에 잠깐 엄마들 모임에 나가보았지만 어찌나 불편하던지. 연락하고 지낼 수 있는 엄마 몇 명은 사귀어 두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왠지 그런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꺼림찍했고, 무엇보다 내 아들에 대한 무한자신감이 있었기에 그런 공작까지 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 놔두면 어련히 알아서 잘 할 터인데 괜히 몰려다니느라 힘 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거다. 같은 반에 돌봄교실을 신청한 아이가 아들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딴 반 친구들이랑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되니 더 좋은 것 아니냐면서. 어린이집을 다른 지역으로 다녔던 터라 동네친구가 하나도 없었던 아들은 자연스럽게 돌봄교실에서 만난 친구랑 어울리게 되었다. 노는 모양새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아이의 판단을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에 그대로 두었다. 그러다 아무래도 정도가 심하다 싶어 선생님께 슬쩍 이야기를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온다며 아무래도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순간 갈등했지만 내 아들에게 편견을 심어주기도,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싫다는 이유로 그냥 방치했다. 아니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자꾸만 개입하려고 드는 스스로를 차단하기 위해 일부러 자리를 비켜주기까지 했다. 유혹을 이겨낸 자신을 대견해하면서.

 

그런데 바로 그 시간에. 그 아이가 아들을 대놓고 괴롭혔던 모양이다. 그나마 눈치를 보던 나까지 정해진 시간까지는 나타나지 않으니, 그 아이 입장에선 그야말로 제대로 된 놀잇감이 생긴 셈이었던 거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아들이 나에게 힘들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 다른 친구들이랑은 시간대가 맞지 않아 어울릴 기회가 없으니 그렇게라도 또래 친구와 놀고 싶었던 거다. 부쩍 어린이집 친구들 이야기를 할 때 알아차렸어야 했던 건데. 그렇게 한 달 정도 괴롭힘을 당했을 무렵, 그러니까 내가 출판사 피드백에 충격 받고 뭐하러 굳이 작가는 하려구 하냐. 이렇게나 삶이 평화롭고도 아름다운데..하고 있을 무렵 아이의 얼굴에 난 상처를 통해 이 모든 상황을 알게 되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엄마의 과실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그 아이가 불쌍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아이의 심성이 심각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이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미된 자가 알면서도 제 아이를 그런 환경에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어차피 아이에게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그 아이의 부모와 내가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아이들 사교생활까지 일일이 엄마가 개입하는 건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며 광분하곤 하던 나였지만 상황이 이쯤되면 얼른 현실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제서야 엄마들이 할 일이 없어 애들 친구까지 만들어주느라 종종거렸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마음에도 없는 시간을 보내는 위선이 꺼림칙하다며 잘난 척 하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내 아이의 안전을 위해 친구 부모의 됨됨이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책속에 빠져 살던 잘난 나만 몰랐던 거다.

 

뒤늦게 합류한 엄마들의 커뮤니티. 고상하신 전문가들의 의견이 어떻든 그로 인해 내 아이가 힘들어 진다면 그건 한낱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 다는 걸 온 몸으로 깨닫고 나자 현장을 공유하는 엄마들의 호출이 어찌나 반갑던지. 오라는 데는 물론이고 오란 말이 없어도 뻔뻔히 얼굴을 들이 밀었다. 마치 적진을 정탐하러 간 스파이처럼 그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심히 관찰했고, 그녀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내 생각이나 의견 따위를 표현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실수로라도 그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아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에 내 아이만 빠지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나는  스스로를 결코 용서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거라구? 나는 그때 분명히 알게 되었다. 아이가 행복하지 못 하다면 엄마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부모, 특히 엄마에게 1순위를 받지 못하는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사지도 않은 로또가 1등 먹기를 바라는 것보다 어리석은 희망일 뿐이라는 것도.

 

사건 이후 내 일상은 그야말로 대대적인 개편을 맞게 되었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바로 우선순위의 조정. 적어도 아이들이 엄마의 관심을 귀찮아할 때까지는 열일을 제쳐놓고 아이들 곁에 있어 주리라는 전혀 답지 않은 결심을 하게 되었던 거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내며 눈에 띄게 안정되고 밝아진 아들 녀석을 보며 알게 되었다. 함께 숙제도 하고, 간식도 챙겨주고, 친구들과 노는 모습도 지켜봐주는 보통 엄마들의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절실한 영양분이 된다는 것을. 몰랐으면 모르지만 이미 알아버렸으니 도리 없지 않는가? 네살짜리 둘째 아이가 엄마는 왜 집에만 있어?’라고 물어봐줄 때까지는 꼼짝없이 내 새끼들의 안락하고 포근한 베이스 캠프가 되어주는 수 밖에.

 

건 그렇고, 그래서 결국 스테노와는 어찌 되었냐구? 스테노와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요즘 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의 관계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도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바로 우리의 공간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 어쩌다 그렇게 변해버린 거냐구? 이 역시 아들이 아니었더라면 결코 만들어지 못했던 기적이었을 것이다. 처음엔 도저히 접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엄마들이었지만, 그녀들 역시 내 아이에게 최고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 자리에 앉아있으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그렇게도 바라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지를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는 나와 똑같은 어미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를 깨닫고 나자 그녀들의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엄청난 위안이 되던지. 그녀들이 은근히 자신들을 무시하며 잘난 척하던 나를 고깝다 물리치지 않고 흔쾌히 무리 안으로 받아주었던 것도 아마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 물론 쉽지는 않았다. 그 어떤 요소가 그녀들에게 어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생각을 물어오는 엄마들이 생겨났을 때는 어떻게든 논란의 여지가 없는 중립적인 반응을 선택하느라 머리를 쥐어뜯었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니까. 하지만 그녀들의 따뜻한 호의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나와 아이의 학교생활은 어떤 빛깔을 띠고 있을까? 를 생각하면 어떻게 이라는 구실로 그녀들을 밀어낼 수가 있겠는가? 그녀들의 선택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최소한 우리가 함께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답안정도는 나누어야 마땅하지 않는가? 그렇게 저마다의 경험과 생각들이 더해지고 보태져서 어울리고 섞이는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공헌이 아니겠는가?

 

이 타이밍에 내게 온 책이 대문호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 한 소년의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완벽한 입말체로 써내려간 명실상부한 고전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읽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6개월전에 내가 받았던 피드백은 구어체라서 안 되고 사적인 내용이라 안 된다는 메시지가 아니었다는 것을. 책장을 덮고 봄에 받은 코멘트를 다시한번 찬찬히 읽어 본다. 이제야 글자안에 숨어있던 진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직은 풋내가 펄펄나는 원고로군요. 상에 내어놓을 만큼 충분히 익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뭐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부디 필요한 경험과 지혜를 얻게 되시어 기쁜 일로 함께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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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8 18:03:27 *.1.160.49

엄마하랴 딸하랴 정신없는 가운데 짬짬히 쓴 글이라

무슨 내용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쓰고 나니 묵직한 뭔가가 쑥 빠져나간 듯한 상쾌함이 느껴지는 것만은 분명하네요.

 

후~ 헉헉대면서라도

우짜케든 쫒아 가봐야겠다 다시한번 마음먹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짜릿한 기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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