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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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장수
추운 겨울날, 소년은 아빠 손을 잡고 대전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소년의 나이는 여덟 살이었다. 아빠는 결혼식에 가야 했었고, 엄마는 세 살 어린 동생을 돌봐야 했기 때문에 소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혼식장은 대전터미널 바로 맞은편에 있었다. 빨간 신호동 앞에 서서 아빠와 함께 기다렸다.
신호가 바뀌자 걸어가는데, 건너 편에 백발의 노인 한 분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셨다. 아빠는 할머니와 마주치기 싫어서 인지 직선이 아닌 대각선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소년의 눈에 자꾸만 할머니가 들고 있는 작은 소쿠리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소년의 눈을 쳐다보면서, 소쿠리를 위 아래로 움직이셨다. 마치 무언가를 가져가려는 몸짓이었다. 보도 블럭 위에 올라 섰을 때, 환하게 웃는 할머니의 표정을 보고서 확신을 가졌다. 소쿠리에 있는 것을 나에게 줄 거라는 생각이었다. 소년은 아빠의 손을 놓고는 말했다.
"아빠, 잠깐만" 하고는 할머니에게 뛰어갔다.
할머니 앞에 서서 소년은
손을 내밀었다. 할머니는 소쿠리를 선뜻 건네주셨다. 소년은
소쿠리를 통째로 잡고는 할머니에게 인사했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고는 아빠에게 다시 달려갔다. 소쿠리 속에 동전들이 쩔렁쩔렁 거리며, 박자를 맞추었다.
"아빠! 이거 할머니가 주셨다"
놀란 아빠 얼굴을 보자마자, 소년은 발이 엉켜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동전 소쿠리는 바닥에 나뒹굴고, 동전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주변의 사람들이 멈춰 서서는 넘어진 소년을 쳐다 보았다. 아빠는
달려와서 동전부터 먼저 줍기 시작했다.
"할머니 소쿠리는 왜 가지고 왔어" 라고 말하는 아빠의 말에 소년은 감정이 복받쳐서 울음을 터트렸다. 아빠 대신 할머니가 일으켜 세워 주셨다. 옷과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시린 손을 꼭 잡고 문질러 주셨다. 할머니는 두 손으로 소년의 조그만 손을 감싸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어 주셨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고는 소년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아빠는 주워 담은 소쿠리를 건네주면서 연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아들 야단치지 말게나, 우리 손주랑 꼭 닮아서 내가 준거야"
"어젯밤에 좋은 꿈을 꾸었지, 그렇지? 아들 훌륭하게 잘 키우시게" 할머니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마치 아빠의 생각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빠는 당황스러워
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지갑에서 누런 지폐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는
동전소쿠리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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