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 조회 수 2658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소년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어제 저녁에 무슨 꿈을 꾼 거야?" 소년은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응, 내가 꾼 것이 아니라, 엄마
꿈을 아빠가 샀어" 소년은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럼 그렇지, 엄마 꿈장부에서 하나 골랐구나"
"장부에서 제일 좋은 것으로 하나 샀지" 아빠는 소년의 볼을
만지면서 대답했다.
"얼마짜리야, 그리고 무슨 꿈이야?"
"엄마한테 말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말해 줄께" 아빠는 검지손가락을 펴서 입술에 갖다 대고는 새끼손가락을 소년에게 내밀었다. 소년은 아빠하고 둘 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소년에게 꿈이야기를 해주었다.
소년의 엄마는 매일 꿈을
꾼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 꿈 이야기를 적는다. 꿈에 대한
내용도 적혀있지만, 엄마는 꿈마다 가격을 적어 놓았다. 금액은
제 각각이었다. 낮은 것은 백원부터 비싼 것은 백만원 짜리도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비싼 똥꿈을 엄마 몰래 샀다. 똥꿈 아래에 적혀있는 금액을 두 줄로 긋고는 만원이라고
표시했다. 그리고 아빠는 만원을 장부 안에 넣어두지 않았다. 외상이었다. 결국 그 만원은 할머니 동전소쿠리에 넘겨졌지만 말이다. 아빠가 엄마 꿈을 산 것을 할머니는 어떻게 알았을까? 소년은 할머니
말에 깜짝 놀라는 아빠 표정을 떠올렸다. 그리고 소년은 할머니가 주신 동전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렸다.
집에 도착하자, 엄마는 소년을 꼭 안아주었다.
"우리 아들, 오늘 아빠랑
잘 다녀왔어"
엄마는 꿈장부을 잠자리 옆에 항상 놓아두었다. 꿈장부의 맨 윗줄에는 저녁에 잔 시간과 일어난 시간이 적혀있다. 다음으로 꿈에서 본 장면들을 그려놓고, 그 아래 칸에는 제목과 함께 꿈 이야기를 적어놓았다. 옆 칸에 꿈 가격이 적혀있는데, 누구에게 팔았는지 기록되어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다음 꿈을 위해 미리 단어를 적어 놓았다. 마치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가는 어부처럼 미끼와 그물을 미리 준비했다. 단어는 좋은 꿈을 잡기 위한 미끼였다. 큰 고기를 잡기 위해 엄마가 적어 놓은 단어는 징그럽고 냄새 나는 것들이었다. 바다 속에 좋은 꿈들이 냄새를 맡고 덥석 물어주기를 매일 저녁 엄마는 기다렸다.
자기 전에 엄마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온 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꿈을 꾸게 해주는 음식을 꼭 챙겨먹는다. 콩이나 두부, 그리고 견과류, 생선이나 달걀과 같은 단백질 음식이다.
엄마 꿈의 고객은 소년과
아빠였다. 한번은 아빠에게 큰 교통사고 났었는데, 전날에
아빠가 엄마 꿈을 사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했다. 그 다음부턴 아빠는 엄마 꿈의 가장 큰 고객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아빠는 멀리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갈 때면 엄마 꿈장부에서 좋은 꿈을 챙기고 집을 나선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212 |
[33] 시련(11) 자장면 한 그릇의 기억 ![]() | 앤 | 2009.01.12 | 205 |
5211 |
[36] 시련12. 잘못 꿴 인연 ![]() | 지희 | 2009.01.20 | 209 |
5210 |
[38] 시련 14. 당신이 사랑을 고백하는 그 사람. ![]() | 지희 | 2009.02.10 | 258 |
5209 |
[32] 시련 10. 용맹한 투사 같은 당신 ![]() | 앤 | 2008.12.29 | 283 |
5208 |
[37] 시련. 13. 다시 만날 이름 아빠 ![]() | 앤 | 2009.01.27 | 283 |
5207 |
[28] 시련(7)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 | 지희 | 2008.11.17 | 330 |
5206 | 칼럼 #18 스프레이 락카 사건 (정승훈) [4] | 정승훈 | 2017.09.09 | 1660 |
5205 | 마흔, 유혹할 수 없는 나이 [7] | 모닝 | 2017.04.16 | 1663 |
5204 | [칼럼3] 편지, 그 아련한 기억들(정승훈) [1] | 오늘 후회없이 | 2017.04.29 | 1717 |
5203 | 9월 오프모임 후기_느리게 걷기 [1] | 뚱냥이 | 2017.09.24 | 1746 |
5202 |
우리의 삶이 길을 걷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 | 송의섭 | 2017.12.25 | 1749 |
5201 |
결혼도 계약이다 (이정학) ![]() | 모닝 | 2017.12.25 | 1779 |
5200 | 2.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아난다 | 2018.03.05 | 1779 |
5199 |
7. 사랑스런 나의 영웅 ![]() | 해피맘CEO | 2018.04.23 | 1789 |
5198 | 11월 오프수업 후기: 돌아온 뚱냥 외 [1] | 보따리아 | 2017.11.19 | 1796 |
5197 | (보따리아 칼럼)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생각은? [4] | 보따리아 | 2017.07.02 | 1797 |
5196 | 12월 오프수업 후기 | 정승훈 | 2018.12.17 | 1798 |
5195 | 일상의 아름다움 [4] | 불씨 | 2018.09.02 | 1803 |
5194 | 칼럼 #27)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윤정욱) [1] | 윤정욱 | 2017.12.04 | 1809 |
5193 | 감사하는 마음 [3] | 정산...^^ | 2014.06.17 | 1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