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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9일 06시 33분 등록
 

질투는 사랑이 아니다


 러셀은 “불행의 가장 커다란 원인 가운데 하나는 질투일 것이다. 질투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정 속에 가장 깊이 뿌리박고 있는 감정 중 하나이다. 인간성의 모든 특질 가운데서 질투가 가장 불행하다. 시샘이 많은 인간은 남의 불행을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벌만 피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정도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질투 그 자체에 의해서 스스로 불행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질투란 “고통을 가져올 일을 열심히 쫓아다니는 열정”이라는 독일 속담이 있듯이 이 저열한 감정이 폭풍우처럼 마음을 뒤흔들어놓으면 자신도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진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 질투의 위력은 허리케인을 방불케한다. 문학에 나타난 최고의 질투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이다. 내용을 간단히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베니스 공국의 원로 브라반쇼의 딸 데스데모나는 흑인 장군 오셀로를 사랑하게 되어 아버지 몰래 결혼했다. 베니스공국에서 제일가는 귀공자를 골라 결혼시키려 했던 브라반쇼는 딸에 대한 배신감으로 몸을 떨었다. 오셀로가 자기의 딸을 꼬드겼다고 생각하여 감옥으로 보내려고 하는 순간, 때마침 투르크 함대가 사이프러스섬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오셀로장군은 이 섬의 수비를 위하여 부인 데스데모나와 함께 사이프러스로 떠나게 된다.

  브라반쇼는 마지막으로 데스데모나의 마음을 돌려놓으려 딸을 불러 사랑의 경위를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이의 천직 그 자체에도 마음은 끌렸습니다. 그리고 오셀로님의 얼굴을 그 마음속에서 발견하고 그이의 명예와 용맹 속에 저는 심신을 바쳤습니다.”

이 말을 들은 브라반쇼는 딸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사이프러스로 떠나는 사위에게 한 마디 던진다.

 “오셀로여, 눈을 가졌거든 아내를 경계해. 아비를 속인 여자야. 남편인들 못 속이겠나?”

그러자 오셀로는 “아내의 절개, 이 생명을 걸죠!”라고 답한다.

  오셀로와 데스데모나는 사이프러스에서 신혼의 단꿈에 젖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데 오셀로의 기수(旗手) 이야고는 자신이 갈망하던 부관의 자리를 캐시오에게 빼앗겻기 때문에 복수를 결심하고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여기에서도 남자의 시기심과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게 된다.

  이야고는 오셀로에게는 캐시오와 데스데모나가 밀통(密通)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말을 여러 차레 전한다. 오셀로가 그녀에게 주었던 귀중한 손수건을 자기 처인 에밀리아에게 명하여 훔쳐내서 캐시오의 방에 떨어뜨려 놓아 가짜 증거를 만든다. 이야고는 오셀로가 데스데모나에게 선물로 준 손수건을 챙기면서 “공기같이 가벼운 일이라도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는 놈에게는 성서의 구절만큼 효력 있는 증거가 되거든.”이라고 말한다.

  이야고의 음모에 의해 오셀로는 부인 데스데모나와 캐시오의 사이를 의심하게 된다. 오셀로가 캐시오에게 질투를 느끼자 이야고는 이렇게 말한다.

 “각하, 질투는 경계하셔야 합니다. 이건 파리한 눈빛을 한 괴물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음식으로 삼아 먹기 전에 조롱을 하는 그런 놈입니다.”

  그렇다. 질투는 분명 경계해야 할 그런 것이다. 어리석은 오셀로는 이야고의 말만 믿고 상황을 살펴보지도 않은 채 자고 있는 데스데모나를 깨운다.

  “내 손수건을 그놈(부관인 캐시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봤어. 이 거짓말쟁이가 내 가슴을 돌같이 만드는 구나.”

  데스데모나의 “내일 죽여 달라”는 간청도 무시한 채 오셀로는 아내의 목을 졸라버린다. 부정한 부인을 죽였다고 의기양양하던 오셀로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야고의 음모에 의한 것임을 알고 통곡을 한다. 오셀로는 회한과 비탄에 젖어 자살해버린다. 질투심에 불타는 한 남자의 결말은 이렇게 어이없고 슬프다.

  질투는 여성의 전유물이라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문학작품이나 연극 또는 오페라를 보면 남성들의 질투가 훨씬 빈번하게 등장한다. 자신의 깊은 열등감 때문에 아무 잘못도 없는 아내를 의심해 죽이고 마는 <오셀로>를 비롯하여 비제의 오페라로 유명한 <카르멘>, 호손의 <주홍글씨> 등 그 예는 많다. <카르멘>은 ‘자신의 사랑과 희생을 외면한 채 젊은 투우사에게로 마음을 돌리는 것에 격분한 호세는 카르멘을 죽인다’는 내용이다. 여성의 질투에 비해 남성의 질투는 훨씬 폭력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극적 효과가 강렬한 작품들을 탄생시켰을 것 같다.

  러셀은 “질투는 사실 절반은 정신의 결함, 절반은 지적 결함의 한 발로이다. 그것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비교의 관계로만 볼 때 나타난다.”고 했다. 300만 년이 넘도록 지구상에서 삶을 이어온 인류의 아득한 조상들과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 대부분은 질투하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만일 높은 권력과 명예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나폴레옹을 부럽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시저를 부러워하고, 시저는 알렉산더를 선망했다. 그리고 아마도 알렉산더는 헤라클레스를 부러워했을 것이 틀림없다. 더욱이 헤라클레스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은 인물이었음’을 생각할 때 우리 인간의 질투심은 터무니없는 그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질투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문학 속에 나타난 질투는 피를 보고야 마는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벼운 질투는 소로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이자 추진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러셀은 “질투를 줄이는 방법 가운데 본능을 만족시키는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본능을 만족시켜라’는 말에 꽂힌다. 얼핏 보기에 순전히 일과 관련해서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실은 성적(性的)인 원인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단다. 결혼생활이 행복하고 자식에 관해서도 행복한 사람이 자기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자식을 기를 만한 힘이 있다면 자기보다 돈이 많다든가 자기보다 성공했다고 해서 공연히 남을 시샘하지 않는 다고 했다. 자신에게 충실하고 자신의 주변 환경에 만족하는 사람은 쉽게 질투심으로 들끓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질투심에 불타는 남자들은 저마다 마음에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맞다.

 그러면 질투를 받게 되는, 일방적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여자들은 어떤가? 남성들의 질투심에 희생되는 여성들은 대체로 질투심을 유발할 만큼 미모가 빼어나고, 활동적이라 주변엔 남자들이 많다. 열등감을 품고 있는 남자들은 끊임없이 비교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질투라는 감옥에 갇혀버린다.

 질투심이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쉽게 수그러들 그런 만만한 것이 아니다.

IP *.85.24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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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 14:16:12 *.114.49.161

저도 본능을 만족시키라는 말에 꽂힙니다. ^^

오늘치 본능을 만족시켜야겠어요. 이따 퇴근하고요. 어제는 순대국 먹었는데 오늘은 술을 마실까나요?

어제 다들 즐거우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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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 23:33:10 *.36.15.97
완전 잼나게 수다 떨었어요. 콩두 언니 많이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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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2012.11.01 00:33:49 *.85.249.182

벌써 아레가 되네.

너무 재미있었어.

오늘을 시월의 마지막날이라

남편과 와인 한 잔하고 있어요.

이제 올해도 두 달 밖에 안 남았고

우리 팔팔이들 볼 날도 얼마 안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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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 23:32:26 *.36.15.97
질투는 생물학적으로 남자의 것이라던데요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반드시 그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지만 남자는 아니니까요. 여자의 부정은 남자에게 더욱 치명적! 저도 질투를 해봐서 아는데 순순히 질투를 인정하면 오히려 질투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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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깔리여신
2012.11.01 00:38:10 *.85.249.182

문학에서 여자의 질투를 찾으니까 별로 없는거야.

대부분이 남자의 질투라 놀랏어.

그동안 남자는 마음이 넓고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있다고 믿었는데

잘못알고 있엇던 것 같애.

순순히 질투를 인정하면 질투가 사라진다.

순순히 미움을 이해하면 미움이 없어진다.

멋진 치유법인 것 같다.

이준의 행복한 독립을 찬탄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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