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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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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30일 00시 41분 등록

결혼을 하고 새집에 와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수십 개가 넘는 별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옥상 지붕에 누워 별을 보곤 합니다. 별을 보다 보면 별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그대도 별과 자신 사이에 어떤 공명을 느껴본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별은 ‘우주에 존재하는 극도로 뜨거운 불덩어리’입니다. 별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핵 연소를 통해 에너지 생성하고 방출합니다. 별이 스스로 빛나는 이유입니다. 그에 비해 지구나 금성과 같은 행성은 핵 연소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밤에 빛나는 것은 태양과 같은 별의 빛을 받아서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달과 같은 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비로운 점은 별의 핵 연소 과정에서 모든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원소들이 생성된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신체 장기와 조직 속에 있는 탄소, 뼈 안에 있는 칼슘, 피에 들어 있는 철분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원소들은 모두 별에서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주의 신비입니다. 핵천체물리학(Nuclear Astro-physics) 연구가인 하인츠 오버훔머는 <4시간 만에 끝내는 우주의 모든 것>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원소들은 모두 별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모두 결국 아주 오래된 과거 별의 유산이자 자손인 셈이다. 만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당신은 나의 별이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로 모두 별들의 먼지로 구성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다녀온 변화경영연구소의 ‘꿈벗 소풍’에서 꿈벗 유형선 형의 딸 수민이가 자작시를 소개했습니다. 수민이가 네다섯 살 때 지은 시인데 제목은 ‘별과 꽃’입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아빠!

몰랐어?

꽃은 원래 별이었어.

 

아빠!

몰랐어?

별은 원래 꽃이었어.

 

꽃은 별이 떨어져서 된 거야.

 

20121030.jpg

(꿈벗 모임에서 소개한 수민이의 시와 그림을 찍은 사진.

시를 파워포인트로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로 시의 마지막 행이 빠졌음.)

 

이 시를 보며 나는 경이로웠습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꽃도 역시 별에서 온 원자로 만들어집니다. 나는 겨우 별과 인간의 공명에 대해 상상했는데 수민이가 그린 그림에서 노란별은 꽃으로 바로 변환됩니다. 맑고 투명한 꼬마 예술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때문입니다. 예술이 미리 본 것을 과학이 나중에 입증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과학이 증명하고 설명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것을 수민이와 같은 예술가는 직감하고 직시합니다.

 

이런 마음은 선불교(禪佛敎)의 표현을 빌리면 ‘초발심자의 마음’입니다. 미국에 선을 보급한 스즈키 순류 선사(禪師)는 이 마음을 강조하면서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숙련된 사람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아주 조금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맑고 투명하게 비어 있는 마음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섬광처럼 만물의 진면목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과학과 예술과 영성은 높은 곳에서 만나고 깊은 곳에서 서로 통하는 듯합니다.

 

20121024.jpg

* 하인츠 오버훔머 저, 이종완 역, 4시간 만에 끝내는 우주의 모든 것, 살림, 2011년

IP *.34.180.245

프로필 이미지
2012.10.30 19:08:27 *.169.188.35

그래..

승완이도

용규형도

미쳐가는구나..^___^

 

나무의 오르가즘을 이야기 하는 용규형이나

별과 인간의 공명을 이야기 하는 승완이나...

 

너무나 정상적인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몇 명 미쳐가는 것도 좋겠지...

 

나도 미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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