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 조회 수 257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거미 – 이면우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굽혀 갔다, 되짚어오다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 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가도 좋을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 아홉
홀로 망을 자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
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페이지 10)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012]거미 – 이면우 | 햇빛처럼 | 2012.10.30 | 2571 |
978 | 어떤 주례사 - 법정스님 [1] | 김미영 | 2010.03.12 | 2574 |
977 | 천사종묘사 [2] | 김용관 | 2003.08.18 | 2576 |
976 | 이브의 천형 중에서 | 이선이 | 2008.05.26 | 2576 |
975 | 연필을 깎으면서 [4] | 신진철 | 2010.05.14 | 2576 |
974 | 새벽 박새 [2] | idgie | 2008.11.15 | 2577 |
973 | 5기 연구원 2차 도전자의 단합의 밤 [5] | 이승호 | 2009.03.10 | 2577 |
972 | 게임의 틀을 바꾸자 | 송창용 | 2009.08.07 | 2578 |
971 | 쓴다는 것은 | 나리 | 2009.09.23 | 2579 |
970 | 5-2칼럼 나의 신화쓰기 [3] | 윤인희 | 2010.05.10 | 2579 |
969 | -->[re]같은 마음속으로... [1] [1] | 유민자 | 2003.07.01 | 2580 |
968 | [15]음복 - 강연호 [2] | 햇빛처럼 | 2010.12.17 | 2580 |
967 | 사부님, 참 감사합니다 [2] | 써니 | 2011.05.15 | 2580 |
966 | Are you delicious? [6] | 김지혜 | 2007.05.18 | 2583 |
965 | 돌아가야할 시간입니다. [4] | 백산 | 2011.08.30 | 2583 |
964 |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권유하는 구선생님께 감사드리며 [6] | 섬옥 | 2005.03.19 | 2584 |
963 | [91] 자신과의 대화 (2) [2] | 써니 | 2008.07.08 | 2584 |
962 | 매일71 : 인간관계에서 예의를 갖춘다는 것? | 인희 | 2010.09.23 | 2584 |
961 | [노래]어쩌다 마주친 그대(출처:pops8090/유튜브) | 김지현 | 2010.04.29 | 2585 |
960 | ---->[re]3 월의 주제 - 논점이 빗나간 글일 수 있지만 중대한 고민 [1] | 구본형 | 2003.04.03 | 25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