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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30일 08시 51분 등록

거미 이면우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굽혀 갔다, 되짚어오다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 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가도 좋을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 아홉

홀로 망을 자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

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페이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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