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햇빛처럼
- 조회 수 298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거미 – 이면우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굽혀 갔다, 되짚어오다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 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가도 좋을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 아홉
홀로 망을 자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
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페이지 10)
VR Left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4109 | 얻는것과 잃어가는 것. | 빈잔 | 2024.11.09 | 1280 |
| 4108 | 노력하는 자체가 성공이다 | 빈잔 | 2024.11.14 | 1319 |
| 4107 | 인생을 조각하다. | 빈잔 | 2024.10.26 | 1327 |
| 4106 | 눈을 감으면 편하다. [1] | 빈잔 | 2024.10.21 | 1328 |
| 4105 | 늙음은 처음 경험하는거다. | 빈잔 | 2024.11.18 | 1404 |
| 4104 |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병가지고 오래 사는것. 외롭게 오래 사는 것. | 빈잔 | 2024.10.22 | 1406 |
| 4103 | 길어진 우리의 삶. | 빈잔 | 2024.08.13 | 1497 |
| 4102 | 상선벌악(賞善罰惡) | 빈잔 | 2024.10.21 | 1513 |
| 4101 | 문화생활의 기본. [1] | 빈잔 | 2024.06.14 | 1556 |
| 4100 | 선배 노인. (선배 시민) | 빈잔 | 2024.07.17 | 1620 |
| 4099 | 꿈을 향해 간다. [2] | 빈잔 | 2024.06.25 | 1772 |
| 4098 | 나이는 잘못이 없다. | 빈잔 | 2023.01.08 | 2003 |
| 4097 | 홈페이지 링크 [1] | 舒贇 | 2007.04.02 | 2016 |
| 4096 | 숙제 [3] | 자로 | 2006.09.08 | 2020 |
| 4095 | 말리지 않은 책임에 대하여 [1] | 김나경 | 2007.03.24 | 2022 |
| 4094 | 기차를 타러 나가며 [1] | 미 탄 | 2006.05.13 | 2025 |
| 4093 | 찾는 것과 만들어진 것 [1] | 백산 | 2007.01.19 | 2027 |
| 4092 | [71] 저절로 취해드는 불빛들 | 써니 | 2008.02.03 | 2027 |
| 4091 | 세상읽기1 [2] | 舒贇 | 2007.03.23 | 2029 |
| 4090 | [7] 내가 쓰고 싶은 첫 번째 책 [4] | 조윤택 | 2006.04.24 | 20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