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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일 07시 33분 등록

오늘 쉰이 되었다 이면우

 

서른 전, 꼭 되짚어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 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로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아프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 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 아이가 이 구절을 마음으로 읽을 때 쯤이면 난 눈썹 끝 물방울 같은게 되어 있을 게다.

 

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 라고 두번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서늘한 방에 앉았다가 무릎 한번 탁치고 빙긋이 혼자 웃었다.

이제부턴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따끈한 국밥 한 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고, 그리고

쓸쓸한 가운데 즐거움이 가느다란 연기처럼 솟아난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68~6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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