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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4일 20시 15분 등록

1. 저자에 대해서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정민 교수에 관한 설명은 이전 자료로 대체합니다.

 

 

 

3. 내가 저자라면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내가 정민 교수라면

 

정민 교수는 다산 정약용과 닮은 구석이 많다. 정약용을 연구하면서 그의 공부법을 체화한 탓이 분명하다. 다산의 도플갱어처럼, 그의 지식경영법을 핵심만 뽑아내어 정리해 준 저자에게 큰 고마움을 느낀다. 학자의 필요성이 바로 이러한 것 아니겠는가? 모든 이들이 다 할 수 없는 공부를 학자가 대신 해주고 그 정수만을 일반에게 쉽게 전달해주는 것. 책을 읽으면서 다산의 공부법을 알게 되면서 진심으로 큰 행복감, 그리고 다행감을 느꼈다.

책은 일단 목차가 깐깐하다. 큰 주제 10개를 잡고, 각각에 속한 5개의 소주제를 잡고 있다. 잔뼈도 이렇게 많은 잔뼈를 가진 책은 드물 것이다. 소주제별로 해당하는 한문표현을 제시하고 있다. 소제목 아래에는 그 주제를 잘 드러내는 쪽글을 담고, 그 쪽글 중에서도 핵심 문단을 붉게 표시하였다. 소주제 안에서도 소소주제를 만들어 한 두 페이지에 해당하는 글의 주제로 삼고 있다. 필요한 표와 그림을 제시하고 문헌을 발췌하여 제시한다. 소주제의 마지막에는 사기열전의 "강태공 왈" 처럼 "다산은 말한다"로 시작하는 요약글을 실었다. 그 수고스러움에 절로 탄복하게 된다. 아마 작은 사족도 참지 못하는 저자의 결벽증 때문이 아닐까?

다만 이렇게 되면 나같은 범인이 읽기엔 지나치게 머리가 아프다. 경영법의 백과사전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마치 "맹자" "논어"를 읽는 것처럼 백독은 해야 할 것 같다. 주제어를 음미하기 위해서 1-2쪽은 짧기 때문에 그 뜻을 알기 위해 여러 번 곱씹어야 한다. , 생각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책에서 가르치려는 주제가 너무 많으면 결국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하게 된다. 머리가 공중으로 붕 떠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소주제 간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교집합이 지나치게 커버리면 차라리 한 데 묶는 편이 속 편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주제어를 다루면서 주제어끼리 상충하는 모순을 크게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다산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함에 굽힘이 없고 거칠 것이 없다고 하였다가, 어떤 때는 완곡한 표현법으로 역설을 두 번 사용한 것을 예로 든 부분이 있는데 약간 아슬아슬하다고 느꼈다.

내 생각에는 주제의 구분을 큰 주제 10개에서 끝내는 편이 가장 좋았고, 그것이 힘들다면(?) 큰 주제에 대한 소주제 5개 정도에서 구분을 끝내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주제들은 문단의 구분으로 충분히 나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릇 책은 교과서가 아닌 다음에는 술술 읽혀나가는 맛이 필요하다. 사유가 연결되어야 새로운 것이 생겨날 공간도 창출된다고 생각한다. 뼈대가 듬성듬성하되 견고하되, 여기에 붙는 근육에도 체계가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데 뼈대가 지나치게 세세하게 많고 근육은 이 뼈에 치여서 마치 햄버거 패티처럼 분쇄되어서는 안 된다.

 

2. 내가 다산 정약용이라면

 

책 자체는 지식경영법에 관한 것이었다. 다산의 일생을 정면으로 다룬 것은 아니었으나, 읽으면서 참담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다산의 공부법은 매우 훌륭하다. 책을 초반까지 읽으면서 다산의 방법대로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솟구쳐서 마음을 다잡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왜 이제껏 이 방식의 공부법을 몸에 체화하지 못했는지, 혹은 방법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었는지 한탄스러웠다. 그러나 책의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즉 다산이 귀향을 가고 그의 고난과 죽음이 다가올수록 뒤늦은 회한에 괴로웠다. 다산이 귀향을 가서가 아니다. 시대적 한계가 한탄스러웠던 것이다. 다산이 관리의 학문(, 중국에서 파생한 동양철학)을 과감히 버리고 실용주의 학문에 일평생을 바쳤더라면. 그가 중국에 갔었더라면. 인생의 후반기를 신학에 바친 파스칼처럼, 정약용이 시대를 완전히 거스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한 요구임이 분명하니 그저 그의 불운을 탓할 수밖에.

 

다산은 분명 자신의 시대적 배경 안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인물이다. 더군다나 그의 사상은 비록 당시에는 경쟁력을 증명할 수 없었으나(이미 시기가 늦어 서양의 발달한 과학 문명에 밀려 혹독한 시련을 치러냈고 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서구의 과학이 동양에서는 비슷하게라도 시작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치명적인 콤플렉스다.) 매우 훌륭한 사상이며, 오늘날 많은 기업체들과 학자들이 핵심 전략으로 삼을 가치가 있다. 정약용의 실학은 특히, 많은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서 이를 "툭 터진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상황에 더욱 주효하다. 다만 다산의 방법이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창의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우리는 다산의 방법을 창조로 잇는 데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가장 선두그룹에 있는 주자들은(가령 삼성 같은) 최고의 모방꾼에 지나지 않는다. 모방이 극에 달하면 창조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어느 분야에서도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였다. 이제 막 고개를 넘어서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최선의 긍정일 것이다.

 

나는 너무 궁금하다. 늘 그것이 궁금했다. 왜 우리는 이런 우수한 인재들을 두고도, 그리스에서는 기원전부터 거론되었던 사물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없었는가? 왜 우리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며, 더불어 원자론에 입각한 핵무기를 생각하지 못하였을까? 문물이 흘러 들었기 망정이지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더라면 이는 굉장한 갭이었을 것이다. 서양의 지구가 동양의 지구를 발견하여 우주선을 파견하는 그 순간까지도, 동양의 지구는 전구 하나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서구와 동양이 서로 다른 행성으로 분리되어 있었다면 현재의 한국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타나게 되었는가? 버트런드 러셀은 동양의 학문이 신비주의에 치우쳐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그리스 신화를 보면 말도 안 되는 신격화가 있으며 미합중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신을 진심으로 믿는다. 동양에서는 과학에 대해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 절대적 차이를 야기한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지 누가 좀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동양은 동양만의 가치가 있다거나 가치는 서로 비교를 논할 수 없다거나 서양 과학철학의 끝에는 동양철학적 깨달음이 있다는 자기 위안은 필요 없다. 우리는 여실히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특히 고가의 의료 장비들이 필요한 치료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다. 그 기술 중 단 하나도 국내에서 시작한 것이 없다. 모든 기구들이 해외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들여야 하는 것들이다. 처음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 미국 공항에서 개인 의사가 낑낑 대며 기구를 들고 나르고 이를 이해 못한 세관에서 검문을 수시간 받는 등, 그 우여곡절의 이야기는 웃기기보다는 차라리 눈물이 난다! 기초 학문 분야는 다를까? 최근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교토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해외에 나가서 배워야 합니다. 한국도 해외에서 배우고 있는 훌륭한 학자들이 많으니 곧 좋은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이게 바론 2012년의 이야기다. 게다가 야마나카 교수의 업적은 2006년도에 발견된 역전사 줄기세포에 관한 것이다. 아주 최근의 일이란 뜻이다. 아직 국내 수준에서는 창조의 동력이 미진하다. 우리는 정약용 시절의 격차가 현재에 와서도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정체성을 포기하는 쉬운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차라리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선택권이 없다. 우리는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약용이 귀향을 갔던 바로 그, 시점에서 우리는 태어났다. 우리는 모두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다. 다산을 읽고 그의 방법을 따르되, 지독히 능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Don't work hard, work smart. 그런데 이 smart가 지독히도 smart해야 한다. 완전히 깨어 있어야 하는 지독한 주의력! 거기에 선비의 운치를 담을 겨를이 있을까? 그래야 하겠지. ////.

 

3. 다산 정약용의 지식경영법과 빅데이터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래밍 수업을 등록하였다. 빅데이터를 다루기 위해서이다. Evidence based 를 기본으로 하는 연구를 위해 환자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N수가 늘어날수록 페이퍼의 질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그런 빅데이터를 모두 수작업으로 할 것인가? 필사와 구텐베르크의 활자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 반드시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빅데이터를 다룰 수 없게 된다. 천 명이 백만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의 목표는 정확한 중간값을 산출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질병과 약물 부작용에 관련한 Genomics를 파악하여 한자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맞춤 의학을 제공하기 위해 역설적이게도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정민 교수는 현대의 정보화 사회가 다산 정약용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였다. 당시의 정보화 사회를 겪으면서 다산이 가져야 했던 학문의 자세는 현재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 어떻게 핵심을 파악하여 효과적으로 결과를 산출해 낼 것인가?

 

두렵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발을 담근 순간, 해낼 수 밖에 없다. 용기를 가지고.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6 지금까지 다산의 인간과 학문의 위대성을 갈파한 수많은 저술이 있었다. 하지만 작업 자체에 대한 탐구는 별로 없었다. 결과에 대한 탐구는 별로 없었다. 결과에 대한 찬탄은 쏟아졌지만 과정에 대한 검토는 찬찬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서설

 

16 이런 저작들 중에는 실학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것도 있고,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들 저작을 관통하는 저술원리는 한 가지다. 널려 있는 정보를 수집/배열해서 체계적이고 유용한 지식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이 점이 내가 이 시기 지식인들을 지식경영가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이것은 실학의 범주구분을 넘어서는, 이 시기 지식시장의 강력한 원리요 기본원칙이었다.

 

19 이론을 위한 이론, 논쟁을 위한 논쟁을 극도로 혐오했다. 효자나 열녀와 같은 허위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그의 격렬한 분노는 얼핏 보아 도가 지나치다고 여겨질 정도다. 기성 학계를 향한 날이 선 비판은 당대 학자들의 강력한 거부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비난이 빗발치고 논쟁이 격렬해져도 다산은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다. 원리원칙을 벗어난 작업은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는 또 많은 적을 만들었다.

 

19 그의 성과는 대부분 18텬 간의 강진 유배생활의 고초 속에서 이룩된 것이다. 한 사람이 뜻을 세워 몰두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그는 몸으로 실천해 보였다. 작업에 몰두하느라 방바닥에서 떼지 않았던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 이와 머리카락도 다 빠졌다. 20년에 가까운 오랜 귀양살이는 다산 개인에게는 절망이었으되, 조선 학술계를 위해서는 벼락같인 쏟아진 축복이었다.

 

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

1.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26 가치 있는 정보를 그냥 지나쳐 흘려보내서도 안 된다. 지나고 보면 분명한데 그때는 아직 주견이 서지 않고 비교할 근거가 없어서 판단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때 다산은 계속해서 껍질을 벗겨내다 보면, 다시 말해 하루도 끊임없이 궁구하고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버려야 할 껍질과 먹을 수 있는 속살이 구분되는 시점이 온다고 했다.

 

28 대개 논문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테마를 정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산식으로 말해 취서’, 즉 실마리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머리를 들이박고 공부하고 싶은데, 어느 구멍에 들이박고 파야 할지 분간이 안 선다. … 다산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존동찰을 통한 상호보완을 제시했다.

 

정돈은 조용히 따지고 살펴 그 깨달음을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다. 동찰은 이를 실제에 적용하여 맞는지 맞지 않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면밀히 따져 관점을 세운 후, 비로소 실제에 적용한다. 이때 주경과 궁리의 태도가 요구된다. 주경이란 성심을 다해 주제에 몰입하는 것이다. 궁리는 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탐색의 과정이다. 문제는 항상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라야 한다. 구름 잡는 이야기는 안 된다. 정존의 과정이 잘못되면 항상 동찰의 적용단계에서 문제가 생긴다. 항상 정존에서 동찰로 이어지고, 동찰이 다시 정존으로 환원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 두 가지가 따로 놀면 안 된다.

 

2.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47 다산은 말한다. 갈래를 나누고 종류별로 구분하라. 그렇게 해야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드러난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그저 그러려니 해서는 안 된다. 보이지 않는 질서를 찾아내야 한다. 계통을 확립해야 한다. 산만해서는 안 되고 집중해야 한다. 흩어져서는 안 되고 집약해야 한다. 지리멸렬, 각개격파로는 적을 물리칠 수가 없다. 일사불란하고 명약관화해야 한다.

 

3.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져라

 

51 공부를 그저 출세의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공부도 잃고 나도 잃는다. 사업을 단지 돈벌이의 방편으로만 생각하면 결국엔 패가망신하게 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수시로 자답해보아야 한다.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면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하나 없이 떠돌다 풍랑을 만나 좌초하고 만다. 등등하던 기세가 막상 작은 시련 앞에서 맥없이 무너진다.

 

53 (문장학을 배우러 온 이인영에게 다산이 해준 말) 바라건대 자네는 이후로 문장학에 뜻을 끊고, 서둘러 돌아가 늙으신 어머니를 봉양하게나. 안으로 효우의 행실을 도타이 하고, 밖으로는 경전공부를 부지런히 하게나. 그래서 성현의 바른 말씀이 언제나 몸에 젖어 나를 떠나지 않도록 하게. 한편으로 과거시험 공부도 해서 몸을 펴기를 도모하고 임금을 섬기기를 바라야 할 것일세. 그리하여 밝은 시대의 상서로운 인물이 되고, 후세의 위인이 되도록 해야지. 경박한 기호로써 이 천금 같은 몸을 가볍게 버리지 말도록 하게. 진실로 자네가 고치지 않는다면, 차라리 노름질하고 술집을 드나들며 노는 것이 또한 문자를 배우는 것보다 더 나을걸세.

è 경험에서 문장이 나온다.

 

58 다산은 말한다. 기둥을 세우기 전에 터를 굳게 다져라. 주추를 놓기 전에 터를 굳게 다져라. 진도를 빨리 나가려 들지 말고 터를 굳게 다져라. 단청이 마르기도 전에 기울고 벽이 갈라지는 집은 아예 짓지도 마라.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터를 굳게 다져라. 달구질을 오래 할수록 터가 단단해진다. 그 굳건한 토대 위에 주추를 놓고 기둥을 세워 들보를 얹어라. 천년 세월에도 기울지 않을 그런 집을 지어라.

 

4.     길을 뒤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

 

62 다산이 말하는 지름길이란 남들이 보기에는 돌아가는 길이다. 목표가 과문에 있는데, 과문은 버려두고 고문만 하라니 아무도 귀 기울여 들을 사람이 없다. 하지만 결과로 보면 다산이 옳다.

 

68 다산이 말하는 지름길은 사실은 바른 길이다.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고 짧은 기간에 거저먹는 방법을 지름길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지름길이 아니라 망하는 길이다. 요행히 한두 번은 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안 된다. 바른 길은 처음엔 느려 보여도 결국은 더 빠르다. 돌아가는 길이 첩경이다.

 

5.     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라

 

76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말과 만나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완전히 알 때까지 끝장을 보라는 이야기다.

 

77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하루에 한 가지씩 이런 작은 책자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다산은 이것을 격물공부로 설명했다. 격물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물의 의미에 대해 끝장을 보는 것이라고 했다.

 

2강 정보를 조직하라

6.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90 다산은 말한다. 무슨 일이든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전체 그림을 그려라. 생각의 뼈대를 세우고, 정보를 교통정리하라. 뼈대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작업을 진행해나갈 수가 없다. 목차가 정연하지 않으면 생각도 덩달아 왔다갔다한다. 범례를 꼼꼼히 검토해서, 혹시 작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라. 목차는 생각의 지도다. 범례는 생각의 나침반이다. 지도와 나침반 없이 먼 항해를 떠날 수 없듯이, 제대로 된 목차와 범례 없이 큰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는 법이다. 먼저 목차를 세워라. 범례를 확정하라.

 

7.     전례를 참고하여 새것을 만들어라

 

101 다산은 말한다. 전에 없던 새것은 없다. 모든 것은 옛것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 좋은 모범을 찾아라. 훌륭한 선례를 본받아라. 하지만 그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 현실에 맞게 고쳐라. 실정에 맞게 변경해라.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안 맞는 것은 버리고, 없는 것은 보태고, 부족한 것은 채워라. 내가 옛것에서 배울 것은 생각하는 방법뿐, 내용 그 자체는 아니다. 옛사람의 발상을 빌려와 지금에 맞게 환골탈태하라. 점철성금, 쇠를 두드려 황금을 만들어라. 옛길을 따라가지 마라.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나다.

 

8.     좋은 것을 가려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

 

102 취선논단은 여러 정보 가운데 가치 있는 것만 추려내어, 다시 하나하나 타당성을 따져보고 검토하는 것이다. 둘째형인 정약전에게 보낸 위의 편지만 보더라도, [논어] 한 줄을 읽기 위해 책상 위에 참고 도서를 줄줄이 펼쳐 놓고 이리저리 들춰보고 대조하고 메모하며 따져보던 그 몰두와 집중의 정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논어]에 관한 한 더 보충할 것이 없다고 선언하는 저 도저한 자긍심은 또 어떤가?

è 도저하다 : 학식이나 생각, 기술 따위가 아주 깊다.

 

106 63종의 의서에서 천연두관련 항목만을 간추려 편집한 [마과회통]. 다산은 63녀 중 42녀를 마마 등의 병으로 잃었다. 자신의 아픔을 다른 부모가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룩한 마음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책을 엮으면서 그는 죽은 자식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팠을 것이다.

è 나는 병원에서 book review를 위해 원서를 정리해야 하는데, 매우 귀찮아 하곤 한다. 정약용을 보고 반성해야 하겠다. 마과회통!

 

108 서문에서 다산은 아아! 몽수가 여태도 있었다면 떨리듯 뜻에 맞는다 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몽수 이헌길이 살아서 다산의 이 책을 보았더라면, 자신이 지은 책의 부족한 부분과 요령부득의 지점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가지런해진 것을 보고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이것일세. 자네 참 수고했네하고 흡족해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è 엄청 찔린다!

 

다산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버리고 취함이 정밀하지 못해 가치 없는 것까지 다 수록했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또 궁벽한 시골 사람들이 병의 증상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이 책만 믿어 바로 강하고 독한 약재를 써서 치료에 실패하는 일이 있을까 봐 염려했다. 다섯 번의 개고에도 그는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è 항상 가치 없는 것을 빼는 것이 힘들다!

è 앞으로 마과회통을 생각하면서 꼭 5번 정도 북리뷰를 검토해야겠다.

 

109 도움은 되지만 꼭 요긴하지 않은 약재는 수록하지 않았다.

è , 중요도가 상위 20%의 내용인 것만 싣는다. 중요도를 평가할 수 있다. Grade I, II, III!!!

è 정약용은 최고의 의사가 되었을 것이다.

 

편집의 지침은 이렇다. 첫째, 시골에서 흔히 보는 병에 대한 간편한 처방만 싣는다. 둘째, [본초강목]에서 각 병에 가장 중요한 약재를 뽑아 각 항목 끝에 제시한다. 셋째, 시골사람들이 구하기 힘들거나 알기 어려운 약재는 배제한다.

 

111 다산은 이렇듯 뒤죽박죽으로 얽힌 복잡한 문제 앞에서도 결코 주눅드는 법이 없었다. 하나하나 따져서 유용성을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보의 가치를 결정했다. 논단의 과정을 거쳐 일단 선택된 정보는 엄정한 편집기준과 미리 정해둔 문목에 따라 재배치하여 뒤엉킨 잡초더미 사이에 말끔한 새 길을 냈다.

 

112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레 겁먹지도 마라. 하나하나 따져서 진위를 헤아리고 정보의 값을 매겨라. 문제는 나에게 있다. 자료에 있지 않다.

 

9.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라

 

거일반삼법

 

114 책을 초록해 적는 것은 한 모서리를 들어 세 귀퉁이를 뒤집는 방법 이라고 했고, [아언각비서]에서도 한 모서리를 들어 세 귀퉁이를 뒤집고, 하나를 배워 열을 아는 것은 배우는 자의 책무라고 말한 적이 있다. 4분의 1의 노력으로 전체를 장악하는 방법이 바로 거일반삼법이다.

 

115 달사는 통달한 선비다. 지혜의 샘이 활짝 열려서 식견이 툭 터진 사람이다. ‘천만가지 괴이한 것이 도로 사물에 부쳐진다는 말이 재미있다. 이것을 보면 문득 저것이 떠올라 저것을 통해 이것을 이해한다. 그러니 처음 보는 사물도 하나 낯설지가 않아 그때그때 대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달사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그 열을 통해 백을 이해하는, 증폭되고 확산되는 효율성 높은 공부를 한다. 속인은 반대다. 하나를 들으면 그 하나만 고집해서 다른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둘을 배우면 그 둘 때문에 붙드는 고집이 하나 더 늘어난다. 달사는 배울 때마다 툭툭 터지고 활짝 열리는데, 속인은 배울수록 꽉 막히고 굳게 닫힌다.

 

117 정리를 습관화하라

è ㅜㅡㅜ

 

118 하지만 다산은 포기하지 않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훈도하고 훈련시켰다. 온통 잔약하고 천한 기운뿐이던 이들을 마침내 훗날 다산학단으로 일컬어지는 18제자로 길러냈다. 그리고 이들의 힘을 빌려 그 많은 저작을 엮어냈다. 끊임없이 핵심을 일깨우고 요령을 붙들어서, 하나를 뒤집어 나머지 세 모서리를 함께 뒤엎는 거일반삼의 방법으로 이들의 문심혜두를 활짝 열어젖혔던 것이다.

 

119 다산은 끊임없이 자식과 제자들에게 읽고 공부한 것을 간추려서 정리해둘 것을 요구했다. 정리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역량을 기르며, 한 분야의 지식이 다른 부분으로까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123 다산은 말한다. 시시콜콜히 다 배우려 하지 마라. 한 모서리를 들어 전체를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하나를 들어 열을 아는 공부를 해라. 하나를 배워 하나만 아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킄ㄴ 공부를 하려면 안목이 열려야 한다. 식견이 툭 터져야 한다. 앞뒤가 꽉 막힌 채 책만 붙들고 있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통째로 보고 핵심을 잡아야 한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붙들어라. 삼라만상이 모두 책이다. 네 오성을 활짝 열어라.

 

10.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아라

126 결과를 보고받고 정조는 입이 딱 벌어졌다. 수레 가득 실어도 넘칠 지경이던 그 많은 서류가 단 한 장의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올라온 것이다.

이런 것은 다산의 특기이다. 작업에 앞서 작업의 핵심가치를 먼저 생각한다. 정조는 다산에게 산번취약, 즉 번잡한 것을 잘라내고 간략하게 정리하라고 했다. 이 경우 현륭원에 심어진 나무의 수와 여덝 고을별 통계수치의 파악이 핵심목표였다. 이에 맞춰 다산은 가장 효율적인 작업진행 과정을 먼저 그려두었다. 그러고는 한 점의 착오 없이 전과정을 장악하여 진행했다. 다산식 지식경영이 거둔 성과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이다.

 

127 네가 양계를 한다고 들었다. 닭을 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닭을 기르는 데도 우아한 것과 속된 것, 맑은 것과 탁한 것의 차이가 있다. 진실로 농서를 숙독해서, 좋은 방법을 골라 시험해보도록 해라. 빛깔에 따라 구분해보기도 하고 횃대를 달리해보기도 해서, 닭이 살지고 번드르르하여 다른 집보다 번식도 더 낫게 해야 할 것이다.

또 간혼 시를 지어 닭의 정경을 묘사해보도록 해라. 사물로 사물에 얹는 것, 이것이 글 읽는 사람의 양계니라. 만약 이익만 따지고 의리는 거들떠 보지 않거나 기를 줄만 알고 운치는 몰라, 부지런히 애써 이웃 채마밭의 늙은이와 더불어 밤낮 다투는 것은 바로 세 집 사는 작은 마을의 못난 사내의 양계인 것이다.

너는 어떤 식으로 하려는지 모르겠구나. 기왕 닭을 기른다면 모름지기 백가의 책 속에서 닭에 관한 글들을 베껴모아 차례를 매겨 [계경]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육우의 [다경]이나 유득공의 [연경]처럼 말이다. 속된 일을 하더라도 맑은 운치를 얻는 것은 모름지기 언제나 이것을 예로 삼도록 해라.

[햑유에게 부침] 9 - 39

è 며칠 전에 꿈을 꾼 적이 있다. 나는 강의실에 앉아 있었고 교수는 학생들(?)에게 각자의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청소업에 종사하는 분?”이라는 말에 손을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래도 청소업계 사장이니까.”라고 생각했었다. 왜 이런 꿈을 꾸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내가 알고 있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격언이 생각났다. “항상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자신이 청소부라면 세계 최고의 청소부가 되어야 합니다.”

è 계경록은 사부님이 우리들에게 강조한 부분인데, 직접 읽으니 새롭다. 속된 일을 하더라도 맑은 운치를 얻으라는 말이 감동적이다.

è 내 분야의 공부에 대해서 생각한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고, 어떤 치료가 더욱 살리는 데효과적이며 앞으로 연구되었으면 하는 분야(,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까운 분야)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공부. 얼마나 열심히 해야하겠는가?

 

134 내 나이 스무 살 때는 우주 사이의 일을 모두 가져다가 한꺼번에 펼쳐놓고 일제히 정돈하고 싶었다. 나이가 30, 40이 되어서도 이 같은 뜻은 시들해지지 않았다.

è 장대한 꿈이 느껴진다. 이해할 수 있다.

 

135 다산은 말한다. 복잡한 문제 앞에 기죽을 것 없다. 정보를 정돈해서 정보가 제 스스로 말하게 하라. 효율적으로 정보를 장악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잡아라. 먼저 모으고, 그 다음에 나눠라. 그런 뒤에 그룹별로 엮어 다시 하나로 묶어라. 공부는 복잡한 것을 갈래지어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다. 갈팡질팡하지 말고 갈피를 잡아야 한다. 교통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서랍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è ㅠㅡㅠ

è (1) 먼저 모으고 (2) 나누고 (3) 묶기

è 그러면 공부할 내용을 워드로 정리작업을 해내어서 웹하드에 저장해야겠다.

 

3강 메모하고 따져보라

 

11.    읽은 것을 초록하여 가늠하고 따져보라

 

141 무릇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채록하여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백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버지의 명으로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옮겨 적던 아들들은 번거롭게 시간만 많이 드는 초서의 방법에 회의가 들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다 말고 붓을 들어 카드작업을 하려니까 독서의 맥락도 자꾸 끊기고, 무엇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다산은 초서야말로 책을 효과적으로 빨리 읽는 최선의 방법임을 거듭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산은 학문에 보탬이 될 내용만 추려내고,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은 건너

뛰며 읽을 것을 제시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렇게 할 경우 백권의 책도 열흘이면 다 소화해낼 수 있다고 했다.

 

148 나는 <목민심서>를 읽을 때마다 강진 유배지의 좁은 방에 벽을 가득 채우며 키보다 높게 쌓였을 작업카드를 그려보곤 한다. 책을 읽다가도 무릎을 치면서 서둘러 백지를 가져다 옮겨적으며 어느 항목에 꼭 맞는 내용이 나왔다고 기뻐했을 다산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다산은 말한다. 주견을 먼저 세워라. 생각을 붙들어세워라. 그런 뒤에 책을 읽어라. 눈으로 입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어라. 부지런히 초록하고 쉴새없이 기록해라. 초록이 쌓여야 생각이 튼실해진다. 주견이 확립된다.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당시에는 요긴하다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열심히 적어라. 무조건 적어라.

 

12.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

 

수사차록은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생각은 쉽게 달아난다. 붙들어두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생각을 붙들어두는 방법으로 메모보다 좋은 것이 없다. 소리내서 읽는 것도 좋지만 그저 읽기만 해서는 남는 게 없다. 이런 것을 도능독, 한갓 읽기만 잘한다고 말한다. 공부도 제대로 해야지 제멋대로 하면 소용이 없다. 제아무리 열심히 해도 방법이 잘못되면 거둘 보람이 없다. 생각에 발전이 없고 나날이 성장하지 않으면 잘못된 공부다.

 

150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기로 단연 으뜸인 사람은 백곡 김득신이다. 그의 <독수기>는 만 번 이상읽은 글 36편의 목록과 읽은 횟수를 기록한 경이적인 글이다. 가장 좋아했던 <백이전>은 무려 11 3천 번을 읽었다고 적고 있다. 스스로도 이를 자부하여 자신으 lekdgh를 억만재라 지었다. 그런데도 말을 타고 가다가 어떤 사람의 집에서 들려오는 <백이전> 읽는 소리를 듣고는, 아주 익숙한데 무슨 글인지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는 엽기적인 기억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지겹도록 하도 들어 뜻도 모르는 채 다 외운 하인이 그 자리에서 줄줄 읊자 그제야 <백이전>인 줄을 깨달았다는 전언이다.

다산은 김득신의 이 <독수기>를 읽고, 그 경이적인 노력에 조금도 찬사를 보내지 않았다. 반대로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으로 이 이야기의 허구성을 논파했다.

 

153 앞뒤도 맞지 않는 내용으로 무조건 열심히 읽기만 하면 문리가 터진다는 무책임한 말에 대해 다산은 분개했다. 하나만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는 것은 무모하다. 그 시간에 다른 경전을 나눠서 읽는다면 공부의 지루함도 덜 수 있고, 성취도 빠르다. 그저 해오던 방식만을 추수하여 잘못된 길로 이끄는 교육의 폐단을 비판했다. 다산은 맹목적이고 무모한 독서를 배격하고, 끊임없이 중요한 부분을 베껴쓰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는 방식의 독서를 되풀이해 강조했다.

 

153 <고려사>를 공부하는 일은 여태도 손대지 않았느냐? 젊은 사람이 긴 안목과 툭 터진 생각이 업으니 답답하구나. 네 편지 중에 의심나고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이 있어도 질문할 곳이 없어 안타깝다고 했는데, 만약 이런 마음이 진짜로 의심을 못 견디고 생각을 못 이길 지경이라면, 어째서 조목조목 나열해 써서 인편에 부쳐보내지 않는 게냐? 부자간에 스승과 제자가 되는 것이 또한 기쁘지 않느냐?

è 다산의 자식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행운이자 불행이구나.

è 젊은 사람의 긴 안목과 툭 터진 생각

 

154 다산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메모하고 생각하고 정리했던 메모광이요 정리광이었다. 스스로도 궁벽한 곳에 살면서 할 일이 없어 육경과 사서를 여러 해 동안 궁구하고 탐색하면서 하나라도 얻으면 그 즉시 기록해서 보관해두곤 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 메모가 밑거름이 되어 수많은 저작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메모도 해봐야 요령이 생긴다. 처음엔 두서가 없다가도 나중엔 방향이 생긴다. 방향이 생겨야 집중력도 생기고, 작업에 가속도가 붙는다.

 

13.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라

 

169 다산은 말한다. 공부는 따지는 데서 시작해서 따지는 것으로 끝난다.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꿸 끈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꼼꼼히 따지고 낱낱이 따져라. 그저 보아넘기거나 대충 넘어가지 마라. 비교해보고 대조해보고 견주어보고 흔들어보아라. 선명한 길이 뚜렷이 드러날 때까지 따지고 또 따져라.

 

14.   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라

 

178 이후 그(혜장)는 숱하게 다산을 찾아와 <주역>의 미언묘의에 대해 토론하였다. 그러고느 ㄴ잘못 불문에 들어 인생을 그르친 것을 후회하는 듯한 기색으로 실의한 듯 술만 퍼마시다가 술병으로 배가 불러 4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그는 죽을 무렵 혼잣말로 자주 부질없이, 부질없이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그가 하지 않고 남겨둔 그 뒷말이 나는 참 궁금하다.

è L에게 자신의 인생 사업을 빼앗긴 남자의 자살? 에피소드로 활용 가능. 서서히 자신을 죽여가는 것.

è 그렇다면 혜장은 왜 다산을 만나고 싶어했는가? 자신의 배움에 의혹을 품고 발전에 목말라했던 것이 아닌가? 다산은 확실한 트리거링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왜 깨달음 앞에 기뻐하지 않고 자신이 인생을 헛되다 생각하게 되었을까? 자신을 인정해 줄 위인을 원했던 것인가?

 

이 시기 다산 자신도 앞서 보았던 것처럼 <주역심전>의 초고를 다섯 번이나 뜯어고치고, 어제 확신한 것을 온을 허무는 잠심완색을 거듭하고 있었다. 학해무변, 즉 배움의 바다는 가없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15.   기마를 분별하고 미루어 헤아려라

 

지기췌마는 기미를 미리 알아 미루어 헤아려 준비하는 것이다. 일이 닥친 뒤에 대처하면 너무 늦다. 미루어 짐작하고 헤아려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의 공부는 지기췌마를 위한 수련과정일 뿐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으려면 달사의 안목을 길러야 한다.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안 보이는 것까지 보아야 한다. 공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공부와 삶은 별개의 무엇이 아니다. 따로 놀면 안 된다.

 

184 다산은 늘 문제를 근원에서부터 파헤쳐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취했다. 순발력의 기지나 미봉책은 취하지 않았다.

 

191 행간을 읽어라. - 요순 시절에 임금이 가만히 있는데도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졌다는 것은 앞뒤를 모르는 잠꼬대 같은 말이다. <서경>에 나오는 군신 간의 대화를 읽어보면 이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신하는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을 임금께 보고하며, 임금은 그것을 들어 공적에 맞게 상을 내렸다. 그 법도는 매우 삼엄하고 엄정해서 물 샐 틈조차 없어 보인다. 이것이 요순의 태평성대를 이룬 비결이다.

 

4강 토론하고 논쟁하라

 

16.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라

 

195 중간에 중단 말라

 

201 혼자 공부하다가 막히거나 의문이 생기면 궁금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막상 스승 앞에 서면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아 혀끝에서만 맴돌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니 고부하는 사람은 무조건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메모는 생각의 씨앗이다. 훅 불면 그냥 날아갈 기억을 발아시키려면 메모가 필요하다.

 

17. 끝까지 논란하여 시비를 판별하라

 

209 참 못 말리는 다산이다. 밤이고 낮이고 토론 내용만 생각한다고 했다. 생병이 날 지경이라고 적었다. 더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상대가 먼저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는 한 절대로 토론을 끝내지 않겠다는 뜻을 펴 보였다. 쉽게 말해 한번 끝까지 해보자는 말인 셈이다.

 

18.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라

 

221 옛날에 느닷없는 큰 망치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병이 된 사람이 있었답니다. 작은 소리조차 온통 꺼려, 약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군요. 한 의원이 병자를 밖에 앉아 있게 하고는 별안간 큰 망치 소리를 내서 다시 한 번 깜짝 놀라게 해놓고서, 연거푸 백번 천번 그 소리를 냈더니 병이 깨끗이 나았다고 합니다.

 

이제 다시 한 번 모여 시골 사람의 병통을 낫게 해주고 싶지만, 힘이 빠져 떨쳐 일어날 수 ㅇ벗는 것이 몹시 유감입니다. 한 끼 밥에 살이 찌고 한 끼 밥에 비쩍 마른다면 사람들이 이를 천히 여기는 법이지요. 사군자가 서로 모여 강학하는데, 우연히 한 미친 간사한 자가 말을 꾸며 헐뜯었다 하여 마치 땅이 꺼질 듯 마음이 허물어진다면 어찌 진보하여 큰 그릇이 되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대저 일이란 스스로 돌이켜 허물을 물리칠 것도 있고, 뜻을 다잡아 굽히지 않을 것도 있는 법입니다.

 

19.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라

 

226 옛날 10년 전에 서울의 여러 벗과 강학하며 도에 대해 논할 때 일입니다. 갑이 말끝마다 칭찬하면 을은 몸을 받들어 사양합니다. 이번엔 을이 배나 더 칭송합니다. 그러면 갑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겸양하지요. 마침내 몇 년 뒤에는 둘 다 벼슬길로 나아가 우뚝하게 수립한 자가 없었습니다. 이는 깊이 경계로 삼아야 할 바입니다.

è 생명체의 발전 과정에 대해 공부해보면, 잘했을 때 칭찬하고 잘못하였을 때 처벌하는 시스템보다 오히려 잘못했을 때 처벌만 하는 시스템에서 더욱 발전한다는 주장이 있다. <퀀텀 브레인>. 일괄 적용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기대치를 높게 설정한 상태에서는 모든 것을 비판할 수 밖에 없으리라. 비판을 이겨낸 자만이 만족하지 않고 계속 발전할 수 있다. 끊임없는 자극과 동기 부여. 첼리스트 장한나는 "만족하는 순간 자멸이 시작된다."고 말하였다.

 

233 신작은 다산이 역대의 경전해석에서 중요한 근거로 삼아온 한나라 유학자의 권위있는 이론까지 부정하며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몹시 위태롭게 보았다. 게다가 다산은 선배들의 논의를 인정하지 않고 과감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다산은 경전의 논거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았다.

 

20.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라.

 

239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에 관한 다산의 논문을 읽고 정약전이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하지만 다산은 이에 대해 확실한 근거를 대보라고 답장했다.

 

246 다산은 말한다. 주장을 함부로 내세우지 마라. 증거 없이 말하지 마라. 논거가 없으면 논리도 없다. 학문의 일은 가설을 세우고 논거를 찾아 이를 입증하는 과정일 뿐이다. 재판에서는 증거가 없으면 꼼짝없이 진다. 학문도 다를 것이 없다. 상대를 옴짝달짝 못하게 만들 증거를 들이대라. 막연한 추정이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은 공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주장을 입증하려거든 증거를 찾아라. 논쟁에서 이기려거든 논거를 제시해라.

 

5강 설득력을 강화하라

 

21.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라

 

252 논어 권5 <공야장>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재여가 낮잠을 잤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는 새길 수가 없고, 썩은 흙의 담장은 바를 수가 없다."

 

22. 갈래를 나눠서 논의를 전개하라

 

23.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쳐라

 

268 거기에 더하여 다산은 이 세 가지를 묶어 퇴일보의 미학을 강조하면서 글을 맺었다. 나서지 않고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정씨 집안의 남다른 풍기라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정씨 집안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잘난 척도 않으며, 분수를 지키면서 살아온 집안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가 따로 역은 <가승유사>에는 이러한 퇴일보의 미학과 근//선의 풍기가 적절한 실례를 통해 잘 드러나 있다.

è 그리 멋있지 않다. 현명함이 도가 지나치면 멋지질 않은 법이다.

 

23.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쳐라

 

274 공자의 도는 수기치인일 따름이다. 오늘날 학문하는 자들이 아침저녁으로 공부하는 것은 다만 이기사칠의 논변과 하도낙서의 수와 태근원회의 주장뿐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이 수가 수기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치인에 해당하는가? 잠시 한쪽으로 놓아두자.

 

다산이 보기에 당시 학계의 논쟁은 논리를 위한 논리, 싸움을 위한 싸움을 반복해서 재생산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자기 인격의 수양에도 보탬이 안 되고, 남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안 되는 공부가 그들의 공부였다. 공부는 다들 죽어라고 하는데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다.

 

279 "퇴계는 선배를 인정하면서도 학문에 관한 잘못된 논의에 대해서는 드러내 놓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는 이러한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패거리주의가 만연해서 공정함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è 여기까지의 나의 생각.

다산은 참으로 훌륭한 학자적 자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을 연구한 것인가? 다산은 공부를 잘 하였다. 정리하고 분석하는 데 일가견을 이루었다. 시험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오늘날에 태어났더라면 사시 수석 입학생이나, 최고의 의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사상가가 될 수 있었을까? 자연과학자라든지 기업가가 될 수 있었을까? 다산이 귀양을 가 있었다는 점이 환경의 제약을 낳았다. 그에게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들과 같은 업적을 바란다는 것은 과한 처사일테다. 그러나 다산이 창의성까지 겸비하였더라면 어떠하였을지?

è 정리가 있어야만(지반을 탄탄하게) 새로운 것이 싹틀 수 있다.

 

24.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라

 

è 뜬금없지만, 다산은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였을까? 그는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친다.

 

25.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여라

 

295 그러나 강진으로 귀양온 후 그 책을 다시 찬찬히 읽고 나서는 실망감을 표시했다. 저술의 본의가 겉으로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실용과 실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해박함을 뽐내고 식견을 자랑하는 데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남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실으려 했고, 일반 기록에서 찾을 수 없는 내용을 즐겨 다루었다. 이 때문에 핵심을 간추려야 할 때 번다하게 늘어놓고, 간추린다고 해놓고 결과적으로 군말을 덧붙이곤 했다. 다산은 저서에서 표시를 달아 구별하고 조례를 구성하는 것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도 이 책은 일관성 없이 뒤죽박죽이라고 비판했다.

è 형식 없이는 내용도 없다. 지당한 말이다.

 

299 다산이 보기에 성호의 1백 권에 달하는 ㅂ아대한 저술은 대부분 본령을 세워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초고상태에 불과했다. '제뜻도 깎아내서 발췌한다'는 말은, 본의를 세워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솎아내서 알맹이만 남기겠다는 뜻이다. 현재 30 30책으로 남아있는 <성호사설>도 자기가 정리하면 7-8 책이면 충분하다고 보았다.

è K를 다산과 같은 사람으로 캐릭터를 잡으면 어떠할까? 정리를 잘해서 공부에는 탁월하다. 그리하여 L의 두서 없는 창조적 자료들을 K가 잘 정리하여 도움을 준다. 또 다른 의미의 천재이다. 협업, 내지는 분업.

 

6강 적용하고 실천하라

 

26. 쓸모를 다지고 실용에 바탕하라

 

305 강구실용은 실제에 유용한 공부를 하라는 말이다. 공리공론은 하나마나한 공부다. 세상에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부는 없다. 쓰임새가 없는 공부라면 그런 공부를 해서 무엇 하겠는가? 실용을 강구한다는 말은,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아무리 저 좋아하는 일이라도 목표 없이는 안 된다. 어떤 문제를 밝히거나 해결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로 건너가는 디딤돌이 된다. 그 자체로 합목적적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è 실용주의 철학자들과 비슷한 생각?

 

312 다산은 문장학의 폐단이 양주/묵적이나 도교/불교의 이단보다 더 심하다고까지 말했다. 왜냐하면 이들 이단의 논지는 비록 방법은 달라도 자신을 억제하여 욕망을 귾고 선을 행하여 악을 버리자는 것인데, 문장가들의 글은 그저 향기로운 술에 취해 기뻐하듯 인생의 목적과 나라의 근심은 까마득히 잊고 읽는 이의 넋을 녹이고 애간장이 끊어지게 하는 데 마음을 쏟을 뿐이기 때문이다.

è 중국에서 시작된 유교에서 우리 나라의 성리학, 실생활과 관련성이 떨어지게 된 것은 왜일까? 유교 등의 학문이 처음 생겨나던 시절에는 필요에 의해서 생겨났을 것이다. 이 필요에 대한 피드백에 문제가 있었을 것 같다. 실제 적용의 단계가 붕 떠버렸기 때문에? 곧 유교경전이 신앙처럼 절대적으로 떠받들어 지는 단계로 - 하늘로 붕 떠버림.

 

27.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혀라.

 

322 아주 꼼꼼한 벽돌예찬론이다. 하지만 다산은 중국을 여행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다산이 한번 중국에 다녀왔다면 학문이나 사고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나는 이 점을 늘 궁금하게 생각한다. 벽돌 굽는 것에 대한 다산의 생각도 틀림없이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작업은 정조의 절대적인 신뢰 아래 다산이 올린 안에 따라 변동 없이 진행되었다.

è 재능 있는 자에게 더 큰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견문이 열리는 만큼 더욱 발전할 수 있다.

 

28.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라

 

327 박제가와 함께 한 종두법

è 한국 의학 발전에 정약용에게 빚진 것이 많다. 놀라운 역사군.

 

338 다산은 말한다. 꼼꼼히 따지고 폭넓게 검토하라. 실용에 기초하여 문제에 접근하라. 아이디어를 모으고 발상을 바꿔라. 하던 대로 하지 말고 제대로 해라. 무슨 일을 하든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해결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해결책은 이미 있는 것들 속에 숨어 있다. 엉뚱한 데 가서 기웃거리지 마라.

 

29. 좋은 것을 가리잖고 취해와서 배워라.

 

339 득당이취는 남에게서 좋은 것을 얻어다가 내게로 옮겨 오는 것이다. 남의 좋은 점을 가져다가 내게 적용함으로써 나를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남에게 좋다고 내게도 꼭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장보단, 즉 너무 긴 것은 자르고 아주 짦은 것은 보태어 알맞게 가져다 쓰면 내게 큰 유익이 된다. 공부를 잘한다는 말은 남의 장점을 금방 포착하여 내 것으로 만들 줄 안다는 말과 같다.

 

340 1년이면 닳아없어질 비단을 구하느라 100년에도 줄지 않느 ㄴ은을 저들에게 내주는 것이다.

 

341 이기양은 다산의 이 말을 듣고 북경에 가서 기아를 맞물려 목화를 앗는 장치인 박면교거를 구입해왔다. 나사 홈을 판 축 끝에 십자로 된 기아를 맞물리고 그 아래에 가로로 나무를 걸어 만든 기계로, 목화 따는 사람이 의자에 앉아서 발판을 밟아 하루에 200근의 목화를 앗을 수 있는 장치였다. 하루 200근이면 젊은 여자가 20일 간 꼬박 매달려야 겨우 앗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다산은 이기양이 이 기계를 들여다 조정에 바쳐, 임금이 그대로 본떠 만들어 팔도에 나눠주게 했다는 말을 듣고는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è 현재와 그리 다른 상황이 아니다. 우리 과에서는 최신 치료 기구를 외국에서 모두 수입해서 사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349 이렇게 하여 다산은 40근의 힘으로 2 5천 근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는 기계장치를 선보였다. 정조는 다산의 보고서를 받고 입이 딱 벌어졌다. 현장에서 이 기계의 위력은 참으로 막강했다. 그 덕분에 엄청난 인력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공사가 끝난 후 정조는 "다행히 기중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4만 냥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크게 기뻐했다. 지성의 위력, 학문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30. 단계별로 다듬어 최선을 이룩하라

 

352 외로운 천지 사이에 다만 우리 손암 선생이 있어 나의 지기였는데, 이제는 잃고 말았다. 이제부터 비록 얻는 바가 있어도 장차 어디에다 입을 열겠느냐?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면 죽은 사람이나 다를 것이 없다. 아내나 자식도 내 지기가 못 되고 형제와 집안도 모두 지기가 아니다. 지기가 세상을 떴으니 또한 슬프지 않겠느냐?

 

360 다산은 말한다. 첫술에 배부른 법은 없다. 작은 문제를 키워서 큰 문제로 발전시켜라. 내게 들어오는 정볼르 그냥 흘리면 안 된다. 갈래를 나눠서 저장고에 비축하라. 씨앗 하나가 자라서 풍성한 이삭을 맺는다. 스쳐지나가는 생각하나 가 책 한 권으로 자란다. 작은 메모 하나가 수정과 윤색을 반복하는 동안 큰 프로젝트로 변한다. 되새김질하며 거듭음미하라. 실용에 기초해 생각에 날개를 달아라. 그 처음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7강 권위를 딛고 서라

 

31. 발상을 뒤집어 깨달음에 도달하라

 

상식의 허를 찔러라

 

364 흑산도는 뭍과는 동떨어진 작은 섬이다. 잠박으로 치면 9등분한 잠실의 한 칸을 차지하기도 힘든 조그만 잠박이다. 형님은 그 조그만 잠박에다 누에를 친다. 지나는 사람들은 이를 보고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여기서 무얼 가르치겠느냐고 비웃겠지만, 훌륭한 스승이 단계에 따라 훈도하고 자양 있는 말씀으로 이끌면 이들 또한 서울의 훌륭한 스승 밑에서 자란 학생들 못지 않은 쓸모 있는 인재가 될 것이다.

 

368 역설에 역설을 더해 종횡으로 묘한 수사의 피륙을 짰다. 요컨대 다산은 이 아까운 인생을 취생몽사 속에 지나보낸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고 되묻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의 기분을 끝내 무안하게 하지 않으면서, 취와 몽의 의미를 비틀어서 취몽재라는 집이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è 평소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던 다산이 여기에서는 왜 수를 접고 들어가는가? 더군다나 상대의 저의는 전혀 반대의 것인데 이를 비틀어서 마치 상대의 의도가 자신의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는 느낌을 심어준다. 이는 전혀 주체자의 의도가 아니다. 그의 의도가 하수일 지언정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다. 차라리 대놓고 의견을 개진하는 쪽이 상대를 정당한 토론의 상대로 여기는 셈이므로 더욱 우대하는 것이다.

 

32.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라

 

380 이러한 점은 확실히 다산이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다. 홍길주는 <수여연필>에서, 다산 또한 만년에 자신의 예전 학설이 지나치게 과격했던 것을 인정하고, 후회한다는 말을 자신에게 직접 했다고 적고 있다.

 

382 다산은 율곡 편을 들었다. 자신의 경우에 비추어 당시 율곡의 입장을 이해한 것이다. 공부는 의문에서 시작되고, 의문이 있어야 질문이 생긴다 .질문을 위한 질문을 억지로 만드는 것은 문제지만, 자기 생각 없이 경전의 가르침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러자면 용기가 필요하다. 다산은 공부하는 사람이 반드시 지녀야 할 미덕으로 '()'을 꼽았다.

 

용이란 삼덕의 하나다. 성인이 개물성무하고 천지를 두루 다스림은 모두 용이 하는 바다. "순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바가 또한 이와 같으면 된다"는 것이 용이다. 경제의 학문ㅇ르 하고자 하면 "주공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바가 또한 이와 같으면 된다"고 하고, 뛰어난 문장가가 되고자 하면 "유향과 한유는 어떤 사람인가? 하는 바가 이와 같으면 된다"고 한다. 서예의 명가가 되고 싶으면 "왕희지와 왕헌지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하고, 부자가 되고 싶음녀 "도주공과 의돈은 어떤 사람인가?"라고 한다. 무릇 한 가지 소원이 있으면 한 사람을 목표로 정해 반드시 그와 나란해지는 것을 기약한 뒤에 그만두어야 하니, 이것이 용의 덕이 하는 바다.

 

<한유에게 노자 삼아 준 가계>

 

다산은 이 글 외에도 양용, 즉 용의 덕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 //용 삼덕 가운데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그는 용을 꼽았다. 목표를 정해 그와 꼭 같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몰두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현실논리에 타협하고 남들 하는 대로 답습해서는 결국 큰 성취를 이룰 수 없게 된다.

 

383 다산은 말한다. 어렵다고 포기하리 마라. 권위에 압도되어 위축되어서도 안 된다. 굳게 붙들어 뿌리를 뽑아라. 그저 주저 물러앉아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시키는 대로 하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만 해서는 끝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마음이 굳세어야 외물에 휘둘리지 않는다. 들은 것만 고집하여 바꾸지 않아서는 발전이 없다. 입장을 세우고 견해를 가져라. 목표를 정해서 그를 뛰어넘을 때까지 정진하고 정진하라.

 

33. 도탑고도 엄정하게 관점을 정립하라

 

389 왜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어야만 하는가? 아내가 죽었을 때 슬픔을 못 이겨 따라 죽은 남편은 어째서 하나도 없는가? 아내가 죽으면 무덤에 풀이 마르기도 전에 옷 갈아입듯 새 아내를 얻으면서, 남편을 잃은 아내는 왜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반강제로 죽음의 길로 내몰려야 하는가? 어느 누구도 이런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390 신랄하게 비판하라

 

시각을 조금만 바꿔 보면 효자와 열녀 문제는 확실히 조선 후기 사회의 병리적 현상 가운데 하나였다. 머리칼 하나만 훼손해도 부모에게 불효가 된다던 유학의 가르침은 이제 스스로 육체를 훼손하여 다 죽어가는 부모에게 인육을 먹이는 엽기적인 양상으로까지 변질되었다.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 것이 열녀라는 생각이 변해 반드시 따라 죽어야만 열녀의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열녀문을 받으려면 그저 죽기만 해서는 안 되고 얼마나 더 엽기적으로 죽느냐가 관건이 되는 상황까지 맞게 되었다. 말이 열녀지 공공연한 묵계에 의한 사회적 살인에 가까운 것이 이 열녀문제였다.

è 현재 왜곡되어 있는 의료 문제가 생각나서 마음이 무겁다.

 

34.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라

 

8강 과정을 단축하라

 

409 속셈 없이 공평하게 진실을 추구하라

 

419 허명공평의 공부는 간결함에서 나온다. 마음을 텅 비우어야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집착을 버려야 객관적인 시선을 얻을 수 있다.

 

36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

 

421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상생의 공부를 해야 한다. 역할을 분배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목표를 정해 실천하고, 조례를 확정하여 작업의 성격을 확인한다. 그러고는 매진하되, 동시다발로 여러 가지 작업을 병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시간과의 쌍무에서 이기려면 집체작업에 길들여지지 않으면 안 된다.

 

427 한 사람이 이것저것 다 잘할 수는 없다. 어느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여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공연히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

 

37. 목표량을 정해놓고 그대로 실천하라 - 정과실천법

 

433 율묘년 겨울, 내가 금정에 있을 때였다. 이웃사람에게서 <퇴계집> 반 권을 얻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마치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 보낸 편지를 한 편씩 읽어나갔다. 그런 뒤에야 아전 관속들의 문안인사를 받았다. 정오쯤 되면 그 글의 내용을 한 조목씩 부연하여 떠오르는 대로 적어, 스스로 깨우치고 반성하곤 했다. 돌아와 이를 이름지어 '도산사숙록'이라 하였다.

 

434 어떤 글은 읽다 말고 기뻐 뛰고 감탄하며 무릎을 치다가,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당시 그의 처지와 내면이 그만큼 황폐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우연히 얻은 반 권의 책으로 실의의 마음을 다잡아 야금야금 곶감을 빼먹듯 아껴가며 한 편 한 편 읽어나갔다.

 

435 새벽에 잠깨면 <논어> 본문 한 편을 묵묵히 외운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앞서 외운 <논어> 가운데 의심나는 곳을 찬찬히 살핀다. 세수하고 머리 빗은 뒤에 <주역>[계사]의 한 장 또는 두세 장씩을 힘 닿는 대로 읽는데, 30번씩 읽는다. 밥 먹은 뒤에는 <주자대전> <주자대전차의> 그리고 <고증초고>를 자세히 따져가며 읽고, 몇 쪽씩 베껴쓴다. 피곤하면 눈을 감고 고요히 앉아 있는다. 어떤 때는 <남헌집>을 몇 쪽 뒤적여본다. 아침식사 전에 읽은 횟수가 30번을 못 채웠으면, 추가로 읽어 수를 채운다. 저녁밥을 먹은 뒤에는 등불을 밝혀놓고 <계사>를 열 번씩 줄줄 읽는다. 또 밤마다 지금까지 읽은 것을 한데 합쳐 외우고, 날마다 읽은 것을 되풀이해 음미한다.

è 나도 실천하고 싶은 바인데, 생각만큼 잘 되질 않는다. 할 일이 너무 많다는 핑계! 때문에

 

임성주가 한겨울을 옥화대에서 나며 공부할 당시의 하루일과를 적은 글이다. 책읽기로 시작해서 책읽기로 끝나는 하루다.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어 나중엔 아예 통째로 외워버렸다.

è 당시 지식인으로 대접받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공부의 양이 쓸데없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과감히 이 공부들을 버리고 다른 공부를 하였더라면그 마음의 짐을 짊어질 수 있었을까? 심지어 다산조차 가능했던 것 같지가 않다.

 

441 윤계진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서각 위에서 매일 새벽 맨머리로 고문 몇 쪽을 베껴씁니다. 참으로 즐거움은 쓴 열매에서 나오는 법이지요."라고 적었다. 매일 새벽 고문을 몇 쪽씩 베껴쓰는 것을 일과로 삼아 문장공부를 하는 장면이다.

 

443 강진 유배 초기에 다산은 폐족이 된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포자기하려 하는 자식들의 마음을 다잡아 학문에 몰두하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1805년 겨울에는 큰아들 학연이 강진으로 아버지를 찾아왔다. 다산은 이 기회에 아들을 공부시키려고 함께 성 북쪽 우두봉 아래 절집인 보은산방으로 가서 일과를 정해 <주역> <예기>를 가르쳤다.

è 주역과 예기라니암담하다. 폐족/주역/예기.

è 오로지 방법만이 맞았다.

 

444 다산은 말한다. 목표를 세워 전체 규모를 장악해야 한다. 목표는 하루 단위로 쪼개 확실하게 실천해라. 달성하지 못할 목표는 세워서는 안 된다. 작업의 방향을 정하고, 전체 작업량을 예상한 후, 가능한 일자를 가늠하면 하루에 해야 할 일의 분량이 나온다. 이것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차질 없이 밀어붙여야 한다.

 

38. 생각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라

 

454 세상의 문인이나 학자들은 혹 한 글자나 한 구절이라도 남에게 지적을 당하면 속으로 그 잘못을 알면서도 잘못을 구미고 그릇된 것을 수식하여 굽히려 들지 않는다. 심지어는 얼굴이 벌게지고 사납게 마음속에 품어두었다가 마침내 해치거나 보복하는 자까지 있다. 어찌 여기에서 보고 느끼지 못한단 말인가? 어찌 문자만 그러리요. 말하고 의논하고 일을 베푸는 사이에서도 더욱 이와 같은 근심이 있으니, 마땅히 생각하고 살펴서 이 같은 병통을 제거하기에 힘써야 한다. 진실로 바른 것을 깨달으면 그 자리에서 돌이켜 고쳐 기쁘게 선을 따라야만 꼴불견의 소인이 되지 않을 수 있다.

 

39.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

 

460 공부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연구하는 대상에 대해 앞선 연구가 많으면 많다고 투덜대고, 없으면 없다고 한숨 쉰다. 많으면 더는 새로 연구할 것이 없을 것만 같고, 없으면 막상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는 할 수 있는 연구가 없고 돈 벌 만한 장사가 없다. 모든 자료는 방향과 시각을 바꿔 보면 모두 새롭다. 어느 것이고 전인미답의 경지 아닌 것이 없다. 남들이 추수하고 간 논밭에서 떨어진 이삭을 줍고, 별것 아니라도 내버려둔 자료에서 가공하지 않은 원석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빈틈을 헤집어 새로운 시각을 찾아내고, 남들이 보고도 못 본 사실을 탐색해낼 수 있어야 한다. 남들 하는 대로 하고, 남이 가는 길로만 가서는 큰 성취를 이룰 수 없다.

 

461 정리하고 정돈하라

 

어망득홍법은 자칫 이것저것 집적거리기만 하는 잡학으로 흐르기 쉽다.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 정밀함을 유지하려면, 평소에 생각의 날을 벼리고 정리를 습관화해야 한다. 다산은 끊임없이 초서하고 틈만 나면 정리했다.

 

무릇 국사나 야사를 읽다가 선대의 사적이 있는 것을 보면, 마땅히 그 즉시 한 책에다 베껴 적도록 해라. 선배의 문집을 볼 때도 역시 그렇게 해라. 오래되어 책이 이루어지면 가승에서 빠진 것을 보완할 수가 있다. 비록 방계친족의 사적이라 하더라도 마땅히 함께 채집해야 한다. 나중에 집안사람으로 그의 후손이 되는 사람과 만나면 이를 전해주어라. 이것이 효를 확장하는 도리인 것이다.

 

40.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라

 

474 다산은 독서든 저술이든 전체를 장악하는 힘을 강조했다. 부분이나 지엽말단에 얽매여 큰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곡산부사로 부임하자마자 침기부 종횡표를 작성해 고을의 전체 실정을 한 손아귀에 장악한 것이 그 좋은 예다.

 

9강 정취를 깃들여라

 

41. 정성으로 뜻을 세워 마음을 다잡아라

 

482 내가 황상에게 문사를 곧부하라고 권했다. 그는 쭈뼛쭈뼛하더니 부끄렁누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천째는 너무 둔하고, 둘재는 앞뒤가 꽉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다. 네게는 그 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한느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483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해라. 그러면 못할 일이 없단다. 다산은 자신 없어 머뭇대는 소년에게 이 삼근계를 내려주었다. 이 한마디 말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감격했다. "마음을 다잡아 부지런히 노력해라."

그는 평생 스승의 이 가르침을 뼈에 새기며 살았다. 스승을 처음 뵌 그날이 10 10일이었다고, 황상은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했다.

 

487 황상은 신분 때문에 과거를 볼 수도 없었다. 다산은 그래서 그를 학문의 길로 인도하는 대신 문학으로 이끌었다. 시에 대한 황상의 재주는 특별히 남달랐다.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나자 <설부>를 지어 다산을 깜짝 놀라게 했다.

 

493 산방에 처박혀 하는 일이라곤 책 읽고 초서하는 것뿐입니다. 이를 본 사람은 모두 말리면서 비웃습니다. 하지만 그 비웃음을 그치게 하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귀양살이 20년 동안에 날마다 저술만 일삼아 복사뼈가 세 번이나 구멍났습니다. 제게 삼근의 가르침을 내려주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것을 얻었다." 몸으로 가르쳐주시고 직접 말씀을 내려주신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귓가에 쟁쟁합니다. 관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그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42.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길러라

 

497 세검정의 빼어난 풍광은 오직 소낙비에 폭포를 볼 때뿐이다. 그러나 막 비가 내릴 때는 사람들이 옷을 적셔가며 말에 안장을 얹고 성문 밖으로 나서기를 내켜하지 않고, 비가 개고 나면 산골물도 금세 수그러들고 만다. 이 때문에 정자가 저편 푸른 숲 사이에 있어도 성중의 사대부 중에 능히 이 정자의 빼어난 풍광을 다 맛본 자가 드물다.

 

499 나에게 다산의 이 글은 그저 벗들과 작당하여 세검저으로 나들이를 다녀온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행간 깊게 들린다. "깨어 있어라. 맥락을 넘겨짚는 안목을 길러라. 떠난 기차는 붙들 수가 없고, 가버린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오면 좋은 구경도 못하고 웃음거리만 된다."

 

504 사물을 투시하라

 

'문리가 터진다'는 말은 어려운 글을 줄줄 읽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사물의 행간을 읽고 맥락을 소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공부는 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천지 만물이 모두 책이다. 이 살아 생동하는 텍스트를 읽지 못하고, 고작 벌레 먹은 옛책을 외우는 것만 독서로 여긴대서야 공부의 보람이 참 무색하다.

 

43. 나날의 일상 속에 운치를 깃들여라.

 

508 선 자리를 사랑하라

 

귀양지에서 다산의 생활은 신산스럽기 짝이 없었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진작 자포자기해서 폐인이 되고도 남았을 그 긴 시간 동안, 올곧게 자신을 세워 뚝심 있게 공부를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로 일상득취의 묘를 잘 실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디를 가든 자신이 처한 공간을 정성껏 꾸몄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냐 아니냐는 상관하지 않았다. 거처를 옮길 때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정원을 꾸미고 꽃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44. 한 마디 말에도 깨달음을 드러내라

 

522 한 차례 배불러 살이 찌고, 한 번 굶어 수척한 것을 일러 천한 짐승이라 한다. 안목이 짧은 사람은 오늘 뜻 같지 않은 일이 있으면 낙담하여 눈물을 줄줄 흘리고, 내일 뜻에 맞는 일이 있게 되면 생글거리며 얼굴을 편다. 일체의 근심과 기쁨, 즐거움과 분노,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모두 아침저녁으로 변한다. 달관한 사람이 이를 보면 비웃지 않겠느냐?

 

아침에 일찍 볕을 받는 곳은 저녁때 그늘이 먼저 든다. 일찍 피는 꽃은 빨리 지는 법이 아니냐. 풍차처럼 돌고 도는 것이 운명이다. 현재의 상황에 너무 낙담하지 마라. 사내는 큰 마음을 지녀야 한다. 가을 매가 창공을 박차고 나는 듯한 기상을 품어야 한다. 다산은 아비의 좌절에 절망해서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아들의 마음을 이렇게 잡았다.

 

맹자는 "대체를 기르는 사람은 대인이 되지만, 소체를 기르는 사람은 소인이 되어 금수에 가깝게 된다"고 했다. 만약 생각이 온통 등 따습고 배부른 데만 가 있어 편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친다면 몸뚱이가 식기도 전에 이름이 먼저 스러질 것이다. 이는 짐승일 분이다. 짐승이 되고 싶은가?

è 이름.

è 이름?

 

45. 속된 일을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라

 

542 다산은 말한다. 마음속에서 속된 기운을 걷어내라. 하지만 생활을 외면하는 것을 고곻나 것으로 착각하지 마라. 무능에서 나온 적빈과 군자의 맑은 청빈은 전혀 같지가 않다. 청빈을 즐길 분 적빈을 자랑하지 마라. 작은 시련 앞에 주눅들어 무작정 서울을 떠나는 것은 자손을 망치고 집안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몸은 진창에 떨어져도 꿈은 하늘에 심어라. 처지에 따라 변하는 것은 군자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경제를 생각하되, 운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

 

10강 핵심 가치를 잊지 말라

 

46. 위국애민 그 마음을 한시도 놓지 말라

 

551 이 참혹한 가뭄의 이듬해인 1810년에는 여름부터 파리떼가 창궐했다. 어디서나 먹을 것만 있으면 구름처럼 새까맣게 몰려다녔다. 사람들은 괴변이라 외치며 파리를 소탕하느라 온통 난리가 났다. 그것을 보고 다산은, 이 파리야말로 지난해 그 극심한 가뭄과 혹한에 굶주려죽은 자의 시체에서 나온 구더기가 변한 것으로, 굶주려 죽은 자의 전신이니 잡지 말고 오히려 음식을 먹여야 한다고 했다.

è 위국애민. 한다고 하여, 다산이 할 수 있었던 일은 과연 무엇일까?

 

47.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 말라

 

558 내가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진실로 또한 큰 일이긴 하다. 하지만 죽고 사는 일에 견준다면 하찮은 일이다. 사람이란 때로 생선을 버리고 곰발바닥을 취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하물며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사소한 일로 문득 남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동정을 구걸한다면, 만에 하나 국경에 난리가 일어나면 임금을 저버리고 오랑캐에 투항하지 않을 자가 능히 몇이나 되겠느냐?

내가 살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운명이요, 능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 또한 운명이다. 비록 그러나 사람의 도리를 닦지 않고 다만 천명만 기다린다면 진실로 또한 이치에 합당치 않다. 나는 사람의 도리를 이미 다하였다. 사람의 도리를 다하였는데도 마침내 능히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 또한 운명일 따름이다. 강씨의 자식이 어찌 나를 돌아가지 못하게 할 수 있겠느냐? 마음을 편히 갖고 염려하지 마라. 잠시 세월을 기다리는 것이 합당한 도리인즉, 다시는 이러쿵저러쿵하지 마라.

è 읽는 나도 짜증이 날 지경.

è 그러니,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하기 전에 배수진을 쳐두어야 한다.

 

562 나는 잘못 간직하여 나를 잃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과거로 명예를 얻는 일이 좋아 보여, 이 길로 빠져든 것이 10년이었다. 마침내 돌이켜 조정에 나아가 갑자기 검은 사모를 쓰고 비단도포를 입고, 백주대로 위를 미친 듯 내달렸다. 이와 같이 한 것이 또 12년이었다. 또 돌이켜 한강을 건너고 조령을 넘어 친척과 조상의 산소를 버리고 곧장 어두운 바닷가 대숲 가운데로 내달아 멈추었다. 내가 이에 진땀이 흐르고 숨이 가빠 허둥지둥 어쩔 줄 모르며 내 발자취를 따라 같이 왔다. 내가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던가? 여우, 도깨비에 홀렸던 겐가? 아니면 해신이 부르기라도 했더란 말인가? 그대의 집과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초천에 있는데, 어찌 또한 그 근본으로 돌아가질 않는가?" 그러자 이른바 ''라는 사람은 멍하니 움직이지 않고서 무어라 대꾸할 줄을 몰랐다. 그 낯빛을 보니 마치 붙들려 머뭇대는 것 같았고, 좇아 돌아가고자 하나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마침내 붙들어 이와 더불어 함께 살았다.

 

48. 사실을 추구하고 실용을 지향하라

 

578 작업에 앞서 쓰임새를 생각하라. 왜 이 작업을 하는지,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먼저 점검하라. 현장에서의 활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49.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라.

 

장점을 강화하라

 

오득천조는 하늘의 도움을 받아 일을 일운다는 뜻이다. 하늘이 나를 도와 나를 통해서 이루고자 한 일이니,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슨 작업을 하든지 무턱대고 닥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잘 파악해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580 다산 자신은 사변과 궁리보다는 정리와 분석에 탁월한 역량이 있었다. 그의 작업 대부분이 여러 학자의 다양한 견해를 종합해 하나의 맥락으로 꿰거나, 복잡한 정보를 간추려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는 방식인 것을 보더라도 이 점을 알 수 있다.

 

582 개성을 추구하라

 

다산은 따지기 좋아하는 학자였다. 한번 따졌다 하면 문제를 명확하고 선명하게 쟁점별로 갈라냈다. 반대로 관념적 지식이나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힘든 추상적인 작업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어떤 일을 하든 실제에 바탕을 두지 않는 경우란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는 늘 꼼꼼하고 깐깐하게 따져가며 작업했다. 정약전도 다산의 꼼꼼한 성격에 대해 "내 아우가 달리 흠잡을 데가 없지만 그릇이 작은 게 흠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583 짓궂은 장난 앞에 난감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다산의 거동이 눈에 선하다. 그는 이렇게 상황에 적당히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이 고지식함 때문에 입은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584 하지만 다산은 이 고지식한 원리원칙주의를 밀어붙여 끝내 자신의 학문적 개성으로 만들었다. 삶과 학문을 일관된 질서로 꿰뚫었다.

 

588 이청은 천문과 역상 관련 저술인 <정관편> 8 3책을 남겼다. 천문과 역상에 관련된 동서고금의 학설을 정리한 내용이다. 전체 8편의 끝에는 '동국역상'이라는 항목을 두어 스승의 정신을 충실히 계승했다. 하지만 그는 뒤에 70이 되도록 과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번번이 낙방하자 낙담하여 우물에 빠져 죽었다.

è 얼마나 큰 인생의 부담이었는지 알 수 있다.

 

590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해서 기쁘고, 안 할 수 없고,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라. 자신의 장점을 파악해서 개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일 저 일 기웃거리지 말고, 핵심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라. 그러자면 평소에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안목을 갈고닦아야 한다.

 

50.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

 

596 변화를 긍정하라

 

모든 것은 시간에 따라 변한단. 처음에 훌륭했던 제도도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 문제가 생긴다. '지금 여기'의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선중화의 정신은 필연적으로 변화의 당위를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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