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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4일 23시 48분 등록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정민 지음

-. 김영사, 2006

  

저자에 대하여 - 정민

 

1. 연암 박지원의 만남

그는 박사과정에서 18세기 문장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연암 박지원을 만나게 된다. 그 후 10년 동안 연암 뿐만 아니라 이덕무와 박제가 등 조선 후기 지식인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게 된다. 연암 박지원의 예술정신을 살핀 <비슷한 것은 가짜다>, 이덕무의 청언소품을 감상한 <한서이불과 논어병풍>, 제자들과 함께 박제가의 시문집 <정유각집>를 펴냈다.

 

2. 다산 정약용의 만남

그는 18세기 조선의 지식경영을 연구하면서 다산 정약용을 만나게 된다. 다산의 20년간 강진 유배생활에서 쓴 친필편지와 시, 교유했던 수 많은 제자와 승려들의 만남을 탐구하면서 다산의 면모를 재구성한다.다산의 위대함을 담보해준 방법적 원리에 대해 주목하고 <다산의 재발견>,<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다산선생 지식경영법>,<미쳐야 미친다>,<새로 쓰는 조선의 차문화>를 써냈다.

연암과 다산의 만남을 통해 저자는 학문이 풍요로워지고, 공부의 안목이 넓어지고, 삶의 눈길이 깊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옛사람의 글에서 현실을 바라보며 세상은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먼지 쌓인 한적(漢籍)속에서오래된 미래을 찾는 작업과한문학이 어떻게 우리 시대와 호흡을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옛 글 속에 담겨있는 사람 내면의 풍경을 탐구하면서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3. 스승과 꼭 닮은 제자

사람들은 그에게어려서 서당에 다녔습니까?’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가 정작 한문 공부를 시작한 것은 대학 4학년 여름방학이다. 그 때 처음, 스승을 만나게 되었고 작고하실 때까지 8년을 모시고 공부하게 된다. 스승에게서 사전 찾는 의미를 깨우치고, 가르침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한문학의 길을 걸어간다. 지금도 마음이 스산하면 스승의 손때가 묻는 사전을 곁에 모셔두고 체취를 느낀다고 한다. 그는학문의 길에 무슨 왕도가 있겠는가? 단순 무식한 노력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스승의 옥편을 통해서 학문에 대한 마음의 자세를 다잡고 정진하는 모습을 나는 닮고 싶다.

그는 1년에만 700쪽이 넘는 책들을 세 권씩 출간할 정도로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책을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그는 다산 정약용의 지식경영법에서 얻는 정보처리방식을 활용한다. “하나가 끝나면 다음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병진한다, 그리고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 논문으로 발표하거나 잡지에 연재를 하고 그것들을 주제별로 묶어서 책을 낸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그의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철학이다. 그가 이룬 성취들을 보면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광기와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저서에 나오는 조선시대 지식인들 대부분이 이러한 철학의 소유자들이다. 나는 저자의 삶과 저서를 통해서 미친 듯이 몰두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내 삶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4. 다산 정약용의 생애

다산 정약용은 1762(조선 후기 임오년, 영조 38) 음력 6 16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한강변 마현마을에서 아버지 정재원과 어머니 해남 윤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로서는 경기도 광주군 초부면 마재이다.

정씨 집안은 8대 연속 홍문관 학사를 배출한 적이 있는 집안이었고, 외가도 학문과 예수를 하는 윤선도의 후손이었다. 큰아들 약현부터 약전, 약종, 양용과 형제와 딸들을 두었다. 정약용이 아홉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12살 때 서울에서 20세의 김씨(1754~1813)가 서모로 들어왔는데 어린 다산을 친자식처럼 돌봐주었다.

다산의 누이는 조선 최초의 영세교인인 만천 이승훈에게 시집갔고, 당시 명망이 높던 이가환은 이승훈의 외삼촌이며 이익의 종손이다. 또 백서사(帛書)사건으로 유명한 황사영은 16세 때 진사시에 장원급제한 수제로 정약용의 맏형인 약현의 딸에게 장가들었다. 이러한 혼맥으로 자연스럽게 이익의 학문을 접하면서 유학을 이어받고, 서학에도 눈을 뜨게 됐다. 서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당시 부패한 유학의 유해서을 깨닫게 되고, 서구의 과학기술에 눈을 돌려 자신의 실학사상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2(1783)때 경의과 진사시험에 합격하여 성균관에서 공부를 하면서 33살의 정조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총애를 받았다. 1789(정조13)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라 많은 업적을 남겼으나 천주교를 탄압하는 신유사옥(1802)에 연루되어 경상도 장기로 유배된다. 이때 다산의 작은 형 약종과 약종의 가족들이 모두 희생당했다. 이가환과 이승훈도 역시 죽음을 당했다. 장기에 유배되어 있던 다산은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다시 서울로 압송되어 취조를 받았으나 관련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극형은 면했지만 형 약전은 흑산도로, 다산은 강진으로 유배되고 황사영은 죽음을 당한다.

형 약전은 학문이 뛰어났으며 다산의 학문을 알아주는 지기(知己)이기도 했다. 1801 11월 하순 함께 귀양길에 올라 나주 율정에서 헤어진 후 서로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약전(59, 1816)은 유배지에서 세상을 떴다.

다산은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백성의 생활개선을 위한 학문연구와 저술에만 힘썼고, 석방돼 고향에 돌아와 18년을 더 살면서도 저술에 몰두해 500여 권의 저서를 남기면서 실학사상을 집대성해 독자적인 학문을 체계화 시켰다.

1836년 음력 2 22일 그의 나이 75세로 세상을 마쳤다.

  

내가 저자라면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읽는 내내 정민 교수의 조그만 방이 떠올랐다. 나는 그곳에서 오래된 옥편 냄새를 맡았으며, 원형 책꽂이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자료들을 보았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처럼 매년 훌륭한 책을 출간할 수 있는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 비밀은 바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는 다산선생의 지식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으며, 이 책에 구성이나 내용도 다산선생의 가르침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당대 문인들과의 편지,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편지를 근거로 하여 다산의 생각과 철학을 감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책을 준비하는 작가들에게 유용한 지침이 되는 다산의 지혜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절실하게 와 닿는 부분은 아마도 현재 가장 부족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현재 내가 글을 쓰고 있는 목적과 이유에 대한 질문들이다. 단순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충분하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개인적인 탐구에 지나지 않는다.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유배지에서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 잡히지 않고 꾸준한 지인들과의 편지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넓혀나갔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 느꼈던 기개와 소신을 다산선생의 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한 집안 사람이 부탁한 서문에 대해서 조목조목 근거를 가지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가는 다산의 모습은 불의를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이순신 장군과 꼭 닮았다. 이러한 장면은 글을 쓰면서 인용하는 문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정확한 자료인지 찾아보도록 상기시켜 주고 있다. 다산은 책을 만들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책에서 보아온 수 많은 지혜들을 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비로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백성들을 사랑하고 나라를 위하는 책이 되도록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내가 저자라면, 다산 정약용의 책 쓰는 방법을 그대로 실천해보고 싶다. 먼저, 책을 쓰는 목적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두 번째 서문를 반드시 써야한다. 글의 주제와 방향을 결정짓는 것이지만 쓰는 동안 자신의 의지가 변화되지 않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리고, 힘든 고비때마다 다시 일으켜 세워 줄 것이다. 세 번째로 목차와 범례를 확정하여 전체 골격을 완성한다. 네 번째로 쓰고자 하는 주제에 알맞은 자료를 수집한다. 평소에 부지런히 메모한 것도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다섯 번째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부지런히 글을 쓴다. 그리하면 생각의 촉수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 상상의 날개를 쉽게 달 수 있다. 여섯 번째로 고쳐 쓰고 또 고쳐 쓴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책을 읽으면서 글 쓰는 방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되었다. 다산 선생의 방식대로 동기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좋은 조언을 얻었으며, 그러한 점검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얻었다. 그리고 최종 사부님께서 결정적인 방향제시를 해주셨다. 다산의 가르침대로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해 본 결과였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벽에 부딪칠 때마다 다산의 소중한 지혜를 계속해서 들여다 보아야겠다.

 

 

■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머리말

 

16 이런 저작들 중에는 실학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것도 있고,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들 저작을 관통하는 저술원리는 한 가지다. 널려 있는 정보를 수집.배열해서 체계적이고 유요한 지식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이 점이 내가 이 시기 지식인들을 지식경영가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이것은 실학의 범주구분을 넘어서는, 이 시기 지식시장의 강력한 원리요 기본원칙이었다.

 

17 목민심서는 역대 역사기록 속에서 추려낸 수만 장의 카드를 바탕으로 정리한 목민관의 사례 모음집이다. 전체 12장을 각각 6항으로 나눠 모두 72절로 관리의 업무를 정리한 행정지침서다

 

18 달리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명확한 목표 관리와 체계적인 단계 수립, 여기에 효율적인 작업진행, 조직적인 역할 분담이 더해졌다. 다산은 이 모든 작업을 진두 지휘한 야전사령관이었다.

 

20 이 책의 모든 작업과정 또한 철저하게 다산의 방식을 활용하고 적용했다. 전체 목차를 먼저 세우고 갈래를 나눠 카드작업을 했다. 원고를 작성하는 동안 다산시문집을 수십 번도 더 되풀이해 읽고 또 읽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가 내 속으로 걸어들어와 내 사고를 지배하고 자기 생각을 나를 시켜 말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21 연암은  높고 크고 다산은 넓고 깊다. 연암은 읽고 나면 오리무중의 안개 속으로 숨는데, 다산은 읽고 나면 미운을 걷어내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연암은 읽는 이의 가슴을 쿵쾅대게 하고, 다산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연암은 치고 빠지지만, 다산은 무릎에 앉혀놓고 알아들을 때까지 일깨워준다. 연암과 함께한 지난 시간들이 벅찼다면 다산과 함께한 시간들은 나를 설레게 했다. 이것은 누가 낫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연암과 다산을 만나 내 학문이 풍요로워지고, 공부의 안목이 넓어지고, 삶의 눈길이 깊어진 것이 참 기쁘다.

 

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 _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적 지식경영

 

27 파의 껍질을 계속해서 한 겹 한 겹 벗겨나가는 것은 실마리를 잡기 위해서다. 실마리를 잡아야 얽힌 실꾸리가 풀린다.. 실마리를 잡지 않고서 실타래만 들쑤셔놓으면 나중에는 완전히 뒤엉켜서 수습할 수조차 없게 된다.

 

27 먼저 핵심개념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갈라낼 수 있다. 핵심을 잡으려면 안목과 식견이 서야 한다. 안목과 식견은 어떻게 갖출 수 있는가? 일단 옥석을 가리지 말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아야 한다. 일견 순환어법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28 언제나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정말 큰 문제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 구멍 저 구멍 기웃거리는 거이 아니다. 공연히 실꾸리를 여기저기 들쑤석거려서는 점점 더 상황이 나빠져 수습할 수 없게 된다.

다산은 이렇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존동찰을 통한 상호보완을 제시했다.

 

29 정존은 조용히 따지고 살펴 그 깨달음을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다. 동찰은 이를 실제에 적용하여 맞는지 맞지 않는 살펴보는 것이다. 면밀히 따져 관점을 세운 후, 비로소 실제에 적용한다. 이때 주경과 궁리의 태도가 요구된다. 주경이란 성심을 다해 주제에 몰입하는 것이다. 궁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탐색의 과정이다. 문제는 항상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라야 한다.

 

29 구름 잡는 이야기는 안 된다. 정존의 과정이 잘못되면 항상 동찰의 적용단계에서 문제가 생긴다. 항상 정존에서 동찰로 이어지고, 동찰이 다시 정존으로 환원되는 공부를 해야 한다. 두 가지가 따로 놀면 안 된다.

 

30 바른 독서는 그저 글의 껍질만 읽어 축축한 흙을 얻은 데 만족해서는 안 되고,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달고 찬 샘물을 길어올리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31 독서는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푹 젖어야 책과 내가 융화되어 하나가 된다. 푹 젖지 않으면, 읽으면 읽는 대로 다 잊어버려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이 별 차이가 없다.

 

31 책 읽는 것 또한 그러하다. 서로 맞춰보고 꿰어보아 따져 살피는 공부를 쌓고, 그치지 않는 뜻을 지녀, 푹 빠져 스스로 얻음에 이르도록 힘써야 한다. 이와 반대로 오로지 빨리 읽고 많이 읽는 것만을 급선무로 한다면, 비록 책 읽는 소리가 아침저녁 끊이지 않아 남보다 훨씬 많이 읽더라도 그 마음속에는 얻은 바가 없게 된다. 이는 조금만 땅을 파면 오히려 마른 흙인 것과 한가지 이치다. 깊이 경계로 삼을 만하다.

 

32 파의 껍질과 속살을 구분해내려면 아홉 자 우물을 파야 한다. 석자 파다 그만두고 다른 데서 또 파려 들면 부뚜막 바르는 데 쓸 젖은 흙밖에 얻을 게 없다. 쓸데없는 파 껍질만 수북이 쌓아놓게 된다.

 

32 공부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실마리를 잘 잡아야 한다.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는 단서를 잡아야 한다. 여기에는 거듭되는 훈련과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35 다산은 말한다. 문제를 회피하지 마라. 정면으로 돌파하라.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탐구해 들어가라. 처음에 우열을 분간할 수 없던 정보들은 이 과정에서 점차 분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41 또 모든 한자어를 형사의 세 종류로 나누었다. 오늘날의 개념으로 따져보면 대체로 형은 명사, 정은 형용사, 사는 동사에 해당한다. 이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홑글자를 가르치지 말고 비슷하거나 반대되는 개념들을 엮어서 가르쳐라. 둘째, 글자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여 명사는 명사끼리 엮고, 동사는 동사끼리 묶으며, 형용사는 형용사끼릴 모아 글자의 성질에 따라 계통적으로 배우게 하라.

 

45 다음은 당시 논문을 쓰기 전에 내가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들이다.

-       왜 서호인가?

-       왜 하필 선조와 광해 연간인가?

-       어떤 사람들이 이 그림을 선호했나?

-       <서호도>성행에 다른 배경은 없는가?

-       서호는 어떤 코드로 이해할 수 있나?

-       그 전후로 성행한 <소상팔경도> <무이구곡도>와는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

-       임진왜란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       그 속에 담긴 심리상태는 어떤가?

-       서호지라는 책의 수입과는 어떤 관련이 없을까?

-       비슷한 시기의 가사작품인 「서호별곡」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       <서호도>관련 시문에 보이는 공통분모는?

-       왜 이 풍조는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을까?

-       당대 문학사조인 낭만풍과는 어떻게 관련될까?

 

47 보이지 않는 질서를 찾아내야 한다. 계통을 확립해야 한다. 산만해서는 안 되고 집중해야 한다. 흩어져서는 안 되고 집약해야 한다. 지리멸렬, 각개격파로는 적을 물리칠 수가 없다. 일사불란하고 명약관화해야 한다.

 

49 공부보다 먼저 인간이 되라는 얘기다. 공부의 바탕이 되는 근기는 효제의 덕성을 바탕으로 갖추어진다. 인간은 인간성에 바탕한 근기를 갖출 때 비로소 목표가 생긴다.

 

51 바탕을 다지는 일은 동서남북을 배우는 일이다. 현실에 적용하고 실제에 응용하는 것은 상하좌우의 분별과 관련된다. 상하좌우만 알아서는 방향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갈 수 없지만, 동서남북을 알면 길을 잃고 헤매지 않는다.

 

51 공부하는 사람에게 동서남북은 경전의 말씀이다. 말씀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기면 마음속에 호연한 기상이 생겨난다. 가슴이 쭉 펴지고 눈빛이 맑아진다. 역사책은 상하좌우와 같다. 어떤 때는 동쪽이 왼쪽이 되고 남쪽이 위쪽이 되기도 한다. 좌우가 바뀌고 상하가 요동친다. 그 흥망성쇠의 득실과 치란을 살펴보면 사람이 가야 할 바른 길이 환하게 들여다보인다. 그때 비로소 세상에 보탬이 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말겠다는 다짐이 걷잡을 수 없이 올라온다.

 

51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수시로 자답해보아야 한다.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면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하나 없이 떠돌다 풍랑을 만나 좌초하고 만다. 동등하던 기세가 막상 작은 시련 앞에서 맥없이 무너진다.

 

53 문장을 결과일 뿐 목적이 아니다. 문장은 얼굴 위에 오른 불쾌한 낯빛에 불과하다. 뱃속에 술기운이 없으면 얼굴은 붉어지지 않는다.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는데 얼굴만 북어지는 법은 없다.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어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피부는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58 기둥을 세우기 전에 터를 굳게 다져라. 주추를 놓기 전에 터를 굳게 다져라. 진도를 빨리 나가려 들지 말고 터를 굳게 다져라. 단청이 마르기도 전에 기울고 벽이 갈라지는 집은 아예 짓지도 마라. 시간이 더 걸리더라고 터를 굳게 다져라. 달구질을 오래 할수록 터가 단단해진다. 그 굳건한 토대 위에 주추를 놓고 기둥을 세워 들보를 얹어라. 천년 세월에도 기울지 않을 그런 집을 지어라.

 

62 대학입시의 논술시험을 잘 보려면 논술학원에 보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쓰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 훨씬 낫다. 학원에 가면 답안작성 요령을 배울 수는 있지만,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 문제지를 받아들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평소에 많이 읽고 생각하고 써본 학생은 어떤 문제가 나와도 걱정 없이 써낸다. 그리고 그 역량은 평생을 함께한다.

 

64 뿌리가 든든해야 양분을 끌어올려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뿌리가 도덕이라면, 문장은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꽃에 불고하다. 꽃이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의 근원은 뿌리에서 왔다. 이것을 잊으면 안 되는데 사람들은 거름을 주어 뿌리의 힘을 돋을 생각은 않고, 꽃만 피우겠다고 난리다.

 

76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말고 만나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완전히 알때까지 끝장을 보라는 이야기다.

 

77 뿌리를 캐들어가면서 방증이 될 만한 지엽적인 자료들을 수집하여 수렴과 확산의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문제의식이 심화되고 본질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77 격물을 통해 앎으로 나아가는 것이 격물치지다. 조제의 의미를 따지기 위해 사전을 찾고 이 책 저 책 뒤지는 동안 『사기』의 「자객열전」만 읽는 것이 아니라, 고대의 제사제도에 대해서도 알게되고, 옛사람들의 생각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하투루 지나치기 쉬운 것들 속에 깊은 의미가 간직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공부는 이처럼 누적되고 확산되는 방식이라야 한다.

 

78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는 것이 공부다. 남들은 못 봐도 나는 보는 것이 공부다.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이를 통해 내 삶이 송두리째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공부다. 마지못해 쥐어짜며 하는 공부 말고, 생룡활호처럼 펄펄 살아 날뛰는 그런 공부가 공부다.

 

2강 정보를 조직하라 - 큰 흐름을 짚어내는 계통적 지식경영

 

87 이렇듯 다산은 어떤 작업을 하든지 우선 목차와 범례를 확정하여 책의 목적과 목표, 전체 골격을 완전히 구성한 뒤에 착수했다. 이것은 완벽한 설계도면을 그린 후 건축에 들어가는 이치와 같다.

 

90 목차가 정연하지 않으면 생각도 덩달아 왔다갔다한다. 범례를 꼼꼼히 검토해서, 혹시 작업중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라. 목차는 생각의 지도다. 범례는 생각의 나침반이다. 지도와 나침반 없이 먼 항해를 떠날 수 없듯이, 제대로 된 목차와 범례 없이 큰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법이다. 먼저 목차를 세워라. 범례를 확정하라.

 

91 변례창신은 기존에 있던 것을 참고하여 새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새것은 옛것의 변용일 뿐이다. 다만 옛법이 아무리 훌륭해도 시대가 같지 않고 사람이 달라지면 쓰임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때 옛것만을 붙들고 고집하면 문제가 생긴다

.

91 연암 박지원은 이렇게 말했다.

 

늘 하던 대로만 하고 변통할 줄 모르다가, 막상 일이 닥치면 구차하게 대충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려 한다. 천하만사가 모두 이 때문에 어그러진다.

 

95 이렇듯 다산은 언제나 관련 참고서적을 수집하는 일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목차를 검토하고 범례를 비교하여, 그 많은 정보를 당면과제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재배열했다. 타당성과 현실성에 대한 검토 없이 남의 것을 그저 가져다 쓰는 법은 걸코 없었다.

 

101 전에 없던 새것은 없다. 모든 것은 옛것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 좋은 모범을 찾아라. 훌륭한 선례를 본받아라. 하지만 그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 현실에 맞게 고쳐라. 설정에 맞게 변경해라.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안 맞는 것은 버리고, 없는 것은 보태고, 부족한 것은 채워, 내가 옛것에서 배울 것은 생각하는 방법뿐, 내용 그 자체는 아니다. 옛사람의 발상을 빌려와 지금에 맞게 환골탈태하라. 점철성금 , 쇠를 두르려 황금을 만들어라. 옛길을 따라가지 마라.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나다.

 

104 말 그대로 발문망식하여, 밥 먹고 잠자는 것도 잊은 채 몰두하였다. 전혀 새롭게 뜻을 깨달은 것도 적지 않았다. 또 팽팽하게 논쟁이 붙어 오래도록 결판나지 않은 사안을 전혀 다른 제 3의 근거를 찾아내 마무리지어버린 것도 많았다.

 

106 63종의 의서에서 천연두관련 항목만을 간추려 편집한 마과회통. 다산은 63녀 중 4 2녀를 마마등의 병으로 일었다. 자신의 아픔을 닮은 부모가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룩한 마음이 이 책속에 담겨 있다. 책을 엮으면서 그는 죽은 자식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팠을 것이다.

 

109 그가 하는 일은 늘 이렇게 명쾌하고 상쾌하다. 그는 마치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사건을 단숨에 해결해버리는 현명한 재판관처럼 민첩하게 문제를 파악해서 경쾌하게 처리해버린다.

 

111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객관적인 분석과 명석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료가 혼란스러워 갈피를 못 잡겠다고 투덜대지 마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레 겁먹지도 마라. 하나하나 따져서 진위를 헤아리고 정보의 값을 매겨라. 문제는 나에게 있다. 자료에 있지 않다.

 

113 거일반삼이란 한 모서리를 들어 나머지 세 모서리를 뒤집는 것이다. 툭 건드려 오성을 활짝 열어주는 방식이다. 혼자서도 한 모서리를 틀어 탁자 하나를 쉽게 뒤집을 수가 있다. 이것을 굳이 넷씩 달려들어 네 모서리를 다 붙들고 뒤집으려 하면 공연히 번잡하고 힘만 빠진다. 한 솥의 국맛은 한 숟가락만 떠먹어봐도 알 수 있다. 통째로 다 마셔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113 공부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시콜콜히 다 붙들고 앉아 가르쳐줄 수는 없고, 그렇게 배울 수도 없다. 다산은 두 아들에게 부친 편지에서 책을 초록해 적는 것은 한 모서리를 들어 세 귀퉁이를 뒤집는 방법이라고 했고, 「아언각비서」에서도 한 모서리를 들어 세 귀퉁이를 뒤집고, 하나를 배워 열을 아는 것은 배우는 자의 책무라고 말한 적이 있다. 4분의 1의 노력으로 전체를 장악하는 방법이 바로 거일반삼법이다.

 

114 명민한 사람은 그저 턱 건드려주기만 해도 문득 깨친다. 멍청한 사람은 곁에 앉혀놓고 하나하나 친절하게 일러주어도 종내 깨닫지 못한다. 문제는 오성을 어떻게 열 것인지에 달려 있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령을 잡는 것이다.

 

114 연암 박지원이 명쾌하게 말한 것이 있다.

 

달사에게는 괴이한 것이 없지만, 속인에게는 의심나는 것이 많다. 이른바 본 것이 적을수록 괴이한 것도 많아지는 법이다. 대저 달사라 하여 어찌 물건마다 직접 눈으로 보았겠는가? 하나를 들으면 눈에 열 가지가 그려지고, 열 가지를 보고 나면 마음에 백 가지가 펼쳐진다. 천만 가지 괴이한 것이 도로 사물에 부쳐져서 자기와는 상관이 없게 된다. 그래서 마음은 한가로워 여유가 있고 응수하는 것이 무궁하다. 본 것이 적은 자는 백로를 가지고 까마귀를 비웃고, 오리의 짧은 다리를 보고는 학의 긴다리를 위태롭게 여긴다. 사물은 절로 괴이함이 없건만 공연히 제가 성을 내고, 한 가지만 자기가 아는 것과 달라도 만물을 온통 의심한다.

 

115 달사는 통달한 선비다. 지혜의 샘이 활짝 열려서 식견이 툭 터진 사람이다. ‘천만가지 괴이한 것이 도로 사물에 부쳐진다는 말이 재미있다. 이것을 보면 문득 저것이 떠올라 저것을 통해 이것을 이해한다.

 

115 달사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그 열을 통해 백을 이해하는, 증폭되고 확산되는 효율성 높은 공부를 한다. 속인은 반대다. 하나를 들으면 그 하나만 고집해서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 둘을 배우면 그 둘 때문에 붙드는 고집이 하나 더 늘어난다. 달사는 배울 때마다 툭툭 터지고 활짝 열리는데, 속인은 배울수록 꽉 막히고 굳게 닫힌다.

 

115 나아가 다산은 속인의 때를 벗고 달사의 식견을 지니려면 먼저 문심혜두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심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고, 혜두는 지혜의 구멍이다. 쉽게 말해 안목이 열리고 식견이 툭 터져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게 되는 상태다

 

118 4절의 당구첩경법에서는 지름길로 가야지 가시밭길이나 돌길로 헤매지 말라고 했는데, 정작 여기서는 지름길로만 가려고 드는 태도를 나무랐다. 다산의 말이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처지가 달라진 것이다. 지름길로 인도하여 빨리 문심혜두를 열어주고 싶은 것은 스승의 마음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스승의 마음은 모르고 그 지름길을 노력하지 않고도 거저먹는 방법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 여기에서 다산이 말하려 한 것이다.

 

119 다산은 끊임없이 자식과 제자들에게 읽고 공부한 것을 간추려서 정리해둘 것을 요구했다. 정리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역량을 기르며, 한 분야의 지식이 다른 부분으로까지 확산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자신도 초록하고 정리하고 메모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23 이렇듯 큰 학자는 우연히 얻은 반 권짜리 책의 한 귀퉁이에서도 정신이 번쩍 드는 깨달음을 건져 올린다. 도는 어디 먼 곳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있다. 공연히 아득한 곳에서 있지도 않은 도리를 숭상하면서, 제가 딛고 서 자리는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들은 결코 이런 깨달음에 도달할 수가 없다.

 

123 시시콜콜히 다 배우려 하지 마라. 한 모서리를 들어 전체를 뒤집을 수 있어야 한다. 하나를 들어 열을 아는 공부를 해라. 하나를 배워 하나만 아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큰 공부를 하려면 안목이 열려야 한다. 식견이 툭 터져야 한다. 앞뒤가 꽉 막힌 채 책만 붙들고 있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통째로 보고 핵심을 잡아야 한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붙들어라. 네 오성을 활짝 열어라.

 

125 다산은 휘분류취의 귀재였다. 그는 우리 역사를 통틀어서 전무후무한 편집의 도사였다. 어떤 복잡한 정보도 그의 손을 한번 거치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나왔다.

 

135 공부는 복잡한 것을 갈래 지어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다. 갈팡질팡하지 말고 갈피를 잡아야 한다. 교통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서랍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공부 잘하는 사람이다.

 

3강 메모하고 따져보라 _ 생각을 장악하는 효율적 지식경영

 

141 이에 대해 다산은 초서야말로 책을 효과적으로 빨리 읽는 최선의 방법임을 거듭 강조했다. 구 체적인 방법으로 다산은 학문에 보탬이 될 내용만 추려내고,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은 건너뛰며 읽을 것을 제시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렇게 할 경우 백 권의 책도 열흘이면 다 소화해낼 수 있다고 했다.

 

148 주견을 먼저 세워라. 생각을 붙들어 세워라. 그런 뒤에 책을 읽어라. 눈으로 입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어라. 부지런히 초록하고 쉴새 없이 기록해라. 초록이 쌓여야 생각이 튼실해진다. 주견이 확립된다.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당시에는 요긴하다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열심히 적어라. 무조건 적어라.

 

155 이런 방식의 즉각적인 메모방법을 질서라고 한다. 질은 질주한다는 말에서 보듯 빨리의 뜻이다. 그러니까 질서는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빨리 적는 것을 말한다.

 

159 부지런히 메모해라. 쉬지 말고 적어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 메모는 생각의 실마리다. 메모가 있어야 기억이 복원된다. 습관처럼 적고 본능으로 기억해라.

 

162 이는 제가 능히 마음으로 얻은 것이 아닙니다. 수년 이래 새벽부터 밤중까지 사색하며 산가지를 붙들고 늘어놓으면서 심혈을 쏟아 부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홀연히 마음에서 빛이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169 다산은 이렇듯 우리나라 전역의 지나온 역사에 대해 어느 옆구리를 찔러도 줄줄줄 꿰어져나올 만큼 해박하게 정보를 장악하고 있었다. 토막뿐인 정보들을 모아 되풀이해 따져보고 깊이 있게 고증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소득이었다.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경전에 대한 해석도 이런 방식으로 반복참정해서 누가 봐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명명백백한 견해를 내놓았다.

 

169 공부는 따지는 데서 시작해서 따지는 것으로 끝난다.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꿸 끈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꼼꼼이 따지고 낱낱이 따져라. 그저 보아넘기거나 대충 넘어 가지 마라. 비교해보고 대조해보고 견주어보고 흔들어보아라. 선명한 길이 뚜렷이 드러날 때까지 따지고 또 따져라.

 

170 잠심완색은 마음을 온통 쏟아 음미하고 사색하는 것이다. 잠심은 마음을 그 속에 푹 담그는 것이다. 물속에 잠겨 있듯 그 속에서만 있는 것을 말한다. 완색하는 아이들이 완구를 가지고 놀 듯 항상 몸에서 떼어놓지 않고 그 의미를 탐색하는 것이다.

 

170 독한 마음을 품고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아직 일의 가닥을 잡지 못한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어찌하는가? 다산이 내놓는 처방은 잠심완색이다. 이럴 때는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몰두와 침잠의 시간이 필요하다.

 

173 잠심완색의 목적은 융히관흡에 있다. 전에는 하나도 모르던 것이 어는 것 하나 모를 것 없는 상태로 올라서는 융회이고, 한 꿰미로 꿰어 속속들이 젖어드는 것이 관흡이다.

 

173 그는 주역의 기본원리를 추이, 물상, 호체, 효변으로 잡아 이를 낱낱이 파헤져 이해했다.

 

174 이렇나 잠심완색 끝에 다산은 마침내 통통쾌쾌하여 아무 걸림 없는 회통의 단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 느낌을 다산은 파죽지세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렇지만 그의 주역 공부는 여기에 이르러서도 끝나지 않았다.

 

175 연전에 살펴보신 초본은 옥으로 치면 가공하지 않은 박옥이고, 쇠로 말하면 광석이며, 쌀에 비유하면 겨입니다. 뼈로 치면 껍질에 불과하고, 질그릇에 견주면 초벌구이도 하지 않은 것이며, 장인으로는 솜씨 없는 자라 하겠습니다. 『시경』에서 자르고 갈고 쪼고 연마하듯 한다고 한 것이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175 학문의 길은 끝이 없다. 그 끝은 오직 내 마음에 석연하고 세상을 향해 떳떳할 때일 뿐이다. 그러나 공부가 나아갈수록 예전에 석연하던 것도 다시 의심이 생기게 마련이니, 결국 공부의 끝은 없고, 『시경』의 말처럼 쉼없는 절차탁마와 잠심완색이 있을 뿐이다.

 

176 혜장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자신의 온축을 둥근 공이 언덕을 굴러내리고 병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도도하게 펼쳤다.

 

177 “우물 안 개구리와 초파리는 잘난 척할 수가 없는 것을! 더 가르쳐 주십시오.”

 

180 다산은 말한다. 공부에 끝이 있는가? 공부에는 끝이 없다. 마음을 축 담가 한 우물을 들이파라. 살펴보고 따져보고 또 살펴보고 따져보라. 이쯤하면 되겠지,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런 것도 없다. 장벽을 만나거든 네 마음속으로 걸어들어가라. 잠시도 놓지말고 석연하게 터득하라. 그래야 네가 하는 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181 자기췌마는 기미를 미리 알아 미루어 헤아려 준비하는 것이다. 일이 닥친 뒤에 대처하면 너무 늦다. 미루어 짐작하고 헤아려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의 공부는 지기췌마를 위한 수련과정일 뿐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으려면 달사의 안목을 길러야 한다.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안 보이는 것까지 보아야 한다. 공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공부와 삶은 별개의 무엇이 아니다. 따로 놀면 안 된다.

 

184 죽은 사람과 갓난아이에게까지 군포를 징수하는 백골징포와 황구첨정은 조선 후기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186 제멋대로 춤추는 저울 눈금과 자의 치수를 보고, 도량형의 통일이야말로 모든 경제활동과 세금징수 그리고 부패 차단의 기준을 세우는 첫출발임을 실감나는 사례를 통해 밝혔다.

 

188 정조가 규장각 서리를 시켜 다음날 강할 『논어』의 한 대목을 슬쩍 주자, 감히 엿볼 수 없다며 『논어』 전체를 다시 읽고 가서, 막상 다른 대목을 읽게 했을 때 다산만 막힘없이 줄줄 읽어 임금의 시험에 걸려들지 않은 일 등이 그렇다.

 

192 다산은 말한다. 한번 지나간 버스는 세울 수가 없다. 기회는 불시에 찾아온다. 두 번 오지 않는다. 소 잃고 나서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헤아려 대비하라. 변죽만 울리지 말고 핵심을 찔러라. 맥락을 읽고 행간을 읽어라. 글을 읽지 말고 마음을 읽어라. 껍데기만 쫓지 말고 알맹이를 캐내라.

 

4강 토론하고 논쟁하라 _ 문제점을 발견하는 쟁점적 지식경영

 

195 질정수렴은 질문하고 대답하는 가운데 논란이 있던 문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가는 것이다. 말하자면 질의와 응답으로 이어지는 토론이다.

 

196 초고를 쓰면 이것을 빈 공책에 정리해 써서 초본을 만들었다. 그 초본에 수정과 첨삭을 거듭한다. 잘못된 것은 지우고 새로운 생각은 여백에 채워 넣고, 그래도 부족하면 별지를 덧붙였다. 너무 어지러워 지저분해지면 다시 중간본을 만든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질정하고 수렴해서 마지막 최종본을 만든다. 앞서도 보았지만 『마과회통』같은 책은 초고를 다섯 번이나 고치는 난산 끝에 완성을 보았다.

 

199 형에 대해서조차 다산의 추궁은 이처럼 날카롭고 매서웠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어떠했겠는가? 모르긴 해도 토론의 과정에서 그는 많은 적을 만들었을 것 같다.

 

200 나는 늘 편지에 세 가지 유익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의문점을 정확히 짚어내어 깊은 뜻을 점차 깨닫게 해주는 것이 첫 번째 유익함이다. 질문에 답하는 사람 또한 감히 쉽게 주장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유익함이다. 글상자에 남겨두어 뒷날에도 잊지 않게 해주는 것이 세 번째 유익함이다.

 

201 성호는 서면토론의 유익한 점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문제를 정확히 드러낼 수 있다. 쉽게 답하지 못한다.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글로 쓰자면 아무래도 앞뒤를 갖추어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답하는 입장에서도 조목별로 분간해야 하므로 말을 함부로 섞지 못한다. 또 뒷날 예전에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당시 내 공부의 수준을 짐작해볼 수도 있으니, 이것이 바로 서면토론의 일석삼조인 셈이다.

 

201 퇴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 차면 서로 만나 질문하고픈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만나고 나면 말로 설명할 수가 없고, 그나마도 며칠 지나면 마음과 입이 따로 놀게 된다.” 또 말씀하셨다. “맞대면해서 논란하는 것이 좋긴 해도 항상 미진한 것이 만하다.” 그 뜻이 참으로 옳다. 대개 말은 하기는 쉬워도 흔적이 남지 않는다. 편지는 신중히 생각하고 궁구하므로 깊은 경지에 나아갈 수 있다.

 

202 학술토론장에서는 열띤 공방을 주고받다가도 끝나고 술자리로 옮기면 공부이야기는 간데없고 그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하다가 취해서 돌아온다. 무슨 정신에 편지나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이토록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겠는가?

 

204 다산은 말한다. 메모하고 정리하라. 그리고 그 내용을 글로 써서 질문하고 토론하라. 공부는 토론을 통해 발전한다. 남김없이 질문하고 가차없이 비판하라. 토론의 자리에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체면을 갖추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한쪽이 꺽일 때까지 토론하라. 승복할 때까지 논란하라.

 

214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과 토론하여 객관성을 높여라. 매도 미리 맞는 것이 낫다. 여러 사람의 안목을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

 

215 제시경발은 이끌어 일깨우고 경계하여 깨닫게 하는 것이다. 제시는 붙들고 하나하나 일깨워줌을 말한다. 경발은 깨우쳐 오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218 다산의 그의 대답에서 세상을 향한 원망과 불평의 마음을 읽어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기억했다가 형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대화를 인용하여 제시경발의 자료로 삼았다.

 

219 7년 동안 귀양살이에 문을 닫아걸고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비록 부리는 종이나 밥하는 여종도 함께 서서 얘기하려 들지 않는군요. 낮에 보는 것이라고는 다만 구름의 그림자와 하늘빛뿐이요, 밤에 듣는 것은 벌레소리와 대바람 소리뿐입니다. 오래도록 고요하고 적막하게 지내다보니 정신이 응축되어 한데 모야 옛 성인의 책에 마음을 오로지 하여 뜻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울타리 밖으로 새오나오는 빛을 엿볼 수 있게 되었지요.

 

222 잘못이 있으면 스스로 돌아보아 과감히 고칠 일이요, 떳떳하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굳세게 지켜 밀고나갈 뿐이다.

 

222 한 마디로 말로 미혹을 걷어내고, 한 차례의 일깨움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것, 이런 것이 바로 다산의 제시경발법이다. 다산의 문집에는 다른 사람에게 주는 증언이 아주 많다. 누가 찾아와 무슨 부탁을 하거나 어떤 대화를 나누고 나서 그에게 해줄 충고를 말이 아닌 글로 써준 것이다. 이 또한 제시경발의 좋은 예다.

 

227 남을 칭찬하는 것이야 나쁠게 없지만, 공부의 자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겸손이 미덕이긴 해도 토론의 자리에서는 안 된다. 학문의 문제로 토론하는 자리에서는 돌바늘로 뼈를 찌르고, 쇠칼로 각막의 백태를 긁어내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비판이 있을 뿐이다.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불퇴전의 기상이 있을 따름이다. 서로 칭찬이나 하고 덕담이나 주고받으려면 토론은 무엇 때문에 하는가?

 

234 덕담이나 주고받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해서는 학문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송두리째 의심하고, 남김없이 파헤쳐서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마라.

 

239 쟁점이 되는 주제에 대한 토론은 자칫 비판과 비방이 뒤섞이기 쉽다. 이때 논거를 가지고 비판해야지, 감정으로 비방해서는 안 된다.

 

243 선대부의 순수한 충성과 위대한 공렬은 이미 기록 속에 환히 밝혀져 있어 사람들의 눈에 환히 비치고 있는데, 어찌하여 참된 자취는 덮어 가려 아무 근거가 없게 만들고, 이와 별도로 이러한 거짓 자취를 적은 헛글을 만들어 인쇄한단 말입니까? 나의 의혹이 대단히 큽니다.

 

244 조수란 것은 일정한 지점에서 때때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두 머리가 항상 바다 위에 있어 하나는 달의 앞잡이가 되고 다른 하나는 달의 앞잡이가 되고 다른 하나는 달의 뒷배가 되어, 언제나 큰 바다에서 바퀴처럼 돌며 멈추지 않습니다.

 

246 다산은 말한다. 주장을 함부로 내세우지 마라. 증거 없이 말하지 마라. 논거가 없으면 논리도 없다.

 

5강 설득력을 강화하라 _ 설득력을 갖춘 논리적 지식경영

 

269 한마디로 정씨 집안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잘난 척도 않으며, 분수를 지키면서 살아온 집안이라는 것이다.

 

268 갈래별로 묶을 때는 글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개념이 있어야 한다. 이 사람의 일생에서 이것만은 밝히지 않을 수 없다는 가치를 결정해야 한다. 그 가치는 행적에서 나온다.

앞서 채제공의 경우는 의리사업문장덕행으로 구분했는데, 이 구분 자체는 핵심개념이 아니다. 의리가 어떠했고, 사업은 어디에 역점을 두었으며, 문장은 어떤 특징이 있고, 덕행은 무엇을 우선했는가 하는 구체적이 내용이 핵심개념이다. 이것이 결정되면 이에 따라 수집된 정보를 재배열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비슷하거나 산만한 정보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솎아지고 간추려진다.

 

270 다산은 아버지의 유사를 작성하면서, 집에서 직접 보고 들은 많은 이야기 중에서 유독 교유에 관한 것만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그 핵심은 시종일관 변함없는 한결 같은 태도와 남을 비방하지 않는 덕스러운 자세, 바른말로 벗의 잘못을 지적하는 거침없는 품성 등이다. 또한 충분히 출세할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이 있었음에도 퇴일보하여 분수를 지킨 일을 높이 샀다. 이 점은 앞서 살펴본 정씨집안의 풍기와도 맥이 통하는 내용이다.

 

271 공심공안은 공정한 태도로 선입견을 배제한 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잘못된 선입견은 일을 쉬이 그르친다.

 

272 경전의 뜻에 밝은 뒤에 도의 본체가 드러난다. 도를 얻은 후라야 마음가짐이 비로소 바르게 된다. 마음가짐이 바르게 된 뒤에야 덕을 이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경학에 힘을 쏟지 않을 수가 없다.

 

273 당동벌이, 즉 자기와 생각이 같으면 한편으로 여기고, 생각이 다르면 적으로 돌려 공격한다. 경학을 공부하는 까닭은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여 덕을 이루기 위함이다. 경전의 말씀을 마음으로 느끼고 깨달아 내 삶 속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공부다. 하지만 후대의 학자들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선배의 권위에 기대, 그의 학설과 같으냐 다르냐만으로 동지와 적을 가른다.

 

276 정조는 다산의 대책을 읽고 어필을 들어 직접 그 끝에다 썼다. “백가의 말을 두루 인증하여 출처가 무궁하니, 실로 평소의 온축이 깊고 넓지 않고서는 이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조의 다산에 대한 인가가 이처럼 두터웠다.

 

276 다산 경학의 기본방법은 한당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가 이경증경, 즉 경전을 통해 경전의 의미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이렇나 훈고학적 방법은 당대에 성행한 청나라 고증학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다산은 철저히 경전중심주의를 고수함으로써 시비를 비껴갔다.

 

277 이재의는 맹자의 사단설에 대한 다산의 주장이 보편적인 논의와 다름을 지적하며 수용하기를 거부했다. 이에 다산은 고부에 임한 자신의 태도는 무엇이나 받아들이는 빈 거울과 같고 무게를 정확히 다는 저울대와 같다고 하면서, 마치 송사를 판단하고 옥사를 다스리는 마음으로 냉철하게 판단한 것이지, 확신 없이 그저 대충 얽어 튀어보려고 펼친 주장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281 선입견을 버리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거울처럼 비우고 저울처럼 공평해야 한다. 권위에 편승하지 마라. 나이로 누르고 서열로 누르면 안 된다. 아랫사람의 견해에도 귀를 기울여라. 패거리지어서 짓밟으면 안 된다.

 

282 생각에도 단계가 있다. 단도직입도 좋지만 공부에서는 안 된다. 증거를 아끼고 논리를 절제해서 꼭 말해야 할 때 말하고, 써먹을 때 써먹어야 한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은 꼭 반대로 한다. 논문을 쓰라고 하면 자기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다 늘어놓는다. 꼭 필요한 말만 하지 않고 저 할 말을 다 한다. 글이 길어질수록 논리는 엉기고, 말이 많아지면서 생각도 뒤죽박죽이 된다. 저만 알고 남은 모르게 된다. 잔뜩 말했는데 하나도 남는 것이 없다.

 

283 사는 곳을 정할 때 따져보아야 할 기준을 물과 땔감, 오곡, 풍속, 산천의 빼어남 순으로 열거하며 그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후를 갈라 논의를 뒤섞지 않았다.

 

286 이렇듯 다산의 저작은 그 목차만 보더라도 생각의 기로가 방향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단계를 뒤섞는 법이 절대로 없다. 다루려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밝히고, 이것이 중요한가를 검토한 뒤에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점검했다. 그리고 나서도 예상외의 상황을 상정하여 만일의 경우까지 대비했다.

 

290 충체판석을 마친 다산의 결론은 이렇다. 골경신이라는 말은 충직한 신하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골경신은 대체로 바른말 때문에 그 나라 임금에게 미움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충직한 신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후대에는 고령신의 의미가 충직의 뜻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것은 원래의 의미를 잘못 알고 쓴 말이다.

 

291 다산은 말한다. 덮어놓고 말해서는 안 된다. 통째로는 안 된다. 단계별로 분석해서 낱낱이 파헤쳐라 층위를 따져 말을 섞지 마라. 목청만 높인다고 설득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많이만 쓴다고 납득되는 것도 아니다. 핵심을 찔러라.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라. 생각의 지도를 정확하게 제시하라.

 

293 본의와 본령은 작업의 이유이자 목적에 해당한다. 이 일을 왜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하는가? 여기에 따라 작업의 방향이 결정되고, 목표가 정해진다.

 

297 역사기록 소의 구절을 베껴 자시의 주장을 덧붙인 것은, 다산이 볼 때 이 책의 가장 큰 결함이었다. 내용이 쓸데없이 늘어지고 주제가 잡다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덧붙여 그가 주장한 예론도 틀린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301 다산의 문제 접근 방식은 확실히 달랐다. 본질적이고 핵심을 꿰뚫을 줄 알았다. 임금이 원하는 것은 남인 가운데 유용한 인재의 명단이다. 이것이 이 질문의 본의요 본령이다.

 

6강 적용하고 실천하라 _ 실용성을 갖춘 현장적 지식경영

 

306 강구실용, 이 네 글자야말로 다산의 학문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그는 실용의 기치를 높이 세워, 학문을 세상과 무관한 별도의 가치쯤으로 여기는 시대풍조를 맹렬히 비판했다.

 

307 유학은 수기치인을 본령으로 한다. 안으로 자신을 닦는 수기 공부와 밖으로 세상에 펴는 치인공부가 있다. 수기지학은 사서오경에 실린 성현의 말씀을 내 마음에 깃들여 아로새기는 공부다. 치인지학은 안으로 온축된 도를 밖으로 실현하는 경세제민의 공부를 말한다. 다산은 학무의 이 두 본령을 늘 명확히 구분했다.

 

308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질문을 보면 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누가 너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맡기면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 이런 질문을 던지면 제자들은 저마다 의욕을 o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면 그 대답을 듣고 한마디씩 가르침을 내렸다. 그러고 보면 공자의 도는 세상과 동떨어진 공부가 아니라 세상과 밀착되고, 세상을 위해 쓰려고 하는 공부였다.

 

313 하나마나한 허접스런 공부, 쓰나마나한 시답잖은 이야기, 대충 읽어보면 속내가 다 들여다보이는 한심한 글, 이런 것은 시간낭비요 출판공해일 뿐이다. 나 자산을 발전시키고 그 힘으로 남까지 감염시키는 공부를 하라고 했다. 세상이 꼭 필요로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314 다산은 말한다. 쓸모를 따지는 일에서 공부를 시작하라. 나의 이 공부가 무엇에 소용될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왜 이 공부를 하는지, 이 일을 무엇 때문에 하는지 자주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저 학위를 받기 위해 하는 공부는 해서는 안 된다. 돈만 벌자고 하는 장사로는 돈도 벌지 못한다. 잿밥은 염불을 열심히 외울 때 저절로 생긴다. 잿밥에만 신경쓰면 염불도 안 되고 잿밥도 없다. 끊임없이 본령을 떠올려라. 쓸모를 강구해라.

 

316 다산은 관념적인 지식을 혐오하고 거부했다. 실제에 적용할 수 없는 것은 탁상공론으로 여겨 배격했다. 좋아 보이고 그럴듯해 보여도 현실에 활용할 가치가 없는 것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것은 실용적인 정보뿐 아니라 경전공부에서도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이었다.

336 실제 공사현장에서는 수레의 바퀴살이 무거운 돌의 하중을 못 견뎌 부서지거나 벗겨지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다산은 우물 정자 모양으로 하중을 분산시키는 보호장치를 단 특수 바퀴통을 개발했다.

 

337 기존의 것을 현장의 필요와 결합시켜 장점만을 살려낸 참작득수의 실용주의가 이룩한 성과였다.

 

338 무슨 일을 하든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해결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해결책은 이미 있는 것들 속에 숨어 있다. 엉뚱한 데가서 기웃거리지 마라.

 

343 좋은 것은 무조건 배워올 뿐 자존심은 필요가 없다. 나보다 나은 것은 꼼꼼히 살펴 옮겨와야지, 허세가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우리는 늘 반대로 하니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것이다.

349 다산은 말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을 뿐 네 것과 내 것은 없다. 부족한 것은 익히고 필요한 것은 배워라. 배우는 자리에서 체면을 따져서는 안 된다. 남의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의 나쁜 것은 과감히 버려라. 남의 것을 받아들이더라도 그대로는 안 된다.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실상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있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351 잘 정비한 수레를 훈련된 말에 멍에를 메워, 멍에를 살피고 균형을 맞춘 뒤에도 오히려 왼편에서 붙들고 오른편에서 방비하여 수백 보 앞으로 나가게 하여, 그 조정이 잘 됐는지 시험한 뒤에야 동여매고 내달린다. 임금이 법을 세워 세상을 몰고 가는 것도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것이 초본이라고 이름을 붙인 까닭이다.

 

351 수레 한 대를 몰고 나갈 때에도 여러 가지를 점검하고 조정하게 마련인데, 법을 세워 백성을 몰고 가는 일에 어찌 점검과 조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360 다산은 말한다. 첫술에 배부른 법은 없다. 작은 문제를 키워서 큰 문제로 발전시켜라. 내게 들어오는 정보를 그냥 흘리면 안 된다. 갈래를 나눠 저장고에 비축하라. 씨앗 하나가 자라서 풍성한 이삭을 맺는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가 책 한 권으로 자란다. 작은 메모 하나가 수정과 윤색을 반복하는 동안 큰 프로젝트로 변한다. 되새김질하여 거듭 음미하라. 실용에 기초해 생각해 날개를 달아라. 그 처음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7강 권위를 딛고 일어서라 _ 독창성을 추구하는 창의적 지식경영

 

363 일반지도는 한 차례 생각을 돌이켜 깨달음에 이른다는 말이다 자극 업이 똑 같은 일상 속에서 창의적인 역량은 발휘되지 않는다. 늘 하던 대로만 해서는 새로운 성취를 이룰 수가 없다.

 

365 동쪽에서 소리치다가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 격으로, 앞에서 뚱딴지 같은 말을 잔뜩 늘어놓아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켜놓고, 느닷없이 본질로 찔러들어가는 수법이다. 다산은 기문에서 주로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즐겨 했다. 상식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도입으로 독자를 흡인하는 것이다.

 

368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온다. 그러니 괴로움이란 즐거움의 뿌리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온다. 따라서 즐거움이란 괴로움의 씨앗이다.

 

369 나는 이 슬픔을 훗날 내가 고향으로 돌아가 그대와 더불어 산나물 생선회로 술 한잔 나눌 때의 기쁨을 위한 씨앗으로 삼겠네. 그렇지 않고 우리가 늘상 이렇게 만나, 만남의 고맙고 단 것은 못 느끼게 되고 오히려 서로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다면, 그것은 다시 괴로운 일이 아니겠는가?

오늘 나는 말할 수 없이 슬프지만 슬픔을 눌러 오히려 즐거워하려 하네. 부디 건강하시게.

 

372 금강산으로 유람을 떠나는 벗들에게 금강산의 나쁜점을 잔뜩 늘어놓고 산에서 탐욕을 기르지 말고 심신을 기르라고 충고

 

372 다산은 말한다. 상식과 타성을 걷어내라. 나만의 눈으로 보아라. 하던 대로 하지 말고 새롭게 해라. 관습에 전 타성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생각의 각질을 걷어내고 나만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인순고식을 버려라. 듣고 나면 당연한데 듣기 전에는 미처 그런 줄 몰랐던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 들을 때는 그럴듯한데 듣고 나면 더 혼란스러운 것은 괴상한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안된다. 깨달음은 평범한 것 속에 숨어 있다. 그것을 읽어내는 안목을 길러라.

 

377 당대 학계는 이른바 한학과 송학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학은 청대 고증학의 영향으로 한대의 훈고학적 성과에 기초하여 자구의 의미를 천착해들어갔고, 송학은 정주의 학문에 바탕을 둔 정통 성리학의 주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한학이 송학의 권위에 도전하여 점차 목소리를 높여가던 상황에서, 홀연히 수백 권의 저작을 들고 나타난 다산은 그들의 눈에 마치 무슨 괴물 같았다.

 

383 다산은 이 글 외에도 양용, 즉 용의 덕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여러 곳에서 언급했다. 용 삼덕 가운데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그는 용을 꼽았다. 목표를 정해 그와 꼭 같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몰두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현실논리에 타협하고 남들 하는 대로 답습해서는 결국 큰 성취를 이룰 수 없게 된다.

 

383 다산은 말한다. 어렵다고 포기하지 마라. 권위에 압도되어 위축되어서도 한 된다. 굳게 붙들어 뿌리를 뽑아라. 그저 주저 물러앉아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시키는 대로 하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만 해서는 끝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마음이 굳세어야 외물에 휘둘리지 않는다. 듣는 것만 고집하여 바꾸지 않아서는 발전이 없다. 입장을 세우고 견해를 가져라. 목표를 정해서 그를 뛰어넘을 때까지 정진하고 정진하라.

 

385 힘있는 제 목소리를 내려면 바탕공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말의 무게는 겉꾸밈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듣는 이를 압도하는 묵중함은 평소에 쌓아온 온축의 힘에서 비롯된다.

 

386 독후 엄정의 길을 버리고 태만하고 경박함을 따른다면, 아무리 훌륭한 말을 해도 아무도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바른 몸가짐으로 드러나는 위의가 있어야 사람들은 그의 말에서 힘을 느낀다. 위의가 학문의 깊은 의리에 앞서는 까닭이다.

 

386 한편 엄정한 자기 기준을 세운 뒤에는 이러쿵저러쿵하는 세상의 뜬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뚜벅뚜벅 자기 길을 갈 것을 요구했다.

 

390 똥을 맛보는 것은 설사병이 아주 심할 때 의원이 그 맛을 살펴 환자가 죽을지 살지를 알아보려하는 것일 뿐 병의 치료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제 증세는 묻지고 않고 다만 똥을 맛보기만 하면 효자라고 한다.

 

391 ‘공연히 평지풍파 일으켜 곤란한 지경을 당할 것이 없다. 세상일은 좋은게 좋은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거짓인 줄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짐짓 넘어간다. 그 집안은 존경받고 경제적 이익이 생겨 좋고, 수령은 칭찬받고 나라는 흐뭇하니, 간사하다는 것은 속으로만 생각해야지 드러내놓고 말해서는 안 된다. 다산은 「효자론」을 이렇게 맺는다.

 

396 다산은 말한다. 공부의 길에서는 옳고 그름이 있을 뿐, 좋고 나쁨은 없다. 도탑게 살피고 엄정하게 따져서 옳으면 행하고 그르면 내칠 뿐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못 본 듯이 지나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잣대를 똑바로 들이대서 내 목소리를 올바로 내야 한다. 좌고우면 이리저리 눈치보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 좋다는 소리나 들으려거든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397 세상에는 완전히 옳은 것도 없고 다 틀린 것도 없다. 옳은 것 같지만 틀린 것이 있고, 틀린 것 같은데 맞는 것도 있다. 누가 봐도 옳고, 언제 봐도 틀린 것은 별로 없다. 항상 사이중간이 문제다. 눈앞의 사물은 자꾸만 우리 눈을 현혹시키고, 판단을 흐리게 한다. 겉만 보아서는 모른다. 현상의 안쪽에 숨은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필요하다.

 

399 ‘생각만 해도 그렇다. () • () • () • ()가 모두 생각이다. 생각은 생각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이다. 념은 지금 내마음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머금다에서 나왔다. 마음속에 머금고 있는 생각인 셈이다. 상은 상, 즉 이미지로 떠오르는 생각이다. 사는 머리로 따져 하는 생각이고, 려는 짓누르는 생각이다.

 

400 문제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유용한 방법은 언뜻 상관 없어 보이는 사물을 끌어들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다산은 논설적인 글쓰기에서 종종 이 방법을 활용했다.

 

『시경』에 이르기를, “뽕나무의 뻐꾸기, 그 새끼 일곱인데, 그 거동은 한결같네라 했습니다. 새끼가 일곱 마리인데 똑같이 먹이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신은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신포를 행해서는 안 됨을 알게 됩니다.

 

404 이렇듯 다산은 이 말을 하기 위해 저 말을 툭 던지고, 이 말을 꺼내려고 저 말을 끌고 오는 대조변백의 방식을 즐겨 썼다. 이는 논지를 강화하고, 비교와 대조의 과정에서 의미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효과가 있었다. 일종의 지상매회격으로, 손가락으로는 뽕나무를 가리켜 주의를 그쪽으로 끌어서 방심하게 해놓고 느닷없이 회나무에다 욕을 퍼붓는 방식이다.

 

408 다산은 말한다. 주장을 세우려거든 근거를 찾아라. 모든 사실이 다 진실은 아니다. 덮어놓고 앞선 기록을 믿어서는 안 된다. 행간을 살펴 현상에 현혹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독창성과 창의성은 객관성의 바탕 위에서만 빛난다. 앞뒤를 따지고 진위를 가려서 객관적인 진실을 밝혀라. 의미는 이것과 저것의 사이’, 여기와 저기의 중간에 있다 갈래를 나누고 견주고 가늠해서, 현상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고, 문제의 핵심을 장악하라.

 

409 허명공평은 마음을 텅 비워 다른 속셈이나 전제를 깔지 않고 과제를 탐구하는 태도를 말한다. 가설을 세워 논거로 입증하는 것은 공부의 당연한 절차요 과정이다.

 

413 퇴계의 이기는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을 가리키는 협의의 개념이었고, 율곡의 이기는 사물의 근본법칙인 형이상과 사물의 형질인 형이하를 가리키는 광의의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417 홑과 겹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우왕좌왕할 때도 다산은 속담에 이왕 물릴 바에는 큰 호랑이에게 물리라고 했다.”는 우스갯말로 노론의 홑복건을 쓰게했다.

 

418 군자의 용맹은 오히려 수약에 있다. 마음을 비우고 입을 다물고 고요 속에 침잠하면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리하여 외물이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역경이 내 정신을 침식하지 못한다.

 

8강 과정을 단축하라 _ 효율성을 강화하는 집체적 지식경영

 

423 분수득의는 작업을 진행할 때 역량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424 힘이 약하면 약한 대로, 어리면 어린 대로 맡을 만한 일을 찾아 어느 한 식구도 그저 놀고먹는 일이 없게 했던 성씨의 집안처럼,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제각기 맡은 바 직분을 수행할 때 전체 조직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 훌륭한 조직은 리더의 탁월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구성원간의 단단한 팀워크를 통해 만들어진다.

 

425 사람은 저마다 역량의 차이가 있다. 잘하는 일이 있고 못하는 일이 있다. 맹상군의 3천 식객 중에는 도둑질 잘하는 자와 성대모사 잘하는 자도 있었다. 이들은 위기상황에서 대궐 창고에서 흰여우 갖옷을 훔쳐내고, 닭 울음소리를 흉내내서 성문을 열게 해 주인의 목숨을 구했다. 훌륭한 리더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들의 최대치를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개성을 무시하고 평준화시키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부부의 합이 늘 전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상이 되려면 역량에 따라 안배해 현동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432 저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골라 믿고 맡겨라. 중간중간 점검하고 체크하면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넘치는 것을 덜어내라. 그렇게 해서 한 번 갖춰진 팀워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반복해서 확대재생산된다. 가속도가 붙는다.

 

433 정과실천은 매일 일정한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나가는 것이다.

 

434 저는 근자에 퇴계 선생의 유집을 얻어, 마음을 가라 앉히고 찬찬히 음미하고 있습니다. 그 깊고 오묘함과 아마득함은 실로 후생말류가 감히 엿보아 헤아릴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상스럽게 정신과 기운이 편안해지고 뜻과 생각이 차분해져서 피와 살과 근육이 모두 안정되고 가라앉아, 지금까지 조급하게 날뛰던 기운이 점점 내려갑니다. 아마도 이 낡은 책 한 권이 과연 이 사람의 병통에 약이 되는 것인지요.

 

439 다산도 뒤에 곡산부사가 되었을 때 정당 건물을 짓고 남은 자재로 작은 누각을 지어 자시들로 하여금 그곳에서 공부하게 했다. 책의 향기를 맡고 먹의 맛을 맛보라고 누각 이름을 서향묵미각이라고 붙였다.

 

440 정조는 툭하면 다산에게 주제를 정해주고 그 주제에 대해 조사하여 짧은 시간 안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화성 축성의 제도 및 배다리 제조와 같은 토목공학적인 가제로부터 경전이나 『사기』등의 주석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했다.

 

440 다산의 방대 호한한 저술은 하루하루 정과를 실천하고, 제자들의 집체작업에 의한 성실한 뒷받침이 있었던 결과이지, 다산 자신의 천재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444 다산은 아들의 질문과 자신의 답변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렇게 해서 모두 52칙의 문답이 정리되었다. 다산은 그것을 그냥 버리지 않고, ’승암문답이라는 제목의 소책자로 묶어 갈무리해두었다. 아들은 그 기록을 보고 앞서 했던 공부의 과정을 복습하고, 현재의 공부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다.

 

444 다산은 늘 이렇게 과정을 그저 흘려버리지 않고, 기록을 통해 경험을 경험을 누적하고 이전시켰다. 날마다 규칙적으로 초서하고, 목표를 정해 공부하던 습관과 정리벽이 낳은 결과였다.

 

444 작업의 방향을 정하고, 전체 작업량을 예상한 후, 가능한 일자를 가늠하면 하루에 해야 할 일의 분량이 나온다. 이것을 흔들림 없이 밀고나가야 한다. 차질 없이 밀어붙여야 한다.

 

446 다만 그 뼈가 이미 허옇다는 표현은 전아함이 조금 부족한 듯합니다. ‘무덤의 나무가 이미 아름드리가 되었다.’로 고치는 것이 낫겠습니다.

 

454 다산은 말한다. 독단에 빠지지 않으려면 남에게 비판을 요구하라. 작업의 효율을 높이려면 중간중간 방향을 점검하라. 다른 사람의의견에 비춰볼 때 안보이던 문제들이 드러나고, 토론의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분명해진다. 정당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고, 확신이 서면 끝까지 물러서서는 안 된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여럿이 낫다. 남의 말에 귀를 막고 있으면 발전은 없다.

 

455 어망득홍은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둔 그물에 기러기가 걸린다는 말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생각의 촉수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기 마련이다.

 

455 다산식으로 말하면 추수 끝난 들판에 여기저기 이삭이 떨어져 있어, 이루 다 주울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이때 하고 있던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생각이 사라지지 않도록 별도의 공책에다가 끊임없이 초록하고 메모해야 한다. 내 눈을 거쳐간 정보들을 얼마나 잘 갈무리해두었다가 어떻게 적재적소에 요긴하게 활용하느냐가 학문의 길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관건이다.

 

456 그 비결의 하나가 바로 어망득홍법이다. 한 작업을 중심에 놓고 진행하면서도 그는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작업을 병진시켰다. 한 책을 보면서도 여러 작업에 필요한 카드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456 『흠흠신서』는 『목민심서』의 작업과정에서 파생된 부산물이 stpa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잘 추슬러 창조적인 작업으로 연결짓는 역량이다.

 

460 모든 자료는 방향과 시각을 바꿔 보면 모두 새롭다. 어느 것이고 전인미답의 경지 아닌 것이 없다. 남들이 추수하고 간 논밭에서 떨어진 이삭을 줍고, 별것 아니라고 내버려둔 자료에서 가공하지 않은 원석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빈틈을 헤집어 새로운 시간을 찾아내고, 남들이 보고도 못 본 사실을 탐색해낼 수 있어야 한다. 남들 하는 대로 하고, 남이 가는 길로만 가서는 큰 성취를 이룰 수 없다.

 

461 다양한 관심사에 대한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 정밀함을 유지하려면, 평소에 생각의 날을 벼리고 정리를 습관화해야 한다. 다산은 끊임없이 초서하고 틈만 나면 정리했다.

 

462 다산은 주제별로 수많은 초록용 공책을 만들어놓고, 쉴새없이 초록했다. 잊어버리고 초록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정보들이 오롯하게 집적되었다. 그 사이에 생각에 날개가 달리고, 정보가 제 스스로 갈래를 잡아주어 어렵지 않게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462 퇴계는 어떤 문제에 대해 궁리하다가 생각이 막히면 그 자리에서 끝장 볼 생각을 하지 말고, 그 문제를 잠시 옆으로 내려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문제에 집중하여 잊어버리고 잇다가, 나중에 다시 살펴보면 어느새 문제가 해결되어 있기 쉬운데, 이것이 바로 궁리의 활법이라고 했다.

 

465 다산은 말한다. 정리는 체계적으로, 작업은 능률적으로 하라. 시스템만 갖추어지면 동시다발적인 작업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초서하고 쉬지 말고 정리하라. 작업의 목표를 수시로 점검하고, 계속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라.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자료에 끌려다니지 말고, 자료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한다.

 

466 조례최중은 일을 진행할 때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의 성격과 특성을 명확히 파악해 거기에 맞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467 많은 일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도 혼동과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조례가 분명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473 다산 지식경영법의 기초는 카드작업, 즉 초서에 있었다.

 

474 다산은 독서든 저술이든 전체를 장악하는 힘을 강조했다. 부분이나 지엽말단에 얽매여 큰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곡산부사로 부임하자마자 침기부 종횡표를 작성해 고을의 전체 실정을 한 손아귀에 장악한 것이 그 좋은 예다.

 

477 다산은 말한다. 작업에 앞서 반드시 밑그림을 그려라. 전체 설계도면을 갖고 얼개를 짠 후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하는 작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왜 하는 것인지를 꼼꼼히 점검하라. 이 때 질문은 단순할수록 좋다. 그래야 공격목표가 명확해진다. 그 다음은 이 목표를 공략하기 위한 세부의 구성단계다. 이것은 작업 때마다 달라지므로 일괄해서 적용하면 안 된다. 통변과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처음에 터를 잘 다져놓고 출발하면 진행이 빠르다. 그냥 마구잡이식으로 하면 중반 이후에 뒤죽박죽되어 마침내는 엉망진창이 된다.

 

480 학문과 인간이 따로 놀면 안 된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없이 큰 학문은 이뤄지지 않는다. 자연 앞에 서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삶을 예술로 승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스쳐지나가는 한 마디에도 깨달음을 담아라. 일거수일투족에 의미를 부여하라.

 

9강 정취를 깃들여라 _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 지식경영

 

495 다산은 말한다. 부지런히 노력해라. 성심으로 노력해라. 복사뼈가 세 번 구멍나고 벼루가 여러 개 밑창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라. 공부해서 무엇에 쓰겠느냐고 묻지 마라. 공부는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어 하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책을 안 읽고 무슨 일을 하겠느냐? 백 년도 못 되는 인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살다 간 보람을 어디서 찾겠느냐?

 

499 행간 깊게 들린다. “깨어 있어라. 맥락을 넘겨짚는 안목을 길러라. 떠난 기차는 붙들 수가 없고, 가버린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오면 좋은 구경도 못하고 웃음거리만 된다.”

 

501 눈부신 초록에 푸른 강물 빛 건져 올린 그물에서 금린옥척이 펄떡펄떡 뛴다. 햇살은 눈부시게 수면 위로 부서지고, 건들바람에 숨을 한번 크게 쉬자, 숨죽여 움츠렸던 지난 시간의 묵은 그늘이 말끔하게 가신다. 사람 사는 일이 이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507 겨우내 아껴 지킨 누에 망울이 부풀어 꽃이 핀다. 꽃 진 자리에 새 잎이 꼬물꼬물 오므린 손가락을 편다. 층층이 다르던 연둣빛의 숲은 천둥과 번개를 맞으면서 우락부락한 초록을 거듭난다.

 

507 가을이 온다. 등등하던 서슬은 다소곳해지고, 열매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잎이란 잎은 노랗고 빨갛게 물이 들어, 온 산은 불이 붙은 듯 숨이 덥다. 거기에 소슬바람이 불고 하늘은 마냥 높아만져서 푸른 하늘과 붉은 잎은 팽팽하게 맞붙어 긴장한다. 그러는 사이에 잎이 져서 눈 덮인 산은 겨우내 빈손을 하늘을 향해 쳐들고 조용히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제 몸을 내맡기는 것이다.

 

507 책은 책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 툭 트인 생각, 걸림 없는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

 

508 일상득취는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린다는 말이다 의미는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내고 만드는 것이다. 저 먼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있다. 하지만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맑은 눈, 밝은 귀, 그리고 무엇보다 텅빈 마음이 있어야 한다. 탐욕과 운치는 서로 인연이 없다.

 

512 왈칵 반가운 마음에, 늦은 봄 적막하기만 한 객창 아래다 옮겨 심었다. 갑자기 꽃등불이 걸린 듯 창밖이 환하다. 내 마음도 싸하니 환해진다.

 

520 다산은 말한다. 일상의 공간에 마음을 쏟아라. 굳이 먼 데를 기웃거리지 마라. 명승지를 찾아다닐 것도 없다. 내가 사는 공간에 정성을 쏟아 그곳에서 일상의 기쁨을 만끽해라. 생활 속에 운치를 깃들이는 일, 그를 통해 삶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은, 몸은 비록 티끌세상에 묶여 있어도 마음은 훨훨 자유로운 경계속에 노닐게 하는 일이다.

 

521 깨달음은 먼 데 있지 않다. 바로 내 곁에 가까이 있다. 듣고 보면 정신이 번쩍 드는데 막상 찾으려 하면 숨어버린다. 문심혜두가 꽉 막힌 까닭이다. 툭 트인 정신은 아무 걸림이 없다. 듣고 보고 말하는 것 모두가 도 아닌 것이 없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촌철살인이다.

 

522 아침에 일찍 볕을 받는 곳은 저녁때 그늘이 먼저 든다. 일찍 피는 꽃은 빨리 지는 법이 아니냐. 풍차처럼 돌고 도는 것이 운명이다. 현재의 상황에 너무 낙담하지 마라. 사내는 큰 마음을 지녀야 한다. 가을 매가 창공을 박차고 나는 듯한 기상을 품어야 한다.

 

527 숲속 길가에 울멍줄멍 들어선 무덤들 사이에 배회하면서 다산 혼자 하는 독백이다. 땅에 묻혀 흙밥이 되고 나면 그뿐인 인생이 무엇을 그리 영위하고 작위하느라 숨돌릴 새 없이 바쁘게만 살았던가? 무덤 속 주인과의 독백체 대화는 잔잔하면서도 긴 울림을 남긴다.

 

527 재물을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을 알려준다.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도, 부에 타버릴 걱정도, 소와 말을 이용해 운반하는 수고도 필요없는 기막힌 방법이다. 그런데도 처년 뒤까지 아름다운 명성이 남는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단단히 잡으려 들면 들수록 더 미끄럽게 빠져나가니, 재물이란 미꾸라지다.”

 

532 공부가 본궤도에 오르면 이것과 저것 사이의 간격이 허물어진다. 일이관지하게 된다. 공부하는 사람은 생활에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부 따로 생활 따로는 아직 공부가 덜되었다는 말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증거다.

 

534 클래식음악이 좋지만 유행가도 필요하다. 장중한 아악도 필요하지만 경쾌한 속악도 없을 수 없다. 경학공부가 바탕이 되기는 해도 경제의 공부 또한 요긴하다. 학자가 재물에 눈이 머는 것처럼 민망한 노릇이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를 외면하는 것도 바른 자세는 아니다.

 

542 청빈을 즐길 뿐 적빈을 자랑하지 마라. 작은 시련 앞에 주눅들어 무작정 서울을 떠나는 것은 자손을 망치고 집안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몸은 진창에 떨어져도 꿈은 하늘에 심어라. 처지에 따라 변하는 것은 군자의 마음가짐이 아니다. 경제를 생각하되, 운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

 

10강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_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545 다산의 삶과 학문을 통해 일관되게 드러나는 핵심가치의 첫 번째 지향은 바로 비민보세에 놓인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은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 나아가 무엇에 보탬이 되는가? 이 물음에 마땅히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면 그는 어떤 작업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555 다산은 말한다.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라. 이 마음이 없이는 학문도 문학도 아무 의미가 없다. 아롱아롱 무지개가 문학의 본령이라 말하지 마라. 세상과 상관없는 고고한 상아탑을 학문으로 착각하지 마라. 뜨거운 붉은 마음 없이는 소용이 없다. 제 몸만 아끼고 제 식솔만 챙기는 공부는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

 

565 나는 너희들에게 전원을 남겨줄 만한 벼슬이 없다. 오직 두 글자의 신령스러운 부적이 있어 이것으로 삶을 두터이 하고 가난을 구제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는 우습게 여기지 말아라. 한 글자는 근이고, 또 한 글자는 검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과 비옥한 땅보다 훨씬 나으니, 일생을 쓰더라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566 다산은 말한다. 역경 앞에 담대하라. 절망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진짜 군자다. 오히려 그것을 밑바탕대로 삼아 견인불발의 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가난에 주눅들어 뜻을 잃지 말고, 근검의 정신으로 마음을 다 잡아라. 위기상황에 놓인 뒤에 그 사람이 보인다. 감춰져 있던 본바탕이 낱낱이 드러난다.

 

567 실사구시란 일을 실답게 하고 바름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567 다산의 모든 작업의 밑바탕에 깔린 핵심가치의 세 번째 지향은 바로 이 실사구시 정신이다.

 

578 작업에 앞서 쓰임새를 생각하라. 왜 이 작업을 하는지,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먼저점검하라. 현장에서의 활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작정 하고 본다는 식으로는 안 된다. 하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도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거둘 성과가 없다.

 

590 다산은 말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해서 기쁘고, 안 할 수 없고,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라. 자신의 장점을 파악해서 개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일 저 일 기웃거리지 말고, 핵심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잇는 분야를 개척하라. 그러자면 평소에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안목을 갈고 닦아야 한다.

 

598 이런 식으로 다산은 무엇을 보든지 허투루 보지 않고, 서로 비교하여 더 나은 것을 찾았다. 문제점을 비교하여 향상의 방도를 물었다. 예전에 하던 대로 따라하지 않고, 남의 것이라고 배척하지도 않았다. 그의 관심은 시용에 알맞은 것, 쓰기에 편리한 것뿐이었다.

 

599 다만 농사의 기술과 문예의 재능만은 저들이 우리보다 낫다. 그러니 우리가 지닌 중화의 도를 지켜 간직하되, 우리에게 없는 저들의 기술을 배워오자.” 이것이 바로 다산식 조선중화법이다.

 

600 주체를 높이 세우 조선이 스스로 중화, 즉 문화의 중심이 되고, 이를 밑받침하는 문물은 밖의 것을 배워와 끊임없이 향상시켜나가는 것, 이것이 다산이 생각한 조선중화론의 핵심이다.

 

601 이렇듯 다산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지금 여기의 주체성을 부단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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