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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 09시 01분 등록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정민 지음, 김영사, 2006.11.18

 

1. ‘多讀 多思 多作 다산(저자에 대하여)

다산.JPG

■ 다산 정약용 (1762~1836)

 

수학과 관료생활

정약용은 1762년 경기도 광주군 마현에서 진주목사의 벼슬을 지낸 정재원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마현은 한강의 상류로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정약용은 어릴 적부터 영특하기로 소문나 있었다. 4세에 이미 천자문을 익혔고, 7세에 한시를 지었으며, 10세 이전에 이미 자작시를 모아 삼미집(三眉集)을 편찬했다. 어릴 적에 천연두를 앓은 약용의 오른쪽 눈썹에 그 자국이 남아 눈썹이 셋으로 나뉘어 '삼미(三眉)'라 불린 이유로, 큰 형 약현이 '삼미집'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어릴 적 스승은 부친이었다. 10세 나이에 경사(經史)를 읽기 시작하고, 16세부터 성호 이익 선생의 유고를 읽었다.

 

마현에 터를 잡은 그가 서울 출입을 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 15세에 서울 회현동 풍산 홍씨 집안으로 장가들면서부터이다. 본격적인 입신의 생활은 20대부터였다. 22세에 초시에 합격하였고, 성균관에 입학하여 교유 관계를 넓혔다. 성균관 재학 시에 이미 정조에게 인정을 받았고 28세에 마지막 과거시험인 대과에서 2등으로 합격하여 벼슬길로 나갔다.

정약용은 23세에 이벽(李蘗)으로부터 서학(西學)에 관하여 듣고 관련 서적들을 탐독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서학에 심취했던 과거로 인해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아야 했다. 정약용은 20대 초반에 서학에 매혹되었지만, 이후 제사를 폐해야 한다는 주장과 부딪혀 끝내는 서학에 손을 끊었다고 고백했지만, 천주교 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오해를 받았다.

천주교 문제가 터지기 전, 그의 관료생활은 탄탄대로였다. 정조의 최측근으로서, 관직은 희릉직장(禧陵直長)으로부터 출발하여 가주서(假注書), 지평(持平), 교리(校理), 부승지(副承旨) 및 참의(參議) 등으로 승승장구하였다. 주교사(舟橋司)의 배다리 설계, 수원성제와 기중가(起重架) 설계 등 빛나는 업적도 많았다. 한때나마 외직으로 내몰리기도 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고마고(雇馬庫) 개혁, 가좌부(家坐簿) 제도 개선, 마과회통(麻科會通)] 저작 등 훌륭한 치적을 남겼다.

정약용은 가장 이상적인 관료가였다. 배다리와 기중가의 설계에서 이미 재능을 펼쳤지만, 그의 저작에서 엿보이는 정치관은 기본적으로 민본(民本)이었다. 정약용은 왕정시대에도 주민 자치가 실현되기를 소원한 인물이다. 조선후기를 살았던 인물이었지만, 소박하게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한 인물이었지 않았을까.

기나긴 유배 생활의 시작

정약용의 가장 큰 후견인은 정조였다. 정조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큰 환란이 없었지만, 1800년에 정조가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고난이 시작되었다. 승승장구하던 정약용도 정조 사후에 완벽히 정계에서 배제되고 잊혀져 갔다. 사실 정약용은 관직에 나간 지 2년 만에 당색(黨色)으로 비판된 것에 불만을 품었다가 해미에 유배되었으나 정조의 배려로 열흘 만에 풀려났다. 하지만, 정조가 승하한 이듬해 1801(순조 1) 신유사화가 일어나면서 주변 인물들이 참화를 당했고, 손위 형인 정약종도 참수를 당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정약용은 그 해 2월에 장기로 유배되었다가 11월에는 강진으로 옮겨졌다. 18년 동안 긴 강진 유배생활의 시작이었다. 다산시문집 제4권에는 정조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정약용의 시가 전해진다.

빈소를 열고 발인하는 날 슬픔을 적다 啓引日述哀

운기(雲旗), 우개(羽蓋) 펄럭펄럭 세상 먼지 터는 걸까 홍화문(弘化) 앞에다 조장(祖帳)을 차리었네
열두 전거(
輇車)에다 채워둔 우상 말(塑馬)이 일시에 머리 들어 서쪽을 향하고 있네
영구 수레(
)가 밤 되어 노량(露梁) 사장 도착하니 일천 개 등촉들이 강사(絳紗) 장막 에워싸네
단청한 배 붉은 난간은 어제와 똑같은데 님의 넋은 어느새 우화관(
于華館)으로 가셨을까
천 줄기 흐르는 눈물 의상(
衣裳)에 가득하고 바람 속 은하수도 슬픔에 잠겼어라
성궐은 옛 모습 그대로 있건마는 서향각 배알을 각지기가 못하게 하네 (다산시문집 제4, )

유배 생활 처음에는 천주교도라고 하여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아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천주교인이라는 소문으로 나자 모두 정약용을 모른척했다. 유배지의 어려움 속에서도 승려 혜장 (惠藏) 등과 교유하고, 제자들을 키우며 저술활동에 전념하였다. 담배 역시 유배의 시름을 덜어주는 벗이었다.

강진에 도착해서 처음 머무른 곳이 사의재 (四宜齋)라는 동문 밖 주막에 딸린 작은 방이었다. 그곳에 기거하면서 예학 연구를 시작하였고, 이후 고성사(高聲寺)의 보은산방(寶恩山房)과 목리(牧里)의 이학래(李鶴來) 집으로 전전하면서 연구에 전념하였다. 그러다가 1808년 귤동의 ‘다산초당’에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천여 권의 서적을 쌓아 놓고 유교 경전을 연구하였다. 그의 이른바 주석 학문인 경학 (經學)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마현으로의 귀향과 여유당집의 완성

정약용이 유배에서 풀려나 고향인 마현으로 돌아온 것은 1818년 가을,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57세에 해배되어 1836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고향인 마현에서 자신의 학문을 마무리하여 실학사상을 집대성하였다.

해배되었다고는 하나 오랜 기간 지냈던 강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자신이 지은 많은 저술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초로의 나이에 더 이상 관직에 나갈 수 없었던 다산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저술들을 널리 소개하여 읽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경세(經世)의 길이었다. 이후 자신의 호를 다음 시대를 기다린다는 뜻의 ‘사암(俟菴)’을 즐겨 사용한 것 역시 그런 의미였다. 그는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에서 자신의 저술에 대해 “육경(六經)과 사서(四書)는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고, 일표(一表)와 이서(二書)는 천하와 국가를 위함이니, 본말(本末)이 갖추어졌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육경과 사서에 관한 저술이 근본이라면, 경세유표 (經世遺表)와 목민심서 (牧民心書), 흠흠신서 (欽欽新書)는 경세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었다.

해배 이후 학문적 교제를 했던 대상은 신작 (申綽, 1760~1828), 김매순 (金邁淳, 1776~1840), 홍석주 (洪奭周, 1774~1842), 홍길주 (洪吉周, 1786~1841), 김정희 (金正喜, 1786~1856) 등 당시 저명한 노·소론계의 학자들이었다. 이들은 정권을 잡은 노·소론계였지만 고정된 정론이나 학설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들과의 토론을 통해 경전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경세관을 펼쳐 나갔다.

정약용이 가진 국가개혁의 목표는 부국강병이었다. 국가개혁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는 경세유표에서 그는 경세치용과 이용후생이 종합된 개혁사상을 전개하였다. 정약용의 개혁안은 장인영국(匠人營國)과 정전법(井田法)을 중심으로 한 체국경야(體國經野)라 평가할 수 있다. 통치와 상업, 국방의 중심지로서의 도시건설(체국)과 정전법을 중심으로 한 토지개혁(경야)을 바탕으로 세제, 군제, 관제, 신분 및 과거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도를 고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개혁안의 주요 골자이다. 주례 (周禮)의 체국경야 체제를 기본 모형으로 삼아 조선후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상공업의 진흥을 통하여 부국강병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정약용은 자신의 저서 [경세유표]를 후대에도 계속해서 갈고 닦아야 할 ‘초본’이라 했다. 그가 펼친 국가개혁사상은 사후에도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 생명력을 가진 근대적 사상이었다고 할 것이다.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던 정약용은 양반제자 18명과 중인제자 6명이 각각 별도로 그의 아들과 더불어 자기가 경영하던 전답을 기본재산으로 다신계(茶信契)를 조직하였다. 또 초의(草衣)선사를 비롯한 만덕사의 스님들은 전등계(傳燈契)를 조직하게 하여, 길이 우의를 다지도록 했다. 그는 귀향 이후에도 옛 제자들과 서로 내왕하면서 강진에서 있을 때와 다르지 않게 저술활동을 할 수 있었다.

다산의 저술활동은, 물론 다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제자들과의 공동작업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다산의 많은 저서에는 공저자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는데, 그러한 표기가 없는 경우에도 공동저작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목민심서는 정용편(丁鏞編)으로 되어 있는데, 저술의 체계를 잡고 조목마다 편자의 의견을 붙이는 일은 다산 스스로가 행했지만, 각종의 전적(典籍)에서 자료를 수집·분류할 뿐만이 아니라 다산의 구술을 기록하고 정서(精書), 제책(製冊)하는 일은 모두 제자들이 담당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8 16책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목민심서가 단 1년 이내에 저술될 수 있었던 것이다.

회갑을 맞은 1822년 다산은 인생을 정리한다. 자신의 장지를 정하고, 스스로 묘지명을 짓는다. 별호도 후대를 기약한다는 뜻의 ‘사암(俟菴)’을 사용한다. 그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것은 기존 저술에 대한 종합과 문집의 편집으로 나타났다.

자찬묘지명에 따르면, 그의 저작은 경집 232권과 문집 267권으로 모두 499권에 이르는 방대한 것이었다. 이후 별세할 때까지 15년 동안 그는 매씨상서평을 개정하거나, 상서고훈과 상서지원록을 개수하고 합편하여 상서고훈(尙書古訓)으로 정리하는 등 저작에 대한 분합, 필삭, 윤색에 온 힘을 기울여 182 503권의 가장본 여유당집을 완성하였다. 아들 정학연은 추사 김정희(金正喜)에게 여유당집의 교열을 부탁했으며, 1883(고종 20)에는 왕명에 따라 여유당집이 전사되어 내각에 수장되었다.

 

■ 정민

(한시미학산책의 book review 내용에서 발췌함)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960). 올해 그의 나이 53세다. 교수라는 단호하고 추앙 받는 직위를 그는 아주 이른 나이, 30세에 얻게 된다. 만인에게 부러움을 사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나 그의 교수 생활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과 바로 위의 선배 교수와 18년 차이가 나는 막내였고, 전임 이상 교수들이 모두 학부 시절의 스승이었다. 위계질서가 유난히 강조되는 국내 대학의 문화에서 겪었을 가슴앓이가 짐작된다. 실제 그는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먹기만 하면 토하던 시절이 수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하는데 75㎏이었던 몸무게는 50㎏ 중반까지 줄었다.

그런 생활에서도 학문은 그를 자유케 했다. 연구와 집필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특히 한문학을 통해서 그는 위안을 삼았다. 당시 한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김도련 국민대 교수를 주말마다 찾았다. 그는 김도련 교수를 구세주이면서 스승이었다고 회고 한다
.

그때 선생님께서 직접 맹자와 사마천을 녹음해서 듣더군요. ‘소리 내서 읽어라는 가르침을 실천하신 분이었지요. 저도 경기도 안양에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서울 정릉까지 가면서 고전 시어를 머릿속에서 가다듬고 외웠지요
.”

그가 대중과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1996년 출간된한시 미학 산책’()을 통해서였다. 어려운 한시를 새롭게 해석했다는 평을 받은 500쪽 분량의 책으로 그 이름이 독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

저서로 『조선 후기 고문론 연구』, 『목릉문단과 석주 권필』, 『초월의 상상』 등이 있고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풀이한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펴냈으며 연암의 편지 수십 통을 발굴해서 풀이하고, 연암 산문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그밖에 『미쳐야 미친다』, 『한시미학 산책』,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등 여러 책을 펴냈다. 연암을 정점에 둔 18세기 문화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민의 글쓰기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의 주제는 문장론이다. 문장론으로 박사학위를 땄을 만큼 정민에게 문장에 관한예민함은 각별했다. 그런 그에게 글쓰기에 대해 물어본다. 그러나, 그는 글쓰기에 특별한 비법은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글쓰기는 좋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지 손끝의 재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거꾸로 혼돈 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글을 쓰려면 우선 내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일가를 이룬다는 것은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뜻한다. 일가를 낸 사람들 중에서 센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대가다.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생각을 풍부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볼 것을 권한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장은 좋은 문장이 아니다. 자꾸 넣으려다 보면 문장이 길어지고 초점이 흐려진다. 글을 분명하고 선명하게 걸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좋은 문장은 현란하지 않고 담백한 문장이다.” 라고 하며 자신이 그것들을 걸러내는 방법은 자신이 쓴 모든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본다고 한다. 그러면 군더더기가 자연 빠져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말한다.

 

내 글쓰기의 핵심은, 형용사, 부사를 과도하게 쓰지 않는 것이다. 접속사와 긴 문장을 어떻게 더 쥐어짤까 고민한다. 글 쓰는 사람이 감정을 드러내면, 독자의 감정을 드러내는 기회를 막는다고 생각한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주르륵을 지우고 중립적인 표현을 하려고 애를 쓴다. 충분히 몰입하되, 절제와 거리 두는 일이 글쓰기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큰 한 수를 배운다. 실제 그가 해석한 한시의 국문 해석은 시인이 울고 갈 만큼 글이 아름답다. 이 책을 읽은 즐거움의 팔할이었다.

정민과 고전

 

고전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각별하다. 특히 한시와 고전문학에 대한 그의 애정은 국내 여느 학자들의 그것과 견줄 수 없는 사랑을 뽐낸다. 그는 말한다. “과거는 오래된 미래다. 미래의 모습이 과거 속에 다 있다. 인간이 갖는 생로병사의 주기는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애태우는 남정네의 마음, 아픈 자녀를 두고 어쩔 줄 모르는 부모의 마음, 재물 앞에서 이성을 잃는 것 등등 물질과 기술은 이토록 발달했는데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과거 속에 답이 있는데 사람들이 과거는 보지 않고 현재 속에서 우왕좌왕 거린다. 그러니까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고 나는 누구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시류에 쫓기는 삶을 살면 목표를 이루기도 힘들뿐더러 이루고 나서도 허망해지고 만다. 과거는 오래된 미래다. 과거 속에 미래가 있다.” 고전 속에 우리의 미래가 담겨 있다고 확신하며 오늘도 그는 고전 읽기에 몰두한다.

 

학자, 정민

정민은 해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자다. 넘쳐나는, 또한 희귀한 자료에 대한시각으로 학문적 논쟁을 펼치기를 좋아하는 학자다. 그는 여는 학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영역을 자료로써 규정짓지 않는다. 자료를 얻으면 홈페이지에 죄다 공개해왔다. 그의 학자적 사명과 진실함이 가득하다.

또한, 그는 성실하다. 성실성이라는 개인의 특성은 자신만의 자료 취합 노하우를 만들어냈다. 그의 연구실 한쪽에는 족히 수백 개는 넘는 자료 뭉치들이 나란히 그리고 빼곡히 차 있다. 자신은 이것을 씨앗창고라 부른다. 연구실에 자료의 공간 때문에 조교를 두지 못하는 교수는 정민 뿐이겠다.

그의 석사 논문은 ‘16세기의 시인 석주 권필에 관해 썼고, 앞서 언급한대로 ’19∼20세기 관련 문장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 ‘다산치학 10 50 200(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 : 본문 내용, Ü : 나의 언어)

 

□ 길을 가면서도 다산만 생각하고 밥 먹으면서도 다산만 떠올렸다. 생각들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와 정보들끼리 부딪치며 정리되었다. (p. 7)

 

Ü 정민 선생은 다산 선생을 배우며 닮아가는 것 같다.

 

서설) 통합적 인문학자, 다산 정약용의 전방위적 지식경영

 

□ 그는 경전의 미묘한 뜻을 낱낱이 파헤친 걸출한 경학자였다. 그 복잡한 예론을 촌촌이 분석해낸 꼼꼼한 예학자였다. 목민관의 행동지침을 정리해낸 탁월한 행정가요, 아동교육에 큰 관심을 가져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 교육학자며, 지나간 역사를 손금 보듯 꿰고 있던 해박한 사학자였다. 그래서 나는 그야말로 현대가 요구하는 통합적 인문학자라고 생각한다. (p. 13)

 

□ 나는 다산을 세계의 정보를 필요에 따라 요구에 맞게 정리해낼 줄 알았던 전방위적 지식 경영가라고 부르겠다. (p. 14)

 

□ 다산의 저작을 관통하는 저술원리는 한 가지다. 널려 있는 정보를 수집, 배열해서 체계적이고 유요한 지식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p. 16)

 

Ü 오늘의 학자, 대학원의 석, 박사 논문 작성의 원리와 같다.

 

□ 물고기를 잡으려 그물을 쳤는데 기러기가 걸리면 이를 버리겠느냐며 이 작업을 하다가 저 작업에 착수하고 저 작업을 하면서 또 다른 작업을 벌였다. (p. 18)

 

□ 스승은 지식경영의 실제를 가르쳤고 제자들은 공부의 방법을 배웠다. 나중에는 결국 제자들도 스스로 자신의 관심에 따라 독자적인 저술을 펴낼 수 있게 되었다. (p. 18)

 

Ü 이건 우리 연구원과 같지 않은가.

 

□ 연암은 높고 크고 다산은 넓고 깊다. 연암은 읽고 나면 오리무중의 안개 속으로 숨는데 다산은 읽고 나면 미운을 걷어낸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연암은 읽는 이의 가슴을 쿵쾅대게 하고 다산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연암은 치고 빠지지만 다산은 무릎에 앉혀놓고 알아들을 때까지 일깨워준다. (p. 21)

 

Ü 그랬구나. 연암을 읽어야겠고 다산도 읽어야겠다. 나는 아무래도 연암에게 끌리는 것 같다.

 

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 여박총피 如剝蔥皮 는 공부를 총피, 즉 파 껍질을 벗겨내듯 하라는 말이다. (p. 25)

 

□ 핵심을 잡으려면 안목과 식견이 서야 한다. 안목과 식견은 어떻게 갖출 수 있는가? 일단 옥석을 가리지 말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아야 한다. (p. 27)

 

Ü 모르면 일단 들이대보자.

 

□ 정존精存과 동찰動察은 서로 기다려 이루어진다. 대개 정존할 수 없으면 동찰도 없다. 이른 바 궁리란 깊고 오묘한 이치를 탐색하고 세상의 온갖 변화를 널리 헤아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날마다 쓰는 마땅히 행해야 할 떳떳한 윤리를 모두 헤아리고 따져보아 묵묵히 마음으로 분변하는 것일 뿐이다. (p. 29)

 

Ü 멀리 있지 않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궁리 해볼까.

 

□ 글을 지으려는 사람은 먼저 독서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우물을 파는 사람은 먼저 석 자의 흙을 파서 축축한 기운을 만나게 되면 또 더 파서 여섯 자 깊이에 이르러 그 탁한 물을 퍼낸다. 마침내 물을 끌어올려 천천히 음미해보면 그 자연의 맛이 그저 물이라 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다시 배불리 마셔 그 정기가 오장육부와 피부에 젖어 듦을 느낀다. 그런 뒤에 펴서 글로 짓는다. (p. 30)

 

Ü 책 읽는 맛을 이리도 명쾌하게 말할 수 있을까. 뽕은 이렇게 맞는 것.

 

□ 서로 맞춰보고 꿰어보아 따져 살피는 공부를 쌓고 그치지 않는 뜻을 지녀 푹 빠져 스스로 얻음에 이르도록 힘써야 한다. 이와 반대로 오로지 빨리 읽고 많이 읽는 것만을 급선무로 한다면 비록 책 읽는 소리가 아침저녁 끊이지 않아 남보다 훨씬 많이 읽더라도 그 마음속에는 얻은 바가 없게 된다. 이는 조금만 땅을 파면 오히려 마른 흙인 것과 한가지 이치다. 깊이 경계로 삼을 만하다. (p. 31)

 

Ü 아 찔려. 뜨끔해

 

□ 당장에는 남보다 빨라 보여도 결국은 더 늦는다. 분명히 될 것 같았는데 끝내 안 된다. (p. 34)

 

Ü 나선은 첨단에 이른다. 그러나 직선으로 가지 않는다. 둘러 갈 수 있는 한 최대한 두른다. 높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둘러가다 결국 첨단에 이른다. 자연의 선은 모두 그렇다. 사람만 직선이다.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자꾸 들쑤석거리기만 하면 나중엔 아예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손쓸 수 없게 된다. 핵심을 놓치지 마라. 실마리를 잡아라. (p. 35)

 

Ü 여박총피하고 정존하고 동찰하여 핵심에 이른다.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 촉류방통觸類旁通은 비슷한 것끼리 엮어 옆에까지 통한다는 뜻이다.

하늘을 보면 푸르기만 한데, ‘하늘 천자는 푸르지가 않으니, 그래서 읽기 싫어요!” (p. 36)

 

Ü 한시미학산책에서 저자는 같은 내용을 소개했었다. 아래에 인용한다.

 

하늘을 보면 푸르기만 한데, ‘하늘 천자는 푸르지가 않으니, 그래서 읽기 싫어요!”

저 까마귀를 보라. 깃털이 그보다 더 검은 것은 없다. 하지만 홀연 유금(乳金)빛으로 무리지고 다시 석록(石綠)빛으로 반짝인다. 해가 비치면 자줏빛이 떠오르고 눈이 어른어른하더니 비췻빛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이를 푸른 까마귀라고 말해도 괜찮고 붉은 까마귀라고 말해도 상관없다. 까마귀는 본디 정해진 색깔이 없는데 내가 눈으로 먼저 정해버린다. 어찌 눈으로 정하는 것뿐이겠는가. 보지 않고도 그 마음으로 미리 정해버린다. (P. 17)

 

이 글에 대한 관련 글을 내가 덧붙였었다.

사물에 대한 관점은 이렇게 보아야 한다는 아카데미적 규칙에 사로 잡혀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본 것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에 집착해서 사물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았나. 편견과 터부 그리고 강박이 시야를 가려 버렸다.”  –E.H 곰브리치-

 

연암이 <능양시집서>에서 한 말이다. 천자문이 푸른 하늘을 검다고 가르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았던가. 까마귀의 색깔 속에 감춰진 많은 빛깔을 관찰한 적이 있었던가. 연암은 이렇듯 시인에게 죽은 지식이나 고정된 선입견을 훌훌 털어버리고 건강한 눈과 열린 가슴으로 세계와 만날 것을 요구한다. (P. 17)

 

이 글에 대한 관련 글을 내가 덧붙였었다.

피카소가 꽤 유명해진 다음 유럽의 어느 지역으로 가던 기차 안에서 추상미술에 꽤 비판적인 사람과 동석하게 되었다. 알 수 없는 미술에 대한 편견을 늘어 놓은 옆 사람에게 피카소는 당신의 아내 사진을 볼 수 없느냐고 한 뒤, 건네 주는 아내 사진을 보고 일침 한다. “당신의 아내는 형편없이 납작하군요. 그리고 이렇게 작을 수가 있을까요.”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겠다. 피카소의 옆자리에 연암이 동석했다면 볼 만한 장면이다.

 

사물의 심장부에 곧장 들어가 핵심을 찌르려면 죽은 정신, 몽롱한 시선으로는 안 된다. 시인은 천지현황의 나태한 관습을 거부하는 정신을 지녀야 한다. 선입견에 붙박여 간과하고 마는 까마귀의 날개 빛깔을 살피는 관찰력이 있어야 한다. 생동하는 물상 속에서 순간순간 포착되는 비의를 날카롭게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시는 언어의 사원이다. 시인은 그 사원의 제사장이다. 시는 촌철살인의 미학이다. (P. 18)’

 

□ 다산은 처음 배울 때 천자문을 읽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제일 나쁜 습속이다. (p. 39)

 

Ü 나는 이 말을 이해하겠다. 천자문은 인위적이다. 누군가 천자문의 첫머리에서 동양적 우주관을 극명하게 대변한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것은 굳이 천자문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고 네 글자 조합을 억지로 맞추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이는 것은 천자문이 가진 한계가 분명하다. 오히려 童蒙先習의 내용이 글 배우려는 아이들에게 맞다.

 

□ 자료를 수집하고 생각의 갈래를 나누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생각이 정돈되면 글 쓰는 일은 대개 손가락 아래의 일이다. (p. 46)

 

Ü 신이 내 손위에 강림하여 육필을 휘날리게 할 거다. 그거 하나 믿고 있다.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져라

 

□ 축기견초 築基堅礎는 터를 다져 주추를 굳게 한다는 말이다. 터다지기를 소홀히 하면 주추가 내려 앉는다. (p. 48)

 

Ü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다. 운동선수 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이와 같다.

 

□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수시로 자답해 보아야 한다.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면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하나 없이 떠돌다 풍랑을 만나 좌초한다. (p. 52)

 

Ü 아 이말 굉장히 무섭다. 갑자기 조급증을 불러일으키는구나.

 

□ 문장은 결과일 뿐 목적이 아니다. 문장은 얼굴 위에 오른 불콰한 낯빛에 불과하다. 뱃속에 술기운이 없으면 얼굴은 붉어지지 않는다. (p. 53)

 

Ü 뱃속의 술기운, 그것은 책읽기와 학습, 그리고 체험이다. 취기의 깊이를 결정하는 요건들이다. 모든 사람들은 글을 쓴다. 그리고 잘 쓴다. 그러나 그 깊이를 느낄 때는 이런 요건들이 갖추어져 있을 때다.

 

바탕공부는 그러니까 맛난 음식의 영양분이고 향기로운 술의 더운 기운이다. (p. 54)

 

□ 역경에 쉽게 좌절하는 사람은 순경에서 금방 교만해지기 마련이다. (p. 57)

 

Ü 경쟁에는 약하고 역경에는 강하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

 

□ 달구질을 오래 할수록 터가 단단해진다. 그 굳건한 토대 위에 주추를 놓고 기둥을 세워 들보를 얹어라. 천년 세월에도 기울지 않을 그런 집을 지어라 (p. 58)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

 

□ 당구첩경 當求捷徑은 마땅히 지름길을 구하라는 말이다. (p. 59)

 

Ü 이건 좀 의아하다. 둘러가도 꼭꼭 씹어 삼키는 것을 옹호하던 다산이 지름길로 질러 가라니. 찬찬히 한번 들어보자.

 

□ 서양 속담에 사람이 빵만 구하면 빵도 얻지 못하지만 빵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 빵은 저절로 얻어진다.는 말이 있다. 주자는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면 이익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장차 그 몸을 해치고 의리를 추구하면 이익은 따로 구하지 않아도 절로 이롭지 않음이 없다. 고 했다. 다산의 논법도 이와 흡사하다. (p. 61)

 

Ü 더 높은 곳을 지향하라. 뛰어넘어라. 현실이 꿈을 파괴하지 않더냐 그렇다면 꿈이 현실을 파괴하도록 하라.

 

□ 다산이 말하는 지름길은 남들이 보기에는 돌아가는 길이다. (p. 62)

 

Ü 역시 그럼 그렇지.

 

□ 다산이 말하는 지름길은 사실은 바른 길이다.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고 짧은 기간에 거저먹는 방법을 지름길로 생각한다. 처음에는 느려 보여도 초반 이후에는 그 가속도가 엄청나다 (p. 68)

 

Ü 나는 이 사실을 믿는다. 나사의 끝은 첨단이다. 나선은 직선으로 정점에 이르지 못하고 에둘러 가지만 결국 그 끝에 이른다. 조그만 나사 하나는 볼트를 완벽하게 가두고 형체를 붙들어 맨다.

자칫 어리석은 아둔함으로도 보여질 수도 있는 대책 없는 끈기는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의 기질이기도 하다. 나는 그러한 기질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라 쓰는 이유는 끈기, 뚝심 같은 선의의 개념들이 나의 캐릭터와 정확하게 포개지지는 않아서다. 그러나, 다른 평범한 기질보다는 조금 더 빛을 발한 적이 있었으니 그 때를 억지로 끄집어내어 나의 특별한 기질로 삼았다.

 

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라

 

□ 쭉정이는 솎아내고 알맹이만 남겨야 한다.

공부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풀이하는 절차다. 심입천출 深入淺出이라 했다. 공부는 깊게 들어가서 얕게 나와야 한다. 세게 공부해서 쉽게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p. 70)

 

이란 밑바닥까지 다 캐낸다는 뜻이다. 밑바닥까지 다 캐지 않는다면 또한 유익되는 바가 없다. (p. 76)

 

책상 위에 흩어진 종이를 주섬주섬 추려서 아래위로 탁탁 추스르면 들쭉날쭉하던 종이들이 가지런하게 모인다. 탁탁 추스르는 것이 바로 격이다. 이를 달리 말한 것이 바로 파즐爬櫛이다. 격물을 통해 앎으로 나아가는 것이 格物致知.

 

Ü 격물치지, 참으로 겁나는 말이었구나.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는 것이 공부다. 남들은 못 봐도 나는 보는 것이 공부다. (p. 78)

 

2강 정보를 조직하라.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 선정문목 先定門目은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목, 즉 목차를 먼저 정하라는 말이다. 목차를 세우려면 우선 머릿속에 전체 얼개가 짜여야 한다. (p. 81)

 

Ü 얼개 : 어떤 사물이나 조직의 전체를 이루는 짜임새나 구조

 

□ 다산은 어떤 작업을 하든지 우선 목차와 범례를 확정하여 책의 목적과 목표 전체 골격을 완전히 구성한 뒤에 착수했다. (p. 87)

 

Ü 대강의 길을 indoor climbing으로 오른 뒤 실전에 들어간다.

 

□ 범례를 꼼꼼히 검토해서 혹시 작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라. 먼저 목차를 세워라. 범례를 확정하라. (p. 90)

 

□ 변례창신 變例創新은 기존에 있던 것을 참고하여 새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새것은 옛것의 변용일 뿐이다. (p. 91)

 

Ü 溫故以知新

 

늘 하던 대로만 하고 변통할 줄 모르다가 막상 일이 닥치면 구차하게 대충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려 한다. 천하만사가 모두 이 때문에 어그러진다. (p. 92)

 

Ü 연암, 과정록

 

□ 다산은 언제나 관련 참고서적을 수집하는 일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당면과제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재배열했다. 타당성과 현실성에 대한 검토 없이 남의 것을 그저 가져다 쓰는 법은 결코 없었다. (p. 95)

 

훌륭한 선례를 본받아라. 하지만 그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 현실에 맞게 고쳐라. 실정에 맞게 변경해라.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안 맞는 것은 버리고 없는 것은 보태고 부족한 것은 채워라. 내가 옛 것에서 배울 것은 생각하는 방법, 내용 그 자체는 아니다. (p. 101)

 

□ 취선논단 取善論斷은 여러 정보 가운데 가치 있는 것만 추려내어 다시 하나하나 타당성을 따져보고 검토하는 것이다. (p. 102)

 

□ 책을 덮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앉아 밥 먹는 것도 잊고 잠자는 것도 잊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새로운 뜻과 이치가 시원스레 떠오르게 되지요. (p. 104)

 

Ü 정존동찰이다.

 

□ 다산은 6 3녀 중 4 2녀를 마마 등의 병으로 잃었다. 자신의 아픔을 다른 부모가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룩한 마음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책을 엮으면서 그는 죽은 자식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아팠을 것이다. (p. 106)

 

Ü 아린다. 눈에 방울이 맺혀 둥글고 흐릿해진 글자들로 인해 책을 끝낼 수 있었겠는가.

 

□ 저는 근래 홍역에 관한 책을 수집하느라 자못 정력을 허비하였습니다. 어제 자화가 제게 들렀다가 비쩍 마른 목계 같은 형상을 보더니 그냥 돌아가더군요. (p. 107)

 

Ü 책이란, 저서란, 이리하여 피로 쓴다 하는 것이구나. 세상에 잉태되어 나오는 것들은 죄다 이 모양이다. 나의 책은 나의 혈관 속에 있는 것인가?

 

□ 보내온 수십 권의 의서를 취선논단해서 누구나 병세에 따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로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단 40장에 압축했다. 그가 하는 일은 이렇게 명쾌하고 상쾌하다. (p. 109)

 

자료가 혼란스러워 갈피를 못 잡겠다고 투덜대지 마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 지 모르겠다고 지레 겁먹지도 마라. 하나하나 따져서 진위를 헤아리고 정보의 값을 매겨라. 문제는 나에게 있다. 자료에 있지 않다. (p. 112)

 

□ 한 솥의 국 맛은 한 숟가락만 떠먹어봐도 알 수 있다. (p. 113)

 

Ü 처음부터 끝까지 배워야 알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한 모서리를 들어 세 귀퉁이를 뒤집고 하나를 배워 열을 아는 것은 배우는 자의 책무 (p. 114)

 

Ü 좋은 표현이자 좋은 교훈이다. 새긴다.

 

본 것이 적은 자는 백로를 가지고 까마귀를 비웃고 오리의 짧은 다리를 보고는 학의 긴 다리를 위태롭게 여긴다. 사물은 절로 괴이함이 없건만 공연히 제가 성을 내고 한 가지만 자기가 아는 것과 달라도 만물을 온통 의심한다. 박지원, 능암시집서 연암집’ (p. 115)

 

Ü 연암은 지혜의 샘이 활짝 열려서 식견이 툭 터진 사람이다. (저자)

 

□ 거일반삼 擧一反三 (p. 119)

 

Ü 한 귀퉁이를 가리키면 나머지 세 귀퉁이도 미루어 헤아릴 수 있다는 뜻

 

□ 다산은 끊임없이 자식과 제자들에게 읽고 공부한 것을 간추려서 정리해둘 것을 요구했다. 정리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고 핵심을 파악하는 역량을 기르며 한 분야의 지식이 다른 부분으로까지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p. 119)

 

Ü 스승님의 마음이 이와 꼭 같을 터. 사고의 확장은 핵심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찾으려는 노력에서부터

 

□ 도는 어디 먼 곳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있다. 공연히 아득한 곳에서 있지도 않은 도리를 숭상하면서 제가 딛고 선 자리는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들은 결코 이런 깨달음에 도달할 수가 없다. (p. 123)

 

Ü 도가 어디 먼 곳에 있었다면 나는 그곳이 어디든 도시락을 싸들고 달려갔을 게다.

 

조주선사의 스승인 남명선사는 말했다.

도라는 것은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안다는 것은 그저 어리석은 생각에 지나지 않고 모른다는 것은 그저 혼란일 뿐이다. 네가 아무 의심도 없이 도를 깨쳐 안다면 너의 눈은 높은 하늘과 같아 한계와 장애를 벗어나 일체를 보게 될 것이다.

 

나의 스승은 또 말했다.

도란 어디에나 편재해 있다. 뜰 앞의 잣나무에도 있고 당나귀 똥 속에도 있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에게도 잇다. 다음에 또 다른 놈이 물으면 네 앞을 지나는 똥개니라라고 답해주리라. 스승과 나는 늘 과녁을 매끄럽게 비껴갔지만 우리는 모두 이해하고 박수치고 늘 웃었다. 모든 심각한 자야말로 바보인 것이다. 스승은 도란 평상심이며 사물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니 사물을 떠나서는 도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 스승이 보고 싶다. 스승이 없었다면 또 오늘 어찌 내가 있으랴

 

□ 삼라만상이 모두 책이다. 悟性을 활짝 열어라. (p. 123)

 

□ 휘분류취 彙分類聚는 자료를 모아 분류한 다음 종류에 따라 다시 한데 묶어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p. 124)

 

□ 뒤죽박죽으로 섞인 정보를 갈래별로 나누면 비로소 흩어진 정보들이 하나의 방향을 지시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휘분이다. 갈래별로 쪼개어 나눈 정보는 다시 큰 묶음으로 모아 하나의 질서 속에 편입시켜야 한다. 계통이 서서 구획이 나누어진 전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것이 유취다. (p. 125)

 

경험을 누적하라.

또 간혹 시를 지어 닭의 정경을 묘사해보도록 해라. 사물로 사물에 얹는 것, 이것이 글 읽는 사람의 양계니라. 만약 이익만 따지고 의리는 거들떠보지 않거나 기를 줄만 알고 운치는 몰라, 부지런히 애써 이웃 채마밭의 늙은이와 더불어 밤낮 다투는 것은 바로 세 집 사는 작은 마을의 못난 사내의 양계인 게다. (p. 127)

 

Ü 닭치는 일에도 혼이 담겨야 한다. 무엇을 하든 하기로 했다면 혼을 담아라. 그리고 섣부른 결과를 놓고 자신의 능력을 예단하지 마라. 작은 경험과 사물을 꿰뚫는 눈만 있다면 첨단에 이를 것이다.

 

기왕 닭을 기른다면 모름지기 백가의 책 속에서 닭에 관한 글들을 베껴 모아 차례를 매겨 계경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p. 128)

 

Ü 말하자면 다산은 계경의 정리를 통해 양계의 경험을 누적하고 지식 경영을 학습하는 장으로 활용하려 했던 것이다 (저자)

 

복잡한 문제 앞에 기죽을 것 없다. 정보를 정돈해서 정보가 제 스스로 말하게 하라. 먼저 모으고 그 다음에 나눠라. 그런 뒤에 그룹별로 엮어 다시 하나로 묶어라. 공부는 복잡한 것을 갈래지어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다. (p. 135)

 

3. 메모하고 따져보라

 

□ 초서권형 鈔書權衡은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초록하며 정보의 가치를 저울질 하는 것이다. (p. 139)

 

□ 무엇 때문에 이 책을 읽는가? 이 책 가운데서 어떤 정보가 유용한가? 왜 그 정보를 필요로 하는가? (p. 140)

 

독서에 메모의 습관을 들이면 그 핵심내용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시너지효과가 생겨난다. 전에 무심히 읽었던 내용이 다른 텍스트와 교차 연결되면서 정보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p. 142)

 

Ü 이 또한 독서의 뽕 맛이다. 스승님께서 가르치시는 방법 또한 이와 같다. 나는 다산의 공부법을 따르고 있다. 이거 영화 같지 않은가.

 

□ 역사책을 많이 읽고 중요한 내용을 베껴쓰라고 한 것은 이를 통해 경전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생생한 예시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p. 143)

 

눈으로 입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어라. 부지런히 초록하고 쉴새 없이 기록해라. 초록이 쌓여야 생각이 튼실해진다. 주견이 확립된다.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당시에는 요긴하다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열심히 적어라. 무조건 적어라. (p. 148)

 

Ü 내 손을 더 빨리 놀리자. 가만 두게 하면 안 된다.

 

□ 수사차록 隨思箚錄은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p. 149)

 

□ 하나하나 알아서 깨쳐갈 때 문심혜두, 즉 지혜의 구멍이 열린다. 한번 구멍이 뻥 뚫리면 다시는 막히지 않는다. 아무런 거침이 없게 된다. 하지만 깨우침 없이 무조건 읽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p. 153)

 

Ü 문심혜두의 순간이 올까. 오겠지. 올거야.

 

끊임 없이 중요한 부분을 베껴쓰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는 방식의 독서를 되풀이해 강조했다. (p. 153)

 

Ü 지속하자. 힘들지만. 빨간 펜 나의 언어.

 

□ 순간을 놓치지 않고 메모 했다. 이런 방식의 즉각적인 메모방법을 질서라고 한다. 은 질주한다는 말에서 보듯 빨리의 뜻이다.

 

□ 머리를 믿는 것보다 손을 믿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p. 158)

 

Ü 많은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다. 손이 머리보다 스마트하다. 나는 그리 믿는다.

 

□ 가는 곳마다 지명을 묻고 만난 사람의 이름도 물었다. 들은 내용은 즉시 메모했다.

연암의 열하일기를 읽다가도 드넓은 만주벌을 가면서 틈만 나면 말 잔등 위에 쪼그리고 앉아 공책을 꺼내 메모를 하던 광경이 떠올라 혼자 웃곤 한다. (p. 159)

 

Ü 이건 연암과 저자와의 접신이다.

 

□ 반복참정 反覆參訂은 되풀이해서 다져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다. (p. 160)

 

□ 고심참담 환호작약 (p. 163)

 

□ 한 줄 한 줄이 모두 예전 역사의 기록에서 조각조각 모은 것이다. 아방강역고의 편집과정에서 축적한 정보가 장강대하가 쏟아져 내리듯 한꺼번에 펼쳐졌다. (p. 168)

 

Ü 조각의 글이라 무시하지 말자 언젠가 그 글이 다른 글을 이끌 수 있다.

 

□ 비교해보고 대조해보고 견주어보고 흔들어보아라. 선명한 길이 뚜렷이 드러날 때까지 다지고 또 따져라. (p. 169)

 

□ 잠심완색 潛心玩索은 마음을 온통 쏟아 음미하고 사색하는 것이다. (p. 170)

 

□ 잠심완색의 목적은 융회관흡 融會款洽에 있다. 전에는 하나도 모르던 것이 어느 것 하나 모를 것 없는 상태로 올라서는 것이 融會이고 한 꿰미로 꿰어 속속들이 무젖어드는 것款洽이다. (p. 173)

 

Ü 학해무변이지만 잠심완색하여 융회관흡한다.

 

□ 학해무변 學海無邊 즉 배움의 바다는 가없다는 것 (p. 178)

 

Ü 안다. 그러나 너무 넓다.

 

□ 이쯤 하면 되겠지,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런 것도 없다. 장벽을 만나거든 네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가라. 잠시도 놓지 말고 석연하게 투득透得하라. 그래야 네가 하는 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p. 180)

 

Ü 내가 하는 말이 주인이 되는 것비로소 이해한다. 그러나 투득하기는 어렵구나.

 

□ 자기췌마 知機揣摩는 기미를 미리 알아 미루어 헤아려 준비하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으려면 달사의 안목을 길러야 한다.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안 보이는 것까지 보아야 한다. 공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도 마찬가지다. (p. 181)

 

□ 중국 쪽에서 들어온 돌림병에 노인들이 다 죽었다. 황제는 나이 80이 넘은 고령이다. 이 병이 중국에 돌았다면 황제도 무사할 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 일이 있을 것을 짐작했다. (p. 183)

 

□ 백성들의 호구수와 재정상태를 장악한 다음, 경내의 지도를 만들어 지역별 특성과 동향을 파악했다. (p. 184)

 

Ü 동적 행정이다. 이런 다이내믹하고 수치의 tracing이 가능하게 정보를 조합하여 장악했다. 그리고는 핵심을 찔렀다.

 

미리 헤아려 대비하라. 변죽만 울리지 말고 핵심을 찔러라. 맥락을 읽고 행간을 읽어라. 글을 읽지 말고 마음을 읽어라. 껍데기만 쫓지 말고 알맹이를 캐내라. (p. 192)

 

4. 토론하고 논쟁하라

 

□ 질정수렴 質定收斂은 질문하고 대답하는 가운데 논란이 있던 문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가는 것이다. (p. 195)

 

□ 어느 한 쪽이 승복할 때까지 따지고 비판했다. 어린 시절 티격태격하던 것처럼 싸워보자는 다산의 표현이 재미있다. 실제로 토론과정에서는 충돌도 많았다. (p. 197)

 

□ 퇴계와 고봉 기대승(1527~1572)과 수십 년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성리설에 대한 견해를 수렴해갔던 것 (p. 199)

 

나는 늘 편지에 세 가지 유익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의문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깊은 뜻을 점차 깨닫게 해주는 것이 첫 번째 유익한 점이다. 질문에 답하는 사람 또한 감히 쉽게 주장을 세우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유익함이다. 글상자에 남겨두어 뒷날에도 잊지 않게 해주는 것이 세 번째다. (p. 200)

 

Ü 이익, 극기의 독서산당에 써서 주다. 성호전집.

 

편지는 신중히 생각하고 궁구하므로 깊은 경지에 나아갈 수 있다. (p. 201)

 

Ü 편지가 많아지는 삶, 그것도 깊은 삶으로 가는 방편이다.

 

글로 써서 질문하고 토론하라. 공부는 토론을 통해 발전한다. 남김없이 질문하고 가차없이 비판하라. 토론의 자리에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체면을 갖추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한쪽이 꺾일 때까지 토론하라. 승복할 때까지 논란하라. (p. 204)

 

□ 대부상송 大夫相訟이란 춘추시대 대부들이 서로 시비가 엇갈려 이를 가릴 수 없을 때 소송을 걸어 증거로 따지고 논란하여 제 3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p. 205)

 

란 한자로 첨 이니 오늘로 치면 메모. (p. 211)

 

□ 한번 칼을 빼들었거든 끝장을 봐라. 중간에 어정쩡하게 물러서려면 시작도 하지 마라. 잘못은 변명 없이 깨끗이 수긍하라. 비판은 겸허히 받되,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물러 설 수 없는 지점은 절대로 양보하지 말고 증거를 들이대 반박하라. (p. 214)

 

Ü 싸움 나겠소.

 

□ 제시경발 警發은 이끌어 일깨우고 경계하여 깨닫게 하는 것이다. (p. 215)

 

□ 죄악이 다한 뒤라야 사람이 죽는 법이지 vs 복록이 다한 뒤에 사람이 죽는 법이라네 (p. 218)

 

Ü 일견 같은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죄악이 다하려면 지은 복록이 점차 다해가는 것 아니겠는가.

 

□ 고개를 내젓고 눈을 감아 사람을 막고 홀로 선하기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p. 220)

 

Ü 큰 의자에 고개를 젖혀 앉아 끄덕거리는 거만함 속에서 선하기를 바라면 안 된다.

 

大體 즉 마음을 기르는 것을 도라 하고 小體 즉 몸뚱이조차 능히 기르지 못하는 것을 가난이라 한다. (p. 222)

 

Ü 큰 몸은 곧 마음이요 작은 몸은 곧 몸뚱이다.

 

네 목구멍을 위해 애를 쓰고 화장실에 충성하는 정성으로 깨달음의 공부에 힘을 쏟으면 좋으련만 아, 안타깝구나. (p. 224)

 

Ü 내 버리려 먹어대는 모양이 우습기도 하다. 몸을 정갈하게 하는데 세수와 목욕을 시간을 들여 하지만 내 마음의 명경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는 단 1초의 시간도 쓰지 않는구나. 그러니 내 마음에 찌든 먼지를 누구에게 탓할 일도 아니다. 모든 것이 내 수양이 부족한 결과다.

 

□ 절시마탁 切偲摩濯은 잘못을 바로잡고 책선해서 역량을 갈고 닦는 것이다. (p. 225)

 

□ 마땅히 마치 돌침으로 뼈에 침놓듯이 어리석고 게으름을 경계하고 쇠칼로 눈동자의 백태를 깎아내듯 허물과 잘못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p. 226)

 

Ü 이문달에게 답함. 비판에 얼굴이 붉어지지만 자기 마음을 희게 하고 입에 발린 말로 칭찬 받아 얼굴이 홍조를 띄면 자기 마음은 이내 검게 물든다.

 

□ 공부하는 삶의 바람직한 태도로 다산은 다시 개과불린 改過不吝을 꼽았다. 잘못되었다 싶을 때 즉각 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p. 230)

 

Ü 개과에 인색하지 않는 것 개과불린. 다산은 왜 이것을 공부 자세에 대한 압권으로 꼽았을까. 인간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도 부처도 예수도 완전한 공부는 하지 못했다.

 

□ 다산은 경전의 논거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어떤 권위도 인정하지 않았다. (p. 233)

 

Ü 그라고 왜 두렵지 않았겠는가. 자신이 믿는 건 오직 자신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그 철옹성 같은 권위에 맞서기 위해 그가 지녔을 두려움을 알 길은 없다. 그러나 그 큰 두려운 중에 한 발, 단 한 발 앞으로 내딛는 용기가 있지 않았겠는가.

 

송두리째 의심하고 남김없이 파헤쳐서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마라. (p. 234)

 

□ 무징불신 無徵不信은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다는 뜻으로 예기 禮記에 나오는 말이다. (p. 235)

 

□ 직접 눈으로 보고 근거를 확인하지 않고는 함부로 주장을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근거 없는 비방으로 공연한 화만 자초할 것을 우려해서 한 말이었다. (p. 241)

 

Ü 格物致知 無徵不信

 

□ 박지원은 창애에게 답함에서 글이란 소송을 거는 사람이 증거를 들이대고 장사치가 물건을 직접 보여주며 사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리 명백하고 분명한 일이라도 달리 증거가 없으면 재판에서 이길 수가 없다.

글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확실한 증거에 바탕 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p. 246)

 

Ü 돌맹이가 얹혀 있는 나뭇잎과 같이, 칼날을 건너는 두 다리와 같이 글은 그렇게 조심해야 한다.

 

증거 없이 말하지 마라. 논거가 없으면 논리도 없다. 학문의 일은 가설을 세우고 논거를 찾아 이를 입증하는 과정일 뿐이다. 막연한 추정이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은 공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p. 246)

 

Ü 과학적 관리, 경영 방식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data. 그러나 가끔 누적된 data 조차 말하여 주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그럴 때는 직관이 필요하다.

 

5. 설득력을 강화하라

 

□ 피차비대 彼此比對는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 대조한다는 뜻이다. (p. 249)

 

□ 다산의 논증방식은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다. 어떤 문장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 같은 표현이 사용된 경전의 다른 용례를 찾는다. 그래서 그 용례에 비추어 본래의 의미를 따져 들어간다. (p. 255)

 

Ü 한자가 결국 중국의 것임을 감안한다면 그 용례의 정확성은 중국, 그 중에서도 고문을 찾아보면 최초의 쓰임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시간이 지나며 언문대중의 쓰임에 따라 그 용례가 다소 변화될 수도 있겠으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가 오면 원문에 충실한 것이 옳을 가망이 높다. 다산의 특기다.

 

견강부회로는 남이 수긍하지 않는다. 이것을 말할 때 저것을 증거로 끌어와 옆구리를 찔러서 절을 받아라. 증거가 스스로 말하게 하라. (p. 259)

 

Ü 牽强附會 : 이치에 맞지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자기 주장을 내세움

 

□ 속사비사 屬詞比事는 글을 엮을 때 적절한 예시를 함께 얹는 것이다. (p. 260)

 

Ü 인용법과 예시법이다.

 

□ 중요한 글은 단지 연대에 따라 일을 나열해 엮으면 본말이 도리어 갖추어 드러나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속사비사의 방법을 쓰셔서 조목 별로 꿰어 엮고 주제 별로 모아야만 바야흐로 고증하고 징험하는 쓰임새가 있게 됩니다.

 

□ 권력의 위세에 눌려 아무도 바른말을 하지 못하던 폭압의 시절에 채제공은 바른말과 떳떳한 행동으로 불의에 과감히 맞섰던 인물임을 부각시켰다. (p. 264)

 

Ü 조선 영조대의 재상이었다. 당시 홍국영의 막강한 세도에 맞서 명분과 기강을 세우기 위해 행동으로 나선 관리였다. 사도세자의 억울함을 읍하는 한편 홍국영의 권력에 과감하게 맞버티던 재상이었다.

 

□ 이 사람의 일생에서 이것만은 밝히지 않을 수 없다는 가치를 결정해야 한다. (p. 268)

 

Ü 나에게 목숨과 같은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쓰는 것? 읽는 것? 오르는 것? 마시는 것? 노는 것?

 

글 쓰는 사람이 흥분하면 독자들은 외면한다. 쓰는 사람이 말이 많으면 글에 힘이 빠진다. 조목을 갖춰 실례를 얹어야 글에 힘이 붙는다. (p. 270)

 

Ü 묘사는 3자적 시선에서 해라. 최대한 냉정하고 객관화시켜 써라.

 

□ 공심공안 公心公眼은 공정한 태도로 선입견을 배제한 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p. 271)

 

다산은 공부에 있어 선입견을 배제한 공정한 태도를 되풀이해 강조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먼저 바른 마음가짐을 갖춰야 한다. (p. 272)

 

Ü 결국 공부도 자세다. 능력이 아닌 것이다. 공부는 엉덩이가 하는 것이고 글은 손이 쓰는 것이다.

 

□ 학자들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선배의 권위에 기대 그의 학설과 같으나 다르냐만으로 동지와 적을 가른다. 혹 다른 생각을 말하려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입도 떼지 못하게 한다. 다산은 이를 경전을 도리 즉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맹공했다. (p. 273)

 

Ü 권위에 맞선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외롭고 괴롭고 고통이 따르는 것이다.

 

□ 자기 인격의 수양에도 보탬이 안 되고 남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안 되는 공부가 그들의 공부였다. 공부는 다들 죽어라고 하는데 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다. (p. 274)

 

Ü 매우 찔린다.

 

□ 다산은 보통의 경우와는 달리 뚜렷한 사승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 퇴계와 성호의 학문을 사모하여 사숙하였으나 문하에 나아가 직접 배운 스승은 없다. 이 점은 다산에게 약점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강점이 되었다. (p. 275)

 

Ü 어느 때 어느 곳에서건 중립을 견지하고 의사결정과 판단에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학문의 파벌이 없어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하고 비판과 수용에 너그러울 수 있다. 도꼬다이, 멋지지 않은가.

 

□ 선입견을 버려라. 편견은 학문의 독이다. 옳다고 확신하는 것을 객관적인 논거에 바탕해 주장해야지 막무가내로 우기기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 선입견을 버리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거울처럼 비고 저울처럼 공평해야 한다. 권위에 편승하지 마라. 나이로 누르고 서열로 누르면 안 된다. 아랫사람의 견해에도 귀를 기울여라. 패거리지어서 짓밟으면 안 된다. (p. 281)

 

□ 층체판석 層遞判析은 단계별로 하나하나 따져서 판단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p. 282)

 

□ 다산의 層遞판석법은 논설문 성격의 분석적인 글쓰기에서 묘미를 발한다. 다산은 늘 문제의 층위를 나누고 갈래를 구분하여 복잡한 생각들을 교통정리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했다. (p. 283)

 

사는 거처를 정하는 이치에 대해 내가 논해보겠다. 마땅히 먼저 먹을 물과 땔감을 살펴야 한다. 다음이 오곡이다. 그 다음은 풍속이다. 산천의 빼어남은 또 그 다음이다. 먹을 물과 땔감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인력이 지친다. 오곡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흉년이 잦다. 풍속이 문을 숭상하면 말이 많다. 무를 숭상하면 툭하면 싸운다. 이익을 추구하면 백성이 속이기를 잘하고 인심이 각박하다. 한갓 힘만 쓰면 고루해서 난폭하다. 물이 탁하고 산세가 험하면 빼어난 인물이 적고 뜻이 맑지 않다. 이것이 그 대체이다. (p. 283)

 

Ü 大體 즉 마음을 기르는 것을 도라 하고 小體 즉 몸뚱이조차 능히 기르지 못하는 것을 가난이라 한다. 사람이 살기 편한 곳이 거처 선정의 제일 요건이다.

 

□ 예전 황해도에서 고을살이할 적에 왕명을 받들어 옥사를 다스렸다. 들어와 형조판서를 보좌하여 또 이 일을 맡았다. 귀양 온 이후로도 때때로 옥사의 정황을 들으면 또한 장난 삼아 모의로 의논해보곤 했다. 그 거친 글을 끝에다 덧붙였다. 전발지사 3권이 그것이다. 모두 합쳐 30권인데 이름하여 欽欽新書라 하였다. (p. 285)

 

Ü 흠흠신서, 서문이다. 다산은 법리에 밝았다. 논리적 사유와 인간적 균형감은 법으로 백성을 다스려도 좋을 사람이겠다. 평등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이렇듯 다산의 저작은 그 목차만 보더라도 생각의 기로가 방향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단계를 뒤섞는 법이 절대로 없다. 다루려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밝히고 이것이 왜 중요한가를 검토한 뒤에 어떻게다룰 것인가를 점검했다. 그러고 나서도 예상외의 상황을 상정하여 만일의 경우까지 대비했다. (p. 287)

 

Ü 목차의 얼개가 중요한 이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도 바로 이것이다. 책 쓰기가 이리도 어렵구나. 그러나 한 번 책을 생산해 내고 나면 그 다음은 한결 쉽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든다. 어쨌든 다산은 매우 process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며 모든 것을 systemic한 관점에서 바라 본 사람이었다. 그래서 실학자라 부른다.

 

□ 나는 한 명이라도 죄 없는 자를 죽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뿐이다. 나는 무턱대고 살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정의 신하들이 여러 해 나를 섬겼으면서도 내 뜻을 알지 못하고 번번이 나더러 살리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니 이 말이 나는 제일 듣기 싫다.

 

이것은 정조식 층체판석이다. 과실치사와 살의를 신하들은 법 적용의 깊은 뜻은 헤아리지 않고 그저 성은이 망극하다고만 하니 몹시 서운하고 귀에 거슬린다고 했다. 흠흠신서에는 경우에 따라 미묘한 저울질을 요구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자주 등장한다. (p. 288)

 

Ü 상형고 초본의 발문 중에서. 의제자백을 면밀히 가른다. 정조는 법 앞에 평등한 것이다. 법 앞의 평등은 무엇인가. 법 앞에 모든 처지의 사람들이 평등한 것은 과연 옳은가. 무가치적이고 무조건적인 평등은 과연 평등인가.

 

골경신 骨鯁臣이라는 말이 있다. 고기를 먹다가 입에 걸리는 뼈나 목에 걸리는 생선가시같이 무슨 일이건 그냥 넘어가는 법 없이 바른 말을 하는 까슬까슬한 신하를 일컫는 말이다. (p. 289)

 

□ 층체판석을 마친 다산의 결론은 이렇다. 골경신이라는 말은 충직한 신하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적국에서 상대국의 목엣가시 같은 신하를 일컬어 쓴 말이다. (p. 290)

 

Ü 그의 존재 자체로 전쟁 억제력을 지닌 신하를 말하는 것이다. 사마 양저, 소진 등이 그러하고 춘신군, 맹상군, 평원군, 신릉군 등이 그러하다. 아킬레우스가 그러했고 헥토르가 그랬다.

 

□ 단계별로 분석해서 낱낱이 파헤쳐라. 층위를 따져 말을 섞지 마라. (p. 291)

 

본의본령 本意本領은 작업을 함에 있어 핵심가치를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p. 292)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것 하나 꼼꼼하게 문목을 세워 촉류방통하고 휘분류취하여 반복참정하고 잠심완색해서 종핵파즐하지 않은 것이 없다. (p. 298)

 

Ü 先定門目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문목, 즉 목차를 먼저 정하라는 말이다.

觸類旁通 비슷한 것끼리 엮어 옆에까지 통한다는 뜻이다.

彙分類聚 자료를 모아 분류한 다음 종류에 따라 다시 한데 묶어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反覆參訂 되풀이해서 다져보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다.

潛心玩索 마음을 온통 쏟아 음미하고 사색하는 것이다.

綜覈爬櫛은 복잡한 것을 종합하여 하나하나 살피고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고 헝클어진 머리칼을 빗질하듯 깔끔하게 정리해낸다는 뜻이다.

 

□ 다산이 생각한 본의와 본령은 삼엄한 건장궁의 천문만호를 일시에 열어젖혀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열쇠와 같은 것이었다. 이 열쇠가 없으면 아무리 해박한 식견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쓸모 없는 책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p. 300)

 

□ 임금께서 채제공에게 밀유를 내려 남인 중에 대간의 물망에 급히 올릴 만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권심언이 가장 급합니다. 한 차례 대관 추천에 한 사람을 넘지 않았으므로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나는 28명의 명단을 기록하고 그 집안과 과거의 종류 및 문학과 정사의 우열을 자세히 밝혀 바치면서 말했다. ‘ 28명이 다 시급합니다. 누구를 먼저 하고 나중으로 할지는 오로지 전하의 판단에 달린 것이오니 신은 감히 간여하지 못하겠나이다. (p. 301)

 

Ü 자찬묘지명 중에서. 이 일화는 다산의 체계화된 사고를 가장 잘 나타내어주는 예화다. 같은 사건이라도 다산의 접근 방식은 기존의 신하들의 접근 방식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런 것이 획기적이라는 것이겠다.

 

□ 임금이 원하는 것은 남인 가운데 유용한 인재의 명단이다. 이것이 이 질문의 본의요 본령이다. 정조는 다산의 뜻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여 몇 년 안에 이 28명을 다 거두어 썼다. (p. 301)

 

Ü 그 신하에 그 임금이로고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본령이 드러나지 않는다. 내 글과 남의 글을 뒤섞어도 안 된다. 계통을 세워 알맹이로 채워라. (p. 301)

 

6. 적용하고 실천하라

 

□ 강구실용 講究實用은 실제 유용한 공부를 하라는 말이다. (p. 305)

 

Ü 다산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

 

□ 언젠가부터 공부는 실제 국면과 별개로 유리되어 쓸모는 없이 고상한 체하는 그 무엇으로 변해버렸다. (p. 308)

 

Ü 공부는 실리와 이상 그 사이가 딱 좋다. 너무 실리를 좇으면 가볍다. 너무 이상만 좇아도 공허하다.

 

□ 다산이 가장 격분한 것은 이들의 학문이 현실의 삶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p. 310)

 

□ 헛똑똑이들이다.

하나마나한 허접스런 공부, 쓰나마나한 시답잖은 이야기. 대충 읽어보면 속내가 다 들여다보이는 한심한 글, 이런 것은 시간 낭비요 출판 공해일 뿐이다.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그 힘으로 남까지 감염시키는 공부를 하라고 했다. 세상의 꼭 필요로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p. 313)

 

Ü 나의 책 쓰기는 이와 같이 해야 한다.

 

□ 돈만 벌자고 하는 장사로는 돈도 벌지 못한다. 잿밥은 염불을 열심히 외울 때 저절로 생긴다. (P. 314)

 

채적명리 採適明理는 적합한 방법이나 적절한 예시를 채택하여 의미 또는 의의를 밝히는 것이다. (P. 315)

 

□ 다산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행간을 펼쳐 천지의 승강왕래하고 진퇴소장하는 이치를 완미하고 경계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p. 317)

 

□ 다산이 한번 중국에 다녀왔다면 학문이나 사고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나는 이 점을 늘 궁금하게 생각한다. (p. 322)

 

Ü 그래 다녀와야 한다. 지난 경험으로는 부족하다. 더 큰 경험과 견문을 위해 한번 더 다녀와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어디로든 언제든.

 

□ 성이 쉬이 무너지는 것은 그 배때기가 부르기 때문입니다. (p. 322)

 

□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양 대포로 무장해서 엄청난 화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 나라 조선은 지금도 여전히 백 보 밖에 과녁을 세워놓고 살촉도 없는 화살로 과녁을 맞히는 것으로 사람을 뽑아 절세의 묘기라고 칭찬하고 있으니 이래서야 유사시에 손 한번 써 볼 수 있겠는가. (p. 326)

 

Ü 이를 두고 선각이라 한다.

 

□ 탁상공론, 공리공담은 우리 모두의 적이요 국가의 해충이다. (p. 326)

 

□ 참작득수 參酌得髓는 다양한 자료를 참작하여 정수만을 가려 뽑는다는 뜻이다. (p. 327)

 

복잡하고 어수선한 상태의 자료를 살펴서 핵심만 추려내는 것이 참작득수법이다. (p. 328)

 

□ 안동답답, 융통성 없이 변할 줄 모르는 고지식한 안동 양반들의 답답함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p. 330)

 

□ 기존의 것을 현장의 필요와 결합시켜 장점만을 살려낸 참작득수의 실용주의가 이룩한 성과 (p. 337)

 

Ü 토목, 기계공학적 사고로 수원 화성 축조를 진두지휘했고 유형거와 기중가를 만들어 건축분야의 획기적 방법을 몰고 왔다. 진정한 격물치지의 경지라 생각한다.

 

하던 대로 하지 말고 나름대로 하고 되는 대로 하지 말고 제대로 해라. 무슨 일을 하든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해결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해결책은 이미 있는 것들 속에 숨어 있다. 엉뚱한 데서 기웃거리지 마라. (p. 338)

 

Ü 이거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면한 경영상의 문제도 풀 수 있을 것 같다. 외부의 시각이 필요하지 외부의 힘이 필요한 건 아니다. 들여다보자. 가만히. 잠심완색.

 

득당이취 得當移取는 남에게서 좋은 것을 얻어다가 내게로 옮겨오는 것이다. (p. 339)

 

□ 수없이 오간 그 많은 사신 중에서 우리나라의 이용후생에 보탬이 될 만한 물건을 하나라도 가지고 들어왔다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 1년이면 닳아 없어질 비단을 구하느라 100년에도 줄지 않는 은을 저들에게 내주는 것이다. (p. 340)

 

Ü 듣고 보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 공연히 일본 사람을 얕잡아보고 그들을 야만이라 헐뜯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자랑이 되고 보탬이 되겠는가?

 

Ü 순간에 지나고 말 거들먹거림으로 이 지경으로 떨어진 국운과 바꾸었다. 겸손하자.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에게도 가장 필요한 건 진정성 있는 겸손이다.

 

□ 막연하게 물어 볼 생각은 않고 오직 옛것에만 안주하니 어찌 이다지 게으른가? (p. 344)

 

Ü 기예론 중에서

 

□ 이렇게 하여 다산은 40근의 힘으로 2 5천 근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는 기계장치를 선보였다. 정조는 다산의 보고서를 받고 입이 딱 벌어졌다. 공사가 끝난 후 정조는 다행히 기중가를 사용하는 바람에 4만 냥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크게 기뻐했다. 지성의 위력, 학문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p. 349)

 

Ü 초를 치는 말이겠으나 18세기 유럽에서는 대형 빌딩과 교각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얼마나 뒤쳐진 지식수준인지 다산으로부터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을 뿐 네 것과 내 것은 없다. 부족한 것은 익히고 필요한 것은 배워라. 배우는 자리에서 체면을 따져서는 안 된다. (p. 349)

 

수정윤색 修正潤色은 부족한 것을 끊임없이 고치고 다듬어서 완성된 상태로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p. 350)

 

□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다면 죽은 사람이나 다를 것이 없다. (p. 353)

 

Ü 사기의 자객열전 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얼굴을 단장한다

 

□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 해도 산 사람이 부끄럽지 않아야 할 것이다. (p. 355)

Ü 사기, 조세가에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지만 이런 마음을 먹는 것이 옳다.(다산)

 

□ 여자는 고우나 미우나 궁궐에만 들어가면 질투한다 (p. 355)

Ü 추양전에 나온다. (다산)

 

□ 참외는 달지만 꼭지는 쓰다 (p. 355)

Ü 먼저 괴로움을 겪은 뒤에 복락을 누린다는 뜻이다. 또는 즐거움이 다하면 괴로운 근심이 이른다는 뜻으로도 쓴다. (다산)

 

□ 사흘 굶어 못할 짓 없다. (p. 355)

Ü 궁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 다산은 자신의 실제 글에서 여기 나오는 표현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p. 355)

 

총론을 제시하면 반드시 각론으로 나아갔고 설명이 미진하면 형식을 바꿔서라도 재론했다. 직설법으로 주장하다가 미진하면 비유를 써서 풀이했다. 실례를 들어 보이고 예외까지 상정해서 철저하게 논했다. (P. 360)

 

내게 들어오는 정보를 그냥 흘리면 안 된다. 갈래를 나눠 저장고에 비축하라. 스쳐지나가는 생각 하나가 책 한 권으로 자란다. 작은 메모 하나가 수정과 윤색을 반복하는 동안 큰 프로젝트로 변한다. 되새김질하며 거듭 음미하라. (p. 360)

 

7. 권위를 딛고 서라

 

□ 일반지도 一般至道는 한 차례 생각을 돌이켜 깨달음에 이른다는 말이다. 역경과 위기에 쉽게 침몰하는 대신 이를 기회로 돌릴 줄 알아야 한다. (p. 363)

 

Ü 고개 돌리니 그곳이 피안이더라.

 

□ 앞으로 뚱딴지 같은 말을 잔뜩 늘어놓아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켜놓고 느닷없이 본질로 찔러 들어가는 수법이다. 상식의 허를 찌르는 의외의 도입으로 독자를 흡인하는 것이다. (p. 365)

 

장자는 이미 깬 사람이다. 능히 오래 사는 것과 요절하는 것을 같게 보았으니 이는 환하게 깨달은 자다. 그래서 꿈꾸는 중에 또 꿈을 꾼다고 했다. 그럴진대 스스로 돌이켜 본 것을 살펴 또렷하다고 하고 깨었다고 하며 깨달았다고 하는 것은 모두 술에 절고 깊이 잠들었다는 증거일 뿐이다. 능히 스스로 취몽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혹 맨 정신으로 깨달을 기미가 있는 자인 셈이다. (p. 367)

 

Ü 그래 맞다. 잘난 사람은 절대 자신이 잘났다 하지 않지 않더냐. 뉴턴은 해변의 한 줌 모래알도 못 되는 지식을 가진 것이 사람이라 했다. 비트겐슈타인, 부처도 전지전능에 기암을 하고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자일 뿐이다.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온다. 그러니 괴로움이란 즐거움의 뿌리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온다. 따라서 즐거움이란 괴로움의 씨앗이다.

이는 마치 경수창의 상평법이 값이 싸면 비싸게 사들이고 비싸면 싸게 팔아서 언제나 값이 일정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이 괴로움과 즐거움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p. 369)

 

Ü 우후 이중협을 증별하는 시첩의 서문 중에서. 마음의 홍심을 지르는 이 철학은 무엇인가.

 

□ 괴로움과 즐거움의 평균치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의 처신이라고 했다. (p. 369)

 

Ü 이건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조합한 철학이다. 스토아와 에피쿠로스를 조합한 철학이다. 헤겔의 변증법적 철학이 울고 갈 사유다. 유물론에 기반한 마르크스가 유산자에 대한 무산자의 투쟁을 즐거움과 괴로움으로 풀이한 절묘한 철학이다.

 

□ 금강산으로 유람을 떠나는 벗들에게 금강산의 나쁜 점을 잔뜩 늘어놓고 산에서 탐욕을 기르지 말고 심신을 기르라고 충고한 금강산을 유람하러 가는 교리 심규로와 한림 이중련을 전송하는 서문 같은 글도 역발상이다. (P. 372)

 

Ü 이 글은 꼭 찾아 읽어 보아야겠다.

 

듣고 나면 당연한데 듣기 전에는 미처 그런 줄 몰랐던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 들을 때는 그럴그럴 듯 듣고 나면 더 혼란스러운 것은 괴상한 것이다. 이 둘을 혼동하면 안 된다. 깨달음은 평범한 것 속에 숨어 있다. 그것을 읽어내는 안목을 길러라. (p. 373)

 

불포견발 不抱甄拔은 포기하지 않고 굳세게 나아가는 것이다. 옳다는 확신이 서면 어떤 권위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다. (p. 374)

 

□ 한나라 유자들이 경전을 앞에 두고 고심한 것이나 지금 자신이 경전을 앞에 두고 고심하는 것이나 기본조건에서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들은 놀고 즐기며 경전을 공부했고 자신은 오로지 여기에만 온전하게 몰두했으니 그 점에서는 자신이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 것이다. (p. 376)

 

Ü 그들도 인간이고 다산도 인간이다.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큰 지는 모르겠으나 다산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부심 가져도 된다. 18세기 조선의 지식인들이 자랑스러워 진다. 다산, 완당, 연암

 

공부는 의문에서 시작되고 의문이 있어야 질문이 생긴다. 질문을 위한 질문을 억지로 만드는 것은 문제지만 자기 생각 없이 그저 경전의 가르침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었다. (p. 382)

 

Ü 지적 자립은 있는 대로 모든 것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데서 시작된다. 앞선 지식들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으나 모두 긍정하는 것보다는 낫다.

 

무릇 한 가지 소원이 있으면 한 사람을 목표로 정해 반드시 그와 나란해지는 것을 기약한 뒤에 그만두어야 하니 이것이 용의 덕이 하는 바다. (p. 383)

 

Ü 학유에게 노자 삼아 준 가계 중에서. 높은 지식을 원하면 높은 지식을 가졌던 사람의 사유를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철학은 그것들을 모두 이해한 다음이다.

 

어렵다고 포기하지 마라. 권위에 압도되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굳게 붙들어 뿌리를 뽑아라. 그저 주저 물러앉아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시키는 대로 하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만 해서는 끝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입장을 세우고 견해를 가져라 (p. 384)

 

독후엄정 篤厚嚴正은 도탑고도 엄정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말의 무게는 겉꾸밈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듣는 이를 압도하는 묵중함은 평소에 쌓아온 온죽의 힘에서 비롯된다. (p. 385)

 

□ 공부를 놓아두고라도 우선 몸가짐을 바로 하는 공부에 힘써서 마치 쇳덩어리산이 우뚝 서 있는 것처럼 고요히 앉아 있는 것을 익히도록 해라. (p. 386)

 

Ü 두 아들에게 보여주는 가계 중에서. 그와 같은 의젓함. 신과 함께 있다는 인디언과 같은 의젓함.

 

□ 바른 몸가짐으로 드러나는 위의 威儀가 있어야 사람들은 그의 말에서 힘을 느낀다. 위의가 학문의 깊은 의리에 앞서는 까닭이다.

 

斷指 (p. 388)

 

Ü 백범의 아버지는 할머니의 임종 전에 단지하여 피를 빨렸다. 백범 또한 아버지의 임종 직전에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 내어 아버지에게 먹였다.

 

□ 공공연한 묵계에 의한 사회적 살인에 가까운 것이 열녀문제, 다산은 이러한 현실에 분개했다. (p. 390)

 

□ 세상일은 좋은 게 좋은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은 거짓 (p. 391)

 

Ü 좋은 게 좋다가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되었다. 모두 인정들 하시고 계신건지

 

□ 남편이 죽었다고 따라 죽는 아내는 소견이 좁은 여자일 뿐 열부일 수 없다. (p. 393)

 

Ü 그랬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았을 사회였다. 이 실소를 금치 못할 해프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미개한 것은 글과 인륜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제 행동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못 본 듯이 지나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잣대를 똑바로 들이대서 내 목소리를 올바로 내야 한다. 좌고우면 이리저리 눈치보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람 좋다는 소리나 들으려거든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p. 396)

 

Ü 우물쭈물 하다가 나 이럴 줄 알았지

 

대조변벽 對照辨白은 이것과 저것을 대조하고 꼼꼼히 살펴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누가 봐도 옳고 언제 봐도 틀린 것은 별로 없다. 항상 사이와 중간이 문제다. (p. 397)

 

Ü 모든 사태, 사건에서 5:5의 고민이 우리는 괴롭히는 것이다.

 

□ 현상의 안쪽에 숨은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필요하다. (p. 398)

 

본다는 뜻의 글자에는 , , ,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은 눈을 뜨고 있으니 보이는 것이다. 영어로는 see쯤 된다. 은 먼 데 있는 물체를 눈 위에 손을 얹고 보는 것이다. look이다. 는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뭔가? 하고 살펴보는 것이다. Watch에 해당한다.

각각 글자가 만들어진 뿌리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겨났다. 그래서 살핀다는 말을 쓸 때는 관찰한다거나 시찰한다고 하지 견찰이나 간찰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그냥 보고 지나치는 것은 간과라 하지 觀過라고는 하지 않는다. 관점이나 시점이라는 말은 있어도 견점이나 간점은 없다.

 

생각만 해도 그렇다. , , , 가 모두 생각이다. 생각은 생각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이다. 념은 지금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머금다 에서 나왔다. 마음속에 머금고 있는 생각인 셈이다. 상은 , 즉 이미지로 떠오르는 생각이다. 사는 머리를 따져 하는 생각이고 려는 짓누르는 생각이다. 그러니 떠오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면 염두가 되고 그 생각이 바람이 될 때 염원이라 한다. 이것과 연계하여 저것이 떠오르는 것은 연상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상과 꿈 같은 몽상도 있다. 떠오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상념이다. 따져 생각하고 살피는 것은 사고다. 이런 생각이 구체적인 형상을 갖추면 그것은 사상이라 한다. 그러니 사고는 괜찮지만 염고나 상고는 안 된다. 마음 속을 짓누르는 생각이 심려고 근심스러운 생각은 우려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 근심은 염려다. 깊이 따져서 곰곰히 생각하는 사람을 사려가 깊다고 한다. (p. 399~400)

 

Ü 또 한 수 배운다.

 

□ 새도 제 새끼를 위할 줄 아는데 나라가 제 백성을 위할 줄 모른대서야 말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P. 402)

 

Ü 이제는 사막화 되지 않았는가. 국가의 존재가치는 위민이 아니라 세금 착취에 기반한다.

 

□ 다산은 이렇듯 양반계층의 무능과 위선에 대해 깊은 분노를 느꼈다. (p. 403)

 

□ 그들은 이익을 위해 패거리짓고 하는 일 없이 백성들을 등쳐먹는 도둑놈들이라고 했다. (p. 404)

 

Ü 오늘날 돈에 혈안이 된 재벌들이다.  없는 놈이 그러면 말도 안 한다.

 

□ 비교와 대조의 과정에서 의미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효과, 대조변백. 일종의 지상매회 指桑罵 격으로 손가락으로는 뽕나무를 가리켜 주의를 그쪽으로 끌어서 방심하게 해 놓고 느닷없이 회나무에다 욕을 퍼붓는 방식이다. (p. 405)

 

□ 덮어놓고 앞선 기록을 믿어선 안 된다. (p. 408)

 

허명공평 虛明公平은 마음을 텅 비워 다른 속셈이나 전체를 깔지 않고 과제를 탐구하는 태도를 말한다. 다산은 학문에 신성불가침은 없다고 생각했다. (p. 409)

 

□ 공부는 맹목적인 추종과 타협을 거부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p. 411)

 

Ü 공부에 극단적인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 퇴계의 이기는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을 가리키는 협의의 개념이었고 율곡의 이기는 사물의 근본법칙인 형이상과 사물의 형질인 형이하를 가리키는 광의의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p. 413)

 

Ü 나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를 서양 철학사에 빗대면 퇴계는 조금은 플라톤적이고 율곡은 초기의 파르메니데스의 존재론에 가까운 것 같다. 아님 말고

 

□ 인조의 둘째아들인 효종이 죽자 그 계모인 자의대비가 1년복을 입어야 하는가 3년복을 입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촉발된 예송논쟁은 예의 적용을 둘러싸고 당파의 명운을 걸고 벌어진 피비린내나는 전투였다. (p. 415)

 

Ü 왜 그리 집착했을까. 예의 상례는 핑계였을 게다. 그리 믿고 싶다. 만약 표면적인 예의를 놓고 싸웠다면 너무 슬픈 일이 될 터이다.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을 비우고 입을 다물고 고요 속에 침잠하면 눈이 밝아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그리하여 외물이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역경이 내 정신을 침식하지 못한다.

다산은 말한다. 텅빈 마음을 돌아 나와 긴 울림을 주는 진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p. 419)

 

Ü 禪定에 든다.

 

8. 과정을 단축하라

 

분수득의 分授得宜는 작업을 진행할 때 역량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p. 423)

 

□ 사람은 저마다 역량의 차이가 있다. 잘하는 일이 있고 못하는 일이 있다. (p. 425)

 

Ü 사기열전에는 맹상군은 신분이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자신과 똑같이 대우해 주었다. 고 전하고 있다. 그는 그런 너그러움 속에 사람의 진가를 알아보는 면모가 있었다.

 

□ 훌륭한 조직은 리더의 탁월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구성원간의 단단한 팀워크를 통해 만들어진다. 팀워크의 힘은 리더가 없을 때 단박에 드러난다. (p. 425)

 

Ü 리더가 없을 때 팀원들이 그 리더의 귀환을 바랄 때 그는 리더십이 있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 한 사람이 이것저것 다 잘할 수 없다. 어느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자신의 장점을 파악하여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공연히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 (p. 427)

 

Ü 이 책 하나로 유명해지리라. 했던 이가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

 

정과실천 定課實踐은 매일 일정한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나가는 것이다. (p. 433)

 

□ 저는 근자에 퇴계 선생의 유집을 얻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음미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기운이 편안해지고 뜻과 생각이 차분해져서 피와 살과 근육이 모두 안정되고 가라앉아 지금까지 조급하게 날뛰던 기운이 점점 내려갑니다. (p. 434)

 

□ 옛사람들의 독서는 다독이 기본인데 흔히 생각하듯 여러 종류의 책을 많이 읽는 다독이 아니라 한 종류의 책을 되풀이해 읽는 다독이었다. 讀書百篇義自見, 즉 책을 백 번 읽으면 의미가 저절로 드러난다는 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p. 438)

 

책의 향기를 맡고 먹의 맛을 맛보라고 누각 이름을 서향묵미각 書香墨味閣이라고 붙였다. (p. 439)

 

Ü 오 멋진 이름

 

□ 그냥 가르치기만 한 것이 아니고 의심스러운 곳을 반드시 선후맥락을 갖춰 질문하게 했다. (p. 443)

 

Ü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어째서 질문이 없느냐?  과제를 다 알고 있는 것이냐?   

지난 번 수업 수준 만족스럽지 않았다. 고민의 정도가 그 정도에 그치면 나아지지 않는다.

시간을 내어 이 과제를 늘 생각해라. 올해 안에 위의 숙제가 명료 해야한다. 그래야 내년부터 너희들이 선택한 책으로 돌입할 수 있다. 스스로 깊어지지 않으면 도와 줄 수 없다.  작가는 자신의 짐을 스스로 져야 한다. 질문이 명료하지 않으면 선생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우물거리지 마라.

 

□ 목표를 세워 전체 규모를 장악해야 한다. 목표는 하루단위로 쪼개 확실하게 실천해라. (p. 444)

 

포름부절 抱廩不絶은 계속되는 토론을 통해 문제를 심화하고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거듭하는 동안 문제가 더욱 선명해지고 정리가 요령을 얻으며 논리에 힘이 붙는다. (p. 445)

 

□ 독단에 빠지지 않으려면 남에게 비판을 요구하라. 작업의 효율을 높이려면 중간중간 방향을 점검하라. 다른 사람의 의견에 비춰볼 때 안 보이던 문제들이 드러나고 토론의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분명해진다. 남의 말에 귀를 막고 있으면 발전은 없다. (p. 454)

 

Ü 들어라. 세상을 모두 듣지 못한다면 니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도 성심을 다해 들어라. 듣는다는 것은 우주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왜소하건 크건 상관하지 마라. 우주는 모두 우주다.

 

어망득홍 漁網得鴻은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둔 그물에 기러기가 걸린다는 말이다. (p. 455)

 

Ü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생각들이 연이어 터져 나올 수 있다. 그 때를 놓치지 말고 잡아라.

 

□ 비유컨대 기기나 법기가 기아를 한번 치면 온갖 기묘한 것이 일제히 드러나지만 바꿀 수 없는 진실한 이치는 그 속에 깃들어 있는 것과 같아서 진실로 즐거워할 만하였다. (p. 458)

 

모든 자료는 방향과 시각을 바꿔 보면 모두 새롭다. 어느 것이고 전인미답의 경지 아닌 것이 없다. (p. 460)

 

Ü material, 생산해내는 자의 시각에 따라 진주가 될 수 있다.

 

궁리가 어두워 억지로 밝혀서 타파하기 어려울 경우가 있지요. 이럴 때는 마땅히 이 한 가지 일은 놓아두고 따로 다른 일에 나아가 궁구하십시오. 이처럼 이리저리 궁구하고 오래도록 깊이 살피면 마음이 저절로 밝아져서 의리가 실지가 점차 눈앞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때 다시 지난번에 궁구하다가 얻지 못한 것을 향해 생각을 일으켜 꼼꼼히 생각하고 미루어 살펴보아, 이미 궁구하여 얻은 이치와 더불어 맞춰보고 비추어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앞서 궁구하지 못했던 것까지 한꺼번에 서로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궁리의 활법입니다. (p. 462)

 

Ü 이황, 이숙헌에게 답한 별지 중에서. 집착하여 밤낮 생각해도 안 될 때는 과감히 생각을 버리라. 버리고 난 다음 다시 궁구하라. 늦지 않다.

 

끊임없이 초서하고 쉬지 말고 정리하라. 정보를 장악해야 한다. 자료에 끌려다니지 말고 자료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야 한다. (p. 465)

 

Ü 정민 선생은 자료에 대해 자주적이다. 그의 생각과 의도대로 자료를 가지고 와 붙이고 때며 거일반삼한다. 

 

조례최중 條例最重은 일을 진행할 때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의 성격과 특성을 명확히 파악해 거기에 맞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p. 466)

 

: 자신의 주장이나 견해를 편 것.

: 경전의 의미를 풀이하고 해설한 것.

: 산만하고 복잡한 자료를 편집하여 질서를 부여한 것.

: 여러 사람의 견해나 흩어진 자료를 한데 모아 정리한 것.

編次 : 주제별로 엮어 차례를 매긴 것. (p. 470)

 

Ü 다산의 기준이다. 명징하다.

 

질문은 단순할수록 좋다. 그래야 공격목표가 명확해진다. 처음에 터를 잘 다져놓고 출발하면 진행이 빠르다. 그냥 마구잡이식으로 하면 중반 이후에 뒤죽박죽되어 마침내는 엉망진창이 된다. (p. 477)

 

Ü 이번 주 과제는 부담이다. 내 책의 얼개를 모두 짜서 연결시켜야 한다. 서문도 써야 한다. 다산의 교훈을 한껏 적용하자.

 

9. 정취를 깃들여라

 

성의병심 誠意秉心은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 마음을 다잡아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p. 481)

 

□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1.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2.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3.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p. 482)

 

Ü 제자 황상에게 다산이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아 그 세계가 멋지구나. 나 또한 명심한다.

 

□ 스스로 제자 중에서 너를 얻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 기뻐한다. (p. 489)

 

Ü 좋은 제자를 만나면 스승의 마음은 이럴 것이다.

 

□ 열다섯 살 소년으로 처음 만난 스승을 쉰을 눈앞에 둔 중늙은이가 되어 다시 만났다. 삭정이처럼 여윈 채 목숨이 사위어가는 스승에게 절을 올리는데 굵은 회한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떨어지지 않았겠는가. (p. 491)

 

□ 다산 사후 10년 뒤, 다시 만난 아들과 제자는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그 두터운 뜻이 느꺼워 다 늙어 떨리는 손을 아버지의 부채 위에 아들은 감사의 시를 써주었다. 이것이 바로 정황계첩 丁黃戒牒이다. (p. 492)

 

Ü 드라마가 계속된다. 각본이 있을리 만무하다. 멋지다.

 

□ 이것이 전설적인 과골삼천 踝骨三穿의 고사다. 다산은 늘 돌부처러럼 앉아 저술에만 힘쓰다 보니 방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뚫렸다. (p. 493)

 

Ü 엽기적 우둔함이다.

 

□ 추사 김정희도 유배에서 풀려나 뭍에 오른 그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황상의 집이었다. (p. 494)

 

뼈가 세 번 구멍나고 벼루가 여러 개 밑창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랴. 공부해서 무엇에 쓰겠느냐고 묻지 마라. 공부는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어 하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책을 안 읽고 무슨 일을 하겠느냐? 백 년도 못 되는 인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살다 간 보람을 어디서 찾겠느냐? (p. 495)

 

Ü 나 힘들다 엄살 부리지 말자. 이마저도 힘들지 않으면 무슨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냐. 처음 마음 먹었을 때를 기억하라.

 

득승양성 得勝養性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 노닐며 성품을 기른 것이다. (p. 496)

 

□ 이건 폭우가 쏟아질 조짐일세, 자네들 세검정에 가보지 않으려나? 만약 내켜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벌주 열 병을 한 차례 갖추어 내는 걸세. 모두들 이렇게 말했다. 여부가 있겠나! (p. 497)

 

Ü ! 그 사람에 그 친구다. 멋지구나.

 

행간 깊게 들린다. 깨어 있어라. 맥락을 넘겨짚는 안목을 길러라. 떠난 기차는 붙들 수가 없고 가버린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뒤늦게 헐레벌떡 달려오면 좋은 구경도 못하고 웃음거리만 된다. (p. 499)

 

Ü 살아 있음의 유한성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면 저 푸른 하늘, 붉은 산을 아니 품을 수 없을 터

 

산에 들어서자 초목이 울창하고 산속에 온갖 꽃이 활짝 피어 그 꽃다운 향기가 매우 짙었다. 또 온갖 새들이 화답하며 우는데 그 소리는 맑고도 매끄러웠다. 가다가는 듣고 듣다가는 가면서 서로 돌아보며 모두들 즐거워하였다. 절에 이르러 술 한잔에 시 한 수를 읊조리며 하루해를 보냈다. (p. 500)

 

Ü ~! 이리도 멋질 수가. 뻑이 간다. 이건 인용해서 쓰자.

 

때가 마침 봄과 여름의 어름이었다. 초목에는 여린 잎이 막 나서 짙은 것은 초록색 같고 옅은 것은 꾀꼬리색 같았다. 못물은 짙은 검은 빛도 있고 맑은 녹색도 있었다. (p. 502)

 

묏부리는 가리어졌다가 다시 나타나곤 해서 갖가지로 기묘했다. 빨리 몰 적에는 봉우리가 마치 병풍처럼 늘어섰다가 순식간에 변하여 뾰족하고 날카로운 봉우리끝으로 변하니 우뚝 솟아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 (p. 503)

 

Ü 이건 인용하자.

 

□ 문리가 터진다는 말은 사물의 행간을 읽고 맥락을 소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공부는 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천지 만물이 모두 책이다. 이 살아 생동하는 텍스트를 읽지 못하고 고작 벌레 먹은 옛 책을 외우는 것만 독서로 여긴대서야 공부의 보람이 참 무색하다. (p. 504)

 

Ü 사람공부, 인생공부, 글공부, 책공부, 관계공부, 노는 것도 공부.

 

□ 조물주는 한 해를 하나의 교향곡으로 삼아 4악장의 계절로 나눠 연주한다. 다산의 멋진 생각이다. (p. 506)

 

자연을 찾아 시를 지으며 노니는 것은 조물주의 한 해 연주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것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종의 예외다. (p. 507)

 

Ü 저자는 저자의 책 한시미학산책에서 자연을 노래한 시 하나를 소개했었다.

 

백로 하나 버들 뿌리 밟고 서 있고

백로 하나 물속에 그냥 서 있네

산허리 짙푸르고 하늘은 캄캄한데

무수한 백로들이 번드쳐 날아간다.

아이가 소를 타고 시내를 첨벙대자

시냇물 건너편에 무지개가 오르누나.

 

소 탄 아이의 첨벙대는 물장난이 백로를 놀래 깨웠고 백로의 비상이 날을 개게 하고 무지개를 띄웠다. 자연이 인간과 만나 하나로 교감하는 현장이다. 왕국유의 말을 빌리면 불격(不隔), 즉 틈이 없다.

 

일상득취 日常得趣는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린다는 말이다. (p. 508)

 

□ 다산은 다산팔경을 정하고 다산팔경사를 지었다. 불장소도 : 담장을 스치는 작은 복숭아나무, 박렴낭서 : 주렴에 부딪히는 버들 솜, 난일문치 : 따뜻한 봄날 들려오는 꿩 울음소리, 세우사어 : 보슬비 속에 물고기 밥주기, 풍전금석 : 단풍나무 뿌리로 칭칭 감긴 비단바위, 국조방지 : 네모난 연못에 비친 국화, 일오죽취 : 대나무가 푸른 언덕, 만학송도 : 골짝으로 불어오는 파도소리 같은 솔바람 가 다산이 꼽은 이곳의 여덟가지 풍경이다.

 

Ü 다산은 골방의 선비가 아니었구나. 이런 풍광을 나도 하나 만들어보아야겠다. 나선팔경을 선정해서 나선팔경사를 지어보아야겠다.

 

□ 산살림 일이 없어 번잡하지 않으니

주리고 병들어도 시냇가 지켜 산다.

소옹의 역 평을 내다 혼자 가만 웃어보고

높은 소리 노래 대신 도연명 시 낭독한다.

뜨락에 달이 떠서 밤 깊어 산보하니

바람일자 저 멀리 바다물결 보이누나.

부끄럽다. 저서가 300권이라 하니

너무 많다. 군자는 많아서는 안 되느니. (p. 516~517)

 

땅을 고를 때는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강과 산이 어우러진 곳은 시내와 산이 어우러진 곳만은 못하다. 골짜기 입구에는 깍아지른 절벽에 기우뚱한 바위가 있어야 한다. 조금 더 들어가면 시계가 환하게 열리면서 눈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 이런 곳이라야 福地.

방에는 산수화를 붙인다. 벽에 짧은 시도 써둔다. 서가에는 천삼사백 권의 책을 꽂도록 한다. (p. 517)

 

Ü 다산의 풍수지리 강의다. 골짜기를 좋아하고 조그만 바위도 있어야 한다. View, 조망은 필수다. 방안에는 공부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 멋진 풍경의 그림은 공부하다 감상하는 것으로 하고 시는 생의 정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많은 책들은 그 방에 모두 둔다. . 멋지다.

 

□ 생활 속에 운치를 깃들이는 일, 그를 통해 삶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은 몸은 비록 티끌 세상에 묶여 있어도 마음은 훨훨 자유로운 경계 속에 노닐게 하는 일이다. (p. 520)

 

Ü 이건 유배 생활이 아니라 20년 간 긴 안식의 기간이다. 조선의 유배제도는 전 세계 양형 제도 중 가장 멋지고 인간적이고 사회지향적 제도다.

 

담화시기 談話視機는 일상의 대화나 주고받는 글 속에 번쩍이는 깨달음을 드러내 보인다는 말이다. (p. 521)

 

□ 한 차례 배불러 살이 찌고 한 번 굶어 수척한 것을 일러 천한 짐승이라 한다. 안목이 짧은 사람은 오늘 뜻 같지 않은 일이 있으면 낙담하여 눈물을 줄줄 흘리고 내일 뜻에 맞는 일이 있게 되면 생글거리며 얼굴을 편다. 일체의 근심과 기쁨, 즐거움과 분노,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 모두 아침저녁으로 변한다. 달관한 사람이 이를 보면 비웃지 않겠느냐? (p. 522)

 

Ü 학유에게 노자 삼아 준 가계 중에서. 이 책에서 다산은 또한 말한다.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온다. 그러니 괴로움이란 즐거움의 뿌리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온다. 따라서 즐거움이란 괴로움의 씨앗이다.

이는 마치 경수창의 상평법이 값이 싸면 비싸게 사들이고 비싸면 싸게 팔아서 언제나 값이 일정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이 괴로움과 즐거움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 이제 공은 우뚝하게 이 몇 가지 호에 더하여 무호라는 호를 지었습니다. 공은 비록 이름을 피하려 했지만 이름이 더욱 따르게 될 것입니다. 이름을 좋아한 사실은 없고 겉으로 이름을 피한다는 명분만 가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p. 525)

 

Ü 이거 굉장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나에게도 분명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거다. 나는 애써 아닌 척 하지만 속으로 바라마지 않는 일들은 상대방이나 나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다 안다고 생각해 보라. 아찔하다.

 

寸鐵殺人, 頂門一鍼 하는 한 마디 말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제압하는 남다른 솜씨가 있었다. (p. 525)

 

캄캄한 땅속에서 그대 능히 이 술을 마실 수 있겠는가? 그대가 예전 세상에 있을 때도 또한 하찮은 이끗을 다투고 티끌의 재물을 긁어 모으느라 눈썹을 치켜 눈을 부릅뜨고 애써 힘 쏟으며 다만 힘껏 굳게 움켜쥐려고만 했겠지? 또한 일찍이 저와 비슷한 무리들 좋아하고 육욕에 불타며 음란한 욕정이 솟아올라 좋은 고장 따스한 보금자리에서 파묻혀 지내느라 하늘과 땅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것은 아닌가? 또한 제 집안을 믿고 건방을 떨어 남을 무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으르렁거리며 스스로를 높이지는 않았던가? (p. 526)

 

Ü 다산의 불교적 세계관에 도교적 무위를 가장 잘 나타낸 문장이다. 멋지다. 표현

 

□ 천년 뒤까지 아름다운 명성이 남는 것 그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p. 527)

 

토지를 믿는 것은 창기의 정절을 믿는 것과 다름 없다. 부자는 밭두렁이 드넓게 이어지면 반드시 뜻에 차서 기운을 돋워 베개를 높이 하고 자손을 보며 말할 것이다. ‘만세의 터전을 내가 너희에게 준다하지만 진시황 당시에 호해에게 전할 때도 이에 그치지 않았음은 알지 못한다. 이 일이 어찌 믿을 만한 것이겠는가? (p. 527~528)

 

Ü 윤종심을 위해 준 말 중에서. 촌철살인에 정문일침이다.

 

□ 양식이 생기면 먹을 이 없고

아들이 많으면 배고파 걱정

높은 관리 대부분 멍청이이고

재주꾼은 재주를 베풀 데 없네

온전한 복 갖춘 집 많지가 않고

지극한 도리는 늘 더디다네

구두쇠 아비엔 방탕한 자식

아내가 똑똑하면 신랑은 바보

보름달은 번번이 구름 가리고

꽃 피면 바람이 불어 떨구네

사물마다 모두 다 이와 같거니

혼자 웃음 아무도 아는 이 없네 (p. 528~529)

 

Ü 다산 버전의 머피의 법칙이다. 저자의 책 한시미학산책에서 머피의 법칙에 준하는 시구가 있어 인용한다.

 

인간의 잗단 일들 언제나 들쭉날쭉

일마다 어그려져 마땅한 구석 없네.

젊을 땐 집 가난해 아내가 늘 구박하고

늙어 녹이 후해지자 기생이 따르누나.

주룩주룩 비 오는 날 놀러 갈 약속 있고

개었을 땐 언제나 할 일 없어 앉아 있다.

배불러 상 물리면 좋은 고기 생기고

목 헐어 못 마실 때 술자리 벌어지네.

귀한 물건 싸게 팔자 물건 값이 올라가고

묵은 병 낫고 나니 이웃집이 의원이라.

자질구레 맞지 않음 오히려 이 같으니

양주 땅 학 탄 신선 어이 기약하리오.

□ 몸에 이런저런 병이 많아 잠이 자꾸 줄어든다. 잠깨어 일어나면 밤은 아직 깊었다. 서울 생각, 두고 온 가족들, 알 수 없는 미래, 이런 것들이 천리 밖 유배객의 내면을 할퀴고 지나갔겠지. (p. 530)

 

Ü 이 고요와 그의 심정을 헤아려보자. 그윽해진다.

 

흐물흐물 녹고 말 육신의 쾌락 말고 하얗게 정신의 뼈대를 세워라 (p. 531)

 

속중득운 俗中得韻은 학문 외적인 일에 있어서도 공부의 방법을 미루어 속되지 않은 격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p. 532)

 

부모봉양도 도외시하고 온 집안 식구를 괴롭히며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도 갖추지 못하면서 저만 좋자고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인의를 말하고 효제를 논한다면 이것보다 가증스러운 일이 없다. (p. 533)

 

Ü 가족이 천대받는 지경에 이르게 하는 가장은 큰 죄악이다.

 

□ 우복동은 속리산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의 유토피아다. (p. 540)

 

□ 오늘은 월계의 못에서 고기 잡고 내일은 석호의 물굽이에서 낚시질을 한다. 또 그 다음 날은 문암의 여울에서 고기 잡는다. 바람을 맞으며 밥 먹고 물 위에서 잠자며 둥실둥실 마치 물결 위의 오리같이 떠다닌다. 때때로 단가와 짧은 시를 지어 혼자 기구하고 적막한 정회를 펼친다. 이것이 나의 소원이다. (p. 540)

 

Ü 젊은 다산의 호연지기다. 무위자연이다.

 

경제를 생각하되 운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 (p. 542)

 

10.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비민보세 裨民補世는 백성의 삶에 도움을 주고 세상을 바로잡는 데 보탬이 된다는 말이다. (p. 545)

 

□ 비민보세의 초심을 벗어나면서 학문이 왜곡되고 세상길이 어긋나게 되었다고 그는 믿었다. 자기과시의 현학 취미, 자기만족을 위한 공부, 상아탑의 엄숙주의, 이런 것들을 다산은 깊이 혐오했다. (p. 546)

 

□ 우리나라는 문학을 숭상하여 백성의 근심을 살피는 데 주밀하지 못한 바가 있다. 높은 명망을 지닌 사람은 몸을 마치도록 관각에만 있고 일찍이 하루도 백성을 다스리지 않는다. 폐속일 뿐 좋은 법은 아니다. (p. 547)

 

Ü 이 땅의 관급 관리를 일갈한다. 모든 불합리는 다산 앞에서 옷을 벗는다. 오늘날도 이와 다르지 않으니 다산이 다시 생환할 일이다.

진보를 반대한다. 이제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자. 재각기 제 자유를 찾을 수 있도록 실패를 수용해주자. 개인의 실패가 사회적 실패로 연결되지 않도록 감싸주자. 있는자는 없는 자를 무시하지 않으며 없는 자는 있는 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너보다 더 잘하려 애쓰는 경쟁이 사라진 공동체, 더 나아가려는 진보의 욕심을 내려놓은 사회 그리고 인간, 그것이 곧 진보다.

 

쑥을 캐서 죽을 쑤어먹는 유랑민들 마른 모를 뽑아버리며 통곡하는 농부, 자식을 하나 죽여서라도 비나 쏟아졌으면 하는 쑥대머리 아낙, 겨 반 모래 반의 보리죽으로 연명하는 백성들, 자식 둘을 길에다 내버리고 달아난 어미, 이 피눈물 나는 정경 (p. 549)

 

Ü 위민하는 자는 이 광경을 잊어서는 안 된다.

 

파리야 날아와라. 울고만 있지 말고 부모처자 함께 와서 한바탕 배를 채워 유감이나 없게 하렴. 네 옛집 살펴보니 쑥대만 가득하고 벽과 시렁 무너지고 문짝도 기울었다. (p. 551)

 

네 시체 살펴보니 두둑 위에 가로놓여 입은 옷 하나 없이 멍석에 둘렀구나. 장마 오고 날이 찌자 이물로 변하여서 파먹으며 꾸물꾸물 어지러이 꿈틀댄다. 갈비뼈에 넘쳐나고 콧구멍에 가득하다. (p. 552)

 

파리야 날이오되 넋은 돌아오지 마라. 아무것도 모른 채 늘 어두움 축하한다. 죽어서도 재앙 남아 형제에게 미치어서 6월에도 세금독촉 아전들 문을 친다. (p. 552)

 

Ü 참혹한 가뭄의 이듬해인 1810년에 파리떼가 극성이었다. 하지만 다산은 이 파리들은 지난해 극심한 가뭄과 혹한에 굶주려 죽은 자의 시체에서 나온 구더기가 변한 것으로 오히려 음식을 먹여야 하는 파리라고 하며 파리를 조문하는 글을 짓는다. (저자)

 

□ 다산이 볼 째 백성들의 삶은 삶이랄 것도 없는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일 뿐이었다. 희망을 잃고 윤리도 체면도 없이 악만 남은 존재였다. (p. 553)

 

□ 쓰르라미는 세상길이 쓰리다고 우는데 속도 없는 연꽃이 곱게도 피어났다. (p. 555)

 

Ü 이 역설 같은 사태를 우리는 목도한다. 우리 삶도 이와 같이 온갖 역설이 뒤엉킨 세계다.

 

□ 제 몸만 아끼고 제 식솔만 챙기는 공부는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다. (p. 555)

 

Ü 아픈 일침이다. 새긴다.

 

간난불최 艱難不摧는 어떤 역경과 시련에도 꺾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p. 556)

 

□ 내가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진실로 또한 큰 일이긴 하다. 하지만 죽고 사는 일에 견준다면 하찮은 일이다. 사람이란 때로 생선을 버리고 곰발바닥을 취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하물며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하는 사소한 일로 문득 남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동정을 구걸한다면 만에 하나 국경에 난리가 일어나면 임금을 저버리고 오랑캐에 투항하지 않을 자가 능히 몇이나 되겠느냐? (p. 558)

 

Ü 그렇다. 모든 일을 죽고 사는 일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사소한 일에 경거망동 하지 마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이 있고 위기 앞에 그냥 주저앉고 마는 사람이 있다. 평상시에는 비슷비슷해 보여도 위기 앞에 섰을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다산의 위기관리 능력은 탁월했다. 남 탓을 하는 대신 자신을 성찰했다. 백척간두 건곤일척의 위기상황을 그는 오히려 자기발전의 계기로 역전시켰다. (p. 562)

 

Ü 나 위기에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내가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던가. 여우, 도깨비에 홀렸던 겐가. 아니면 해신이 부르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대의 집과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초천에 있는데 어찌 또한 그 근본으로 돌아가질 않는가? 그러자 이른바 나라는 사람은 멍하니 움직이지 않고서 무어라 대꾸할 줄을 몰랐다. 그 낯빛을 보니 마치 붙들려 머뭇대는 것 같았고 좇아 돌아가고자 하나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마침내 붙들어 이와 더불어 함께 살았다. (p. 563)

 

Ü 자신을 어느 날 골목에서 서로 맞닦뜨렸을 때 이런 느낌이지 않겠는가.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융이라는 사내가 생각난다.

 

나는 너희들에게 전원을 남겨줄 만한 벼슬이 없다. 오직 두 글자의 신령스러운 부적이 있으니 한 글자는 이고 또 한 글자는 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과 비옥한 땅보다 훨씬 나으니 일생을 쓰더라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p. 565)

 

Ü 다산이 남긴 인류 최고의 유산이다.

 

□ 역경에 담대하라. 절망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야 진짜 군자다. 가난에 주눅들어 뜻을 잃지 말고 근검의 정신으로 마음을 다잡아라. 위기상황에 놓인 뒤에 그 사람이 보인다. 감춰져 있던 본바탕이 낱낱이 드러난다. (p. 566)

 

실사구시 實事求是란 일을 실답게 하고 바름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p. 567)

 

□ 부피만 많고 가닥은 잡을 수 없던 가좌 책자가 단 몇 장의 도표로 대체되었지만 그 효용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p. 576)

 

Ü 사고의 전환이다. 표로서 일목요연하게 하는 것, 사유의 힘은 체계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 작업에 앞서 쓰임새를 생각하라. 왜 이 작업을 하는지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먼저 점검하라. 현장에서의 활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p. 578)

 

오득천조 吾得天助는 하늘의 도움을 받아 일을 이룬다는 뜻이다. 자신의 장점을 잘 파악해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p. 579)

 

□ 경오년1810 봄 내가 다산에 있을 때 작은 아들 학유는 돌아가고 이청만 곁에 있었다. 산은 고요하고 해는 길어 마음을 붙일 데가 없었다. 당시 시경을 강의하고 있었으므로 남은 뜻을 이청을 시켜 받아 적게 하였다. 이때 나는 풍증으로 큰 곤란을 겪어 정신이 맑지 못했다. (p. 586)

 

Ü 사암선생연보, 중에서. 단아하고 단호한 생활의 굵은 선을 보는 듯 하다. 제자와의 협업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 두보, 한유, 소동파, 육유. 시의 四家 (p. 589)

 

□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

조선중화 朝鮮中華란 조선을 문화적 선진인 중화로 여긴다는 뜻이다. (p. 591)

 

□ 지금 여기를 살면서 그때 거기만 기웃거린다면 결국 비슷한 가짜가 되는 데 그친다. (p. 593)

 

□ 차라리 형식을 버릴 망정 눈앞의 진실을 노래하겠다는 선언, 다산이 말한 조선 시정신의 핵심이다. (p. 596)

 

□ 내 생각으로는 이른바 중국이라는 것이 가운데 가 되는 까닭을 모르겠고 소위 동국이 동쪽이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남북의 중앙임을 알게 되었다.

다산은 중국이라는 관념의 허구성을 해체하고 나선다. 중국은 없다. 어디나 중국이고 누구나 중화다. (p. 599)

 

Ü 수 천 년 지배해온 인식의 권위를 엎는다. 모든 부정한 권위로부터 싸움이다. 어렵고도 고통스럽지만 권위가 해체되어져 가는 순간을 목도한다면 기쁨이리라. 이것은 흡사 axis mundi 와 닮아 있다.

 

□ 다산은 말한다. 정신의 주체를 굳건히 세워라. 그 바탕 위에서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이용후생을 강구하라.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하지만 변해서는 안 될 것까지 바꾸려 들면 주체가 무너진다. 주체가 무너지면 흉내만 남게 된다. (p. 601)

 

 

3. ‘18세기 지식인(내가 저자라면)

다산의 편지, 저서, 기록, 역사 등에서 그의 이야기와 일생 동안 벌어졌던 사실들을 가져와 시사점을 뽑아냈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엮거나 사상의 성취를 설명한 호흡이 긴 책은 아니다. 보유하고 있는 텍스트만으로 다소 파편화된 글쓰기도 그의 사상을 처음부터 꾀어내고 설명해서 인간 정약용의 생각을 읽어 내리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그런 텍스트에서 뽑아내는 교훈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 한정된 텍스트 관련 말들을 발췌하여 파편화된 다산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거기서 얻어지는 시사점들도 새롭지 못하고 구태의연해 진다면 진부한 노파심의 활자화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독자들의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리 우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정민이라는 전문성은 보기 좋게 이런 우려들을 씻어낸다. 더구나 그의 이점 가운데 하나는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젊은이들을 최근접해서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발견해낼 수 있다는 것. 이 구성과 이야기는 결국 다산이 그랬던 것처럼 정민이 그의 제자들과 이 땅의 젊은이에게 던지는 메시지 형식을 빌려온다. 구성이 매우 좋으니 목차와 chapter의 꼭지를 음미해 보아야 하겠다.

 

이 책에서 다산의 그의 서슬퍼런 일침의 목소리가 잦다. 정민은 다산의 목소리를 그리 힘들이지 않고 슬쩍 비켜 세우며 자신의 메아리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정민선생의 가장 큰 장점은 구성과 편집으로 독자를 매혹하는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18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텍스트도 방대하거니와 그 텍스트를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연결시켜 설득력 있게 짜맞추어 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책의 얼개가 치밀하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명징하다. 마치 나에게 옆에서 조언하듯 이야기하는 것이 그리 와 닿을 수가 없었다.

 

아래의 글을 보자. 지금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방법과 일치한다.

 

독서에 메모의 습관을 들이면 그 핵심내용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시너지효과가 생겨난다. 전에 무심히 읽었던 내용이 다른 텍스트와 교차 연결되면서 정보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p. 142)

 

역사책을 많이 읽고 중요한 내용을 베껴 쓰라고 한 것은 이를 통해 경전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에 적용할 수 있는 생생한 예시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p. 143)

 

눈으로 입으로만 읽지 말고 손으로 읽어라. 부지런히 초록하고 쉴새 없이 기록해라. 초록이 쌓여야 생각이 튼실해진다. 주견이 확립된다.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당시에는 요긴하다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열심히 적어라. 무조건 적어라. (p. 144)

 

놀랍지 않은가. 동서고금을 막론한 공부법은 변한 게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나는 곧 책을 써야 하고 정민은 책쓰기의 구성에 대해 다산선행 지식경영법으로 큰 조언을 하나 해 주었다. 시기가 적절한 때, 적절한 책, 적절한 조언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을 나는 새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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