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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 09시 54분 등록
 

중년여성이 다산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


1. 이젠 자연을 즐기는 여유를 가질 때

빈 둥지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달고 사는 나이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내 곁을 떠나고 시간은 남아돌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럴 때 우선 먼저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산 정약용은 수백 권의 저서를 남긴 학자이지만 그는 풍류를 즐길 줄 알았고 운치도 있었다. 공부하다가 답답하면 훌쩍 길을 나서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놀이를 나가도 그저 술 먹고 노래하고 춤추다 오지는 않았다. 자연이 주는 의미를 곱씹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돌아왔다.

가사노동에 풀려난 중년의 여성들은 하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우선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 노닐며 성품을 기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긴장이 있으면 이완도 있어야 한다. 뻣뻣하게 굳은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 뜻 맞는 사람들과 노닐며 자연처럼 넉넉함을 배우는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어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넉넉하게 품어주는 그런 마음을 배운다면 아름다운 사람으로 더욱 성장해 갈 것 같다.

다산 정약용은 다친 마음을 자연으로부터 많이 치유받았다. 다산이 쓴 기행문 일부를 적어본다.

  “때는 이미 해거름이 지났다. 저녁볕이 석벽에 환히 비치자 자줏빛과 초록빛이 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다. 강변 모래 언덕엔 방초가 비단같앗다. 누런 송아지가 뛰노니 강촌의 물색이 완연했다. 배에 오르자 음악을 연주했다. 여울이라 배가 마치 살처럼 발랏다. 여울을 지나고 나자 깊은 못이 디었다. 푸른 절벽과 자줏빛 바위가 거꾸로 비쳐 서로 부딪쳤다. 바위 틈에는 잡화가 활짝 피었고, 새들은 엇갈려 날앗다. 새끼 꿩은 서로 울고 우는 비둘기는 화답하였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다보면 마음속의 걱정과 근심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가을이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만들어서 단풍놀이를 갔다. 게절의 절정은 가을이란다. 절정을 이루는 가을을 보지 못하고 보낸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듯이 중년여성은 인생의 절정기이다. 인생의 절정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우선은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산은 이런 가을단풍놀이 기행문을 남겻다.

  “음악을 연주하는 자는 금속악기로 시작해서 마칠 대는 소리를 올려 떨친다. 순수하게 나가다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침내 화합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악장이 이루어진다. 하늘은 1년을 한 악장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싹트고 번성하며 곱고도 어여뻐 온갖 꽃이 향기롭다. 마칠 때가 되면 곱게 물들이고 단장한 듯 색칠하여 붉은 새과 노란색, 자줏빛과 초록빛을 띤다. 너울너울 어지러운 빛이 사람의 눈에 환하게 비친다. 그러고 나서는 거둬들여 이를 간직한다. 그 능함을 드러내고 그 묘함을 빛내려는 까닭이다. 만약 가을바람이 한 차레 불어오자 쓸쓸해져서 다시 떨쳐 펴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텅 비어 떨어진다면 그래도 이것을 악장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산은 매번 단풍철이 되면 술을 갖추고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겼다. 그러면서 가을단풍놀이를 갔다오면 ‘진실로 한 곡이 끝나는 연주의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젠 잡을 것은 잡고 놓아야 할 것은 놓아버리는 지헤가 필요하다. 그 지혜를 자연 속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책만 책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 툭 트인 생각, 걸림 없는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2. 중년여성이여 일상을 사랑하라

다산 정약용은 거처를 옮길 때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정원을 꾸미고 꽃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린 것이다. 귀양지에서 다산의 생활은 신산스럽기 짝이 없었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진작 자포자기해서 페인이 되고도 남았을 그 긴 시간동안 올곧게 자신을 세워 뚝심있게 공부를 밀고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로 일상생활 속에서 삶의 운치를 찾아 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산은 어디를 가든 자신이 처한 공간을 정성껏 꾸몄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냐 아니냐는 상관하지 않았다. 의미는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내고 만드는 것이다. 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있다. 하지만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맑은 눈, 밝은 귀, 그리고 무엇보다 텅 빈 마음이 있어야 한다. 탐욕과 운치는 서로 인연이 없을뿐더러 재물이 많다고 운치가 따르지도 않는다.

 40년 넘게 살아온 생에 있어서 일상의 소중함을 잊어버릴 수가 있다. 많은 여성들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고 있다. 고요한 시골길을 걷는다던가, 해변 바닷가에서 차를 마신다던가 뭔가 좀 신나고 즐거운 일을 꿈꾼다. 좀더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일상에서 벗어나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로 가는 꿈을 가지게 된다. 일상을 탈출하여 낯선곳에 가는 것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내가 가꾼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은 길지만  낯선 곳에서의 머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 이런 시간의 단위를 보더라도 우리는 일상을 잘 가꾸어야 한다.

  다음은 정약용이 서울 명례방에 살 때 코딱지만한 도회 한복판의 마당이 답답해서 정원을 꾸몄다. 뜨락의 반을 갈라 경계로 삼고 여러 꽃나무와 과일나무 중 좋은 것을 구해다 화분에 심어 이곳을 채웠다. 그냥 심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화분에 담아 울멍졸멍 늘어놓았다. 그나마 대나무난간을 설치하지 않았으면 지나는 옷깃에 꽃이 다 덜어질 형국이엇다. 그래도 그 좁은 공간에 국화만 서로 다른 종류로 열여덟 화분이 있엇고, 부용화와 수선화를 심은 화분이 하나씩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석류, 매화, 치자, 산다화, 파초, 벽오동, 만향 등이 열여섯 그루나 심어져 있었다.

  다산은 꽃밭에 꽃이 피면 벗들을 불러놓고 밤중까지 술을 마시며 놀았다. 벗들과 아예 죽란시사를 결성하여 살구꽃, 복숭아꽃, 참외, 연꽃, 국화, 큰눈, 분매를 핑계로 꽃이 필 때마다 한 번씩 모여 시회를 열었다. 이렇게 해서 보잘 것 없는 다산의 죽란은 한때 장안의 명소가 되었다.

꼭 집이 넓어야 손님을 청해 모임을 가지고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지금 가진 공간 안에서 시간 안에서 그것을 누리면 되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분도 허리 디스크때문에 외출은 할 수 없지만 집안에 화분을 많이 가꾸어 항상 꽃으로 가득 차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라들을 불러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문학을 이야기하거나 음악을 듣는다. 그분은 꽃이 있어 아파도 아프지 않다면서 자기만의 공간에서 문학과 음악을 즐긴다. 자기만의 공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중년의 여성들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외면과 내면을 자꾸 넓히려하기보다는 깊이있게 뭔가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IP *.85.24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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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14:36:17 *.196.23.76

오, 이거 대표 꼭지인듯!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주부로 30년 정도 산 50대 여성이 생산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써주는 건 어떨까요?

아직 살 날이 많이 남았는데, 사회적 활동이 거의 없었던 여성이

제2의 인생을 살아갈 때 생산적인 활동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어떤 방법이나 마음가짐,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것 등이요.

무료한 삶으로 그냥 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삶이 될 수 있게..

왠지 여신님은 써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제랑도 맞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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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6 08:21:12 *.35.158.67

저도 누님이 공감했던 내용에서 밑줄을 한참 치면서 결심했었어요.

'주말에 책상주변을 깔끔히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켜야지' 라구요.

그런데,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말에 다시

도전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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